연화주차 2 延和奏箚 二
【해제】이 글은 순희 8년(신축: 1181, 52세) 절동제거(浙東提擧)의 신분으로 11월에 효종에게 올린 「연화주차(延和奏箚)」 일곱 통 가운데 두 번째 글이다. 모든 정사의 뿌리가 임금의 마음에 근본을 두고 있고, 마음은 천리와 인욕의 구분이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천자의 마음가짐을 바로잡을 것을 역설하고 있다.
신은 이렇게 들었습니다. 임금이 천하의 일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임금의) 한 마음[一心]에 근본을 두고 있으며, 마음을 주재하는 것에는 천리와 인욕의 다름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나뉘어 공(公)과 사(私), 그리고 사(邪)와 정(正)의 길이 갈립니다. 무릇 천리란 마음의 ‘원래 그러한 상태’이니, 이것을 따르면 마음은 공정하고 바르게 됩니다. 인욕은 마음의 병으로서, 이를 따르면 마음은 이기적이고 사특하게 됩니다. 공정한 (마음)은 편안해지고 날로 아름다워지지만, 이기적이고 사특한 (마음)은 힘들고 날로 졸렬해집니다. 그 효과가 국가의 치란과 안위라는 커다란 차이를 가져오는 것도 단서는 단지 한 생각의 사이에 있을 뿐입니다. 순임금과 우임금이 서로 전한 “인심은 오직 위태롭고 도심은 오직 은미하니, 오직 정일하고 진실로 그 중을 잡으라‘”는 것도 바로 이것을 말합니다.
臣聞人主所以制天下之事者, 本乎一心, 而心之所主, 又有天理․人欲之異. 二者一分, 而公私邪正之塗判矣. 蓋天理者, 此心之本然, 循之則其心公而且正. 人欲者, 此心之疾疢, 循之則其心私而且邪. 公而正者逸而日休, 私而邪者勞而日拙, 其效至於治亂安危有大相絶者, 而其端特在夫一念之間而已. 舜․禹相傳, 所謂‘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者, 正謂此也.
그런데 신은 저으기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천하를 크게 도모하실 자질로 선황의 부탁을 이어 받아 근심하고 삼가시면서 국가가 다스려지기를 원했습니다. 공손하고 검소한 태도로 백성을 사랑하신지 지금 20여년입니다. 그런데 지난 번 누대의 난간에서 개연히 탄식하신 것은 아마도 다스림의 효과가 성취되지 못했음을 근심한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속으로 이러한 말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청컨대 죽기를 각오하고 폐하를 위해 한 두어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臣嘗竊怪陛下以大有爲之資, 膺受付託, 憂勤願治, 恭儉愛民, 二十年於此矣, 而間者臨軒, 慨然發歎, 乃或未免以治效之不進爲憂. 因竊以是推之而得其說, 請昧萬死爲陛下一二陳之.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반드시 한 사람이지만 세상의 모든 일을 한 사람이 떠맡을 수는 없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군주는 아무도 없는 깊은 방구석이나 동쪽 계단 위 제왕의 자리에서 그의 마음을 바로잡고, 그의 뜻을 정성스럽게 하고, 반드시 세상의 돈후하고 성실하며, 강명하고 공정한 현자를 찾아 보좌하는 재상으로 삼고, 재상이 사대부 가운데 총명하고 이치에 통달하며, 올곧게 직언을 할 줄 알고, 미덥고 충성스러우며, 절개 있고 청렴한 사람으로서 일을 도모하고 직분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을 널리 선발해서 그들의 기량과 능력에 따라 여러 관직에 배치하고서, 그들이 여러 직책을 번갈아가면서 위로는 군주의 덕을 보좌하고 아래로는 국가의 근본을 견고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사적으로 가까이 지내거나 심부름이나 하는 천한 자들이 그 사이에서 어지럽히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夫天下之治固必出於一人, 而天下之事則有非一人所能獨任者. 是以人君旣正其心․誠其意於堂阼之上, 穾奧之中, 而必深求天下敦厚誠實, 剛明公正之賢以爲輔相, 使之博選士大夫之聰明達理․直諒敢言․忠信廉節, 足以有爲有守者, 隨其器能, 寘之列位, 使之交脩衆職, 以上輔君德, 下固邦本. 而左右私褻使令之賤, 無得以奸其間者.
공적이 있으면 그 직책을 오래 맡겨 두고, 걸맞지 않으면 다시 현자를 구해서 바꾸어야 합니다. 사람은 물러나게 할 수 있지만 그 지위는 구차하게 채워서는 안 되고, 사람은 버릴 수 있지만 그 임무는 가볍게 빼앗아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천리의 바꿀 수 없는 당연한 것입니다. 군주가 이 이치를 살펴서 조그마한 사적인 뜻도 그 사이에 파고들지 못하게 한다면 그 마음은 환히 크게 공정하고, 의젓한 태도로 지극히 올바를 것이며, 태연히 시비거리가 없을 일들을 시행하여, 앉아서 모든 관직의 관리들이 이룩한 공훈을 거둘 것입니다. 하나라도 이와 거꾸로 되면 욕심과 사사로운 생각의 침해를 받아 마음은 오락가락하면서 편당이나 짓고, 분명치 못한 일로 시샘하고 의심하여, 날마다 마음속에서 갈등을 일으켜 간사함과 거짓, 중상과 비방이 어지럽게 눈앞을 가리는 것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 될 것입니다. 이 또한 이치의 필연입니다.
有功則久其任, 不稱則更求賢者而易之. 蓋其人可退而其位不可以苟充, 其人可廢而其任不可以輕奪, 此天理之當然而不可易者也. 人君察於此理而不敢以一毫私意鑿於其間, 則其心廓然大公, 儼然至正, 泰然行其所無事而坐收百官衆職之成功. 一或反是, 則爲人欲私意之病, 其偏黨反側․黮闇猜嫌, 固日擾擾乎方寸之間, 而姦僞讒慝叢脞眩瞀, 又將有不可勝言者. 此亦理之必然也.
폐하께서 정사를 돌보시던 초기에는 오히려 호걸 영웅들을 선발해서 정사를 맡기셨습니다. 불행하게도 그 와중에 모두 적임자를 얻지 못하고, 간혹 비루하고 못났거나, 거만하고 속 좁은 이들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감당하지 못하기도 했고, 붕당을 이루어 속이면서 스스로 죄를 초래한 자들을 등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폐하의 마음에는 또한 지난날 권신들이 발호한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에 다시 널리 현명하고 밝은이를 구하지 않고서, 임시로 유순하고 익숙하며 쉽게 부릴 수 있고 명을 잘 받들면서 어기지 않는 자들로 자리를 채웠습니다. 이 때문에 주변의 사적인 친분 관계에 있는 자로서 사령(使令)과 같은 천한 자들이 비로소 천자를 한가한 때에 모시게 되었고, 천자가 부리는 자리에 채워져 재상의 권세가 날로 가벼워졌습니다. 이윽고 폐하께서도 그들의 위세에 편중된 것이 있다는 것을 걱정하시고, 이로 인하여 스스로를 크게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셨습니다. 그래서 또 때로 외직의 의론을 들으셨고, 비록 외직에 있는 사람의 말이 지나치고 폭로하는 내용이 많았더라도 어기거나 거스른다고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생각건대 몰래 이 무리들이 저지를 죄들을 살펴 위협함으로써 이들이 자제하고 멋대로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려는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폐하의 노력이 이미 수고로왔습니다. 그리고 시세에 따라 손을 쓰고 빼는 기민함과 물샐틈 없는 방비하며 두려워서 대비하는 계책은 또한 비할 나위 없이 교묘하다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형세는 이미 편중되었고, 치란과 안위의 효과 역시 폐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다 되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恭惟陛下卽政之初, 蓋嘗選建豪英, 任以政事矣. 不幸其間不能盡得其人, 或以庸陋嵬𤨏不堪委寄, 或以朋比欺罔自速罪辜, 而陛下之心又本有前日權臣跋扈之疑, 是以不復廣求賢哲, 而姑取軟熟易制․承順不違之人以充其位, 於是左右私褻使令之賤始得以奉淸閑․備驅使, 而宰相之權日輕. 旣而陛下亦慮其勢有所偏而因重以壅己也, 則又時聽外庭之論, 雖甚狂訐, 無所違忤, 意者將以陰察此輩之之負犯而操切之, 欲其有所忌憚而不敢肆於爲惡. 陛下之用力則已勞矣, 而其翕張禽縱之機, 周防畏備之計, 又可謂無遺巧矣. 然而天下之勢終不免於偏有所重, 而治亂安危之效又未能盡如聖志之所欲,
이미 폐하께서는 천리를 좇아 마음을 공정하게 하여 조정의 대체를 바르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본시 이미 근본을 잃으셨습니다. 또 사대부들의 공정한 말을 겸하여 듣고서 인재들을 등용하고 부리는 계책으로 삼으려고 하셨지만, 사대부들이 나아가 천자를 만나는 것은 드물고, 가까이에서 모시는 자들은 천자를 자유롭게 만납니다. 사대부들의 체모는 장중하여 친하기 어렵고 그들의 논의는 더욱 괴로워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모시는 자들이 비위를 맞추며 아첨하는 태도는 폐하의 마음과 의지를 좀먹기에 이미 충분하고 서리(胥吏)들의 교활한 술책은 또 총명하신 폐하를 눈멀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여기에는 태도의 낯선 것과 익숙함, 말의 달고 쓴 것들이 이미 분별되는 점이 있습니다. 아마도 폐하께서 세상을 다스리는 계책을 펼치시기도 전에 이미 먼저 저들의 술수 가운데 떨어지신 것 같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요즘 폐하께서 이런 무리들을 조금 억누르려 하시지만 이들의 권세는 날로 무거워지고, 공정한 의론을 두루 모으려하시지만 사대부의 위세는 날로 가벼워만 갑니다. 권세를 가진 자는 자신들의 권세를 믿고서 폐하의 권세를 훔치고, 보잘 것 없이 간교하기만 한 자는 또 폐하께서 중히 여기시는 자의 힘을 빌려 자리를 훔치고 총애를 굳게 할 계책으로 삼아, 안팎에서 서로 호응하면서 다시 사적인 욕망이나 채우려 합니다. 간사한 짓이 궁극에 이르고 악행이 이미 결실을 맺어 그들의 종적이 노출되고 엎어진 다음에야 평소의 보잘 것 없는 자들이 어쩔 수 없이 견책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들먹거리며 굳게 위세를 유지하고, 드높은 자급(資級)을 잃지도 않고, 폐하의 도타운 하사품과 우대하는 예를 받아가며 물러갑니다. 그리고 평소부터 권세가 무거웠던 자들에 대해서는 폐하께서 단 한 번도 그들이 파당을 짓고 서로 끌어당기는 간사한 짓을 한다는 죄상을 묻지도 않습니다. 날이 가고 달이 흐르며 차츰차츰 좀먹어 망가뜨리며 폐하의 덕과 사업을 날로 무너뜨리고 기강을 날로 무너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간사한 아첨이 가득 넘쳐나고, 뇌물이 공공연하게 횡행해서, 병사들은 원망하고 백성들은 근심하며, 도적떼가 일어나고, 이변이 자주 나타나며 기근이 거듭 닥치고 있습니다. 뭇 소인배들이 서로 당기고 끌어 끼리끼리 모두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는데 오직 폐하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국가만 홀로 그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폐하의 수고로운 노력이 이미 세상의 시무를 이루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거꾸로 어그러뜨리고 있으며, 그 기교는 이미 여러 소인배들의 간교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리어 그들의 권세를 조장하는 꼴입니다. 저들이 천리를 가로막고 폐하의 마음을 더럽게 어지럽히는 것은 장차 더욱 깊고 단단해져서 마침내 풀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입니다.
蓋旣未能循天理․公聖心以正朝廷之大體, 則固已失其本矣, 而又欲兼聽士大夫之公言, 以爲駕馭之術, 則士大,之進見有胥史時, 而近習之從容無間 : 士大夫之體貌旣莊而難親, 其議論又苦而難入 : 近習便僻側媚之態旣足以蠱心志, 其狡獪之術又足以眩聰明, 此其生熟甘苦旣有所分, 則恐陛下未及施其駕馭之策而先已墮其數中矣. 是以比來陛下雖欲微抑此輩, 而此輩之勢日重 : 雖欲兼採公論, 而士大夫之勢日輕. 重者旣挾其重以竊陛下之權, 其輕而姦者又借力於陛下之所重, 以爲竊位固寵之計, 中外相應, 更濟其私. 至於姦窮惡稔, 蹤跡敗露, 然後其素輕者不免於鑓何, 然猶委蛇盤礴, 不失其崇資峻秩, 而攫取陛下之厚賜優禮以去. 其素重者, 則陛下固未嘗一問其朋比援引之姦也. 日往月來, 浸淫耗蝕, 使陛下之德業日隳, 綱紀日壞, 邪佞充塞, 貨賂公行, 兵怨民愁, 盜賊間作, 災異數見, 饑饉荐臻. 蓋羣小相挻, 人人皆得滿其所欲, 唯有陛下了無所得, 而國家顧乃獨受其弊. 是則陛下之勞旣不足以成天下之務而反以敗之, 其巧旣不足以勝群小之姦而反以助成其勢. 若彼之所以蔽遮天理․濁亂聖心, 則將益深錮而遂至於不可解.
폐하의 잘못은 대신을 의심하는 마음이 한 번 싹튼 데서 시작해서 그 피해가 돌고 돌아 여기에 까지 이른 것이니, ‘(시작의) 조그마한 차이가 결국에는 커다란 차이를 가져온다’는 격입니다. 신은 폐하께서 이 점을 우연히 살피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까닭으로 몇 년 전 은혜를 입어 입대했을 때나, 작년에 조칙에 응해 시사를 아뢰면서, 모두 이치를 밝히고 마음을 바루라는 말을 폐하께 진달하면서 제 마음 속 깊은 곳에 품고 있던 생각은 여기에 있었는데도 배움이 얕고 문장이 졸렬해서 폐하의 의지를 일으켜 세우지도 못해 두려움 속에 지금까지 왔는데, 다행이도 다시금 제 직책의 일로 인하여 폐하를 뵙게 되어 감히 충심을 이렇게 남김없이 아룁니다. 진실로 폐하께서는 천리를 깊이 살피시고, 마음가짐을 공정히 가져 널리 현명한 인재를 구하셔서, 정사를 닦으신다면 주변의 사적으로 총애하는 사령과 같은 천한 자들이 틈을 넘봐 폐하의 은총과 돌봄을 오도하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통렬하게 배척하여 멀리 쫓아냄으로써 훗날 천리를 가리고 천자의 마음을 어지럽히며, 깊이 뿌리박아 단단히 자리 잡으려는 것을 영원히 제거한다면, 국가의 모든 정사가 다시 획복될 수 있을 것이요, 폐하의 국가도 장차 소인배 무리들의 폐해를 당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저는 너무 어리석고 비루하며, 학문적 성취도 변변치 못합니다. 다만 보잘것없기는 하지만 임금을 아끼고 국가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차마 그만두지 못하고 망령된 논의가 여기까지 이르러 슬픔과 괴로움에 가슴이 메입니다. 오직 폐하께서는 저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의 충언을 받아들이셔서 깊이 종묘사직을 위한 계책으로 삼으시고, 멀리 기다릴 것 없이 결단하셔서 시행하신다면 어리석은 신의 다행일 뿐 아니라 진실로 이 나라의 복이라 할 것입니다.
蓋其失萌於一念之疑大臣, 而其爲害展轉至此, 所謂差之毫釐, 謬以千里者, 臣恐陛下於此偶未察也. 是以往歲蒙恩賜對, 去年應詔言事, 皆以明理正心之說陳于陛下之前, 惓惓深衷, 實在於此. 而學淺辭拙, 不足以起發聖意, 恐懼至今, 乃幸復以職事得望淸光, 敢畢其餘忠如此. 誠願陛下深察天理, 以公聖心, 廣求賢才, 以脩聖政, 則夫左右私褻使令之賤固已無隙可投, 以誤恩顧, 則又痛斥而遠屛之, 以永除後日蔽遮濁亂深錮之害, 庶幾天下之事猶可復爲, 而陛下之國家將不至於卒受羣小之弊. 臣至愚極陋, 學無所成, 獨有螻蟻愛君憂國之心, 不能自已, 妄論至此, 悲憤塡臆. 伏惟陛下赦其罪而納其忠, 深爲宗廟社稷大計, 不俟終日, 斷然行之, 則不唯愚臣之幸, 實天下之幸!
[첩황] 제가 작년에 올린 봉사는 아마 원본이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따로 잘 베껴서 책을 만들고, 주머니에 넣고 봉해서 이미 합문(閤門)에 보냈습니다. 어지를 내려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 차자 역시 제가 직접 쓴 것이라 눈이 어둡고 획이 엉망입니다. 지난 번 차자도 이미 첩황에 넣어 주달했습니다. 함께 살펴 주십시오.
(貼黃) 臣去年所進封事恐元本不存, 今別繕寫成冊, 用袋重封, 已於閤門投納, 乞賜聖旨宣索. 此剳亦係臣親手書寫, 目昏筆縱, 前箚已具貼黃奏陳, 幷乞聖照.
연화주차 3 延和奏箚 三
【해제】이 글은 순희 8년(신축: 1181, 52세) 절동제거(浙東提擧)의 신분으로 11월에 효종에게 올린 「연화주차(延和奏箚)」 일곱 통 가운데 세 번째 글이다. 주자는 애초에 남강군 지사에서 절동제거로 관직이 옮겨진 것을 사양할 예정이었으나 절동로의 소흥부․무주․구주의 가뭄과 홍수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기 때문에 절동제거의 직책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현장으로 직접 달려가는 한 편 이 글을 통해 조정에 구황책을 건의하고 있다.
저는 거칠고 재주가 없어 멀리 초야에 묻혀 있었는데, 폐하께서 잘못 들으시고 남강군 지사에 임명하셨습니다. 이미 아무런 공적도 없다는 것을 시험해 보시고도 다시 외람되게 지휘를 내려, 지나친 갖가지 은혜를 내리시고 게다가 직책까지 더해 주셨습니다. 마악 사면장을 쓰려는 즈음에 갑자기 9월 22일 관직을 바꾼다는 명을 받았습니다. 분수와 역량을 헤아려보면 더욱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본래 제 속마음을 피력해서 어리석고 천한 사람의 종적을 편히 하려고 했었지만, 이 때에 본로 소속 소흥부(紹與府)․구주(衢州)․무주(婺州)가 수해와 한해를 입어 기근에 시달려 폐하께서 근심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臣疏繆不材, 遠跡林野, 陛下過聽, 畀以郡符. 已試罔功, 復叨使指, 誤恩橫被, 又忝職名. 方具辭免之間, 忽於九月二十二日恭被改除之命. 揣分量力, 尤所不堪. 本欲控陳懇避之誠, 庶安愚賤之迹, 而是時已聞本路紹與府․衢․婺州水旱饑荒, 上軫宸慮.
속으로 조금이라도 늑장을 부리면 혹 사태를 그르치게 될까 걱정되어 마침내 그 날로 명을 받들어 장계를 써서 상서성에 보고하면서 폐하를 만나 주달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10월 28일에 상서성의 차자를 받아보니 폐하의 어지를 받들어 제게 명하기를 속히 와서 시사를 아뢰고 임지로 떠나라고 했습니다. 저는 명령을 듣고 놀라 근심하면서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이 달 2일에 짐을 꾸려 길에 올랐습니다. 11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구주의 경계 안에 들어섰고, 중간에 구주의 재해 피해가 상산․강산․개화 세 현이 심하고, 서안․용유가 그 다음이며, 무주와 소흥부의 경우에는 전해오는 소식이 또 구주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저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구주에서 배를 타고 지름길로 왔습니다. 또 순서대로 본사 및 피해를 입은 주현에서 이미 시행한 일들을 보내왔습니다. 이 때문에 폐하께서 그 사이에 일찍이 몸소 붓을 들고 수신들을 신칙하신 어지의 내용이 매우 절실하여 듣는 사람이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고, 앞뒤로 미곡을 내리신 것이 이미 20여만이나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러러 폐하의 간절한 마음이 백성을 구제하려는 것을 급하게 여기고 군과 나라에서 저축한 것에 대해서 이처럼 아끼고 애석하게 여기지도 않으시니 참으로 크신 은혜입니다. 저는 외람되이 관리로 임명되었으나 스스로 거칠고 졸렬하여 이 백성들을 구렁텅이에서 구해내지 못하고, 우러러 폐하의 애쓰시는 뜻에 부응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지금 생각나는 견해가 있어 마땅히 신청해야 할 일을 조목별로 아룁니다.
竊恐遷延, 或致誤事, 遂已卽日拜命, 具狀申省, 乞許奏對. 至十月二十八日, 方準省箚, 恭奉聖旨, 令臣疾速奏事, 前去之任. 臣聞命震惕, 不敢稽留, 卽於今月二日●(衤+僕)被上道. 至十一日始入本路衢州界, 間得本州災傷, 常山․江山․開化三縣爲甚, 而西安․龍游次之. 其婺州․紹興府, 則所傳又非衢州之比. 臣不勝恐懼, 遂自衢州乘舟, 取疾以來. 及節次於本司及被災州縣會到已行事件, 乃聞陛下間嘗親御翰墨, 戒飭帥臣, 詞旨深切, 聞者感涕. 而前後撥賜米斛, 又已二十有餘萬矣. 仰見聖心懇惻, 急於救民, 而於軍國之儲無所愛惜, 至於如此, 甚大惠也. 臣猥蒙任使, 自惟疏拙, 大懼不能有以出斯人於溝壑, 仰副陛下焦勞之意, 今有管見, 合行申請, 須至畫一秦聞者.
구황의 임무는 실태조사와 부세의 감면[檢放]을 먼저 해야 합니다. 이런 조치를 빨리 시행하면 백성들은 믿고 의지할 곳이 있어 도망가거나 떠돌려고 하지 않으며, 곡식의 방출이 조금 넉넉하면 백성들은 화미(禾米)를 비축할 수 있어 곧바로 끼니를 거르지는 않게 됩니다. 그러나 주군들이 대부분 재화를 아끼느라 백성을 사랑하는 데 마음을 두지 않기 때문에 파견된 관원들도 서로 조정의 지휘나 바라보고 있을 뿐 이미 실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조사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또 보고를 올린 피해대장[帳狀]은 주군에서 다시 더하거나 빼고, 정확한 수량에 의거해서 분명하게 경감 면제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또 조생종 벼를 심은 논은 수확한지 오래라, 검사가 뒤늦게 이뤄져 조사할만한 뿌리조차 남아있지 않게 된 것은 바로 주군에 관원을 뒤늦게 파견한 죄인데도, 검사하는 관원은 거꾸로 인호(人戶)들이 법을 어겼다고 생각하면서 검사하려 들지 않습니다. 이미 수확이 이루어진 지역 가운데 피해 조사를 해서 보고한 경우에도 주군에서는 역시 경감 면제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중호(中戶)와 하호(下戶)들에 대한 경감량이 많지 않아 더욱 피해가 심합니다. 본 노의 주와 현에 물어보아도 이와 비슷한 곳들이 있다고 합니다. 바라건대 제가 임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널리 묻고 조사해서 사실을 좇아 경감 면제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一․ 救荒之務, 檢放爲先. 行之及早, 則民知有所恃賴, 未便逃移 : 放之稍寬, 則民間留得禾米, 未便闕乏. 然而州郡多是吝惜財計, 不以愛民爲念, 故所差官承望風指, 已是不敢從實檢定分數. 及至申到帳狀, 州郡又加裁減, 不肯依數分明除放. 又早田收割日久, 檢踏後時, 致有無根査者, 乃是州郡差官遲緩之罪, 而檢官反謂人戶違法, 不爲檢定. 其有檢定申到者, 州郡亦不爲蠲放. 就中下戶所放不多, 尢被其害. 訪聞本路州縣亦有似此去處, 欲乞候臣將來到任, 廣行詢究, 更與從實蠲減.
1. 최근 내려온 지휘를 보았습니다. 한해를 당한 주현의 상호(上戶)들이 진제용으로 쌀을 내어 놓게 하는 것은 다만 권유할 뿐 수량을 정해 억지로 강제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우러러 보건대 밝으신 천자께서 물정을 잘 헤아리시고 가난한 이를 구휼하고 부유한 이를 편케 다독이시니 이 둘은 양쪽 모두에 적당한 조치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걱정되는 것은 관리들이 이런 지휘를 받은 다음에, 관리들 사이에는 조문에만 얽매이며 스스로 영리를 도모하는 자들이 있으니, 그들은 반드시 범범하니 상호(上戶)들을 권유하는 데 뜻을 두지 않을 것이요, 상호들도 회피하려는 말과 이론들을 만들어 내어 권유하기가 힘들게 될 것입니다. 관청의 미곡이 많지 않으니 장래에 계속해서 진제할 수 없을 것이요, 그 피해는 또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바라건대 주현들이 권유하지 않는 자들은 임시로 작년에 내어놓았던 수량으로 약속을 하고, 이미 권유한 사람들은 임시로 현재 내어놓기로 인정한 수량을 기준으로 삼게 하십시오. 여러 방면으로 묻고 찾아 뜻을 기울여 실태를 조사해서, 다른 일상적인 경우와 같이 헛되이 문서로만 보고하지 못하게 하고, 반드시 마음을 기울여 몸소 찾아다니면서 그 실제 수량을 확보하게 하십시오. 실제로 수량을 채울 수 없는 자에게는 다시 수량을 줄이는 것을 허락하고, 실제로 수량을 더 내어놓을 수 있는 부호에게는 수량을 더 들리는 것을 허락하십시오. 그 가운데 경박하게 마음도 쓰지 않는 자들이 헛되이 소란만 일으키는 곳이 있으면 장래에 본사가 그것을 발각해서 알게 되면 이름을 보고하겠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처음에 인정했던 수량이 반드시 실제 수량과 균형을 이루게 되어 억지로 강제하는 근심이 없게 될 것입니다.
一․ 伏睹近降指揮, 旱傷州縣上戶賑糶, 止令勸諭, 毋得科抑. 仰見聖明深察物情, 恤貧安富, 兩得其所. 然竊恐官吏被此指揮之後, 其間或有便文自營之人, 必將泛然不以勸諭爲意, 而上戶亦有詞說, 難以勸諭. 官司米斛不多, 將來無以接續, 其害又有不可勝言者. 欲乞且令州縣將未勸諭者權以去年認數爲約, 已勸諭者權據見認之數爲凖, 多方詢訪, 加意考核, 不得比同尋常, 報應空文, 須管究心體訪, 得其實數. 其實不能及數者, 更與量減, 實可更多出者, 則與量添. 其有鹵莽減裂, 徒爲煩擾去處, 將來本司覺察得知, 具名聞奏. 庶幾所認之數必得其平, 而無科抑之患矣.
권유에 응해서 쌀을 내어 놓은 부호 가운데 추천해서 포상하는 자격에 들어맞는 사람들조차 대부분 관리들이 가로막고 뇌물을 채근하기까지 합니다. 듣기로는 지금까지 포상 추천을 못받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요즘에 비록 법을 만들어 약속을 했다지만 다시 바라건대 호부에 조칙을 내려 먼저 현재 이미 보고된, 추천되었거나 미추천되었던 사람들의 명단을 천자에게 아뢰고, 아직 추천되지 않은 사람들은 바로 추천해서 포상하십시오. 여러 노(路)의 주현에 명을 내려 아직 보고를 아뢰지 않은 자들에 대해서는 한 달 말미를 주어 아울러 보고하게 하고, 만일 이를 어기면 억눌린 사람으로 하여금 장계를 써서 하소연하도록 허락하여 무거운 처벌을 내리십시오.
一․ 應募獻米, 合格推賞之人, 多被官吏邀阻乞覓, 聞有至今未推賞者. 近雖已蒙立法約束, 更乞明詔戶部, 先具見今奏到已未推賞名件進呈, 將未推賞人日下推賞. 行下諸路州縣, 有未申奏者, 限一月內幷到. 如違, 許被抑人進狀陳訴, 重作行遣.
또 상호들이 작년에 곡식을 풀어 진휼을 도왔다면 올해의 비축량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반드시 과거의 격식에 의거해서만 추천과 포상을 받을 수 있다면 아마도 자격이 되어 진휼을 도울만한 사람이 다시는 없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순희 원년 3월 24일자 칙령을 점검해서 태주(台州)에서 구황을 담당했던 관리인 경연년(耿延年)이 아뢴 것처럼 절동로의 진제는 호남․강서로의 미곡 수에서 절반을 줄여서 추천 포상해달라고 아뢴 지휘대로 결정해서(예를 들자면 구휼미 4,000석을 내놓은 사람을 승신랑(承信郞)으로 보충하는 경우, 현재는 구휼미의 량을 2,000석으로 줄여달라는 것 등이다) 분명하게 아래로 명하신다면 응모하는 사람은 많아지고 굶주린 백성들은 진휼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계속해서 담당 관서를 단속시켜 사실을 증명하여 아뢰는 서식과, 또 지금 곳곳의 관청들이 응모를 받는 서식과 포상을 아뢰는 문서의 형식을 결정하게 하고 아울러 그날로 포상하는 사장과 문첩을 발송토록 하십시오. 만일 성부에 도달시킨 것을 상서성의 격식에 원만하지 않는다고 되돌리거나 곳곳의 관청들이 고의로 보고 기한을 어긴 것에 대해서는 관원들에게는 거듭 책망을 내리시고, 아울러 서리들에게도 형량을 정해 유배하신다면, 부자들은 즐거이 곡식을 내놓을 것이고, 백성들은 식량을 얻게 되어 진실로 양쪽이 모두 편하게 될 것입니다.
又上尸已經去年獻助, 今年所蓄想已不多. 若必依舊格方得推賞, 則恐無復及格之人可以獻助. 欲乞檢會淳熙元年三月二十四曰敕, 戶部勘當到點檢台州措置賑濟官耿延年所申浙東路賑濟糶依湖南․江西米數減半紐計推賞指揮, (謂如四千石合補承信郞, 今減作二千石之類.) 申明行下, 庶幾應募者衆, 得濟饑民. 仍勒所司立定保明狀式, 及今逐處官司承受應募理賞詞狀文帖幷要當日行遣. 如將來依式奏到省部却稱文字不圓及諸處故違程限者, 官員重加降責, 人吏幷行決配, 庶幾富者樂輸, 貧者得食, 實爲兩便.
올해 소흥부는 천자의 은택을 입어 하사받은 미곡이 170,000석입니다. 듣기로는 지난번에 본 부에서 굶주린 백성의 숫자를 초록했는데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셈한다면 대략 쌀 800,000석이 있어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사이에 진실로 과장된 허수가 없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와서 본 부에서 허수를 절차대로 삭제하여 줄인다고 해도 장차 얼마나 되는 인구수로 계산해서 쌀의 양을 결정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현재 갖고 있는 미곡의 수량과 쌀을 사들일 돈은 임시로 원래 초록된 숫자로 계산해보면 1/4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주현들이 군용 비축[軍儲]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려 보낸 쌀을 몰래 군량으로 전용한다면 내다 팔 수 있는 쌀은 더욱 작아질까 걱정됩니다. 만일 주부에서 단지 현재의 미곡에 근거해서만 억지로 인구를 결정하여, 진휼자의 명단을 초록한다면 (진휼의 효과가) 널리 미치지 못할 것이요, 반드시 인호들이 굶주리며 떠도는 결과를 불러와 위로 천자께 근심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一․ 伏睹今歲紹興府已蒙聖慈撥賜米斛十七萬石, 訪聞昨來本府抄剳飢民尸口, 若自十一月至來年三月, 約用米八十萬石, 方可足用. 其間固不能無冒濫虛數, 今來本府節次刪減, 未知將來定作多少尸口計度. 但今所有米數及糴米錢, 姑以元抄剳數計之, 不過得四分之一. 况又州府見闕軍儲, 竊慮不免却將撥賜米斛暗行借兌, 則所得糶濟米數愈見不多. 若州府只據見米掯定人口, 抄箚糶濟, 則所及不廣, 必致人戶流離餓殍, 上勞聖慮.
또 제가 구주를 지나쳐 왔는데, 구주의 가뭄 피해가 비록 소흥부와 무주 두 주보다는 못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곳의 물길이 얕은데 겨울이면 더욱 얕아져서 돈과 곡식을 싣고 나르기가 극히 힘듭니다. 본 주에서 이미 관원을 절서 지방에 파견해서 쌀을 사들인다고는 하지만 쌀을 사들일 돈 자체가 극히 적고, 구할 수 있는 쌀도 많지 않은데다가, 수륙의 운송비로 허비될 부분이 이미 적지 않습니다. 제가 요즘 바라기로는 천자께서 풍저창의 미곡 300,000석을 소흥부에 다시 내려 보내 주시고, 30,000석은 구주로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만일 현재 관리하고 있는 미곡이 없다면 현재의 쌀값을 헤아려서 내탕전에 있는 돈을 전용해주시고, 현재의 쌀값이 폭등하기 이전에 쌀이 있는 주군에 나아가 사서 수집하고, 차례대로 수로를 통해 본 주로 운반토록 해주십시오. 위 항의 돈과 쌀은 본사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맡겨 주변의 주의 관리들에게 출납을 담당토록 하시고, 주부에서는 거기에 간여하지 못하도록 하신다면 거의 속이거나 함부로 용도가 변경되는 폐단이 없을 것입니다. 이미 내려 보내신 돈과 쌀은 또한 바라건대 본사에게 영을 내려 주군의 통판 한 사람씩을 선발해서 공동으로 주관하게 하시고, 다른 용도를 만들어 지출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또 계속해서 수신(帥臣)에게 속히 조치하라는 조칙을 내려 군량을 사들여 모으고 진휼하는 일을 그르치도록 함부로 간여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무주는 비록 내려 보낸 곡식 50,000석을 받았지만 아직도 진제에는 충분치 못합니다. 제가 직접 본 주에 이르러 서로 따져 묻고 계산해 본 다음에 따로 주장으로 아뢰겠습니다.
又臣經由衢州, 見得本州旱損雖云不及紹興府․婺州兩州, 然其處水路淺澀, 冬月尤甚, 運載錢米極爲艱難. 本州雖已差官往浙西收糴, 然糴本至少, 所得不多, 而所費水脚已不貲矣. 臣今來欲望聖慈更撥賜豐儲倉米三十萬石應副紹興府, 三萬石應副衢州. 如無見管米斛, 卽計目今米價支借內帑見錢, 今其趁此米價未至騰踴之間, 前去有米州郡收糴, 旋次般載回州. 其上件錢米幷乞專責本司差委鄰州官吏出納, 州府不得干預, 庶免侵兌之弊. 其已撥賜錢米, 亦乞令本司選委本州通判一員同共主管, 不得別作支用. 仍詔守臣疾速措置, 收糴軍糧, 不管誤事. 其婺州雖蒙撥賜米五萬石, 尙恐未足賑濟, 却候臣親到本州相度會計, 則具奏聞次.
[첩황] 제가 듣기로 폐하께서 근검절약하고 걱정하시면서 원대한 전략을 계획하느라 내탕고에 비축해둔 돈과 비단이 아주 많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날씨가 순탄치 못해서 군대를 일으키기에는 적당치 않고, 인근의 기근이 이와 같은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경중을 헤아려 특별히 전용해 쓰도록 돈과 곡식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貼黃) 臣竊聞陛下節儉憂勤, 規恢遠略, 內庫所積錢帛甚多. 今旣天時未順, 未可興師, 而近甸饑荒至於如此, 伏願聖慈權其輕重, 特賜借撥.
소흥부에서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여러 현에 내려 보낸 쌀은 모두 212,000여석이라고 합니다. 잉현(嵊縣)이 68,000여석으로 날마다 진휼하는 이외에 나머지 현에서 143,000여석으로 이틀에 한 번 꼴로 진휼을 해야 합니다. 우려되는 것은 굶주린 백성들이 하루에 반 되[升]의 쌀을 얻어서는 목숨을 연명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지금 잉현에서 매일 진휼하는 예를 따르고자 한다면 마땅히 다시 143,000여석이 필요합니다. 또 듣기로는 관리들이 작성한 명부에 누락이 없을 수 없다고 합니다. 또 염려스러운 것은 유민들이 복귀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겸하여 숫자상 일컬어진 곡식들도 값으로 전환해 운송하려면 세 번에 걸쳐 전환해야 합니다. 이러다 보면 쌀값이날로 뛸 것이고, 또 오고가는 운송비가 들고, 풍파로 인해 지체되는 일이 있어 축이 나는 일이 없을 수 없습니다. 또 본 부의 백성은 가난해서 (출연을) 권유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을 것이니, 반드시 다시 쌀 150,000만석을 갖추어 모자란 숫자를 채워 준비해야 합니다. 대략 계산해서 쌀 300,000만석을 비는 이유입니다. 만일 쌀을 내려주신다 하더라도 지금 또 모든 수량을 배로 운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일 장래에 진휼용으로 다 쓰지 못한다면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살펴 주십시오.
據紹興府申到撥下諸縣米數, 總計二十一萬二千餘石. 除嵊縣六萬八千餘石係排日糶濟外, 餘縣十四萬三千餘石係間日糶濟, 竊恐饑民一日止得半升之米, 不能存活. 今欲依嵊縣例排日糶濟, 卽合更用十四萬三千餘石. 又聞官吏抄剳不無漏落, 又慮流民却回復業, 兼數內所稱摺運, 乃是三摺之數, 將來米價日增, 及有往來脚費, 風波滯留, 不無欠折. 又本府民貧, 勸諭所得, 恐亦不多, 須更備米十五六萬石, 準備添貼, 所以約計乞米三十萬石. 如蒙撥賜, 今亦未敢盡數般取. 如是將來糶濟不盡, 却行回納. 伏乞睿照.
여러 군에서 기근을 당한 인호들은 매일 떠도느라 일체의 관물을 감당치 못해 재촉을 당합니다. 소흥부의 인호들은 천자의 은혜를 입어 이미 여름 세금[夏稅]에 대해 등급에 따라 방면되거나 재촉을 당하지 않게 되었지만, 오직 구주와 무주는 그 당시에 조정에 보고하는 기회를 놓쳐 인호들이 (소흥부의) 사례에 따라 은택을 입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호부(戶部)와 조사(漕司)는 평상시처럼 주군을 독촉합니다. 주군이 (독촉받은 관물을) 내어 놓을 곳이 없으면 형세상 반드시 속현에서 받아내려 할 것이고, 속현이 내어 놓을 곳이 없으면 인호들이 반드시 그 피해를 입게 됩니다. 천자께서 애달프고 불쌍하게 여기는 뜻을 크게 잃고 있습니다. 그러나 호부와 조사의 독촉을 헤아려 보면 반드시 어쩔 수 없이 지출을 결정한 수량으로서 그만 둘 수 없는 것이 있을 것이니 그 형세상 또 곧장 금지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바라건대 조정에서 호부와 조사가 여러 주에서 응당 발송시켜야 할 돈과 비단의 수량을 모아서 헤아려, 또 내고에서 지출해서 요청에 부응해 주시고, 호부와 조사에게 조칙을 내려 재해를 입은 주현이 못내고 있는 신구 관물에 대해서는 아울러 독촉을 멈추게 하시고, 곧장 명년에 양잠과 보리가 익은 다음에 지난날 못냈던 관물을 한하나 독촉해 처리하여, 시간을 두고 차근히 정리하여 내고로 돌린다 하여도 결코 본래의 수량에서 모자라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들 인호의 이름 아래에 상공할 신구의 관물은 또한 바라건대 주현에 밝게 조칙을 내려 독촉해서 처리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소흥부는 이미 앞의 독촉을 멈추라는 지휘를 받았지만 주현들이 받들어 행하는 것이 건성이고, 또 올해 검방한 이외에 잔여분의 묘미에 대해서는 재촉과 독촉이 엄격하니 또한 바라건대 천자께서 경계하시는 명을 내려 인호들이 수납하는 기한을 넉넉하게 해 주십시오.
一․諸郡荒歉人戶日有流移, 一切官物不堪催理. 其紹興府人戶夏稅已蒙聖慈等第免閣住催, 唯衢․婺州當來失於申奏, 致人戶未蒙依例推恩. 而尸部․漕司催督州都, 亦如平日. 州郡無所從出, 其勢必取於縣, 縣無所從出, 則人戶必有受其弊者, 甚失聖主惻怛哀憐之意. 然計戶部․漕司所催, 必是掯定支遣之數, 有不得而已者, 其勢又不容直行禁止. 欲乞朝廷取會戶部漕司合得諸州解發錢帛之數, 且於內庫支撥應副, 而詔戶部漕司被災州縣所欠新舊官物幷且住催, 直至明年蠶麥熟後, 却將舊欠逐旋催理, 寬作料次, 撥還內庫, 決然不至敢有欠闕. 其人戶名下新舊上供官物, 亦乞明詔州縣未得催理. 其紹興府雖已有前件住催指揮, 竊恐州縣奉行不虔, 及將今年檢放外殘零苗米催督嚴峻, 亦乞聖慈更賜戒約, 令其寬限人戶輸納.
[첩황] 제가 계속해서 들었는데, 소흥부는 비록 관물의 독촉을 멈추라는 지휘를 받았지만 봄 가을 사이에 관리들이 대부분 이미 기한을 앞당겨 재촉을 했기 때문에 민호들은 실제로 천자의 은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제가 직접 듣기로는 본부의 인호들이 마땅히 납부해야 할 정염전(丁鹽錢)․정신절백견(丁身折帛絹)․절백견(折帛綿)․본색견(本色絹)․본색면(本色綿) 이 다섯 가지 항목에 대해서는 산업과 물력이 있거나 없거나를 막론하고 한 명의 정인(丁人)에 대해 900여전을 내라고 하였다는데 내년 봄이 되면 또 독촉하라는 명을 내릴 것이니, 기아의 끄트머리에 진실로 상공해서 납부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어리석은 저는 폐하께 바랍니다. 내년에 납부해야할 돈의 액수 가운데 미리 경감 면제 조치를 행하여 주신다면 관리들로 폐단을 만들지 못할 것이요, 하호들도 참으로 폐하의 은혜를 입게 되어 민심을 안심시키고 천지에 조화로운 기후를 불러 올 것입니다. 폐하의 지휘를 기다립니다.
(貼黃)臣續訪聞紹興府雖蒙指揮住催官物, 而春夏之間, 官吏多已先期催足, 民戶實未盡霑聖恩. 今體問得本府人戶合納丁鹽錢․丁身折帛絹․折帛綿․本色絹․本色綿五項, 不以有無産業物力, 一丁幷納九百餘錢, 來春卽便起催, 饑餓之餘, 實難供納. 臣愚欲望聖慈將來年合納錢數預行蠲放, 庶幾官吏無以作弊, 下戶實被聖恩, 有以慰安民心, 感召和氣. 伏候聖旨.
금년에 가뭄 피해 지역이 광활한데, 단지 호남․광동․광서․절서의 두 세 군은 풍년입니다. 광동에서 바닷길로 절동에 이르는 길은 가깝습니다. 제가 명을 받을 초기에 그 곳의 쌀값이 아주 낮다는 것을 물어서 알고 있습니다. 즉시 공고문을 찍어 사람들을 복건과 광동 두 로의 바다에 인접한 지역으로 보내 쌀장수들을 불러 모으고, 세무 업무를 약속해서 망령되이 역승전 등의 잡물세전을 거두지 못하게 하고, 쌀을 팔려고 가지고 오는 날에는 단지 시가에 의거해서 쌀을 내어 놓게 하고 다시 값을 에누리하지 못하게 하고, 만일 팔리지 않는 것이 있으면 관에서 시가에 의거 사서 모은다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이 이후로 많은 상인들이 좌판을 벌리기 위해 올 것입니다. 다만 제가 애초의 공고문에서 약속한 본 로의 주현 소속의 세장에서 망령되게 그들을 가로막고 세금과 역승전을 거두지 않는다고 한 대목에 대해서는 다시 바라건대 천자께서 엄히 시행하라고 하달해 주시고, 어기는 자들이 있으면 관리가 현행의 조법을 비교해서 거기에 한 등급을 더 가중처벌하게 해 주십시오.
一․ 今年旱地廣闊․只有湖南․二廣及浙西兩三郡豐熟. 而廣東海路至浙東爲近. 臣昨受命之初, 訪聞彼處米價大段低平, 卽嘗印牓, 遣人散於福建․廣東兩路沿海去處, 招邀米客, 許其約束稅務, 不得妄收力勝雜物稅錢, 到日只依市價出糶, 更不裁減. 如有不售者, 官爲依價收糴. 自此向後, 必多有人興販前來, 但臣元榜約束本路州縣稅場不得妄有邀阻收稅及力勝一節, 更乞聖慈申嚴行下, 有違戾者, 官吏幷比見行條法, 各加一等坐罪.
그리하여 내년 6월이 되면 옛날 법제대로 시행하게 하십시오. 쌀을 사들이는 돈은 바라건대 본로의 바다에 인접한 주군에 명을 내려 올해 관에서 쌀을 사들인 돈 및 여러 명목의 세금에서 전용해서 충당해주신다면 거의 상인들에게도 신뢰를 잃지 않을 것이요, 나중에라도 쉽사리 그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혹 다시 조정이 포상의 자격 조건을 정하고 사람들을 모아 판을 일으키고, 여러 로에 명을 내려 권유하는 뜻을 깨우쳐 알리고, 계속해서 미리 본부에 공명고신[空名付身] 수십 장을 내려 보내시고 위 조건대로 미곡을 판매하는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그의 이름을 고신에 써넣게 해주십시오. 이것은 재화를 내다 파는 일이 끝나면 그들은 원래 살던 곳으로 되돌아 가려하고, 하명이 내려오길 기다리지 못합니다. 바로 이런 점이 토착민인 상호들과는 경우가 다릅니다. 천자께서 살펴주십시오.
至來年六月, 却依舊法. 其收糴本錢, 乞許行下本路沿海州軍, 將今年糶過米錢及兌那諸色窠名支撥充應, 庶幾不失信於客人, 向後易爲招誘. 如或更蒙朝廷量立賞格, 召人興販, 行下諸路, 曉示勸誘, 仍先降空名付身數十道付本司, 俟有上件販到米斛之人, 卽與書塡給付. 蓋緣客人糶貨了畢, 便欲歸回元處, 不能等候, 卽與土居上戶不同. 伏乞聖察.
구황 정책은 영갑(令甲)에 나타나 있고, 또 근년에 차례차례 내려온 지휘가 이미 매우 자세합니다. 그러나 관리로 있는 사람들이 받들고 미루어 시행하는 것이 완전한 다음에야 백성들이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물며 금년은 기근이 자주 있었고 관이나 민간이나 창고는 다 바닥이 드러나 있으니 평년에 비해 사태의 성격이 다릅니다. 바라건대 천자께서 특별히 지휘를 내려 본로의 수령 이하의 관리들에게 신칙하시기를 그들이 마음을 다 바쳐 받들어 행하고, 뜻을 다해 미루어 널리 베풀도록 하십시오. 고의로 어기거나 태만히 하면서 공경치 않는 자들은 신이 한 두 사람을 아뢰어 탄핵하게 하고 무거운 처벌을 내리심으로써 나머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갖도록 하십시오. 나이 들어 병들었거나 어리석고 혼미해서 그 정책의 시행을 감당하지 못하는 관리는 또 명단을 써서 아뢰게 하여 다른 벼슬로 전직시키는 것을 허락해 주시고, 아니면 본로의 관리들 가운데 백성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며, 재주와 능력이 믿을만한 사람을 뽑아서 특별히 법에 구애받음이 없이 잠시 임시직으로 파견해 주십시오(예를 들어 형옥과 도적을 잡는 관원은 차출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등의 부류입니다). 계속해서 부필(富弼)과 조변(趙抃)의 예에 의거해서 체직되어 대기 중이거나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거나, 궁묘를 맡고 있는 한가한 관원이나 또 상을 치루는 관원도 선발 파견해서 임시로 일을 주관하게 하고, 일이 다 끝나면 명단을 만들어 보고해서 업적을 헤아려 포상하시되, 승진에 필요한 기간을 당겨서 직급을 올려주는 일과 같은 것들을 행하신다면 관리들은 일에 뛰어들 것이요 백성들은 실제로 이익을 보게 될 것입니다.
一․救荒之政, 著於令甲及近年節次指揮雖已詳悉, 然而全在官吏遵奉推行, 然後民被實惠. 况今年荐饑, 公私匱竭, 比之常歲, 事體不同. 欲乞聖慈特降指揮, 戒勅本路守令以下, 令其究心奉行, 悉意推廣. 其故有違慢不虔之人, 俾臣奏劾一二, 重作施行, 以警其餘. 其有老病昏愚, 不堪驅策者, 亦許具名聞奏, 別與差遣. 却選本路官吏惻怛愛民․才力可仗者, 特許不拘文法, 時暫差權. (謂如治獄捕盜官不許差出之類.) 仍依富弼․趙抃例, 選差得替待闕․宮廟持服官員, 時暫管幹, 事畢, 具名申奏, 量與推賞, 如減磨勘․陞名次之類. 庶幾官吏向前, 人蒙實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