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2. 挽梁文靖公二首
양문정공을 애도하다, 두 수
41
擢第初龍首 과거 시험에 뽑히심 애초부터 용의 머리였고,
登庸再鳳池 거듭 봉황지에 등용되었다네.
心期詎溫飽 마음 속 기약 어찌 따뜻하고 배부름 있겠는가?
身任必安危 몸 맡김 반드시 편안함과 위태로움이었다네.
幾歲調娛政 몇 해 동안 정치 조화 이루어 기쁘게 하였더니,
今年殄瘁詩 올해는 시 곤궁하여 고달파졌다네.
恭惟袞斂意 공손히 곤룡포 염습한 뜻 생각하니,
不盡鑒亡悲 거울 잃은 슬픔 다하지 못하네.
42
䟽寵無前比 은총 나누어주심 전에 비길 바 없고,
騰章又夙心 표장 올림 또한 일찍부터 품은 뜻이라네.
極知求士切 선비 적절히 구할 줄 아주 잘 아셨고,
端爲愛君深 임금 깊이 사랑함 바르게 하였다네.
鹵簿寒笳遠 대신 행차함에 차가운 피리 소리 멀고,
塵埃斷藁侵 흙먼지 남은 원고에 침습하네.
空令殺公掾 공연히 상전 죽이는 아전으로 하여금,
衰涕滿寒襟 눈물 차가운 옷깃 가득 적시게 하네.
43~44. 挽周侍郞二首
주시랑을 애도하다, 두 수
43
德量推容物 덕과 도량 사물 미루어 받아들이셨고,
才猷足濟時 재주와 책모 때 구제하기에 충분하셨다네.
陰功覃遠徼 숨은 공 먼 변경지대까지 뻗어나갔고,
餘算飽雄師 남은 셈 씩씩한 군사 배불리 먹이셨네.
行李淹星歲 관청의 사자로 열두 해 있었는데,
還鄕感羽儀 고향으로 돌아와 일세의 본보기 되심 느꼈다네.
一朝成殄瘁 하루 아침에 시들어 떨어지셨으니,
九牧共償悲 구주의 목민관들 함께 슬퍼한다네.
44
憶昔趨丹闕 생각건대 지난날 붉은 궁궐 항하였는데,
看公上玉除 공 보니 옥 섬돌에 올랐다네.
民飢深獻納 백성들 굶주려 충성스런 말 깊이 아뢰었고,
主聖極欷歔 임금 성스러워 매우 탄식하였다네.
解手寒江闊 차가운 강 넓은데 손 놓으시니,
驚心夜壑虛 밤 골짜기 비어 마음 놀랐다네.
朅來空老淚 가고 옴에 공연히 늙은이 눈물 흘리는데,
無地別輀車 상여 이별할 땅 없다네.
頃年熹以浙東荒政入秦, 適公還自荊鄂, 先一日引對. 具奏沿道所見飢民狼狽之狀, 上感其言, 賑恤可厚. 然熹渡江不旬日, 卽聞公訃. 今者會莽, 又以偵伺失期, 追送不及, 故云
근년에 내가 절동에 흉년이 들어 구제하느라 진땅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마침 공은 형악에서 돌아와 이보다 하루 앞서 임금님의 물음에 답하게 되었다. 길을 따라오면서 본 굶주린 백성들의 낭패를 당한 참상을 두루 아뢰었더니 임금께서는 그 말에 느낀 바가 있어 구휼을 두터이 하셨다. 그러나 내가 강을 건넌 지 열흘이 되지 않아 공의 부고를 듣게 되었다. 이제 아득하게 되었고 또한 시기를 잃었음을 살피어 뒤늦게 보냈으나 미치지 못하였으므로 이렇게 말하였다
45~46. 挽董安人二首
동안인을 추모하다, 두 수
45
雅望推前輩 올바른 인망 전배를 추앙했고,
承家賴女師 가문 이음은 여인의 본보기 힘입었네.
閨門傳懿範 규문에는 훌륭한 품행과 덕성 전하고,
湯沐盛恩私 봉읍지에는 은혜 내림 풍성하였다네.
萬里驂鸞去 만리에 난세 타고 떠나니,
千秋宰樹悲 천추에 무덤의 나무 슬프네.
自應銘婦德 스스로 부인의 덕 명문 지음 응하였으나,
誰與篆豊碑 누가 풍비에 새겨 주겠는가?
46
令尹古循吏 영윤은 옛 후덕한 관리요,
郡君今勝流 군군은 지금의 명류라네.
平生餘事業 평생 동안 하신 일 많았고,
晩歲極熏脩 만년에는 마음 깨끗이 수양 지극하셨다네.
繐帳眞成夢 가는 베 휘장 정말로 꿈 되었고,
靈宸竟不留 길신양일 마침내 남지 않았다네.
遺風被簫挽 남기신 풍도 퉁소로 만가에 입히니,
未覺九泉幽 구천 어두운지 깨닫지 못하겠네.
47. 題霜傑集
상걸집에 적다
先生人物魏晉間 선생은 위진간에 있음직한 인물이요,
題詩便欲傾天慳 시 지으심에 곧 하늘이 아낌 기울이고자 하셨네.
向來無地識眉宇 여지껏 그 모습 알아주는 곳 없었지만,
今日天遣窺波瀾 오늘 하늘에서 물결 엿보게 하였다네.
平生尙友陶彭澤 평생을 위로 팽택현령 도연명 벗삼아,
未肯輕爲折腰客 기꺼이 가볍게 허리 굽히는 나그네 되려하지 않았다네.
胸中合處不作難 가슴 속에서 합치되는 곳 어려움 일으키지 않으셨고,
霜下風姿自奇特 서리 아래의 풍모와 자태 절로 기특하다네.
小儒閱閥金匱書 하찮은 선비 공로 금궤짝에다 글로 써보니,
不滯周南滯海隅 주남에 머무시지 않았는데 나는 바다의 한 모퉁이에 머물렀다네.
枌楡連陰一見晩 느릅나무 그늘 이어짐 한번 봄 늦었으니,
何當挽袖凌空虛 어찌 소매 당기며 하늘 걷어내겠는가?
48. 謝吳公濟菖蒲
오즙이 창포를 보내줌에 감사하다
翠羽紛披一尺長 비취빛 깃털 한 자 길이로 어지러이 피었는데,
帶煙和雨過書堂 안개 띠고 비에 맞춰 서당 지나네.
知君別有臞仙種 그대 따로 바짝 마른 신선 혈통 있음 알겠으니,
容易難敎出洞房 쉬움 깊은 방 나가게 하기 어렵네.
49~50. 易二首
주역, 두 수
49
立卦生爻事有因 괘 서고 효 생기는 일 까닭 있으니,
兩儀四象已前陳 양의와 사상 이미 앞에 펼쳐 있다네.
須知三絶韋編者 모름지기 가죽 끈 세 번 끊어짐 안다면,
不是尋行數墨人 행간에서 몇몇 글자나 찾는 사람은 아니리.
50
潛心雖出重爻後 마음 가라앉힘 비록 효 겹친 뒤에 나오지만,
著眼何妨未畫前 눈길 둠 어찌 그림 긋기 이전 방해되겠는가?
識得兩儀根太極 양의 태극에 근본함 알 수 있다면,
此時方好絶韋編 이때 가죽끈 끊어짐 바야흐로 좋다네.
51~52. 客來, 二首
객이 오다, 두 수
51
客來何處覓紅雲 나그네 어디서 와서 붉은 구름 찾는가?
唯見風前萬點春 보이느니 바람 앞의 만 송이 봄 꽃이라네.
心賞未妨隨處好 마음 속 감상 곳에 따라 좋아짐 거리끼지 않고,
綠楊陰裏換綸巾 푸른 버드나무 그늘에서 윤건 바꿔 쓴다네.
52
悵望君家嶺上雲 슬피 그대 집 재 위의 구름 바라보고,
便携佳友去尋春 곧 아름다운 벗 데리고 봄 찾으러 가네.
論詩劇飮無他意 시 논하고 흠뻑 마심 다른 뜻 없으니,
未管殘紅落佩巾 남은 붉은 꽃 허리에 찬 수건에 떨어짐 개의치 않네.
53. 題沈公雅卜居圖
심도의 「복거도」에 적다
往者仲長子 지난 날 중장통,
高情世無儔 고상한 마음 세상에 짝할 이 없었다네.
一朝謝塵躅 하루 아침에 속세의 자취 떠나,
卜築娛淸幽 살 곳 정하여 집 짓고 맑고 그윽함 즐겼다네.
茆屋八九間 띠집 여덟 아홉 칸에,
下有良田疇 아래로는 좋은 밭과 두둑 있다네.
後簷果垂實 뒤뜰 처마에는 과일 열매 드리우고,
前庭樹相樛 앞뜰에는 나무 서로 얽혀 있다네.
勝日賓友來 놀기 좋은 날 손님이며 벗 와,
琴觴共舒憂 거문고 타고 술잔 돌리며 함께 근심 편다네.
言論覆幽妙 말하고 담론함 그윽하고 오묘함 덮고,
理亂窮端由 다스려짐과 어지러움 단서와 연유 궁구하였다네.
至今一卷書 지금껏 한 권의 책,
凜然昭千秋 늠연히 천추에 빛난다네.
沈侯經濟業 심후의 세상 다스리고 구제하는 일,
夙尙本林丘 일찍부터 숲과 언덕에 근본함 숭상하였다네.
談笑出幻境 웃고 말하며 허환한 경계 곳 벗어났고,
寤言躡斯遊 대화하는 가운데 이런 놀이 이루었네.
仰睇白石崗 우러러 백석산 언덕 곁눈질하고,
俯濯靑瑤流 숙이어 푸른 구슬 같은 물결에서 씻는다네.
曠然宇宙外 드넓은 우주의 바깥,
邈矣將焉求 아득하여라, 장차 어디서 구하겠는가?
54. 武林
무림
春風不放桃花笑 봄바람 복사꽃 피어 웃게 하지 않고,
陰雨能生客子愁 음침한 비는 나그네 근심 곧잘 생기게 하네.
只我無心可愁得 다만 나 무심하기만 하다면 근심 생기겠는가?
西湖風月弄扁舟 서호의 바람과 달 속에 조각배 타고 놀리.
55. 桐廬舟中見山寺
동려의 배 속에서 산사를 보다
一山雲水擁禪居 온 산의 구름과 물 산사를 둘러싸고,
萬里江樓遶屋除 만리 강가의 누대는 집앞의 섬돌을 두르네.
行色怱怱吾正爾 총총한 행색은 바로 나의 모습인데,
春風處處子何如 봄바람 곳곳에 부니 그대는 어떠한고?
江湖此去隨漚鳥 이곳 강호를 떠나 갈매기를 따르며,
粥飯何時共木魚 죽과 밥은 언제나 목어와 함께 하려나.
孤塔向人如有意 외로운 탑 사람들에게 무슨 뜻이라도 있는 듯 하니,
他年來借一蘧蒢 훗날 와서 대자리 하나 빌려보리.
56. 伏讀尤美軒詩卷謹賦一篇寄呈伯時季路二兄
엎드려 우미헌의 시권을 읽고 삼가 한 편을 지어 백시와 계로 두 형에게 부친다
我聞洞巖遊 내 동암의 놀이 들었는네,
結友事臨眺 벗 맺어 내려다봄 일삼았다네.
浮言妨勝踐 근거 없는 말 빼어난 경치 가서 봄 가로막아,
悵望空永嘯 슬피 바라보며 부질없이 휘파람 부네.
歸來眩奇語 돌아오니 기이한 말에 아찔하여,
更欲窮교窱 다시 깊고 그윽한 곳 다하고 싶네.
却尋兩翁意 오히려 두 늙은이 뜻 찾아,
宴坐得觀照 한가로이 앉아 관조 터득하였다네.
鳴泉俯淙琤 울리는 샘 고개숙여 보니 옥소리 쩔렁이고,
穹石仰蒼峭 큰 바위 우러르니 검푸르고 가파르네.
共與前創古 모두 전인이 세운 것과 함께 오래되었고,
三歎遺墨妙 여러 번 남긴 묵적 절묘함 탄식하네.
神遊恍不隔 정신 노님 황홀하여 막히지 않고,
仁宅忻有要 인이 깃드는 집 흔쾌히 요령 얻었다네.
回首鹿門期 녹문산 기약하며 고개 돌리니,
寒雲生遠嶠 차가운 구름 산봉우리에서 생겨나네.
熹自林泉紹德寒巖之行, 而同行有不欲者, 遂已. 詩卷之首, 卽東萊舍人呂公·上饒尙書汪公軒, 蓋玉水工部喩公所書
나는 스스로 임천․소덕․한암으로 가려다가 동행 중에 내켜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 마침내 그만 두었다. 시권의 첫머리는 동래 사람 사인 여공과 상요 사람 상서 왕공헌인데, 대체로 옥수 사람 공부 유공이 쓴 것이다
57. 熹次延之年兄韻, 敬題紹德菴眞如軒, 寫呈伯時·季路二兄
내가 우연지 형이 지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지어 소덕암의 진여헌에 삼가 쓰고 백시와 계로 두 형에게도 적어 드린다
先生可是愛吾廬 선생 가히 나의 오두막 사랑하셨으나,
來往隣菴幾閏餘 이웃의 암자 왕래하신지 그 얼마이신가?
栢下竟開千歲室 잣나무 아래 마침내 천 세대 갈 집 열렸는데,
竹間猶揷萬籤書 대숲 사이에는 오히려 만 권의 책 꽂혀 있네.
悲凉共識臨風處 슬프고 쓸쓸함 함께 알았네, 바람맞는 곳에서,
遊戱誰知落筆初 장난 누가 알리오? 처음 붓 대었을 때.
寄語山靈勤守護 산의 정령에게 말 부치나니 부지런히 지키시어,
莫將題柱比相如 기둥에 적은 것 부디 사마상여와 비교하지 마소서.
58~59. 益公道人相見信安道溫陵舊遊出示近詩因次其韻
익공도인과 신안에서 만났는데 온릉에서의 옛 놀이를 말하며 지은 시를 꺼내어 보여주므로 이에 그 각운자를 써서 짓는다
58
別來幾度見歸鴻 헤어진 후 기러기 돌아감 몇 번이나 보았던가?
歲月悠悠一夢中 세월 한 꿈속에서 유유히 흘러가네.
莫道相望湖海闊 서로 바라며 호수와 바다 넓다고 말하지 말게나,
爭知千里不同風 천리에 바람 같지 않음 어찌 알겠는가?
59
一身千里伴征鴻 이 한 몸 천리에 날아가는 기러기 짝하는데,
北去南來羈旅中 나그네 살이 하는 중에 북으로 가고 남으로 오네.
珍重故人相認得 진중하게나, 옛 친구 서로 알아줌,
新詩重擧舊家風 새 시 거듭 들어보니 옛 집의 유풍 있다네.
60. 次益老韻
익로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乾坤極處無今古 건곤의 지극한 곳 예와 지금 없고,
道術多岐自短長 학술의 갈래 많음 스스로 단점과 장점 있다네.
儻有新思還告我 만약에 새 생각 있다면 또 내게 알려,
不應無鴈到衡陽 기러기 형양에 이르지 않는 일 없도록 해야하리.
61. 秋日
가을날
一雨生凉杜若洲 한바탕 비로 두약의 모래섬은 서늘해졌는데,
月波微漾綠溪流 물결에 비친 달 가볍게 출렁이며 푸른 시내로 흐르네.
茅簷歸去無塵土 띠집으로 돌아오니 흙먼지 없는데,
淡薄閑花遶舍秋 담박하게 핀 한가로운 꽃들이 가을 집 두르네.
62~63. 放船二首
배를 띄우다, 두 수
62
浩蕩淸江水 맑은 강물 호탕한데,
依微綠樹風 푸른 나무에 부는 바람 가볍기만 하네.
解維春雨外 봄비 내리는 바깥에서 밧줄 풀고,
弭棹夕陽中 저녁 놀 속에서 노 멈춘다네.
江草生新徑 강의 풀 새 오솔길에 나고,
巖花點舊叢 바위틈의 꽃 옛 떨기에 점점이 있네.
詩翁不愁思 시 짓는 늙은이 생각 근심스럽지 않으니,
逸興莽何窮 빼어난 흥취 아득하여 어찌 끝이 있으리.
63
疇昔淸溪峽 지난 날 청계협에서는,
船頭戱彩翰 뱃머리에서 아름다운 새 놀렸다네.
十年空往事 십 년 동안 갔던 일 부질없고,
一夢記前灘 한 꿈에서 앞 여울 기억하네.
陡絶垂蒼壁 깎아지른 듯 검푸른 절벽 드리우고,
澄虛列翠巒 맑고 먼 비취빛 봉우리 늘어서 있네.
今宵詩卷裏 오늘 밤 시 두루마리 속에서,
重得縱遐觀 다시 멀리 떠나는 광경 얻었다네.
往年泛舟此峽, 有水鳥數十翔, 集舟前, 舟至轉起, 若相導十餘里乃散
지난해 이 골짜기에서 배를 띄우고 놀 때 물새 수십 마리가 배 앞에 모여 있다가 배가 이르자 돌아서 날아오르는 것이 서로 십여 리나 이끄는 듯하다가 흩어졌다
64. 水調歌頭
수조가두
富貴有餘樂 부귀하면 즐거움 남음이 있고,
貧賤不堪憂 빈천하면 근심 견디지 못한다네.
誰知天路幽險 누가 하늘의 도리 어둡고 험함 알겠는가?
倚伏互相酬 화와 복 서로 주고 받는다네.
請看東門黃犬 동쪽 성문의 누런 개 보고,
更聽華亭淸唳 또 화정의 맑은 눈물 들어보게나.
千古恨難收 천고의 한 거두기 어렵다네.
何似鴟夷子 어찌 치이자처럼,
散髮弄扁舟 머리 흩뜨리고 조각배 타고 놀겠는가?
鴟夷子 치이자는,
成覇業 패업 이룸에,
有餘謀 지모 충분하였다네.
收身千乘卿相 몸 거두어 천승의 경상 되어,
歸把釣魚鉤 돌아가 낚싯대 드리우고 고기 낚았다네.
春晝五湖烟浪 봄날 낮에 오호에 안개와 물결 일고,
秋夜一天雲月 가을 밤엔 온 하늘에 구름과 달이요,
此外儘悠悠 이외에는 모두 유유하다네.
永棄人間事 인간 세상의 일 영원히 버리고,
吾道付滄洲 나의 도 창주에 기탁하려네.
65. 次袁機仲韻
원기중이 지은 사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長記與君別 그대와의 이별 오래도록 생각나는데,
丹鳳九重城 붉은 봉황 아홉 겹 궁성에서였다네.
歸來故里愁思 고향으로 돌아와 근심스레 생각하며,
悵望渺難平 아득하여 평평해지기 어려움 슬피 바라보네.
今夕不知何夕 오늘 저녁 어떤 저녁인지 모르겠고,
得共寒潭烟艇 차가운 못의 안개 낀 배 함께 할 수 있으니,
一笑俯空明 함께 웃으며 물에 비친 밝은 달 숙여보네.
有酒徑須醉 술 있으면 빨리 모름지기 취하여,
無事莫關情 일 없으니 마음에 걸리지 않는다네.
尋梅去 매화 찾아 떠나니,
疏竹外 성긴 대나무 바깥에,
一枝橫 한 가지 비꼈네.
與君吟弄風月 그대와 함께 바람과 달 읊조리고 놀며,
端不負平生 단정함 평생 저버리지 않았다네.
何處車塵不到 어느 곳인들 수레에서 이는 먼지 이르지 않겠는가?
有箇江天如許 하늘 같은 땅 있으니,
爭肯換浮名 어찌 기꺼이 부질없는 이름과 바꾸겠는가?
只恐買山隱 다만 두렵기는 산을 사서 숨어,
却要煉丹成 오히려 단약 달여 이루려 함이네.
66. 滿江紅劉知郡生朝
만강홍. 유지군의 생신날에
秀野詩翁 수야 시 짓는 늙은이,
念故山、十年乖隔 고향 산천 생각하니 10여 년이나 떨어져 있어,
聊命駕、朱門舊隱 문득 멍에 지우라 하니 옛 은거지 대문 붉고,
綠槐新陌 새 길에는 홰나무 푸르다네.
好雨初晴仍半暖 좋은 비 갓 개고 이에 반쯤 따뜻해졌는데,
金缸玉斝開瑤席 금 항아리 옥 술잔에 구슬 자리 펼쳤다네.
更流傳、麗藻借江天 다시 널리 전하여 아름다운 문장 강과 하늘 빌려,
留春色 봄 경치 남겼다네.
過里社 마을의 사당 지나며,
將兒姪 아이와 손자 이끌고,
談往事 지난 일 이야기하며,
悲陳迹 묵은 자취 슬퍼하네.
喜尊前見在 어른 앞에서 아직 살아계심 기뻐하는데,
鏡中如昔 거울 속 모습 옛날과 같네.
兩鬢全欺煙樹綠 양쪽 귀밑머리 안개 낀 나무의 푸르름 완전히 속이고,
方瞳好暎寒潭碧 모난 눈동자 차가운 못의 짙푸름 잘 비치네.
但一年、一度一歸來 다만 1년에 한 차례 한 번 돌아오니,
歡何極 기쁨 어찌 끝이 있겠는가?
67. 回文
회문시
晩紅飛盡春寒淺 저녁에 붉은 꽃잎 다 날려 떨어지니 봄 추위 얕고,
淺寒春盡飛紅晩 가벼운 추위 봄 다 되니 붉은 꽃잎 저녁에 날리네.
尊酒綠陰繁 동이 술에는 짙은 녹색 많고,
繁陰綠酒尊 짙은 그늘에 푸른 술동이 놓여 있네.
老仙詩句好 늙은 신선 시 구절 좋고,
好句詩仙老 좋은 구절 시 짓는 신선 늙은이가 지은 것이라네.
長恨送年芳 꽃다운 나이 보냄 한스러워하고,
芳年送恨長 꽃다운 나이 긴 한탄 보낸다네.
68. 次圭父回文韻
유규보의 회문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暮江寒碧縈長路 저녁 강 차고 짙푸른데 긴 길 얽혀 있고,
路長縈碧寒江暮 길 길고 짙푸름 얽혔는데 차가운 강 저녁 되었네.
花塢夕陽斜 꽃 핀 둑에 석양 비끼고,
斜陽夕塢花 비낀 햇볕 저녁 둑에 꽃 피었다네.
客愁無勝集 나그네 시름 빼어난 경치 모으지 못하는데,
集勝無愁客 빼어난 경치 모으니 나그네 시름 없다네.
醒似醉多情 술 깨니 다정함에 취한 듯하고,
情多醉似醒 정 많으니 취한 듯 깬 듯하네.
69. 用傅安道和朱希眞梅詞韻
부자득과 주돈유의 「진매」라는 사의 운각을 써서 짓다
臨風一笑 바람 맞으며 한번 웃으며,
問羣芳、誰是眞香純白 뭇꽃들에게 묻네, 누가 참된 향기에 순백색이냐고.
獨立無朋算只有 홀로 서서 벗 없음 생각해보니 다만
姑射山頭仙客 막고야산 어귀의 신선 나그네 뿐이라네.
絶艶誰憐 빼어난 아름다움 누가 사랑하는가?
眞心自保 참된 마음 절로 지키는데,
邈與塵緣隔 아득하여 속세의 인연과는 떨어졌다네.
天然殊勝 천연의 모습 특히 뛰어나,
不關風露冰雪 바람이나 이슬, 얼음과 눈 생각 않는다네.
應笑俗李麤桃 응당 웃겠네, 속된 오얏꽃과 거친 복사꽃
無言翻引得狂蜂輕蝶 말 않아도 나부끼며 미친 듯한 벌 가벼운 나비 끌어 얻음
爭似黃昏 황혼과 같이 다툼을.
閑弄影、淸淺一溪霜月 한가로이 그림자 놀리고 맑고 얕은 한 시내의 서리와 달이겠는가?
畫角吹殘 그림 뿔나팔 남은 꽃잎에 불어,
瑤臺夢斷 구슬 같은 누대 꿈 끊어지더니,
直下成休歇 곧장 떨어져 쉬게 되네.
綠陰靑子 푸른 그늘의 파란 열매,
莫敎容易披折 쉬 쓰러지고 꺾이게 하지 말게나.
70. 和西江月
睡處林風瑟瑟 잠든 곳 숲의 바람 솔솔 불어와,
覺來山月團團 깨어보니 산의 달 둥글둥글하네.
身心無累久輕安 몸과 마음 속박되지 않아 오래도록 가볍고 편안한데,
况有淸凉池館 하물며 맑고 시원한 못가의 집이겠는가?
句穩翻嫌白俗 싯구 평온함 도리어 백거이 속됨 싫어하고,
情高却笑郊寒 정조 높아 오히려 맹교 차가움 웃는다네.
蘭膏元自少陵殘 난초 기름 원래 두보 때부터 꺼졌고,
好處金章不換 좋은 곳 금 문장 바꾸지 않는다네.
71. 又
또 짓다
堂下水浮新綠 대청 아래 물에 새로운 푸른 기운 떠 있고,
門前樹長交枝 문 앞의 나무 큰데 가지 얽혀 있네.
晩凉快寫一篇詩 저녁 서늘할 때 한 편 시 시원하게 써내니,
不說人間憂喜 인간 세상 근심과 기쁨 말하지 않네.
身老心閑益壯 몸 늙었어도 마음 한가로워 더욱 씩씩하고,
形臞道勝還肥 몸 말랐어도 도 빼어나고 또 살 졌다네.
軟輪加璧未應遲 부드러운 바퀴에 구슬 장식 더하여 늦지 않을 것이니,
莫道前非今是 예전이 그르고 지금이 옳다고 말하지 말게나.
72. 江檻詞
暮雨朝雲不自憐 저녁 비 아침 구름 스스로 어여삐 여기지 않고,
放敎春漲綠浮天 봄에 물 불어나고 푸르름 하늘에 뜨게 하네.
秖今畫閣臨無地 지금 그림 누각 임하는 곳 없는데,
宿昔新詩滿繫船 잠깐만에 새 시 묶어둔 배에 가득해지네.
靑鳥外 푸른 새는 멀어지고,
白鷗前 흰 갈매기는 다가오는데,
幾生香火舊因緣 향불 몇 번이나 피어올랐으며 인연 오래되었던가?
酒闌山月移雕檻 술 한창 취하였을 때 산의 달 조각한 난간으로 옮겨가는데,
歌罷江風拂玳筵 노래 끝나니 강 바람 대모 자리 떤다네.
73. 又
또 짓다
已分江湖寄此生 이미 강호에 이 생애 맡김 분수에 맞다 여기어,
長蓑短笠任陰晴 긴 도롱이 짧은 삿갓 흐리고 개임에 맡겨두네.
鳴橈細雨滄洲遠 가랑비에 노 울리니 창주 멀고,
繫舸斜陽畫閣明 묶인 배에 해 비끼니 그림 누각 밝다네.
奇絶處 기이하고 빼어난 곳,
未忘情 정 잊지 않았는데,
幾時還得去尋盟 어느 때나 다시 맹세 찾으러 갈 수 있겠는가?
江妃定許捐雙佩 강비 정녕코 한 쌍 패옥 버림 허락하였거늘,
漁父何勞笑獨醒 어부 어찌 수고로이 홀로 깨어 있음 웃겠는가?
74. 浣溪沙. 次秀野酴醾韻
완계사. 유온의 「도미」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壓架年來雪作堆 가지 눌러 근년에 눈 쌓이게 하고,
珍藂也是近移栽 진기한 떨기 또한 근자에 옮겨 심어,
肯令容易放春回 기꺼이 쉽사리 봄 되돌아오게 하겠는가?
却恐陰晴無定度 오히려 흐리고 갬 정해진 법도 없음 걱정하여,
從敎紅白一時開 이에 붉고 흼 일시에 피게 하였으니,
多情蜂蝶早飛來 다정한 벌과 나비 일찍 날아오네.
75. 好事近
호사근
春色欲來時 봄 풍경 오려할 때,
先散滿天風雪 먼저 온 하늘에 눈보라 뿌리네.
坐使七閩松竹 칠민의 대나무와 소나무로 하여금,
變珠幢玉節 구슬 같은 가지와 옥 같은 마디 변하게 하네.
中原佳氣鬱葱葱 중원의 아름다운 기운 빽빽하고,
河山壯宮闕 강과 산에 궁궐 씩씩하다네.
丞相功成千載 승상의 공 천년에 이루어져,
映黃流淸澈 황하의 물결 맑게 비추어지리.
76. 檃括杜牧之齊山詩作水調歌頭
두목의 「제산시」를 손질하여 수조가두를 짓다
江水浸雲影 강물에는 구름 그림자 잠겨 있고,
鴻雁欲南飛 기러기들은 남쪽으로 날아가려 하네.
携壺結客何處 술병 들고 나그네 어디서 교유 맺을까?
空翠眇烟霏 푸른 초목에 안개며 아지랑이 아득하다네.
塵世難逢一笑 속세에서 만나기 어려워 한번 웃는데,
况有紫萸黃菊 하물며 보랏빛 수유며 누런 국화 있겠는가?
堪揷滿頭歸 거뜬히 머리 가득 꽂고 돌아온다네.
風景今朝是 풍경 오늘 아침 괜찮은데,
身世昔人非 신세는 옛 사람 아니라네.
酬佳節 아름다운 절기에 보답함,
須酩酊 모름지기 술에 흠뻑 취함이니,
莫相違 어기지 말게나,
人生如寄 사람 사는 것 맡긴 것과 같으니,
何事辛苦怨斜暉 무슨 일로 고생스럽게 비낀 해 원망하겠는가?
無盡今來古往 지금 오고 옛날 감 끝이 없고,
多少春花秋月 봄꽃과 가을 달은 몇 번이나 지났던가?
那更有危機 어찌 다시 위기 있겠는가?
與問牛山客 우산의 나그네에게 물어보노니,
何必獨沾衣 어찌 반드시 홀로 옷 적시려는가?
77. 南歌子次張安國韻
남가자. 장안국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落日照樓船 떨어지는 해 다락집 배 비추는데,
穩過澄江一片天 편안하게 한 조각 하늘 비치는 맑은 강 지나네.
珍重使君留客意 진중하게나, 사또님께서는 나그네 뜻 유념하시어,
依然 의연하시게나.
風月從今別一川 바람과 달 이제부터 한 냇물로 갈라지네.
離緖悄危絃 이별의 마음 현악 빨라짐에 슬퍼지고,
永夜淸霜透幕氈 긴긴 밤 맑은 이슬 장막의 담요에 스미네.
明日回頭江樹遠 내일 강어귀에서 고개 돌리면,
懷賢 어진 이 그리워하겠지.
目斷晴空雁字連 눈에 개인 하늘 기러기 줄지어 남 보이지 않는다네.
78. 叔懷嘗夢飛仙爲之賦此歸日以呈茂獻侍郞當發一笑
숙회가 일찍이 나르는 신선 꿈을 꾸어 이를 읊어 돌아가는 날 무헌시랑께 드리는데 한바탕 웃을 만하다
脫却儒冠著羽衣 유관 벗어 던지고 깃털 옷 입고서,
靑山綠水浩然歸 푸른 산 푸른 물 호탕하게 돌아오네.
看成鼎內眞龍虎 솥 안의 용과 호랑이 다 보니,
管甚人間閑是非 인간 세상 한가롭건 어니건 상관치 않는다네.
生羽翼 깃 날개 돋아나,
上烟霏 안개와 놀 위로 올라,
回頭秖見冢纍纍 고개 돌려보니 다만 보이는 것 무덤만 첩첩이 이어졌다네.
未尋跨鳳吹簫侶 봉황 타고 피리 부는 짝 찾지 못하겠고,
且伴孤雲獨鶴飛 또한 외로운 구름 짝하여 외로운 짝 난다네.
79. 水調歌頭聯句, 問訊羅漢
「수조가두」 연구를 지어 나한송에게 물어보다
雪月兩相映 눈과 달 둘이 서로 비추고,
水石互悲鳴 물과 돌 서로 슬프게 울리네.
不知巖上枯木 모르겠네, 바위 위의 고목,
今夜若爲情 오늘 밤 정 있는지.
應見塵中膠擾 응당 속세 어지러움 보이는데,
便道山間空曠 산 속 비고 넓었다 말한다네.
與麽了平生 누구와 평생 마치겠는가?
與麽平生了 누구와 평생 마치니,
天命不流行 천명 유행하지 않는다네.
熹 주희
起披衣 일어나 옷 걸치고,
瞻碧漢 짙푸른 은하수 바라보는데,
露華淸 이슬 곱고 맑다네.
寥寥千載 쓸쓸하구나 천년,
此事本分明 이 일 근본 분명하다네.
若向乾坤識易 만약 저번에 건곤의 변화 알았다면,
便信行藏無間 나가고 처함 사이 없으며,
處處總圓成 곳곳이 모두 둥글게 이루어졌음 알리라.
記取淵氷語 깊은 못 살얼음 같은 말 기억하였다가,
莫錯定盤星 저울대의 눈금 그르치지 말게나.
栻 장식
우리말 주자대전
Vol.Ⅱ
제11권~20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