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원전자료/주자서

주자11

황성 2025. 8. 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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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伏蒙致政少傅相公寵賜寄題武夷精舍詩一首拜受捧讀不勝仰歎無以自見區區感幸之誠輒繼高韻繕寫拜呈冒瀆威尊下情恐悚之至

관직에서 물러나신 소부상공께서 총애하여 무이정사 제시(題詩) 한 수를 부쳐 주신 것을 받고, 받들어 읽으며 우러러 탄식을 그치지 않았으나, 스스로 총애를 느낀 작음 마음도 드러냄이 없어, 고아한 운을 이어 정서(淨書)해서 삼가드리지만, 위엄을 모독할까봐 내 마음이 두려움에 움츠러들기만 하네.

 

望斷鈞天白玉都 하늘의 중앙 백옥성은 아득히 사라져 버렸으나

石田茅屋詎應無 돌밭과 띠 집인들 어찌 없을 수 있겠는가?

況蒙一字榮褒袞 게다가 포곤 같은 은총을 한 자 받고 보니

便覺千峰勝畵圖 수천봉우리 화도보다 나은 것 깨닫게 되네.

舊弼詩情高綠野 구필동네의 시정은 푸른 들판보다 더 높으니

狂奴心事只風雩 얽매이기 싫은 사람 심사도 다만 무우대 바람 쐬며 지내고 싶을 뿐.

蒲輪幾日符嘉夢 부들 수레 며칠이나 좋은 꿈에 부합할 수 있을까?

恰有流霞酒一壺 마침 유하주 한 주전자가 있네.

 

舊弼, 公所居坊名, 取答詔語也. 熹近嘗夢公趣召枉臨, 止飮留宿. 翌日登車, 手取几間活人書一帙以行. 意者公當再施醫國之手, 以活斯人乎? 李義山武夷詩有流霞酒一杯之句. 구필은 공께서 사시는 동네이름인데, 답으로 내린 조서에서 취한 것이다. 주희는 근래에 공께서 부름에 응해 경성에 올라가면서 특별히 찾아오신 것을 꿈꾸어서, 마시는 것도 그치고 유숙하였었다. 이튿날 수레에 오르면서 손에는 책상 사이에 있던 활인서 한질을 취해서 갔다. 의도했던 것은 공께서 마땅히 나라를 다스리는 손을 다시 펴셔서 이 사람을 살게 할 것인가?하는 것이었다. 이의산 즉 이상은(李商隱)무이산시에 다만 유하주 한잔만 마셔도 신선이 된다고 한다면, 그날 공중에 소고소리 있으리”(只得流霞酒一杯, 空中簫鼓幾時回)라는 구절이 있다.

 

 

3233. 劉子澄遠寄羊裘, 且有懷仁輔義之語, 戱成兩絶, 爲謝以發千里一笑

유자징이 멀리서 양가죽 갖옷을 보내왔고 또한 회인보의라는 말이 있어 장난삼아 절구 두 수를 지어 감사하며 천리 멀리 띄워 보내며 한번 웃는다.

 

32

 

短棹長蓑九曲灘 짧은 노 긴 도롱이 아홉 구비 여울

晩來閑弄釣魚竿 저녁에 와 한가히 낚싯대 드리운다.

幾回欲過前灣去 몇 번이나 앞쪽 물굽이 치는 곳 가려 했으나

却怕斜風特地寒 오히려 저녁 바람 특히 차가운 것 두려워하네.

33

 

誰把羊裘與醉披 누가 양가죽 갖옷을 취객에게 입혀주는가?

故人心事不相違 오래 사귄 친구의 마음 서로 어긋남 없네.

狂奴今夜知何處 자유분방한 사람 오늘밤 어느 곳에 있는지 아는가?

月冷風凄未肯歸 달도 차고 바람도 서늘한데 돌아가려 들지 않네.

 

 

3435. 過蓋竹作二首

개죽을 지나면서 짓다. 두 수

 

34

 

二月春風特地寒 이월의 봄바람 특히나 차가운데,

江樓獨自依欄干 홀로 강루의 난간에 의지하였네.

箇中詎有行藏意 그 가운데 어찌 세상에 나가고 멈추는 뜻이 있으랴?

且把前峰細數看 잠깐 앞산의 봉우리 자세히 보네.

 

 

35

 

浩蕩鷗盟久未寒 호탕한 속세의 초연한 풍류 오래도록 차지 않아,

征驂聊此駐江干 달리던 말 짐짓 강가에서 멈추었네.

何時每得魚船就 어느 때나 고기잡이배를 사서 타고나가

乞與人間畵裏看 사람들에게 그림 속 같은 세상을 주어서 보게 할까?

36. 送建陽陳丞伯厚還鄕

건양현승 진승백후가 고향에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

 

括蒼雲壑入秋夢 괄창산 구름 산골짜기 가을 꿈에 들고

閩嶺風霜侵鬢絲 민령의 바람과 서리 살쩍에 스며드네.

歲晩未收稽古力 연세 많아도 옛 전적 찾는 힘 거두지 않고

徑荒曾擬賦歸辭 길 거칠어도 마침내 귀거래사 모방해 지으려 하네.

一官坎壈嗟丞負 뜻 얻지 못한 한 관리 배반한 현승 탄식하지만

百歲歡榮慶母慈 백세 되도록 영화(榮華) 기뻐하신 어머님의 자애로움 경하하네.

去步逶迤無慍色 떠나는 걸음 뜻을 얻지 못했으나, 성낸 얼굴빛 없음은

此心惟有古人知 이 마음 다만 옛 사람만 알 수 있으리라.

 

 

37. 拜鴻慶宮有感

홍양궁을 제수 받고 느낀 바가 있어서

 

舊京原廟久煙塵 옛 서울의 별묘 오랫동안 연기와 먼지에 휩싸였는데

白髮祠官感慨新 백발에 제관(祭官)되니 감개가 새롭네.

北望千門空引籍 북쪽으로 수많은 문을 바라보아도 인적(引籍) 쓸데없는데,

不知何日去朝眞 모르겠구나! 언제 송열조의 신위에 배알(拜謁)하게 될지.

 

 

38. 答袁機仲論啓蒙

원기중이 계몽을 논한데 대하여 답함

 

忽然半夜一聲雷 홀연히 한밤중에 한 소리가 크게 우레 치더니

萬戶千門次第開 모든 집들의 문이 차례로 열리네.

若識無心含有象 만약 무 가운데 상이 있음을 안다면

許君親見伏羲來 그대는 친히 복희씨의 뜻 안다 할 수 있으리.

 

半夜一本作平地 반야가 어떤 판본에는 평지로 되어 있다.

 

 

3940. 觀林長仁書卷戲題問答

임장인의 두루마리 그림을 보고 재미삼아 묻고 답한 것을 적다

 

39

 

猿去山空鶴亦飛 원숭이 떠나고 산이 텅 비니 닭도 날개 짓하고

柴門空掩釣魚磯 사립문 부질없이 닫아 놓고 물가 바위위에서 낚시하네.

門前樹葉都黃了 문 앞의 나뭇잎들 모두 누렇게 되었는데

何事幽人久不歸 무슨 일로 은자는 오래도록 돌아가지 않는가?

 

 

40

 

爲愛雲泉百尺飛 폭포 물 백자 나는 것을 좋아 해서

故將茅屋傍苔磯 일부러 띠 집을 이끼 낀 물가 곁에 엮었네.

幾年淸夢黃塵裏 몇 년 동안 누런 먼지 나는 속세에서 아름다운 꿈꾸다

此日秋風一棹歸 이 가을바람 부는 날 노 하나로 저으며 돌아왔네.

 

 

41. 題嚴居厚溪莊圖

엄거후의 계장도에 적다.

 

平日生涯一短篷 평소의 생활 짧은 배와 같고

只今回首畵圖中 지금은 고개를 그림 속으로 돌리네.

平章箇裏無窮事 그 속의 무궁한 일 품평함은

要見三山老放翁 삼산의 방옹을 보고자함이라네.

 

謂陸務觀. 時嚴居厚之官剡中. 육무관을 말하는데, 당시 엄거후는 섬중을 관리했다.

 

 

42. 擬縣補以蟲鳴秋詩

걸어서 연주하는 악기를 본떠 벌레 우는 가을을 보충한 시

 

天籟誰爲主 하늘의 퉁소소리는 누가 주인인가?

乘時各自鳴 때를 타고 각기 스스로 우네.

如分百蟲響 추분(秋分)에 접어드니 모든 벌레들 울고

來助九秋淸 와서 가을의 맑은 것 돕네.

未歇吟風調 바람 읊조리는 곡조 그치지 않았는데

先催泣露聲 먼저 흐느끼는 이슬소리를 재촉하네.

乾坤闢氛氣 하늘과 땅 혼탁한 기운 제거하니

草木斂華英 풀과 나무 꽃들을 거두어들이네.

易斷愁人夢 근심스런 사람의 꿈을 깨도록 하는 것은 쉽지만

難安懶婦驚 게으른 아낙네 놀랜 것 안정시키기는 어렵네.

唯應廣成子 오직 광성자 같은 신선만이

萬感不關情 만물의 느낌에도 마음이 상관하지 않으리.

 

古語云: 絡緯鳴, 懶婦驚見詩疏. 옛말에 귀뚜라미 울면, 게으른 아낙네 놀라네.라고 했는데, 󰡔시경주석에도 보인다.

 

 

43. 挽蔡太博

채태박을 애도하며

 

疇昔相逢地 지난번 상봉했던 곳에서

知君意矯强 알았지! 그대의 의지 강하다는 것을.

旋聞將使指 얼마 전에 사자의 지령을 발 받든다는 소식 들었는데

勁節動朝行 꿋꿋하고 바른 지조 조정의 뭇 신하들 움직이네.

方爲人材喜 비로소 인재된 것 기뻐하니

相期事業長 서로 기약하세! 그러한 재능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如何遽不淑 어찌하여 그렇게 빨리 불행을 당했는고?

未及鬢毛蒼 아직 귀밑머리 희지도 않았는데.

 

 

44. 乙卯八月晦日浮翠亭次叔通韻

을묘년 팔월 그믐날 부취정에서 숙통의 운을 따라 짓다.

 

弱植有孤念 나이 어린 미성년 때는 독특한 포부가 있어

獨往窮名山 홀로 명산을 다해 다녔네.

那知歲月逝 어찌 알았으랴! 세월 가는 것을

白首塵埃間 희끗희끗한 머리로 먼지 나는 속세에 끼여 있네.

今朝定何朝 오늘 아침은 어느 쪽으로 향할까?

憑高睨淸灣 높은 곳에 의지해서 맑은 물굽이를 쏘아보네.

群賢亦戾止 여러 현명하신 분들 또한 오셨는데

共此一日閑 함께 이곳에서 하루를 한가롭게 지내네.

晤言不知疲 면담하느라 피곤한 줄 모르는데

林昏鳥飛還 숲 어두워지자 새들 날아 돌아가네.

勝踐可無紀 즐겁게 유람했는데 어찌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있으랴?

重來諒非艱 다시 온다 해도 분명 어렵지 않으리.

留語巖上石 바위 위 돌에 말들 남기며

毋使門常關 문을 늘 닫지 말도록 했네.

45. 用丘子服弟韻呈儲行之明府伯玉卓丈及坐上諸友

구자복 동생의 시운으로 지어 저행지현령과 백옥탁장 그리고 앉은 여러 친구들한테 드림

 

我是溪山舊主人 나는 계산의 옛 주인이여서

歸來魚鳥便相親 돌아오니 새와 물고기들 곧 서로 친하네.

一盃與爾同生死 한잔 들게나! 그대들과 생사를 함께 하리니

萬事從渠更故新 만사야 다른 것에 맡겨 옛것과 새것을 바꾸지만.

 

 

46. 謹次縣大夫見屬之韻

삼가 현대부의 견촉지에 따라 짓다

 

撫摩凋瘵爲心切 곤궁한 백성을 위로하는 것 마음의 간절함이 되어

摹寫風煙著語親 세상의 속된 일들을 묘사하여 말의 친근함을 드러내었네.

只願從今更無倦 다만 원컨대 지금부터 더욱 부지런하여

淸詩美政逐年新 맑은 시와 아름다운 정치는 해마다 새로움 쫓으려네.

 

 

47. 承事卓丈置酒白雲山居飮餞致政儲丈淑通因出佳句諸公皆和憙輒亦繼韻聊發生中一笑 此題一本作白雲寺送儲柯伯升

승사랑 탁장께서 술자리를 마련해서 백운산거에서 이별주를 마시게 되었는데, 관직에서 물러난 저장과 숙통이 좋은 글귀를 지어내자, 여러 어르신들께서 모두 주희한테 화답토록 하여 운을 이어서 애오라지 좌중을 한번 웃게 했다. 이 시의 제목이 다른 판본에는 백운사에서 저가 백승을 전송하며(白雲寺送儲柯伯升)로 되어 있다.

 

老去讀書秋樹根 늙어서는 떠나 가을 나무아래서 책 읽었는데

山林兒女定誰尊 산림의 아들딸도 누군가는 분명히 존중하겠지?

偶緣送客來僧寺 우연한 인연으로 손님을 전송하러 절간에 왔지만

却似披雲臥石門 도리어 구름을 걸치고 돌문에 누워 있는 듯 하네.

物外秪今成跌蕩 속세 바깥도 지금은 걷잡을 수 없이 방탕한데

人間何處不啾喧 인간세상 어딘들 시끌벅적하지 않겠는가?

一杯且爲陽關盡 한잔은 또 양관의 정으로 다 마시게

雙目從敎別淚昏 두 눈엔 이별의 눈물로 앞을 가리게 하네.

 

東坡賦徐德占,舊居有一爲兒女涴, 始覺山林尊之句. 소동파는 서덕점을 애도하며(弔徐德占)라는 문장을 지었는데, 옛집에는 한번 자녀 때문에 억울한 죄를 덮어쓰고 나서야, 비로소 산림의 존귀함 깨닫네라는 구절이 있다.

 

 

48. 丙辰正月三日贈彭世昌歸山

병진년 정월 3일 산으로 돌아가는 팽세창에게 줌

 

象山聞說是君開 상산 육구연이 듣자하니 그대를 깨우쳐준다는데

雲木參天瀑響雷 구름 같은 나무 하늘을 찌르고 폭포는 우레칠정도로 울린다지.

好去山頭且堅坐 산봉우리를 떠나서도 또 오랫동안 앉아 있기를 좋아 하니

等閑莫要下山來 함부로 산을 내려오지는 말게나.

 

 

49. 和人都試之韻

남의 도시지 운에 화답하며

儲胥聞道落初成 도를 듣고 막 이룬 것이 마치 보루처럼 튼튼하고

共喜兒郞意氣生 젊은이들 의지와 기개 생기는 것 함께 기뻐하네.

初恨雨聲迷疊皷 처음에는 빗소리 원망했었는데 북소리에 빠져들었고

忽驚晴色動高旌 홀연히 갠 날씨에 높은 깃발 움직이는 것에 놀라네.

盤牟入詠詩情壯 반모를 읊조리니 시의 정취 더욱 웅장하고

破的傳觴酒令明 주령에 밝아 전하는 술잔을 요령껏 받아넘기네.

縱使腐儒東鄕坐 설령 썩어빠진 유생이 동쪽을 향해 앉으시더라도

不妨堂上有奇兵 조정에 기병 있으니 무방하리라.

50. 聚星落成. 致政陳丈擧酒屬客出示新詩, 而仲卿朝瑞及劉范二兄, 相與繼作. 熹幸以卜隣得陪勝集, 率爾次韻, 聊發一笑

취성정을 낙성하고 관직에서 물러나신 진소원 어르신께서 술을 들고 손님들한테 새로운 시를 지어내도록 분부하시자, 진소원 어르신의 중경과 조서 두 아들, 유회(劉淮)와 범선(范瑄) 두 형님들은 서로 더불어 이어서 지었지만, 주희는 다행히 좋은 이웃으로부터 배승집을 얻어 갑작스럽게 차운해서 지어 애오라지 한번 웃었다.

 

適親德範仰循循 마침 도덕적인 풍모를 가까이 하여 질서 있는 것을 앙모하는데

遽喜名章肆筆成 황급히 명문장을 좋아 하셔서 제멋대로 썼네.

賸說臺高今勝昔 여전히 말하는 구나! 대가 높아 지금 것이 예전 것보다 훨씬 낫다고

極知星聚暗還明 분명히 알겠네! 별이 모여 어둠에서 밝음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當家翰藻爭春麗 그 집 사람들 문장의 화려한 수식은 봄의 아름다움과 다투고

上客詞源徹底淸 훌륭하신 손님들의 도도히 이어지는 말은 끝까지 맑네.

更共隣翁閑指點 다시 이웃의 늙은이와 함께 한가롭게 지적하고 가리키는데

千峰環合水無聲 수많은 봉우리들 에워쌌지만 물은 말이 없네.

 

 

51. 謹次陳昭遠丈龍洲鄕社高韻幷呈諸兄友

삼가 진소원 어르신의 용주향사라는 고상한 운에 따라 지어서, 아울러 여러 형과 친구들한테 드림

 

幾年社酒醉班荊 몇 년 동안 가시잡초 깔고 마신 사주(社酒)에 취했었는데

此日祠壇喜落成 이 날은 사직단 낙성을 기뻐하네.

誤許俗書輕染汚 신중하지 못한 것 용납하시게! 속된 글자로 경솔히 더럽혔다면

急傳佳語頌登平 급히 전하네! 멋진 말로 등과 평을 기린다고.

年豊已荷天垂慶 하늘이 내린 경사(慶事) 받아 해마다 풍년드니

人傑還欣地炳靈 걸출한 사람들도 땅의 영령 빛나는 것 기뻐하네.

不信隣村是塵境 믿지 말게나! 이웃 마을이 여섯 먼지 세상되는 것을

請看綠水鎖紅亭 보시게나! 푸른 물이 붉은 정자 녹이는 것을

 

 

52. 懷潭溪舊居

담계에서 옛날에 살던 것 그리워하며

憶住潭溪四十年 담계에서 살던 사십 년 생각해 보니

好峰無數列窗前 멋진 봉우리들 수도 없이 창 앞에 늘어서 있었네.

雖非水抱山環地 비록 물이 안거나 산이 두르고 있는 땅은 아니었지만

却是冬溫夏冷天 그래도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한 기후였다네.

遶舍扶疏千箇竹 집 주위에는 천 그루 대 무성하게 휘덮고 있었고

傍崖寒冽一泓泉 곁의 벼랑에는 한 웅덩이 샘 차고 시원하였다네.

誰敎失計東遷繆 누가 잘못된 계책 일러 주어 잘못 동쪽으로 옮겨

憊臥西窗日滿川 고달피 누워 있네, 들판의 해 가득한 서쪽 창가에.

 

 

53. 甘澤應祈一蘇焦槁, 皆昭遠致政宣義丈及仲卿諸友晝夜精虔不出道場之力而昭遠丈惠詩反以見屬非所敢當, 輒依高韻和呈, 以見鄙懷幷簡同社諸兄友

단비가 기우제에 응해 일시에 타들어가고 말라비틀어지는 것을 소생시키자, 진소원과 관직에서 물러나신 선의 어르신, 중경과 여러 친구들이 모두 밤낮으로 도량을 나오지 않고 정성스럽고 공경하게 힘쓰시고, 소원 어르신께서는 시까지 보내주셨는데, 도리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고상한 운에 의지해 화답해서 드리고, 나의 생각을 또 간략히 동사 여러 형과 친구들한테 보인다.

 

精禱由來未浹辰 정성스럽게 기도드린 후 십이 간지 한바퀴 돌지도 않았는데

如何嘉澍便遄臻 어떻게 기뻐해야 하나? 때 맞춰 신속하게 내려준 비를.

誠通幽隱知無間 진실로 깊이 감춰진 것과 통하는데 사이 없음 알겠고

喜動龍天信有因 기쁘게 여러 하늘과 용 귀신을 감동시키는데 까닭 있음을 믿네.

適歎惔焚千畝盡 마침 수많은 밭을 불사르듯이 다 태워버리는 것 한탄하고

忽驚滂潤一時均 홀연히 물대주니 일시에 조절되는 것에 놀라네.

誰云化育流行妙 누가 말하는가? 천지가 만물을 양육시키는 운행이 오묘하다고

只屬乾坤不屬人 다만 하늘과 땅에 속한 것이지 사람에게 속한 것이겠는가?

 

 

54. 奉題李彦中所藏兪侯墨戲

삼가 이언중이 소장하고 있는 유후의 묵희에 적다

 

不是胸中飽丘壑 가슴 속에 언덕과 골짜기를 가득 품지 않고서

誰能筆下吐雲煙 누군들 붓을 대자마자 구름과 안개 피어오르도록 할 수 있겠는가?

故應秖有王摩詰 옛날에는 응당 다만 왕유만 있을 뿐인데

解寫離騷極目天 이소를 풀어 쓰니 온 눈엔 하늘만 가득 차네.

 

 

55. 題劉志夫嚴居厚瀟湘詩卷後

유지부와 엄거후가 쓴 소상시권 뒤에 적다

 

瀟湘門外水如天 소상강 문 바깥은 물의 파도가 마치 하늘과 나란히 출렁이는 듯한데

說著令人意慘然 말하고 지어낸 것이 사람의 마음을 슬퍼 가슴 아프게 하네.

試問登高能賦客 시험 삼아 묻노니 높은 곳에 올라 부를 지을 수 있는 손님은 누구인가?

箇中何以汨羅淵 그 가운데 어떤 것이 멱라강에 뛰어든 굴원의 작품과 비슷하겠는가?

 

余南遊不能過衡山, 但見人說衡州門外泊船處風物令人愁, 未知信否. 因覽此卷, 書以訊之. 내가 남쪽으로 유람을 하면서 형산을 지날 수는 없었지만, 형주문 바깥에 배를 정박하는 곳의 풍물은 사람들을 근심스럽게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믿어야 할지 믿지 말아야 할지는 모르겠다. 이 책을 쭉 읽으면서 써서 묻는다.

 

 

56. 聞蛙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兩樞盛怒鬪春池 두 마리 개구리 몹시 화가 난 듯 봄 연못에서 울음을 다투는데

群吠同聲徹曉帷 뭇 개구리들 한 소리로 울어 새벽 장막까지 지속되네.

等是一場狼藉事 한 바탕 일을 낭자하게 할 때까지 기다렸더니

更無人與問官私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더 이상 묻는 사람이 없네.

 

 

57. 延平水南天慶觀夜作

연평의 수남에 있는 천경관에서 밤에 지음

 

石樓雲臥對江城 구름 낀 석루의 침상에 누워 강을 마주한 성을 대하니

城角吟霜永夜淸 성위에서 갈잎피리로 서릿발 읊조리니 긴 가을밤 맑기만 하네.

料得南枝正愁絶 생각건대 매화는 마침 지극히 근심스러울 때라

不堪聞此斷腸聲 이곳 애끊는 소리 차마 들을 수 없네.

 

 

58. 墨梅

묵화 매화

 

夢裏淸江醉墨香 꿈속의 맑은 강가에서 묵향에 취하노니

蘂寒枝瘦凜氷霜 찬 꽃망울과 야윈 가지가 서릿발에도 꿋꿋하구나.

如今白黑渾休問 지금 희고 검은 것일랑 애당초 묻지 마라

且作人間時世裝 인간세상 위하여 시속 따라 장식함이로다.

 

 

5962. 秋華四首

가을 꽃, 네 수

 

59 木芙蓉

목부용

 

紅芳曉露濃 붉은 꽃은 새벽이슬에 젖고

綠樹秋風冷 푸른 나무는 가을바람에 차구나.

共喜巧回春 한 가지로 마침 봄 돌아 온 것을 좋아하니

不妨閑弄影 한가로이 그림자를 희롱함도 좋으리.

 

 

60. 古所謂蕙, 乃今之零陵香. 今之蕙, 不知起於何時也

옛날에 혜라는 것은 바로 지금의 영릉향이다. 지금의 혜라는 것은 어느 때 그 이름이 생겨났는지 모르겠다.

 

今花得古名 이 꽃 예 이름을 가졌는데,

旖旎香更好 무성한 것이 향기는 더욱 좋네.

適意欲忘言 뜻에 꼭 맞아 말 잊으려 하니

塵編詎能考 낡은 책에서 무엇을 상고할 수 있으리?

61 木犀

목서

 

喬木生夏凉 높이 자란 나무로 여름에도 시원하고

芳㽔散秋馥 꽃향기 짙게 흩뿌려 가을에도 향기롭네.

未覺歲時寒 한해의 때가 차가워지려는 것 깨닫지 못하는 사이

扶疏方遶屋 무성한 나뭇가지와 잎은 바야흐로 집을 에워싸려 하네.

 

 

62

국화

 

靑蘂冒珍叢 푸른 꽃술 진귀한 떨기 무릅쓰고

幽姿含曉露 그윽한 자태는 새벽이슬을 머금었네.

政爾破荒寒 마침 그대 황량한 추위 속에 꽃망울 터뜨렸으니

詎免傷遲暮 뒤늦게 나와 손상됨을 면할 수 있으리오?

 

 

63. 晦翁足疾, 得程道人鍼之而愈, 戲贈此詩

회옹의 각질이 정도인의 침을 맞고 쾌유하여 장난삼아 이 시를 드린다.

 

十載扶行恃短笻 십 년 부축 행보에 짧은 지팡이 믿었더니

一鍼相値有奇功 한번 침 맞으니 마침 신기한 효능 보았네.

出門放步人爭看 문 나설 때 지팡이를 버려두고 걸으니 사람들 다투어 보는데

不是前來勃窣翁 이전의 비틀비틀 걷는 늙은이 아니라네.

6465. 戲答楊庭秀問訊離騷之句二首

양만리가 이소경의 구절을 묻는데 대하여 장난삼아 대답함. 두 수

 

64

 

昔誦離騷夜扣舷 지난날 이소를 외우며 밤에 뱃전을 두드렸을 적에는

江湖滿地水浮天 강호 한 가득 수면 위로 하늘 떠 있더니

只今擁鼻寒窗底 지금은 손으로 코 막고 창틀 아래 움츠리고 있는데

爛却沙頭月一船 모래밭에 버려진 배에 달빛만이 비추네.

 

 

65

 

春到寒汀百草生 봄 되니 차가운 물가에 온갖 풀이 돋아나는데

馬蹄香動楚江聲 아욱 풀 향기 진동하고 초강엔 소리 나네.

不甘强借三峰面 구태여 삼봉 쪽 풍습을 따서

且爲靈均作杜衡 영균을 아욱이라 하고 싶지 않네.

 

佛法不怕爛却, 禪家語也. 杜蘅一名馬蹄香, 本草辨僞藥云: 細辛則杜蘅, 水浸令直.三峰謂華陰也. 불법불파란각은 선종의 말이다. 두형은 일명 마제향이라고 하는데, 󰡔본초강목(本草綱目)』 「위약(僞藥)을 변별함에서 세신이 곧 두형인데, 물이 스며들면 곧게 된다고 했다. 삼봉은 화음산을 가리킨다.

 

 

66. 孝宗皇帝挽歌詞

효종대왕을 애도하는 글

 

阜陵發引, 詔許近臣進挽歌辭. 熹恭惟盛德大業不易形容, 方將攄竭鄙思, 以效萬一, 冥搜連日, 纔得四語, 而忽被閔勞之詔, 罷遣東歸, 遂不敢成章以進. 杜門累年, 每竊私恨. 戊午之春, 大病瀕死, 黙念平生仰孤恩遇, 無路補報, 感激涕泗, 不能自已. 謹因舊篇, 續成十有肉韻, 略敍本末, 以見孤臣亡狀, 死不忘君之意云. 부릉의 발인 때 가까운 신하들에게 애도하는 글을 짓도록 하였는데 희는 생각건대 왕의 성덕대업을 쉽게 형용할 수 없는 바이라 내 생각을 다하여 왕의 성덕의 만분의 일이라도 드러내어 보려고 며칠을 생각하여 겨우 네 마디의 말을 생각했는데 갑자기 휴직의 명령이 내려져 직책을 그만두고 돌아오느라고 마침내 문장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 후 문을 닫아걸고 여러 해를 지내면서 늘 한스럽게 생각하였다. 무오년 봄에 큰 병에 걸려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러 가만히 생각해보니 평생토록 높은 은혜를 입었으면서 갚을 길이 없어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림을 금할 수가 없었다. 삼가 지난날 생각한 글을 바탕으로 하여 16운으로 이어 완성하여 대략 본말을 서술함으로써 외로운 신하가 임금을 잊을 수 없는 뜻을 표현하였다.

 

仗便之便, 一本作更 장편자가 어떤 판본에는 으로 되어 있다.

 

精一傳心妙 정밀하고 한결같이 마음을 전함 오묘한데

文明撫運昌 문덕이 빛나고 시운에 순응하여 창성하게 되었도다.

乾坤歸獨御 건곤을 홀로 거느리게 되었으니

日月要重光 일월이 거듭 빛나려 했도다.

不値亡胡歲 오랑캐 멸망시키는 해 오지 않으면

何由復漢疆 어찌 한의 강토를 회복할꼬?

遽移丹極仗 갑자기 궁전의 붉은 의장 옮기시어

便上白雲鄕 곧장 신선의 고향으로 오르셨네.

九有哀同切 온 나라의 슬픔은 한가지로 간절했으나

孤臣淚特滂 외로운 신하 더욱이 눈물 쏟았네.

詎因逢舜日 어떻게 순임금이 통치하는 날 같은 태평성세를 만났는데

曾得厠周行 일찍이 조정의 한자리에 끼일 수 없었던가?

但憶彤墀引 다만 조정에서의 일 회상해 보니

頻趨黼坐旁 빈번히 임금님을 가까이서 모셨었네.

袞華叨假寵 융숭한 대우와 포상에 외람되게도 은총까지 입어

縞素識通喪 흰 상복은 통상적인 삼년상임을 알게 되었네.

似有鹽梅契 임금님과 제가 소금과 매실 같은 계약관계인가? 했더니

還嗟貝錦傷 도리어 남의 참소에 상해 입게 되었네.

戴盆驚委照 두 가지 일 온전히 할 수 없는데도 밝게 맡기시니 놀라겠고

增秩待行香 봉록을 더해주시며 분향하고 모시도록 했다네.

手疏攄丹悃 소를 올려 마음 속 정성 펼쳐

衡程發皂囊 정사 바로잡으려 의견도 늘어놓았네.

神心應斗轉 임금님의 마음 북두성이 회전하는 것 같이 바뀌셔서

巽令亟風揚 황제의 조칙으로 자주 북돋우어 주셨네.

未答隆儒厚 선비를 우대하는 뜻에 보답도 못했는데

俄聞脫蹤忙 갑작스레 왕위 물려진 소식 들었네.

此生知永已 이 생명 다했음 알겠으나

沒世恨空長 죽어서 한만 부질없이 길이 남겠구나.

內難開新主 궁중에서 어려움 겪어 새 임금 들어서고

遄歸立右廂 속히 들어와 궁전의 오른쪽에 들게 되었네.

因山方慘憺 제왕을 장례지내는 것은 참담했고

去國又愴惶 나라를 떠남도 경황없었네.

疾病今如許 이제 병이 이러하니

形骸可自量 내 모습 헤아릴 만하구나.

報恩寧復日 언제나 은혜에 보답할 수 있을꼬?

忍死續殘章 죽음을 견디면서 남은 추도문을 잇는 도다.

 

 

6769. 詩送碧崖甘叔懷游廬阜兼簡白鹿山長吳兄唐卿及諸耆舊三首

벽애 감숙회가 여산에 유람하러 가는 것을 전송하고 겸해서 백록 산장 오당경형과 여러 명망 높으신 노인들께 편지하는 시 세수

 

67

 

羌廬不見幾經年 여산은 여러 해 보지 못했는데

一話淸游一悵然 한가롭게 유람한다 하니 무척 아쉽기만 하네.

此日送君憑問訊 이 날 그대를 전송하며 안부를 묻는데

千峰影裏舊潺湲 수많은 봉우리 그림자속에 예전처럼 물 졸졸 흐르겠구나.

 

 

68

 

知君掛席下淸江 그대 돛을 올려 출범하여 청강에 내려가는 것 알지만

未見香爐意已降 향로봉에 대한 뜻 이미 떨어진 것 보이지 않네.

直上新泉得雄觀 곧장 신천에 올라가 웅장한 장관을 보면

便將傑句寫長杠 바로 걸출한 시구를 긴 다리마냥 써내려 할 걸세.

69

 

遺君蹤跡莽荊榛 은자의 종적 거친 가시밭에 남겨놓았는데

曾把詩書爲作新 일찍이 시경과 서경으로 새롭게 했었네.

今日總輸吳季子 오늘 설령 오계자를 보내더라도

枕流漱石自由身 흐르는 물을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 하는 자유의 몸이 되리라.

 

諸人已致書者, 此不復及. 此外更有陳勝私在九疊屛下田舍, 彭師范在隔江都昌縣界中, 皆勝士也. 趙南紀病臥城中, 不知今能出入否. 叔懷皆可爲一訪, 致鄙意, 不敢輒以僞跡相汙染也. 山間勝處皆有前賢題詠可尋, 獨新泉近出, 最名殊勝, 非三峽漱石所及, 而余未之見, 故詩中特言之. 黃石巖絶高, 而漱玉之原眼界特曠遠, 余嘗一詣而不能及. 近聞故吏張生棄家居之, 其勇猛精進, 老守蓋有愧焉. 叔懷儻至其處, 試爲物色, 頗存問之爲佳. 여러 사람이 이미 편지를 보낸 것은 여기서 다시 언급하지 않겠네. 이외에도 또 아홉 첩 병풍 아래 전답과 가옥이 있는 진승사가 있고, 강을 마주하고 도창현 경계 가운데 있는 팽사범이 있는데, 모두들 뛰어난 선비들이지. 조남기는 성에 병으로 누웠는데, 요즘은 출입이라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 숙회와 함께 한번 방문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생각만 보낼 뿐, 감히 가장된 자취로 서로 무함하지 못하겠네. 산속의 뛰어난 곳은 모두 전대의 현자들이 경물(景物)을 읊조리고 적어 놓은 것도 찾을 수 있지만, 유독 신천 근처로 나오면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곳인데, 삼협이나 수석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내가 여태까지 그런 곳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시에서 특별히 그곳을 언급하였네. 황석암은 대단히 높고, 수옥의 평원은 시야가 특별히 가없이 넓은데, 내 일찍이 한번 갔었지만, 미칠 수는 없었네. 근자에 들으니 관리를 지낸 장생이 출가해서 지낸다는데, 그가 용맹스럽게 정진하니 늙도록 지키고 있는 내가 부끄럽기만 하네. 숙회가 혹시 그곳에 이르면 시험 삼아 방문해서 찾아뵙고 안부를 묻는 것이 좋을 것 같네.

 

 

7072. 丘子服來訪道間得古梅折以爲贈. 劉叔通江文卿俱來, 各有佳句, 因各次韻爲答. 三首

구자복이 나를 찾아오는 길에서 늙은 매화를 꺾어서 보내왔다. 유숙통, 강문경이 함께 왔는데 각기 시를 지었으므로 각자의 운자에 따라 시를 씀. 세 수

 

70

 

老枝橫出數花新 옆으로 뻗은 늙은 가지에 몇 송이 꽃이 새로 피었는데

誰寄寒齋雪夜春 누가 이 쓸쓸한 집 눈 오는 밤에 봄을 전하는고?

江路猶應有幽伴 강길 따라 가는 길엔 좋은 길동무도 있으련만

祗愁難得賞心人 다만 근심스런 것은 주는 친구는 얻기 어려운 것.

 

用子服韻. 자복의 시운을 썼다.

 

 

71

 

獨樹臨孤岸 외로운 언덕에 홀로 선 나무

橫枝放淺花 옆으로 뻗은 가지에 엷은 색 꽃이 피었네.

不須煩驛使 부디 역사를 번거롭게 하여

正耐雪斜斜 휘날리는 눈을 맞게 하지 말라.

 

用叔通韻. 숙통의 시운을 썼다.

 

 

72

 

西湖居士尋詩處 서호거사 시를 찾던 곳에

今墮軟紅車馬塵 지금은 거마로 연한 붉은 먼지 가벼이 내려앉네.

半樹橫枝空好在 뻗은 가지에 반 넘어 곱게도 피었는데

只應無地覓高人 다만 이를 보아줄 어여쁜 분이 없구료.

 

用文卿韻. 문경의 시운을 썼다.

 

 

73. 用子服韻謝水僊花

자복의 운을 사용해서 수선화에 감사하며

 

水中僊子來何處 수중의 선녀 어디에서 왔는가?

翠袖黃冠白玉英 푸른 옷소매와 노란 관 쓰고 흰 옥 같은 꽃부리를 하고 있네.

報道幽人被渠惱 은자에게 알려주길 도랑에 집적거림을 당해

著詩送與老難兄 시를 지어 늙은 어진 형한테 보낸 것이라 하네.

 

 

74. 引年得請伏蒙致政學士契丈特垂慶問寵以佳篇捧玩之餘感愧亡量輒借高韻少見謝誠伏幸笑攬

노령으로 은퇴하려고 청한 것을 얻자 학사계장을 사직하신 분께서 특별히 축하와 사랑으로 아름다운 작품을 보내주셔서 받들어 그것을 감상한 나머지 감개무량하여 고상한 운으로 진실히 엎드렸더니 다행히 웃으며 잡아 주신 것에 감사하는 것을 작게 드러냄

 

一氣無私物自槃 한 기운에 사사로움 없으니 사물은 절로 커지고

放臣偏荷主恩寬 임금의 지나친 은총으로 신하를 놓아 주셨네!

方慙妄竊老夫號 마침 망령되이 늙은이의 호칭을 몰래 사용한 것을 부끄러워하는데

詎敢重簪博士冠 어찌 감히 무거운 비녀에 박사 관직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身退未妨閑養病 몸은 물러나 한가로이 요양하는 것 무방하고

年豐何幸且偸安 해마다 풍년드는데 무슨 요행으로 일시적인 안일만 꾀하겠는가?

新篇似許參同社 새 작품은 이와 같이 동사(同社)에 참여했으니

願刺仙舟上釣灘 원컨대 신선 배위에서 여울 낚시하는 것이나 풍자하기를.

 

賈生鵬賦大鈞播物, 史記作大專槃物, 索隱云: , 讀作鈞, 槃猶轉也. 義與播同.가생은 복조부(鵩鳥賦)에서 대자연은 만물을 추동해서 발전 변화하도록 한다”(大鈞播物兮)고 했는데, 󰡔사기에는 대전반물로 되어 있는데, 󰡔사기색은에서는 전은 균으로 읽고, 반은 전자와 같은데, 의미는 반자와 같다고 했다.

 

 

75. 蒙恩許遂休致陳昭遠丈以詩見賀已和答之, 復賦一首

마침내 돌아가 쉬도록 허락을 받음에 진소원 어른께서 시로써 축하하시므로 이에 화답하고 다시 한 수를 씀

 

闌干苜蓿久空槃 들쑥날쑥한 거여목만 오래도록 텅 빈 접시에 있지만

未覺淸羸帶眼寬 맑고 말라도 허리둘레 느슨해졌음 깨닫지 못하네.

老去光華姦黨籍 늙으막에 간악한 무리들이 빛을 봐

向來羞辱侍臣冠 이제껏 시신들이 수모를 받았노라.

極知此道無終否 이 도가 끝내 막히지 않음을 아노니

且喜閒身得暫安 한가로운 이 몸 잠시 편안함을 즐기네.

漢祚中川那可料 한나라의 운명 어찌 짐작하리오?

明年太歲又涒湯昆反灘 내년은 또 원숭이 해라네.

 

建隆庚申距今己未, 二百四十年矣. 嘗記年十歲時, 先君慨然顧語熹曰: 太祖受命, 至今八十年矣.歎息久之. 銘佩先訓, 於今甲子又復一周, 而衰病零落, 終無以少塞臣子之責, 因和此詩, 幷記其語, 以示兒輦, 爲之䀌然感涕云. 건륭 경신년은 지금 기미년으로부터 이백사십 연이나 되었다. 일찍이 기억하기에 열 살 때, 선친께서 분개하셔서 돌아보시며 주희에게 태조께서 명을 받으신지 지금 팔십 년이다.고 하시며 오랫동안 탄식하셨다. 선친의 교훈을 마음속으로 감사히 여긴지, 올해 육십갑자하고도 또 일년이 되니 몸은 쇠하고 병들어 영락해지며, 끝내 신하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없어 이 시로 화답하고, 아울러 그 말을 기록해서 자식들에게 보이며, 그로 인해 마음이 아파서 감격하여 울며 말한다.

 

 

76. 己未九日子服老弟及仲宣諸友載酒見過坐間居厚廟令出示佳句歎伏之餘次韻爲謝幷呈同社諸名勝

기미년 구월 중양절 날 구자복 친구와 중선 등 여러 친구들이 술을 지니고 방문했는데, 앉은 자리에서 엄거후 묘령이 아름다운 시구를 꺼내어 보여서 탄복한 나머지 차운해서 사례하고, 아울러 뜻을 같이 하는 여러 명망(名望)있는 선비들에게 드림

 

籬菊斑斑半吐黃 울타리 밑 국화는 노란 꽃을 얼룩덜룩하게 반쯤 터뜨렸고

沜中又報紫萸香 물가에서는 또 자주 산수유 향을 보내네.

輞川有茱萸, 字與 망천에는 주유가 있는데, 자와 자는 같은 글자이다.

裝成令節秋還晩 가절(佳節)을 차린 가을 돎은 늦었는데

撩得高情老更狂 고상한 감정을 일으키는 건 늙을수록 더욱 심해지네.

載酒極知乖勝踐 술을 지니고 온 것 보니 명승지 밟는 것 어그러짐 확실히 알겠고

沾衣却免歎斜陽 옷깃 적시니 도리어 기우는 해를 탄식하는 것 면하네.

是日本約會於周園, 屬予有故不果出, 因集予舍. 이 날은 본래 주원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나에게 재촉을 해도 사정이 있어 끝까지 나가지 않았으므로 나의 집에 모였다.

餘年只恐逢辰少 남은 해 다만 때를 만남이 적어지는 것 두려운데

吟罷君詩引興長 읊조림을 그치니 그대 시 흥을 일으킴 더욱 길어지네.

 

 

7778. 奉和子服老弟黃楊游巖二詩

삼가 자복 친구의 황양유암에 화답해서 지은 두수

 

77

 

聞道黃楊山上頭 듣자하니 황양산 꼭대기는

千峰環抱百泉幽 수많은 봉우리가 둘러싸고 있고 수많은 샘들이 그윽하다 하네.

羨君拄杖年年去 그대가 지팡이 짚고 해마다 가는 것 부러운데

飽看人間萬頃秋 사람들 만 이랑에 펼쳐진 가을을 실컷 보네.

 

 

78

 

游洲巖下水泠泠 유주암 아래 물은 소리가 깨끗하게 잘 들리는데

枕石何妨夢裏聽 돌을 베개 베고 잘 때 꿈속에서 듣는 것을 어찌 방해 하겠는가?

要與他年成故事 그대와 해마다 이야기를 만들려고 하니

謾尋幽處著新亭 그윽한 곳을 찾아 새로운 정자는 짓지 말게!

 

 

79. 和劉叔通懷游子蒙之韻

유숙통이 유자몽을 그리워한 운에 화답해서

 

扣角聽君悲復悲 뿔을 두드리는 그대의 슬프고 또 슬픈 것을 들으니

壯心未已欲何之 원대한 포부는 아직 그만 두지 않았는데 어디로 가려는가?

交游半落丘山外 교유하는 친구는 반이나 언덕과 산 바깥으로 떨어졌는데,

離別偏傷老大時 늙고 나이 들었을 때 이별하니 특별히 슬퍼지네.

尙喜淵潛容賈誼 아직도 깊은 연못에 잠복한 것을 기뻐하고 가의를 좋아 하지만

不須日飮敎袁絲 날마다 마셨던 원사를 본받지는 말게!

病餘我更無憀賴 아픈 나머지 나는 더욱 마음에 답답함이 없어

勉爲同懷一賦詩 힘써 같은 그리움으로 한편의 시를 짓네.

 

余素不能作唐律. 和韻尤非所長. 年來追逐, 殊覺率疆. 子服乃令更爲手寫此三詩者, 不知欲以何用. 晨起書罷, 欲記歲月, 方覺是庚申開基節日. 此亦難逢之會, 感歎久之. 나는 평소에도 당대 시 규율을 지을 수 없는데, 화답하는 운은 더더욱 뛰어난 바가 아니라네. 근년 들어 교제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특별히 마지못해 한 것임을 깨닫네. 자복이 이에 다시 손으로 이 시 세수를 쓰도록 한 것은 어디에 쓸려고 한 것인지 모르겠네. 새벽에 일어나 쓰는 것을 마치고, 시일을 적으려고 하면서 비로소 이 날이 경신년 개국기념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네. 이 또한 만나기 어려운 기회여서 오래도록 감탄하네.

 

 

80. 叔通老友探梅得句不鄙垂示且有領客携壺之約次韻爲謝聊發一笑

숙통 친구가 매화를 탐방해서 아름다운 구절을 얻어 가르침을 청하고 또 손님들을 이끌고 술병을 휴대할 약속을 하여 차운해서 사례하고 애오라지 한번 웃는다.

 

迎霜破雪是寒梅 서리 맞고 눈을 무릅쓰는 매화가

何事今年獨晩開 무슨 일로 금년에는 유독 늦게 피었는가?

應爲花神無意管 응당 꽃신이 고의로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故煩我輩著詩催 우리를 번거롭게 하여 시 짓는 것을 재촉하는 것이리라.

繁英未怕隨淸角 무성한 꽃부리는 두려워하지 않네! 맑은 각() 곡조 따르는 것

疏影誰憐蘸綠盃 성긴 그림자는 누가 불쌍히 여기는가? 푸른 잔에 담긴 것을

珍重南隣諸酒伴 감사하노라! 남쪽 이웃의 여러 술친구들이

又尋江路覓香來 또 강 길을 찾고 향기 찾아오는 것을

 

 

81. 病中承子服老弟同居厚叔通居中居晦諸兄友載酒見過子服有詩牽勉奉和幷呈在席幸發一笑

아플 때 자복 친구가 거후와 숙통거중거회 및 여러 형 친구들과 함께 술을 갖고 방문했는데 자복이 시를 지어 마지못해 화답하고 아울러 함께 앉은 사람들에게 드리니 다행히 한번 웃었다.

 

心期萬壑與千巖 마음은 많은 골짜기와 수많은 바위를 기약하여

屢向君詩得指南 여러 번 그대의 시에서 지침을 얻었었네.

久恨泠然孤宿諾 오래도록 서늘하고 차갑게 예전 약속을 저버린 것 아쉬워했는데

偶逢兀者便同參 우연히 다리 잘린 사람을 만나 곧장 함께 참석하였네.

儻蒙大藥分金匕 만약 단약(丹藥)을 금비(金匕)로 나누어 줌을 입게 된다면

豈羨奇方出玉函 어찌 기이한 처방이 옥함에서 나오는 것을 부러워하겠는가?

誰識留連今夕意 누가 계속 머무르며 아쉬워하는 오늘 저녁의 의미를 알겠는가?

沉痾未散莫回驂 숙환이 해결되지 않으면 견마 이끌고 돌아가지 말기를!

 

子服數有詩言黃楊之勝, 未及往而得足疾, 故有兀者之句. 是夕, 坐客皆以霜寒欲亟歸, 因又有末後句云. 자복이 자주 시에서 황양의 뛰어남을 말했었지만, 가지 못했었고, 발에 질병이 있었기 때문에 올자의 구절이 있다. 이 날 저녁에 앉은 손님들은 모두 차가운 서리로 인해 급히 돌아가려고 했기 때문에 또 마지막 구절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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