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楞伽院李氏山房 능가원의 이씨산방
절계원 서쪽 십리에 있으니, 이공택이 독서하던 곳이다. 소동파의 기문과 시각, 마른 나무의 묵발이 있다. 在折桂西十里, 李公擇讀書處. 有東坡記文詩刻枯樹墨跋
躡石循急磵 바위 오르며 빠른 냇물 따라 가고,
穿林度重岡 숲 뚫고 겹쳐진 언덕 지나네.
俛入幽谷邃 고개 숙이고 그윽한 골짜기 깊은 곳으로 들어와,
仰見奇峰蒼 우러르니 기이한 봉우리가 푸르구나.
李公英妙年 이공이 꽃같이 젊은 시절에,
讀書此雲房 이 산방에서 책을 읽었다네.
一去上臺閣 한번 떠나 대각에 오르시니,
致身何慨慷 몸 바친 것이 어찌 그리도 강개한가?
蘇公記藏書 소공이 남긴 글에는,
文字有耿光 문자마다 빛 번쩍이고,
餘事亦騷雅 남은 일은 또한 시 짓는 것이니,
戱墨仍風霜 장난삼아 써둔 것이 아직 남아 있네.
兩公不歸來 두 분 돌아오지 않고,
歲月忽已荒 세월만 홀연히 많이 흘러갔네.
何用建遺烈 어떻게 남기신 풍모를 세울 수 있을까?
寒泉薦孤芳 찬 샘물 떠서 고상한 분에게 드리네.
65 棲賢院三峽橋 서현원 삼협교
능가원의 서쪽 오 리 지점에 있다 在楞伽西五里
兩岸蒼壁對 양쪽 언덕은 푸른 절벽을 마주하고,
直下成斗絶 곧장 내려와 깎아지는 절벽이 되었네.
一水從中來 한 줄기 물이 가운데서 나오니
湧潏知幾折 솟아나는 물줄기가 몇 굽이인가?
石梁據其會 돌다리는 물결이 모이는 곳에 있으니,
迎望遠明滅 멀리 반짝임을 맞이하여 합하네.
倏至走長蛟 갑자기 이르니 긴 교룡이 달아나고,
捷來翻素雪 빨리 오니 흰 눈이 날리네.
聲雄萬霹靂 소리는 온갖 우레보다 웅장하고,
勢倒千嵽嵲 기세는 온갖 높은 봉우리를 꺾을만하네.
足掉不自持 발이 흔들려 스스로 균형을 잡지 못하니,
魂驚詎堪說 혼이 놀람을 어찌 설명할 수 있으랴?
老仙有妙句 늙은 신선에게 묘한 시구가 있으니,
千古擅奇崛 천고동안 기이한 언덕을 차지하였네.
尙想化鶴來 오히려 생각하네. 학으로 변하여 날아와
乘流弄明月 물결을 타고 밝을 달을 희롱함을,
66 西澗淸淨退菴 서간의 청정퇴암
서현원 서쪽 삼리에 있다. 유응지가 옛날 은거하는 것에 정자를 짓고 황태사의 시어를 취하여 이름지었다. 在棲賢西三里. 劉凝之舊隱作亭取黃太史詩語名之
凌兢度三峽 두려워 떨며 삼협을 지나,
窈窕復一原 구불구불 지나가 한 언덕을 회복하였네,
絶壁擁蒼翠 절벽에는 푸른빛이 쌓여있고,
奔流逝潺湲 사나운 물줄기는 물 흐르는 소리가 멀리 나네.
聞昔避世人 들으니, 옛날 세상을 피한 사람들이,
寄此茅三間 이곳에 의지하여 세 칸의 띠 집을 지었다네.
壯節未云遠 씩씩한 절개는 아직 멀지 않았으며,
高風杳難攀 고아한 풍모는 아득히 잡기 어렵네.
深尋得遺墟 깊숙한 곳에서 유허를 찾을 수 있어서,
縛屋臨淸灣 맑은 만을 바라보며 집을 얽었네.
坐睨寒木杪 앉아서 차가운 나무 가지를 흘겨보니,
飛泉閟雲關 날 듯한 폭포가 구름 빗장을 닫네.
玆游非昔游 이 노닒은 옛날의 노닒이 아니나,
累解身復閑 여러 번 관직을 사양하니 몸이 다시 한가하네.
保此淸淨退 이 맑고 고요히 물러남을 보존함에
當歌不能諼 노래 부르는 것은 마당하나 시끄럽게 할 필요는 없으리.
관직에서 물러난 후 벗과 더불어 유람하며 오랫동안 배회하였다 解印後, 與友生遊集, 徘徊久之
67 臥龍庵武夷祠 와룡암의 무이사
서간의 서쪽 삼리에 있다 在西澗西三里
空山龍臥處 빈산의 용이 누운 곳은,
蒼峭神所鑿 푸르고 우뚝한 신이 판 곳이라.
下有寒潭幽 아래에 찬 못이 그윽하고,
上有明河落 위에는 맑은 은하수가 떨어지네.
我來愛佳名 내가 와서 아름다운 이름을 사랑하여,
小築寄幽壑 조그맣게 집을 지어 그윽한 골짜기에 의탁하였네.
永念千載人 영원히 천년의 사람을 생각하니,
丹心豈今昨 붉은 마음이 어찌 오늘과 어제가 다르랴?
英姿儼繪事 빼어난 자태는 엄숙하게 그림에 그려졌으니,
凜若九原作 늠름하게 구원에서 일어났네.
寒藻薦芳馨 차가운 나물을 제수로 올리고,
飛泉奉明酌 날듯 한 샘물을 제주로 바치네.
公來識此意 공이 이 뜻을 알고부터는,
顧步慘不樂 걸음을 돌아보며 참담하여 기뻐하지 않네.
抱膝一長吟 무릎을 안고 한 번 길게 읊조리니,
神交付冥漠 정신으로 교통함이 명막에 부합하네.
68 萬杉寺 만삼사
와룡암의 서쪽 십 리 지점에 있다 在臥龍西十里
休沐聊命駕 휴가라 마음 내키는 대로 말에 멍에하라 하니,
駕言何所之 마부가 묻기를 어디를 가는고?
行尋慶雲寺 나가서 경운사를 찾아감에,
想像昭陵時 인종 때를 생각해보네.
門前杉徑深 문 앞의 삼나무 길은 울창하고,
屋後杉色奇 집 뒤의 삼나무 색은 기이하네.
空山歲年晩 빈산에 한 해가 저무는데,
鬱鬱凌寒姿 울창한 모습 추위를 업신여기네.
當年雨露恩 그해의 비와 이슬 고르게 내린 은혜,
千載有餘滋 천년 후에도 남은 윤기가 있네.
匠石不敢睨 장석이라도 감히 엿보지 못하니,
孤標儼相持 우뚝한 봉우리가 엄연히 서로 버티고 있네.
절 앞뒤의 삼나무 만 그루는 모두 천성 연간에 심은 것이다. 천자의 명이 있어 벌목하는 것을 금한다. 寺前後杉萬本, 皆天聖中植, 有旨禁剪伐者
更啓石室藏 다시 석실에 감추어진 것을 열어,
仰瞻天象垂 우러러 천자의 형상이 드리워진 것을 보네.
願以淸淨化 바라건대 깨끗함으로 교화하여,
永爲太平基 영원히 태평의 기틀이 되게 하소서.
절에는 인조의 친필 비백서를 소장하고 있는데, 청정이라는 글자가 있다 寺藏仁祖御飛白書, 有淸淨字
69 開先漱玉亭 개선수옥정
만삼사 서쪽 이 리 지점에 있다. 정자는 옛날에 다리 위에 있었는데 지금은 철폐되었다 在萬杉西二里. 亭舊在橋上, 今廢
奇哉康山陽 기이하구나, 강산의 남쪽에,
雙劒屹對起 쌍검봉이 우뚝이 마주 솟았네.
上有橫飛雲 위로는 비스듬히 나는 구름이 있고,
下有瀑布水 아래로는 폭포수가 있네.
崩騰復璀璨 무너졌다 솟구치며 다시 찬란하고,
佳麗更雄偉 아름답고 곱다가 다시 웅장하네.
勢從三梁外 산세는 삼량에서 나와,
影落明湖裏 그림자가 명호 안으로 떨어지네.
平生兩仙句 평소에 두 신선의 시구를,
詠嘆深仰止 읊조리고 탄식하며 깊이 우러렀다네.
三年落星灣 삼년 동안 낙성만에서,
悵望眼空眯 슬프게 바라봄에 눈에는 티끌도 없네.
今朝隨杖屨 오늘 지팡이에 가죽신 끌고,
得此弄淸泚 이곳 맑은 물을 구경하네.
更誦玉虹篇 다시 무지개를 읊은 시를 외노라니,
塵襟諒昭洗 속세의 때 묻은 옷깃이 참으로 맑게 씻겼네.
70 簡寂觀 간적관
개선의 서쪽 오 리 지점에 있으며, 육수정이 거처하던 곳이다 在開先西五里, 陸修靜所居
高士昔遺世 고사가 옛날에 세상을 버리고,
築室蒼崖陰 푸른 언덕 북쪽에 집을 지었네.
朝眞石壇峻 조진하던 돌단은 우뚝하고
煉藥古井深 약을 만들던 옛 우물은 깊구나.
結交五柳翁 오류옹과 교제를 맺어,
屢賞無絃琴 자주 무현금을 감상하네.
相携白蓮渚 서로 백련의 모래톱에서 손을 끌며,
一笑傾夙心 한 번 웃으며 평소의 바람을 기울이네.
晩歲更市朝 늦은 나이에 조정에 다시 나가니,
故山鎖雲岑 옛 산이 구름 덮힌 산을 닫아버렸네.
柴車竟不返 작은 수레는 끝내 돌아오지 않으니,
鸞鶴空遺音 난새와 학이 부질없이 소리만 남겼네.
수정은 만년에 송 명제에게 불리어 건강에 이르렀으며, 숭허관에서 죽었다. 修靜晩爲宋明帝召至建康, 卒于崇虛館
我來千載餘 내가 천년 뒤에 와서,
舊事不可尋 옛일을 찾을 수가 없었네.
四顧但絶壁 사방을 둘러보아도 다만 절벽뿐이니,
苦竹寒蕭槮 첨고죽만 차가운데 쓸쓸히 서있네.
전하기를 대나무를 수정이 싶은 것인데, 그 싹은 이른바 첨고순이라는 것이라고 하였다. 相傳竹是脩靜所植, 其萌卽所謂甛苦筍者
71 歸宗寺 귀종사
간적관의 서쪽 십 리 지점에 있다 在簡寂西十里
金輪紫霄上 금륜봉은 높은 하늘 위에 있고,
實界鸞溪邊 보계는 난계 가에 있네.
往昔王內史 지난날 내사 왕희지가,
願香有餘煙 발원(發願)한 향이 남은 연기가 있구나.
전하는 바에 따르면 절은 왕우군의 고택이라 한다 相傳寺是王右軍故宅
千年今一歸 천년 만에 이제 한 번 돌아오나,
景物還依然 경물은 오히려 변함이 없구나.
澗水旣蕩潏 산골 물은 이미 용솟음쳐 흐르고,
山花亦淸姸 산의 꽃은 맑고도 어여쁘네.
不辭原隰勞 언덕이나 습지에서의 수고도 사양하지 않고
樂此賓從賢 이것을 즐기며 어진 이와 노닐었네.
訪古共紆鬱 옛 사람을 방문하여 함께 근심하였고,
勞農獨勤拳 농사를 권장하며 홀로 간절하고 성실하였네.
憐我乖勝踐 내가 명승지 유람에 차질이 생김을 불쌍히 여기어,
裂牋寄眞詮 편지로 진리의 요체를 보낸 것을 찢어 버렸네.
逃禪公勿遽 은둔하여 참선함에 그대는 급히 하지 마오,
且畢區中緣 끝내 세속의 인연이 있으리라.
이날 나는 일 때문에 어른을 배종하지 못하였다. 是日熹以事不得陪杖屨
72 陶公醉石歸去來館 도공취석 귀거래관
귀종사의 서쪽 오 리 지점에 있다 在歸宗西五里
予生千載後 나는 천년 뒤에 태어나
尙友千載前 처년 전의 옛사람과 벗하네.
每尋高士傳 항상 고사전을 찾을 때마다,
獨歎淵明賢 오직 도연명의 어짊을 감탄하였네.
及此逢醉石 이곳에 이르러 취석을 만나니,
謂言公所眠 공이 잠자던 곳이라 하네.
況復巖壑古 더욱이 다시 바위 골짜기는 오래되어,
縹緲藏風煙 아득히 바람과 놀에 감추어졌네.
仰看喬木陰 우러러 높은 나무 그늘을 바라보고,
俯聽橫飛泉 굽혀 흩날리는 폭포수의 소리를 듣네.
景物自淸絶 경물은 저절로 맑고 빼어나니,
優遊可忘年 한가히 노닒에 나이를 잊을만하네.
結廬依蒼峭 푸른 산비탈에 의지하여 집을 짓고,
擧觴酹潺湲 술잔을 들어 흐르는 물에 제사지내네.
臨風一長嘯 바람을 맞으며 한 번 길게 휘파람 불고,
亂以歸來篇 「귀거래사」로 마무리하네.
73 溫湯 온탕
취석의 남쪽 이 리 지점에 있다 在醉石南二里
連山西南來 이어진 산이 서남쪽으로 내려와,
中斷還崛起 중간에 끊어졌다 다시 우뚝하네.
干霄幾千仞 하늘까지 솟은 곳이 몇 천 길인가?
據地三百里 땅에 걸친 것은 삼 백 리일세.
飛峰上靈秀 날 듯한 봉우리 위는 신령스럽게 빼어나고,
衆壑下淸美 뭇 골짜기 아래는 맑고도 아름답네.
逮玆勢力窮 여기에 이르러 산세(山勢)가 다하였으나,
猶能出奇偉 오히려 기이하고 웅장함을 드러내네.
誰燃丹黃燄 누가 단황의 불꽃을 태워,
爨此玉池水 이 옥지의 물을 끓였는가?
客來爭解帶 객이 와서 벼슬을 그만두기를 다투고,
萬劫付一洗 만 겁의 세월에 한 번 씻네.
當年謝康樂 당시의 사령운은,
絃絶今已矣 지기(知己)가 죽었으니 지금은 그만일세.
水碧復流溫 수벽이 따뜻한 물을 다시 흐르게 하니,
相思五湖裏 서로 오호를 생각하네.
강락의 호중시에 “수벽이 따뜻한 물의 흐름을 그치게 하였다”라고 하였으니 아마 이 물을 보지 못하였던 것인가? 康樂湖中詩云, 水碧輟流溫. 豈未見此水也耶
74 康王谷水簾 강왕곡 수렴
계곡의 입구는 경덕관이며, 온탕의 서쪽 십 오 리 지점에 있다. 계곡을 들러 십 오 리를 더 가면 수렴의 아래에 이른다 谷口景德觀, 在溫湯西十五里. 入谷又十五里至簾下
循山西北騖 산을 따라 서북쪽으로 달리니,
崎嶇幾經丘 험한 산길에 몇 번이나 언덕을 지났던가?
前行荒蹊斷 앞으로 나아감에 거친 산길이 끊어지고,
豁見淸溪流 눈이 확 틔어 맑은 시내가 흐르네.
一涉臺殿古 한 번 오래된 누대와 전각을 지나고,
再涉川原幽 다시 그윽한 내와 언덕을 지나네.
縈紆復屢渡 구불구불 다시 여러 번 지나서,
乃得寒巖陬 이에 차가운 바위 모퉁이에 닿았네.
飛泉天上來 흩날리는 폭포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一落散不收 한 번 떨어짐에 흩어져 모을 수 없네.
披崖日璀璨 언덕에서 솟아난 해는 찬란히 빛나고,
噴壑風颼飅 언덕에서 뿜어지는 바람은 소리나네.
追薪爨絶品 땔나무를 구하여 최고 품질을 물을 끓이니,
瀹茗澆窮愁 차를 끓임에 모든 근심이 사라지네.
敬酹古陸子 삼가 옛 육홍점에게 술잔을 드리나,
何年復來游 어느 날에나 다시 와서 노닐까?
육홍점의 다경에서는 이곳의 물을 등급매기기를 천하제일이라 하였다 陸鴻漸茶經第此水爲天下第一
75 落星寺 낙성사
군의 성 남쪽 호수에 있다 在郡城南湖中
浩浩長江水 넓고 넓은 장강의 물결은,
東逝無停波 동으로 흘러 물결이 멈추지 않네.
及此一回薄 여기서 한번 빙 돌아나가니,
湖平烟浪多 호수는 넓고 안개물결 자욱하네.
孤嶼屹中川 외로운 섬은 물 가운데 우뚝하고,
層臺起周阿 높은 누대는 뜰의 모퉁이에 있네.
晨望愛明滅 새벽에 바라보다 반짝거림을 사랑하고,
夕遊驚蕩磨 저녁에 노닐다 물결이 쓸려감에 놀라네.
極目靑冥茫 눈에 가득 아득히 푸른 하늘이요,
回瞻碧嵯峨 돌아보니 푸르고 우뚝한 산일세.
不復車馬迹 더 이상 거마의 흔적 없고,
唯聞榜人歌 다만 노 젓는 사람의 노래 소리만 들리네.
我願辭世紛 내 세상의 어지러움을 벗어나서,
玆焉老漁蓑 이곳에서 도롱이 쓴 고기잡이로 늙고 싶구나.
會有滄浪子 마침 은자(隱者)가 있어,
鳴舷夜相過 뱃전을 울리며 이 밤에 지나가네.
76. 閏月十一日, 月中坐彭蠡門, 喚船與諸人 共載汎湖, 至隄首, 回棹入西灣, 還分韻賦詩, 約來晩復集 詩不至者浮以太白
윤달 11일, 달빛 아래 팽려문에 앉아 배와 여러 사람을 불러 함께 타고 호수에 나가 둑 가에까지 갔다가 배를 돌려 서쪽 굽이까지 갔다. 돌아와 운을 나누어 시를 짓는데 저녁에 다시 모였을 때 시가 이루어 지지 못한 사람은 태백으로 벌주기를 약속하다
첨판(簽判)은 ‘渺’, 교수(敎授)은 ‘空’, 지현(知縣)은 ‘望’, 오학록(吳學錄)은 ‘桂’, 장의(掌儀)은 ‘明’, 대팽형(大彭兄)은 ‘蘭’, 판관(判官)은 ‘擊’, 남공(南公)은 ‘一’, 소팽형(小彭兄)은 ‘溯’, 언충(彦忠)은 ‘人’, 직경(直卿)은 ‘余’, 공도(公度)은 ‘漿’, 경직(敬直)은 ‘懷’, 위부(衛父)은 ‘天’, 야(埜)은 ‘流’, 회옹(晦翁)은 ‘光’, 태아(泰兒)은 ‘美’·‘棹’·‘方’을 운자로 얻었다.
簽判渺 敎授空 知縣望 吳學錄桂 掌儀明 大彭兄蘭 判官擊 南公一 小彭兄溯 彦忠人 直卿余 公度漿 敬直懷 衛父天 埜流 晦翁光 泰兒美棹方
解組無多日 관직에서 물러날 날 멀지 않아,
歸哉喜欲狂 돌아가리니, 기뻐 미칠 듯하구나.
臨風成邂逅 바람 맞으며 우연히 서로 만나,
載月下滄浪 달을 싣고 푸른 물결을 따라 내려가네.
酌酒傳淸影 술을 따라 맑은 그림자를 전하고,
鳴橈擊素光 노를 삐걱거리며 흰 달빛을 때리네.
它年隔千里 다른 해에 천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此夜莫相忘 부디 이 밤을 잊지 말게.
77. 和林擇之黃雲之句 兼簡同遊諸兄 임택지의 「황운」이란 구절에 화답하고 아울러 함께 논 여러 형에게 보내다.
登覽日云晏 높은데 올라 날이 맑은 것을 보았더니,
歸車眇重岡 돌아오는 수레에서 겹쳐진 언덕을 지긋이 보네.
天風振余旟 온화한 바람은 내 수레 깃발을 흔들고,
夕露沾我裳 저녁 이슬은 아랫도리를 적시네.
數子情未厭 여러 사람의 마음은 아직 흡족하지 않았는데,
春山杳茫茫 봄 산은 아득히 멀어지네.
還瞻長江白 다시 흰 장강을 보고,
逈眺飛雲黃 멀리 나르는 누런 구름을 보네.
當念塵中友 세속에 묻힌 벗을 생각하니,
心期邈相望 마음의 기약을 멀리서 서로 바라네.
無爲跨鴻鵠 공연히 홍곡을 타고서
決起凌靑蒼 날개 떨치어 창공 나르지 말게.
78. 和彭蠡月夜汎舟落星湖 팽려가 달밤에 낙성호에서 배띄우다란 시에 화답하여
長占烟波弄明月 길이 노을 낀 물결을 점유하여 밝은 달을 희롱하니,
此心久矣從誰說 이 마음이 오래되었으나 누구에게 말하리?
只今一舸漾中流 다만 지금 한번 출렁거리는 물결에 배를 띄우니,
上下天光兩奇絶 상하의 천광이 둘 다 기이하고 빼어나네.
回頭忽見西郭門 머리 돌려 문득 서쪽 성곽의 문을 보고,
尙喜蘇仙有遺烈 오히려 소선에게 남은 장렬함이 있음을 기뻐하네.
問予何事却回船 나에게 묻기를, 무슨 일로 배를 돌려
塵土涴君頭上雪 세상의 티끌이 그대의 흰 머리를 더럽히게 하는가?
첫 구는 소상(蘇庠)의 시를 온전히 사용하였다. 소상은 예전에 수서문 밖에 살았었는데 배를 타고 지나가면서 그곳을 바라보았다 首句全用蘇養直詩. 蘇舊居水西門外, 舟行望見其處
79. 熹罷官, 觀康王谷水簾, 夜飮山月軒, 分韻得主字, 奉別送行諸君 내 관직을 그만두고 강왕곡 수렴동을 유람하고 밤에 산월헌에서 술을 마시며 운자를 나누어 시를 짓는데 주자를 얻어 송별 나온 제군에게 바친다
嗟余老不才 아! 나는 늙고 재주도 없으니,
記憶謝明主 현명하신 임금께 감사함을 기억하네.
畀玆山水郡 이 산수의 군을 주시니,
北邇通玄府 북으로 가까이 현부와 통하네.
一官再溫凉 한번 벼슬함에 봄가을이 두 번 지나고,
十日九塵土 열흘에 세속의 티끌에 묻힌 것은 9일이네.
迨玆解章紱 여기에 이르러 인끈(官印) 풀어 놓고,
絶境方快覩 절경을 바야흐로 시원스레 구경하네.
殷勤故人厚 은근한 오랜 벗들의 두터운 정,
追送崖寺古 옛 애사로 전송나왔네.
把酒聽鳴泉 술잔 잡고 샘물 울리는 소리 들으며,
相看淚如雨 서로 바라봄에 눈물이 비 오듯 하네.
80. 遊天池 천지에 노닐다
三年落星渚 삼년 동안 낙성사의 물가에서,
北望天池山 북으로 멀리 천지산을 바라보았노라.
臨風幾浩歎 바람 맞으며 몇 번이나 크게 탄식했던고?
欲往無飛翰 가고 싶어도 나래가 없었다네.
今朝復何朝 오늘 아침은 또 어떤 아침이던가?
陟此靑雲端 이 푸른 구름 끝까지 올랐네.
高尋已奇絶 높이 찾으니 이미 기이한 절벽이요,
俯瞰何其寬 내려다보니 어찌 그리도 넓은가.
西窮濂溪原 서쪽은 염계의 근원에 이르고,
東盡湓城關 동으로는 분성의 관문까지 미쳤네.
渺然滄波外 아득한 푸른 물결 밖에,
淮山碧連環 회산이 푸르게 둘렸네.
我意殊未極 내 생각은 전혀 다함이 없어,
更思出塵寰 더욱이 속세를 벗어나고자 하네.
何當駕輕鴻 언제나 가벼운 기러기를 타고,
八表須臾間 팔방의 끝까지 잠깐만이라도 노닐어보며,
視此長江水 이 장강의 물결을 바라보고,
滔滔儻西還 도도하게 혹 서쪽으로 돌아올까?
81. 觀野燈 들의 등불을 보고
飛螢腐草尋常事 썩은 풀에서 반딧불이 아는 것은 평범한 일이나
作底玆山獨耀芒 어찌 하여 이 산에만 유독 빛이 나는가?
須信地靈資物化 모름지기 알아야하리. 지령이 사물의 변화에 의지하여,
金膏隨處發明光 금고가 곳에 따라 밝은 빛내는 것을.
82~93. 山北紀行十二章章八句 북산 기행 12장. 1장은 8구임.
82
祗役廬山陽 여산 남쪽에 명을 받들어 벼슬하고,
矯首廬山陰 여산 북쪽에 고개를 들었네.
雲峰不可覿 구름 낀 봉우리를 볼 수도 없거늘,
碧澗何由尋 맑은 산골 물을 어디에서 찾을까?
昨朝解印章 어제 아침 인장을 풀고,
結友同窺臨 벗을 맺어 산행을 함께 하네.
盡彼巖壑勝 저 바위 골짜기의 명승지를 모두 구경하니,
滿玆仁知心 이 어질고 지혜로운 마음이 가득하네.
내 윤달 27일 군수직을 그만두고 이날 저녁 성을 나서 나한에서 묵고, 28일에는 백록에서 묵었다. 29일에는 황운관에 올랐다가 삼협을 건너 옥연을 훑어보고 서간에서 쉬다가 서원에서 술을 마신 후 와룡에서 묵었다. 4월 1일에는 개선을 지나 귀종에서 묵었다. 2일에는 탕천에서 목욕을 하고 강왕곡에 들어가 수렴을 보고 경덕관에서 묵었다. 3일에는 청강 사람 유청지·영가 사람 장양경·심양 사람 왕완·주이·장락 사람 임용중·낙양 사람 조희한·회계 사람 진조영·무당 사람 기진경·온릉 사람 오겸선·경릉 사람 허자춘·신안 사람 호신·건안 사람 왕조·장락 사람 여우·진사직·황간·임회 사람 장언선·회계의 승려 지남·명로가 함께 갔다
予以閏月二十七日罷郡, 是夕出城, 宿羅漢. 二十八日, 宿白鹿. 二十九日, 登黃雲觀, 度三峽, 窺玉淵, 憩西澗, 飮西原, 宿臥龍. 四月一日, 過開先, 宿歸宗. 二日浴湯天, 入康王谷, 觀水簾, 宿景德觀. 三日, 與淸江劉淸之子澄·永嘉張揚卿淸叟·尋陽王阮南卿·周頤龜父·長樂林用中擇之·洛陽趙希漢南紀·會稽陳祖永慶長·武當祁眞卿師忠·溫陵吳兼善仲達·廬陵許子春景陽·新安胡莘尹仲·建安王朝春卿·長樂余隅占之·陳士直彦忠·黃榦季直·臨淮張彦先致遠·會稽僧指南明老俱行
83
窺臨事若何 산행의 일은 어떠한가?
請從圓通說 원통의 설을 따르기를 청하네.
逶迤山門路 구불구불 산문에 길이 있고,
悄蒨修篁列 무성하게 긴 대숲이 늘어서 있네.
溪仍侯家名 시내는 제후 집안의 이름을 따왔고,
屋是孱王設 집은 잔왕이 세운 것이네.
何求黍離歌 어찌 서리의 노래를 구하리오?
喟焉傷覆轍 탄식하여 복철을 슬퍼하네.
원통사는 지명이다. 후계는 본래 후씨가 살던 곳인데 이후주가 취하여 절로 만들었다. 다른 기이한것은 없고 다만 물의 오솔길에 대나무가 깊고 무성하여 볼만할 뿐이다. 圓通寺地名 侯溪本侯氏所居. 李後主取以爲寺. 無它奇, 但門徑竹木深茂可觀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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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逢石門雨 가다가 석문에서 비를 만나,
解驂寒澗東 차가운 산골 물 동쪽에서 수레를 쉬었네.
朝隮錦繡谷 아침에 금수곡에 올라,
俯仰春冥濛 봄날의 그윽하고 어두움을 굽어보고 올려 보네.
懸泉忽淙琤 매달린 듯한 폭포가 갑자기 부딪쳐 소리나고,
雜樹紛靑紅 뒤섞인 나무는 푸른빛과 붉은 빛이 어지럽네.
屢憩小亭古 오래된 작은 정자에서 자주 쉬며,
幽探思無窮 그윽이 탐색하니 생각이 다함이 없도다.
석문간은 바로 천지산의 아래에 있는데 작은 암자가 서너 개 있다. 이날 저녁에 이른바 광복암이란 곳에 묵었다. 내일의 등산은 금수곡을 통하여 다시 작은 다리를 건넌다. 다리마다 모두 정자가 있으며 위에는 또한 정자터 둘과 작은 정자가 하나 있다 石門澗正在天池山下, 有小菴三四. 是夕, 宿所謂廣福菴者. 來日登山, 道錦繡谷, 再過小橋. 橋皆有亭, 上又有亭基二, 小亭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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竦身長林端 긴 숲의 끝에서 몸을 세우고,
策足層崖表 층층의 언덕 밖에서 말을 달리네.
仰瞻空界闊 우러러 허공의 광활함을 바라보고,
俯歎塵寰小 내려다 세속의 작음을 탄식하네.
天池西嶔崟 천지의 서쪽은 높고 험준하며,
佛手東窈窕 불수암의 동쪽은 깊고 구불구불하네.
杖屨往復來 지팡이와 신을 신고 갔다가 다시 돌아오며,
憑軒瞰歸鳥 난간에 기대어 돌아오는 새를 바라보네.
금수곡을 다 지나 산을 올라 조금만 높이 가니 더 이상 나무숲이 없었다. 언덕의 비탈을 올라 천지원에 이르니 작은 봉우리의 꼭대기에 돌로 된 못이 있었는데 샘물이 마르지를 않았다. 동쪽으로 불수암을 지나니 돌로 지은 집이 공활하였는데, 그 가운데 우물이 있고 승려들이 낭떠러지에 의지하여 집을 엮어서 거처하고 있었다. 내려와 금수곡에 다다르니 또한 돌로 된 걸상이 있는데 이름이 원공강경대라 하였다 盡錦繡谷, 登山稍高, 無復林木. 坡陀而上, 至天池院, 在小峰絶頂, 乃有石池, 泉水不竭. 東過佛手巖, 石室嵌空, 中有井泉, 僧緣崖結架以居. 下臨錦繡谷, 又有石榻, 名遠公講經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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斯須暮雲合 잠시 사이에 저녁 구름이 모여드니,
白日無餘暉 밝은 태양이 남은 빛이 없도다.
金波從地湧 달빛은 땅에서 솟아나고,
寶燄穿林飛 보배로운 빛은 숲을 뚫고 나네.
僧言自雄誇 승려는 스스로 웅장하다고 말하나,
俗駭無因依 속인들은 의거함이 없다고 놀라네.
安知本地靈 어찌 알리오, 이 땅이 신령스러워,
發見隨天機 천기를 따라 발현하는 것임을.
천지원의 서쪽으로 몇 발짝을 가면 작은 불각이 있다. 아래로는 깎아지른 골짜기를 면하고 있는데 나그네들이 등불을 요청하는 곳이다. 승려들이 말하기를 “등은 기도드릴 때가 아니면 볼 수 없습니다”라 하였는데, 이날은 기도를 드리지 않았는데도 불빛이 깜빡거렸으며 잠시 후 기이한 형상이 되었다. 여러 사람들 중 더러는 망령된 것이라 의심하였다. 나는 승려의 말은 망령된 것이고, 이 빛은 꾸며낼 수 없는 것이니, 아마 땅의 기운이 왕성하여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였다 天池院西數步, 有小佛閣, 下臨絶壑, 是遊人請燈處. 僧云, 燈非禱不見. 是日不禱而光景明滅, 頃刻異狀. 諸生或疑其妄. 予謂僧言則妄, 而此光不可誣, 豈地氣之盛而然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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深尋兩林間 두 숲 사이를 깊이 찾으니,
淸波貫華屋 맑은 물결이 화려한 집을 관통하네.
蓮社有遺蹤 연사에 남은 자취가 있으나,
草堂非舊築 초당은 옛 건축이 아닐세.
修廊餘故刻 긴 행랑에 옛 조각이 남아 있고,
好醜雜珉玉 아름다움과 추함은 아름다운 옥에 뒤섞였네.
亦復記經行 또한 다시 경술과 언행을 생각하니,
深慙後人獨 유독 후인에게 매우 부끄럽구나.
5일 산에서 내려와 동·서림에 이르렀다. 두 절의 서로 거리는 백보도 되지 않았으며 시내가 맑게 치달리며 가로로 그 사이를 관통하였는데, 모두 방장 앞의 행랑에서 아래로 흘러 다른 곳에는 없었다. 백련지는 동림 법당 앞에 있었으며 백공 초당의 터는 절의 동쪽에 있었는데, 오래 전에 허물어져 최근에 다시 몇 칸으로 창건하였는데, 건물이 매우 좁고 누추하였으나 또한 정식 거처는 아니었다. 이 날 이름을 써서 절의 승려에게 부탁하여 함통 장전기석에 새기게 하였다 五日下山, 至東·西林. 兩寺相去不百步, 一溪淸駛, 橫貫其間, 皆自方丈前廊廡下過, 他處所無有也. 白蓮池在東林法堂前. 白公草堂基在寺東, 久廢, 近歲復刱數椽, 制殊狹陋, 然亦非其正處矣. 是日題名屬寺僧刻於咸通莊田記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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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軒復東騖 귀한 수레가 다시 동쪽으로 달려,
祠城部晩遊 사성에서 거느리고 저녁에 노닐었네.
胡然冠蓋集 갑자기 관리들이 모여드니,
不盡心期幽 마음으로 기약한 깊은 뜻을 다하지 못하였네.
夜厭百谷喧 밤에 온갖 골짜기의 시끄러움을 싫어하고,
旦失千峰稠 아침에 온갖 봉우리의 조밀함에 잃어버렸네.
出門有遺恨 문을 나서니 남은 한이 있어,
回首空綢繆 머리를 돌리니 부질없이 답답하네.
저녁에 태평흥국관에 이르렀는데, 당나라 구천사자의 사당이다. 강주 교수 늙은이의 이름은 경인데, 술과 안주를 싣고 와 마을 사람들과 놀았으니 응당 구경문과 그 제생 20여명이 모두 온 듯하다. 晩至太平興國宮, 唐九天使者祠也. 江州敎授翁名卿 載酒肴與鄕人遊, 應如歐景文及其諸生二十餘人皆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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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水誠乃奇 산과 물은 참으로 기이하니,
云誰究終始 누가 처음과 끝을 궁구할 수 있으랴?
曇遠亦何人 구담과 혜원은 또한 어떤 사람인가?
神君豈其鬼 신군은 어찌 그리도 신령한가?
東西妄采獲 동서로 망령되이 채집하여,
誣諂共恢詭 무고하고 아첨하여 함께 황탄하고 괴이하였네.
百世踵謬訛 백세동안 오류를 답습하여
彛倫日頹圯 떳떳한 윤리가 날마다 무너졌네.
동림의 혜원이 공자와 노자의 말을 잡되게 취하여 불교에 덧붙여 일찍이 「사물은 왕은 공경하지 않는다」는 글을 썼는데, 당 명황이 스스로 말하기를, “친히 사자를 만나러 궁전의 뜰로 내려가겠다”라 하니 이로 인하여 이런 말을 하게 되었고 뭇 신하들도 요망한 말을 지어 영합하는 사람이 많았다. 본조에서 궁액과 신호를 하사하고 제거관을 설치하였다. 東林惠遠雜取孔老之言以附佛學, 嘗著沙門不敬王者論, 唐明皇自言親見使者降於殿庭, 因立此言, 而群臣造爲妖妄以迎合者甚衆. 本朝乃賜宮額神號, 置提擧官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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以玆遊覽富 이로써 유람이 넉넉하나,
翻令懷抱傷 도리어 회포가 상하게 하네.
誰哉可告語 누가 고하여 말해줄 수 있으랴?
擧俗昏且狂 온 세상이 어리석고 또한 미친 것을.
乾坤有眞心 하늘과 땅에 참된 마음이 있으며,
日月垂休光 해와 달이 아름다운 빛을 드리웠네.
茫茫宇宙內 아득한 우주에서,
此柄孰主張 이 자루를 누가 주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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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渡石塘橋 북으로 석당교를 지나,
西訪濂溪宅 서로 염계의 집을 방문하였네.
喬木無遺株 큰 나무는 남은 그루터기마저 없고,
虛堂唯四壁 텅 빈 집은 오직 네 벽만 있을 뿐이네.
竦瞻德容睟 몸을 세워 덕망과 용모의 윤택함을 보고,
跪薦寒流碧 바로 앉아 푸르른 차가운 물을 바치네.
幸矣有斯人 다행히 이런 사람이 있어,
渾淪再開闢 혼돈에서 다시 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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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生勞仰止 평소에 힘써 우러렀더니,
今日登此堂 오늘에야 이 당에 올랐네.
願以圖象義 도상의 의미를,
質之巾几傍 곁에서 질정하고자 하였네.
先生寂無言 선생께선 고요히 말이 없으니,
賤子涕泗滂 천한 제자는 눈물이 줄줄 흐르네.
神聽儻不遺 신령한 들음이 혹 버려두지 않아,
惠我思無疆 나에게 은혜를 베푸시니, 생각에 끝이 없으리라.
6일 염계 선생 서당의 초상에 절하였는데, 유자징이 여러 사람을 위하여 태극도의 의미를 설명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선생의 증손인 언경·정경과 현손인 도가 광풍제월정에서 음식을 대접하였다. 六日, 拜濂溪先生書堂遺像, 子澄請爲諸人說太極圖義. 先生之曾孫彦卿·正卿, 玄孫濤, 爲設食于光風霽月之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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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晨江磯寺 밝은 새벽에 강기사에서,
尊酒聊對設 술을 따르며 애오라지 마주하네.
孰是十日遊 누가 열흘 동안 놀다가,
遽成千里別 갑가지 천리 먼 곳으로 이별하였나?
英僚樹嘉政 빼어난 관료들은 아름다운 정사를 세웠고,
素友厲孤節 진실한 벗들은 고상한 절개를 힘쓰네.
努力莫相忘 힘써 서로 잊지 말고,
淸宵共明月 맑은 밤 밝은 달을 함께 하세.
칠일에는 설홍ㆍ왕중걸이 술을 가지고 남강에서 왔는데 다 마시고는 장ㆍ진조영(陳祖永)ㆍ조희한(趙希漢)와 함께 남으로 군으로 돌아갔다. 유청지(劉淸之: 자 청지)ㆍ허자춘(許子春)ㆍ장은 여릉으로 돌아가고, 왕완(王阮: 자 남경)ㆍ주이(周頤: 자 귀보)는 집으로 돌아갔으며, 임용중(林用中: 자 택지)는 호남으로 가고, 나는 왕조(王朝)ㆍ여우(余隅)ㆍ진사직(陳士直)ㆍ황간(黃榦)과 함께 호수의 입구를 지나서 돌아왔다 七日, 薛洪持志ㆍ王仲傑之才携酒自南江來, 飮罷, 與張ㆍ陳ㆍ趙南還軍. 子澄ㆍ許ㆍ張歸廬陵, 南卿ㆍ龜父還家, 擇之之湖南, 予與王ㆍ余ㆍ陳ㆍ黃東渡湖口而歸
우리말 주자대전 8권
1. 買船至演平 拜建康劉公墓 下遂入城 假館梅山堂 感涕有作
배를 사서 연평에 이르러 건강 유공의 묘소를 배알하였다. 내려와 드디어 성에 들어와 매산당을 빌려 묵었는데 느낌이 있어 눈물이 나 짓다.
維舟新歷口 신력 포구에 배를 매어 두고
步上秣陵阡 걸어서 말릉 언덕에 올랐네.
高丘忽嵯峨 높은 언덕이 갑자기 우뚝 솟아
宿草迷荒烟 묵은 풀은 거친 놀에 아득하네.
拜起淚再滴 배알하고 일어나니 눈물이 다시 방울지니
哀哉不能言 슬퍼서 말을 할 수 없네.
驅車且復東 수레를 몰아 다시 동쪽으로 가
借此虛堂眠 이 텅 빈 당을 빌려 잠자네
念昔堂中人 옛날 이 당에 살던 사람을 생각하니
經營幾何年 이곳을 경영한 것이 몇 년이던가?
一旦舍之去 어느날 이곳을 버리고 가버리고
千秋不言還 천년토록 돌아온다고 말하지 않았네
露井益淸渫 노정은 더욱 맑고 시원하며
風林更修鮮 풍림은 더욱 무성하고 선명하네.
思公獨不見 공을 생각하나 오직 보지 못하니
涕下如奔川 눈물 떨어지는 것이 시냇물 흐르듯 하네
感慨西州門 서주문에 강개함을 느끼고
愴恨山陽篇 산양편에 슬퍼하고 한스러워하네
晤歎日隱樹 탄식함에 해는 나무사이로 숨고
悲歌月當軒 슬피 노래함에 달은 난간에 떠있네
堂堂忠孝心 당당한 충효의 마음은
終古諒弗諼 영원토록 진실로 속이지 않았네
尙與吳門子 위로 오문자와 함께
歸來故山巓 고향 산으로 돌아갔네.
2~3. 晩雨凉甚 偶得小詩 請問遊山之日幷請劉平父作主人二首
저녁 비가 매우 서늘한데 우연히 짧은 시 한 수를 지었다. 산에 놀러갈 날을 묻기를 청하고 아울러 유평에게 주인이 될 것을 청하였다. 두 수
2
幾年不踏仙洲路 몇 년이나 선주의 길을 밟지 못했던가?
夢入靑藤古木間 꿈속에 푸른 등나무와 오랜 나무 사이로 들어가네.
好趂新秋一番雨 즐거이 초가을 한바탕 빗속을 따라가
晝寒亭下弄潺湲 주한정 아래에서 흐르는 물을 희롱하네.
3
廬阜歸來祗短笻 여산 언덕으로 돌아옴에 단지 짧은 지팡이 뿐이나
解包茶茗粗能供 차를 가져와 거칠게나마 대접할 줄 아네
若須載酒邀賓客 만약 술을 실고 와 손님을 맞이하게 해 준다면
付與屛山七者翁 병산 칠자옹에게 나누어 주리라
4. 宿密菴分韻賦詩 得衣字
숙밀암에서 운자를 나누어 시를 짓는데 ‘衣’자를 얻다
不到仙洲歲月移 선주에는 이르지도 못하고 세월만 흘렀기에,
携壺特地款巖扉 특별한 곳으로 술병을 들고 와 바위문을 두드리네.
已驚素雪淸人骨 이미 흰 눈이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함에 놀랐고,
更喜蒼烟染客衣 다시 푸른 안개가 옷깃을 물들임에 기뻐하네.
新賞不妨頻徙倚 새로운 볼거리는 자주 찾아와도 무방한데
舊題何事獨噓嚱 옛 글들은 무슨 일로 홀로 탄식하는가?
明朝馹騎黃塵裏 내일 아침에는 티끌 세상으로 달려가리니,
莫待迷塗始賦歸 길 잃은 뒤에야 「귀거래사」 부르지 말게나!
5. 讀子厚步月詩, 時方聞呂伯恭訃. 後數日, 賦此
황수(黃銖)의 「달빛에 거닐다」라는 읽다가 때마침 여조겸의 부음을 들었다. 며칠 뒤에 이 시를 읊다
晩步曲池上 저녁에 곡지 가를 걸으니
西風吹我裳 서풍이 내 옷에 불어오네.
仰觀天宇闊 우러러 하늘의 넓음을 보고
愛此明月光 이 밝은 달빛을 사랑하네
念我素心人 내가 평소 마음에 둔 사람을 생각하니
眇焉天一方 아득히 하늘 저 끝에 있네
沒者永乖隔 죽은 사람은 영원히 떨어져 있고
存者爲參商 산 사람도 만나기 어렵네
飄零百歲期 죽어 백년 뒤를 기약하니
寂寞幽鬢霜 쓸쓸하게 머리카락이 희어지네.
還坐三太息 다시 이 때문에 두어 번 탄식하니
高林鬱蒼蒼 높은 숲은 울창하고 푸르네.
6. 次子厚秋懷韻 황수(黃銖)의 「추회」시에 차운하다
秋風何方來 가을 바람이 어느 곳에서 불어와
爲我滌殘暑 나를 위하여 남은 더위를 씻어 주는가?
庭梧亦何與 뜰의 오동나무는 또한 무슨 상관이 있기에
索索終夜雨 쓸쓸히 밤새도록 비가 내리나?
冥思感物變 그윽히 생각함에 사물의 변화에 느낌이 있으니
念此離索苦 사람들 곁을 떠나 쓸쓸히 사는 괴로움을 생각하네
浩蕩信莫量 넓음은 진실로 헤아릴 수 없으니
幽紛那得覩 정미함을 어찌 볼 수 있으랴
丁年舍我去 젊은 나이에 나를 버리고 떠나가니
憔悴故其所 옛날에 있던 곳이 생기를 잃었네
廓落濟時心 넓고도 큰 당시를 구제할 마음
頹然復安取 무너지니 다시 어디에서 구할까?
永懷平生友 평생의 벗을 영원히 기억하니
夢想見眉宇 꿈에도 생각함에 눈썹 사이에 보이네
今晨枉秀句 오늘 새벽 아름다움 시구를 보내 주시니
爛若朝霞擧 화려함이 아침 놀이 걷히는 듯하네
去去同采芝 멀리 가서 함께 지초를 캐고자
高軒坐凝佇 높은 난간에 우두커니 앉아 있네
7. 黎嶺西南水石佳處不減廬阜戱呈子厚
여령의 서남쪽 수석이 아름다운 곳은 여산 언덕보다 못하지 않아 장남삼아 황수에게 주다.
谷深石瘦水潺潺 골짜기는 깊고 바위를 드러남에 물은 졸졸 흐르니
便是楞伽折桂間 문득 능가와 절계 사이인 듯하네
珍重下邳圯上客 진중한 하비 다리 위의 나그네
一年幾度到廬山 일년에 몇 번이나 여산에 왔을까?
8. 讀子厚詩卷 用其卒章晨起之韻 作詩寄之
황수의 시권을 읽고 그 마지막 장인 「새벽에 일어나다」라는 시의 운을 사용하여 시를 지어 보내다
晝永倦殘暑 낮이 길어 남은 더위에 지쳤더니
宵分喜新凉 밤이 깊어짐에 새로운 서늘함에 기뻐하네
天鷄一振翼 천계가 한 번 날개짓을 하니
爛爛曉月光 환하게 새벽달이 빛나네
病榻感虛徐 의자에 병들어 있으면 조용하고 느긋함에 느낌이 있고
中庭起翶翔 뜰에서 일어나 날아오르네.
懷哉穀城子 곡성자를 생각해보니
物外久不忙 세속에서 벗어나 오래토록 바쁘지 않았네
掩抑琴調希 나직한 거문고 소리 드물게 들리고
激烈歌聲長 격렬한 노래 소리 길게 들리네
契闊恨淸賞 멀리 떨어져 있어 좋은 감상을 함께하지 못하니
佳期未渠央 아름다운 기약 문득 이루어지지 않네
緘詞託歸鳥 편지를 써서 돌아오는 새에게 부탁하시니
側佇何能忘 애타게 기다림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9~10. 登廬峰二首 여봉에 올라, 두 수
9
循磵躋危磴 시내를 따라 위태로운 돌길을 올라가
披雲得勝遊 구름을 헤치고 좋은 경치를 얻었네
蓬茅增舊葺 쑥과 띠풀이 옛 지붕을 뒤덮고
竹樹喜新稠 대와 나무가 새로 빽빽함을 기뻐하네
夢想三秋別 꿈 속에 삼년 전의 이별을 생각함에
徘徊十日留 배회하며 열흘을 머무르네
餘年端可料 남은 삶을 헤아려 볼 수 있으니
此地欲長休 이곳에서 길이 쉬고자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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佳友紛來集 아름다운 벗들 많이들 모이니
欣然會宿心 기쁘게 오랜 숙원을 이루었네
風泉陪徙倚 풍경과 샘을 모시고 이러 저리 거닐며
雲月共窺臨 구름과 달을 함께 창을 열고 바라보네
雅唱情俱勝 고아하게 노래하니 정이 모두 빼어나고
微言思獨深 미묘하게 이야기하니 생각이 홀로 깊어지네
玆遊非逸豫 이 놂이 편안하고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邂逅得良箴 우연히 좋은 경계를 만났기 때문일세.
11. 蘆峰次韻 여봉에 차운하다
澗水流千仞 시냇물이 천 길이나 흘러
巖姿起萬般 바위의 자태가 만가지로 생겨나네
扶藜雖有興 지팡이 짚고 거니는 것은 비록 흥이 있으나
駐屐諒難安 걸음을 멈추고 쉬는 것은 진실로 편안하기 어렵네
好客能同趣 좋은 손은 취향을 함께할 수 있고
群峰肯縱觀 뭇 봉우리는 마음껏 구경할만하네
蒼茫却無際 아득하여 도리어 끝이 없으니
誰與話愁端 누구와 함께 근심의 단서를 이야기할까
12. 次瑞泉詩韻 서천의 시에 차운하다
興懷來賞趣 흥이 일어 와서 정취를 감상하니
對景却忘言 아름다운 경치를 대함에 도리어 말을 잊었네
偶與同遊客 우연히 함께 온 손과 같이 어울려
行逢幽澗原 가다가 그윽한 시내 언덕을 만났네
淺泓排積腐 얕고 깊은 물이 쌓인 썩은 것을 물리치니
暗竇溢流渾 어두운 도랑에 흐르는 물이 넘치네
終待寒泉食 끝내 차가운 샘물을 먹기를 기다리니
無憂水鏡昏 수경이 저무는 것은 근심하지 않네
13~17. 五禽言和王仲衡尙書
「오금언」으로 상서 왕중형의 시에 화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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提胡蘆 沽美酒 술병을 가지고 와 좋은 술을 사니
春風浩蕩吹花柳 봄바람이 호탕하게 꽃과 버들에 불어오네
不用沙頭雙玉甁 사두의 한 쌍 옥병을 사용하지 않아도
鳥歌蝶舞爲君壽 새가 노래하고 나비가 춤추며 그대의 장수를 기원하네
祗今一醉是君恩 다만 이제 한 번 취함은 그대의 은혜이니
作日之愁愁殺人 어제의 근심이 사람을 죽일 듯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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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如歸去 돌아감만 못하니
孤城越絶三春暮 외로운 성에서 3년이나 떨어서 소식이 없네
故山只在白雲間 고향산은 다만 흰 구름 사이에 있으니
望極雲深不知處 구름 깊은 곳을 끝까지 바라보나 장소를 알지 못하네
不如歸去不如歸 돌아감만 못하고 돌아감만 못하니
千仞岡頭一振衣 천 길되는 산등성에서 한 번 옷깃을 떨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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泥滑滑 泥滑滑 진흙탕길 미끄럽고 진흙탕길 미끄러워
秦望雲荒鏡湖闊 진망산은 구름이 거칠고 경호는 넓네
綠秧刺水水拍堤 푸른 싹이 물을 찌르니 물이 제방을 치고
牙旗畵舸凌風發 장군의 깃발이 그려진 배는 바람을 뚫고 출발하네
使君行樂三江頭 사군께서 삼강 가에서 행락을 즐기심에
泥滑水深君莫憂 진흙탕길은 미끄럽고 물은 깊으니 그대는 근심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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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袴脫袴 바지 벗자! 바지 벗자!
桑葉陰陰墻下路 뽕잎은 담장 아래 길에 그늘을 드리우네
回頭忽憶舍中妻 머리 돌려 문득 집에 있는 아내를 생각하니
去年已逐它人去 지난해에 이미 다른 사람을 따라 갔지
舊袴脫了却不辭 옛 바지 벗는 것을 도리어 사양하지 않으니
新袴知敎阿誰做 새 바지 누구로 하여금 짓게 할 지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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麥熟吟 보리가 익었다 하니
去年種麥有德音 지난 해 보리 심을 때 구휼하는 조서가 있었네
祗今種熟誰快活 다만 이제 보리가 익었으나 누가 기쁘게 살 수 있으랴
種者已臥官墻陰 심은 이는 관청 담장의 그늘에 이미 묻혔네
仁公有政惠存歿 어진 공은 정치를 함에 생사에 은혜를 베풀거늘
肯使催租更隳突 세금을 재촉 하여 더욱 소란스럽게 하는가?
18. 酬黃子厚見訪歸途惠詩韻 황수(黃銖)가 방문하고 돌아가는 길에 주신 시에 보답하다
櫪驥倦千里 마굿간에 누운 천리마가 천리길에 피곤하고
籠鶴思九皐 새장의 학은 구고를 생각하네
念昔田舍日 옛날을 생각하니, 전원에서 살던 때는
不知山林高 산림이 높은 줄 알지 못했네
一朝逢世紛 하루 아침에 세상의 어지러움을 만나
故丘得潛逃 고향 언덕에 숨어 은둔할 수 있었네
平生棲遁志 평소에 은둔하여 살려던 뜻이
玆焉始堅牢 이제야 비로소 견고하게 되었네
故人穀城翁 친구인 곡성옹이여
高情北窓陶 고상한 정은 북창의 도연명일세
亦復喜我歸 또한 다시 내가 전원으로 돌아감을 기뻐하니
巾車款林巢 작은 수레를 타고 자연으로 돌아오네
申旦更離闊 아침이 되면 더욱 멀리 떠나가니
中情重忉忉 마음이 더욱 슬퍼지네
19. 游密菴分韻賦詩得淸字 유밀암에서 운을 나누어 시를 짓는데, ‘淸’자를 얻다
誤落塵中歲序驚 잘못 티끌 세상에 떨어져 계절의 변화에 놀라니
歸來猶幸此身輕 돌아감이 오히려 다행이라 이 몸이 가볍네
便將舊友尋山去 문득 옛 벗이 깊은 산을 찾아감니
更喜新詩取意成 새 시가 뜻을 이루게 됨에 더욱 기뻐하네
暖翠乍看渾欲滴 따뜻해진 푸른 산빛을 잠시 보니 온통 물방울 되려하고
寒流重聽不勝淸 차가운 물소리 거듭 들리니 맑음을 이기지 못하네
箇中有趣無人會 그 중에 의취는 있으나 모이는 사람이 없어
琴罷尊空月四更 거문고 연주 그만두고 달밝은 4경에 공허함을 존중하네
20. 游密菴得空字 유밀암에서 ‘空’자를 얻다
欲覓仙洲路 선주의 길을 찾고자 하면
須乘萬里風 모름지기 만 리의 바람을 타야 한다네
飮泉雲出岫 구름이 솟아나는 암혈에서 샘물을 마시고
臥嶺月流空 달빛이 흐르는 공중에서 고개에 누웠네
永夜渾無寐 깊은 밤에 전혀 잠자지 못하는데
悲歌莫與同 슬픈 노래를 함께할 사람이 없구나
起來殘樹影 일어나니 나무 그림자 쇠잔한데
淸絶小樓東 작은 누대 동쪽에서 맑고 빼어나네
21. 昨爲許進之書胎仙字 因以名其室 或疑欠舞字者 故作此以解之
지난 번에 허굉(許閎)을 위하여 ‘태선’이란 글자를 써 주었는데, 인하여 그 집의 이름으로 삼았다. 어떤 사람이 ‘춤추는[舞]’이란 글자가 빠졌다고 의심하였기 때문에 이 시를 지어 해명한다.
寒山寒月冷颼颼 산도 차갑고 달도 차가우며 바람소리도 싸늘한데
隻影孤桐萬里遊 학이 거문고를 가지고 만 리에 놀러왔네
帝樂夢回三疊遠 제악에서 깨어나니 반복하던 곡조는 멀어지고
胎仙舞罷一簾秋 학이 춤추기를 마치니 주렴에는 가을이 드네
未愁悄寂無人會 적막하게 모인 사람 없음을 근심하지 않고
只恐蹁躚不自休 다만 너울너울 춤추며 스스로 쉬지 못할까 두렵네
却笑蕊珠何處所 도리어 우습구나, 예주궁이 어디인가?
兩忘蝴蝶與莊周 호랑나비인지 장주인지 둘 다 잊었네
22. 正月五日 欲用斜川故事 結客 載酒過伯休新居 風雨不果 二月五日 始克踐約 坐間以陶公卒章二十字分韻 熹得中字 賦呈諸同遊者
정월 5일 사천고사를 사용하여 객을 모으고자 하여 술을 싣고 방백휴의 새 거처에 들리고자 하였으나 비바람이 심하여 가지 못하였다. 2월 5일에 비로소 약속을 실천할 수 있었다. 앉은 자리에서 도연명의 「사천에서 놀다[遊斜川]」의 마지막 장 20자로 운을 나누었는데, 나는 ‘中’자를 얻었다. 시를 지어 함께 노닌 여러 사람에게 드리다.
玄景彫暮節 기러기가 저문 계절에 새겨지니
靑陽變暄風 푸른 볕이 따뜻한 바람으로 변하네
忽尋斜川句 문득 사천의 시구를 찾으니
感此勝日逢 이런 좋은 날을 만남에 감격하네
駕言當出遊 멍에를 매어 놀러 나가기 마땅하니
一寫浩蕩胸 한 번 호탕한 흉금을 쏟아내리
雲物疑異候 구름 빛이 이상한 징후(徵候)인 듯 의심하여
凄迷久連空 서글프게 오랫동안 하늘과 맞닿은 곳을 바라보네
今朝復何朝 오늘 아침이 다시 어떤 아침인가?
頓覺芳景融 문득 아름다운 경치가 융화됨을 깨닫겠네
疇曩庶復踐 접때 다시 오기를 바랬더니
隣曲歡來同 이웃이 함께 옴을 기뻐하네
伊雅一籃輿 덜컹 거리는 수레 한 대를 타며
連翩數枝笻 너울너울 지팡이 짚은 사람 두어명일세
綠野生遠思 푸른 들은 먼 생각이 일어나게 하고
淸川照衰容 맑은 시내는 쇠잔한 용모를 비춰주네
遙瞻西山足 멀리 서산 아래를 바라보니
突兀彌畝宮 한 이랑 되는 집이 우뚝 솟아 있네
庭宇豁淸曠 집은 탁 트여 맑고 넓으며
林園鬱靑葱 뜰은 울창하여 푸르고 무성하네
於焉一逍遙 이에 한 번 유유히 거닐고
芳樽間鳴桐 아름다운 술 잔에 간간히 거문고 연주하네.
旣爵日樹隱 술 잔을 비우니 해는 나무 사이로 숨고
班荊汀草豊 친구를 만나니 물가에는 풀이 무성하네
纖鱗動微波 작은 물고기는 미미한 물결을 일으키고
新荑冠幽叢 새로 난 띠풀은 그윽한 떨기를 덮고 있네
惆悵景易晏 슬프게도 경물은 저물기 쉽고
徘徊思無窮 배회하니 생각은 끝이 없네
願書今日懷 바라기는, 오늘의 회포를 써서
遠寄柴桑翁 멀리 도연명에게 부치는 것일세
仰止固窮節 본디 곤궁한 절개를 숭상하니
愧玆百年中 이 생애가 부끄럽네
23~31. 次呂季克東堂九詠 여계극의 동당구영에 차운하다
23 野塘小隱 야당소은
傳得希夷九卦圖 전하는 말에 희이가 구괘도를 얻어
歸來不復夢榮途 은둔하고 다시는 영화로운 길을 꿈꾸지 않았다 하네
野塘竟日無人到 야당은 하루 종일 오는 사람 없어
讀盡床頭種樹書 책상 머리의 나무 심는 책들을 모두 읽었네
24 敬義堂 경의당
高臺巨牓意何如 높은 대각(臺閣)의 큰 명패에는 의향이 어떠한가?
住此知非小丈夫 이곳에 살며 소장부가 아님을 알겠네
浩氣擴充無內外 호연한 기상을 확충하니 내외가 없으니
肯誇心月夜同孤 마음과 달이 밤에 외로움을 함께 함을 자랑하리?
25 方拙寮 방졸료
一室臨來萬事新 한 건물에 이르니 온갖 일이 새로워
窓間橫竹掛朝紳 창문 사이 비낀 대가 조신을 걸어 놓은 듯하네
九流未讓圜機士 용렬한 무리들이 초탈한 선비에게 양보하지 않으나
四海寧慙巧宦人 사해가 어찌 교묘한 환관에게 부끄러우랴?
26 吟哦室 음아실
蒲團竹几睡瞢騰 부들자리와 대나무 안석에서 잠들이 정신이 몽롱한데
客問君今幾折肱 손이 묻기를, 그대는 지금 얼마나 좌절을 겪었나?
身世兩忘無可答 몸과 세상, 둘 다 잊었으니 대답할 수 없어
起尋詩句遶階行 일어나 시구를 찾으며 계단을 돌아 다니네
27 愛蓮 애련
聞道移根玉井旁 뿌리를 옥정 옆으로 옮겼다고 들었으나
開花十丈是尋常 꽃을 열 길 높이로 피운 것은 평범한 일이네
月明露冷無人見 달은 밝고 이슬 차가운데 보는 사람 없으니
獨爲先生引興長 홀로 선생을 위하여 흥취를 길게 당기네
28 月臺 월대
臺上無人伴苦吟 월대 위에 사람 없어 한가하고 외로이 읊조리는데
歸鴉過盡日西沈 돌아가는 가마귀는 모두 떠나고 해는 서쪽으로 지네
須臾玉匣開塵鏡잠시동안 옥갑에서 먼지 묻은 거울을 여니
却有孤光共此心 도리어 외로운 빛이 이 마음을 함께 하네
29 菜畦 채소 밭두둑
兩餘菜甲翠光勻 두어 가닥 채소 싹은 푸른 빛이 펼쳐졌고
杞菊成畦亦自春 갯버들과 국화가 두둑을 이루니 또한 절로 봄일세
骨相定知非食肉 골상은 고기 먹을 제후가 아님을 정히 알겠으니
可能長伴箇中人 길이 그 가운데 사람을 짝할 수 있겠네
30 海棠屛 해당화 병풍
蜀樹成行翠作圍 촉나라 품종이 줄을 이루어 푸른 빛이 둘러 쌓으니
花開時節更芳菲 꽃피는 시절에는 더욱 아름답구나
主人夢亦尋春去 주인의 꿈도 또한 봄을 찾아 가니
栩栩深穿錦障飛 훨훨 날아 비단 병풍을 깊숙이 뚫고 날아가네
31 橘堤 귤나무 제방
君家池上幾時栽 그대 집의 연못가에 언제 심었던가?
千樹玲瓏亦當哉 온갖 나무들이 영롱함은 또한 마땅하도다
荷盡菊殘秋欲老 연꽃은 다하고 국화도 쇠잔하여 가을이 깊어지려하니
一年佳處眼中來 일 년 중의 아름다운 곳이 눈앞에 보이네.
32~34. 挽吳給事三首 급사 오불(吳芾)에 대한 만사 세 수
32
臺省傾群望 대성에서는 뭇 사람들의 명망이 기울었고,
江湖去一麾 강호에서는 외직을 사양하였네
語聞三諫切 말씀에는 세 번 간한 간절함이 들렸고,
政有百年思 정치에는 백년 후를 생각하였네.
不盡雲龍會 임금과 신하의 만남을 극진히 하지 못하고
還尋霧豹期 도리어 은둔할 기약을 찾았네
誰知七休詠 누가 알리오, 일곱 가지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이
翻入八哀詩 도리어 여덟 가지 슬픔의 시가 될 것을
33
粤自辭神武 신무문을 떠나 은거한 뒤로는
超然絶世紛 초연히 세상의 어지러움을 끊어버렸네
前身疏太傅 전신은 소태부와 같고
今日范忠文 오늘은 범문충과 같네.
圃樹寒留日 밭의 나무는 차갑게 태양아래 머무르고
湖波冷浸雲 호수의 물결은 싸늘하게 구름을 침범하네
懸知千載下 아득히 알겠네, 천년 뒤에
此地想遺芬 이곳에서 아름다운 덕망을 생각할 줄.
34
憶昔觀風寄 옛날 풍속을 관찰하려 기거함을 생각함에
登堂識老成 당에 오르니 노련하고 성숙하였음을 알겠네
忘年見交態 나이를 잊고 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把酒話詩情 술을 잡고 시정을 이야기 하였네
別去如三歲 돌아가신지 3년이 되었으나
書來忽九京 글씨는 대부를 가벼이 보았네
却思憑檻語 도리어 난간에 기대어 하신 말을 생각하니
忍遽勒公銘 차마 경솔히 공의 명을 세길 수 있으랴
35. 伏讀雲臺壁間秘閣郞中盤谷傅丈題詩 齒及賤名 追懷曩昔 不勝感涕 輒次元韻 呈諸同遊 計亦同此歎也
엎드려 운대 벽사이의 비각낭중 반곡 부자득(傅自得)의 시를 읽음에 나를 사람대접하여 이름을 언급하여 주셨다. 지난날을 추억하니 감격의 눈물을 이길 수 없어 원운에 차운하여 함께 놀러온 사람들에게 주니 또한 이 감탄을 함께 하기를 생각한다.
提携當日忝忘年 함께 노닐던 그 당시 망년의 교제를 입었는데,
曾向瑕丘獨請前 일찍이 하구를 향하여 홀로 먼저가기를 청하셨네
喜看玄雲生素壁 기쁘게 그윽한 구름이 흰 벽에서 생겨남을 보니
恍疑後學厠先賢 어슴푸레하게 후학이 선현을 더럽히지 않았나 의심하네
公遊汗漫今何許 공께서 한만에 노니셨는데, 지금은 어디 있으신가?
我病摧頹久自憐 나는 병들고 쇠잔하여 오래토록 스스로 불쌍히 여기네
只有空山無歲月 다만 공산이 있어 세월가는 줄 모르니
倚天寒木但蒼然 하늘에 기댄 차가운 나무만 다만 푸르구나
이날 경인 경초 두 형이 가면서 쉴만한 곳을 찾다가 또한 산속에서 잤다. 삼가 모두 기록하여 드리니 더욱 슬펐다 是日景仁景初二兄 行視卜宅 亦宿山間 謹幷錄呈 尤劇悲愴耳
36. 次韻寄題萬頃寒光 奉呈休齋先生 차운하여 보내어 만경한광에 쓰고 받들어 휴재 진지유(陳知柔) 선생에게 드리다
閑將歲月老煙汀 한가히 세월을 보내며 자연에서 늙어가고
更遣詩情到杳冥 다시 시정을 보내어 그윽한 곳에 이르네.
遊子故應悲舊國 나그네는 짐짓 응당 고국을 슬퍼할 것이나
壯懷那肯泣新亭 장한 회포에 어찌 새 정자를 위해 울겠는가?
一官避世今頭白 벼슬하던 세상을 피해 이제 머리 희게 세었고
萬卷收功久汗靑 많은 서적에 공을 거두어 오랫동안 저술하였네
但見潮生與潮落 다만 조수가 밀려왔다 밀려감만 볼 뿐이고
不知沈醉又還醒 깊이 취했다가 또다시 깨어남을 알지 못하네
37~38. 熹伏蒙休齋先生惠詩見留 謹次高韻 二首
내가 휴재 진지유(陳知柔) 선생이 시를 보내 주심을 받고 삼가 훌륭한 시에 차운하다. 두 수
37
忽驚蕭颯鬢毛秋 쓸쓸히 머리카락이 쇠락함에 갑자기 놀라,
起向泉山覓舊遊 지난날 노닐던 천산을 향해 떠났네.
盤谷門前淚沾臆 반곡문 앞에서 눈물이 가슴을 적시고,
雲臺溪上雪蒙頭 운대계 가에서 눈이 머리를 덮었네.
歸歟吾黨又千里 돌아가리라, 우리무리 또 천리 먼 곳으로,
老矣心期但一丘 늙었구나, 마음 기약은 다만 언덕 하나뿐일세
珍重休齋書滿屋 진중한 휴재께서는 책이 집에 가득하니,
可無三宿爲君留 며칠 자며 그대 위해 머무르지 않으리!
38
望望西山日幾回 망망한 서산에 해는 몇 번이나 졌던가
更憐一雨洗浮埃 한바탕 빗줄기가 뜬 먼지 씻어냄이 더욱 어여쁘네
遠遊莫說雲門寺 멀리 노닒에 운문사를 말하지 마라
往事聊尋單父臺 지난 일은 애오라지 단보대를 찾는 것이었네
鷄犬蕭疎迷洞口 닭과 개는 쓸쓸히 동구밖에서 헤매고
交親零落半巖隈 교제하던 친한 이들 영락하여 죽은 이가 반일세
尊前見在君須鬪 술동이 앞에서 이제 그대는 모쪼록 술마시기에 힘쓰게
速上籃輿相逐來 빨리 남여에 올라 따라가고 싶습니다.
39. 用林擇之韻別陳休齋 임택지의 시에 차운하여 휴재 진지유(陳知柔)와 이별하다
別離不覺歲時侵 이별한 뒤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몰랐더니
兩地相望共此心 두 곳에서 서로 생각함에 이 마음은 같으리
今日還成一尊酒 오늘 다시 술 한 동이를 준비하니
它年應記百篇吟 후일 응당 백편의 시를 기억하리
傷情後會無期定 마음을 상한 뒤의 모임은 기일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握手交情有舊深 손을 잡고 사귀는 정은 옛날 같은 깊음이 있네
多謝晩風知此意 매우 고맙기는, 저녁 바람이 이 뜻을 알아주어
不催寒日下疎林 차가운 해가 성근 숲으로 지는 것을 재촉하지 않음일세
40. 奉酬九日東峰道人溥公見贈之作
구일산 동봉도인 보공이 보내준 시에 화답함
幾年回首夢雲關 몇 년이나 고개 돌려 운관을 꿈꾸었던가?
此日重來兩鬢斑 오늘 다시 오니 양쪽 머리가 희끗희끗하네.
點檢梁間新歲月 들보 사이의 새로운 세월을 점검해보고
招呼臺上舊溪山 누대 위의 옛 산수를 불러보네
三生漫說終無據 삼생의 터무니없는 설은 끝내 근거가 없고,
萬法由來本自閑 만법의 유래는 본래 절로 한가하네.
一笑支郞又相惱 한바탕 지도림이 또한 고민함을 비웃으니,
新詩不落語言間 새로이 쓰는 시는 언어를 벗어나네.
41. 和林擇之鳳凰山韻 임택지의 봉황산 시에 화운하다
木落髻鬟擁 나뭇잎이 떨어지니 쪽진 머리가 뾰족한 듯하고
湖平粧鏡空 호수가 평평하니 화장거울이 밝은 듯하구나
荒亡餘舊事 머물러 노닒에 돌아갈줄 모르니 옛일이 넉넉하고
慘澹只悲風 참담하여 다만 바람에도 슬퍼하네
興發千山裏 흥취는 온갖 산 속에서 일어나고
詩成一笑中 시는 한바탕 웃음 속에서 이루어지네
諸君莫惆悵 그대들은 슬퍼하지 말게
吾道固當窮 우리의 도는 본래 마땅히 곤궁한 것일세
42. 次林擇之凉峰韻 임택지의 「양봉」시에 차운하다
解轡林間寺 숲 속의 절에서 고삐를 푸니
歸鴉晩欲盤 돌아가는 까마귀가 저녁에 깃들고자 하네
望中嵐翠合 시야에는 산기운이 푸르게 모이고
愁外夕陽殘 근심 밖에 석양이 남아 있네
尊酒何妨盡 술 동이의 술 다 마심에 거리낄 것 무엇이랴
羈心且自寬 나그네 마음이 또 절로 너그러워 지네
無端滿窓月 까닭 없이 창에 가득한 달은
遙夜不勝寒 깊은 밤 차가움을 이기지 못하네
43. 熹去溫陵二十七年而復來 顯菴益老見候 七里亭又以佳句見招 而休齋陳丈寺丞黃丈皆屬和焉 因次韻奉酬倂呈二丈
내가 온릉을 떠난 지 27년만에 다시 오니 현암익로가 인사하였다. 칠리정이 또 아름다운 시구로 초대하였는데, 휴재 진지유(陳知柔)와 시승 황유지(黃維之) 어른이 모두 화운을 부탁하였다. 때문에 차운하여 받들어 두 어른에게 드리다.
不因辭吏役 관리의 직책을 사양하지 않았더라면
那得解天刑 어찌 천형을 벗어날 수 있었으랴?
故國重來遠 고국은 거듭 멀어지고
寒山依舊靑 차가운 산은 예와 같이 푸르네
興懷感陳迹 흥이 일어 묵은 자취에 느껴
擧目愴新亭 눈을 들어보니 새 정자가 슬프구나
尙喜灣頭老 오히려 기쁘기는, 현암익로께서
禪房許扣扃 선방에서 방문한 것을 허락하심이라
44. 答黃叔張 황유지(黃維之)에게 답하다
日君趨玉陛 일전에 그대는 옥계단을 뛰어가
抗疏肅邦刑 거침없이 상소하여 나라의 형법을 엄숙하게 하였네.
便有榮褒袞 문득 영광스럽게 곤룡포처럼 기림이 있었고
無勞涕伏靑 울면서 청포에 엎드리는 수고는 없었네
衆流爭靡靡 뭇 물줄기들 다투어 휩쓸고 지나가는데
一柱獨亭亭 하나의 기둥만 홀로 우뚝 솟아 있네
只恐追鋒急 다만 추봉거가 급하게 이를 것이 두려우니
那容晝揜扃 어찌 혹 대낮에 빗장 문을 닫을 수 있으랴?
45. 次韻陳休齋蓮華峰之作 휴재 진지유(陳知柔)의 「연화봉」이란 작품에 차운하다
八石天開勢絶攀 여덟 개의 돌이 하늘로 열렸으니 형세가 끊어질 듯 솟았고
算來未似此心頑 헤아려 보니 아직 이 마음처럼 완고하지는 않네
已呑繚白縈靑外 이미 흰 빛이 얽히고 푸른 빛이 두른 것을 삼킨 밖에
依舊箇中雲夢寬 옛날과 같이 그곳에는 운몽이 느긋하네
46. 次黃叔張宿凉峰韻 황유지(黃維之)의 「양봉에서 묵다」란 시에 차운하다
菡萏含跗天外秀 연꽃 받침은 하늘 위오 아름답게 솟아 있고
婆娑散影月中孤 하늘하늘 흩어진 그림자는 달빛 속에 외롭네
惜無畵手追前輩 애석하게도 화가 중에 이전 사람들을 따라가
寫就凉峰憩寂圖 양봉에서 쉬며 고요히 지낸 것을 그린 사람이 없구나
47. 至鳳凰山再作 봉황산에 이르러 다시 짓다
門前寒水靑銅闕 문 앞의 차가운 물은 푸른 구리처럼 활달하고
林外晴峰紫帽孤 숲 밖의 개인 봉우리는 붉은 모자가 외롭네
記得南垞通柳浪 남쪽 언덕의 버드나무와 물결을 생각하니
依稀全是輞川圖 어슴푸레 하게 완전히 망천도와 같구나
48. 見梅用攀字韻 매화를 보고 ‘攀’자 운을 사용하다
年來羞把玉梅攀 요즘 옥매화를 부여잡기 부끄러웠더니
萬樹爭春我獨頑 온갖 나무들이 봄을 다투는데 나만 홀로 완고하네
只有顚狂無告訴 다만 광란함은 있으나 하소연할 곳이 없으니
詩腸欲斷酒腸寬 시짓는 애간장은 끊어질 듯한데 술먹는 위장은 너그럽네
49. 次韻陳休齋懷古堂 휴재 진지유(陳知柔)의 「회고당」에 차운하다
平昔塵編裏 옛날 오래된 책에서
心期本自幽 마음의 기약함은 본디 스스로 그윽하였네
那堪舊泉石 어찌 옛 자연을 견디어
更作此追遊 다시 이렇게 뒤늦게 노닐게 되었나?
好句看猶在 좋은 구절은 아직 남아 있음을 보고
遺忠愴已休 남긴 충성은 이미 사라졌음을 슬퍼하네
亦知今日意 또한 알겠노니, 오늘의 뜻이
不逐大江流 대강을 따라 흘러가지 않을 것을
50. 寄題九日山廓然亭 구일산 확연정에 쓰라고 부치다
昨遊九日山 지난 날 구일산에서 노닐 때
散髮巖上石 암석 위의 바위에서 머리를 풀어 헤쳤네
仰看天宇近 하늘이 가까움을 우러러 보고,
俯歎塵境窄 티끌세상이 좁음을 내려 보며 탄식하네
歸來今幾時 돌아간 것이 이제 얼마나 되었나?
夢想掛蒼壁 꿈속에서 푸른 벼랑에 걸 것을 생각하네
聞公結茅地 그대가 띠 집을 엮은 곳에 대해 들으니
恍復記疇昔 어슴푸레하게 다시 옛날이 기억나네
年隨流水逝 세월은 흐르는 물을 따라 흘러가고
事與浮雲失 세상일은 뜬 구름과 같이 잃어버리네
了知廓然處 잘 알겠노니, 넓고 텅 빈 곳은
初不從外得 처음부터 외부에서 얻지는 않았음일세
遙憐植杖翁 멀리서 가련히 여기는 것은,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鶴骨雙眼碧 학 같은 골격에 두 눈이 푸른 것이라
永嘯月明中 달 밝은 가운데 길게 휘파람 부니
秋風桂花白 가을 바람에 계수나무 꽃이 희구나
51. 用林擇之韻呈陳福公 임택지의 운을 사용하여 진복공에게 드리다
昔公秉鈞衡 옛날 그대가 국정을 맡아 다스릴 때
金玉我王度 우리 제왕의 법도를 금과옥조처럼 여겼네
中年幾湖海 중년에 몇 번이나 강호로 은퇴하였으나
偃息安國步 물러나 휴식하며 국가의 운행을 안정시켰네
巋然九鼎重 우뚝하여 구정 처럼 중후하였고
翩若孤雲去 날아서 외로운 구름처럼 떠났네
俯仰天地間 하늘과 땅 사이를 내려보고 올려다 봄에
誰哉此同趣 누구인가? 이곳으로 함께 달려갈 사람
52. 用前韻答方直甫 앞의 운을 사용하여 방병백(方秉白)에게 답하다
小儒談大方 작은 선비가 큰 방도를 말하며
任意略權度 마음대로 권도를 다스리네
未行要疾走 아직 걷지도 못하면서 빨리 달리려 하니
踉蹡不成步 급히 가지만 제대로 걷지 못하네
唯應過量人 오직 과량인에게 응하여
不作與麽去 자잘한 사람과 함께 떠나지 마오
請君敞書帷 그대는 공부방의 휘장을 걷고
爲我說歸趣 나를 위하여 귀취를 설명해 주십시오
53. 用前韻答林史君 앞의 운을 사용하여 임사군에게 답하다
十年劇傾馳 십년 동안 매우 사모하다가
此日際風度 오늘에야 풍도를 만나게 되었네
胡然龔黃最 공수(龔遂) 황패(黃覇)가 최고이니
未接夔龍步 아직 기와 용의 걸음을 잇지 못하였네
詩成肯遽休 시가 완성됨에 갑자기 쉴 수 있으며,
客醉那得去 손이 취함에 어찌 떠날 수 있으랴?
却恐驛書來 도리어 역말에 서신이 올까 두려우니
湖山適成趣 자연이 때마침 정취가 있기 때문일세
54. 題君子亭
淸晨坐武觀 맑은 새벽 무관에 앉으니
凉風動高旌 서늘한 바람이 높은 깃발을 움직이네
挾弓一笑起 활을 끼고 한 번 웃으며 일어나
屈此四座英 이 네 분의 빼어난 이를 굴복시켰네
破的亦已屢 과녁을 꿰뚫은 적이 또한 매우 많으니
穿楊詎云精 버드나무 잎을 뚫은 것을 어찌 정미롭다 하리오
軍吏不敢賀 군리들도 감히 축하하지 못하고
高鳥時相驚 높이 나는 새도 때때로 놀라네
解韝脫決遂 활깍지를 풀고 어깨 보호대를 벗으며
緩帶飄華纓 띠를 느슨하게 하니 화려한 갓끈이 흔들리네
俯仰新亭幽 새로 지은 정자의 그윽함을 내려다 보고 올려다보니
曠然塵慮淸 텅하니 세속의 근심이 맑아지네
內正外自直 안이 바르면 밖도 절로 곧아지니
三揖奚所爭 세 번 읍하는 활쏘기가 어찌 다툴 바이랴?
端居得深玩 단정히 살며 깊은 즐길 곳을 얻었으니
君子非虛名 군자정이 헛된 이름은 아니로다.
55~56. 伏承侍郞使君垂示所與少傅國公 唱酬西湖佳句 謹次高韻 聊發一笑
시랑사군이 소부국공과 서호를 노래한 아름다운 시구를 보여주심에 삼가 훌륭한 시에 차운하여 애오라지 한번 웃고자 하다
55
百年地闢有奇功 백 년 만에 땅을 개척한 기이한 공이 있었는데
創見猶驚鶴髮翁 처음보고 오히려 머리 흰 노인임에 놀라네
共喜安車迎國老 함께 기뻐하기는, 편안한 수레로 국가의 원로를 맞이하고
更傳佳句走郵童 다시 아름다운 시구를 역참의 아이에게 보내 주심일세
閑來且看潮頭入 한가하게 또 조수가 밀려옴을 보니
樂事寧憂酒琖空 즐거운 일에 어찌 술잔이 비는 것을 근심하리오!
會見台星與卿月 때마침 태성과 경월을 보니
交光齊照廣寒宮 밝은 빛이 광한궁을 가지런히 비추네
56
越王城下水融融 월왕성 아래는 물 깊고도 깊으니,
此樂從今與衆同 이 즐거움을 이제부터는 모두 함께 하려네.
滿眼芰荷方永日 눈에 가득 보이는 연꽃은 한창 여름날인데,
轉頭禾黍便西風 머리 돌려보니 벼이삭엔 가을바람 부는구나.
湖光盡處天容闊 호수 풍경 끝난 곳엔 하늘은 넓고,
潮信來時海氣通 조수가 밀려 올 때에 바다 기운이 통하네.
酬唱不誇風物好 주고 받는 시구에 풍물이 좋다 자랑하지 않고
一心憂國願年豊 한 마음으로 나라일 걱정하며 풍년들기 바라네.
57. 伏承子直都督侍郞臨餞遠郊 仍邀嚴州郞中 及諸名勝 相與燕集 分韻賦詩 熹得字 輒成鄙句
도독시랑 조여우(趙汝愚)가 먼 교외에서 이별 잔치에 임하여 엄주 낭중과 여러 명사를 맞이하여 함께 잔치를 베풀고 운을 나누어 시를 짓는데, 나는 ‘時’자를 얻어 문득 비루한 시를 지었다.
芳歲倏云晏 꽃다운 세월이 갑자기 저물어
故山風雪時 고향 산에 눈바람 불 때이네
胡爲在中路 어찌 하여 길에 있으면서
復此行遲遲 다시 이와 같이 걸음이 더디고 더딘가?
爲有賢主人 현명한 주인이 있기 때문에
愛客情依依 손을 사랑하는 정이 끝이 없네
昨夕西門道 지난 밤 서문으로 가는 길에
終宴不能辭 잔치가 끝나도록 이별 인사 못하였네
今朝復何朝 오늘 아침은 다시 어떤 아침인가?
祖帳遙相追 길제사의 휘장이 멀리 따라오네
賓從俱俊賢 뒤따르는 사람들 모두 빼어나고 어진 이들이며
車馬有光輝 거마는 화려한 빛이 나네
敞扉得華觀 문을 높이 지으니 화려한 건물을 얻었고
俯檻臨淸池 난간을 굽어보니 맑은 못에 임하였네
南州淑氣多 남쪽 고을에는 맑은 기운이 많아
蕩節佳景隨 11월에도 아름다운 경치가 따르리라
雪樹雖改色 꽃이 진 매화는 비록 아름다운 빛이 바뀌었으나
靑山正含姿 푸른 산은 한창 아름다운 자태를 머금었네
주씨의 정원 밖 골짜기에 매화가 백 그루 가까이 있었는데 이날 꽃이 이미 모두 져버렸다. 朱氏園外谷中 有梅近百株, 是日花落已盡
開樽酌春醪 술동이 열어 봄 술을 따르고
授簡哦新詩 편지를 보내며 새 시를 읊네
但覺四坐驩 다만 네 분이 기뻐하심만 알겠고
不知寸晷移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알지 못하네
流雲暗寒空 흘러가는 구름은 차가운 하늘을 검게 하고
蒼煙染人衣 푸른 안개는 사람의 옷을 물들이네
相看暮色至 서로 저녁 빛이 지는 것을 보니
我去公當歸 내가 떠나면 그대도 마땅히 돌아가야 하리
別袖不忍分 이별의 옷자락 차마 놓을 수 없어
扣扣陳苦詞 간절하게 슬픈 노래를 짓네
願公崇令德 원컨대, 그대는 아름다운 덕을 숭상하여
慰我渴與飢 우리 목마르고 굶주린 이들을 위로해 주오
58. 臘月九日 晩發懷安 公父敎授壽翁知丞載酒爲別 而元禮景嵩子木擇之廷老考叔舜民諸賢 相與同舟 乘便風 頃刻數十里 江空月明 飮酒樂甚, 因以星垂平野濶, 月湧大江流分韻, 熹得字. 醉中別去, 乃得數語, 略紀一時之勝云
섣달 9일 저녁에 회안을 출발하려는데 공보교수와 수옹지승이 술을 싣고 와 이별하거늘 원례, 경숭, 자목, 택지, 정로, 고숙, 순민 등 여러분이 함께 배를 탔다.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수십 리를 달렸는데 강은 활짝 트이고 달은 밝아 술을 마시며 크게 즐겼다. 이에 ‘별은 넓은 평야에 드리우고, 달은 흐르는 큰 강에 드리운다[星垂平野闊, 月湧大江流]’로 운을 나누었는데 나는 ‘星’자를 얻었다. 취하여 헤어지면서 이에 몇 마디 말로 한 때의 훌륭한 광경을 대강 적어보는 바이다.
掛帆望煙渚 돛 달고 안개 낀 물가를 바라보며,
整棹別津亭 노 가지런히 하여 나루터를 떠났네.
風水已云便 바람과 물이 이미 잔잔하니
我行安得停 내가 감에 어찌 멈출 수 있으랴!
離樽枉群賢 이별의 술잔을 외람되게 뭇 현인들에게 올리고,
濁醪愧先傾 탁주를 먼저 기울임이 부끄럽네.
두 분의 주방이 있는 배가 아직 이르지 않았는데 먼저 배에 남은 술을 마셔버렸다. 二公廚船未至 先飮舟中餘尊
談笑不知遠 담소하느라 먼 줄을 모르겠고,
但覺江流淸 다만 강물이 맑음만 느껴지네.
강물의 상류는 건·검계와 이어져 있으니 조수가 이르지 않아 물이 더욱 맑게 흐른다 江水上流接建劍溪 潮所不及 水益淸駛
獵獵甘蔗洲 감자(甘蔗)의 모래톱은 일렁거리고,
茫茫白沙汀 백사의 모래톱은 아득하기만 하네.
斯須復回首 잠깐 다시 머리를 돌려보니,
祗有遙山靑 다만 먼 산만 푸르네.
감자와 백사는 둘 다 지명으로 십여 리쯤 떨어져 있으나 순식간에 지나쳤다 甘蔗白沙兩地名 相去十許里 頃刻而過
野色一以暝 들 빛은 한결같이 저물어 가는데,
川光皛孤明 강물만이 외로이 밝게 빛나네.
中流漾華月 물 가운데는 밝은 달이 출렁거리고,
極浦涵疎星 저 개펄은 성근 별을 머금고 있네.
酒酣客散歸 술 거나해지니 손들은 흩어져 돌아가고,
茫然獨宵征 아득히 홀로 아득히 밤길을 가네.
起視天宇闊 일어나 하늘의 넓음을 바라보니
此身一浮萍 이 몸은 한 가닥 부평초라네.
難追五湖遊 오호에서 노닒을 따라 하기는 어렵지만,
未願三閭醒 굴원처럼 깨어있음도 원하지 않네.
且詠招隱作 잠시 「초은시」를 읊조리는데,
孤舟轉竛竮 외로운 배는 흔들흔들 흘러가네.
59~60. 伏蒙制置閣學侍郞示 及致政少傅相公送行長句 幷得竊窺酬和佳篇 伏讀之餘 不勝慰幸 謹次高韻 少見愚悃 以餞車塵 伏惟采矚
제치사 각학 시랑이 보여주신 시와 치정소부 상공께서 보내주신 장구를 얻어 가만히 주고 받은 아름다운 시편을 엿보았습니다. 엎드려 읽은 나머지에 위로와 다행함을 이기지 못하여 삼가 훌륭한 시를 차운하여 어리석은 정성을 조금 보여 수레로 떠나심을 전별하니 보아주시기를 엎드려 바랍니다.
59
公子威名動海濱 공자의 위엄과 명성이 천하를 움직이니
四年相與愧情親 4년동안 함께 함에 정분이 친밀함에 부끄럽네
忽聞黃鉞分全蜀 문득 황월로 촉지역을 분할하였음을 듣고
更祝彤庭列九賓 다시 궁궐에 문물이 정비된 것을 축하하네
공이 이미 글을 올려 면대를 요청하였다. 公已上章請對
執手便驚成契闊 손을 잡으며 문득 오래 헤어졌음에 놀라고
贈言還喜和陽春 덕담을 하면서 또한 봄볕처럼 화창함을 기뻐하네
政成但祝歸來早 정치에 성공하였으나 다만 돌아옴이 이른 것을 축하하고
別恨無端莫重陳 이별의 한이 끝이 없어 거듭 진술하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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地兼梁益盛中權 지역은 양주와 익주를 겸하여 권세가 성하니
自昔疇咨出萬全 예로부터 만전을 기할 훌륭한 인재를 찾았네
定喜封章來活國 상소를 올려 나라를 살린 것이 정히 기쁘니
故煩伏軾去籌邊 짐짓 수레를 타고 주변루로 떠남이 번거롭네
공이 지난 해에 은밀한 상소를 올렸는데 임금께서 친히 쓴 칭찬하는 답변을 하사하셨다 公去歲 嘗有密疏 上賜手札褒諭
軍民傳詔歡聲溢 군민들이 조서를 전달함에 기뻐하는 소리 넘쳐나고
婦女迎門巧笑姸 부녀자들이 문에서 맞이함에 고운 웃음 아름답네
要答君恩與人望 임금의 은혜와 백성들의 바람에 보답하고자 한다면
可無淸敎逮初筵 맑은 명령으로 초연에 나아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제갈무후[제갈량]이 처음 익주 목사가 되었을 때 뭇 아랫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려 말하기를, “참서(參署)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충성과 이익을 확충시키는 것이다. 만약 작은 혐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면 서로 다른 의견을 내거나 반복하여 토로하기 어려워 손해가 커질 것이다. 다른 의견을 내거나 반복 토론하여 좋은 의견을 얻는다면 헤진 신을 버리고 진주나 구슬을 얻는 것과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데, 오직 서원직[서서(徐庶)]만이 이곳에 있으면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고, 또 동유재[동화(董和)]도 참서에 있은 지 7년 동안 일에 지극하지 않음이 있으면 10번이 되더라도 와서 충고해 주었다. 만약 서원직의 10분의 1과 동유재의 은근함을 사모하여 하나에 충성한다면 나는 잘못이 적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옛날, 처음에 최주평[최균(崔鈞)]과 사귀면서 자주 잘잘못에 대해 들었고, 후에 위도[호제(胡濟)]와 사귀면서 자주 가르침을 받았다”라 하였다.
諸葛武侯初領益州牧, 發敎與群下曰, “夫參署者,集衆思廣忠益也. 若遠小嫌,難相違覆,曠闕損矣.違覆而得中,猶棄弊蹻而獲珠玉.然人心苦不能盡,惟徐元直處茲不惑,又董幼宰參署七年,事有不至,至于十反,來相啟告.苟能慕元直之十一,幼宰之勤渠, 有忠於國,則亮可少過矣.” 又曰 “昔初交州平,屢聞得失,後交元直,勤見啟告誨,前參事於幼宰,每言則盡,後從事於偉度,數有諫止;雖姿性鄙暗,不能悉納,然與此四子終始好合,亦足以明其不疑於直言也”
61~62. 伏讀致政少傅相公送趙成都佳句兩篇 不勝慰幸 已次高韻 幷餞其行而再賦此章 以見區區瞻仰之意 繕錄拜呈 伏乞采攬 二首 치정소부 상공이 조성도를 전송하는 아름다운 시 두 편을 읽고 위로와 다행함을 이기지 못하였다. 이미 훌륭한 시에 차운하였고 아울러 그의 떠남을 전별하면서 다시 이 시를 지어 구구하게 우러러는 뜻을 드러내었다. 기록하여 올리니 보아 주시기를 엎드려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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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來寂寞臥漳濱 돌아와 적막하게 장강 가에 누우니
夢想威容阻再親 꿈에서도 위엄 있는 모습을 생각하나 다시 뵙지 못하였네
綠野遙聞花欲語 푸른 들에서 아득히 꽃이 하려는 말을 듣고
赤書還喜鴈來賓 붉게 쓴 편지에 다시 기러기가 손으로 옴을 기뻐하네
閑中有句人爭誦 한가한 가운데 시를 지으니 사람들이 다투어 외우고
妙處無心物自春 오묘한 곳에서 욕심이 없으니 만물이 절로 봄이네
行馬不因吾輩設 행마는 우리들 때문에 설치된 것이 아니나
胸奇猶得話陳陳 가슴속의 기이함은 오히려 묵은 일을 이야기할 수 있네
62
一旦高辭將相權 하루아침에 장상의 권력을 사양하니
身名從此慶雙全 몸과 명성이 이로부터 경사로워 모두 온전히 하였네
人誇迹已風塵外 사람들은 자취가 풍진 밖에서 사라졌다고 자랑하지만
誰道心遊日月邊 마음은 해와 달의 주위에서 노닐었음을 누가 말하겠나?
未許前賢專晩節 전현들이 늘그막의 절개를 오로진 한 것을 허용치 않고
更將餘事發春姸 다시 시(詩)를 가지고 봄의 아름다움을 펼치려 하네
君王若要詢黃髮 군왕께서 만약 노인에게 묻고자 한다면
便好臨雍促肆筵 문득 기꺼이 벽옹을 좋아하고 사연을 재촉케 하소서.
63. 送彦集之官瀏陽 유자상이 유양으로 벼슬하러 감에 전송하다
急景彫暮節 급작스레 지는 해는 저문 계절에 아름답고
高風振空林 높은 바람은 빈 숲을 흔드네.
病夫掩關臥 병든 사내는 문 닫고 누워,
長謠擁孤衾 길게 읊조리며 외로운 이불을 안고 있네.
聞君千里行 그대 천리 길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四牡方駸駸 네 마리 말 바야흐로 빨리 내닫네.
重此別離感 이 이별의 감정이 무거워,
靑天欲愁陰 푸른 하늘도 근심으로 그늘지려하네
君行豈不勞 그대가 감에 어찌 수고롭지 않겠는가만,
民瘼亦已深 백성들의 고통 또한 매우 깊다네.
催科處處急 세금 독촉은 곳곳에서 급박하고,
椎鑿年年侵 몽치와 끌은 해마다 파고 드네.
君行寬彼甿 그대가 감에 저 백성들에게 관대하게 한다면,
足以慰我心 내 마음에 위로가 될 수 있겠네.
薦書會滿篋 추천서는 궤짝을 채울 것이고,
社酒還同斟 사당에 제사지낸 술은 다시 함께 마시세.
所念家同産 생각해보니, 내 누이는
與君如瑟琴 그대와는 비파와 거문고 같았네
玆焉不竝駕 이에 멍에를 나란히 할 수 없고
宰木寒蕭槮 무덤의 나무들은 차갑게 솟아 있네
尙喜吾諸甥 아직도 기쁜 것은 나의 여러 조카들이
男恭女如欽 사내는 공손하고 여자는 공경함일세
明朝復相憶 내일 아침 다시 생각하면
悵望楚山岑 초산 고개가 서글프리라.
64~66. 次劉正之芙蓉韻三首 유학아(劉學雅)의 「부용」시에 차운하다. 세 수
64
淺綠深紅出短籬 연한 잎과 붉은 꽃이 짧은 울타리로 솟아나니
望中都是可憐枝 바라보는 가운데 모두 어여쁜 가지이네
要看亂颭寒塘水 차가운 연못 물에 어지러이 바람 부는 것을 보고자 하니
更待金風滿意吹 다시 금풍이 뜻에 가득 불어옴을 기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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凌波直欲渡橫塘 물결을 넘어 곧게 횡당을 건너려다
却愛無人獨自芳 도리어 사람이 없어도 홀로 꽃 피운 것을 사랑하네
且倚新漪閑照影 또 새로운 물가에 의지하여 한가히 그림자 비추고
更憑女伴一扶將 다시 여반이 한 번 도와줌에 의지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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微吟澤畔幾扶笻 못가에서 나직이 읊조리며 몇 번이나 거닐었던가?
自笑摧頹一禿翁 스스로 쇠잔하고 머리 빠진 늙은이임을 비웃네
羞見芙蓉好顔色 연꽃의 좋은 빛을 부끄럽게 바라보고
且憑詩律傲西風 또 시율에 의지하여 서풍을 업신여기네
우리말 주자대전 9권
1. 石馬斜川之集分韻賦詩得燈字
석마 사천의 모임에서 운자를 나누어 시를 짓는데 등자운을 얻다
改歲風日好 해가 바뀌어 바람 날로 좋아지자
出門欣得朋 문을 열고 기쁘게 친구들을 만났네.
復招里中彦 다시 마을의 선비들을 불러서
及此雲間僧 이곳 속세를 벗어나 사는 스님한테까지 이르렀네.
行行涉淸波 가고 가며 맑은 파도를 건너서
斯亭一來登 이 정자에 한번 와 오르네.
徙倚綠樹蔭 한가롭게 푸른 나무 그늘 사이를 슬슬 걸으며
摩娑蒼石稜 푸른 돌 모서리를 어루만지네.
遙瞻原野春 멀리 평야의 봄을 바라보고
仰視天宇澄 우러러 하늘의 맑은 것 쳐다보네.
一水旣紆鬱 온 물은 이미 굽이굽이 이어지고
群山正崚嶒 뭇 산들은 마침 높고 험하네.
時禽悅新陽 철따라 오는 새들은 새 봄을 기뻐하고
潛魚躍輕冰 자맥질 하는 물고기들도 얇은 얼음위로 뛰어오르네.
却念去年日 도리어 작년 이맘때를 생각하니
俯仰愁予膺 순식간에 나의 가슴을 근심스럽게 하네.
長吟斜川詩 길게 사천시를 읊조리는데
日落寒烟凝 해 지자 차가운 연기 맺히네.
暝色變晴景 저녁 빛은 개인 경치로 바뀌고
淸尊照華燈 맑은 술잔 화등을 비추네.
頹顔感川徂 노쇠한 모습에 내 가는 것 느끼는데
稚齒歎年增 나이 어린 사람들도 나이 먹는 것 한탄하네.
酒盡不能起 술은 이미 다 마셨지만 일어날 수 없어
朱欄各深凭 붉은 난간에 각기 깊이 기댈 뿐이네
2. 游石馬以駕言出遊分韻賦詩得出字
석마에 노닐면서 가언출유로 운을 따 출자로써 시를 씀
抱病守窮廬 병든 채 가난한 집을 지키면서
閉戶常罕出 문을 닫고 언제나 거의 나가지 않았네.
坐見春氣深 쓸데없이 봄기운 깊음 보이,
淸陰晝蒙密 맑은 그림자 낮에 짙게 드리웠네.
今朝積雨過 오늘 아침 장마 지나가니,
淑景回煦律 아름다운 경치 따뜻한 시절을 회복했네.
不有塵外蹤 티끌세상을 벗어나질 못했으니,
何由散愁寂 어찌 근심걱정 없으리오.
行行整巾屨 부지런히 행장을 가다듬으니,
散漫委書帙 책은 돌보지 않아 산만하구나.
野逕自縈紆 들길은 구불구불한데,
前峰但崷崒 앞의 봉우리만 우뚝하구나.
婆娑茂樹下 무성한 나무는 어른어른 춤추는 듯하고,
左右寒流汨 좌우로는 차가운 물 콸콸 흐르네.
亂石翳蒼根 어지러운 바위는 하늘가를 가리우는데,
於焉憩腰膝 잠깐 다리를 쉬노라.
追遊固才彦 실로 어진이를 따라 노니니,
逢遇亦奇逸 만남도 또한 빼어나네.
招邀愧深情 초대 받으니 마음속 깊이 부끄러워,
晤言永玆日 터놓고 이 긴 여름날 심정을 말하노라.
君有尊中物 그대가 술을 가졌다면,
我進沂上瑟 나는 기수가로 가 거문고를 타리라.
日夕不得留 시간은 붙들어 둘 수 없으니,
餘歡未云畢 남은 기쁨 다할 수가 없겠구나.
3. 三月晦日與諸兄爲眞率之約徘徊石馬晩集保福偶成短句奉呈聊發一笑
삼월 그믐날 여러 형님들과 진솔한 만남의 약속을 하여 석마대에서 노닐고 저녁에 보복사에 모여서 우연히 짧은 구절을 지었는데, 삼가 드려서 애오라지 한바탕 웃었다.
春服明朝換 봄옷은 아침에 갈아입어 화사하고,
晴川漲綠陰 맑은 냇물은 푸른 그늘아래 불어나네.
追隨皆勝侶 좇고 따르는 사람들이 모두 좋은 벗이라
邂逅卽初心 뜻하지 않게 본래의 의도에 부합되네.
社蹟莓苔古 사적은 푸른 이끼로 예스럽고
禪扉竹樹深 선가의 문은 대나무로 그윽하네.
移尊眞惜日 술잔 들고 자리 옮기며 진정으로 지난날을 애석해하고
畢景共披襟 해 그림자 다하려할 때 함께 흉금을 터놓고 진심을 보이네.
儉德遵賢範 검소한 덕으로 훌륭한 모범을 따르는데,
哇詞愧雅音 음탕한 글귀라 훌륭한 소리에 부끄럽기만 하네.
淸和應更好 맑고 상쾌하여 응당 더욱 좋지만,
逸想寄雲岑 고매한 생각은 구름으로 둘려 쌓인 높은 봉우리에 부치네.
是日約後, 會爲仙洲之游. 이날 약속을 한 후 모여서 선주의 유람을 하였다.
4. 比與隣曲諸賢修擧歲事携壺石馬追補斜川之遊而公濟適至飮罷首出和陶之句以紀其勝輒亦用韻酬答兼呈諸同遊者請共賦之
화목하게 이웃의 여러 현명하신 분들과 세제(歲祭)를 지내고 술병을 휴대한 채 석마대에서 사천의 유람을 추가로 보충하는데 공제가 마침 와서 그만 마시고 먼저 도연명에 화답하는 시구를 지어 그의 뛰어남을 기념하고, 또 각운자를 써서 화답한 것을 함께 유람한 여러분들께 드리고 함께 짓도록 청함
皇天分四序 하늘은 네 계절을 나누었지만,
代謝無時休 신진대사는 그치는 때가 없네.
昔人抱孤念 옛사람들 독특한 포부를 품고
感此成淸遊 이것을 느끼면 한가로이 유람하였지.
逈眺曾城皐 멀리 물가 언덕의 높고 큰 성 바라보고
郞詠斜川流 소리 높여 사천의 흐르는 것 읊조리네.
歲月今幾許 세월은 지금이 어느 때인데,
長波沒輕鷗 끊임없이 치는 파도 가벼운 갈매기 엄몰하겠는가?
眷言撫佳辰 회고하며 좋은 시절을 되돌아보고
荒尋靡遺丘 거칠게 찾아도 옛 언덕 보이지 않네.
且復置往事 또 다시 지난 일이라 치부하고
及玆命高儔 이곳에 이르러 고상한 짝들을 부르네.
縱策聊幷歡 거리낌 없이 써낸 간책에 함께 기뻐하고
飛觥起相酬 뿔잔을 나는 듯이 일어나 서로 주고받네.
未知千載下 알 수 없거니와 천년 이후에야
亦記此日不 또 이 날을 기억하겠나.
商歌有遺音 슬프고 처량한 노래는 여음이 있지만
林樂無餘憂 많은 악기 함께 연주해서 내는 소리는 남은 근심이 없지.
但得長如此 다만 이와 같은 것이 오랠 수 있는데,
吾生復何求 내 생에서 또 무엇을 구하리!
5. 行視武夷精舍作
무이정사를 가서보고 지음
神山九折溪 신령스런 산이 시내 따라 아홉 굽이나 꺾이고,
沿泝此中半 따라서 거슬러 오르니 여기가 중간일세.
水深波浪闊 물 깊어 물결도 널리 일고,
浮綠春渙渙 푸르름 떠도는 봄물 철철 넘치네.
武夷溪凡九曲, 多急流亂石. 此第五曲, 水特深闊平緩, 綠漪可愛. 무이 계곡은 무릇 아홉 구비인데, 급류와 자잘하게 산재한 돌이 많다. 이곳은 다섯째 구이인데, 물이 특히 깊고 넓은데 평탄하며, 푸른 물결은 사랑스럽다.
上有蒼石屛 위로는 푸른 바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데,
百仞聳雄觀 백 길이나 높이 솟아 웅장하게 보이네.
嶄巖露垠堮 가파른 봉우리에는 낭떠러지 드러나 있는데,
突兀倚霄漢 우뚝 솟아 하늘 높이 기대어 있네.
此峰夷上削下, 拔地峭立, 如方屋帽. 按舊圖名大隱屛. 이 봉우리는 평평한 위와 깎아지른 듯한 아래땅위에 높이 가파르게 서 있다. 마치 방형이면서도 우뚝 솟은 모자 같은데, 옛 그림에 의하면 대은병이라고 부른 것이다.
淺麓下縈廻 얕은 산자락은 아래로 얽히어 돌고,
深林久叢灌 짙은 숲은 관목으로 덮였네.
胡然閟千載 어찌하여 천년이나 닫히어 있다가,
逮此開一旦 오늘에야 활짝 열리었는고?
峰下小山重複, 中有平地數十丈, 喬木長藤、茂林脩竹交相蔽隱. 舊無人迹, 乾道己丑, 予舟過而樂之. 及今始能卜築, 以酬曩志. 봉우리 아래에 작은 산들이 겹겹이 둘러싸여 있는데, 가운데는 평지가 수십 길이나 되고, 교목과 긴 등나무, 무성한 숲과 긴 대나무는 서로 얽히고 덮어서 그늘을 이루었으며, 예부터 사람의 발자취가 닿지 않았던 곳이다. 건도 기축년에 내가 배를 타고 지나면서 그곳에서 즐겼었다. 지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땅을 골라 건축하여 예전의 포부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我乘新村船 내 신촌에서 배를 타고,
輟棹靑草岸 푸른 강기슭에서 노를 멈추었네.
榛莽喜誅鉏 잡초더미 즐거이 베어내고,
面勢窮考按 지세를 살펴 골똘히 생각했노라.
居然一環堵 가지런하게 담 둘렀으니,
妙處豈輪奐 묘한 곳 어찌나 높고 훌륭한지!
左右矗奇峯 좌우로는 기이한 봉우리 우뚝 솟아 있어,
躊躇極佳玩 머뭇거리며 아름다운 놀이 다하네.
方經始時, 予以病不能來. 至是送別山西, 始自新村買舟以來. 視所縛屋三間, 制度殊草草. 然背負大隱屛, 面直溪南大山, 左有魏王上昇峰, 右有鍾模三敎等石, 極爲雄勝. 바야흐로 건축에 착수하려 할 때는 내 병으로 올 수 없었다. 지금에 이르러 산서를 송별하고, 비로소 신촌에서 배를 사서 왔네. 집 세 칸 동여 맨 것을 보니, 제도가 특히 조잡하였다. 그러나 뒤로는 대은병을 지고, 앞으로는 계곡 남쪽 큰 산을 마주하며, 왼쪽으로는 위왕과 상승봉이 있고, 오른쪽에는 종모와 삼교 같은 바위들이 있어 지극히 웅장하고 뛰어났다.
是時芳節闌 때는 바야흐로 꽃 한창인 때라,
紅綠紛有爛 울긋불긋 어지러이 흐드러졌네.
好鳥時一鳴 때로는 아름다운 새들이 울고,
王孫遠相喚 원숭이들은 멀리서 서로 부르네.
山多獼猴 산에는 원숭이가 많다
暫遊意已愜 잠시 노닐어도 뜻 이미 흡족한데,
獨往身猶絆 홀로 가려고 하니 몸이 오히려 얽매이네.
珍重舍瑟人 진중하게나! 거문고 내려놓은 사람이여,
重來足幽伴 다시 오면 족히 그윽한 친구되리라.
已約初夏與同志皆往遊集. 이미 초여름에 동지들과 함께 놀러갈 모임을 약속하였다.
6∼17. 武夷精舍雜詠 幷序
무이정사를 여러 가지로 읊음 및 서문을 아우름
武夷之溪東流凡九曲, 而第五曲爲最深. 蓋其山自北而南者至此而盡. 聳全石爲一峰, 拔地千尺. 上小平處微戴土, 生林木, 極蒼翠可玩. 而四隤稍下, 則反削而入, 如方屋帽者, 舊經所謂大隱屛也. 屛下兩麓坡坨旁引, 還復相抱. 抱中地平廣數畝, 抱外溪水隨山勢從西北來, 四屈折始過其南, 乃復繞山東北流, 亦四屈折而出. 溪流兩旁丹崖翠壁林立環擁, 神剜鬼刻, 不可名狀. 舟行上下者, 方左右顧瞻錯愕之不暇, 而忽得平岡長阜, 蒼藤茂木按衍迤靡, 膠葛蒙翳, 使人心目曠然以舒, 窈然以深, 若不可極者, 卽精舍之所在也. 直屛下兩麓相抱之中, 西南向爲屋三間者, 仁智堂也. 堂左右兩室, 左曰「隱求」, 以待棲息; 右曰「止宿」, 以延賓友. 左麓之外, 復前引而右抱, 中又自爲一塢, 因累石以門之, 而命曰「石門之塢」. 別爲屋其中, 以俟學者之群居, 而取學記「相觀而善」之義命之曰「觀善之齋」. 石門之西少南, 又爲屋以居道流, 取道西眞誥中語命之曰「寒棲之館」. 直觀善前山之顚爲亭, 回望大隱屛最正且盡, 取杜子美詩語名以「晩對」. 其東出山背、臨溪水, 因故基爲亭, 取胡公語名以「鐵笛」, 說具本詩注中. 寒栖之外, 乃植楥列攀以斷兩麓之口, 掩以柴扉, 而以「武夷精舍」之扁揭焉. 經始於淳熙癸卯之春, 其夏四月旣望堂成, 而始來居之. 四方士友來者亦甚衆, 莫不歎其佳勝, 而恨它屋之未具, 不可以久留也. 釣磯、茶竈皆在大隱屛西, 磯石上平, 在溪北岸; 竈在溪中流, 巨石屹然, 可環坐八九人, 四面皆深水, 當中科臼自然如竈, 可爨以瀹茗. 凡溪水九曲, 左右皆石壁, 無側足之徑. 唯南山之南有蹊焉, 而精舍乃在溪北, 以故凡出入乎此者非魚艇不濟. 總之爲賦小詩十有二篇, 以紀其實. 若夫晦明昏旦之異候, 風烟草木之殊態, 以至於人物之相羊, 猿鳥之吟嘯, 則有一日之間恍惚萬變而不可窮者. 同好之士其尙有以發於予所欲言而不及者乎哉! 무이 계곡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것은 모두 아홉 구비이지만, 다섯째 구비가 가장 깊다. 아마도 그 산이 북쪽에서 남쪽을 향하는데 그곳에 이르러 그치고, 높이 솟은 온 돌이 한 봉우리를 이루었는데, 우뚝 솟은 것이 천여 자나 된다. 위의 작고 평평한 곳은 작게나마 흙이 쌓여 있어서 수풀의 나무가 자라고, 지극히 푸르러 놀만하다. 사방이 비교적 낮은 곳 조금 아래는 반대로 깎이고 들어가서 마치 방형이면서 우뚝 솟은 모자 같은데, 옛 그림에서 대은병이라고 부른 것이다. 대은병 아래 두 산기슭의 비탈은 널리 뻗어 있는데, 돌아가며 또 서로 감싸고 있다. 가운데 땅 평평하고 넓은 몇 이랑을 감싸고 있고, 바깥 계곡 물이 산세를 따라 서북으로부터 오는 것을 감싸고 있으며, 네 번 굽고 꺾이는 것은 비로소 그 남쪽을 지나고, 이에 다시 산의 동북쪽을 돌아 흘러서, 또한 네 번 굽고 꺾여 나온다. 계곡 흐르는 두 옆 붉은 낭떠러지와 푸른 절벽에는 숲이 둘러 감싸 안은 것처럼 서있고, 귀신이 깎고 새긴 듯 하여 형언할 수 없다. 배로 위아래를 오가는 사람들은 비로소 좌우에 있는 사람들이 경각간에 놀라는 것을 겨를도 없이 보게 되고, 문득 평평한 산등성이와 긴 언덕을 마주하면 푸른 넝쿨과 무성한 나무 높고 낮게 서로 잡다하게 이어져 있고, 엇섞이고 덮여 있어 사람의 마음과 눈을 넓고 편안하게 하며, 그윽하고 깊어서 마치 다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정사가 있는 곳이다. 대은병 아래 두 산기슭이 서로 감싸는 것을 마주하는 중간에 서남방향으로 집 세 칸을 지은 것이 인지당이다. 당의 좌우에는 방 두 칸이 있는데, 왼쪽은 「은구」라 부르고 은거를 기다린다는 의미이고; 오른쪽은 「지숙」이라 부르는데 손님과 친구를 초빙하다는 의미이다. 왼쪽 산기슭바깥은 또 앞으로 쭉 뻗어서 오른쪽을 감싸고 있고, 가운데에 또 스스로 한 둑을 만들었는데, 돌을 쌓아서 문으로 삼았기 때문에 「오문지오」라 명하였다. 따로 그 가운데에 집을 지어서 학자들이 무리를 지어 거할 것을 기다리고, 예기(禮記)』 「학기(學記)」편의 「서로 관찰하면서 상대방의 좋은 것을 배우는 것」의 의미를 취해서 「관선지재」라 명명하였다. 석문의 서쪽 약간 남쪽에 또 집을 지어 도가의 유파가 머물도록 하였는데, 도가 서적 「진고(眞誥)」중의 말을 취해서 「한서지관」이라 명하였다. 관선 앞산의 꼭대기를 마주하는 정자를 지었는데, 대은병을 돌아보는데 가장 정확하면서도 다 할 수 있는 곳이어서 두자미의 시구에서 취해 「만대」라 이름하였다. 그 동쪽은 산등성이를 나와서 계곡물에 임하는데, 옛터위에 정자를 지었고, 호공의 말을 취해서 「철적」이라 이름하였는데, 구체적인 것은 본 시의 주석에 설명하였다. 한서바깥은 느티나무를 심고 잡다하게 배열해서 두 산기슭 입구를 끊고, 사립문을 가려서 「무이정사」의 편액을 떼어 내버렸다. 건축에 착수한 것은 순희 연간 계묘년 봄인데, 그해 초여름 4월에 이미 집이 완성되는 것을 바라보고 처음으로 와서 거하였다. 사방에서 선비와 친구들 온 사람이 심히 많았는데, 그곳이 아름답고 뛰어나다고 감탄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집이 다 갖추어지지 않아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조기와 다조 모두 대은병의 서쪽에 있고, 기석(磯石)은 위가 평평한데 계곡 북쪽 기슭에 있다. 조는 계곡의 한가운데 있는데, 큰 돌이 우뚝 솟아 있어서 여덟아홉 사람이 둘러앉을 수 있었다. 사면은 모두 깊은 물인데, 가운데는 움푹 내려앉고 파여서 자연스럽게 부엌 같아 불을 때서 차를 끊일 수 있었다. 무릇 계곡 물 아홉째 구비는 좌우 모두가 돌 벽이어서 비켜서서 움직일 길도 없었다. 오직 남산의 남쪽에만 지름길이 있었는데, 정사는 계곡 북쪽에 있었기 때문에 이곳을 출입하는 사람들은 고깃배가 아니면 건널 수도 없었다. 요컨대 작은 시 열두 편을 지어 그 사실을 기록한다. 만약 저 어둡고 밝음 저녁과 새벽의 이상한 기후, 바람과 연기 풀이나 나무의 특별한 형태로 말미암아 사람이나 사물이 배회하고 원숭이나 새가 한탄하고 욺에 이르면, 하루사이에도 갑자기 여러 가지로 변화해서 궁구할 수 없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함께 좋아 하는 선비 그들 중에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써내도 아직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6 精舍
정사
琴書四十年 금과 책 벗한 지 사십년
幾作山中客 몇 번이나 산속의 손님되었나?
一日茅棟成 하루 만에 띠 집 지어
居然我泉石 마침내 나도 산수(山水) 좋아 하게 되었네.
7 仁智堂
인지당
我慙仁知心 내 인애하고 지혜로운 마음 부끄럽지만
偶自愛山水 우연히 저절로 산수를 좋아 하게 되었네.
蒼崖無古今 푸른 낭떠러지는 예나 지금 없어
碧澗日千里 푸른 산간의 흐르는 물 날마다 천리를 흐르네.
8 隱求齋
은구재
晨窓林影開 새벽 창에 수풀 그림자 어른거리고,
夜枕山泉響 밤 베개에는 산 냇물소리 들리네.
隱去復何求 이곳에 은둔하였으니 다시 무엇을 구하리?
無言道心長 말 없어도 도심은 길고도 기네.
9 止宿寮
지숙료
故人肯相尋 친구가 기꺼이 서로 의지하고 따르려 해서
共寄一茅宇 함께 한 띠 집에 붙어사네.
山水爲留行 산수가 우리 위해 만류(挽留)하여
無勞具鷄黍 힘들이지 않고 닭과 기장밥을 마련했네.
10 石門塢
석문오
朝開雲氣擁 아침에 구름과 안개 에워싼 것 개이더니
暮掩薜蘿深 저녁 되니 쑥과 여라 까지 짙게 가렸네.
自笑晨門者 문지기를 스스로 비웃는데,
那知孔氏心 어떻게 공씨의 마음 알겠는가?
11 觀善齋
관선재
負笈何方來 책 상자 지고 어디에서 왔는가?
今朝此同席 오늘 아침 이곳에서 동석했네.
日用無餘功 날마다 남은 힘이 없을 정도로 수양하고
相看俱努力 서로 보며 함께 노력하네.
12 寒栖館
한서관
竹間彼何人 대나무 사이 저 사람은 누구인가?
抱甕靡遺力 항아리 안은 사람 여력(餘力)이 없네.
遙夜更不眠 긴 밤엔 더더욱 잠 못 들어
焚香坐看壁 향 피우고 앉아 벽만 쳐다보네.
13 晩對亭
만대정
倚笻南山巓 대나무 지팡이 의지해 남산 꼭대기에 올라
却立有晩對 멈춰 서서는 저녁 무렵에 감상하네.
蒼峭矗寒空 차가운 하늘에 푸르고 가파르게 우뚝 솟아
落日明影翠 해질 때 밝은 그림자 푸르기만 하네.
14 鐵笛亭 山前舊有奪秀亭. 故侍郞胡公明仲, 嘗與山之隱者劉君兼道, 遊涉而賦詩焉. 劉少豪勇游俠使氣. 晩更晦迹, 自放山水之間. 善吹鐵笛, 有穿雲裂石之聲. 胡公詩, 有更煩橫鐵笛, 吹與衆仙聽之句. 亭今廢久. 一日與客及道士數人, 尋其故址, 適有笛聲發於林外, 悲壯回鬱, 巖石皆震. 追感舊事, 因復作亭以識其處, 仍改今名
철적정 산의 앞에는 옛날에 탈수정이 있었다. 그래서 시랑으로 있는 호명중공이 일찍이 산의 은자인 유겸도와 더불어 산을 유람하고 건너면서 그곳에서 시를 지은 적이 있다. 유겸도는 젊어서 호탕하고 용감했으며 유협의 기상을 길렀다. 저녁이 되고 곧 어두운 자취가 있는데 홀로 산과 물에 나가 놀았다. 쇠 피리를 잘 불었는데 구름을 뚫고 바위를 가르는 소리를 지녔다. 호공이 시를 지었는데 더욱이 쇠 피리 눕히게끔 번거로이 하여, 부니 뭇 신선들 더불어 듣네.라는 구절이 있다. 정자는 지금은 폐쇄된 지 오래다. 하루는 객 및 도사 여럿이 옛터를 찾았는데 마침 피리소리가 숲 밖에서 나왔는데 비장하여 번민을 되돌리고 암석도 다 떠는 것 같았다. 옛일이 더듬어 느끼어져 다시 정자를 지어 그곳을 표시해 두고 아울러 지금의 이름으로 고쳤다
何人轟鐵笛 어떤 사람이 쇠 피리를 부는가?
噴薄兩崖開 힘차게 솟아올라 두 벼랑을 가르네.
千載留餘響 천년동안 쇠 피리 소리 계속 울려
猶疑笙鶴來 신선이 타는 선학(仙鶴)마저 오는 것을 주저하네.
15 釣磯
조기
削成蒼石稜 깎아서 푸른 돌 모서리를 만들어
倒影寒潭碧 거꾸로 비친 그림자 차가운 못에 푸르기만 하네.
永日靜垂竿 긴 세월동안 조용히 낚시 대 드리우고 있으니
玆心竟誰識 이 마음 도대체 누가 알겠는가?
16 茶竈
다조
仙翁遺石竈 신선 늙은이 돌 아궁이 남겨 놓아,
宛在水中央 자그마하니 물 가운데 있네.
飮罷方舟去 다 마시고 막 방주타고 떠나려니,
茶煙裊細香 차 연기 가는 향 여전히 피어오르네.
17 魚艇
어정
出載長煙重 나올 때는 무거운 긴 안개 실었고
歸裝片月輕 돌아갈 때는 가벼운 한 조각 달 실었네.
千巖猿鶴友 수많은 바위와 원숭이 학을 친구 삼아
愁絶棹歌聲 금심 끊어지니 뱃노래 소리하네.
18. 次公濟精舍韻
공제의 정사운을 써서 짓다.
一室空山裏 집 한 채가 산 속을 그윽하고 고요하게 해서
纖塵逈莫侵 미세한 먼지마저 아예 침투하지 못하네.
若非同臭味 만약 의기가 투합 되지 않는다면
誰肯遠過臨 누가 멀리까지 가서 찾아뵈려고 하겠는가?
健策凌丹壑 건장한 걸음으로 붉은 산 계곡에 오르고
淸詩動玉琴 청아한 시로 옥금을 울리네.
溪邊一回首 계곡 가에서 머리 한번 돌려보니
平地足崎嶔 평지인데도 족히 험하고 고르지 않네.
19. 奉同公濟諸兄自精舍來集沖佑之歲寒軒因邀諸羽客同飮公濟有詩贈守元章師因此其韻
공제를 비롯한 여러 형을 모시고 정사로부터 충우관의 세한헌의 모임에 모여서 선객들을 청하여 함께 술을 마셨다. 공제가 시를 지어 수원장사에게 주었다 이에 그 운을 따라 시를 쓴다.
蓬萊淸淺今幾年 봉래의 물 맑게 얕아진지 몇 해나 되었던가?
武夷突兀還蒼然 무이의 우뚝한 모습은 오히려 창연하게 되었네.
但忻丹籍有期運 다만 신선의 명부에 때와 운 있음을 기뻐할 뿐,
不悟翠壁無寅緣 푸른 벽에 새겨질 인연 없음은 알지 못하네.
鼎中龍虎應浪語 솥 가운데의 선약이란 공연한 말이고,
紙上爻彖非眞傳 책 속의 효와 단은 진리를 전함 아니네.
明朝猿叫三峽路 내일 아침 원숭이 우짖는 삼협의 길에,
一葉徑上滄浪船 한 조각배로 푸른 물결 헤쳐가리라.
20. 出山道中口占
산을 나와 길에서 읊조리다
川原紅綠一時新 하천과 벌판 붉고 푸르러 일시에 새로운데
暮雨朝晴更可人 저녁에 비 내리고 아침에 개이니 더욱 마음에 드네.
書冊埋頭無了日 허구한 날 서책에만 머리 파묻는 것
不如抛却去尋春 내던져 버리고 향기 찾아감만 못하리.
21∼30. 淳熙甲辰仲春, 精舍間居, 戱作武夷櫂歌十首, 呈諸同遊相與一笑
순희 갑진년 2월에 정사에서 한가로이 거처하다가 장난삼아 무이도가 열수를 지어 함께 놀러온 동지들에게 주고 한번 웃노라
21
武夷山上有仙靈 무이산 위에는 신령한 신선이 살고 있고
山下寒流曲曲淸 산 아래는 차가운 계곡 물이 흘러 굽이굽이 맑네.
欲識箇中奇絶處 그 가운데 신기하고 절묘한 곳을 알아보려면
櫂歌閒聽兩三聲 뱃노래 한가롭게 두서너 곡 들어보게나.
22
一曲溪邊上釣船 첫째 구비 시내 곁에서 낚시 배에 오르니
幔亭峰影蘸晴川 수면에 비친 만정봉의 그림자 맑은 내에 잠겼네.
虹橋一斷無消息 구름다리 한번 끊어진 뒤에는 무이군(武夷君)의 소식 없고
萬壑千巖銷翠煙 만학천봉은 푸른 운무 속에 녹아드네.
23
二曲亭亭玉女峰 둘째 구비에 우뚝하게 높이 옥녀봉 서 있는데
揷花臨水爲誰容 꽃 꽂고 물에 비췸은 누구 위해 다듬은 것인가?
道人不作陽臺夢 도인은 허황된 양대의 꿈을 다시 꾸지 못하는데
興入前山翠幾重 흥은 겹겹이 쌓인 앞산의 푸른 봉우리에 들어가네.
24
三曲君看架壑船 셋째 구비에서 그대는 보겠네, 산허리에 얹힌 배를
不知停櫂幾何年 알지 못하겠네, 노를 멈춘 지 몇 해나 되었는지를.
桑田海水今如許 뽕나무 밭이 바닷물로 변한지 지금 몇 해나 되었는가?
泡沫風燈敢自憐 물거품 바람 앞의 등불 같으니 스스로를 가련히 여기지 않으랴?
25
四曲東西兩石巖 넷째 구비에는 동쪽 서쪽으로 두 바위 있는데
巖花垂露碧㲯毶 바위위에 핀 꽃에서 이슬 떨어뜨리는데 깃과 털처럼 흩날리네.
金鷄叫罷無人見 금계 울음 그친 후 다시는 본 사람 없는데
月滿空山水滿潭 달은 빈산에 가득하고 물은 못에 가득하네.
26
五曲山高雲氣深 다섯 구비 들어서니 산 높고 운무 짙은데,
長時煙雨暗平林 오랫동안 안개와 빗속에 빽빽한 숲 어둡네.
林間有客無人識 숲 속에 한 나그네 있으나 아는 사람 없고,
欸乃聲中萬古心 어기여차 노 젓는 소리 만고에 변하지 않는 마음이라네.
27
六曲蒼屛遶碧灣 여섯째 구비는 푸른 병풍바위 짙푸른 물 구비 둘러쳤는데,
茅茨終日掩柴關 띠 집에는 하루 종일 사립문이 닫혀 있네.
客來倚櫂巖花落 배 띄워 객 찾아오고 바위 구멍에 핀 꽃 떨어져도,
猿鳥不驚春意閑 원숭이와 새 놀라지 않으니 봄날 분위기 한가롭네.
28
七曲移船上碧灘 일곱 구비 배를 옮겨 푸른 여울 올라가니
隱屛仙掌更回看 은병암과 선장암을 다시 돌아보네.
人言此處無佳景 사람들 이곳에 아름다운 경치 없다 하지만
只有石堂空翠寒 돌로 만든 높은 집 다만 비어 푸릇한 한기만 도네.
29
八曲風烟勢欲開 여덟 구비에 들어서니 바람과 안개 걷히려는 기세인데
鼓樓巖下水縈洄 고루암 아래에는 물결이 얽혀서 도네.
莫言此處無佳景 말하지 말라, 이곳에 아름다운 경치가 없다고,
自是遊人不上來 본래 유람객들 올라오지 않는 곳이라네.
30
九曲將窮眼豁然 아홉 구비 끝나려는데 눈앞이 환하게 열리고
桑麻雨露見平川 비에 축축이 젖은 뽕나무와 삼밭은 평원에 나타나네.
漁郞更覓桃源路 어부가 다시 무릉도원 가는 길을 찾는다면
除是人間別有天 여기를 제외하고도 인간 세상에 별천지가 있기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