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人言石乳洪羊之勝不及往遊作此
사람들이 석유동과 홍양동의 승경을 말하는데 미쳐 가서 놀지 못하고 이 시를 짓는다
人道歸雲未足誇 사람들 말하기를 귀운의 경치 자랑할 만 못하다는데,
洪羊石乳更谽谺 홍양동과 석유동 더욱 깊고 휑하다 하네.
連環入夢難紆軫 고리처럼 이어져 꿈에 드니 고삐 돌리기 힘들고,
回首西風又日斜 서풍에 고개 돌리니 또 해 기울었다네.
86~87. 分宜晩泊. 江亭望南山之勝, 絶江往遊將還, 而舟子不至, 擇之刺船徑渡呼之, 予伯崇佇立以俟, 因得二絶
분의에서 저녁에 묵다. 강가의 정자에서 남산의 빼어난 경치를 바라보다가 강을 건너 놀러갔다가 돌아오려 하였지만 사공이 이르지 않아 임용중이 배를 저어 빨리 건너 부르니 나와 범염덕이 우두커니 서서 기다리다가, 이 때문에 절구 두 수를 얻다
86
寒水粼粼受晩風 차가운 물 말갛게 저녁바람 받아들이는데,
輕舠來往思無窮 가벼운 거룻배 왔다갔다 생각 끝이 없다네.
何妨也向溪南去 또한 시내 남쪽으로 감 무엇 거리끼리오?
徙倚空林暮藹中 부질없이 빈 숲의 저녁 안개 속에 기대어 서 있다네.
87
一棹翩然喚不回 한 노 나는 듯 불러도 돌아오지 않아,
兩笻江畔久徘徊 두 지팡이 강 가에서 오래도록 배회하네.
早知君有如神技 그대 귀신 같은 재주 있음 일찍이 알았더라면,
同下中流亦快哉 함께 강 가운데로 내려옴 또한 얼마나 가뿐했겠는가?
88. 新喩西境
신유의 서쪽
北嶺蒼茫雨欲來 북쪽 산머리 어둑어둑 비 오려는데,
南山騰躑翠成堆 남쪽 산 훌쩍 솟아 비취빛 더미 이루었네.
穉杉繞麓千旗卷 어린 삼나무 산기슭 두름 갖은 깃발 만 듯한데,
野水涵空一鑑開 들판의 못 하늘 머금고 거울 하나 열렸네.
客路情懷元倥傯 나그네 길 마음 본래 바쁜 법인데,
今晨遊眺却徘徊 오늘 아침은 노닐고 둘러보며 오히려 배회하네.
自然觸目成佳句 자연스레 눈길 닿는대로 좋은 싯귀 이루어지니,
雲錦無勞更剪裁 구름 비단 다시 잘라 마름질할 수고 않겠네.
89. 道間厭苦泥淖, 思亟還家安坐講習, 用擇之韻, 呈二賢友
길에서 진흙으로 고생을 하여 빨리 집으로 돌아가 편안히 앉아 강습하고 싶은 생각이 나서 택지의 각운자를 써서 지어 두 훌륭한 친구에게 드림
客路泥塗正所憂 나그네 길 진흙탕이라 정말 근심스러운데,
可堪雲物更油油 구름 더욱이 두둥실 떠다님 견딜 만하네.
向來結友輕千里 지난번에는 친구 사귀느라 천리를 가벼이 여겼는데,
此去還家且一丘 이번에는 집으로 돌아감 겨우 언덕 하나라네.
妙處自應從我得 오묘한 진리 내 스스로 속에서 얻어지리니,
躬行肯使歎吾猶 몸소 실천함 어찌 내 남과 같음 탄식하게 하는가?
兩賢定許相提挈 두 분이 잡고 이끌어주기로 함 허락하였으니,
厚意何勝雜佩酬 두터운 뜻 여러 가지 패옥으로 보답함보다 낫겠는가?
90. 再和油字韻
다시 “기름 유”자 운을 써서 화답하다
楚山黃落正離憂 초산에 누런 잎 떨어지고 바로 근심 만났는데,
喜見寒杉卷碧油 차가운 삼나무 푸른 기름 말아올림 기쁘게 보네.
倦客今年眞白髮 고달픈 나그네 올해 진짜 백발 되었는데,
羽人何日定丹丘 깃 달린 신선 어느 날에나 단구에 정착하려는가?
奇兵捷出吾當避 기이한 병사들 민첩하게 나오니 내 피해야 하나,
狹路爭先子不猶 좁은 길에서 선두 다툼 그대들 머뭇거리지 않네.
箇裏竟能無一語 그 속에 마침내 한 마디 없을 수 있겠는가?
應慙二鳥起相酬 두 새 일어나 서로 답함 부끄러우리.
91. 次韻擇之懷張敬夫
임용중의 장경부를 그리워하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往時聯騎向衡山 지난 날 말 나란히 하고 형산 향했는데,
同賦新詩各據鞍 함께 새 시 짓느라 함께 안장에 기대었었다네.
此夜相思一杯酒 이날 밤 그리움에 한 잔 술 기울이는데,
回頭猶記雪漫漫 고개 돌려보니 아직도 눈 펄펄 날림 생각나네.
92. 別韻賦一篇
이별의 운을 한 편 읊다
踏雪凌霜眼界新 눈 밟고 서리 지나니 시계 새롭고,
擧鞭遙指玉嶙峋 채찍 들어 아득히 옥 올망졸망함 가리키네.
回頭此日成千里 고개 돌려보니 이날 천리나 되는데,
橫槊思君少一人 창 비껴들고 그대 생각하니 한 사람이 적다네.
93. 宿新喩驛夜聞風鐸
신유역에 묵으면서 밤에 풍경소리를 듣다
倦枕欹眠到五更 지친 베개맡에 기대어 자다가 오경 되었는데,
却嫌風鐸久悲鳴 풍경 소리 오래도록 슬피 우는 것 오히려 싫다네.
恍疑絺綌南隣夜 황홀하여 칡옷에 남쪽의 밤인 듯한데,
寒鐵丁東客夢驚 차가운 쇳소리 땡그렁 나그네 잠 깨우네.
94. 題野人家
농부의 집에 적다
茆簷竹落野人家 띠집 처마에 대나무잎 떨어지는 농부의 집,
只麽悠悠閱歲華 다만 이렇게 유유히 세월 지나간다네.
田父把犁寒兩足 농부 쟁기 잡으니 두 발 차고,
牧兒吹笛晩風斜 목동 아이 피리 부니 저녁 바람 비껴부네.
95. 題萬安野館
만안의 들에 있는 객관에 적다
身似孤雲去復還 몸 외로운 구름 같이 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投裝猶記此窓間 행장 던져두고 오히려 이 창문 사이에 적네.
只應烟雨蒼茫外 다만 응당 안개비 푸르스럼한 저 바깥에는,
卽是當時萬疊山 곧 이때 만 겹의 산 있으리라.
96. 萬安遇長沙便欲附書不果
만안에서 장사 사람을 만나 편지를 부치려했지만 이루지 못하다
長沙一別兩悠悠 장사에서 한번 헤어져 둘이 유유한데,
夢想淸湘帶橘洲 꿈에서 맑은 상강 귤주 띠고 있음 생각하네.
欲寄行人數行字 행인에게 글자 몇 줄 부치려 하나,
行人不作置書郵 행인 역의 편지 배달꾼 되지 않는다네.
97. 不見梅再用來字韻
매화가 보이지 않아 다시 “올 래”자 운을 써서 짓다
舊歲將除新歲來 묵은 해 지려하고 새해 오려는데,
梅花長是雪毰堆 매화에 오래도록 눈발 펄펄 날리네.
如何此日三州路 어찌하여 이날 세 고을의 길에는,
不見寒葩一樹開 차가운 꽃 한 그루도 피어 있음 보이지 않는가?
野水風煙迷慘澹 들의 물에 이는 바람과 안개 흐릿하여 참담하고,
故園霜月想徘徊 옛 동산의 서리 낀 달 생각하며 배회하네.
夜窓却恐勞幽夢 밤의 창 오히려 그윽한 꿈 수고롭힐까 걱정되어,
速把新詩取次裁 빨리 새 시 잡고 수고스럽게 다듬는다네.
98. 賦水仙花
수선화를 읊다
隆冬凋百卉 한겨울이라 온갖 꽃 다 시들었는데,
江梅厲孤芳 강매만 엄숙하게 외로이 피어 있네.
如何蓬艾底 쑥대로 엮은 집 밑은 어떠한가?
亦有春風香 또한 봄바람 향기 있네.
紛敷翠羽帔 줄기 많은데 깃털 망토 푸르고,
溫靘白玉相 따뜻하고 조용함은 흰 구슬의 자질일세.
黃冠表獨立 도사의 황관 빼어나게 홀로 서 있고,
淡然水仙糚 수선의 화장은 담담하기만 하네.
弱植愧蘭蓀 약한 뿌리 난초와 창포 부끄럽게하고,
高操摧氷霜 높은 지조는 얼음과 서리 꺾는다네.
湘君謝遺褋 상군 속옷 주는 것 사절하고,
漢水羞捐璫 한수는 귀고리 줌을 부끄러이 여기네.
嗟彼世俗人 쯧쯧, 저 속세의 인간들,
欲火焚衷腸 정욕의 불길 충정을 불태우네.
徒知慕佳冶 한갓 아름다움만 흠모하니,
詎識懷貞剛 어찌 곧고 굳셈 품을 줄 알리오?
凄凉柏舟誓 처량하구나 「백주」의 맹세여,
惻愴終風章 슬프구나 「종풍」장이여.
卓然有遺烈 우뚝하니 충렬 남아 있으니,
千載不可忘 천 년토록 잊을 수 없네.
99. 淸江道中見梅
청강으로 가는 도중에 매화를 보다
今日淸江路 오늘 청강 가는 길에,
寒梅第一枝 한매 첫째 가지에 피었네.
不愁風嫋嫋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림 시름겹지 않으나,
正奈雪垂垂 마침 눈 소록소록 내리니 어쩌리오?
暖熱惟須酒 따뜻하게 데우는데는 오로지 술 필요하고,
平章却要詩 품평하는데는 오히려 시 필요하다네.
他年千里夢 훗날의 천리 꿈,
誰與寄相思 누구와 함께 서로 그리워함 부칠까?
100. 臨江買舟
임강에서 배를 사다
征驂聊駐近江樓 수레 말 문득 강가 누대 가까이 매어두고,
南市津頭問買舟 남쪽 저자 나루에서 배를 사려고 물어보네.
共說明朝乘雪水 모두들 내일 아침 함께 눈 녹은 물을 배타고 가자하니,
長歌一日到洪州 긴 노래 하루면 홍주에 이르리.
101. 薌林
향림
東皐濺寒水 동쪽 언덕에 차가운 물 흩뿌리고,
西崦繞淸陰 서쪽 기슭에는 맑은 그늘 둘렀다네.
南埭奎璧麗 남쪽 방죽에 규벽 아름답고,
北坨靜且深 북쪽 언덕은 조용하고 또 깊다네.
入門流綠波 문 들어서니 녹색 물결 흐르는데,
竹樹何萷槮 대나무는 얼마나 빽빽이 우거졌는지!
積石象雲壑 돌 쌓아놓은 것 구름 골짜기 같고,
高堂杳沈沈 높은 대청은 아득하여 조용하다네.
左通雲水區 왼쪽으로는 구름과 물의 경계와 통하고,
右徑梅杏林 오른쪽은 매화와 살구나무 숲 오솔길이라네.
沼沚共回薄 늪과 물가 한데 빙빙 감겨 돌고,
觀臺鬱差參 누관과 누대는 빽빽하니 들쭉날쭉하네.
紛吾千里遊 내 천리 유람 기뻐하였는데,
發軔南山岑 남산 봉우리에서 수레 떠났다네.
過門得佳賞 문 지나니 아름다운 감상 얻어,
慰此夙昔心 이 옛날부터 품은 마음 위로해주네,
緬懷企疏翁 멀리 소옹 바라는 뜻 품어,
歲晩投冠簪 만년에는 갓과 비녀 벗어 던졌다네.
婆娑此澗谷 이 시내 골짝에서 너울너울 춤추며,
俯仰成古今 고개 한번 숙이고 드는 사이에 고금의 일 이루네.
嗣德世有人 덕 이음에 대대로 사람 있으니,
聞道我所欽 도 들음 내 흠모하는 바라네.
相見無雜語 서로 만남에 잡된 말 없고,
晤言寫胸襟 말 나눔에 흉금 쏟아내네.
懷舊復惆悵 옛날 생각하니 다시 슬퍼져,
命酒聊同斟 술 내오라 명하여 애오라지 함께 따룬다네.
飮罷我當去 술자리 파하여 내 떠나야하리니,
握手淸江潯 맑은 강 가에서 손 잡는다네.
冠簪, 一作華簪 “관잠”은 “화잠”이라 되어 있는 판본도 있다
102~103. 過樟木鎭晩晴, 二首
장목진을 지나는데 저녁에 개다, 두 수
102
朝晴遣我看薌林 아침에 개어 나더러 향림 보게 하더니,
頃刻浮雲萬里陰 잠깐만에 뜬 구름 만리에 어둑하네.
拂袖凌風三十里 소매 펄럭이며 바람 뚫고 삼십 리를 갔더니,
依然寒日照長吟 여전히 차가운 해 비치는데 길게 읊조리네.
103
飛雲極目疑梅嶺 나르는 구름 눈길 가득하니 매령인 듯한데,
落日回頭夢橘洲 지는 해에 고개 돌리며 귤주를 꿈꾸네.
從此不愁東路永 이제부터 동쪽 길 김 근심하지 않으리니,
祗應西望轉悠悠 다만 서쪽 바라면 유유해 지겠지.
104. 赤岡頭望遠山作
적강산 어귀에서 먼 산을 바라보며 짓다
曉起淸江弄小舟 새벽 같이 일어나 청강에서 작은 배 젓는데,
晩風吹過赤岡頭 저녁에 바람 불어 적강의 어귀 지나네.
遠峰自作脩眉斂 먼 봉우리 절로 일어나 긴 눈썹 거두는데,
萬里那知客子愁 만리에 어찌 나그네 시름 알겠는가?
105. 次韻擇之發臨江
임용중의 임강을 나서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千里烟波一葉舟 천리 안개 물결에 일엽 편주,
三年已是兩經由 3년 만에 이미 두 번 지나간다네.
今宵又過豊城縣 오늘 밤에 또 풍성현 지나는데,
依舊長江直北流 변함없이 장강은 곧장 북쪽으로 흐른다네.
106. 次韻擇之漫成
임용중의 되는대로 짓다 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落日晴江更遠山 개인 강에 해 지니 산 더욱 멀어지고,
遠山猶在有無間 먼 산은 있는 듯 없는 듯 놓여 있네.
不須極目傷懷抱 구태여 눈길 다하는 곳 보느라 회포 상하랴,
且看漁船近往還 잠깐 가까이 고기잡이배 왕래하는 것 보네.
船, 一本作舠 “선”은 “도”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다
107. 竹節灘
죽절탄
船下淸江竹節灘 배 아래는 청강의 죽절탄인데,
長烟漠漠水漫漫 긴 운무 막막하고 물은 질펀하다네.
人家斷岸斜陽好 인가 끊어진 절벽에 비낀 햇볕 좋은데,
客子中流薄暮寒 나그네는 물결 가운데서 저녁 무렵에 추위 느끼네.
108. 舟中晩賦
배 안에서 저녁 때 읊다
長風一萬里 긴 바람 일만 리에,
披豁暮雲空 탁 트이고 맑아 저녁 구름 없네.
極浦三年夢 끝 다한 물가의 삼 년 전 꿈,
扁舟二子同 조각배에 두 사람 함께 하였었다네.
離離浮遠樹 드문드문 먼 나무 떠 있고,
杳杳沒孤鴻 가물가물 외로운 기러기 빠지네.
若問明朝事 만약 내일 아침 일 묻는다면,
西山晻靄中 서산의 아지랑이 침침한 곳에 있으리.
109. 次韻擇之將近豊城有作
임용중의 풍성에 가까워지려 하여 짓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쓰다
老矣身如萬斛舟 늙었어라, 몸 만 휘의 배 같은데,
長風破浪若爲收 긴 바람 부서지는 물결 거두어 들이는 듯.
江山若有逢迎意 강산에 맞아들이는 뜻 있다면,
到處何妨爲少留 어느 곳인들 잠시 머무름 어찌 거리끼겠는가?
110. 過豊城作
풍성을 지나며 짓다
渺渺豊城縣 풍성현 아득하여 가물가물한데,
回頭憶舊遊 고개 돌려 옛 놀이 생각하네.
晴江羅遠樹 맑게 개인 강에는 먼 나무 펼쳐져 있고,
宿莽亂中洲 숙망 모래섬 가운데 어지럽네.
寶劍今鱗甲 보검은 이제 비늘 껍질 되었지만,
神光尙斗牛 신비스런 광채 아직도 두우간에 있다네.
他年還記得 훗날 또 기억할 수 있다면,
此夜一扁舟 오늘 밤 한 조각 배라네.
111. 舟中見新月, 伯崇擇之二友皆已醉臥, 以此戱之
배 안에 새 달이 보이는데 범염덕과 임용중 두 친구는 모두 이미 취하여 누워 있으므로 이에 놀리다
舟中見新月 배 안에 새 달 보이는데,
烟浪不勝寒 안개 물결 추위 이겨내지 못하네.
與問醉眠客 취하여 자는 객에게 물어보니,
豈知行路難 가는 길 어려움 어찌 알리오?
殘陽猶水面 남은 빛 아직 수면에 있고,
孤鴈更雲端 외로운 기러기 다시 구름 끝에 있네.
篷底今宵意 배 바닥에서 오늘 저녁 뜻,
天邊芳歲闌 하늘 가에 꽃다운 한 해 저무네.
112~113. 次韻擇之舟中有作二首
임용중의 배 안에서 짓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쓰다, 두 수
112
一江烟水浩漫漫 온 강의 연무 낀 물 넓어서 끝이 없고,
昨夜扁舟寄此間 어젯밤 조각배 이 사이에 내맡겼다네.
共向船頭望南北 함께 뱃머리로 가서 남쪽과 북쪽 바라보았더니,
不知何處是家山 어느 곳이 고향 산하인지 알지 못하겠네.
113
一席三人抵項眠 한 자리에 세 사람 이마 붙이고 잠들었는데,
心知蓬外水如天 마음 속으로 배 바깥 물 하늘과 같음 알았다네.
起來却怪天如水 일어나 오히려 하늘 물과 같음 괴이하게 여기니,
月落烏啼浦樹邊 달은 지고 까마귀 포구의 나무 가에서 운다네.
114~115. 自東湖至列岫得二小詩
동호에서 열수에 이르러 작은 시 두 수를 얻다
114
孺子高風何處尋 서치의 높은 풍도 어디서 찾을꼬?
東湖臺觀水雲深 동호의 누대와 누관 물과 구름 깊다네.
生芻一束人如玉 싱싱한 꼴 한 다발 사람 옥과 같으니,
此日凄凉萬古心 이날 만고의 마음 처량하기만 하네.
115
昨日來時萬里陰 어제 올 때는 만리 흐리더니,
長江雪後玉千岑 장강에 눈 온 뒤 천 봉우리 옥과 같네.
蒼茫不盡登臨意 아득하니 올라가 내려보는 맘 다 하지 못하는데,
重對晴天豁晩襟 거듭 개인 하늘 대하니 저녁 흉금 활달하네.
116~117. 列岫望西山最正, 殆無毫髮遺恨, 滕王秋屛皆不及也, 因作此詩, 二首
열수에서 서산을 바라보니 가장 정면이어서 거의 터럭만큼의 유감도 없었으니 등왕각과 추병각도 모두 이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에 이 시를 짓는다, 두 수
116
城中望西山 성 안에서 서산 바라보면서,
拄頰空朝暮 공연히 아침 저녁으로 뺨 괴고 있다네.
不到列岫亭 열수정에 이르지 못하였으니,
詎知親切處 가깝고 절실한 곳 어찌 알겠는가?
117
東西水平分 동서로 물 평평하게 나누이고,
南北山中判 남북으로 산 한 가운데 잘렸네.
妙處毫髮間 오묘한 곳 터럭 사이라도,
商略無遺算 대략 헤아림 남은 셈 없네.
118. 晩飮列岫
저녁에 열수에서 마시다
危亭披豁對蒼霞 아찔한 정자 탁 트이고 맑아 푸른 놀 마주하였는데,
策杖重來日未斜 지팡이 짚고 다시 오니 해 아직 기울지 않았네.
滿目江山一尊酒 눈 가득 강과 산 드는데서 한잔 술 드니,
哦詩莫遣太雄誇 시 읊조림에 너무 씩씩한 자랑 보내지 말게나.
119. 觀上藍賢老所藏張魏公手帖, 次王嘉叟韻
상람사에서 현로스님이 소장하고 있는 장위공의 수첩을 보고 왕가수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火風吹散旱天雲 불 바람 가문 하늘의 구름 불어서 흩어버리니,
膚寸空餘翰墨新 짧은 길이로 공연히 지으신 글만 새로이 남아 있네.
拭淚相看渺今古 눈물 닦고 예와 지금 아득함 보니,
堂堂那復有斯人 당당하도다! 어찌 다시 이런 사람 있으리오!
120. 次韻伯崇登滕王閣感舊, 蓋聞往時延閣公拜疏於此云
범염덕의 등왕각에 올라 옛 감회를 느끼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대개 지난 날 연각공이 이곳에서 소장을 올렸음을 들었다 하다
金闕銀臺夢想中 금 궁궐이며 은 누대 꿈 속에서나 그리고,
樓前拜舞皁囊空 누대 앞에서 절하고 춤추었는데 검은 주머니 비었다네.
十年殄瘁無窮恨 십 년을 고난에 허덕였으나 한 끝이 없고,
歎息今人少古風 지금 사람들 옛 풍도 없음 탄식한다네.
121. 觀西山, 懷嶽麓以爲莫能相上下也, 聊賦此云
서산을 바라보며 악록을 생각해보니 우열을 가릴 수 없을 것 같아 문득 이 시를 짓는다
風月平生意 바람과 달은 평소에 품어온 뜻이요,
江湖自在身 강과 호수 절로 이 몸에 있네.
年華供轉徙 세월은 옮기어 가는데,
眼界得淸新 시계 맑고 새로워졌네.
試問西山雨 서산의 비에 물어보나니,
何如湘水春 상강의 봄 어떠한가?
悠然一長嘯 한가로이 한번 길게 휘파람 불어보니,
妙絶兩無倫 절묘하기 이 둘에 짝할 것 없겠네.
122. 進賢道中
진현으로 가는 도중에
往辭湘水曲 옛날에 상수의 물굽이 하직하고,
今過豫章城 지금은 예장성 지난다네.
改歲無多日 해 바뀜 몇 일 안 남았고,
到家才幾程 집에는 몇 노정이면 이른다네.
晝憐春意迫 낮에는 봄오려는 뜻 가까워짐 아리땁고,
夜喜月華淸 밤에는 달빛 맑음 기쁘다네.
此去無淹軌 이번 가는데 수레 머무름 없었고,
前塗似掌平 앞에 놓인 길 손바닥처럼 평평하다네.
123. 野望
들에서 바라보다
登高立馬瞰晴川 높은 곳 올라 말 세우고 개인 내 내려다보니,
四面平林接暝烟 사방의 평원 숲 어둑한 연무에 닿아 있네.
東望不堪頻極目 동쪽 바라보니 자주 눈길 다함 감당치 못하겠고,
歸心已度鳥飛前 돌아가는 마음 이미 새 나르는 앞 헤아린다네.
124~128. 次韻擇之進賢道中漫成五首
임용중의 진현으로 가는 도중에 되는대로 짓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다섯 수
124
白酒頻斟當啜茶 백주 자주 기울이면 차 마셔야 하는데,
何妨一醉野人家 농부의 집에서 한번 취해봄 무엇 거리끼겠는가?
據鞍又向岡頭望 안장에 기대어 또 언덕 끄트머리 바라보니,
落日天風鴈字斜 해는 지고 하늘엔 바람 부는데 기러기 행렬 비스듬하다네.
125
笑指斜陽天外山 웃으며 해 하늘 바깥 산으로 기울어짐 가리키니,
無端長作翠眉攢 끝없이 오래도록 비취빛 눈썹 모임 일어나네.
豈知男子桑蓬志 남자의 뽕나무 활과 쑥대 화살 쏘는 뜻 어찌 알겠는가?
萬里東西不作難 만리 동서로 어려움 일어나지 않는다네.
126
夜宿林岡月滿川 밤 되어 숲의 언덕에 묵으니 달 내에 가득한데,
歸期屈指正茫然 돌아갈 기한 손 꼽아보니 정말 아득하다네.
也知地脈無贏縮 또한 지맥 펴졌다 줄어졌다 못함 아니,
只把陰晴更問天 다만 흐리고 맑음 다시 하늘에 물어볼 뿐이라네.
127
誰作窓間擁鼻聲 누가 창문 사이로 콧소리 내는가?
更哦樂府短歌行 다시금 악부의 「단가행」 읊조려보네.
從敎永夜淸無寐 함부로 긴 밤 맑아 잠 못이루게 하여,
只恐晨鷄不肯鳴 다만 새벽닭 울지 않으려 할까 걱정되네.
128
日暮重岡上 날 저물어 다시 언덕 오르니,
人勞馬亦飢 사람 피로하고 말 또한 주렸다네.
不妨隨野雀 거리끼지 않으리, 들판의 참새 따라,
容易宿寒枝 차가운 가지에 쉬 깃듦이.
129. 次韻擇之夜宿進賢客舍
임용중의 밤에 진현의 객사에서 묵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白日照寒野 밝은 해 차가운 들판을 비추는데,
면然千里平 멀리 천리 평평하다네.
馳暉一以沒 달리는 빛 한번 지니,
浩蕩驚飇生 호탕하게 놀라는 회오리바람 이네.
露彩林表見 이슬 빛 술 밖으로 드러나고,
月華波上明 달빛은 물결 위에서 밝다네.
同行魯狂士 함께 가던 노나라 미치광이 선비,
忽發商歌聲 별안간 상성의 노래 부르네.
洗耳金石奏 금석 연주함에 귀 씻으니,
信知塵累輕 실로 속세에 걸림 가벼움 알겠네.
130. 次韻擇之潤陂有作
임용중의 윤피에서 짓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我行欲安適 내 가는 길 어디로 가려는가?
莽莽窮山陂 망망하게 산과 비탈 다 한다네.
晨裝遠林表 새벽에 먼 숲 밖에서 짐 꾸려,
午憩通川湄 낮에는 내와 통하는 물가에서 쉰다네.
曠望想慈親 환히 바라며 자애로운 어버이 생각하니,
行役嗟吾兒 여행 길 당신 아들 걱정하시겠지.
喟然陟屺歎 아아! 민둥산에 올라 탄식하자니,
歸心浩無涯 돌아가려는 마음 넓어서 끝이 없다네.
曉霜徒御寒 새벽 서리에 마부 추워하고,
暮雨朋儔悲 저녁 비에 벗들 슬퍼한다네.
前期諒非遠 앞의 기약 실로 멀지 않으니,
無爲苦愁思 괴롭고 슬픈 생각 하지 마세나.
131. 過潤陂日晴, 意可喜, 至暮復雨, 伯崇有詩, 因次其韻
윤피를 지나다가 날이 개어 기뻤는데 저녁이 되자 다시 비가 내렸다. 범염덕이 시를 지어 이에 같은 각운자를 써서 짓는다
客裏歲云暮 나그네로 해 저무니,
我心殊未平 내 마음 특히 평정되지 않네.
悠悠惜往日 근심스레 지난 날 아쉬워하고,
鬱鬱懷平生 울적하게 평생의 뜻 품어보네.
況復久陰雨 하물며 다시 오래도록 음침한 비 내리니,
喜玆霜曉明 이곳 서리 새벽에 밝음 기쁘네.
那知不終日 어찌 알았으리오, 하루도 다하지 않아,
又作瀟瀟聲 또 쏴쏴 하는 소리 나게될 줄을.
坐厭泥塗辱 문득 진흙길 욕됨 싫어져서,
空嗟鴻鴈輕 공연히 기러기 가벼움 탄식해 보네.
132. 山行兩日至金步, 復見平川行夷路, 計程七日可到家矣
이틀 동안 산길을 가서 금보에 이르러 다시 평천으로 가는 평탄한 길을 보고 이레면 집에 이르리라 일정을 셈해보다
行穿側徑度荒山 옆길 뚫고 가서 황량한 산 넘고,
又踏深泥過野田 또 깊은 진흙 밟고 들판의 밭 지나네.
路轉忽然開遠望 길 돌아드니 별안간 멀리 바라봄 열려,
眼明復此見平川 눈 밝아져 다시 이곳 내 같이 평평하고 펼쳐진 곳 보이네.
江烟浦水悲重疊 강의 운무 포구의 물 겹겹이 포개짐 슬프나,
楚水閩山喜接連 초땅의 물 민땅의 산 붙어서 이어짐 기쁘네.
稅駕有期心轉迫 멍에 풂 기대하니 마음 급박해지는데,
稜稜瘦馬不勝鞭 비쩍 마른 말 채찍 이기지 못한다네.
133. 次韻擇之金步喜見大江有作
임용중의 금보에서 기쁘게 대강을 보고 짓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江頭四望遠峰稠 강 어귀에서 사방 바라보니 멀리 보이는 봉우리 조밀하고,
江水中間自在流 강물은 중간에서 자유롭게 흐르네.
竝岸東行三百里 양쪽 언덕 동쪽으로 삼백 리나 가는데,
水源窮處卽五州 물의 근원 다하는 곳 곧 오주라네.
此江發源分水嶺, 故前詩有楚水閩山喜接連之句
이 강은 분수령에서 발원하기 때문에 앞 시에 “초땅의 물 민땅의 산 붙어서 이어짐 기쁘네.”라는 구절이 있다
134. 次韻擇之餘干道中
임용중의 여간으로 가는 도중에라는 시의 각운자를 쓰다
寒盡春生草又靑 추위 다하고 봄 되어 풀 또한 푸르니,
化工消息幾曾停 조화옹의 솜씨 자라고 쉬게 함 어찌 일찍이 멈추었던가?
因君一詠陵陂麥 그대로 인해 언덕 비탈의 보리 한번 읊어보니,
恍憶儂家老圃亭 아련하게 우리 집 노포정 생각나네.
亭下予家種麥處也 정자의 아래는 우리집에서 보리를 심어놓은 곳이다
135. 安仁曉行
안인을 새벽에 가다
夙駕安仁道 새벽 일찍 안인의 길 가는 멍에 지우고,
行行得自娛 가고 가니 절로 즐거워지네.
荒山圍野闊 거친 산 들판에 넓게 에워싸이고,
遠樹出林孤 먼 곳의 나무 숲으로 외로이 솟았네.
景晦長煙合 볕 어두우니 운무 길에 합쳐지고,
天寒碧草枯 하늘 추우니 푸른 풀 시드네.
歸心懷往路 돌아가는 마음 지난 길 품으니,
極目向平蕪 눈 다한 곳 여전히 우거진 평원이라네.
136. 十七日早霜晴觀日出霧中, 喜而成詩
17일 새벽에 서리가 개이고 안개 속에서 해가 떠오름을 보고 기뻐서 시를 이루다
斜月夜窓白 달 비끼니 밤 창문 밝고,
肅霜朝氣淸 된 서리에 아침 기운 맑다네.
長塗披素錦 긴 길에 흰 비단 펼쳐져 있고,
寒霧湧金鉦 차가운 안개는 금빛 징에서 샘솟네.
已作三冬雨 이미 삼동의 겨울비 내렸으니,
何妨十日晴 열흘 개임 무엇 거리끼겠는가?
天公且相念 하느님께서는 또 생각하시어,
莫遣暮雲生 저녁 구름 일게 하지 마소서.
137. 再用前韻
다시 앞 시의 각운자를 쓰다
久陰冬竟暖 오래도록 흐리더니 겨울 마침내 따뜻해지고,
欲霽氣先淸 날씨 개려니 기운 먼저 맑아지네.
田舍占煙火 농가에서는 연기와 불 점치며,
軍家候鼓鉦 군대에서는 징 칠 때 기다리네.
風霜千里肅 바람과 서리 천리에 매섭더니,
天地一朝晴 하늘과 땅 하루 아침에 개네.
明日知何日 내일 무슨 날인가?
陽春又發生 따뜻한 봄 또 피어난다네.
138. 次韻擇之過丫頭巖
임용중의 아두암을 지나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四面晴岡紫石崖 사방의 개인 언덕의 자줏빛 돌 벼랑,
如何渾作白皚皚 어찌하여 온통 희게 반짝반짝 빛나는가?
須知暖入陰泉溜 모름지기 따뜻함 들면 응달의 샘물 똑똑 떨어짐 아니,
不是寒封積雪堆 추위가 쌓인 눈 무더기 봉한 것 아니리라.
139. 章巖
장암
豁爾天開宇 훤하게 하늘 집 열어놓으니,
呀然夜不扃 입 쩍 벌리고서 밤에도 문 닫지 않는다네.
閑雲任棲宿 한가로운 구름 맘대로 깃들어 살고,
密雨斷飄零 빽빽한 비 단속적으로 떨어진다네.
破屋僧常住 부서진 집에 중 늘 거주하고
高軒客屢經 높은 헌함에 나그네 자주 거쳐가네.
古今題寫處 예와 지금 시 적어 놓은 곳,
一半蘚文靑 반은 이끼무늬 파랗다네.
140. 次韻擇之章巖
임용중의 장암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驅馬倦長道 말 몰자니 먼 길에 지쳐,
投鞭憩此巖 채찍 던지고 이 바위서 쉬네.
來應六鼇戴 와서 맞이함 여섯 자라 이고 있음이요,
跡是五丁劖 자취는 다섯 장정이 뚫은 것이라네.
泉脈流靑潤 샘물 줄기 푸른 윤기 띠고 흐르고,
林稍擁碧巉 숲 끝은 짙푸른 높은 산 안고 있네.
老禪深閉戶 늙은 스님 깊숙이 문 닫고 있고,
客子且征衫 나그네 잠시 길 가는 옷깃 쉰다네.
141~142. 鉛山立春六言二首
연산에서의 입춘, 육언으로 두 수를 짓다
141
雪擁山腰洞口 눈 산 허리의 동굴 입구 안고 있고,
春廻楚尾吳頭 봄 초땅의 꼬리와 오땅의 머리에 돌아왔네.
欲問閩天何處 민땅의 하늘 어느 곳인가 물으려하니,
明朝嶺水南流 내일 아침 봉우리의 물 남으로 흐르겠지.
142
行盡風林雪徑 바람부는 숲 눈 오솔길 다 하니,
依然水館山村 물가 집과 산의 마을 여전하다네.
却是春風有脚 오히려 봄바람 다리라도 있는 듯,
今朝先到柴門 오늘 아침 삽짝문에 먼저 이르렀다네.
143~145. 次二友石井之作三首
두 벗의 석정에서 지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세 수
143
一竇陰風萬斛泉 한 구멍 음침한 바람 만 휘의 샘에 불고,
新秋曾此弄淸漣 새 가을 일찍이 이곳에서 맑고 잔잔히 일었다네.
人言湛碧深無底 사람들 말하기를 맑고 푸르러 깊이 바닥 없고,
只恐潛通小有天 다만 걱정됨 몰래 소유천과 통하는 것이라네.
144
聯騎君登泉上亭 말 나란히 하고 그대들과 샘 위의 정자 오르니,
黃塵雙眼想增明 누런 먼지에 두 눈 밝음 더했으면 하네.
籃輿獨向溪南路 대나무 수레 홀로 시내 남쪽의 길 향하니,
惆悵不成同隊行 행렬 이루어 가게되지 못함 슬프다네.
145
泉嵌側畔一川明 샘 깊은 곁 두둑에 내 하나 밝은데,
水石縈廻更有情 물과 바위 엉키어 도니 더욱 정이 있는 듯.
聞說近來疏葺好 듣자니 근래 들어 틔우고 이음 다 마쳤다니,
想應仍是舊溪聲 생각건대 응당 옛 시내 소리 나리라.
146~147. 次韻擇之鉛山道中二首
임용중의 연산으로 가는 도중에 짓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두 수
146
幾月高堂闕問安 몇 달이나 고당에 문안을 못 드렸던가?
歸塗不管上天難 돌아가는 길 하늘에 오르는 어려움 상관치 않네.
誦君兩疊思親句 그대의 두 겹 어버이 생각하는 구절 외어보니,
也信從來取友端 또한 예로부터 벗을 취함에 단정해야한다는 말 믿겠네.
147
行盡江湘萬疊山 강과 상수 다 하였는데도 만 겹의 산이니,
家山猶在有無間 고향 산천 아직도 있는 듯 없는 듯하네.
明朝漸喜登閩嶺 내일 아침에는 민땅의 고개 오름 점차 기뻐지리니,
澗水分流響佩環 시냇물 갈라져 흐르는 소리 옥 찬 듯 울리네.
148. 次韻擇之發紫溪有作
임용중의 자계를 떠나며 짓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明日振衣千仞岡 내일 천 길 언덕에서 옷깃 떨칠 것이니,
夜分起看月和霜 한밤중에 일어나 달 서리와 어울림 보네.
久知行路難如此 가는 길 이렇게 어려움 옛날부터 알았으니,
不用悲歌淚滿裳 슬픈 노래 눈물 옷 가득 적실 필요 없다네.
149. 次韻別林澤之
같은 각운자를 써서 임용중과 헤어지다
暫時相別不須悲 잠시 동안 서로 헤어진다고 슬퍼할 필요 없으니,
楚調凄凉政爾爲 초나라 곡조 처량함 딱 그대 위해서이리.
幾曲淸溪足相送 맑은 시내 몇 구비면 보내드리기 충분할까?
一天明月豈曾離 온 하늘의 밝은 달 어찌 일찍이 헤어지리.
上堂嘉慶多爲問 대청에 올라 어버이 문안 올림 많이 물음 받았고,
緣道風光少賦詩 길 따라 선 풍광들 조금씩 시로 읊었다네.
更謝同袍二三子 더욱이 옷 함께 입은 두세 벗에 고마워,
夜來幽夢滿春池 밤 되니 그윽한 꿈 봄 못에 가득하네.
150~151. 次韻別范伯崇二首 東歸亂葉止此
같은 각운자를 써서 범염덕과 헤어지다 동귀란고는 여기까지이다
150
平生罪我只春秋 평생토록 나 죄주는 것 오직 춘추이니,
更作囂囂萬里遊 다시 기꺼이 만리 유람하였다네.
賴有吾人肯相伴 우리네 기꺼이 서로 짝함 힘입어,
群譏衆詆不能憂 뭇 조롱과 수많은 비난도 근심하지 않았다네.
151
累月追隨今別離 여러 달 쫓아 따랐는데 이제 이별하게 되니,
人生離合豈無時 사람 살아가는데 헤어지고 만남 어찌 때가 없으리?
願言更勵堅高志 원컨대 높이고 굳게 하는 뜻 더욱 힘 쓰고,
力索窮探慰所思 힘껏 구하고 끝까지 찾아 생각하는 바 위로하게나.
152~153. 有懷南軒老兄, 呈伯崇·擇之二友, 二首
남헌형을 그리워하며 백숭․택지 두 형에게 바친다. 두 수
152
憶昔秋風裏 지난날 생각해보니 가을 바람 속에,
尋盟湘水傍 상수가에서 맹약 맺었었네.
勝遊朝挽袂 아침엔 소매 끌어당겨 명승지 유람하였고,
妙語夜連牀 밤에는 침상 나란히 하고 오묘한 말 나누었었지,
別去多遺恨 떠나갈 때는 많은 한 남았으나,
歸來識大方 돌아와서는 큰 도 알았다네.
惟應微密處 생각건대 미묘한 부분,
猶欲細商量 더욱 자세히 의논하고 싶소.
153
積雨芳菲暗 비 쌓이니 꽃향기 은은하고,
新晴始豁然 날 새로 개이니 비로소 확 트였다네.
園林媚幽獨 동산 숲 그윽하고 외로움 아름답고,
窓戶愜淸姸 창과 방문 맑고 고움 흡족하네.
晤語心何遠 주고받은 말 마음 얼마나 원대하였던가?
謂日與擇之講論 날마다 임용중과 강론한 것을 이른다
書題意未宣 편지 적은 뜻 펴지 못했다네.
謂數收伯崇近書 자주 범염덕이 근자에 보낸 편지를 받았음을 이른다
懸知今夜月 멀리서도 오늘 밤 달 아니,
同夢舞雩邊 함께 무우 가에서 꿈 꾸었었다네.
154. 九日登天湖, 以菊花須揷滿頭歸分韻賦詩, 得歸字
9월 9일 천호에 올라 “국화수삽만두귀”라는 구절로 운자를 나누어 시를 짓는데 “돌아갈 귀”자를 얻다
去歲瀟湘重九時 지난 해 소수와 상수에서 중양절 맞을 때는,
滿城寒雨客思歸 온 성에 차가운 비 몰아쳐 나그네 돌아갈 것 생각했었다네.
故山此日還佳節 고향산천에 이 날 아름다운 절기 돌아오니,
黃菊淸罇更晩暉 누런 국화 맑은 술잔에 저녁 해까지 빛나네.
短髮無多休落帽 머리숱 짧아지고 많지 않으나 모자 떨어뜨리지 마오,
長風不斷且吹衣 긴 바람 끊이지 않고 또 옷에 불어오네.
相看下視人寰小 아래로 내려다보니 사람들 사는 세상 작기만 하여,
祗合從今老翠微 다만 지금부터 늘 푸른 산만 마음에 맞네.
155. 歸報德再用前韻
보덕사로 돌아가 다시 앞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幾枝藤竹醉相携 등나무와 대나무 몇 가지나 취하여 지니었던가?
何處千峰頂上歸 어느 곳에서 수많은 봉우리 정상으로 돌아가는가?
正好臨風眺平埜 바람 맞으며 평평한 들판 바라보기에 딱 좋아,
却須入谷避斜暉 오히려 골짝으로 들어가 비낀 햇빛 피한다네.
酒邊泉溜寒侵骨 술 가의 샘물 방울 차갑게 뼈에 스미고,
坐上嵐光翠染衣 자리 위의 이내 빛 비취빛으로 옷 물들이네.
踏月過橋驚易晩 달빛 밟고 다리 지나자니 쉬 늦어짐에 놀라고,
林坰回首更依微 숲가 들판에서 고개 돌리니 더욱 어렴풋하네.
156. 雪中與林擇之祝弟登劉園之宴坐巖, 有懷南嶽舊遊, 賦此呈擇之屬和, 幷寄敬夫兄
눈 속에 임용중․축강국과 함께 유씨네 장원의 연좌암에 올라 남악에서의 옛 놀이를 그리워하며 이 시를 지어 임용중에게 주어 화답할 것을 촉구하고 아울러 경부형에게 부친다
風雪集歲晏 바람과 눈 세밑에 모여와,
掩關聊自休 빗장 걸고 애오라지 혼자 쉰다네.
今辰展遐眺 오늘은 먼 조망 펼치어,
倚此寒巖幽 이곳 차가운 바위에 그윽히 기대네.
同雲暗空室 검은 구름 빈 방을 어둑하게 하고,
皓彩迷林丘 흰 빛 숲과 언덕 흐릿하게 하네.
崩奔小澗歇 물결 솟구치던 작은 시내 마르고,
飛舞增綢繆 날고 춤춤 더욱 얽히네.
仰看鸞鶴翔 우러러 보니 난새와 학 날고,
俯視江漢流 굽어 보니 장강과 한수 흐르네.
乾坤有奇變 하늘과 땅에 기이한 변화 일더니,
澒洞驚兩眸 잇달아 이어진 듯 두 눈동자 놀라게 하네.
三酌不自溫 석 잔을 마셔도 절로 따뜻해지지 않아,
倚杖空冥搜 지팡이 의지하여 헛되이 그윽한 곳 찾네.
悲歌動華薄 슬픈 노래 눈꽃 숲 움직이고,
璀璨忽滿裘 찬란하게 어느덧 갖옷에 가득 달라붙었네.
向來一杯酒 여태까지는 한 잔 술로,
浩蕩千里遊 호탕하게 천리 유람하였었다네.
亦復有玆賞 또한 다시 이에 감상 느껴,
微言寄淸酬 하찮은 말 맑은 보답으로 부치네.
解携今幾許 손잡음 푼 것 지금 그 얼마런가?
光景逝不留 광경 가서는 머물지 않는다네.
懷人眇山嶽 사람 그리워하나 작은 산 큰 산 아득한데,
省己紛愆尤 내 몸 살펴보니 단점과 허물 분분하네.
對此奇絶境 이 기이하고 빼어난 경계 마주하니,
一懽生百憂 한번 기쁘다가 온갖 근심 생겨나네.
茫然發孤詠 아득히 외로운 노래 읊자니,
遠思誰能收 먼 생각 누가 거둘 수 있을까?
우리말 주자대전 6권
1. 和人遊西巖
사람들이 서쪽 바위를 유람하고 지은 시에 화답하며
平生壯志浩無窮 평생의 웅대한 뜻 다함이 없을 정도로 컸으나
老寄寒泉亂石中 늙어서는 차가운 샘과 어지러운 돌 사이에 붙어사네.
閑去披襟弄淸泚 한가롭게 옷섶을 풀어 헤치고 떠나 맑은 물을 만지작거리다
靜來合眼聽玲瓏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와서 옥 같은 바람소리를 듣네.
不知澗寺晴時雨 모르겠구나! 계곡의 절간에 물 뿌려지는 것,
何似溪亭落處風 무엇이 계곡 정자의 물 떨어진 곳에서 바람 이는 것과 같겠는가?
吟罷君詩自瀟灑 그대 읊조린 시를 그치니 절로 멋들어지고,
此心端不限西東 이 마음은 결단코 서와 동을 제한하지 않으리.
2. 次知郡章丈遊山之韻
지군이신 장 어르신께서 산을 유람하고 지은 시의 운을 써서 짓다.
前峰鸞鶴去無蹤 앞 봉우리 난새와 학이 떠나버려 자취를 알 수 없었는데,
邂逅荒尋得故宮 우연히 만나 거칠게 찾아서 옛 궁궐을 얻었네.
但覺風烟隨意好 다만 바람과 연기 마음대로여서 좋다고 느꼈지만,
便驚塵土轉頭空 곧장 흙먼지 머리 돌리는 사이 헛되어 놀라네.
提壺命駕幽期遠 술 주전자 들고 수레 몰도록 명할 그윽한 기약은 멀지만,
授簡哦詩妙處同 죽간을 주고 시를 읊조리도록 하니 묘한 것은 동일하네.
安得西山一丸藥 어떻게 서산의 환약을 하나 얻어
共隨簫鼓向雲中 함께 퉁소와 북을 따라 구름사이를 향할까?
3~5. 題周氏溪園三首
주사무(周嗣武)의 계원에 부치는 세 수
徇澗闢芳園 산골 물 도는 곳에 향기로운 정원을 마련하고,
結亭對虛壁 정자를 엮었는데 텅 빈 벽을 마주하고 있네.
澄潭俯幽鑒 맑고 깊은 못에서 그윽한 거울을 굽어보고,
空翠仰寒滴 푸른 나뭇잎사이에서 차가운 물방울을 바라보네.
主人心事遠 주인의 심사는 원대한데,
妙寄塵壞隔 교묘한 뜻은 속세에 막혀있네.
豈爲功名期 어찌 공명을 기약하기 위해
而忘此泉石 이 샘과 돌 같은 산수(山水)를 잊겠는가?
溪亭 계정
危亭竹栢間 우뚝 솟은 정자는 대와 측백나무 사이에 있는데,
悄蒨日幽絶 초목의 무성함은 날로 그윽하며 비길 데 없이 뛰어나네.
朔風一以厲 삭풍은 하나같이 세차지만,
愛此枝上雪 이 나뭇가지를 좋아해서 눈을 내려놓았네.
仰悲玄景駛 우러러 기러기의 빠르게 나는 것을 슬퍼하고,
俯歎群芳歇 굽어보며 뭇 향기 다한 것 탄식하네.
不用此時來 이 시점에 오지 않는다면,
那知歲寒節 어찌 때가 추울 때의 절개를 알겠는가?
雪亭 설정
手種籬間樹 몸소 심은 울타리 사이의 나무,
枝繁不忍刪 가지가 번잡해도 차마 자를 수 없네.
新亭最佳處 정자를 새롭게 가장 아름다운 곳에 지어,
勝日共歡顔 경치가 빼어난 날 함께 즐거운 얼굴이네.
景晏春紅淺 경치는 고요하고 봄꽃은 붉기가 옅은데,
雨餘寒翠潸 비가 지나치니 차가운 비취색 흐르는 듯하네.
光風回巧笑 햇빛 비치고 바람이 흥겨운 웃음 사이에 돌아오니
桃李任漫山 복숭아와 오얏 온 산을 물들이네.
嫣然亭 언연정
6. 寄林擇之
임택지에게 부치며
故人千里寄書來 친구가 천리 멀리서 편지를 보내와
三復塵襟頓豁開 여러 가지 세속적인 생각들이 돌연 확 깨이네.
勸我從容深燕養 나에게 차분히 평소대로 보양(保養)할 것을 권하면서
莫將佔畢苦沉埋 외우고 읽는 것에 너무 힘들게 파묻혀 살지 말라하네.
杖藜此日應同趣 지팡이 짚고 이날도 응당 함께 즐겨야 하는데,
揮麈何時得共陪 사슴 꼬리 저으며 어느 때에나 함께 할 수 있겠는가?
珍重相期俱努力 기약을 서로 소중히 해서 함께 힘쓰세!
自慙殊未竭淵才 넓고 깊은 재능을 다하지 못한 것 특별히 스스로 부끄럽네.
7~9. 送林擇之還鄕赴選三首
임택지가 고향에 돌아가 향시에 응시하러 가는 것을 배웅하며 세 수
7
靑驪去路欲駸駸 푸른 말과 검은 말은 길 나서면 빨리 달리려 하지만,
回首猶須話此心 머리 돌려 그래도 이 마음은 말해야겠네.
一別便成三數月 한번 이별하면 곧장 삼 개월이 되니,
有疑誰講過誰箴 의문이 있으면 누구에게 말하고, 잘못은 누구를 경계로 삼을까?
8
門外槐花似欲黃 문밖 홰나무 꽃 누렇게 되려하는데,
高堂應望促歸裝 그대 어머님은 돌아갈 채비 재촉하길 바라시리.
箇中自有超然處 그대 홀로 초연해 하지만,
有學兒曹一例忙 배운 아이들은 하나같이 바쁘기만 하네.
9
今朝握手送君歸 오늘 아침 악수하고 그대 돌아가는 것 배웅할 때
馬上薰風拂面吹 말 위에 온화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부네.
不用丁寧防曲學 여러 차례 부탁한다고 하지 말고 사도(邪道)는 막으시고,
寒窓久矣共心期 고생스럽게 공부한 지 오래되었으니 함께 마음으로 기약하세.
10. 題林擇之欣木亭
임택지의 흔목정에 부쳐
危亭俯淸川 우뚝 솟은 정자는 맑은 내를 굽어보는데,
登覽自晨暮 이른 새벽부터 저녁 무렵까지 올라가 둘러보았네.
佳哉陽春節 아름답구나! 따뜻한 봄날의 계절이
看此隔溪樹 이곳에서 계곡 건너편의 나무들 바라보네.
連林爭秀發 연이은 수풀 다투어 무성해서
生意各呈露 생기를 각기 드러내었네.
大化本無言 대자연은 본래 말이 없는데,
此心誰與晤 이 마음 누구와 대면할까?
眞驩水菽外 진정한 기쁨은 콩을 씹어 먹고 물을 마는 것 외에
一笑和樂孺 한바탕 웃으며 화락함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지.
聊復共徜徉 다시금 함께 자유로이 왕래하며 한가롭게 노닐 수 있기를
殊形乃同趣 형상이야 다르지만 동일한 정취라네.
11~12. 擇之誦所賦擬進呂子進元宵詩因用元韻二首
택지가 여자진에게 주려고 쓴 정월대보름 밤의 시를 외우기에 원운을 따라 지음. 두 수
11
何處元宵好 어느 곳의 정월 대보름 밤이 좋을까?
山房入定僧 올방자를 틀고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앉아 명상하는 산사.
往來衣上月 왕래하는 사람들 옷 위의 달빛
明暗佛前燈 불상 앞의 등불처럼 밝았다 어두웠다 하네.
實際徒勞說 실제로 헛되이 힘들게 설파하는데,
空華詎可憑 헛된 모습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還敎知此意 또 다시 이 뜻을 알도록 할 수만 있다면,
妙用一時興 신묘한 작용은 일시에 일어나리.
12
何處元宵好 어느 곳의 정월 대보름 밤이 좋을까?
寒龕獨寐人 찬 감실에서 홀로 잠자는 사람이로세.
月窓同皎皎 창에 비치는 달은 한가지로 밝은데,
燈鏡自塵塵 거울에 비치는 모습은 티끌마다 나름의 세계 있구나.
靜鑒通天地 맑은 거울은 천지와 통하고,
潛思妙鬼神 깊은 생각은 귀신처럼 신묘하구나.
却憐迷路子 가엽도다! 저 길 잃은 자들,
狂走鬧城闉 야단스레 시끌벅적한 성문 쏘다니는 것이.
13~14. 次韻擇之梧竹二首幷呈季通
택지가 노래한 오동나무와 대 두 수의 같은 각운자를 써서 아울러 계통에게도 드림
13
竹塢深深處, 깊고 깊은 대나무 마을을
檀欒遶舍靑. 빼어나게 아름다운 대나무가 집을 푸르게 두르고 있네.
暑風成慘淡, 여름의 무더운 바람은 슬프고 처량하게 하며
寒月助淸冷. 겨울의 차가운 달빛은 적막하고 썰렁하게 하네.
客去空塵榻, 나그네 떠나니 먼지 묻은 침상만 뎅그러니 남고,
詩來拓采櫺. 시 보내와 채색한 창문을 여네.
此君同一笑, 이곳에서 그대와 함께 한바탕 웃는다면,
午夢頓能醒. 낮 꿈에서도 즉시 깰 수 있으리
14
永日長梧下 하루 종일 오동나무 아래서 지내노니,
淸陰小院幽 맑은 그늘 속에 작은 뜰 그윽하구나.
自憐風嫋嫋 산들산들 바람은 절로 사랑스럽고,
客賦雨瀏瀏 나그네는 맑디맑은 비를 노래하네.
作別今千里 이제 천리 길 헤어지나니,
相思欲九秋 그리움은 구월 가을을 기다리는 듯.
更憐同社友 더욱이 어여쁜 같은 시단의 친구,
復此誤淹留 다시 여기에 잘못 오래도록 머무네.
15~17. 擇之寄示深卿唱和烏石南湖佳句, 輒次元韻三首
택지가 심경에게 오석산과 남호의 좋은 구절을 창화해서 부쳐 보이는 시의 원운을 차운해서 지은 세 수
15
未識南湖景 남호의 경치를 몰랐을 때는
遙欣二子遊 멀리서 친구들 노니는 것 기뻐했었네.
賞心幷勝日 좋은 날에 마음과 뜻이 맞는 친구들 함께 했고,
妙語逼淸秋 맑고 상쾌한 가을에 정취가득한 말을 가까이 하네.
賸欲携書卷 몹시도 책을 지니고 싶어 하면서,
相將買釣舟 함께 낚시하는 배 사려 하네.
微吟歸去晩 나지막하게 읊조리며 늦게 돌아가는데,
杜若滿汀洲 두약이 평평한 모래톱에 가득 찼네.
16
平湖渺空闊 평평한 호수는 아득히 넓고 넓은데
積水暮生寒 고인 물 호수에서는 저녁 되니 찬 기운이 이네.
但見綠千頃 다만 한없이 넓은 푸르름만 보이고
不知深幾竿 깊이가 몇 간이나 되는지 알 수가 없네.
人間元迫隘 인간 세상은 원래 협소하고
世路足艱難 세상 살아가는 길은 족히 어려운 법.
若了滄洲趣 만약 창주의 은거하는 정취를 분명히 안다면
無勞正眼看 힘들이지 않고도 정확히 눈으로 볼 것일세.
17
年來年去爲誰忙 해는 가고 오는데 누굴 위해 바쁜가?
三伏炎蒸忽變凉 찌는 듯한 삼복더위가 홀연히 서늘하게 되었네.
閱歲謾勞心悁悁 헛되이 또 한 해를 보내니 마음은 근심스러운데
懷人空得鬢蒼蒼 그리워함으로 헛되이 귀밑머리만 희끗희끗 해졌네.
詩篇眼界何終極 시의 안목에 어찌 끝이 있겠는가?
道學心期未遽央 도학의 마음 기약도 좀 체로 끝나지 않네.
安得追尋二三子 언제 제군들을 따라
舞雩風月共徜徉 무우의 풍월을 함께 한가롭게 노닐 수 있겠는가?
18~19. 小詩奉送擇之仁友赴漕臺之招. 後篇喜趙公之得士, 而不敢致私怨焉.然別懷黯然, 不能成章, 亦足以見區區也. 二首
친구인 택지가 조대의 부름에 나아가는 것을 받들어 보내는 작은 시. 후편에서는 조공이 선비들을 얻은 것을 기뻐하지만, 감히 개인적인 원망을 전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별의 정서로 슬프고 침울해서 문장을 다 지을 수 없고, 또 족히 사소한 것을 드러낼 수 있었다. 두 수
18
之子論交久 그대가 사귐이 오래되었다고 했는데,
深衷兩自知 깊은 속마음은 두 사람이 저절로 잘 아네.
提携方有賴 서로 협력해야 비로소 신뢰가 생기는데,
離索遽成悲 떠나 쓸쓸히 혼자 지내니 갑자기 슬퍼지네.
聖處應無數 성인의 경지는 응당 정해진 한계가 없겠지만,
書來肯見私 편지를 보내와 사사로움을 드러내려 하네.
臨分莫惆悵 헤어지려 할 때 슬퍼하지 말고,
努力共心期 노력해서 함께 마음으로 기약하세.
19
珍重東臺老 진중하시 게도 동대의 늙은이,
英聲舊所聞 훌륭한 명성은 예전부터 들었었지.
能懷吐哺意 훌륭한 인재 얻으려는 뜻 품을 수 있는데,
豈但枉書勤 어찌 다만 헛되이 책에만 힘쓰는가?
得士看如許 선비를 얻는 것 이렇게 많이 보니,
持心定不群 마음가짐 분명 뭇 사람들과 다르네.
願言推此志 원컨대 이 뜻을 미루어
淸濁見朋分 맑고 흐림을 분명히 드러내었으면 할 뿐.
20. 擇之賢友歸途左顧示以四明酬唱煥爛盈編三復咏嘆想見聚遊之樂輒用黃山卽事之韻賦呈擇之兼懷子重老兄順之賢友
친구인 택지가 돌아오는 길에 왕림하여 사명에서 읊은 시를 보여주는데 찬란하고 꽉 찬 시편인지라 세 번이나 거듭 읽은 후 탄복하였으며, 함께 모여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여 황산의 풍경을 읊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택지에게 드리고 아울러 자중형과 순지를 그리워함
十年身臥白雲堆, 십년이나 흰 구름 포개진 곳에 누워,
已分黃塵斷往回. 이미 황진과는 왕래를 끊어버리고자 했다네.
不是幽人遺俗去 유인이 세속을 버리고 가지 않고,
肯尋流水渡關來 즐겨 유수를 찾아 성안을 찾아왔네.
三秋風月從頭說 가을의 풍월을 처음부터 이야기하고,
千里湖山覿面開 아득히 펼쳐진 산수를 눈앞에 보네.
久欲過逢須一快 오래도록 모름지기 한번 흔쾌히 받들고자 하였는데,
豈知勞結倍難裁 어찌 알았으리오! 울적함 배가되어 마름질하기 어려울 줄을.
21. 夜聞擇之誦師曾題畵節句遐想高致偶成小詩
밤에 택지가 사증의 그림에 시를 쓴 절구를 읊조리는 것을 들으니 생각이 원대하고 고상한 취미라 여겨져서 우연히 지은 작은 시
一幅瀟湘不易求 한 폭의 소상강 그림은 구하기 어려운 것인데,
新詩誰遣送閑愁 새로운 시를 누가 보내와 한가로운 근심을 날려 보낼까?
遙知水遠天長外 멀리서도 알겠구나, 강물은 멀리 하늘가 밖으로 흐르는 것을
更有離騷極目秋 다시금 근심이 생겼으니 가을을 다해 보리라.
22~23. 次林擴之開善避暑韻二首
임확지가 지은 「개선에서 피서하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두 수
22
炎官虐焰遍山村 남방 신의 사나운 더위 온 산촌에 뻗쳐서,
也到蕭蕭柳下門 또한 쓸쓸한 버들문 아래에까지 미쳤네.
水玉秋菰那可得 차가운 물 옥과 썰렁한 가을 풀은 어디서 얻겠는가?
羨君行處午陰繁 그대 간 곳 한낮에도 그늘 빽빽함이 부럽네.
23
山齋幾日早塵昏 산사도 며칠이나 마른 먼지 속에 저물어,
欲拂朱絃已憚煩 붉은 현악기 타려해도 이미 번거로워 꺼려지네.
凉意感君持寄我 그대가 느낀 시원한 뜻 지녀 내게 부쳐오니,
雨聲花思滿胸存 비 소리 꽃 소식이 내 가슴 가득하네.
24~28. 送林熙之詩五首
임희지를 전송하는 시. 다섯 수
24
君行往返一千里 그대는 왕복 천리를 가며
過我屛山山下村 내 병산 산 아래의 나무를 지나네.
濁酒寒燈靜相對 탁주에 차가운 등불로 조용히 서로 대하며
論心直欲到忘言 마음을 논하니 곧장 말을 잊으려 하네.
25
仁體難明君所疑 인의 본질을 분명하게 하기 어려워 그대도 의심하는데,
欲求直截轉支離 단순 명쾌하고자 하나 지루해져만 가네.
聖言妙縕無窮意 성현의 말씀에도 현묘함만 쌓아 놓았지 의미를 다하지 못했으니,
涵泳從容只自知 차분히 깊이 들어가 깨달으면 스스로의 앎에도 부합할 것이다.
26
天理生生本不窮 천리는 끊임없이 생기는 것, 본래 끝이 없으니,
要從知覺驗流通 지각으로부터 막힘없이 흘러 통함 체험해야 하네.
若知體用元無間 만약 본체와 작용이 원래 틈이 없다는 것 알면,
始笑前來說異同 비로소 전래의 설이 원래 틀리다는 것 웃을 수 있네.
27
十年燈火與君同 십년 동안 그대와 등불을 함께했는데,
誰道年來西復東 누가 한 해는 서에서 왔다가 동으로 복귀한다고 하는가?
不學世情雲雨手 세속의 인정 구름되고 비되는 변덕스러움 배우지 말고,
從敎人事馬牛風 세속의 일 따르고 배우는 것에는 무관하세.
28
古鏡重磨要古方 옛 거울을 다시 닦고 성인의 학문을 배워야하리,
眼明偏與日爭光 거울을 밝게 해서 해와 빛을 다투는데 치우치리.
明明直照吾家路 밝음을 밝혀 곧게 나의 길을 비추고,
莫指幷州作故鄕 병주를 가리켜 고향으로 삼지 마시게.
29. 春雪用韓昌黎韻同彭應之作
한유의 「봄눈」이라는 시의 각운자를 사용해 팽응지와 함께 짓다
旣有陽春曲 이미 「양춘」곡이 있는데,
那無白雪謠 어찌 「백설」노래가 없을 수 있겠는가?
連天飛不斷 온 하늘에는 끊이지 않고 날리지만,
著地煖還銷 따뜻한 땅에만 닿으면 금방 녹아버리네.
未掩高人戶 고상한 사람의 문은 닫지도 않았는데,
難齊衲子腰 스님의 허리까지 나란히 하기는 어렵겠구나.
稍開銀世界 조금씩 은세계를 열더니,
漸長玉枝條 점점 옥 나무 가지를 자라게 하네.
興盡愁煙艇 흥이 다하자 안개 사이로 가는 작은 배가 걱정스러운데,
行迷認野橋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촌스런 다리는 알아보네.
酒腸渾欲凍 술을 지나치게 마셔서 얼음같이 되려 하는데,
吟筆爲誰搖 읊조리며 붓은 누굴 위해 휘갈겨야 하는가?
殘臘成三白 연말에 세 차례가 눈이 내려서,
餘寒又一朝 가시지 않은 차가움 속에 또 하루아침이구려.
香隨梅蘂落 향기는 매화 꽃술 따라 떨어지는데,
輕伴柳花飄 버들개지 가볍게 짝하여 바람에 날리네.
神女羞捐佩 신녀는 옥패를 헌납하는 것도 부끄러워하는데,
鮫人敢獻綃 교인이 어찌 감히 가벼운 비단을 바치겠는가?
東皇應好事 봄이 오는 것은 응당 좋은 일이어서,
避舍亦相饒 뒤로 물러나며 또한 서로 양보하네.
30. 次彭應之餐雪韻
팽응지의 「눈을 먹으며」운에 따라 짓다
雪水瀹淸茗 눈 녹은 물로 맑은 차를 끓이며,
自謂絶世淸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맑은 것이라 하네.
終然犯煙火 마지막으로 연기와 불을 없애버렸는데,
况復勞煎烹 하물며 또 다시 차 달이려고 애쓰네.
豈知午霽餘 어찌 알겠는가? 점심나절에 맑게 개일 것을
探此竹外楹 이 대나무 바깥 기둥에서 찾네.
柘漿發甘和 사탕수수 즙은 감미롭게 조화되는데,
寶盌凝寒晶 보배로운 사발에 수정같이 차가운 것 맺혀있네.
心胸旣淸凉 마음과 가슴은 이미 시원한데,
齒頰亦鏘鳴 입과 볼 사이에서는 울리는 소리가 나네.
呑腥期永謝 비린 것을 삼킬 기약은 영원토록 사양하고,
飮玉希長生 옥을 마셔 장수하길 희망하네.
31. 次彭應之魚樂亭韻
팽응지의 「어락정」운에 따라 짓다
亭前活水破輕氷, 정자 앞 움직이는 물이 얇은 얼음을 깨뜨리니
漸見遊鯈傍石稜. 돌 모퉁이 사이에서 유유히 놀고 있는 피라미가 점점 보이네.
老子自知魚樂處, 늙은이는 스스로 물고기의 즐거운 곳을 알았으니
不須莊惠與同登. 반드시 장자와 혜자랑 함께 오를 필요는 없지.
32. 與劉德明祝濟之胡子寬晩步偶成
유덕명과 축제지․호자관 등과 함께 저녁에 걸으며 우연히 짓다
雨罷寒逾勁 비 그치니 차가움 더욱 세차지는데,
霜威正凜然 서리의 위세 또한 마침 살을 에듯 차갑네.
不知荒逕濕 거칠고 좁은 길 젖은 줄 모르고,
行到野橋邊 걸어서 들녘 다리 가까지 갔네.
曠望情何極 멀리 바라다보는 심정 어찌 다하리,
俳徊意莫傳 배회하는 뜻일랑 전하지 마시게.
淸波涵衆影 잔잔한 파도 뭇 그림자를 담고 있는데,
日落暗晴川 해지니 개인 내도 어두워지네.
33~37. 劉德明、彦集、祝弟以夏雲多奇峰爲韻賦詩, 戱成五絶
유덕명과 언집․축제가 도연명의「여름에 기이한 구름 봉오리 많네」를 운으로 삼아 시를 지었는데, 재미삼아 지은 오언 절구
33
出山幾何時 산을 나온 것이 그 얼마나 되었던가?
歸來便長夏 돌아 와보니 긴 여름이네.
端居心不怡 평소 마음이 즐겁지 않아,
散策長林下 긴 숲 아래를 지팡이 짚고 산책하네.
34
爲客厭城市 나그네 되어 도성과 저자거리를 싫어하여
還家辭世紛 집에 돌아와 세상의 번잡함을 사양하네.
朝昏何所見 아침저녁으로 보이는 것이 무엇인가?
但有四山雲 다만 사방의 산과 구름뿐.
35
閉門事幽討 문 닫고 일들을 깊이 토론하는 사이,
歲月忽已多 세월은 문득 이미 오래되었네.
客來無可問 손님이 와서 물을만한 것도 없지만,
與君共絃歌 그대와 함께 현 뜯으며 노래하리.
36
干時本已懶 시세에 영합하는 것은 본래부터 게을러서,
胸次况亡奇 가슴속에마저 기이한 것이 없다네.
若問中林趣 만약 숲의 정취를 묻는다면,
婆裟祗自知 자적(自適)하며 즐겨보면 스스로 알리.
37
炎蒸不可禁 찌는 듯한 더위는 금할 수 없는데,
雲氣滿前峰 구름이 앞 봉오리에 가득 끼였네.
向夕風吹盡 저녁 되어가니 바람도 잦아들고,
微聞遠寺鐘 먼 절간의 종소리 희미하게 들려오네.
38~39. 仙洲新亭熹名以晝寒, 紫微張公爲書其額, 判院劉丈乃出新句, 輒次高韻二首
선주의 새로 지은 정자는 내가 주한이라 이름 짓고, 자미장공이 그 전액을 썼으며, 판원 유장은 새로운 구절을 내었는데, 고운을 써서 짓다. 두 수
38
聞說藤蘿外 듣자하니 등나무 바깥에는,
神龍舊所蟠 신령스런 용이 예부터 서려 있는 곳이라 하네.
擘開千丈峽 천길 좁은 계곡을 구명하고,
寫盡一襟寒 한 옷깃의 차가움까지 다 묘사하네.
賞寄三杯酒 상으로 석 잔의 술 내렸더니,
歸投六尺竿 육척 단신으로 귀순해 오네.
若無詩律好 만약 시나 음률의 좋은 것이 없다면,
淸絶不成歡 쓸쓸하고 처량함 기쁨이 되지 않았으리.
39
悄蒨非人境 초목이 무성한 곳은 사람 사는 곳 아니고,
寒蟬夏已稠 늦가을 매미 보니 여름도 이미 짙네.
陽崖驚素雪 양지쪽 낭떠러지는 흰 눈으로 놀라고,
午扇怯淸秋 한 낮의 부채도 맑은 가을을 겁내네.
共說新亭好 모두들 새로 지은 정자 좋다고 하는데,
眞堪妙墨留 실로 묵적 남김 묘하다 할 만 하네.
賞心元不厭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은 원래 싫어하지 않으니,
仙夢肯來遊 신선의 세계에 간 그대도 와서 놀아 보려나?
時已聞安國之訃 이 때는 이미 안국의 부고를 들었다.
40. 次韻晝寒
낮 차가움을 차운해서
行穿危磴盡 걸어서 높고 험준한 산길을 뚫고 다가니,
林表見孤亭 수풀 끄트머리에 외로운 정자보이네.
澗瀉千尋白 산골 물 빠르게 흘러내리는 것이 천 길이나 흰데,
峰回四面靑 봉오리를 둘러보니 사면이 푸르네.
塵襟元落落 세속적인 생각이 절로 드물어지니,
風腋自泠泠 겨드랑이 사이에서 나는 바람 저절로 시원해지네.
一醉今何許 흠뻑 취한 지금 어떠한가?
無心賦獨醒 무심히 홀로 깬 것을 읊조리네.
41. 次判院丈晝寒亭韻有懷平父
판원장의 「주한정」운에 따라 지으며 평보를 그리워 함
把酒懷人處 술을 잡고 사람 그대 사는 곳을 그리워하며,
幽尋記往時 그윽하고 뛰어난 경치를 찾으며 지난 때를 기억하네.
新亭勞指顧 새로운 정자를 짓는 노고는 눈 깜빡할 사이였지만,
勝踐闕追隨 즐겁게 유람하는 것을 동행하지 못했네.
爲報層櫩出 높은 처마가 튀어 나왔다고 알리지만,
莫憂浮柱欹 대들보위의 기둥을 걱정하지는 마시게!
惟應舊飛雪 다만 지난날 눈이 날리던 때 마냥
想象合心知 상상컨대 마음에 부합되는 것을 알겠네.
42. 次判院丈淸湍之什
판원장의 「맑은 여울의 시」를 차운해서
明滅靑羅帶 푸른 비단 띠 사이에서 반짝거리는데,
周遭碧玉環 온 사방은 푸른 옥으로 둘러싸여 있네.
孤亭感陳迹 외로운 정자는 지나간 자취들을 느끼지만,
茂樹喜重攀 무성한 나무는 겹겹이 기어오른 것 즐거워하네.
爽氣琴尊外 상쾌한 기운은 금이나 술잔 바깥에 있지만,
泉聲枕簟間 샘 소리는 베개와 대자리 사이에 있네.
詩成無寫處 시를 이루어도 쓸 곳이 없는데,
絶壁蘚痕斑 절벽에는 얼룩진 이끼 반점만 남았네.
43. 遊密菴分韻賦詩得還字
「밀암에서 노닐다」라는 시의 각운자에서 환자를 따서 짓다.
我行得佳友 내 걸으며 좋은 친구를 만나
勝日尋名山 해가 다하도록 명산을 찾아 다녔네.
春山旣姸秀 봄 산은 이미 빼어나게 아름다운데,
淸溪亦潺湲 맑은 계곡 또한 물이 흘러내리고 있네.
行行造禪扉 가고 가도 선방(禪房)을 만든 듯한데,
小憩腰脚頑 허리와 다리가 저려서 잠시 쉬네.
窮探意味已 다하여 탐구해도 의미는 그치지 않아,
理策重躋攀 지팡이를 짚고 다시 천천히 오르네.
入谷翳蒙密 계곡에 들어서니 빽빽함에 덮여 있고,
俯澗隨泓灣 굽어보니 산골 물은 맑은 물줄기를 따라 흐르네.
誰將百尺綃 누가 백자나 되는 생사를
掛此長林間 이 긴 숲 사이에 걸어 놓았는가?
雄聲殷地厚 웅장한 소리는 두터운 땅을 진동하고,
洪源瀉天慳 큰물의 근원은 하늘의 인색함을 쏟아내네.
偉哉奇特觀 위대하구나! 기이하고 특별한 장관이여
償此一日閑 이 하루의 한가함을 보상해 주는구나!
所恨境過淸 한스럽게도 경치는 지나치게 맑은데,
悄愴暮當還 우울하게도 저녁이 되어 돌아가야 하네.
顧步三嘆息 되돌아보며 천천히 걸으며 여러 번 탄식하고,
人生何苦艱 인생은 얼마나 고달프고 어려운가!
44. 遊密菴分韻賦詩得絶字
「밀암에서 노닐다」라는 시의 각운자에서 절자를 따서 짓다.
閩鄕繞奇山 민 땅에는 기이한 산 두르고 있고,
仙洲故稱傑 선주는 예로부터 뛰어나다 하네.
巍然一峰高 우뚝하니 한 봉우리 높아,
復與衆山絶 다시 뭇 산보다 빼어나네.
傳聞極目處 듣자니 눈길 다하는 곳에는,
天水遠明滅 하늘과 물 멀리서 반짝거린다 하네.
萬里倏往還 만 리 길 잠깐 만에 오가며,
三光下羅列 해와 달별 세 빛이 아래로 늘어서 있네.
我來發孤興 내 오니 외로운 흥 발하여,
徑欲躋嵽嵲 저 높은 산 오르고 싶네.
病骨竟支離 병든 몸이라 마침내 신체 온전하지 못하니,
何當攀去轍 어찌 가는 수레에 오를 수 있으리오?
45. 次韻宿密菴
밀암에 자는 것을 차운함
忽作經宵別 밤새 홀연히 작별을 하였으니
胸奇莫與陳 가슴에 품은 기이한 것들일랑 더불어 진술하지 마시게.
暮歸誇得句 저물어 돌아오며 과분하게도 좋은 구절을 얻으니,
寒苦頓生春 가난하고 곤궁하지만 문득 봄을 만난듯하네.
道義知無斁 도의에는 가리는 것이 없음을 알지만,
文章自有眞 문장은 저절로 참된 것 들었네.
它年應共說 훗날 응당 함께 말해야 하리!
此日自由身 이 날은 자유로운 몸이니까.
46. 遊密菴
밀암을 유람하며
弱齡慕丘壑 어린 나이에 언덕과 골짜기를 동경하여
玆山屢遊盤 이 산을 누차 즐겁게 유람하였네.
朝隮靑冥外 아침에는 푸르고 먼 하늘 바깥에 오르고,
暮陟浮雲端 저물 때 뜬 구름 끝에 오르네.
晴嵐染襟裾 맑은 산속 안개는 옷깃과 옷자락을 물들이는데,
水石淸肺肝 물돌은 폐와 간장을 맑게 하네.
俯仰未云已 굽어보고 우러러 보아도 끝나지 않는데,
歲月如飛翰 세월은 마치 나는 새 같네.
中年塵霧牽 중년에는 혼탁한 세상에 이끌렸었고,
引脰空長歎 목을 길게 빼고 헛되이 길게 탄식하네.
曠歲一登歷 헛되이 세월 보내고 한번 유람해 보니,
心期殊未闌 마음으로 기약했던 것 특별히 늦지는 않았네.
矧此親友集 더군다나 이 친한 친구들 모였으니,
笑談有餘歡 이야기하고 웃음에도 넉넉한 즐거움이 있네.
結架迫彎碕 구불구불한 물가 가까이에 건물을 지었는데,
徙倚臨奔湍 한가롭게 거닐며 급류에 다 달았네.
共惜前古秘 함께 이전의 예스런 비밀 애석해 하고,
今爲後來觀 이후에 와서 볼 것을 말하네.
落景麗雲木 석양은 구름에 닿을 정도로 높이 솟은 수목사이로 아름다운데,
回風馥秋蘭 회오리바람은 가을 난초의 향기를 전하네.
林昏景益佳 숲이 어두워지자 경치는 더욱 아름다운데,
悵然撫歸鞍 슬프게도 돌아갈 말안장을 어루만지네.
諒哉故山好 양해하소서! 옛 산 좋아하는 것
莫遣玆盟寒 그 차가운 맹약이랑 보내지 마시기를
47. 游晝寒以茂林脩竹淸流激湍分韻賦詩得竹字
주한정을 유람하며 「무성한 숲과 긴 대나무․맑은 물 흐름․매우 급히 흐르는 여울」이라는 시의 각운자에서 죽자를 따서 짓다.
仙洲幾千仞 선주산 몇 천 길
下有雲一谷 아래에는 구름으로 자욱한 계곡이 있네.
道人何年來 스님 도겸은 어느 해 돌아 올련고?
借地結茅屋 땅을 빌려 띠 집을 엮어 놓았네.
想應厭塵網 생각건대 응당 인간세상을 싫어하고,
寄此媚幽獨 그윽하고 고독한 곳을 좋아 하여 이곳에 기탁했네.
架亭俯淸湍 정자를 지어 맑은 여울 굽어보고,
開徑玩飛瀑 길을 열어 날듯이 흘러내리는 폭포를 감상하네.
交游得名勝 교유하며 친한 벗들을 얻어
還往有篇牘 벗들로부터 시문과 서신이 오네.
杖屨或鼎來 지팡이 짚고 오든 또는 곧장 오든,
共此巖下宿 함께 이곳 바위 아래서 유숙하네.
夜燈照奇語 밤 등불은 빼어난 말들을 비추는데,
曉策散游目 새벽에 지팡이 짚고 흩어져 눈 놓아 바라보네.
茗椀共甘寒 차 종기는 고락을 함께 하는데,
蘭皐薦淸馥 긴 난초의 끝에선 맑은 향기를 드리우네.
至今壁間字 이제 벽 사이의 글자를
來者必三讀 오는 사람들은 반드시 세 번 읽어야 하리.
再拜仰高山 재배(再拜)하고 높은 산을 우러러보니,
懼然心神肅 두렵게도 심신이 숙연해 지네.
我生雖已後 내 출생은 비록 늦었지만,
久此寄齋粥 오래도록 이곳에 늘 오는 손님들이 되었네.
孤興屢呻吟 외로운 흥 누차 신음했지만,
群遊幾追逐 뭇 사람들 노니는 것 몇 번이나 쫓았던가?
十年落塵土 십여 년 동안 속세의 진토에 떨어졌었지만,
尙幸不遠復 그래도 다행히 멀리가지 않아 곧 돌아왔네.
新凉有佳期 서늘해지니 아름다운 기약하고,
幾日戒征軸 며칠 안에 멀리 떠날 거마를 준비하네.
宵興出門去 밤에 흥이 일어 문을 열고 나갔더니,
急雨遍原陸 소낙비가 평원과 전답에 내리고 있네.
入谷尙輕埃 계곡에 들어서니 아직도 가벼운 먼지 날리는데,
解裝已銀竹 여장을 푸니 이미 많은 비가 내리네.
虛空一瞻望 허공을 한번 멀리 쳐다보니,
遠思翻蹙恧 길고 멀리 내다보는 생각이 도리어 움츠려드네.
袒跣亟躋攀 맨발로도 자주 오르지만,
冠巾如膏沐 관과 두건 마치 씻은 듯 하네.
雲泉增舊觀 구름과 샘은 옛 경치를 더하는데,
怒響震寒木 성난 울림은 차가운 나무사이에서 진동하네.
深尋得新賞 깊이 찾아 새로이 감상할 것 얻어,
一簣今再覆 한 광주리를 이제 다시 쏟아 붓네.
同來况才彦 재자(才子)와 현사(賢士)까지 함께 와서,
行酒屢更僕 누차 수행하는 노복과 바꿀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네.
從容出妙句 차분히 오묘한 구절들을 쏟아내어,
珠貝爛盈匊 진주처럼 보배로운 것을 한 움큼 채웠네.
後生更亹亹 뒤에 출생한 사람들이 훨씬 감동적이지만,
俊語非碌碌 아름다운 말들이 많지는 않네.
吾纓不復洗 내 갓 끈은 다시 씻지 않는 것은,
已失塵萬斛 이미 만 휘의 먼지에 빠뜨렸기 때문.
所恨老無奇 한탄스럽게도 늙어도 기이한 것이 없으니,
千毫眞浪禿 진정 조금이라도 드러내 놓지 마시기를!
48. 聞季通德明諸友入山以詩迎之仍請先往觀瀑布
계통과 덕명 여러 친구들이 산에 들어왔다는 것을 듣고 시로 그들을 맞이하며 이에 먼저 폭포 보러 갈 것을 청함
勝友南窗底 훌륭한 친구들 남쪽 창문 아래에서
看書老歲華 책을 보는데 늙은 나이의 꽃이 피었네.
不因寒瀑響 차가운 폭포의 울림 때문이 아닌데도,
肯到野僧家 기꺼이 산야의 사찰에 가려고 하는가?
古徑開能久 옛 지름길 열린 지 오래 되었는데,
新亭去豈賖 새로운 정자 가는데 어찌 멀겠는가?
躋攀那可緩 오르는데 어찌 느릿느릿할 수 있겠는가?
寂寞有雄夸 적막한 곳에 크게 칭송하는 웅장한 폭포 있는데.
49. 次觀瀑布韻
「폭포를 보다」라는 시의 각운자에 맞추어서
快瀉蒼崖一道泉 한 줄기 샘이 푸른 낭떠러지에서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데,
白龍飛下鬱籃天 흰 용이 쪽빛 하늘에서 날아 내려오네.
空山有此眞奇觀 텅 빈산에 이 같은 진귀한 광경 있으니,
倚杖來看事凜然 지팡이 짚고 와서 보는 일도 엄숙하기만 하네.
50. 和季通晝寒韻
계통이 지은 주한정이란 시에 화답함
萬壑爭流處 수많은 골짜기 다투어 흐르는 곳에
千年樹石幽 천년동안 나무와 돌은 고요하네.
危亭因我作 곧은 정자를 내 지어 놓고,
勝日爲君留 해를 다하도록 그대위해 머무르네.
酒笑紅裙醉 술 마시고 웃으며 맘껏 취하고,
詩慙雜佩酬 시는 부끄러워 잡다한 패물을 주고받네.
尙嫌心境窄 아직도 마음의 경계가 좁은 것 부끄러워
更約九垓游 약속을 바꾸어 천하사방을 유람하네.
51. 次韻謁忠顯劉公墓下
충현 유공의 무덤을 알현하고 아래에서 차운함
理亂由來今古同 치란(治亂)의 유래는 고금이 동일한데,
覆車那肯戒前蹤 수레 뒤집히는 것 어찌 앞 자취를 경계하려 하겠는가?
紛紛誤國人無數 계속해서 나라를 잘못되게 하는 사람들 무수히 많은데,
不昧丹心獨此公 그대만 홀로 정성스런 마음을 속이지 않았네.
52~53. 次季通晝寒亭韻二首
계통의 주한정 시 각운자에 맞추어서. 두 수
52
不信高懷與世殊 고상한 마음 믿지 않는 것은 세상과 다른데,
淸游試問與誰俱 한가로이 유람하며 시험 삼아 묻노니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相將靜聽潺湲水 머지않아 고요히 잔잔히 흐르는 물소리 들을 텐데,
洗滌塵襟肯自汚 세속적인 생각으로 스스로 더러워지는 것 씻을 것인가?
53
山行前後有光輝 산행하는 앞뒤로 밝은 빛이 있는데,
撲撲浮嵐翠染衣 떠서 움직이는 산속의 안개가 푸르게 옷을 물들이네.
直到仙洲奇絶處 곧장 선주산의 기이하고 빼어난 곳에 가보니,
晝寒亭下玉龍飛 주한정 아래에는 폭포가 날아 떨어지고 있네.
54. 飮淸湍亭石上小醉再登晝寒
맑은 여울물 정자 돌 위에서 마시고 조금 취한 후 다시 주한정에 오르다
水邊今日共傳杯 물가에서 오늘 함께 술잔을 돌려가며 마시는데,
多謝殷勤數子來 몇 사람이 와서 정성스런 대접에 많이 감사하네.
三伏炎烝那有此 찌는 삼복더위에 어디에 이런 곳이 있는가?
百年懷抱頓能開 백년의 회포라도 풀 수 있는 곳이네.
雲山合匝還生舞 구름 낀 산 사방은 안개가 삥 둘러 싼 것 같고,
雪澗崩騰怒吼雷 눈 녹은 산골 물 세차게 흐르는 것 우레가 노하여 울리는 것 같네.
却恨蒼屛遮遠目 푸른 병풍이 멀리 바라보는 것을 가로막는 것 한스러워,
凌風直欲跨蓬萊 바람을 몰아 곧장 봉래산을 뛰어 넘고 싶네.
55~56. 次淸湍亭韻二首
청단정에 있는 시의 각운자에 맞추어서. 두 수
55
上下靑山今白頭, 아래 위가 다 청산인데 지금 백두의 이 늙은이,
穿雲入摀未能休. 구름 뚫고 언덕에 올라 쉴 수가 없네.
因君去覓仙洲路, 그대 따라 신선 사는 섬으로 가는 길 찾아갔지만,
却嘆周南獨滯留. 오히려 홀로 주남 땅에 머무름 탄식하네.
56
側徑穿林欲造天 기울어진 숲길을 뚫고 하늘까지 오르고 싶으나,
未妨停策聽涓涓 지팡이 멈추고 물소리 듣는 것도 좋으리.
知君便有刀頭意 그대 곧 돌아갈 생각 있는 듯하니,
莫忘仙洲澗底泉 부디 신선 사는 섬의 개울물 소리 잊지 말게.
57. 立春大雪邀劉圭甫諸兄游天湖
입춘날 큰 눈이 내려서 유규보와 여러 형들을 초청해서 천호를 유람하며
同雲被四野 온통 구름으로 사방이 덮여 있는데,
寒氣慘悲凉 차가운 기운으로 끔찍이도 슬프고 처량하네.
回風一以定 휘돌리는 바람도 온통 진정되는 것은
密雪來飄揚 함박눈이 흩날리며 내리기 때문.
時當冬候窮 시절은 응당 겨울이 다했지만,
開歲五日彊 정초 닷새가 강하네.
蓬巷無與適 쑥으로 지은 누추한 골목에 더불어 갈사람 없지만,
陟此瓊臺岡 이 산 봉우리 언덕에 오르네.
賓友旣追隨 귀한 친구들 따를 뿐만 아니라
兒童亦携將 어린 아이들도 데리고 가네.
攀躋得冢頂 기어서 산 정상에 올라
徙倚聊彷徨 한가롭게 슬슬 걸으며 애오라지 배회하네.
俯視千里空 천리의 텅 빈 것 굽어보고,
仰看萬鶴翔 수많은 학들 비상하는 것 우러러 보네.
遠迷亂峰翠 멀리 어지러운 봉우리들의 비취색에 미혹되어
近失平林蒼 가까이 있는 평평한 숲의 푸르름 잃어버리네.
偃薄瑩神骨 눈이 온 몸을 감싸 정신과 몸까지 맑고,
咀嚥淸肝腸 음미하고 삼켜보니 간장까지 깨끗케 되네.
朗詠招隱作 소리 높여 초은 작품을 읊조리고,
悲吟黃竹章 슬프게 황죽장을 읊조리네
古人不可見 옛 사람들 볼 수 없는데,
來者誰能量 오는 사람들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且復記玆日 또 다시 이 날을 기억하면,
他年亦難忘 훗날에도 잊기 어려우리.
58~59. 次圭父游將軍巖二首
규보가 장군암을 유람하며 지은 것에 차운한 두 수
58
極目危岑杳靄間 눈길 다해 보니 높은 봉우리 구름피어 오르는 먼 곳에 있는데,
誰將層棟壓巑岏 누가 장차 높은 집으로 높고 험준한 봉우리를 압도할까?
瘦笻上上莫辭遠 손 지팡이 짚고 위에 오르는 것 멀다고 사양마소라!
絶境行行得細觀 절경은 가고가면 자세히 볼 수 있으리니.
眢井尙餘茅絰處 마른 우물 아직도 띠로 엮은 끈 있는 곳에 있는데,
考槃無復碩人寬 은거하는 사람들 은자의 마음 넓음은 더 이상 없네.
倦來拂石支拳睡 피곤해서 돌 털어 팔을 굽혀 잠드니,
萬壑吟風午夢闌 온 골짜기 바람 읊조리는 것 낮잠 꿈으로 늦었네.
59
陳迹眞成俯仰間 진부한 자취되는 것 진실로 머리 숙였다 다시 드는 사이이기에,
回頭猶認碧巑岏 되돌아보면 오히려 푸르고 험준한 봉우리였음 인정하네.
更煩地主殷勤意 번잡한 땅 주인의 정성스런 뜻을 통해,
得盡雲山表裏觀 구름 산 안과 겉의 경관을 다 둘러보았네.
景晏共愁歸路遠 저녁 무렵에는 다들 돌아가는 길 먼 것 걱정하고,
年侵獨負酒盃寬 나이 들수록 술 많이 마시는 것 홀로 저버리네.
明朝覓句酬珠玉 내일 아침이면 구절들 찾아 주옥을 증답할 것인데,
剩喜詩情却朱闌 즐거운 시정은 남겨두지만 붉게 두른 난간은 사절하네.
60. 圭父約爲金斗之遊, 次韻獻疑聊發一笑
규보가 금두로 놀러가는 것을 약속했는데, 차운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애오라지 한바탕 웃음만 일으킴.
幾日春風未破寒 며칠 봄바람 불어도 여전히 차가운데,
遠峰晴露玉巑岏 높고 험준한 먼 봉우리의 이슬 옥 같이 맑기만 하네.
不成蠟屐携笻去 밀랍 칠한 나막신에 지팡이를 들고 감 이루지 못하고,
且復鉤窓拄頰觀 또한 창문을 문미에 걸고 손으로 두 뺨을 괸 채 바라보기만 하네.
聞道追遊當作意 말 듣고 쫓아 노님 생각하니
故應期日尙能寬 기약한 날 응함 오히려 너그러울 수 있네.
陰崖凍合無垂練 산 북쪽 낭떠러지가 얼어붙어 흰 명주처럼 드리우지 못해,
却恐詩翁興易闌 도리어 시 늙은이 흥이 쉽게 끝날까봐 두렵네.
61. 次彦集經營別墅之作
언집이 별장을 경영하는 것에 차운함
回北成南指顧間 북쪽에서 남쪽을 향하도록 지어 바로 눈앞의 사이가 되었지만,
要令華敞對巑岏 화려하고 널찍하게 지어서 높고 험준한 봉우리를 마주했네.
家山信有千巖擁 가산당은 진실로 수많은 바위들을 감싸고 있는데,
家山堂見武夷諸峰 가산당에서는 무이산의 여러 봉우리들이 보인다.
雲月何妨兩處觀 구름과 달인들 두 곳 다 보는 것을 어찌 방해하겠는가?
傑閣已資隣築勝 훌륭한 누각은 이미 재질면에서 이웃의 건축들보다 뛰어나고,
熹近蒙知府輟賜舊第樓居 주희는 근자에 지부인 유온한테서 옛 저택을 물려받았다.
新基還見繚牆寬 새로 놓은 초석에서도 담을 두른 것이 넓은 것 보이네.
老仙鶴骨殊蕭爽 신선과 선인의 골상은 특별히 청정하고 한적한데,
歸興從今豈易闌 돌아가는 흥이 이후로 어찌 쉽게 끝나겠는가?
62. 彦集圭父擇之同飮白雲精舍, 以醉酒飽德爲韻, 熹分得飽字, 醉中走筆奉呈
언집․규보․택지와 함께 백운정사에서 술을 마시고, 醉․酒․飽․德을 운자로 내기에 희는 飽자 운을 따서 취중에 지어 받들어 드림
奔趨名利場 명리의 마당을 쫒아 치달리니,
禍福急相絞 화와 복이 마구 엇갈리네.
夜窓一反側 밤에 창문 아래서 한번 뒤치락거리니,
膚垢紛兩爪 몸의 때가 양 손톱에 그득하네.
豈知親朋集 어찌 알리오, 친구들 한자리에 모이면,
晩食聊一飽 때늦은 식사로도 애오라지 배부름을.
心期共悠悠 흉회는 한가지로 느긋한데,
文字各稍稍 문자는 제각기 차차 이루어지네.
華燭旣屢更 촛불 밝힌 지 이미 여러 시간 지났는데,
詩腸亦頻攪 시를 생각하는 마음 또한 분주하네.
寒更儘渠深 추운 밤 갑자기 완전히 깊어지는데,
孤諷寧至卯 홀로 읊조리니 벌써 묘시가 되었네.
63. 次劉圭甫和人梅花韻
유규보가 다른 사람들의 매화시에 화답한 시의 각운자에 맞추어서
意行欲遍江村路 발길 닿는 대로 강촌 길을 두루 다니다,
恰到詩人斷魂處 마침내 시인이 극도로 애상한 곳에 이르렀네.
梅花未肯笑春風 매화는 봄바람을 향해 웃으려 하지 않는데,
蔓草何須怨零露 넝쿨풀은 어찌하여 떨어지는 이슬을 원망하려는가?
歸來四壁無餘聲 돌아오니 집의 텅 빈 네 벽엔 벼슬하려는 맘 조금도 없는데,
俯檻祗有穿塘靑 난간을 굽어보니 다만 연못은 푸르름으로 덮여 있네.
美人邂逅一笑粲 미인을 해후하니 한 바탕 웃음도 아름다운데,
倒影的皪疏枝橫 수면에 비친 그림자 선명하기만 한데 옆으로 뻗은 가지 드무네.
寸心久矣遺紛雜 마음의 바람 오래되었지만 세상일로 어지럽게 뒤섞임만 남아,
不但老禪齋夏臘 노승(老僧)처럼 참선하고 업을 닦는 것을 재계(齋戒)하지 못했네.
此時悢悢欲何言 지금에 와서 슬퍼한들 무슨 말하겠는가?
本根落落幾難合 아득하게 멀어 거의 실현할 가망성이 없네.
走遍諸君詩卷中 제군들의 시집을 두루 섭렵하고,
西湖東閣病還同 서호의 동각으로 병 함께 돌아왔네.
劃然長笑驚夢破 째질 듯한 소리로 길게 휘파람 불어 놀라 꿈을 깨어보니,
碧雲散盡山叢叢 푸른 구름 다 흩어지고 산만 모여 있는 것 보이네.
平父有‘攀條嚼蘂繞千回, 日暮碧雲驚四合’之句, 故云. 평보가 ‘가지를 기어오르며 꽃술을 삼키며 천여 번이나 얽히어 있는데, 저녁 무렵 푸른 구름이 사방을 놀라게 하네’라고 읊은 구절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64. 奉酬圭父末利之作
규보가 보내온 말리에 삼가 화답해 지음
玉蘂琅玕樹 옥 꽃술과 낭간수,
天香知見薰 하늘 향기 지견에 스며들었네.
露寒淸透骨 이슬은 차가워 분명 뼛속까지 스며들겠지만,
風定遠含芬 바람은 분명 멀리서 향기 품었으리.
爽致銷繁暑 상쾌함이 이르니 번잡한 더위 사라지고,
高情謝曉雲 은일지사의 정취 아침 구름을 사양하네.
遙憐河朔飮 멀리서 맘껏 술 마시는 것 불쌍히 여기는데,
那得醉時聞 취했을 때를 어떻게 듣겠는가?
65. 奉酬圭父白蓮之作
규보가 보내온 흰 연꽃에 삼가 화답해 지음
忽傳夔府句 문득 기주성의 구절을 전해오면서,
幷送遠公蓮 아울러 원공의 흰 연까지 보내었네.
翠蓋臨風逈 비취 깃털로 장식한 수레덮개 바람 맞아 멀기만 한데,
冰華浥露鮮 얼음 꽃은 이슬에 젖어 신선하기만 하네.
舞衣淸縞袂 연꽃은 무녀의 옷처럼 맑은 흰 꽃인데,
倒景爛珠躔 물에 비친 그림자는 낡은 주옥 신발이네.
想象芙蓉闕 연꽃 궁궐을 상상하니,
冥冥絶世緣 아득한 하늘이라 속세의 인연을 끊네.
66. 次圭父觀魚韻
규보의 물고기를 보다라는 시 각운자에 맞추어서
平生三伏斷追遊 평소에 삼복에만 쫓아 노니는 것 끊었었는데,
誰喚來穿澗樹幽 누가 부르러 와서 산골물과 나무의 그윽한 곳을 뚫고 다닐까?
初訝網橫天影破 처음에는 그물에 가로놓여 하늘 그림자 깨뜨림에 놀랐는데,
忽驚人蹴浪花浮 문득 사람 차서 물보라 떠오름에 놀랐다네.
鳴榔不用齊吳榜 횡목을 울리니 큰 배의 노를 함께 들 필요 없는데,
鼓枻何須學楚謳 뱃전을 두드리며 어찌 초나라 노래를 배울 필요가 있겠는가?
便有金盤堆白雪 곧장 금 쟁반에 하얀 눈처럼 물고기를 쌓아 놓지만,
却憐淸泚向東流 도리어 맑은 것을 좋아하여 강을 향하네.
67. 奉同黃子厚賦白芙蓉呈劉彦集平父
황자후와 함께 흰 연꽃 시를 지어 삼가 유언집과 평보에게 드림
湛湛曲池水 맑고 맑은 굽어진 연못에
曉含風露淸 새벽에 바람과 이슬 맑은 것 머금었네.
田田綠羅蓋 무성하고 빽빽한 연잎은 펼쳐져 덮여 있는데,
粲粲白玉英 선명한 백옥 같은 연꽃봉우리 피어있네.
澹然絶世姿 태연히 속세의 자태 끊어버리고,
不與穠艶幷 농염함과도 나란히 하지 않았네.
俯鑒氷雪影 굽어보니 얼음과 눈 그림자 비추는데,
詎懷兒女情 어찌 아녀자의 감정을 그리워하겠는가?
山中徒淹留 그대 집 산중에는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 흰 연꽃 많은데,
堂下空目成 나의 집 마당아래에는 볼만한 꽃들조차 없네.
獨有忘機客 유독 이해타산 따지지 않는 나그네이므로,
相看兩無營 서로 보면서 둘 다 요구하는 것이 없네.
68. 觀洪遵雙陸譜有感呈劉平甫范仲宣二兄
홍준의 『쌍륙보』를 보고 느낀 바가 있어 유평보와 범중선 두 형에게
近從新譜識梟廬 근래에 새로운 보록을 쫓아 효로를 알게 되어,
擬喚安陽舊博徒 안양의 옛 도박꾼들 부르려고 하네.
只恐分陰閑過了 다만 시간을 너무 한가롭게 지나가게 하는 것 같아 두려워,
更敎人誚牧猪奴 다시 사람들에게 돼지 치는 노복을 꾸짖게 하네.
陶桓公嘗語人曰: “大禹聖者, 乃惜寸陰, 至於衆人, 當惜分陰, 豈可逸游荒醉, 生無益於時, 死無聞於後? 是自棄也.” 諸參佐或以談戱廢事者, 乃命取其酒器蒲博之具, 悉投之江. 吏將則加鞭撲, 曰: “樗蒲者, 牧猪奴戱耳. 君子當正其衣冠, 攝其威儀, 何有蓬頭跣足, 自謂宏達耶!” 도환공이 일찍이 사람들에게 “우임금은 성군인데도 촌음을 아꼈으니, 뭇 사람들은 응당 분음을 아껴야 할 것이다. 한가롭게 놀고 방탕하게 취하며, 살아서는 그 당시에 유익이 되지 못하고, 죽어서도 이름이 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이것은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고 하였다. 여러 막료들과 말로 쓸데없는 것을 하며 노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술그릇과 도박기구들을 모두 강에 던져버렸다. 관리와 장수들은 채찍으로 치며 “도박하는 사람들은 돼지 치는 노복으로 삼을 것이다. 군자는 응당 그 의관을 바르게 하고 그 엄숙한 용모와 장중한 태도를 가져야지 어찌 쑥대머리와 맨발로 다니면서 스스로 재주와 식견이 뛰어나 사리에 통달한 사람이라고 해서야 되겠는가!”라고 하였다.
69~71. 次劉彦集木犀韻三首
유언집이 지은 목서시의 각운자에 맞추어 짓다. 세 수
69
衆芳搖落九秋期 모든 꽃은 가을철에 떨어지는데,
橫出天香第一枝 천연의 향기가 첫째 가지에서 비스듬히 풍기네.
莫似寒梅太孤絶 매화처럼 너무 외따로 떨어져 있게 하지 말고,
更交遙夜笛中吹 기나긴 밤에 부는 피리소리와 함께 풍기시라.
70
仙衣纔試鬱金黃, 신선의 옷 비로소 누런 울금색으로 물들려 하니,
便覺秋風滿院芳 가을바람에 뜰 안이 온통 향기로워지네.
定觀極知先透徹 코끝에 머무는 듯하더니 이미 뚫고 지나갔음 알겠으니,
通心豈是故迎將 통한 마음 어찌 옛것을 장차 맞으리오?
71
秋到寒巖桂樹叢 가을 차가운 바위의 계수나무 숲에 와,
小山吟罷思悲翁 초은조를 읊조리고 나니 슬픈 늙은이 생각나네.
不妨更作淹留計 다시 오래도록 머무를 계획 세워,
占取人間十里風 인간세상 십리에 향기 퍼뜨려도 좋으리.
72~73. 寄謝劉彦集菖蒲之貺二首
유언집이 창포를 보내준데 감사함. 두 수
72
君家蘭杜久萋萋 그대집의 난초와 두약은 오래도록 빽빽이 우거졌고,
近養菖蒲綠未齊 이즈음에는 창포도 길러 푸르게 들쭉날쭉하네.
乞與幽人伴岑寂 청컨대 은자와 함께 조용히 함께하니,
小窓風露日低迷 창가에 이슬이 내리고 해는 어둑어둑 저무네.
73
泉淸石瘦碧纖長 맑은 샘 메마른 돌에 푸르름 가늘면서 긴데,
秋露懸珠炯夜光 가을 이슬 구슬을 매단 듯 반짝반짝 밤에도 빛나네.
箇裏無窮閑造化 이 속에의 큰 대자연 무궁무진한데,
別來誰與共平章 달리 와서 누구와 함께 품평할까?
74~77. 公濟惠山蔬四種幷以佳篇來貺因次其韻
공제가 산나물 4가지와 함께 아름다운 시를 보내왔기에 그 시의 각운자를 따라 지음
74 蔊
산갓
靈草生何許 신령스러운 풀 어디에서 나는가?
風泉古澗傍 풍천정 옆 오래된 산골짝일세.
搴裳勤采擷 아랫도리 걷고서 부지런히 따서,
枝筋嚔芳香 가지와 줄기의 아름다운 향기에 재채기가 나네.
冷入玄根閟 찬 기운 들면 검은 뿌리 닫혔다가,
春歸翠穎長 봄 돌아오면 파란 끝 길게 자라네.
遙知拈起處 멀리서도 알겠구나! 집어든 곳에,
全體露其常 온몸에 참됨 늘 깃듬 드러남을.
75 芹
미나리
晩食寧論肉 늦은 식사 어찌 고기를 논하랴?
知君薄世榮 그대 세상의 부귀영화 경시하는 것 아는데.
瓊田何日種 신령스런 풀 언제쯤 파종할까?
玉本一時生 옥 같은 뿌리 일시에 자라는데.
白鶴今休誤 흰 학에서 이제 그르침 그친 것은
靑泥舊得名 청니방의 미나리 예부터 명성을 얻었기 때문이지.
收單還灸背 보잘 것 없는 것을 거두고 또 등 쬐는데,
北闕儻關情 북쪽 조정의 무리들은 감정을 닫아버리네.
時公濟試禮部 당시 공제가 예부에 시험을 쳤다.
76 筍
죽순
新笋因君寄 새 죽순을 그대가 부쳐오기에
康廬入夢中 여산이 꿈에 들어왔네.
丹元餘故宅 단원은 옛 집을 남겨,
翠竹尙餘風 푸른 참죽 먹는 유풍 아직도 남아 있네.
日日來威鳳 날마다 위엄스런 서조(瑞鳥) 봉황이 날아와서,
年年饌籜龍 해마다 죽순을 먹네.
猶嫌有兼味 오히려 몇 가지 맛있는 음식 싫어하는 것은
不似一源功 근원을 하나로 한 공로처럼 보이지 않네.
廬山簡寂觀, 道士陸脩靜之所居. 從遠法師蓮社之遊, 賜號丹元先生. 觀有甛苦笋, 今者所惠, 乃甛笋也.
여산의 간적관은 도사 육수정이 거하는 곳이다. 원법사 연사의 노님을 쫓았더니 단원선생이라는 호를 내려주셨네. 달고 쓴 죽순이 있는 것 보았는데, 최근에 주신 것은 단 죽순이네.
77 蕨
고사리
西山採蕨人 서산에 고사리 채취하는 사람인
蓬首尙傾國 쑥대머리도 경국지색을 숭상하네.
懷哉遠莫致 그립구나! 멀리까지 이르지 못해,
引脰氣已塞 목을 빼드니 기운은 이미 막혀버렸네.
頃筐忽墮前 기울어진 광주리 문득 앞에서 떨어지는
此意豈易得 이 의미 어찌 쉽게 얻겠는가?
良遇不可遲 진실로 늦출 수 없음 당하니,
枯笻有餘力 마른 지팡이도 여력이 생기네.
78. 題吳公濟風泉亭
오공제의 풍천정에 부쳐
澗谷居永久 산골짝 물에 머문 지 오래되었건만,
高情未云酬 고상한 정취로 아직 응대하지 않네.
玆焉發天秘 이곳은 하늘의 비밀스러움을 드러내,
始造寒巖幽 비로소 차가운 바위의 그윽함을 형성했네.
上有茂樹陰 위에는 무성한 나무 그늘 있고,
下有淸泉流 아래에는 맑은 샘 흘러가네.
結亭倚蒼峭 정자를 만든 곳은 푸르고 가파른 곳에 의지했고,
鑿磴窮嵌丘 돌층계를 뚫고 위험한 언덕을 다했네.
翠磵自屛立 푸른 계곡에 자연스럽게 병풍처럼 서 있고,
靑蘚亦環周 푸른 이끼도 주위를 두르고 있네.
朅來憩永夏 떠나 와서 긴 여름을 쉬니,
凜若臨淸秋 차가움 마치 맑은 가을에 임한 듯 하네.
仰空韻笙竽 우러러 하늘 쳐다보니 생황과 피리 운치일고,
俯檻鏘琳璆 굽어 난간을 바라보니 아름다운 옥 소리 쟁쟁거리네.
幽聽一以會 고요히 하나로 모아 들으니,
悠然與神謀 아득히 멀면서도 생동적인 경계 정신을 기쁘게 하네.
遐哉超世心 아득하구나! 세상을 초탈한 마음이여,
暇日聊娛憂 한가로운 날 애오라지 근심을 푸네.
笑問車馬客 웃으며 귀한 손님에게 물으니,
誰能淹此留 누가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있겠느냐?고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