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원전자료/주자서

주자6

황성 2025. 6. 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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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117. 서암산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절구 네 수를 얻어 언집과 충보 두 형에게 드림 入瑞巖道間, 得四絶句, 呈彦集充父二兄

 

 

114

憶昔南遊桂樹陰 생각해보니 지난 날 남쪽

계수나무 그늘에서 놀다가,

歸來遺恨滿塵襟 돌아오니 한 속세의 한

흉금에 가득 남았었지.

 

籃輿此日無窮思 대나무 수레 이 날

생각 끝이 없으니,

萬壑千巖秋氣深 만 골짜기며 천 봉우리에

가을 기운 깊다네.

 

115

翩翩一馬兩肩輿 사뿐사뿐 말 한 마리와

어깨에 매는 수레 두 대,

路轉秋原十里餘 길 가을 언덕으로

10리쯤 돌아섰네.

共說前山深更好 함께 말하기를 앞의 산

깊어 더욱 좋다하니,

不辭迢遞款禪居 까마득한 곳 중의 거처

두드림 거절하지 말게나.

 

116

淸溪流過碧山頭 맑은 시내 짙푸른 산

모퉁이 흘러 지나는데,

空水澄鮮一色秋 하늘과 물 맑고 신선하니

온통 가을 빛 띠고 있네.

隔斷紅塵三十里 속세의 먼지

30리 밖에 떨어지지 않았는데,

白雲黃葉共悠悠 흰 구름이며 누런 잎

함께 유유하네.

 

117

風高木落晩秋時 바람 높고 나뭇잎 지는

늦가을 철에,

日暮千林黃葉稀 모든 숲에 해 지니

누런 잎 드무네.

祗有蒼蒼谷中樹 다만 푸릇푸릇한

골짜기의 나무만이,

歲寒心事不相違 해 추워지는 심사

어긋나지 않네.

 

 

118120. 적계 호선생을 애도함, 세 수 挽籍溪胡先生三首

 

 

118

夫子生名世 선생님 태어나 세상에 이름 떨치셨는데,

窮居幾歲年 궁벽하게 사신지 몇 해나 되셨던가?

聖門雖力造 성인의 문 비록 힘껏 갔으나,

美質自天全 아름다운 바탕 하늘에서 보전하셨네.

樂道初辭幣 도 즐기시어 처음에는 부르심 물리셨고,

憂時晩奏篇 슬플 때 만년에 글 올리셨네.

行藏今已矣 나가고 물러나심 이제 그쳤으니,

心迹故超然 마음과 자취 이에 초연하다네.

 

119

澹泊忘懷久 담박하니 품은 뜻 잊은 지 오래되었고,

渾淪玩意深 혼륜하니 완미하는 뜻 깊었다네.

簞瓢無改樂 대바구니 밥과 표주박의 물 즐거움 고치지 않으셨고,

山水自知音 산과 물 절로 음악 알았다네.

冊府遺編在 책부에 남기신 책 있고,

公所定著論語會義, 副在秘閣

공께서 정하여 지으신 논어회의는 비각에 덧붙어져 있다

丘原宰樹陰 무덤 언덕 위에는 나무그늘 드리웠네.

門人封馬鬣 문인들 말갈기 같은 봉분 만드니,

寒日共霑襟 추운 날 함께 옷깃 적셨다네.

 

120

先友多淪謝 선친의 벗 거의 다 세상 뜨셨는데,

唯公尙典刑 공만이 여전히 법도 있다네.

向來深繾綣 그 동안 간곡함 깊었거늘,

猶足慰飄零 오히려 영락함 위로하셨네.

喬木摧霜榦 높은 나무 서리 가지 꺾이고,

長空沒曉星 긴 하늘에서는 새벽 별 졌다네.

傷心遽如許 마음 상하니 어찌 이와 같으리?

孤露轉 부모 없는 고아 점점 몸 가눌 길 없어지네.

 

 

 

 

 

121127. 次韻潮州詩六首

조주시의 각운자를 사용해 지은 여섯 수

 

121122 濠上齋二首

호상재 두 수

 

黃堂理事餘 태수의 관청에서 일을 처리하는 틈틈이

便坐永玆日 곁채에 앉아 시간을 보내네.

語黙趣雖殊 벼슬살이와 은거하는 취미는 비록 다르지만

晦明心本一 어둡든 밝든 마음은 본래 하나라네.

舊聞眞體露 예전부터 참된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듣기만 해도

已歎群疑失 이미 여러 의심되는 것들이 사라져 감탄한다네.

迨此復幾年 이곳에 온지 또 몇 해 되었던가?

定知久純白 분명히 알겠구나 오래도록 순수했음을.

 

122

 

道若大路然 도는 마치 큰길과 같은데

奈此人好徑 어찌 이 사람은 좁은 길을 좋아하는가

卽事昧本心 일상의 일을 해가다 본심을 깨달으면

離動覓眞靜 흩어져 움직이더라도 참된 고요함을 찾는다네.

安知濠上翁 어떻게 호상 가의 늙은이를 알아

妙入玄中境 교묘히 현묘한 경지로 들어갈까?

偶寄郡齋閑 우연히 군수가 사는 곳의 한가로움에 기대어

無欲民自正 욕심이 없으면 백성들은 스스로 곧게 되네.

 

123 閑坐 한가로이 앉아

 

坐嘯無餘事 앉아 휘파람부는 것 외에는 일 안 하니

淡然塵慮希 담담하여 세상의 염려되는 일도 드무네.

閑中自怡悅 한가한 중에 스스로 즐거워 하니

妙處絶幾微 묘한 것은 낌새 자체를 끊어버리네.

韓子成今古 한유는 옛것과 지금 것을 이루시고

顚師果是非 대전스님은 옳고 그름을 과단(果斷)하셨네.

悠然發孤些 한가로이 홀로 읊조리고 탄식하며

千載儻來歸 천년에도 구애되지 않는다면 돌아가리.

 

124 銷寇 소구

 

年來揭陽郡 몇 해 이래로 조주는

牢落海陰墟 쓸쓸히 바닷가 폐허가 되어버렸네.

雲嶠無幽子 뾰족하며 높은 산에는 은자가 거하지 않고

潢池有跖徒 반란을 일으키는 도척 같은 무리만 있네.

單車亦已稅 수레 타고 온 관리에게도 세금을 내라고 하면서

蔓草不須鋤 덩굴 풀 같은 도적은 도리어 제거하지 않네.

比屋絃歌裏 집집마다 금()과 슬()을 뜯는 평안한 가운데

功高化鱷圖 공로가 크니 악어를 감화시킨 그림을 그렸네.

 

125 山丹 산단

 

昔遊嶺海間 옛날에 광동과 광서 사이를 유람할 때

幾見蠻卉拆 몇 번 만훼가 꺾여 있는 것 보았네.

素英漙夕露 흰 꽃봉오리에는 밤이슬이 흩뿌려져 있고

朱蘤爛晴日 붉은 꽃 맑은 해 아래서 빛나네.

歸來今幾年 돌아온 지 올해 몇 년 째인가?

晤對祗寒碧 만나는 것은 오로지 푸른 하늘 뿐

因君賦山丹 그대로 인해 산단시를 짓고

悅復見顔色 기뻐서 다시 얼굴을 보네.

 

126 山居卽事用疊翠亭韻 산에 살며 눈앞에서 느낀 바가 있어 첩취정운을 사용해 짓다.

 

世情日以疎 세상의 인정은 날로 소원해지는데

庭樹日以密 정원의 나무는 날로 우거져가네.

我心自悠悠 내 마음 한가롭고 편안한 뒤로

兩忘喧與寂 시끌벅적한 것과 고요한 것 둘 다 잊어버렸네.

門開山疊翠 문 여니 산은 푸르름을 더해 가는데

雨罷雲絶迹 비 그치니 구름은 자취를 감추네.

天涯此興同 하늘가에서도 이 기쁨 함께 하길 바래

萬里寄消息 만리 먼 곳에서 소식을 띄우네.

 

127 柬舍姪 사질에게 띄우는 편지

 

回頭別子時 그대와 헤어진 뒤를 돌이켜보니

歲月劇風雨 힘든 비바람의 세월을 살아왔네.

老大無所成 늙고 나이 들도록 이룬 것 없어

慙嘆中夜舞 부끄러워 탄식하며 한 밤중에 읽어나 분발하네.

長鑱足呻吟 긴 침만 매고 돌아오니 신음하기에 족하고

短褐極藍縷 짧고 거친 베옷은 지극히 남루하네.

古人不可期 옛 사람 기약할 수 없어

炯炯心獨苦 걱정스러워 마음 홀로 괴로워하네.

 

128. 夏日齋居得潮州詩卷咏歎之餘用卒章之韻以紀其事

여름에 호상재(濠上齋)에 거하며 조주의 시를 얻어 읊조리고 탄식한 나머지 마지막 장의 운으로 그 감회를 기록하다.

 

孟夏氣淑淸 초여름 공기 맑고 깨끗한데

窗戶有佳色 창문 넘어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져 있네.

臥聞幽籜翻 누워서 조용히 대나무 뒤집히는 소리 듣고

轉覺林景寂 옆으로 돌아 숲의 경치 고요한 것 느끼네.

參差帙委素 들쑥날쑥한 책갑(冊匣)은 평소대로 쌓는데

縹渺香橫碧 멀리서 어렴풋이 향기가 푸르름을 가로질러 오네

啜菽有餘懽 콩죽을 먹어도 가시지 않는 즐거움이 있으니

纓冠非所職 갓 쓰고 관리되는 것은 맡은 바가 아니라네

故人海邊郡 친구가 바닷가 태수로 있어

妙語寄遠翼 오묘한 말을 멀리 날개에 매달아 부치고

咏嘆不得聞 읊조리고 탄식해도 들을 수 없어

超然見胸臆 초연히 마음속을 들여다 보내.

 

129. 壽母生朝 下六首附見於此 어머님의 생신 날 아침 장수를 축원하며

 

秋風蕭爽天氣凉 가을바람 휘휘 불고 날씨 서늘한데

此日何日升斯堂 저 해는 무슨 날인지 이 집까지 떠 올라왔네.

堂中老人壽而康 집의 늙은이 장수하고 건강해서

紅顔綠鬢雙瞳方 붉은 얼굴에 검은머리 두 눈이 방형일세.

家貧兒癡但深藏 집은 가난하고 아들은 어리석지만 깊이 숨어

五年不出門庭荒 다섯 해 동안 나오지 않아 문과 뜰 황폐해졌네.

竈陘十日九不煬 아궁이에 열흘에 아홉 번은 불때지 않는데

豈辦甘脆陳壺觴 어찌 맛있는 안주를 준비하고 술상을 마련하겠는가?

低頭包羞汗如漿 머리 숙여 부끄럼 감싸니 땀이 미음처럼 끈적끈적한데

老人此心久已忘 노모는 이 마음 이미 오래 전에 잊었네.

一笑謂汝庸何傷 웃으며 노모에게 건강이 얼마나 상하셨는지? 여쭙는데

人間榮耀豈可常 사람의 부귀와 영욕 어찌 불변할 수 있겠는가?

惟有道義思無疆 도덕과 의리 있으시고 만수무강하시며

勉勵汝節彌堅剛 모친의 절조를 힘 쓰셔서 더욱 굳세시길.

熹前再拜謝阿娘 기쁜 날 재배하며 어머님께 사례함은

自古作善天降祥 자고로 선한 것을 하면 하늘에서 상서로움 내리기 때문이라네.

但願年年似今日 다만 원컨대 해마다 오늘만 같아서

老萊母子俱徜徉 노래의 모자처럼 함께 한가롭고 여유 있기를

 

130131. 又二首 또 두수

 

130

 

敬爲生朝擧一觴 삼가 생일날 아침 술 한잔 들고

短歌歌罷意偏長 짧은 노래 끝나도 뜻은 오히려 지속되네.

願言壽考宜孫子 원컨대 장수를 말하는 것은 응당 자손이니

綠鬢朱顔樂未央 검은머리와 붉은 얼굴에 즐거움 다함이 없기를

 

131

 

陰澹園林歲欲霜 그늘지고 조용한 정원 숲에 때는 서리 내리려 하는데

怪來和氣滿中堂 괴이하게 따뜻한 기운이 집안에 가득 찼네.

要知積善工夫巧 쌓은 선을 알고자 하나 솜씨 교묘하여

變得人間作壽鄕 인간으로 변하여 장수 마을을 만들었네.

 

132134. 又三首 또 세수

 

132

 

昨夜秋風凉氣歸 어젯밤 가을 바람은 차가운 기운으로 돌아왔더니

今朝喜色動簾幃 오늘 아침엔 기쁜 표정으로 발 휘장을 흔드네

細斟瀲灩新春酒 자세히 음미해보니 가득 차 넘친 것은 새로운 봄 술인데

戲舞斑爛舊綵衣 아양떨고 춤출 때 입던 채색 옷 옛 채색 옷이 되었네.

願上龜蓮千歲壽 원컨대 거북이 연잎에 올라가는 것처럼 천 세수를 누리시고

永令鳧藻一家肥 오래도록 다정하고 의좋게 지내며 온 가족 건강하길

也知厚德天應報 두터운 덕은 하늘이 보응(報應)하는 것 알기에

更說陰功世所希 또 다시 음덕이 세상에는 드문 것 말하네.

 

133

 

暑退秋容欲凜然 더위 물러나고 가을되니 스산해 지려는데

北堂佳氣倍澄鮮 북당의 아름다운 기운 맑고 새로움을 배가시키네.

舊痾已向新凉失 오래된 병은 이미 초가을의 서늘한 기운에게 졌지만

壽骨應隨爽籟堅 수명은 응당 가을 바람 따라 굳세어야 하리.

塵外光陰那有盡 속세 밖의 광음이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尊前風月浩無邊 존귀한 분 앞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크네.

癡兒六六今如許 어리석은 아들 서른 여섯 살로 이제 나이 많은데

慚愧西河不老仙 부끄럽구나! 서하의 늙지 않는 신선처럼 되신 어머님 앞에

 

134

 

仙人昔住紫琳房 신선은 옛날 자림방에 살면서

一旦翩然下太荒 하루아침에도 재빠르게 날아 태황에 내려앉았는데

久悟客塵無自性 오래도록 속세의 번뇌를 깨달으니 불변불멸하는 성품이 없고

故應福祿未渠央 복이나 녹에 응해도 다함이 없네.

徙居邂逅成嘉遯 옮겨와 살면서 만나 적합하게 은둔하여

捧檄因循愧漫郞 격문을 받들고 돌므로 만랑을 부끄러워하네.

願借寒潭千丈碧 원컨대 한담의 천 길의 푸르름 빌려

年年此日奉華觴 해마다 이날 아름다운 술잔 받들게 되기를.

 

135. 又一首 또 한 수

 

竹栢交柯庭院淸 대나무와 측백나무 가지 서로 섞여있는 정원 고요하고

西風不動翠簾旌 가을 바람은 푸른 발과 장막을 흔들지 않네.

高堂正喜新凉入 부모님 한창 즐거운데 초가을의 청량한 바람 불어오고

樂事仍逢壽斝傾 즐거움 지속되는데 생일을 맞이하여 술잔을 기울이네.

盡室丹衷歸善禱 온 가족 진심으로 좋은 기원으로 돌아와

滿頭綠鬢定重生 온 머리 검고 젊은 모습으로 반드시 다시 사시길.

年年此日歡娛意 해마다 이날은 기쁘고 즐거운 의미되고

更願時豊樂太平 거듭 원컨대 때마다 풍성해서 태평성대를 누리시길.

 

136. 丁丑冬, 在溫陵, 陪敦宗李丈, 與一二道人同和東坡惠州梅花詩, 皆一再往反, 昨日見梅追省前事, 忽忽五年舊詩不復可記憶, 再和一篇呈諸友兄一笑同賦 정축년 겨울 온릉에서 돈종이장을 모시고 한 두 도사와 함께 소동파가 혜주에서 지은 매화시에 화답하고 모두 몇 번이나 반복하였는데, 어제 매화를 보고 성 앞에서의 일을 추억해보니 문득 오 년 전의 옛 시를 다시 기억할 수 없어, 다시 한편을 지어 여러 친구들과 형님들께 받치니 한바탕 웃고 함께 짓다.

 

江梅欲破江南村 야생 매화 강남 마을에 꽃 피려하는데

無人解與招芳魂 향기 혼을 불러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네.

朔雲爲斷蜂蝶信 북쪽에서 불어오는 구름 기운 벌과 나비의 소식 끊고

凍雨一洗煙塵昏 찬비는 연기와 먼지의 어둠을 한바탕 씻네.

天憐絶艶世無匹 하늘은 빼어난 미인을 불쌍히 여겨 세상에 필적할 만한 이 없어

故遣寂寞依山園 그러므로 적막한 데 보내어져 산과 동산에 의지하네.

自欣羌笛娛夜永 스스로 강족의 피리 좋아하여 밤에 오래도록 즐기고

未要鄒律回春溫 추연이 음율을 불필요도 없이 봄 돌아오면 따뜻해지리.

連娟窺水墮殘月 가냘픈 몸매로 새벽달이 물에 비친 것 들여다보는데

的礫泣露晞晨暾 선명하게 반짝이며 눈물 흘리는 이슬 새벽 먼동 털 때 마르네.

海山淸游記玉面 온릉에서 한가롭게 유람하며 옥 같은 얼굴의 도사를 기억하는데

衰病此日空柴門 쇠약하고 병 많으니 이날도 누추한 집은 텅 비네.

相逢不敢話疇昔 서로 만나도 감히 옛적의 일들 말하지 못하는데

能賦豈必皆成言 지을 수 있다고 어찌 반드시 모두들 말을 완성하겠는가?

雕鐫肝腎竟何益 애써 조탁하는데 간장과 신장에 도대체 무엇이 유익하겠는가?

況復制酒哦空樽 하물며 다시 술을 끊어 빈 술잔만 읊조리는데.

 

137. 歲晩燕集以梅花已判隔年開分韻賦詩得已字 세밑에 술과 음식을 마련해서 모여서는 진여의의 매화는 이미 일년 전과 구분해서 피네라는 시 구절로 운을 나누고, ‘()'자를 얻어 시를 짓다.

 

陽愆冬氣昏 따뜻함이 지나쳐서 겨울 기운 모호한데

日暮悲風起 해 저무니 스산한 바람 부네.

晤言欲誰從 만나 이야기하지만 누가 좇으려 하겠는가?

斗酒會隣里 술 한말로 동네 사람들을 불러모으네.

盤餐乏珍脆 소반의 반찬에 진귀하고 입에 맞는 것 적고

肴核闕儲峙 고기류나 과일류 음식이 갖추어져 있지 않네.

無以奉嘉賓 귀한 손님을 받들어 섬기지는 않지만

󰜃罄亦可恥 병의 그릇 속이 텅 비어도 부끄럽네.

所賴數子賢 의지하는 몇 아들이 현명해서

深睠不余鄙 각별히 돌보아주어 나는 비루하지 않다네.

夜闌更促席 밤이 깊을수록 더욱 다가앉는데

燈火共歡喜 등불이 함께 기뻐하네.

酣歌氣激冽 흥에 겨워 노래부르는 분위기 격렬해지자

傑句韻淸美 뛰어난 구절은 운치가 청아하면서도 미묘하네.

衰懶愧英游 쇠퇴하고 게을러서 걸출한 사람들한테 부끄럽지만

歲晩情何已 세모의 정서를 어찌 그치랴!

 

138. 卓國太生朝 太下, 疑當有夫人二字

탁국태의 생일날 아침에자 아래에 夫人이라는 두 자가 있어야 할 것 같다

 

鳳凰山下鳳凰城 봉황산 아래 봉황성에 사시는 어머님께서는

十載重來雙眼明 십 년 만에 다시 와도 두 눈 밝으시네.

賸喜故人頻獻納 친구가 빈번히 갖다바침 기꺼이 즐겨하심은

足知賢母外榮名 족히 알겠노라! 어진 어머님께서 영예로운 이름이 바깥에 났음을.

生朝擧酒天香裏 생일날 아침 향기 그득한 술을 드리며,

賤子當歌魯頌聲 아들은 응당 장수의 축하 노래를 부르시겠지.

問訊豪眉今幾許 묻노니 금년의 연세 얼마이신가?

年年此日照人淸 해마다 이 날에 사람 맑게 비추소서.

 

139. 又一首 또 한 수

 

玄冬周四運 겨울은 일년 사계절을 순환해서 반복되는데

肅氣驅煩喧 스산한 기운은 시끌벅적한 것을 쫓아내네.

孕此貞秀質 이 곧고 빼어난 기질을 품어서

德美難具論 덕과 아름다움은 함께 논하기 어렵네.

巍巍北堂高 우뚝 높이 솟은 북당에

福履神所敦 복록은 신이 도탑게 하셨네.

晨昏極榮養 아침저녁으로 부모님을 극진히 봉양하였고

夙昔蒙天恩 지난날에는 하늘의 은혜까지 입었었지.

明年啓國封 태평성세에 경국부인에 봉해지셔서

屈狄文魚軒 굴적 예복 입으시고 물고기 비늘로 장식한 수레 타셨네.

斑衣結紫綬 얼룩무늬 옷 입은 아들 붉은 관인을 찼고

玉樹承金尊 훌륭한 자제들이 황금 잔을 받드네.

歡娛何所忘 기쁨과 즐거움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千載如飛奔 천년이란 세월이 마치 나는 듯이 달리는 것 같네.

惟應玄中趣 오직 현묘한 중에도 즐거움이 응하고

眇眇自本根 아득히 속세를 벗어나도 스스로 근본 있으시네.

洗心河漢津 마음의 잡념 제거하고 은하수 나루터에서

入此無窮門 이 도를 통하는 무궁한 문에 들어가네.

超然謝衆甫 초연히 여러 자식과 조카들 사양하고

永與天壤存 영원히 하늘과 땅과 더불어 존재하리.

 

140. 社後一日作 사제(社祭)를 지낸 그 이튿날 짓다

 

聖作重品節 성인이 만드실 때는 품급(品級)에 따른 절제를 중시해서

等殺古所詳 등급간의 차별은 예부터 상세하다.

里有秦社稷 그 속에 진나라의 사직 제단이 있지만

僭差遂無章 법도를 너무 지나쳐 마침내 전장제도가 없어져버렸네.

王綱諒已隳 천자의 기강은 이미 확실히 무너졌지만

精意尙不亡 정심한 취지는 아직 없어지지 않았네.

尙論千載前 천년 전을 추론해 보니

簡編有遺芳 죽간에는 이전사람들의 아름다운 향기들이 남아있네.

侃侃陳孺子 강직한 진씨 집 아이는

恂恂萬春鄕 만춘마을의 문중자처럼 공손하네.

敬恭事耆老 삼가 공손히 늙은이들을 섬기고

禱賽謹田桑 신의 가호에 감사하며 농사짓고 누에치는 것 신중히 하네.

悠悠我里居 오랫동안 내 마을에 살면서

歲事有故常 매년 제사를 지낼 때는 여전히 옛 규례가 있다네.

向來諸老翁 예전부터 여러 늙은이들

惇厖亦端莊 순수하고 도타우며 단정하고 장중하시네.

交神庶或享 천지신명과 교감하고 천지신령이 제수 품을 흠향하시니

與物同樂康 사람을 대하고 일 처리하는 것 편안하고 즐거워하시네.

今我胡不樂 지금 내 즐겁지 않다고

悵然下頹岡 낙담해서 쇠패한 기강을 어찌 떨구랴?

古人不可見 옛 사람들 볼 수 없지만

今人自猖狂 요즘 사람들 스스로 미치광이처럼 무례하구나.

 

141. 三月三日祀事畢因脩禊事于靈梵以高閣一長望分韻賦詩得一字

삼월 삼일 사일(巳日)에 제사를 마치고, 영범원에서 수계사를 거행함으로 당나라 위응물의 높은 누각에 올라 한바탕 멀리 바라보며시의 운을 나누어 시를 지으며 한 일() 자를 얻다.

 

逝川無停波 흘러가는 하천에는 멈춰선 파도가 없듯

歲月一何疾 세월은 얼마나 빠른가!

居然雨露濡 확연히 비와 이슬 축축이 젖는데

我意日蕭瑟 나의 뜻은 날로 쇠잔해져 가네.

共惟西山足 함께 서산 기슭에 안치된 아버님을 생각하니

宰樹久蒙密 무덤 가의 나무들 오래도록 무성하고 빽빽하네.

晤言起哀敬 대면해서 얘기하면 슬픔과 공경을 불러일으키고

時事該禮律 당시의 상황에서는 예식과 형법에 따라야 했네.

肴羞旣紛羅 맛있는 요리 어지럽게 널려있고,

薦饋亦芳苾 제사를 올리는데 향기 내뿜고 있네.

周旋極悽愴 주위를 둘러보니 지극히 슬픈데

俛仰詎終畢 삽시간에 어찌 마칠 수 있겠는가?

更衣適精舍 옷을 갈아입고 영범원에 가니

隣曲會玆日 이웃사람들이 이날 이곳에 모였네.

簋黍畀煇胞 기장밥을 궤에 담아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從容罄膏膟 차분히 기름진 고기와 창자 기름을 다하네.

嘉賓更盤礴 귀한 손님들은 더욱 배회하며

環堵窺逸筆 담처럼 둘러서서 빼어난 필치를 들여다보네.

卽事君獨哦 눈앞의 일을 그대들 혼자 읊조리라고 하지만

非才我何述 재주가 없는데 내 어찌 서술하겠는가?

矧玆衰病餘 하물며 이 쇠락하고 병만 남아

苦畏煩慮怵 괴롭고 두려운데 번뇌와 우려로 쓸쓸하네.

賦罷掩寒棲 시 짓는 것 그만두고 문 걸어 잠근 채 가난하게 살며

存存常抱一 보존하고 양육하며 늘 도() 하나만 지닐 뿐이라네.

 

142143. 夏日二首

여름 두 수

142

 

端居倦時暑 평소에 때가 여름 되는 것 싫어하여

竟日掩柴門 하루 종일 사립문 걸어 잠그고 있네.

窓風遠飇至 창문사이로 부는 바람은 멀리서 폭풍처럼 불어와

竹樹淸陰繁 대나무의 맑은 나무그늘 번잡하기만 하네.

靜有圖史樂 고요한 가운데 도서와 서적 읽는 즐거움 있고

寂無車馬喧 적막하지만 수레와 말의 시끄러움은 없네.

玆焉愜所尙 이곳은 숭상하는데 적합해서

難與世人論 세상 사람들과 논하기 어렵네.

 

143

 

季夏園木暗 늦여름에 동산 나무 짙게 푸른데

窓戶貯淸陰 창문에 맑은 나무그늘 드리워져 있네.

長風一掩苒 큰바람이 한바탕 흔들어 쓰러지게 하면

衆綠何蕭槮 많은 푸른 나무 가지들 얼마나 우뚝 솟던지!

玩此消永晝 이곳에 놀고 긴 낮을 소일하며

泠然滌幽襟 맑고 시원하게 마음속의 정감들을 떨쳐버리네.

俯仰無所爲 곰곰이 생각해보니 하는 일이 없어

聊復得此心 애오라지 다시 이 마음을 얻네.

 

144147. 汲淸泉漬奇石置熏爐其後香烟被之江山雲物居然有萬里趣因作四小詩

맑은 샘물을 끌어들여 기이한 돌을 담그고 향로를 설치한 다음 향불 연기가 그 위에 자욱히 덮이니 강산의 경치가 확실히 아득히 먼 듯한 정취가 있어 지은 짧은 네 수의 시

 

144

 

晴窓出寸碧 맑은 창문에서 한 마디의 푸르름이 나오는데

倒影媚中川 거꾸로 선 그림자가 귀엽게도 하천 가운데 있네.

雲氣一呑吐 구름 같은 연기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는데

湖江心渺然 강호에 떠도는 마음 아득하기만 하네.

 

145

 

一水渺空闊 모든 물은 아득히 넓고 넓은데

群山中接連 뭇 산들은 중간에서 만나고 이어지네.

寒陰白霧湧 차가운 음기는 하얀 안개 속에서 솟아 나오는데

飛度碧峰前 날아서 푸른 봉오리 앞을 건너네.

 

146

 

隱几對寒碧 궤에 기대어 차가운 푸르름을 대하며

忘言心自閑 말을 잊으니 마음은 절로 한가롭네.

豈知冥寂士 어떻게 조용히 침묵하며 살아가는 은자를 알겠는가?

滅跡靑峯間 자취를 감춘 채 푸른 봉오리 사이에 사는데.

杜詩, 滅跡君山湖上之靑峯

두보의 도죽 지팡이 노래-동천(東川) 유후 장이(章彝)에게 증정함(桃竹杖引贈章留后)시에서 동정호의 군산 푸른 봉오리에서 자취를 잃을 뻔했다.”(滅跡于君山湖上之靑峯)

 

147

 

吟餘忽自笑 읊조린 나머지 문득 저절로 웃고

老矣方好弄 늙어서야 비로소 희롱을 좋아하네.

慨然思古人 감개해서 옛사람을 생각해보니

尺璧寸陰重 한 자의 옥보다 한 마디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네.

 

148150. 偶題三首

우연히 짓는 세 수

148

 

門外靑山翠紫堆 문밖 푸른 산에는 청록색과 자주색 쌓여있고

幅巾終日面崔嵬 종일 비단 두건 쓰고 있으니 얼굴엔 불편함이 쌓이네.

只看雲斷成飛雨 다만 조각구름 비되어 날리는 것 보지만

不道雲從底處來 구름이 어느 곳에서 날아오는지는 모르네.

 

149

 

擘開蒼峽吼奔雷 푸른 산골짜기를 쪼개고 천둥과 같은 위세로 달려나와

萬斛飛泉湧出來 엄청나게 많이 분출하는 샘물을 쏟아내네.

斷梗枯槎無泊處 마른 곁가지까지 이리저리 돌아다녀 멈추는 곳이 없고

一川寒碧自縈回 온 하천의 맑고 차가운 물은 저절로 빙빙 맴도네.

 

150

 

步隨流水覓溪源 흐르는 물 따라 계곡의 근원을 찾아

行到源頭却惘然 발원지에 도착하면 도리어 망연자실하네.

始悟眞源行不到 비로소 진정한 발원지는 이를 수 없다는 것 깨닫고

倚笻隨處弄潺湲 지팡이에 의지해 도처의 물이 천천히 흐르는 발원지를 찾네.

 

151. 次張彦輔韻

장언보의 시운을 써서 짓다.

 

風霜歲云徂 바람이나 서리 같은 고초도 세월 따라 가지만

塵事眯雙目 세속의 일은 두 눈을 잘 못 뜨게 하네.

故人書鼎來 친구의 편지가 막 왔는데,

照眼一連玉 눈에 비추어보니 온통 구슬만 꿰어있는 듯하네.

把玩不知疲 손에 쥐고 감상해도 피로를 모르고

日晏坐空腹 날이 저물도록 앉아 있어서 배가 텅 비었네.

卷藏什襲秘 열 겹으로 말고 감싸 신비롭게 보이지만

寒光夜穿櫝 맑고 차가운 달빛은 밤에도 상자를 꿰뚫고 비추네.

嗟予骯髒姿 ! 나의 뚱뚱해서 쓸모 없는 자태로는

十駕不能速 열흘 끌고 간 먼 거리는 빠를 수가 없네.

丘壑聊自娛 언덕과 계곡을 애오라지 스스로 즐거워하고

簞瓢亦云足 소쿠리 밥과 표주박 물도 만족스럽다 하네.

君侯湖海士 그대는 호쾌하고 의협심 있는 선비인지라

逸氣謝追逐 속세를 초탈한 기개는 세력다툼을 사양하네.

胡爲不予鄙 어찌하여 스스로 비천하지도 않는데

乃肯顧林谷 기꺼이 산림과 계곡을 돌보려고 하는가?

高軒緩前期 다른 사람이 방문해서 만날 기약을 연기하여

淸夢遶雙竹 단꿈에 다섯 무의 대나무 밭을 두르네.

起將杜陵句 첫 구절부터 두보의 시를 본받아

寫寄玉川屋 옥천옥에 머무는 그대에게 써서 부치네.

我窮詩未工 나는 곤궁해도 시를 잘 짓지 못하고

最覺貂難續 절실히 내 짓는 시문 그대만 못하다는 것 깨달을 뿐이라네.

感君慇懃意 그대의 정성스럽고 따스한 뜻 느껴

吟苦屢更燭 읊조리며 괴로워 자주 다시 촛불을 밝히네.

羣公饒藻思 여러 친구들 문장 짓는 재주나 시상(詩想) 풍부해서

裂牋動盈束 비단을 찢고 많은 묶음을 사용하고

歷險正摧輈 위험을 겪는 것 바로 끌채를 부러뜨리는 듯 하며

爭先俄擊轂 앞을 다투는 것 잠시 수레바퀴 부딪치는 것 같네.

低回欲引避 떠나기 싫어 머뭇거리고 자리를 양보하려 하지만

悵望曷歸宿 원망스럽게 바라보는데 어찌 돌아가 머물겠는가?

出吻竟無奇 말을 꺼내어도 결국 재사(才思)가 민첩하지 못해 신기함이 없고

彊顔終自恧 억지로 웃지만 끝내 스스로 부끄러워하네.

北風催歲年 차가운 북풍은 나이와 세월을 재촉해서

兩鬢失新綠 두 빈모(鬢毛)에는 새로이 자라나는 검은 털이 없네.

樊生念學稼 번생이 농사짓는 것 배우려는 것 생각하니

曹子悲食栗 조교처럼 헛되이 조 먹어 없애는 것 슬퍼하네.

死灰寧復然 사그라진 재가 어찌 또다시 타오르겠는가?

寡過良所欲 허물을 적게 하는 것이 진실로 하려는 것이라네.

耿耿自知明 확실히 스스로 밝히 아는데

何勞簷尹卜 어찌 수고로이 첨윤이 점치겠는가?

 

 

152. 장언보가 매화를 노래한 시의 각 운자를 써서 짓다

次張彦輔賞梅韻

 

朔風萬里開雲屛 북풍 만리 구름 병풍 헤치고,

淸霜夜墜朝景晴 맑은 이슬 밤에 내려 아침 풍경 맑네.

南枝浩蕩正春色 남쪽으로 뻗은 가지 호탕하니 곧장 봄 풍경이라,

凍蘂的皪含空明 찬 꽃망울은 선명하게 맑은 하늘 머금고 있구나.

花邊偶對靑銅鏡 꽃 옆에서 구리거울 마주 짝하니,

槁項不堪氷雪映 마른 가지는 빛나는 눈 얼음 이기지 못하네.

擁爐獨坐只悲吟 화로 끌어안고 홀로 서글피 읊조리다가,

振策出遊舒遠興 지팡이 짚고 밖으로 나가 먼 흥취 펴보네.

暗香何處時一飄 그윽한 향기 어디서 이따금 나부끼는가?

行行復値最長條 가고 또 가서 가장 긴 나무 가지 만났네.

仰頭欲折渺誰贈 고개 들어 꺾으려 하나 누구에게 줄 지 모르겠는데,

滿意相思那得邀 가슴 벅찬 그리움 어떻게 맞으리오?

極知異縣淹行李 타향에 나그네로 오래 머무르니,

心賞未甘輕付卑 마음으로 감상하고 달갑게 가벼이 줄 수 없음을 안다네.

石雄賦罷不相聞 석웅이 부를 다 지어도 듣지 못하고,

秀野書來因擧似 수야의 편지 오니 고개 들고 향하네.

兩翁句法爭新奇 두 분의 글 솜씨 새롭고 기이함 다투어,

畵出疎影沈寒漪 성긴 그림자 차가운 잔물결로 흐르는 것 그려내네.

幽探自出塵境外 그윽한 곳을 찾아 티끌 세상 벗어나니,

勝槪未許兒曹知 훌륭한 경계를 아이들에게 알게 하지 않네.

祗今嚼蘂攀條處 이제 꽃잎 씹으며 가지 타고 오르는 곳,

它日重來記前度 다음날 다시 오면 저번 때 기억할까?

風臺月觀超無言 능풍대와 각월관에선 잠자코 말이 없고,

玉笛氷灘索同賦 옥적과 빙탄에선 함께 시를 지었네.

嗟予衰懶倦將迎 ! 내 늙고 게을러져 사람 보내고 맞음 싫어하여,

過眼紛紛無復情 눈앞의 잡다한 일에 더 이상 마음 두지 않네.

尙喜疎英窺水白 그래도 성긴 꽃망울 맑은 물 엿봄 좋아하고,

更憐落片點苔靑 그 조각 점점이 푸른 이끼 위로 떨어지면 가여워하네.

興來亂揷飛蓬首 흥 오르면 날리는 쑥대머리 꽂기 어렵고,

擬向君家醉君酒 그대 집 찾아가 술에 취하고 싶어지네.

酒酣耳熱莫狂歌 술 취하여 귀까지 달아오르더라도 함부로 노래하지 말게나,

布鼓雷門須縮手 헝겊 북 뇌문 에선 손 움츠러드는 법이니.

 

153. 借韻呈府判張丈旣以奉箴且求敎藥

운을 빌려 부판 장장에게 증정하고 삼가 충고하며 약을 가르쳐주기를 구함

 

一生江海逈無儔 평생 강과 바다처럼 활달하고 판이하게 달라 친구 없지만

材大應容小未周 재주 많아 그대 응당 수용하겠지만 재주 적어 두루 미치지 못하네.

景好身閑眞復樂 경치 좋고 몸 한가로우니 진정 다시 즐겁고

酒酣耳熱却堪憂 술이 얼근하여 귀까지 빨개지나 도리어 근심 이겨내네.

飛騰莫羨摩天鵠 날아 오르기에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이 나는 고니 부러워하지 않고

純熱須參露地牛 숙련되게 노지(露地)에 나온 소처럼 도를 물어야 하리.

我亦醒狂多忤物 나 또한 취하지 않아도 미쳐서 많이 사물에 거슬렸을 텐데

頗能還贈一言不 자못 한 마디의 말이라도 되돌려 줄 수 있겠는가?

 

154155. 家山堂晩照效輞川體作二首

가산의 집에서 저녁 햇빛이 비칠 때 망천체를 본떠 지은 두 수

154

 

夕陽浮遠空 저녁 무렵 태양은 먼 하늘에 떠있고

西峯背殘照 서쪽 봉오리는 석양을 지고 있네.

爽氣轉分明 상쾌한 기운 밝음을 나누어 옮기고

與君共晩眺 그대와 함께 늦게까지 바라보았네.

 

155

 

山外夕嵐明 산 바깥 저녁 운무 밝은데

山前空翠滴 산 앞 푸른 산엔 빗방울 떨어지네.

日暮無與期 날 저물고 함께 할 기약 없어

閑來岸輕幘 평소처럼 가벼운 모자를 젖혀 이마를 드러내네.

 

156157. 卽事有懷寄彦輔仲宗二兄二首

마음속에 있던 일을 그대로 써서 언보와 중종 두 형님께 부치는 두 수

 

156

 

一水方涵碧 온 물은 바야흐로 푸르름을 머금고

千林已變紅 모든 산림은 이미 붉게 물들었네.

農收爭暖日 농작물 수확 따뜻한 햇빛을 다툴 정도로 바쁜데

老病怯高風 늙고 병들어 높은 곳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 두렵네.

徙倚非無計 한가롭게 슬슬 걸어도 꾀함이 없는 것 아니지만

心期莫與同 마음의 원함에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 없네.

向來歡會處 줄곧 즐겁게 만나는 곳에서

離合太匆匆 헤어짐과 만남 너무 바쁘기만 하였네.

 

157

 

聞說雙飛槳 듣자하니 암수 함께 날 듯 노 저어

翩然下廣津 재빠르게 넓은 나루터인 민강(閩江)에 내려왔네.

江湖知子樂 강호는 그대의 즐거움 알고

魚鳥諒情親 물고기나 새도 친절한 감정으로 양해하네.

淹速須關命 느리고 빠른 것도 반드시 수명을 통제할 것이기에

行藏不繫人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얽매이지 않네.

三山雖好在 복주에 좋은 것이 있다고 하지만,

惜取自由身 애석하게도 자유자재의 몸만 취할 따름이네.

 

158160. 次知府府判二丈韻三首

지부와 부판 두 어르신의 시운을 그대로 써서 지은 세 수

 

158

 

兩公淸廟瑟 두 어르신은 청묘의 슬()처럼 중요한 신하(臣下)셨고,

窈窕拂朱絲 아름다운 풍채로 붉은 현을 켜셨네.

事紀一朝勝 사적의 기록은 한 조대를 뛰어넘고

名從千古垂 명성은 천고를 따라 드리우시네.

流傳當共賦 흘러 전해지려면 마땅히 함께 지어야 하는데

惆悵不同時 안타깝게도 때를 함께 하지 못하네.

且要君頤解 두 어르신 기쁘게 해설하려 하셨는데

寧辭匡說詩 어찌 광형처럼 시경해설하는 것 사양했으랴?

 

159

 

憶昨中秋夕 지난 추석날 저녁을 회상하며

寒盟約重尋 오래 전에 잊어버린 맹약을 다시 찾네.

幔亭懽擧酒 만정에서 기쁘게 술잔 들고

江閣快論心 강가 누각에서 즐겁게 마음을 논하네.

月墮俱忘起 달 지도록 다 같이 일어나는 것 잊고

壘空始罷斟 마음에 쌓인 것 텅 비어서야 비로소 술을 그치네.

秖今千嶺隔 눈앞의 수많은 고개들 떨어져있는데

悵望一何深 슬프게 바라보니 얼마나 깊은고!

武夷之遊, 張王二丈元履子厚及熹與焉. 江閣之集, 子衡移具, 知府丈亦賜臨屈. 此詩倂簡同會諸公云.

무이산의 유람은 장씨 왕씨 두 어른, 주희와 그의 절친한 친구인 원리(魏掞之)자후(黃銖)가 함께 했다. 강가 누각에 모였는데, 자후의 동생 자형이 왔고, 지부 어르신은 또 굴에까지 오셨었다. 이 시는 함께 모인 여러 사람들이 말한 것을 합쳐 간략히 한 것이다.

 

160

 

志士懷韜略 뜻 있는 선비는 육도삼략을 품고

奇兵吼鏌干 기병은 막사와 간장의 보검을 울리네.

關河那得往 산해관과 황하에 어찌 갈 수 있겠는가?

肝膽不勝寒 간담이 차가움을 이기지 못하는데.

壯節悲如許 대장부의 절개 허락하는 것 같아 슬프지만

雄圖渺未闌 웅장한 계획은 아득하여 다함이 없네.

皇輿方仄席 황제의 수레 마침 좌불안석인데

陋巷敢求安 누추한 골목에서 감히 평안을 구하랴!

得浙中知舊書云, 聖上留意武備, 諸郡練卒皆點名閱武, 賜賚有加, 戎士感奮.

양절(兩浙)에서 옛 책에서 말하던 재위하는 황제가 군비(軍備)를 조심스럽게 준비하자 여러 군의 지방을 방위하는 사졸(士卒)들은 모두 점호하며 열병하고 하사품까지 내려오자 사기가 더 충만하고 병사들은 분발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161. 巢居之集, 以中有學仙侶, 吹簫弄明月爲韻, 探策賦之, 而熹得中字遂誤, 爲諸君所推高俾專主約旣而賦詩者頗失期. 於是令最後者, 具主禮以當罰, 乃稍集獨敦夫圭甫違令, 後至衆白罰如約飮罷, 以蒼茫雲海路歲晩將無獲分韻, 熹得將字而子衡兄得蒼字, 實代熹出令

당시 주희가 머물고 있던 병산(屛山)에 모여 당나라 위응물(韋應物)그 가운데 신선과 짝되는 것 배운 사람, 퉁소 불며 산 위의 달을 감상하네라는 구절로 운을 삼고, 제비뽑기를 해서 시를 짓기로 하였는데, 주희가 ()’를 뽑아 시간을 지체하자, 여러 친구들이 주희를 높이 추천해서 오로지 약속을 주관토록 하였는데 이미 시를 지은 사람들도 상당수는 그 기약을 어겼다. 이에 제일 마지막에 지은 사람은 주례(主禮)를 갖추어 벌칙을 당하도록 했다. 잠시 후에 모였는데 유독 돈규와 규보가 명령을 위반해서 그 다음의 다른 많은 친구들은 죄를 면하게 되었지만, 그들 두 사람은 약속대로 술을 마셨다. 그런 다음 당대 한유의 푸른 구름 바닷길에 세월 흘러가면 장차 하나도 얻는 것 없으리라고 한 구절로 운을 나누었는데, 주희는 ()’자를 뽑았고, 자형은 ()’자를 뽑았는데, 사실은 주희를 대신해서 명령을 냈다.

 

一昨樓上飮 일전에 누각에서 마실 때의

所歡不可忘 기쁨은 잊을 수가 없네.

羣公各賦詩 여러 친구들 각기 시를 짓는데

佩玉何鏘鏘 옥을 차서 얼마나 쟁쟁 울리던지.

二子朱絲絃 두 친구는 붉은 현으로 만든 금슬(琴瑟)을 타지만

掩抑獨叵量 소리 낮고 무거워 헤아리기 어렵네.

經營久不作 악기 다루는 것은 오래도록 하지 않았지만

一奏聲滿堂 한번 연주하자 그 아름다운 소리가 집에 가득 차네.

巧遲未足多 교묘하게 지체시켜 칭찬할 만한 것은 못되지만

譴負先取償 벌칙으로 먼저 술과 음식을 배상시키네.

主盟謬夙推 제비뽑기 제일 잘 한 맹주가 잘못으로 일찍 추천해서

否德愧莫當 비루(鄙陋)한 덕행에 타당한 것이 없어 부끄럽기만 하네.

玆焉不擧法 이에 어떻게든 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何以存令章 어떻게 법령을 보존하겠는가?

劉子具盤食 유자는 소반에 음식을 갖추고

魏子輸壺漿 위자는 주전자에 미음을 보내왔네.

悠然復一醉 유유한 가운데 다시 한번 취하여

歸路相扶將 돌아가는 길은 서로 부축하였네.

 

162. 昨承諸兄臨, 辱不揆以薄酒蔬食延駐, 都騎明日視壁間所張墨刻, 有亡去者, 人以爲德慶丈之廋也. 馳問遣索蒙需拙詩, 輒賦所懷往奉一笑, 而尊犍刻可以歸於我矣

어제 여러 형님들의 왕림을 맞아 욕되게도 자신의 분수를 모른 채 맛 좋지 않는 술과 푸성귀로 초청해서 머물도록 하였다. 아름답게 말을 타시고 이튿날 벽 사이에 진열해 놓은 묵각을 보는데, 고인이 되어 떠난 사람도 있어서 사람들은 덕경 어르신께서 은닉해 놓은 것이라 생각했다.

 

 

歲暮霜霰集 세모에 서리와 싸라기눈 내릴 때 모였는데

賓友從我游 손님과 친구들 나를 따라 유람하네.

置酒臨高齋 술자리를 마련해 높은 집에 임해

觴酌屢獻酬 잔에 따라 연이어 서로 술잔을 주고받네.

鷄黍罄中庖 닭고기와 쌀밥에 주방에 있는 것 다하고

肴核供庶羞 고기와 과일류에 맛있는 음식 많이 제공하네.

所恨乏珍肥 한스러운 것은 진귀하고 기름진 것 부족하며

懽意不得周 기쁜 마음에 주도면밀하지 못한 것.

何牾上客懷 어찌 귀한 손님의 마음을 거스리랴?

徙我夜壑舟 내 밤에 골짜기의 배로 옮기네.

平明但素壁 새벽에 다만 흰 벽만 있어

篆刻不可求 전각은 구할 수가 없네.

究索勞象罔 궁구하고 찾느라 상망을 힘들게 하였지만

高蹤希盜丘 고상한 자취는 도구이기를 바라네.

我亦慚仲子 나 역시 진중자에 부끄러워

獨未忘輕裘 유독 가벼운 갖옷을 잊지 않네.

 

163. 昨以詩徵亡碑於四十一丈旣蒙酬和, 而諸兄亦繼作焉. 聯爲巨編藏之巾笥, 雖所亡古刻不可復得, 而此之所獲則已多矣. 顧其中猶有不能釋然者, 因念吾子厚隸法妙, 古人當爲我大書偉辭於壁, 庶以焜耀區區之望彼死鬼之陳迹, 其存亡蓋不足爲重輕也. 次韻見意云

어제 시로 마흔 한 번째 어르신께 잃어버린 비석에 새긴 글을 구했더니 응답을 받았고, 여러 형님들도 이어서 지었다. 연결하였더니 거작이 되었는데 두건 상자에 간직해 두고, 비록 잃어버린 옛 고각(古刻)이여서 다시는 얻을 수 없었지만, 이번에 얻은 바도 이미 많았다. 그 중간을 돌이켜보니 마치 풀 수 없는 그러한 것도 있는 것 같고, 우리 자후의 예서체 뛰어난 것을 생각하면 옛 사람들은 응당 내가 벽에 크게 위대한 문사를 써서 작은 소망은 저 죽어 귀신된 사람들의 진부한 자취를 빛나게 해 주기를 바랐을 것이기 때문에 그 존망은 아마도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운을 빌려 의미를 보이며 읊조린다.

 

端居感物化 평소 만물이 변화는 것 느끼지만

悵恨不出游 아쉽게도 나가 노닐 수 없네.

賦詩往追亡 시를 지어 이전에 없어진 것들을 추억하고

顧得雜佩酬 되돌아보며 여러 가지 패옥으로 장식된 시들을 얻네.

結綬光陸離 비단 혁대로 묶어 광채가 현란하게 빛나고

縕袍非所羞 허름한 옷도 부끄러워하지 않네.

終然抱耿耿 끝내 근심스러워 하셨고

尼父悲東周 공자께서도 동주를 슬퍼하셨네.

凄凉尊犍崖 처량하도다! 벼랑에 새긴 존건각이여

望想滄浪舟 그리워하누나! 창랑의 배를

低徊不得去 배회해도 떠날 수 없는데

寂寞將焉求 적막은 장차 어디에서 구하겠는가?

安知崔蔡徒 어떻게 최원과 채옹 같은 일류 사람을 알고

考槃共斯丘 덕을 이루고 도를 즐기는 은자들과 이 언덕을 함께 할까?

爲我揮素壁 내가 흰 벽에 붓을 휘두른 것은

報君當紫裘 그대에게 붉은 담비 가죽으로 삼아 보답하려 했기 때문이라네.

少陵詩, 紫裘隨劒几, 義取無虛歲 謂李邕受潤筆資

소릉시에서 붉은 담비 가죽과 검궤(劍几) 다할 때가 있지만, 문장에 따라 재물 얻는 것은 매년 끊이지 않으리라고 한 것은 이옹이 원고료를 받을 자격이 있음을 말한 것이다.

 

164. 再賦解嘲

다시 조소를 면하기 위해 변명하는 것을 짓다

 

宇宙一瞬息 우주가 한번 눈 깜빡하는 순간이

人生等浮游 인생에게 있어서는 하루살이의 일생과 같다.

云何百年內 어떻게 백년 안에

萬變紛相酬 많은 변화가 왕성하게 서로 화답한다고 하는가?

顚倒不自知 허둥지둥 옷을 거꾸로 입어도 스스로 알지 못하지만

旁觀乃堪羞 곁에서 보면 부끄러움도 극복할 수 있다네.

拱揖尙虞夏 읍을 해서 우()나라가 하()나라에 선양한 것을 숭상하고

干戈到商周 창과 방패의 무력으로 주나라는 상()나라에 이르렀네.

豈悟曠士懷 내 어찌 활달한 선비의 마음을 깨달으며

泛若不繫舟 두둥실 매이지 않는 배처럼 떠다닐 수 있겠는가?

駟馬諒弗視 말 네 마리가 끄는 수레도 진실로 보지 않았고

名高非所求 이름 높아지는 것 추구하지도 않았다네.

彼哉夸奪子 저 명예와 이로움을 추구하는 무리들이여!

逝矣崑崙丘 가리로다! 저 곤륜산의 언덕 무덤으로

褰裳絶冥外 치마를 걷어올리고 지극히 그윽하고 깊은 곳 바깥에 갔더니

天風舞雲裘 바람은 가볍고 부드러운 가죽옷을 춤추게 하네.

熹受碑于共父以禮讓, 四十一丈取之於熹, 則有慙德矣. 故有商周之語

주희는 공보 즉 유공(劉珙)에게 예와 겸양으로 비각을 받았지만, 덕경 어르신은 주희한테 그것을 취한 것은 덕을 부끄러워 한 것이다. 그러므로 상주 같은 말이 있다.

 

165166. 題祝生畵呈裵丈二首

축생의 그림에 적어 배씨 어르신께 드리는 두수

 

165

 

近代丹靑手 근래에 단청하는 사람들

心期良獨難 마음으로 기대하는 것 진실로 외롭고 어렵다네.

夫君偏有思 무릇 임금이 편향된 생각을 가지면

妙處却無端 교묘한 것은 도리어 끝이 없다는 것이지.

堂上三湘遠 부모님은 삼상에서 멀리 계시지만

人間五月寒 사람 사는 세상은 오월에도 춥네.

空囊今有此 텅 빈 주머니로 지금 이곳에 있지만

不用一錢看 동전 한 닢을 남겨두어 집을 지키는 일 없도록 하세.

 

166

 

斗酒淋漓後 말술로 흠뻑 취한 후

顚狂不作難 머리를 거꾸로 하고 미친척해도 비난받지 않으리.

千峯俄紙上 수천 개의 봉오리 문득 그림 위에 있고

萬景忽豪端 수많은 경치들 호방에 붓끝에 있네.

石瘦岡巒古 바위는 우뚝 솟고 연이어진 산등성이는 고풍스러운데

林深煙雨寒 숲은 짙고 안개비는 차갑기만 하네.

蒼茫無限意 넓고 멀어서 의경을 한정할 수 없는데

俗眼若爲看 속된 눈으로 그대는 보려는가?

 

167169. 挽延平李先生三首

연평 이동(李侗)선생을 애도하며 지은 세 수

 

167

 

河洛傳心後 황하와 낙수사이에서 도통을 전수하신 후로

毫釐復易差 호리 같은 미세한 잘못도 다시 그 차이를 바꾸셨네.

淫辭方眩俗 지나친 말이 바야흐로 속세를 현혹하려 하지만

夫子獨名家 선생님께서는 홀로 가문을 명예롭게 하셨네.

本本初無二 본래 근본을 삼는 것은 처음부터 둘이 없고

存存自不邪 만물의 존재를 보존하는 것은 스스로 사악하지 않다네.

誰知經濟業 누가 알겠는가?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하는 업을

零落舊煙霞 영락하여 옛 안개와 노을 사이로 떨어졌는데.

 

168

 

聞道無餘事 도 듣는 일 외의 일은 않으시고,

窮居不計年 가난하게 사시며 해 헤아리지 않으셨네.

簞瓢渾謾餘 대그릇의 밥과 표주박 물에도 크게 여유가 있었으니,

風月自悠然 바람과 달 절로 유유하네.

灑落濂溪句 가슴속이 시원하게 탁 트여 염계구를 읊조리고

從容洛社篇 차분히 낙양 문인들의 시편 즐기셨네.

平生行樂地 평생토록 즐거이 다니시던 땅,

今日但新阡 오늘은 새로 난 무덤길 뿐 이네.

 

169

 

岐路方南北 길이 달라 남과 북으로 갈라지려 하는데

師門數仞高 선생님의 대문은 몇 길이나 되어 높았다네.

一言資善誘 한 말씀이라도 잘 인도하셨고

十載笑徒勞 십 년 동안 웃으시며 제자들이 힘쓰도록 하셨네.

斬板今來此 봉분을 지으려 지금 이곳에 오니

懷經痛所遭 경서를 품어 만난 것을 괴로워하네.

有疑無與析 의혹이 있어도 더불어 분석할 수 없어

揮淚首頻搔 눈물을 훔치며 머리만 자꾸 긁적인다네.

 

170171. 用西林舊韻二首

서림 옛 운으로 쓴 두 수

 

170

 

一自籃輿去不回 대로 만든 가마 타고 가서 돌아오지 않은 이래

故山空鎖舊池臺 옛 산은 헛되이 자물쇠를 채워 연못가의 누대를 낡게 하였네.

傷心觸目經行處 마음 아프게도 눈길이 닿는 곳은 여정가운데 지나는 곳

幾度親陪杖屨來 몇 번이나 친히 존경하는 사람을 모시고 왔었던가!

 

171

 

上疏歸來空皂囊 상소하고 돌아오니 검은 주머니는 텅 비어

未妨隨意宿僧房 편안한 대로 스님의 방에 자는 것도 괜찮으리.

舊題歲月那堪數 예전에 세월에 부친 것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慙愧平生一瓣香 부끄러워 평생 스승을 앙모하네.

우리말 주자대전 3

 

120. 奉同張敬夫城南二十詠

삼가 장경부에게 성남 스무 곳을 읊조려 바칩니다.

 

1 納湖 납호

 

詩筒連畵卷 시 통에 그림이 연이어 있어

坐看復行吟 앉아서 보고 또 거닐면서도 읊조리네.

想像南湖水 남호(南湖) 물을 상상하니

秋來幾許深 가을이 되었으니 얼마나 깊어 졌을까?

 

2 東渚 동저

 

小山幽桂叢 소산의 그윽한 계수나무 숲

歲暮靄佳色 세모는 아름다운 경치에 휩싸여있는데

花落洞庭波 꽃 지고 동정호에 파도이니

秋風渺何極 가을 바람은 아득히 얼마나 하겠는가!

 

3 詠歸橋 영귀교

 

綠漲平湖水 푸른 물이 불어나 호수 물을 평평하게 하였고

朱欄跨小橋 붉은 난간은 작은 다리에 걸쳐있네.

舞雩千載事 무우대 천년전의 일을 담고있어

歷歷在今朝 오늘 아침에도 눈에 선하네.

 

4 船齋 선재

 

考槃雖在陸 나무로 지은 집이 비록 뭍에 있지만,

滉瀁水雲深 물이 깊고 넓은 것 물과 구름처럼 깊네.

正爾滄洲趣 마침 그대가 푸른 물가에 뜻을 두었지만

難忘魏闕心 궁궐에 대한 마음 잊기 어렵네.

 

5 麗澤堂 이택당

 

堂後林陰密 집 뒤에는 숲이 그늘을 드리울 정도로 짙고

堂前湖水深 집 앞에는 호수 물 깊네.

感君懷我意 그대가 나를 그리워 할 것 생각하니

千里夢相尋 천리 밖 꿈에서도 서로를 찾네.

 

6 蘭澗 난간

 

光風浮碧澗 햇빛 비치고 바람이 푸른 산골 물에 스치니

蘭杜日猗猗 난초와 두약은 날로 아름답고 무성해지네.

竟歲無人采 한 해를 다해도 따는 사람 없으니

含薰祗自知 향기 머금은 것 다만 스스로 알뿐이라네.

 

7 書樓 서루

 

君家一編書 그대 집은 오로지 책만 엮었지만

不自圮上得 이상(圯上)으로부터 얻은 것은 아니지

石室寄林端 돌로 만든 서재 방은 숲 끝에 부쳐 놓고

時來玩幽賾 때때로 와서 심오한 진리를 익히네.

 

8 山齋 산 집

藏書樓上頭 책을 소장한 건물은 높은 곳에 있고,

讀書樓下屋 책을 읽는 건물은 본 채 옆에 있네

懷哉千載心 품었구나! 오래도록 변함 없는 굳은 마음을

俯仰數椽足 깊이 생각하는 곳은 몇 칸으로도 족하리.

 

9 蒙軒 몽헌

 

先生湖海姿 선생의 호수와 바다 같은 자태

蒙養今自閟 마음을 수양하는 것을 이제는 스스로 닫으셨네.

銘坐仰先賢 좌우명 앞에 앉아 선현을 우러러보니,

點畵存彖繫 문자의 점과 획 단사와 계사를 보존하네.

 

10 石瀨 석뢰

 

疏此竹下渠 이 대나무 아래 도랑을 틔우고

漱彼澗中石 저 흐르는 물 속의 돌로 양치질하네

暮館繞寒聲 저무는 객사에는 차가운 소리 맴도는데

秋空動澄碧 가을 공기는 맑고 푸른 물살을 가르네.

 

11 卷雲亭 권운정

 

西山雲氣深 서쪽 산 구름 피어오르려는 기운 심해

徙倚一舒嘯 잠시 배회하다 한 바탕 휘파람을 부네.

浩蕩忽搴開 넓고 자욱하게 펼쳐졌더니 문득 피어올라 열리니

爲君展遐眺 그대 생각하며 아득히 펼쳐진 것 바라보네.

 

12 柳堤 유제

 

渚華初出水 물가의 꽃 막 물에서 나오니

堤樹亦成行 둑의 나무들도 숲 행열을 이루네.

吟罷天津句 은하 구절 읊조리는 그치니

薰風拂面凉 따뜻한 바람 얼굴을 시원하게 스치네.

 

13 月榭 월사

 

月色三秋白 달빛은 석 달 가을 마냥 흰데

湖光四面平 호수에 비친 달빛 사면이 고요하네.

與君凌倒景 그대와 도경을 뛰어넘어

上下極空明 위아래에서 공중의 밝음을 다하세.

 

14 濯淸 탁청

 

涉江采芙蓉 강에 들어가 연꽃을 따는데

十反心無斁 열 번이나 반복해도 마음에 싫어함이 없네.

不遇無極翁 다함이 없는 늙은이를 만나지 못하는

深衷竟誰識 깊은 충정을 끝내 누가 알겠는가?

 

15 西嶼 서서

 

朝吟東渚風 아침에는 동쪽 물가 바람 읊조리고

夕弄西嶼月 저녁에는 서쪽 작음 섬 달 감상하네.

人境諒非遙 사람 사는 곳은 진실로 멀지 않은데,

湖山自幽絶 호수와 산은 스스로 멀리 떨어져 있네.

 

16 淙琤谷 종쟁곡

 

湖光湛不流 호수 빛은 잠겨있어 흐르지 않고

嵌竇亦潛注 샘구멍 또한 깊이 잠겨 흐르네

倚杖忽淙琤 지팡이에 기대었더니 문득 종정에 다다랐는데

竹深無覓處 대나무 숲이 깊어 찾는 곳이 보이지 않네.

 

17 聽雨舫 청우방

 

彩舟停畵槳 아름답게 장식한 배는 채색한 노를 멈추게 한 채

容與得攲眠 한가롭고 여유롭게 비스듬히 기대어 잠을 자고 있네

夢破蓬窓雨 쑥으로 엮어 만든 창문에 비 내리니 꿈 깨이고

寒聲動一川 차가운 소리 온 내를 요동치네.

 

18 梅堤 매제

 

仙人氷雪姿 신선의 얼음과 눈같이 결백한 자태

貞秀絶倫擬 곧고 빼어남 견줄 수 없네.

驛使詎知聞 역사를 어찌 들어서만 알겠는가?

尋香問煙水 향기 찾아 안개 끼어 흐릿한 물을 묻네.

 

19 采菱舟 채릉주

 

湖平秋水碧 호수 고요해 가을 물 푸르고

桂棹木蘭舟 계수나무 노와 목란 배

一曲菱歌晩 마름 따는 노래 한 곡이 끝나가니

驚飛欲下鷗 놀라 날던 갈매기 떨어지려 하네.

 

20 南阜 남부

 

高丘復層觀 높은 언덕에서 다시 한층 바라보니

何日去登臨 어느 날 가서 오르고 임해 볼까?

一目長空盡 온 눈이 멀리 하늘을 다하니

寒江列暮岑 차가운 강엔 저무는 높은 산봉우리 늘어서네.

 

2125. 次韻傅丈武夷道中五絶句

부장이 무이 길에 보내온 시의 운을 써서 화답한 다섯 절구

 

21

 

地久天長歲不留 하늘 땅 장구한 것처럼 세월도 머무르지 않아

坐來念念失藏舟 앉아서 흘러가는 세월을 생각해 보네.

回看萬法皆兒戱 되돌아보면 만법도 모두 어린애 장난 같은데

還直先生一笑不 환직선생 한 바탕 웃지 않으시나?

 

22

 

分符擁節幾經年 부절(符節)을 나누어 지닌 지 몇 년이 지나서야

聞道方成屋數椽 듣자하니 비로소 방 몇 칸을 만들었다 하네

只恐未容高枕臥 다만 베개 높이해서 자는 것 용납하지 않고

却須持槖聽鳴鞭 도리어 전대 지니고 채찍 울리는 것을 들어야하는 것 두렵네.

23

 

勳業今從鏡裏休 공적은 지금까지 거울 속에서 쉬고있는데

篋中空有敝貂裘 상자에는 헛되이 해진 담비 갖옷만 있네.

死灰那復飛揚意 사그라진 재가 어찌 다시 날아올라 뜻을 드날리겠는가?

惠許深慚不易酬 은혜로 허락하셨으나 너무 부끄러워 보답하기 어렵네.

 

24

 

常記桐城十載前 늘 십 년 전 동성을 기억해 보면

幾回風雨對牀眠 몇 번이나 만나 얘기 나누며 잤던가?

他年空憶今年事 다른 해는 헛되이 회상하면서도 금년의 일은

却說黃亭共惘然 도리어 황정에서 함께 망연했던 것 얘기하네.

 

25

 

諸郞步武各駸駸 여러 아들의 걸음걸이는 각기 쏜살같이 빠르고

季子尤憐産萬金 막내아들은 특히 사랑스러워 만금의 가산이네.

衣鉢相傳自端的 학술이나 사상을 대대로 전수하면 저절로 확실해 질 터이니

老生無用與安心 늙은 서생은 신경 쓸 필요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리시게.

 

2630. 題畵卷丁亥 두루마리 그림에 붙여 정해

 

26 小山 작은 산

 

飛來小坡坨 나는 듯이 작은 산세(山勢) 이어졌는데

未雨已滂濞 비가 내리지도 않았는데 이미 빗물은 많고

荒此定何人 이곳을 다스릴 사람은 정녕 어떤 사람일까?

蘇公有遺記 소공이 남긴 기행문에 있다네.

27 吳畵 오도자의 그림

 

妙絶吳生筆 절묘한 오도자의 필치(筆致)

飛揚信有神 높이 날아오르는 것은 진실로 신비로움이 있네.

群仙不愁思 여러 신선들은 근심도 없이

步步出風塵 한 걸음 한 걸음 속세를 벗어나네.

 

28 卵硏 계란같이 둥글고 길쭉한 벼루

 

端溪有潛虯 단계에는 규룡이 서려있어

孕此金玉質 이 황금과 옥 같은 진귀한 것을 품었고.

混沌一竅開 혼돈의 한 구멍을 여니

千年瀉寒液 오래도록 차가운 샘물을 쏟아내네.

 

29 鬼佛 귀신 부처

 

冥濛罔象姿 어슴푸레한 망상의 자태

相好菩薩面 불상과 보살의 얼굴

鬼佛吾詎知 구신 부처를 내가 어찌 알겠는가?

水石翫奇變 물과 돌의 요괴인 망상은 기이한 변화를 감상하네.

 

30 范寬 범관

 

山雄雲氣深 산은 웅장하고 구름 기운 왕성한데

樹老風霜勁 나무 늙었으나 바람과 서리에도 굳세네.

下有考槃人 그 밑에 덕을 이루고 도를 즐기는 은자 있어

超搖得眞性 높고 심원하게 참된 성품을 얻으셨네.

 

31. 題祝生畵 축생의 그림에 적다

 

裴侯愛畵老成癖 배후 그림 좋아하는 것 늙도록 버릇이 되어

歲晩倦遊家四壁 만년이 되도록 관리생활에 싫증나 집에는 네 벽만 서 있네

隨身只有萬疊山 몸을 따르는 것은 다만 만 겹으로 둘러 친 산 뿐

秘不示人私自惜 비밀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고 몰래 안타까워하네

俗人敎看亦不識 보통 사람들에게 보게 하여도 알지 못하여

我獨摩娑三太息 나 홀로 쓰다듬으며 세 차례 크게 탄식하네.

問君何處得此奇 그대에게 어느 곳에서 이 기이 한 것을 얻었는가? 라고 물으니

和璧隋珠未爲敵 화씨의 벽옥과 수후의 구슬은 적이 되지 않고

答云衢州老祝翁 구주의 늙은 축옹이라 대답하네.

胸次自有陰陽工 가슴에는 스스로 음양공을 품었고,

峙山融川取世界 험한 산과 웅장한 하천은 세상을 취하였으며

咳雲唾雨呼雷風 비구름을 토해내어 천둥바람을 부르고

昨來邂逅衢城東 어제는 구성 동쪽에서 해후하고

定交斗酒歡無窮 친구가 되니 말술의 즐거움 다함이 없네

自言妙處容我識 스스로 훌륭한 곳을 말하여 나를 알게 되었으니

爲我掃此須臾中 나를 위해 이 잠깐 동안만이라도 그려주게.

爾時聞名今識面 그때 이름을 들었지만 이제야 얼굴을 알게 되었고

回首十年齊掣電 십 년 전을 돌이켜보니 번쩍이는 번개와 같이 지나갔네.

裴侯已死我亦衰 배후 이미 죽었고 나도 쇠하였지만

秖君雖老身猶健 다만 그대 비록 늙었지만 몸은 건장하고

眼明骨輕鬚不變 눈 밝고 몸은 날래며 머리도 쇠지 않아

筆下江山轉葱蒨 붓만 대면 강산이 푸르고 붉게 되어

爲君多識機中練 그대 위해 많은 그림 그려내고

更約無事重相見 아무런 일 없을 때 다시 만기를 기약하세.

 

3241. 秀野以喜無多屋宇幸不礙雲山爲韻賦詩. 熹伏讀佳作率爾攀和韻劇思慳無復律呂笑覽之餘賜以斤斧幸甚 수야가 두보의 기쁘게도 많은 사람들 모여 살지는 않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구름이나 산의 장애물도 없다네라는 시의 각 운자로 시를 짓다.

 

32

 

高人山水心 고인의 산수 같은 마음이나

結習自無始 번뇌 같은 나쁜 버릇도 스스로 시작하지는 않았네.

五畝江上園 다섯 무의 강가 정원

淸陰遍桃李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는 복숭아와 오얏이 주렁주렁

一堂聊自娛 집 한 채는 잠시 혼자 즐길 만 한데

三徑亦可喜 은자의 정원 또한 기뻐할 만 하네

試問避俗翁 시험삼아 속세를 피한 늙은이에

何如尊賢里? 존현리가 어떤지?를 묻네.

溫公獨樂園在尊賢里 온공의 독락원은 존현리에 있다.

 

33

 

門前車馬客 문 앞을 지나는 귀한 손님들

無非朝大夫 모두가 조정의 대부라네

問公獨何事 그대에게 특별히 무슨 일 있어

中歲遽此圖 중년에 갑자기 관직을 그만 두는가?라고 물으니

長安二三公 장안의 두세 사람

髮白形枯臞 머릿결은 희어지고 형체는 마르고 여위었지만

隱憂念名節 남모르게 근심하며 명예와 절개를 생각하는 것은

亦有此樂無 또한 그곳에 없음을 즐거워함 있기 때문이지.

隱憂念名節張大參疏中語 남모르는 근심은 명예와 절개를 생각하는 것입니다(隱憂念名節)는 이 구절은 장대참의 상소문에 나오는 말이다.

 

34

 

君侯嗜圖史 그대는 책을 특히 좋아하여

揷架何其多 책꽂이에 책이 어찌 그렇게 많던지?

徙居三十乘 이사할 때 서른 수레에 싣고

流汗幾橐駝 땀을 흘리며 낙타 몇 마리가 옮겼지.

千載誰晤語 천년의 세월동안 누가 마주하여 이야기하겠는가?

端居自絃歌 평소에 스스로 현악기 타며 노래부르리.

至哉天下樂 지극하구나! 천하의 즐거움이여

歲月如子何 세월이 그대를 어찌하겠는가?

 

35

 

西山一何高 서산은 하나같이 어찌나 높은지

雲氣出寒麓 구름 기운이 차가운 산기슭을 드러내네.

中有無事人 그 가운데는 한가로운 사람이 있고

鳴泉遶茅屋 졸졸 소리내며 흐르는 샘물이 초가집을 두르고 있네.

宴坐今幾何 편안히 쉬는 지금 같은 것이 그 몇 번이런가?

無以媚幽獨 하릴없이 한적하여 고독함에 빠져드네.

興至偶成篇 흥이 지극하면 가끔 한 편의 시도 지어

呼兒爲余讀 아이를 불러 그대를 위해 읽노라.

 

36

 

我居深山中 내 깊은 산 속에 살면서

茅舍破不補 초가집 파손되어도 보수하지 않아

上見風攪林 위로는 바람이 숲을 어지럽히는 것 보이고

下有雲承宇 아래에는 구름이 처마를 받드는 것 보이네.

聞公落新宮 듣자하니 그대 새 궁궐을 낙성했다는데

戶牖不可數 문과 창은 헤아릴 수 없이 많겠네.

懶惰心力衰 나태해서 몸과 맘 다 쇠했는데

念公亦良苦 그대를 생각하니 정말 괴롭네.

 

37

 

夜吟招隱詩 밤에 초은시를 읊조리는데

月落寒泉井 달은 차가운 샘 우물에 비치네

自非千載人 스스로는 천년의 세월을 살 사람이 아닌데

誰與共淸景 누가 더불어 맑은 경치를 함께 할까?

散髮心朗寥 머리 풀어 헤치고 은거하니 마음이 산뜻하고도 고요한 것은

凝神味淵永 정신을 집중해서 심원(深遠)한 것을 맛보았기 때문이라네.

功名恐相期 공적과 명성은 서로 기약하기 두려워하고

富貴非所幸 부귀는 바라는 것이 아니라네.

 

38

 

仙人空山居 선인이 텅 빈 산에 살며

道意妙群物 도가의 무위자연 하니 뭇 사물이 아득히 멀어지네

度世君則然 속세를 초탈하여 선인이 된 그대는 곧장 그렇게 되었는데

脩身吾豈不 몸을 닦은 나는 어찌 안되겠는가?

飛行仰雲路 공중을 비행할 때는 신선이 되는 길을 우러르고

趺坐探理窟 올방자를 틀고 앉아서는 의리가 집결된 것을 탐구하네.

獨夜扣星壇 홀로 지새는 밤 성단을 두드리기 위해

淸齋具簪笏 몸과 마음을 청결하게 하고 잠홀을 갖추었네.

 

39

 

靑山背夕陽 푸른 산이 석양을 등지는

玆景公所愛 이 광경은 그대가 좋아하는 것.

虛堂日落時 텅 빈집에 해가 질 무렵

遷坐一解帶 옮겨 앉아 한바탕 혁대를 풀어 헤치네

嵐分疑有處 산 속 안개가 의심스러운 곳을 구분하니 장소가 보여

鳥度知無礙 새도 거리끼는 것 없음 알고 날아가네.

須臾暮色來 잠깐 사이 어둠이 내려앉으니

黙黙無與會 고요히 더불어 모이는 소리 들리지 않네.

 

40

 

端居屛塵慮 평소 속된 생각에 둘러 쌓여있지만

萬事付一尊 만사를 술 한잔에 날려보내네.

客來語世故 손님이 와 세상 이야기를 하면

擧白當浮君 큰 술잔의 벌주를 마시게 하리.

超搖謝衆甫 아득히 멀리 임금을 사양하고

噂沓從諸孫 담소하기 위해 여러 종 손자들이 찾아왔는데

何以自怡悅 무엇으로 스스로 기쁘게 즐길까?

窓中見秋雲 창문사이로 가을구름만 보이네.

 

41

 

淸溪何迢迢 맑은 계속은 어찌나 아득히 높던지

上有千仞山 위에는 천여 개의 산들로 가득 차 있고

山中學仙侶 산 중턱에서는 신선의 무리들을 배우는데

白石爲門闕 흰 돌로 문과 대궐문을 만들었네.

丹經苦吟哦 단경을 어렵게 읊조리니

至道窮躋攀 지극한 도가 끝내 깨달아지네.

豈知人間世 어찌 인간세상을 알겠는가?

風塵縈九寰 세상의 속된 일이 구주(九州)의 대지를 에워싸네.

 

4254. 유수야 선생의 소식 열 세 수의 운자를 써서 짓다 次劉秀野蔬食十三詩韻

 

 

42. 유병 乳餠

淸朝薦疏盤 맑은 아침 거친 밥상을 올리니,

乳鉢有眞味 작은 절구에 진미가 있다네.

不用精瓊糜 잘 찧은 양식도 필요 없고,

無勞爛羊胃 양 창자 익히는 사람 수고롭히지 말게나.

 

43. 새 죽순 新笋

翛翛江上林 쏴쏴 강가 숲 속에,

白日暗風雨 한낮에 비바람 어둑하네.

下有萬玉虯 아래로 만 마리 옥 같은 규룡,

三冬臥寒土 삼동의 차가운 땅에 누워 있네.

 

44. 붉은 버섯 紫蕈

誰將紫芝苗 누가 붉은 버섯의 싹,

種此槎上土 나무 위 흙에 심어놓았는가?

便學商山翁 곧 상산의 늙은이 배워,

風餐謝肥羜 바람 속에서 먹으며 살찐 새끼 양 사양하리.

 

45. 생강 子薑

本草云, 薑久食, 去臭氣, 通神明. 或云, 傷心氣, 不可多食者,

󰡔본초󰡕에서 이르기를 생강은 오래 먹으면 더러운 기운을 제거하고 신명에 통하게 한다.”라 하였다. 혹자는 이르기를 심기를 상하게 하므로 많이 먹는 것은 안된다 하나 틀린 말이다

薑云能損心 생강 심기 잃게 할 수 있다니,

此謗誰與雪 이 비방 누가 씻어주겠는가?

請論去穢功 청컨대 더러움 없애는 공 논하니,

神明看朝徹 신명해져서 탁 트임 보겠네.

 

46. 줄풀 깜부기 茭筍

寒茭翳秋塘 차가운 줄풀 가을 연못을 덮었는데,

風葉自長短 바람 맞은 잎새 길어졌다 짧아졌다하네.

刳心一飽餘 속 갈라 한번 실컷 먹은 후에는,

幷得牀敷軟 또한 부드러운 침상의 자리 얻을 수 있다네.

 

47. 남개 南芥

黃龍記昔遊 황룡은 옛날 노닐던 곳으로,

園客有佳遺 동산의 나그네 아름다움 남겼다네.

不謂洛生吟 낙양 서생의 창법 말하지 말게나,

輟餐時擁鼻 먹다가 말고 때때로 코 움켜쥐네.

 

48. 蔊菜

小草有貞性 작은 풀이지만 곧은 성품을 지니어,

託根寒澗幽 차가운 시내 그윽한 곳에 뿌리를 기탁하였네.

懦夫曾一嘬 겁쟁이가 일찍이 한 입 깨물어보고는,

感憤不能休 분함 느끼어 그칠 수 없었다네.

 

49. 목이 木耳

蔬腸久自安 소식하던 장 오래도록 절로 편안하니,

異味非所誇 진기한 맛 자랑할 것 아니라네.

樹耳黑垂聃 목이버섯 검게 큰 귀 드리웠는데,

登盤今亦乍 쟁반에 올림 오늘도 언뜻 보이네.

 

50. 蘿蔔

紛敷剪翠叢 어지러이 펼쳐진 푸른 잎을 자르고,

津潤擢玉本 매끄러운 옥 같은 뿌리 뽑네.

寂寞病文園 쓸쓸히 사마상여 같이 소갈증 걸려,

吟餘得深齦 시 읊조린 뒤에 한 입 깊이 깨물었다네.

 

51. 토란 芋魁

沃野無凶年 기름진 들에는 흉년이 없으니,

正得蹲鴟力 바로 토란의 힘 얻음이네.

區種萬葉淸 밭에 온갖 푸른 잎 심었다가,

深煨奉朝食 푹 익혀 아침 식사 올린다네.

 

52. 죽순 포 筍脯

南山春笋多 남산에 봄 되니 죽순 많은데,

萬里行枯腊 만리 길 떠나려 포로 말리네.

不落盤餐中 반찬 가운데 들지 않는 것은,

今知綠如簀 이제야 푸르기 대자리 같음임 알겠네.

 

53. 두부 豆腐

世傳豆腐本乃淮南王術

세상에 전하기에 두부는 본래 회남의 왕 유안(劉安)의 기술이었다고 한다

種豆豆苗稀 콩 심었는데 콩 싹 드문드문하여,

力竭心已腐 힘 다하고 마음 이미 썩어버렸다네.

早知淮王術 회남왕의 기술 일찍이 알았으니,

安坐獲泉布 편안히 앉아서 돈을 얻은 것이라네.

 

54. 흰 버섯 白蕈

聞說閬風苑 듣자하니 낭풍원에는,

瓊田産玉芝 옥 같은 밭에서 옥 영지 난다하네.

不收雲表露 구름 겉의 이슬 거두지 않았는데,

烹瀹詎相宜 삶고 데침 어찌 타당하리오.

 

 

5569. 엎드려 유수야어르신의 한가로이 거처하다라는 시 열 다섯 수를 읽고 삼가 격조 높은 운자에 차운하여 경솔하게 절하여 드리고 엎드려 통렬하게 첨삭하여 주실 것을 바란다 伏讀秀野劉丈閑居十五詠, 謹次高韻, 率易拜呈, 伏乞痛加繩削是所願望

 

 

55. 수야 秀野

爲憐蘅芷滿芳洲 두형과 백지 아름다운 모래섬에 가득한 것이 어여뻐,

特地臨江賦遠遊 특별히 강가로 다가가 원유 읊조리네.

十畝何妨自春色 열 이랑 스스로 봄빛 띰 어찌 거리끼겠는가!

萬緣從此付東流 모든 인연 이곳에서 동으로 흘러가게 맡겨두네.

靜看朝市眞兒戱 조용히 저자에서 아이들 놈 참됨 보노라니,

須信田園是老謀 모름지기 전원이야말로 늙은이가 꾀해야 할 것임 믿네.

出處知公有餘裕 나아가고 처함에 그대 여유 있음 알겠으니,

未應辛苦謝靈丘 수고롭고 괴로워도 고향의 언덕 떠나지 않으리!

 

56. 적방포 積芳圃

樂事從玆不易涯 즐거운 일 이로부터 쉽게 끝나지 않는데,

朱門還似野人家 붉은 문 오히려 농부의 집 같네.

行看靚艶須携酒 지나다 고운 모습 보면 모름지기 술 지녀야 하고,

坐對淸陰只煮茶 맑은 응달에 마주하고 앉아서는 다만 차 달이네.

曉起蒼凉承墜露 새벽 밝으니 서늘하고 차가워 떨어지는 이슬 받고,

晩來光景亂蒸霞 저녁 되니 광경은 찌는 듯한 노을로 어지럽네.

平生結習今餘幾 평소에 습관이 되어 지금껏 기미가 남았으니,

試數毗那襋上花 비나의 옷깃 위에 떨어진 꽃이나 세어 볼까.

 

57. 가산당 家山堂

負米歸來手自舂 쌀 지고 돌아와 손수 찧노라니,

豈知門外有晴峰 어찌 알겠는가 문밖에 개인 봉우리 있음을.

羨公竟日塵氛遠 그대 부럽네, 종일토록 속세 기운 멀어,

拄頰看山幽興濃 뺨 괴고 산 바라보며 그윽한 흥취 짙어감이.

心鏡懸知不同調 거울 같은 마음 함께 어울리지 못함 걸리어 아니,

詩壇那敢少爭鋒 시단에서 어찌 감히 소소하게 날카로움을 다투겠는가.

空餘遠嶽尋師意 다만 봉우리 멀리하고 스승 찾는 뜻만 남았으니,

箇裏何妨爲指蹤 이 속에서 가리켜 쫓게함 어찌 거리끼겠는가.

 

58. 졸정당 拙政堂

驥足寧同曳尾龜 천리마의 발이 어찌 꼬리를 끄는 거북과 같겠는가?

靑山終是費心期 푸른 산 끝내 마음 속 기대를 써버렸다네.

陶公歸去有餘樂 도연명은 돌아가니 남는 즐거움 있었고,

潘令閑居不足追 반악의 한가로운 삶 쫓을만하지 않네.

自笑十連非所慕 열 고을 원하던 바가 아님 절로 우습고,

未應三徑苦無資 세 오솔길 실로 바탕 없지 않을 것이네.

明朝謾擁朱輪去 내일아침 멋대로 붉은 수레를 끌고 가면,

猿鶴咨嗟政爾爲 원숭이와 학 바로 이렇게 함 탄식하겠네.

 

59. 향계 香界

幽興年來莫與同 그윽한 흥취 근년 들어 함께 할 이 없어,

滋蘭聊欲汎光風 난초 심어 애오라지 비 갠 뒤의 바람에 흔들리고자 하네.

眞成佛國香雲界 실로 부처 나라의 향기로운 구름 세계 이루니,

不數淮山桂樹叢 회산의 계수나무 떨기 헤아리지 못하네.

花氣無邊曛欲醉 꽃 향기 끝없어 맡으니 취할 듯하고,

靈氛一點靜還通 신령스런 향기 한 점 고요한 듯 또 통하네.

何須楚客紉秋佩 초나라 나그네 어찌 모름지기 가을에 향초 차야하리.

坐臥經行住此中 앉았다 누웠다 지나가는 길에 여기에 머물게나.

 

60. 봄 골짜기 春谷

武夷高處是蓬萊 무이산 높은 곳 봉래산이니,

采得靈根手自裁 신령한 뿌리 캐어 얻어 손수 심었다네.

地僻芳菲鎭長在 땅은 치우쳤으나 향기 오래도록 남아 있고,

谷寒蜂蝶未全來 골짜기 추워 벌이며 나비 다 찾아오지는 않네.

紅裳似欲留人醉 붉은 아랫도리 사람을 취한 채 있게 하려는 듯,

錦障何妨爲客開 비단 가리개 나그네 위해 열어제친들 무엇 거리끼리오.

飮罷醒心何處所 술 다 마셨으니 깬 맘은 어디에 둘까?

遠山重疊翠成堆 먼 산 겹겹이 포개져 비취색 언덕을 이루었다네.

 

61. 뱃집 舫齋

扁舟容與小房櫳 조각배 조그만 선실의 창 까딱까딱 흔들리고,

搖颺簾旌蜀錦江 주렴과 깃발 촉땅의 비단 같은 강에 나부끼네.

兩岸蒹葭秋色裏 양 언덕의 갈대 가을 풍경 속에 있고,

一川煙浪夕陽中 온 시내의 안개 낀 물결 저녁 해 속에 있네.

不愁灩澦雙蓬鬂 염여퇴 두 갈래 쑥대머리 근심하지 않고,

未怯江湖萬里風 강호의 만리 바람 겁나지 않네.

築室水中聊爾爾 물 가운데 집 지음 애오라지 이와 같은데,

何須極浦望朱宮 어찌 모름지기 먼 포구의 붉은 궁궐 바라리!

 

62. 약초 밭 藥圃

種藥春畦有近功 약초 심은 봄 밭두둑 가까이 효과 드러나리니,

不辭耘耔謾勞躬 북돋고 김맴 사양 않고 느리나마 몸소 힘씀이라네.

漸看杞菊充庖下 구기자와 국화가 부엌 밑에 가득함 점점 보게되고,

卽見芝英入籠中 영지 꽃 바구니 안에 들어와 있음을 곧 보이네.

病去自知非往日 병 사라지니 지난날 다름을 절로 알겠고,

身輕何必御泠風 몸이 가벼워졌으니 어찌 꼭 시원하게 바람 몰려 하겠는가?

出門會有兒童笑 문을 나서니 마침 웃는 아이 있는데,

不是當年植杖翁 그때 지팡이 짚던 노인 아니라 하네.

 

63. 산인의 방장 山人方丈

方丈翛然屋數椽 방장 얽매임 없으며 지붕은 여러 서까래가 떠받치고,

檻前流水自淸漣 헌함 앞으로 흐르는 물 절로 맑게 잔물결 치네.

蒲團竹几通宵坐 부들자리 대나무 안석에 밤새도록 앉았다가,

掃地焚香白晝眠 땅 쓸고 향 피워 한낮에는 잠 잔다네.

地窄不容揮麈客 땅 좁아 사슴꼬리 놀리는 객들 받아들이지 못하고,

室空那有散花天 집 비었으니 어찌 꽃 뿌릴 천녀(天女) 있겠는가?

箇中有句無人薦 그 가운데 글귀 있으나 드리는 사람 없으니,

不是諸方五味禪 다른 곳으로 다섯 가지 맛 선 찾아나섬은 아니리.

 

64. 귀봉루 龜峯樓

楊柳東邊桂樹西 수양버들은 동쪽에 계수나무는 서쪽에 있는데,

小樓晴晁極霏微 작은 누대 아침에 개었으나 저 끝은 흐릿하네.

山川政爾供𤁒目 산천 마침 저러하니 눈 고정시키게 되고,

塵土何妨略振衣 흙먼지가 조금 옷에서 털어냄 어찌 거리끼리오?

俯瞰桑田悲物化 뽕나무 밭 굽어보고 사물 변함 슬퍼하며,

閑披蘂笈洞玄機 한가로이 󰡔예주경󰡕의 동현의 기밀 펼치네.

却疑蘭外連穹石 오히려 난초 너머는 하늘과 맞닿은 바위,

似厭支牀去不歸 침대 받치기 싫어 떠나서는 돌아오지 않는 듯하네.

 

65. 월파대 月波臺

潺潺流水注回塘 졸졸 흐르는 물 쏟으니 못 돌아가는데,

中作平臺受晩凉 그 가운데 평평한 누대 지어 저녁의 서늘함 받네.

四面不通車馬跡 사방으로 수레며 말의 통하지 않고,

一尊聊飮芰荷香 한 잔 마름과 연 향기 애오라지 마시네.

韓公無復吟花島 한공은 더 이상 꽃섬을 노래할 필요 없으며,

楚客何勞賦葯房 굴원 어찌 백지 잎으로 꾸민 방 읊느라 수고하리오?

少待須臾更淸絶 조금 있자니 잠깐만에 더욱 맑고 깨끗해지더니,

月華零露洗匡牀 달빛에 내린 이슬 편안한 침상 씻어주네.

 

66. 만소원 挽蔬園

未覺閑來歲月頻 한가로이 왔더니 어느새 세월은 급박해짐 느끼지 못하겠고,

荷鋤方喜土膏勻 호미 매니 바야흐로 땅 두루 기름짐 기뻐하네.

連畦已放瑤簪露 이어진 밭두둑에는 이미 옥 비녀에 이슬 내렸고,

覆地行看玉本新 땅 갈아엎어 가며 옥 뿌리 새로 남 보네.

小摘登盤先餉客 조금 따서 쟁반에 담아 먼저 손님께 올리고,

晩炊當肉更宜人 늦은 식사 고기 대함과 같다는 말 사람에게 더욱 마땅하네.

却憐寂寞公儀子 오히려 어여쁘도다 쓸쓸한 공의자,

拔盡園蔬不歎貧 밭의 채소를 다 뽑아버리고도 가난함 탄식하지 않았음이.

 

67. 추향경 秋香徑

門外黃塵沒九逵 문 밖의 누런 먼지 아홉 갈래 길에 가라앉고,

坊中叢桂長樛枝 마을 안의 계수나무 떨기 길어서 가지 휘었다네.

三秋冷蕊從開落 가을철 차가운 꽃술은 피었다가 지고,

終歲淸陰不改移 해 다하도록 맑은 그늘 바뀌어 옮겨가지 않네.

幽逕祗愁空翠滴 그윽한 길 다만 하늘에서 파란 물방울 들을까 근심스럽고,

濃香一任晩風吹 짙은 향기 오로지 저녁바람 부는대로 맡겨두네.

攀援却恨王孫遠 나무 기어올랐으나 오히려 왕손 멀리 있음 한하며,

惆悵千林落葉時 온 숲에 나뭇잎 떨어지는 때 슬퍼하네.

 

68. 곡지헌 曲池軒

去年種竹長新篁 작년에 대나무 심었더니 자라서 새 숲 이루고,

今歲穿渠過野塘 올해는 도랑 뚫어 들판의 못 지나네.

自喜軒窓無俗韻 집의 창에 속된 운치 없음 절로 기쁘고,

亦知草木有眞香 또한 초목에도 참된 향기 있음 알겠네.

林間急雨生秋思 숲 속에 내리는 소낙비에 가을 심사 생겨나고,

水面微風度晩凉 수면 위의 약한 바람은 저녁 서늘함 지나네.

却厭端居苦無事 도리어 평상시 실로 일 없음 싫증나,

凭欄閑理釣絲長 난간에 기대어 한가로이 낚싯줄만 길게 드리우네.

 

69. 전촌 前村

題下恐當有梅字

제목 아래에 매화 매()”자가 있어야 할 것 같다

玉立寒烟寂寞濱 옥 같은 차가운 안개 물가로 쓸쓸히 오르고,

仙姿瀟灑淨無塵 신선 자태 맑고 깨끗하여 먼지 하나 없다네.

千林搖落今如許 온 숲 잎 흔들려 떨어짐 오늘 이와 같거늘,

一樹橫斜獨可人 한 그루 나무만 비스듬히 기울었으니 홀로 뜻맞는 이라네.

眞與雪霜娛晩景 바로 눈과 서리와 더불어 한해의 늦은 경치를 즐기고,

任從桃柳殿殘春 도화꽃 복숭아꽃으로 하여금 멋대로 늦봄에 마지막에 피게 내버려두네.

綠陰靑子明年事 짙은 그늘 파란 열매 내년의 일이련만,

衆口驚嗟鼎味新 모든 입 솥 속의 국 맛 새롭다 놀라 감탄하네.

 

 

7071. 유수야 어르신께서 남창에서 지은 시 여러 수를 부쳐 보여주시어 여기 두 수에 화답한다 秀野劉丈寄示南昌諸詩和此兩篇

 

70

滕王閣下水初生 등왕각 아래에 물 갓 불어났거늘,

聞道登臨復快晴 듣건대 올라 내려다보면 다시 쾌청하다하네.

帝子詎知陳迹在 황제의 아들 묵은 자취 남아 있음 어찌 알 것이며,

長江肯趁曲池平 장강 굽은 못 따라 기꺼이 평평해지려는가?

山楹雨罷珠簾卷 산 기둥 비 그치니 주렴을 말아 올리고,

簷鐸風驚玉佩鳴 처마의 방울 바람에 놀라니 패옥 울리네.

滿眼悲凉今古恨 온 눈 가득 슬프고 처량함 예와 지금의 한 때문이니,

人生辛苦竟何成 인생 괴로움 결국 무엇 이루겠는가?

 

71

知向潮邊弄碧渏 조수 가로 가서 짙푸른 물 첨벙거리고 놈 알겠고,

欄干三撫漾晴輝 난간 세 번 어루만지자니 맑게 갠 광휘 출렁이네.

流傳妙語驚離闊 전하여 내려온 신묘한 말 멀리 헤어짐에 놀라니,

想像淸游欲奮飛 맑게 노닐다가 떨치고 날아오르고자 함 상상해보네.

公去不應停驛騎 어르신은 가시어 역마 멈추려하지 않으시고,

我來直欲掛朝衣 나는 와서 곧장 조복 걸어두고자 하네.

南州高士何由見 남주의 고상 선비 어찌 보이는 것을 쫓겠는가?

且看新荷出水稀 잠시 물 위로 드문드문 나온 새 연꽃 보네.

 

 

7276. 유온(劉韞)이 지은 시의 각운자에 맞추어서, 다섯 수 次秀野韻, 五首

 

 

72

史君簾閣對脩筠 사또의 발 내린 누각 긴 대나무 마주하고,

起看名園雨後春 일어나 이름난 정원 보니 비 온 뒤의 봄일세.

便賦新詩留野客 곧 새 시 지어 나그네 붙잡고,

更傾芳酒酹花神 다시 향기로운 술 기울이며 꽃의 신에게 따루네.

未酬管樂平生志 관중과 악의의 평생의 뜻 화답하지 못하였으나,

且作羲黃向上人 잠시 복희나 황제 이전 시대의 사람 되었다네.

祗恐功名相迫逐 다만 적공과 명예 서로 쫓도록 다그침 걱장되니,

不容老子臥漳濱 늙은 몸 병져 장수 가에 누움도 용납되지 않는다네.

 

73

滿園紅紫已爭新 동산 가득 붉은색과 자줏빛 이미 새로움 다투고,

百囀幽禽亦喚人 갖은 울음소리 그윽한 새 또한 사람을 부르는 듯.

蠟屐未妨泥步穩 초 칠한 나막신 진흙길 편안하게 걸음 거리낌 없고,

珍叢終恨雨來頻 진귀한 꽃떨기 끝내 비가 자주 내림 한스러워하네.

臥看曉色忻初齋 누워서 새벽 경치 바라보며 비로소 심신이 깨끗해짐 기뻐하고,

起約良游醉好春 일어나 좋은 놀이를 약속하며 좋은 봄날에 취하네.

却笑當年金谷燕 오히려 우스워라 그 에 금곡원의 잔치에서,

相隨僕僕望車塵 서로 좇아 넙죽 절하며 먼지 이는 수레 바라보던 일.

 

74

惆悵春餘幾日光 슬프게도 봄 끝이라 햇빛 얼마 남지 않았으니,

從今風雨莫顚狂 이제부터 비바람이여 날뛰지 말라.

急呼我輩穿花去 급히 친구들 불러 꽃 사이 찾아가니,

未覺詩情與道妨 시정이 도에 방해가 됨을 깨닫지 못하겠네.

蘿帶不須吟杜若 이끼 띠 읊었으면 두약 읊조릴 것 없나니,

角弓聊復賦甘棠 각궁편 짓고 조금 있다가 또 감당편 짓네.

淋浪坐客休辭醉 좌객들 흠뻑 마시고 취함은 사양치 마시게.

飮罷晞身向九陽 술 다 마시고는 태양을 향하여 봄볕 쪼여보세나.

 

75

知君久矣厭喧卑 그대 안지 오래되었어라, 시끄럽고 비속함 싫어하였으며,

造物尊前喚小兒 조물주 술잔 앞에서 하찮은 사람 불렀다네.

一釂未應峨側弁 한번에 들이킴도 못해서 모자 삐딱하게 썼는데,

十分聊爾快翻巵 아주 애오라지 그렇게 하고는 빨리 술잔 뒤엎네.

治中寂寞凝塵日 치중 쓸쓸하여 먼지 쌓이도록 날 보내고,

令尹憂勞退食時 영윤은 수고 근심하며 밥 먹는 때 물리네.

正好相尋發孤笑 서로 찾아 홀로 웃음 짓기 딱 좋을 것이니,

莫敎牢落負心期 적적하여 마음속 기약 저버리게 하지 말기를.

 

76

當年共剪北山萊 그 해에 함께 북산의 나물 명아주 베었는데,

脩竹成陰手自栽 긴 대나무 녹음 이룸 손수 심은 것이라네.

書卷莫敎春色老 서책은 봄 풍경 바래게 하지 말 것이고,

柴荊肯爲俗人開 삽짝문 기꺼이 속세의 사람들에게 열어주리라.

公能顧我傳新句 그대 능히 나 돌보아 새 글귀 전해줄 수 있으니,

我欲留公撥舊醅 내 그대 붙잡아 오래된 술 거르고자 하네.

悵望南園芳樹底 남쪽 동산 향기로운 나무 밑동 슬프게 바라보니,

明年應放小車來 내년에는 응당 작은 수레 옴 내버려 두어야하리.

 

 

7778. 유수야 어르신을 붙들어두다, 두 수 留秀野丈二首

 

 

77

好雨當春過一犁 좋은 비 봄 되니 밭 갈기 낫고,

我公遠憶故園西 우리 그대 멀리 옛 동산 서쪽 그리네.

孤蓬穩轉淸灘急 외로운 배 평온하게 굽어드니 맑은 여울 빨라지고,

十里行穿綠樹齊 십리 길에 뚫고 가니 푸른 나무 가지런하네.

路熟已欣經霧市 길 익으니 안개 낀 저자 지나감 이미 기쁘고,

身輕未怕躡雲梯 몸 가벼우니 구름 계단을 밟음 두렵지 않네.

諸孫剩欲留公住 여러 손자들 더구나 그대 붙들어두고자 하니,

細和新詩丐指迷 새 시에 자잘하게 화답하고 잘못된 곳 가르침 받고자 하네.

 

78

一去屛山今幾春 병산 한번 떠난 지 올해가 몇 해째인가?

歸來三逕但荒榛 세 갈래 오솔길로 돌아오니 거친 가시덤불 뿐이네.

剪除便覺風煙好 베어버리고 나니 곧 바람 연기 좋음을 알겠고,

徙倚還驚物色新 이리저리 배회하니 또한 경치 새로움에 놀라네.

樓外千林遮去路 누대 바깥의 빽빽한 숲은 갈 길 가로막고,

階前一水戀行塵 섬돌 앞에 한 줄기 물은 떠다니는 먼지 그리워하네.

勸君更作留連計 권하노니 그대 다시 오래 머물 계책 세우게나,

同社追遊苦未頻 고향에서 함께 쫓아 노닐면 괴로움 많지 않으리.

 

 

7980. 수야의 창파관에서 보리를 베다라는 시의 운자를 써서 짓다, 두 수 次秀野滄波館刈麥二詩

 

 

79

傳聞泛宅賀新成 물 위에 뜬 집 전하여 듣고 새로 지음 축하하니,

破月衝煙取次撑 이지러진 달에 안개 헤치며 마음대로 노 젓겠네.

鷁首斜飛寒浪急 뱃머리 비스듬히 나니 차가운 물결 빠르고,

蓬窓側轉好山橫 배의 창문으로는 곁으로 도니 아름다운 산 비스듬하네.

知公興有江湖逈 공의 흥취 강호 멀리 있음 알겠는데,

顧我詩無玉雪淸 내 시 옥과 눈의 맑음 없음 되돌아보네.

欲跨船舷還未敢 뱃전에 걸터앉고 싶으나 또한 감히 그러지 못하니,

幾時得伴鏡中行 어느 때나 짝 얻어 거울 가운데 지나가 보리!

急本作息 급할 급자는 원래 쉴 식자로 되어 있다

 

80

貽牟夙昔但聲歌 보리 내리심 옛날에는 단지 노래만 불렀는데,

今見郊園樂事多 오늘 성밖 동산 보노라니 즐거운 일이 많다네.

且喜甌婁符善禱 또한 높은 언덕 좋은 기도와 부합함 기뻐하니,

未須蘆菔顰妖娥 모름지기 무 아리따운 여인처럼 찡그릴 필요없다네.

霞觴政自誇眞一 신선의 술잔 바로 진일주 스스로 자랑하니,

香鉢何煩問畢羅 중향의 바리때 어찌 번거롭게 필라에 물으리.

我欲賣刀來學稼 내 칼 팔고 와서 농사 배우고자 하니,

不知還許受廛麽 돌아가 땅이라도 받게 될지 모르겠다네.

小說, 有人中麥毒, 夢紅裳娘子悲歌, 有一丸蘆菔火吾宮之句

󰡔소설󰡕에 어떤 사람이 보리의 독에 중독되어 홍상낭자가 비가를 부르는 꿈을 꾸었는데 그 중에 한 알 무가 내 집을 태우네.”라는 구절이 있었다

 

 

8182. 수야가 몸소 농사를 짓는 뽕나무를 심은 두렁의 옛 동산에서 지은 시의 운자를 써서 짓다, 두 수 次秀野躬耕桑陌舊園之韻二首

 

 

81

郊園旱久只多蹊 들밖 동산에 가뭄 오래되어 오솔길만 많더니,

昨夜欣沾雨一犁 어젯밤에는 밭 갈기 좋을 정도로 비 흠뻑 내렸네.

已辦靑鞋隨老圃 짚신 이미 갖추어놓고 늙은 농군을 따라 나서니,

便驅黃犢過深溪 곧장 누런 송아지 몰아 깊은 시내 건너네.

農談剩喜鄕隣近 농군들 이야기 즐거움 남아 이웃 가까워지고,

饁具仍敎婦子携 들밥 갖추어 아녀자들에게 가져오게 한다네.

指點竹寒沙碧處 찬 대나무와 모래 짙푸른 곳 가리키며 끄덕이는데,

不知何似錦城西 어디가 금성 서쪽과 비슷하다는지 모르겠네.

 

82

丈人高致邈難干 어르신 높은 운치 아득하여 상관하기 어려운데,

雲夢何如胸次寬 운몽은 얼마나 그 흉중 넉넉한가?

老去未妨詩律在 늙어가도 시의 격률 있음 거리끼지 않으나,

人來只怕酒盃乾 사람들 옴에 단지 술잔 마를까 걱정되네.

故開麥隴供家釀 전에 일군 보리밭 집의 술 빚는 데 주고,

更有蘭章付客看 다시 훌륭한 문장이 있으면 손님에게 보인다.

下走才慳慙囑和 저 같은 사람 재주가 형편없어 화답하기 부끄러우니,

願公物色稍留殘 원컨대 공께서는 조금 남겨둘 곳이나 물색해주시기를.

 

 

8384. 다시 수야께 화답하며, 두 수 又和秀野二首

 

 

83

愁陰一夜轉和風 구름에 어둑하던 온 밤 따뜻한 바람으로 바뀌고,

曉看花枝露彩濃 새벽에 꽃가지를 보니 이슬 빛깔 짙다네.

覓句休敎長閉戶 싯구 찾느라 가르치는 것 그만두고 오래도록 문 닫고 있다가,

出門聊得試扶笻 문 나서서 애오라지 지팡이를 짚어본다네.

物華始信如詩好 경치 빛나니 비로소 시처럼 좋다는 말 믿겠고,

春色方知似酒濃 봄 경치 바야흐로 술처럼 짙게 익어감 알겠네.

多謝隣翁笑相迓 고맙기도 하여라, 이웃 늙은이 웃으며 마중 나오더니,

爲言晴暖更過從 날씨 개어 따뜻하다 말해주고는 다시 지나간다네.

 

84

江皐晴日麗芳華 강 언덕 날 개어 해 비치니 꽃 곱게 빛나고,

翠竹疎疎暎白沙 푸른 대나무는 드문드문 흰 모래사장에 비치네.

路轉忽逢沽酒客 길 굽어들다 문득 술 파는 나그네 만나고,

眼明惟見滿園花 눈 밝은데도 보이는 것 동산 가득한 꽃 뿐이라네.

望中景助詩人趣 바라보노라니 경치 시인의 흥취 돕고,

物外春歸釋子家 사물 바깥의 봄은 불가의 집으로 돌아간다.

向晩却尋芳草逕 저녁 무렵 오히려 아름다운 꽃길을 찾는데,

夕陽流水遶村斜 해질녘 흐르는 물은 마을 비스듬히 휘감네.

 

 

8587. 수야의 눈을 읊다라는 시의 운자를 써서 짓다, 세 수 次秀野詠雪韻三首

 

 

85

閉門高臥客來稀 문 닫고 높은 곳에 누우니 손님 옴 드물고,

起看天花滿院飛 일어나 천녀가 뿌리는 꽃 보니 온 뜰 가득 날리네.

地逈杉篁增勝槩 땅은 먼데 삼나무와 대나무 빼어난 경치 더해주고,

庭虛鳥雀噪空飢 뜰 비었는데 새와 참새 배고프다 재잘대네.

酒腸凍澁成新恨 술 들이킨 뱃속 차고 떫어 새로운 근심 되고,

病骨侵凌減舊肥 병골에 스며들어 옛날 살찐 몸 점점 여위게 하네.

賴有袁生淸興在 원안 맑은 흥취가 있음 힘입어,

忍寒應未泣牛衣 추위 참느라 소 덮개 쓰고 울어서는 안되리.

 

86

一夜同雲匝四山 밤새도록 한 가지 색 먹구름 사방의 산을 에워싸더니,

曉來千里共漫漫 새벽 되니 천리에 온통 끝이 없네.

不應琪樹猶含凍 응하지 않는 옥나무 오히려 얼음 머금고,

飜笑楊花許耐寒 날며 웃는 버들 꽃은 이렇게 추위 이겨내네.

乘興正須披鶴氅 흥 오르면 모름지기 학 깃털 옷 입을 것이며,

瀹甘猶喜破龍團 차 달이자니 오히려 용봉단 부서짐 기뻐하네.

無端酒思催吟筆 끝없이 술 생각 붓 읊조리게끔 재촉하니,

却恐長鯨吸海乾 오히려 큰 고래 바닷물 들이켜 말릴까 걱정되네.

 

87

開門驚怪雪交加 문 열어보고 눈 얽힌 듯 더 내림에 깜짝 놀라는데,

亂落橫飛詎有涯 어지러이 떨어지고 가로 흩날림 어찌 끝이 있으랴.

密竹不妨呈勁節 빽빽한 대나무 굳은 절개 드러냄 거리낌 없고,

早梅何處覓殘花 일찍 핀 매화는 어느 곳에서 남은 꽃을 찾겠는가?

山陰客子須乘興 산음의 나그네 모름지기 흥이 오르건만,

洛下先生想臥家 낙양의 선생은 집에서 누울 생각한다네.

病廢杯觴寒至骨 병들어 술 끊었더니 한기 뼛속까지 스미고,

哦詩無復更豪誇 시를 읊조려도 더 이상 호방한 자랑 없다네.

 

 

8889. 눈 온 뒤의 일을 쓰다라는 시의 운자를 써서 짓다, 두 수 次韻雪後書事二首

 

 

88

晴煙裊裊弄晨炊 안개 개이니 새벽 밥 짓는 연기 하늘하늘 피어오르는데,

雪屋流澌未覺遲 눈 덮인 지붕 흘러 없어짐 더딘 줄 모르겠네.

擬挈凍醪追勝踐 언 막걸리 들고 즐거운 유람을 쫓고자 하여,

聊穿蠟屐過疏籬 애오라지 밀납 칠한 나막신 신고 엉성한 울타리를 지나네.

掃開折竹仍三逕 꺾어진 대나무 치워 틔우니 세 오솔길 그대로이고,

認得殘梅祗數枝 남아 있는 매화 알아볼 수 있는 것 겨우 몇 가지 뿐이라네.

不耐歲寒心事苦 해 추움 견디지 못하니 심사 괴로워,

滔滔欲說定從誰 속 시원히 말하고 싶지만 정녕코 누구를 따르리?

 

89

未覺春光到柳條 봄볕 버드나무 가지에 이름 깨닫지도 못했는데,

誰敎飛絮倚風搖 누가 버들솜 날려 바람따라 흔들리게 하는가?

眼驚銀色迷千界 은색에 눈 놀라니 온 천지 헷갈리고,

夢斷彤庭散百寮 붉게 칠한 뜰에 꿈 끊어지니 백관들 흩어지네.

梅塢恁從長笛弄 매화 제방에선 마음 내키는대로 긴 피리 불고,

竹窓閒把短檠挑 대나무 창 아래선 한가로이 짧은 등잔걸이 들고 심지 돋우네.

何人剝啄傳淸唱 누가 문을 두드리며 낭랑하게 노래를 부르나?

更喜殘年樂事饒 여생에 즐거운 일 많음 더욱 기쁘네.

 

90. 유수야의 일찍 핀 매화시에 차운하여 次韻劉秀野早梅

可愛紅芳愛素芳 붉은 꽃도 사랑할 만 하지만 흰 꽃을 사랑하니

多情珍重老劉郞 다정하고 진중하도다. 늙은 유랑께서는.

疏英的皪尊中影 성기게 핀 꽃은 선명하니 잔 속에 그림자지고,

微月黃昏句裏香 황혼녘에 초승달 뜨니 시 구절이 향기롭네.

胸次自憐眞玉雪 가슴속으로 스스로 참 옥설을 사랑하니,

人間何處有氷霜 인간 세상 그 어디에 얼음과 서리가 있으리오?

巡簷說盡心期事 처마를 돌며 가슴 속 기약한 일들을 다 말하고,

肯醉佳人錦瑟傍 아름다운 이가 금슬을 뜯는 그 옆에서 취하고자 하네.

 

 

91. 수야의 극목정에 차운하여 次秀野極目亭韻

偶向新亭一破顔 우연히 새로 지은 정자로 향하다가 한차례 웃음 웃나니,

高情直寄有無間 두터운 정을 유무간에 직접 보내셨구나.

地偏已隔東西路 땅은 치우쳐 이미 동서로 길이 나뉘었고,

天闊長圍遠近山 하늘은 광활하여 멀고 가까운 산을 길게 두르고 있네.

浩蕩祗愁春霧合 호탕함은 다만 봄 안개를 만날까 근심할 뿐,

輪囷却喜暮雲還 구비구비 저녁 구름 돌아옴을 오히려 기뻐하네.

不堪景物撩人甚 경치가 사람을 희롱함이 심함을 견디지 못하니

倒盡詩囊未許慳 시 주머니를 다 비워도 아까울 것 없네

 

92.

坐看山花落幔顔 앉아서 산꽃이 만정봉에 떨어짐을 바라보노니

不知身在翠雲間 나도 모르게 몸은 푸른 구름사이에 있네.

食寒到處雨復雨 한식이라 가는 곳마다 비는 더욱 내리고

客裏歸來山又山 객지 생활에서 돌아오는데 산 너머 산이로세.

永夜孤燈閑照影 긴 밤 외로운 등불은 한가로이 그림자 비추고

無心棲鳥暮忘還 무심히 깃든 새는 저물도록 돌아갈 것 잊었구나.

世情分逐流年去 세상의 정은 흐르는 세월 따라 가지만

只有詩情老更慳 단지 시정(詩情)만 남은 늙은이 더욱 인색해지네.

 

93. 수야의 봄에 날이 개여 산행을 하며 사물을 기록하다란 구절에 차운하여 次秀野春晴山行紀物之句

祗憑詩律作生涯 시율에 의지하여 일평생을 삼으니

到處山林總是家 도처의 산림이 모두가 집이라네.

便與淸尊臥芳草 문득 맑은 술과 함께 향그런 풀밭에 누웠으니

不妨皂蓋拂殘花 권력가들을 거리낄 것 없이 시든 꽃 떨쳐내네.

側聞溫詔詢耆艾 풍문에 듣건대, 온화한 조서로 늙은이를 위로한다하니

好趂春風入殿衙 봄바람을 쫓아 대궐에 들어갈만 하네.

回首能忘舊猿鶴 고개를 돌린들 어찌 옛 은일하는 선비들을 잊을 수 있으랴,

一篇聊爾記年華 시 한 수에 잠시 세월을 적는다네.

 

 

94. 다시 같은 운자를 써서 취벽에 쓰다. 再用韻題翠壁

 

孤亭一目盡天涯 외로운 정자에선 한눈에 하늘 끝이 다 보이고,

俯瞰烟村八九家 굽어보니 안개낀 마을에 집 여덟 아홉채 보이네.

翠壁何年懸布水 취벽에 어느 해에 폭포수 내걸리었던가?

綠陰經雨墮危花 녹음에 비 지나가니 높이 핀 꽃 떨어지네.

杖藜徙倚凝春望 명아주 지팡이 짚고 배회하며 봄 뚫어지게 바라보고,

覓句淹留到晩衙 시구 찾아 오래 머무르다보니 저녁 조회 되었다네.

珍重詩翁莫相惱 진중한 시짓는 늙은이는 고민하지 마시오.

枯腸攪斷鬢絲華 텅빈 속 어지러이 끊기고 실같은 흰머리만 늘어간다네.

 

9597. 次亭字韻詩呈秀野丈兼簡王宰三首

95

不駕朝車叩九扃 조정의 수레를 타고 구관의 문을 두드리지 않고

獨携靈壽向新亭 홀로 지팡이를 짚고서 새 정자로 향해가네.

人言洞裏春長在 사람들이 동천(洞天)에는 봄이 항상 있다 하니

自慶樽前老復丁 술통 앞에서 늙은이가 다시 젊어짐을 기뻐지네.

魚樂波閑詩欲就 물고기처럼 한가로운 물결따라 즐기니 시 곧 이뤄지려하고

鴻冥天闊酒初醒 큰 기러기 넓은 밤하늘 날아다니니 술이 비로소 깨는구나.

晩來却向南堂坐 저물녘에 남당을 향해 앉으니

珍重家山數點靑 진중한 고향산천이 점점이 푸르네.

 

96

吏散庭空晝掩扃 아전들은 흩어지고 뜰이 텅비니 대낮에도 빗장 걸어 잠그고

行春只到柳邊亭 봄날 순시하다 버드나무 곁의 정자에 이르렀네.

唱酬共喜摛鴻藻 노래를 서로 주고 받음에 기쁘게 문재를 펴니

來往何勞笑白丁 오고감에 어찌 애써 천한 사람이라고 비웃겠는가.

一笑歌呼從自醉 한바탕 웃으며 노래 부르고 맘껏 절로 취하였으니

幾年燠暍爲誰醒 몇 해 동안 더위에 지친 몸 누구를 위해 술 깨리오?

定知細札褒揚後 내 알겠구나 서찰에 찬양할 일을 자세히 쓴 후

名入麟臺汗簡靑 이름이 기린각과 죽간에 들어감을.

 

97

幾年寂寞掩柴扃 몇해던가? 적막하게 삽작문 닫고서,

抱膝長吟竹下亭 무릎 껴안고 대나무 아래 정자에서 오래도록 읊조린 것이.

不向參同論納甲 일찍이 󰡔참동계󰡕의 납갑을 논하지 않고

且將耘耔付添丁 장차 밭가는 일꾼이나 하나 더 보태려네.

思玄賦罷驚遙擧 사현부가 지어지니 멀리 감에 놀라고

止酒詩成恨獨醒 지주시가 이루어지니 홀로 깨어 있음을 한스러워하네.

却笑春風兩蓬鬢 오히려 우습도다, 쑥대같은 양 귀밑머리에 봄바람이 불어

飄蕭無復舊時靑 쓸쓸히 지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이.

 

98100. 산행하며 지으신 아름다운 시구에 차운하여 수야 어르신께 드리다, 세 수 次山行佳句 呈秀野丈三首

98

幾日春陰鎖翠巖 몇일 동안이나 봄날의 구름이 비취빛 바위를 가리더니만,

忽驚飛蓋度晴嵐 문득 날듯한 수레가 아지랑이 개인 곳을 지남에 놀라네.

身輕似起煙霞痼 몸은 가벼워 마치 자연을 즐기는 고질병이 일어나는 듯하고

意適寧論祿位貪 생각이 맞으니 어찌 봉록과 지위에 대한 탐욕을 논하겠는가?

句法舊超常語六 시구의 작법은 옛날에 이미 평범한 정도를 넘어섰고,

年華今富達尊三 나이는 이제 달존삼에 넉넉하네.

從容笑語無餘事 조용히 웃으며 얘기함에 남겨진 일들도 없고

興在南山更向南 흥취가 남산에 있어 다시 남쪽으로 향하네.

 

99

几杖歸來覓故巖 노인장은 돌아와 옛 봉우리를 찾는데,

眼中猶記舊煙嵐 눈에는 아직 옛날의 노을을 기억하고 있다.

詩情自昔元無敵 시의 정감은 옛부터 당할 사람이 없었고,

世味而今更不貪 세상의 즐거움은 지금이야 다시 탐하지 않네.

黙數流年欣望八 묵묵히 흘러간 세월 세어보니 팔십을 바라봄이 기쁘고,

閑尋隱訣話存三 한가히 비결을 찾아 존삼을 얘기하네.

小生自愧衰頹早 소생은 스스로 일찍 늙는 것이 부끄러우니

箇裏憑公爲指南 이 가운데 공을 의지해 지남으로 삼고자 하네.

 

100

曈曈朝日出高巖 두둥실 아침해 높은 바위위로 떠오르고

簌簌征衣曳曉嵐 비루한 나그네의 옷자락은 새벽 아지랑이를 끌고 간다.

仕宦向來孤舊意 벼슬살이 한 이래로 옛 뜻을 저버리게 되니

林泉老去覺眞貪 숲과 물에서 늙어 감에 참된 탐욕을 깨달아가네.

凄凉烟火一百五 밥짓는 연기가 처량하니 한식절이요

零落交遊十二三 교우가 영락하니 열에 두셋만 남았네.

歎息幽棲忘世事 탄식 속에 숨어살며 세상사를 잊고

臥吹橫笛過溪南 누워서 피리 불며 남쪽 시내를 지나가네.

 

 

101. 수야의 창파관에서 배타고 적석에 이르러 일찍 핀 벼를 베는 것을 보다라는 시에 차운하여 次秀野泛滄波館至赤石觀刈早稻韻

綠雲黃半武夷鄕 녹색 구름에 반은 누른색인 무이향,

碧水縈紆一帶長 푸른 물이 굽이굽이 한 줄기 길게도 흐르고 있다.

聞道放船飛皂蓋 배를 띄움에 검은 덮개가 날듯함을 들었으니,

定知行酒載紅裳 술을 돌림에 홍상의 미인을 실었음을 정히 알겠네.

櫂謳如賀豊年信 노 젓는 노래 소리는 풍년의 신호를 축하하는 듯하고,

 

농가에서는 일찍 익은 벼를 늦게 익는 벼에 대한 신호로 여긴다. 農家以早稻爲晩禾信

 

樂飮閑酬此日凉 즐겁게 술마시며 이날의 서늘함에 술을 주고받네.

禾黍誰言不陽艶 벼나 기장이 양기가 짙지 않다고 누가 말했던가?

晩炊流詠有餘香 느즈막에 밥지으며 유유히 읊조림에 그 향기가 넉넉하네.

 

102. 수야의 시에 차운하여 와운암에 쓰다 次秀野韻 題臥雲菴

君家丘壑本圓成 그대의 집안의 언덕과 계곡은 본래 모두 원만히 갖추어져 있는데,

何意尋荒入翠屛 무슨 생각으로 황량한 곳을 찾아 깊은 산골로 들어가는가?

爲愛晴雲薦孤枕 맑은 구름을 사랑하기 위하여 외로운 베게를 깔고,

故將閑日付新亭 짐짓 장차 한가한 날에 새로운 정자에 부치네.

夢魂寂寂衣裳冷 몽혼조차 적적하여 옷은 차가우며,

心事悠悠簡策靑 마음 속은 한가로워 서책은 푸르르다.

更把枯桐寫奇趣 다시금 마른 오동나무를 잡고서 진기한 풍취를 적어놓고,

鵾絃寒夜獨泠泠 댓닭의 힘줄로 만든 비파현만이 서늘한 이 밤 홀로 맑고 유장하네.

 

103. 받들어 수야의 견류(見留)’라는 구절에 화운하여 奉和秀野見留之句

閑臥秋山塵事稀 한가로이 가을 산에 누워 있으니 번거로운 세상사 드문데

西風催喚出巖扉 서풍은 재촉하여 부르며 바위로 둘러싸인 집에서 나오라 하네.

來看甲第淸泉好 와서 대저택의 맑은 샘이 좋음을 보고,

更喜仙翁丹頰肥 더욱 신선 같은 노인장의 붉은 뺨이 살찜을 기뻐하네.

捫虱坐談端未厭 이 잡으며 앉아 이야기함에도 전혀 지겹지 않고,

連環入夢却思歸 연환옥을 꿈에서 봄에 도리어 돌아갈 것을 생각하네.

明朝振策千峯頂 내일 아침엔 온갖 봉우리들 꼭대기에 말을 타고 올라

滿袖瓊琚背夕暉 소매 가득 아름다운 시구를 담아 석양을 등지고 내려오리라.

 

104. 수야의 조를 심다란 시에 차운하다. 次秀野種粟韻

阿香一笑走豊隆 아향이 한 번 웃고 풍륭에게 달려가니,

兩遍平疇萬頃中 양쪽으로 두루 만경의 평야에 비가 내리네.

舊喜樊遲知學圃 예전엔 번지가 농사일 배울 줄 앎이 즐겁더니,

今看許子快論功 지금은 허행이 논공에 빠름을 보네.

遙憐鬱鬱翻秋隴 멀리서 번거롭게 가을 논 두둑을 뒤엎는 것을 애처롭게 여기나,

預想垂垂弄晩風 미리 느긋하게 저녁 바람 즐길 것을 생각하네.

珍重詩翁且彊健 진중하신 시짓는 늙은이는 오히려 건강하시니,

東阡南陌興無窮 이리저리 뻗은 논두렁엔 흥취가 끝이 없네.

 

105. 수야의 기주의 대자리라는 구절에 화답하다 和秀野蘄簟之句

史君兩鬢尙靑靑 군수님의 양 귀밑머리는 아직도 푸르니,

學道仍抛後院笙 도를 배우느라 후원에 자란 대자리를 여전히 버려두네.

溽暑快眠知簟好 무덥고 습한데도 빨리 잠드니 대자리의 좋은 점을 알겠고,

晩凉徐覺喜詩成 느즈막히 선선해지면 천천히 깨어 시가 완성됨을 기뻐하네.

人從蘄水當年寄 님께서 기수에서 올해 부쳐주셨으니,

詩比韓公此日淸 시는 한유에 견주어 보니 오늘 날이 더 맑구나.

坐對更深誰是伴 마주 앉아서 더욱 깊어짐에 누구를 짝하리요?

唯應闕月共長庚 오로지 달이 지면 장경성만 함께 하리라.

 

106108. 부용관에 쓴 시에 차운하여 붙이다. 세 수 次韻寄題芙蕖館 三首

106

亂山叢裏有江鄕 어지러운 산의 떨기 속에 강촌이 있는데

華館淸波引興長 아름다운 객사와 맑은 물결이 오랫동안 흥을 일으키는구나.

正喜白鷗輕易狎 흰 갈매기가 가벼이 쉽게 가까이 할 수 있음을 기뻐하고,

忽驚紅妓儼分行 붉은 기생이 엄연히 나누어져 줄지어 있음에 문득 놀라네.

臨流更好揮椽筆 물굽이를 임함에 큰 붓을 휘두르기에 더욱 좋으며,

俯檻何妨接羽觴 난간을 굽어봄에 술잔 잡아든들 거리낄 것 무엇이랴?

共說仙翁閑日月 신선 늙은이와 한가한 세월을 함께 이야기하니,

不因春草夢池塘 봄 풀로 인하여 연못을 꿈꾸지 않네.

 

107

幻成飛閣笑談餘 환상적으로 만들어진 날듯 한 누각엔 담소가 넉넉한데

便有新荷水面鋪 문득 새로 핀 연꽃이 수면 위에 펼쳐졌네.

指點淸波浮菡萏 맑은 물결에 점점이 피어 연꽃이 떠있고,

驚呼紅影碎娵隅 붉은 그림자에 놀라 물고기들 흩어지네.

且將伴侶同盃酒 이제 짝과 함께 술잔 나누려 하나니,

不用君王予鏡湖 군왕께서 감호를 하사하실 필요 없다오.

多少故交臺閣上 다소의 옛날 대각 위에서 교제하던 사람들

問渠落拓更能無 묻노니, 어찌 영락함이 다시 없을 수 있겠는가?

 

108

不須艇子棹歌來 거룻배의 노젓는 노래 소리를 기다릴 필요 없이

且看芙蓉面面開 연꽃이 면면이 피어 있는 것을 보네

卷裏有詩都錦繡 책 속에 시가 있으니 모두 수놓은 비단과 같고,

席間無地可塵埃 좌중에는 세상의 티끌이 앉을 겨를이 없다.

風淸月白琴三弄 바람은 맑고 달빛이 희니 거문고 세 번 연주하고,

綠暗紅深酒一盃 초록은 짙어지고 분홍은 깊어지니 술 한 잔 하련다.

明日仲宣樓上去 내일은 중선루에 올라가,

越吟應是首頻回 월나라의 노래를 읊으면 응당 자주 고개 돌려 보겠지.

 

109110. 눈 온 뒤에 일을 쓰다에 차운하여, 두 수 次韻雪後書事 二首

109

惆悵江頭幾樹梅 쓸쓸한 강가의 몇 그루 매화나무를,

杖黎行遶去還來 지팡이 짚고 맴돌며 갔다가는 다시 오네.

前時雪壓無尋處 저번에는 눈이 덮혀 찾을 곳 없었더니,

昨夜月明依舊開 지난 밤은 달이 밝아 예전같이 피었네.

折寄遙憐人似王 가지 꺾어 보냄에 멀리 사람이 옥같음을 어여삐 여기고,

相思應恨劫成灰 서로 그리워함에 응당 겁화(劫火)의 재가 될까 한스럽네.

沈吟日落寒鴉起, 조용히 읊조림에 해는 지고 겨울 까마귀 날아오르니,

却望柴荊獨自回. 오히려 삽작문 바라 보며 홀로 돌아오네.

 

110

萬山殘雪對虛堂 온 산에 잔설이 남았는데 빈 집 마주하고 있으니

想似當年輞口莊 생각건대, 당년의 망구장 같구나.

門掩不須垂鐵鎖 문이 닫힘에 쇠사슬 드리울 필요 없고

客來聊復共藜牀 객이 옴에 애오라지 다시 명아주 평상을 함께하리라.

故人聞道歌圍暖 옛사람은 노래에 둘러싸여 따뜻해졌다하고

妙語空傳醉墨香 묘한 말 전해지길 묵향에 취했다 하네.

莫爲姬姜厭憔悴 큰 나라 공주를 위하여 초췌한 이를 싫어하지 말며

論文把酒話偏長 문장을 논하고 술잔 잡음에 말이 너무 길어지지 마라.

 

 

111112. 수야가 지은 시에 화운하다, 두 수 和秀野韻二首

 

111

聞道無餘事 도를 들음에 남은 일이 없으니

翛然百慮空 빠르게 온갖 잡념이 사라진다.

何心分彼我 무슨 마음이 저와 나를 갈라놓았나?

無地著窮通 빈궁과 영달을 붙일 곳이 없네.

昨日靑衿子 어제의 젊은 학생이,

明朝白髮翁 내일 아침은 백발 늙은이일세.

天機元自爾 천기는 원래 절로 그러하니,

不是故匆匆 일부러 바쁘게 할 것은 아닐세.

 

112

久矣安岑寂 오래 되었구나, 적막함을 편안히 여김이

山棲恨不深 산에 깃들어 살아도 깊지 않음을 한스러워하네.

謾將門自掩 게으름부리며 몸소 문 닫아거나니

那有客相尋 어디 찾아올 객 있으랴.

灸背迎朝景 등에 뜸뜨면서 아침 볕을 맞이하고

加趺度夕陰 가부좌를 한 채 저녁 어둠을 지세네.

感君傳秀句 그대가 빼어난 시구를 전함에 감동하여

把卷獨呻吟 시권을 붙들고 홀로 신음한다네.

 

113114. 수야의 서중에 차운하다. 두 수 次秀野暑中二首

113

劇暑悲難度 무더운 여름 지내기 어려움을 슬퍼하였더니

淸秋喜却回 청량한 가을이 되돌아 옴을 기뻐하네

病隨庚伏盡 병은 삼복더위 따라서 다하고

尊向晩凉開 술은 저녁 서늘할 때 여네.

臨水看雲去 강물을 임하여 구름이 흘러감을 바라보고

鉤簾待月來 주렴을 걷고 달이 뜨기를 기다리네.

勝遊驚昨夢 명승지 돌며 노닐다 어젯밤 꿈에 놀라

曾上鬱蕭臺 일찍이 운곡에 있는 울소대에 오르네.

 

주희가 처음으로 운곡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熹新自雲谷還家

 

114

絶境人難到 끊어진 곳이라 사람이 오기 어려운데

唯堪樂此身 오직 이 몸만이 참고 즐기네.

泉吟靑玉峽 샘물은 푸른 골짜기에서 노래하고

風度白綸巾 바람은 흰 두건을 스치네.

獨往寧無意 간 것이 어찌 뜻이 없으랴만

長閑未有因 긴 한가로움이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세

雲山天賜履 운산은 하늘이 주신 땅이니

吾道豈全貧 내 어찌 완전히 빈한하다고만 말하랴.

 

운곡의 절정에서 운산이 수백 리를 둘러싼 것을 바라보며. 雲谷絶頂四望雲山環數百里

 

 

115134. 수야의 잡시에 차운하다. 次秀野雜詩韻

115 띠집 짓고 살다 두 수 葺居二首

115

丈人高臥碧江頭 어르신 푸른 강가에 편안히 누웠는데,

門掩西風萬木秋 문 닫긴 채 서풍 부니 나무들은 온통 가을이구나.

重喜靑山還遶屋 푸른 산이 집을 둘러 싼 것은 매우 좋으나,

却嫌黃葉漸平溝 누른 잎새가 점차 도랑을 평평하게 매우는 것은 오히려 싫다네.

開軒且放浮嵐入 문을 활짝 열어 놓으니 떠다니던 이내 날아들고,

決水徐通廢圃流 물결 틔우니 버려두었던 밭으로 천천히 흘러드네.

便覺園林頓蕭爽 문득 동산이 갑작스레 상쾌하게 느껴지니,

不妨隨境味玄幽 어디선들 현묘하고 깊은 뜻 맛보지 못하랴?

 

116

向來鞅掌元非病 지금껏 바쁘던 것이 원래 병적인 것이 아니었으니,

此日徜徉詎有妨 오늘 노니는 데에 어찌 거리낄 것이 있으리오?

自喜登臺閑瘦竹 스스로 즐거워 누대에 오르니 가는 대나무 지팡이 한가로운데,

人驚步屧響空廊 나막신 걸음소리에 빈 회랑 울려 깜짝 놀라는구나.

高齋雨過新山色 높은 누각에 비 지나고 나니 산색은 새롭고,

曲沼風來舊水光 굽은 연못에 바람이 부니 물빛은 옛 그대로네.

千里壯心殊未已 천리에 뻗은 열사의 웅장한 마음은 비록 다하지 않았으나,

不應疎懶興能長 게으르지 않아야 그 흥이 오래갈 것이다.

 

117 刻漏 물시계

無疑莫詣君平肆 의문스러운 점이 없으면 엄군평의 점집으로 가지 말고,

任運休尋季主家 운명에 맡길 뿐 사마계주의 집을 찾지 말지어다.

謾設銅壺候尺咫 부질없이 물시계를 만들어서 짧은 시간도 계산하고,

閑參玉表驗分差 하릴없이 해시계를 참고하여 작은 시간까지 구분하는구나.

不妨啓處知時節 기거하면서 시절을 아는데 지장이 없으니,

那更榮枯紀歲華 다시 무슨 영화와 쇄락이 있다고 세월을 가늠하겠는가?

却羨昇平好官府 그러나 좋은 관직에 오른 것을 부러워하니,

日高三丈放朝衙 해가 삼척이나 높이 떠서야 관아에 나간다네.

 

118 栗熟 밤이 익을 무렵

樹雜椅桐繼國風 의나무 오동나무를 가리지 않고 심어 국풍을 잇노니,

莫敎林下長蒿蓬 나무 밑에 쑥이 자라게는 하지 말라.

나무를 심는 법에 밤나무 아래에는 초목이 자랄 수 없다고 하였다 種樹法 栗下不得有草木

共期秋實充腸飽 가을 열매가 익거든 배불리 먹기를 함께 기약하니,

不羨春華轉眼空 눈 한 번 돌리고 나면 부질없는 봄 꽃 부럽지 않구나.

病起數升傳藥錄 병이 생기거든 전해오는 약 처방대로 여러 되를 먹고,

(本草云, 人有脚弱, 往栗樹下, 啖及數升, 遂能起行)

본초강목에 이르기를 사람이 다리가 약하면 밤나무 밑에 가서 여러 되를 집어삼키면 마침내 일어나 걸을 수 있다고 했다

이시진(李時珍)󰡔본초강목(本草綱目)󰡕 卷三上 []조에 “[腎虛腰脚無力 日食十顆栗楔 治筋骨風痛]”라 하였다.

 

 

 

晨興三嚥學仙翁 새벽에 일어나 세 모금 생율즙을 들이켜 늙은 신선을 배우리.

(蘇黃門詩云, 老去自添腰脚病, 山翁服栗舊傳方. 客來爲說晨興晩, 三咽徐收白玉漿)

소철의 시에 이르기를 늙어가며 허리와 다리의 병 절로 더해져, 산 늙은이 밤 복용하니 옛날의 처방대로 한 것이라네. 나그네 와서 말하기를 새벽에 늦게 일어난다 하여, 생율즙을 짜서 세 모금을 삼키라 하였네 라 하였다.

櫻桃浪得銀絲薦 앵도나무는 곧잘 은사 바구니에 담겨 바쳐지던 것,

一笑纔堪發面紅 한 번 웃으면 그야말로 얼굴이 불그레지는 것을.

(銀絲見杜詩. 本草云, 櫻桃服之令人美顔色)

은사라는 말은 두보의 시에 보인다. 본초강목에 앵도를 복용하면 사람의 안색을 아름답게 한다 하였다.

 

119 山藥 산약

怪來朽壤耀瓊英 괴이하게도 썩은 흙에서 옥처럼 아름다운 돌이 보이고,

小斸頃筐可代耕 작은 괭이와 경광(주둥이가 측면에 있는 광주리)이면 밭갈이 할 수 있다.

豢豹於人儘無分표범의 탯줄이야 사람에게는 몫이 다 갈 수 없고,

蹲鴟從此不須生토란은 여기서 나지 않는다네.

雪鑱但使身長健보습은 건장한 사람만이 쓸 수 있지만,

石鼎何妨手自烹 돌 솥이야 손수 끓이는 데 무슨 지장이 있겠는가?

欲賦玉延無好語 산약을 주고 싶지만 뭐라 말해야 할지,

羞論蜂蜜與羊羹 부끄러워 벌꿀과 양고기국을 이야기 한다네.

(陳蘭齋玉延賦, 有蜂蜜羊羹之句)

진간재의 옥연부에 벌꿀과 양고기국 이란 구절이 있다

 

120 食梨 배를 먹으며

珍實渾疑露結成 맛좋은 열매는 아마도 이슬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며,

香葩況是雪儲精 향기나는 꽃은 눈이 그 정기를 쌓아 만든 것이리.

乍驚磊落堆盤出잔뜩 쌓여 있어 잠시 놀라고 쟁반에 담아 내오는데,

旋剖輕盈照骨明 돌려가며 깍기에 부드럽고 그 뼈가 밝게 비출 정도라.

盧橘謾勞誇夏熟노나라의 귤은 여름동안 익는 것을 자랑하나 헛수고이며,

柘漿未許析朝酲사탕수수즙도 아침 숙취는 해결하지 못하네.

啖餘更檢桐君錄먹고 나서는 다시 동군의 채약록을 검속하나,

快果知非浪得名 쾌과()는 쉽게 이름을 얻을 수 없을 것임을 안다네.

(本草謂, 梨爲快果)

본초강목에는 배를 쾌과라 했다

 

121 導引 도인법

聞說牛刀久不更듣자니 소 잡는 칼을 오랫동안 바꾸지 않으셨다고요.

閑中應接羨門生한가한 가운데 선문생을 만나셨는가보군요.

向來已悟藏千界 이전에 이미 천계가 감추어져 있는 이치를 터득하시고서,

(呂公詩云, 一粒栗中藏世界)

여공의 시에 밤 한 톨에 세계가 감추어져 있네라 이른 구절이 있다

今日何勞倒五行 오늘은 어째서 수고로이 오행전도술을 익히십니까?

(道書云, 五行顚倒術龍從火裏出)

도가의 책에 이르기를 오행이 전도되면 용이 불에서 나온다 고 하였다

按蹻有時聊戱劇안교는 어떨 땐 정말 웃깁니다만,

居心無物轉虛明마음을 가라앉히고 외물에 대한 사념이 없어진다면 도리어 마음은 텅 비고 밝아지지요.

擧觴試問同亭侶술잔을 들고서 동정에서 만난 분에게 한 번 물어보기를,

九轉工夫早晩成구전공부도 조만간 끝내시겠죠?

 

122123 假山焚香作煙雲掬水爲瀑布二首 가산에 향 피워 연기로 만들고 물을 끌어다 폭포를 만든 정경

122

平地俄驚紫翠堆 평지에 갑자기 자주빛 비취빛의 언덕이 있어 문득 놀라서,

便應題作小飛來이에 응당 작은 비래봉이라 이름 붙이었네.

爐熏細度巖姿出 향로의 연기가 가늘게 나는 사이로 바위의 모습이 드러나고,

線溜遙分壁色開 작은 내가 멀리 굽이 흐르다가 푸른빛으로 나뉘어 가는구나.

獨往但憑南郭几 홀로 가서 그저 작은 안석에 기대고 앉았으니,

遠游休剪北山萊 멀리 유람하더라도 북쪽 산의 명아주풀을 베지 말라.

人言造化無私力 사람들 말하길, 만드는데 아무런 조작도 없었으며,

珍重仙翁挽得回 진중하신 늙은 신선께서 돌아오게 끌어당긴 것이라 하는구나.

 

123

一簣工夫莫坐談 한 삼태기의 일도 앉아서 말로는 할 수 없는데,

便敎庭際湧千巖 정원 사이에 수많은 바위가 솟았다고 말씀하시네.

眼中水石今成趣 눈에 보이던 수석이 오늘은 흥취로 이루어졌고,

物外烟霞久所耽 세상을 벗어난 안개와 노을은 오랫동안 즐겨오던 것이다.

泉細寒聲生夜壑 샘에서 흘러나는 가늘고 찬 소리는 밤 골짜기를 깨우고,

香鎖暝靄變晴嵐 향기를 머금은 어둑한 아지랑이는 맑은 남기로 변하였다.

兒童也識幽棲地 아이들도 역시 은거해 살 만한 곳으로 여기고 있으며,

共指南山更近南 함께 남산을 가리키니 남산이 더욱 가까워진 것 같구나.

 

124125 家釀二首 집에서 빚은 술

124

銍艾無中熟 수확은 중간 정도의 풍년이 없고,(수확은 모두 대 풍년이고)

懽謠闕屢豊 여러 해 거듭 풍년이 든 것을 기뻐하며 노래하네.

但知愁鬢白 다만 귀밑머리 희어지는 것만을 근심할 뿐,

那復醉顔紅 어찌 다시 취하여 얼굴이 발개지랴.

田舍寒如此 들판에 있는 집은 이처럼 추운데,

侯家事不同 제후 집안의 일이야 역시 다르구나.

新醅撥浮蟻 새로 빚은 거르지 않은 술에서 부유물을 걸러내는데,

春滿夜堂中 (저집은) 저녁까지도 온 집안에 봄 기운이 가득하구나.

 

125

聞道兵廚盛 듣자니 술 창고에 술이 가득하다고 하며,

春泉響臘篘 봄 샘물은 납월에 만든 용수를 울리고 있네.

定知盈榼送 내 알고 있지. 술통에 가득 채우고 보내올 때에는 ,

不待扣門求 문을 두드릴 필요도 없다는 것을.

沆瀣應難比 항해도 응당 비교하기 어렵고,

茅柴祗自羞 모시술은 그저 스스로가 부끄러울 뿐.

病身從法縛 병든 몸은 법에 의해 검속하니,

好客爲公留 훌륭한 손님들 당신들을 위해 남겨놓습니다.

(熹近戒酒, 故有法縛之句. 旣作此詩, 而白衣已至, 賓朋已集, 可謂詩讖矣. 一笑)

내 근자에 술을 경계하던 터라 법박의 구절이 있게 되었다. 이미 이 시가 지어짐에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이미 이르렀고 손과 벗들이 이미 모였으니, 시의 조짐이었다고 말할 수 있어서 한번 웃었다.

 

126127 酒市二首 술 있는 장터

126

聞說崇安市 듣자니, 숭안시엔,

家家麴米春 집집마다 국미춘이 있다고 한다.

樓頭邀上客 누각 앞에서는 오는 객을 맞이하고,

花底覓南隣 꽃 밑에선 술 좋아하는 이웃을 찾는다.

詎有當壚子 어찌 술 파는 주모가 있을 것이며,

應無折券人 응당 장부 찢는 사람도 없다네.

勸君渾莫問 그대에게 권하노니 이것저것 묻지 말고,

一酌便還醇 한 잔 따르고 순박함으로 돌아가세.

 

127

麗藻摛雲錦 아름다운 문장은 비단 같은 구름에 짓고,

新章寫陟釐 새로운 글은 척리지에 쓴다.

詩傳國風體 시는 시경 국풍체를 이어받고,

興發酒家旗 흥이 오르면 술집 깃발을 올린다.

見說難中聖 듣자니 성인은 술먹고 취하기 어렵다고 하니,

遙知但啜醨 먼 이곳에서 알기로는 그저 심심한 술 인가 하네.

盤餐雜鮭菜 소반에는 자잘한 물고기 안주가 고작이니,

那有蟹螯持 어디 게다리가 있어 잡겠는가?

 

128 黃雀鮓 섬 참새 젓

黃雀飛鳴處 섬 참새 울면서 나는 곳에,

交交異竊脂 짹짹거리며 특이하게도 기름진 것 훔치네.

(桑扈竊脂盖以不食穀得名)

상호니 절지니 하는 것은 도두 대체로 곡식을 먹지 않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稻梁求易足 양식은 쉽사리 충분히 구했으면서,

羅網去何遲 그물 피하는 것은 어찌 그리 더딘가?

味厚資偏嗜 진한 맛 지나치게 즐기는 성격이라,

謀疎闕自爲 자신을 위한 계책은 소홀하였기 때문이라네.

韓彭尙菹鹽 한신과 팽월도 오히려 젓 담아졌거늘,

幺麽爾誠宜 너의 정성 너무나 적었다네.

 

129 檳榔 빈랑(참느릅)

憶昔南遊日 기억에, 지난날 남쪽으로 유람 갔던 날에,

初嘗面發紅 처음으로 얼굴이 발개지는 빈랑을 먹어봤었지.

藥囊知有用 약 주머니 유용함을 아나니,

茗盌詎能同 늦게 딴 차가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蠲疾收殊效 병을 치유하는 데에 탁월한 효험이 있으며,

修眞錄異功 수련하는 데에도 남다른 효과가 있다네.

三彭如不避 삼팽을 만일 피하지 않으면,

糜爛七非中 칠비에서 문드러지게 될 것이네.

(本草云, 檳榔殺三蟲. 柳子罵尸蟲文云, 擊汝酆都, 糜爛縱橫. 七非見眞誥. 酆都者, 六天之一也)

<본초강목>에 이르길 빈랑은 세 가지 벌레를 죽인다 한다. 유종원의 <마시충문>에서는 너를 풍도로 보내어 이리저리 문드러지게 하리 라고 하였다. 칠비는 <진고>에 보인다. 풍도는 육천(하늘을 일컬음, 五帝天帝를 더해 육천이라 함)의 하나이다.

 

130134 又五絶卒章戱簡及之主簿 마지막 장에서는 주부 급지를 희롱하며 지은 다섯 편의 절구

130

暮年藥裏關身切 노년이라 몸은 약에 절실히 의지하고,

此外翛然百不貪 그 외에는 초연히 아무런 욕심도 없다.

薏苡載來緣下氣 율무와 질경이를 수레에 싣고 와서 기를 조절하고,

檳榔收得爲袪痰 빈랑을 보관했다가 가래를 제거하는 데에 쓴다.

 

131

錦文縷切勸加餐 빈랑을 가늘게 저며서 더 드시라고 권하며,

蜄炭扶留共一柈 진탄과 부류도 함께 쟁반에 올리네.

食罷有時求不得 먹고 나시면 때론 구할 수도 없으니,

英雄邂逅亦飢寒 영웅이라도 역시 춥고 배고픔을 만날 때 있다오.

 

132

向來試吏著南冠 전에 관리로 오는 사람들은 남관(초나라 관)을 쓰고,

馬甲蠔山得飫餐 물고기니 굴이니 호산이니 배불리 먹었다.

却藉芳辛來解穢 향기가 좋거나 맵거나간에 더러움을 벗겨내니,

雞心磊落看堆柈 닭의 심장같이 생긴 빈랑은 쌓인 돌 모양 쟁반에 높이 쌓인 것 보인다.

 

133

箇中有味要君參 그 속에 그래도 맛이 있으니 그대는 알아두시길,

螫吻舂喉久不甘 입술을 톡 쏘아 오래도록 입안이 달지 않습니다.

珍重人心亦如此 자중자애하시길 사람의 마음도 역시 이와 같으니,

莫將寒苦換春酣 차고 쓴 것을 따뜻하고 달콤한 것으로 바꾸려 마십시오.

 

134

高士沈迷簿領書고매하신 선비가 부령서(관부의 일을 기록한 문서)에 심히 미혹되면,

有時紅糝綴玄須어떤 때는 붉은 구슬이 검은 수염에 꿰어지기도 한다오.(기개 높은 선비가 세상의 일에 관여하게 됨.)

定知不著金柈貯 필시 알겠군요. 금 쟁반에 쌓아두지 않으시니,

兒女心情本自無아녀자의 마음 씀(보복의 마음)은 본래 전혀 없으셨더이다.

 

(劉穆之初士爲主簿)

유목지의 첫 벼슬은 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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