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원전자료/주자서

주자 5

황성 2025. 6. 9. 15:39
728x90

45. 매천계당에 지어 부침 寄題梅川溪堂

 

 

滄波流不極 푸른 물결 끝없이 흐르는데,

上有一畝園 위로는 한 뙈기 동산 있다네.

幽人掩關臥 그윽한 은자 문 닫고 누웠는데,

脩竹何娟娟 긴 대나무 얼마나 아름다운지.

虛堂面群峯 빈 서당 뭇 봉우리 마주하고,

秀色摩靑天 빼어난 경치는 푸른 하늘 쓰다듬네.

靜有山水樂 고요하게 산수의 즐거움 있으나,

而無車馬喧 수레와 말의 시끄러움 없다네.

人言市門子 사람들 말하기를 시장 문지기,

往往蒼崖顚 왕왕 푸른 벼랑 꼭대기에서,

揮手謝世人 손 내저으며 세상 사람들 끊으니,

日中翔紫煙 한낮에 보랏빛 구름 위 빙빙 도네.

遺迹尙可覿 남긴 자취 아직 볼 만하나,

神交邈無緣 정신적 교유 아득하니 인연 없다네.

慨然一永歎 슬퍼 한번 길게 한숨 쉬니,

耀靈忽西遷 해 어느덧 서쪽으로 옮겨가네.

褰裳下中沚 아랫도리 걷고 물가로 내려가,

濯足娛淸川 발이나 씻으며 맑은 시내 즐기리라.

 

 

46. 유포일에게 화답함 和劉抱一

 

 

幾年牢落舊村墟 옛 촌락 쓸쓸해진지

몇 해나 되었던가?

此日翛然水竹居 오늘에야 거리낌 없이

물가와 대나무숲에 거처하네.

病起試尋春逕草 병에서 일어나 봄 오솔길의

풀 찾아 보고,

客來聊煮雪畦蔬 손님 찾아와 애오라지

눈 덮인 밭 두둑의 나물 삶는다네.

開樽細說平生事 술잔 들고 한 평생 있었던 일

낱낱이 이야기 하고,

信手同繙集古書 손 끌고 함께

옛 것 모아놓은 책 펼쳐보네.

適意何勞一千卷 뜻 맞으니 책 일 천 권

어찌 수고로울 것인가?

新詩閑出笑談餘 새로 지은 시 한가한 가운데 나오니

여유롭게 웃으며 이야기 나누네.

 

 

47. 다시 화답하다 再和

 

 

久矣投裝返舊墟 오래 되었어라, 행장 집어던지고

고향으로 돌아옴,

不將心事賦閑居 심사 한가로이 거처함

읊지 못하네.

荷鋤帶月朝治穢 호미 매고서 달 끼고

아침에 거친 밭 매고,

植杖臨風夕挽蔬 지팡이 꽂아놓고 바람 맞으며

저녁에 나물 뜯네.

三逕猶尋陶令宅 세 오솔길 오히려

도현령 집에서 찾고,

萬籤聊借鄴侯書 만 꼭지 애오라지

업후의 책에서 빌리네.

木瓜更得瓊琚報 모과 다시 아름다운

패옥으로 보답하여,

吟詠從今樂有餘 시 읊조리니 이제부터

즐거움 넘치리라.

 

 

4849. 예엽을 보내다, 두 수 送芮國器二首

 

 

48

拄節千山外 부절 괴고 뭇 산들 바깥에서,

勤勞飽所經 힘써 겪은 것 많다네.

一心無適莫 한 마음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데,

萬口自丹靑 만 사람의 입 통해 절로 단청 이루리.

拂拭先賢傳 선현들의 전기 떨고 닦으니,

光輝處士星 처사의 별 광채 내뿜네.

活人功更遠 사람 살려 공 더욱 멀리까지 퍼지니,

試與問林坰 함께 들 밖에 가서 물어보세나.

 

49

紫陌同年舊 서울의 거리에서 오래전 한 해에 급제하였는데,

靑雲得路新 푸른 구름 길 새로 얻었네.

論心端有契 마음 논함에 바르게 친분 있는데,

下榻豈謝頻 걸상 내리니 어찌 자주 감사하리.

話別驚如許 헤어진다는 말에 얼마나 놀랐던가?

相逢渺未因 서로 만남 아득하니 어쩔 수 없네.

期公念經濟 그대 경세제민의 계책 생각하기 기대하노니,

從此上星辰 여기서부터 별 자리 오르리라.

 

 

5051. 매화가 다 피었는데도 미처 읊지를 못하여 탄식을 하다가 시가 이루어져 애오라지 함께 좋아하는 이들에게 드리다, 두 수 梅花開盡, 不及吟賞感嘆, 成詩, 聊貽同好, 二首

 

 

50

憶昔身無事 옛날 생각해보니 몸에 아무 일 없어,

尋梅只怕遲 매화 찾으니 다만 늦었을까 걱정되네.

沉吟窺老樹 낮게 읊조리며 늙은 나무 살피고,

取次折橫枝 차례대로 가로놓인 가지 꺾네.

絶艶驚衰鬢 빼어나게 고움 센 귀밑머리 놀래키고,

餘芳入小詩 남은 향기는 작은 시 안으로 스며드네.

今年何草草 올해는 얼마나 마음 근심스러웠는지,

政爾負幽期 꼭 너와의 그윽한 기약 저버렸네.

 

51

棐几氷壺在 비자나무 책상에 얼음 항아리 있는데,

梅稍雪蕊空 매화 가지 끝 꽃술 비었다네.

不堪三弄咽 감히 삼롱의 곡조 목메지 않으니,

誰與一尊同 누구 더불어 한 잔 함께 할까?

鼻觀殘香裏 코로 남은 향기 맡는 가운데,

心期昨夢中 마음 속으로 어제밤 꿈 속에 기약했다네.

那知北枝北 어찌 알리오, 북쪽 가지 북쪽에,

猶有未開叢 아직도 피우지 않은 떨기 있음을.

 

 

5253. 송어르신께서 홍매와 납매에서 운자를 빌린 시 두 수를 보여주시어 문득 다시 답하여드리고 한번 웃는다 宋丈示及紅梅臘梅借韻兩詩, 輒復和呈以發一笑

 

 

52

聞說寒梅盡 듣건대 차가운 매화 다 졌다하니,

尋芳去已遲 꽃 찾아 가나 너무 늦었다네.

冷香無宿蕊 차가운 향기 묵은 꽃술 볼 수 없고,

穠艶有繁枝 농염하니 번다한 가지 있네.

正復非同調 비록 꼭같은 곡조 아니다 하더라도,

何妨續舊詩 옛 시 잇는 것 무엇 거리끼리오?

廣平偏娬媚 송경 아름다움 치우쳤으나,

鐵石悞心期 쇠와 돌 마음 속 기약 속이리?

 

宋丈此篇, 乃用施朱粉事. 悞一作悟.

송상의 이 시는 곧 연지와 분을 바른다는 전고를 썼다. ‘자는 자로 된 판본도 있다.

 

53

風雪催殘臘 바람과 눈 남은 납매 꺾어버려,

南枝一夜空 남쪽 가지 밤새도록 텅비어버렸네.

誰知荒草裏 누가 알겠는가, 거친 풀 속에도,

却有暗香同 오히려 그윽한 향기 똑같음 있음을.

質瑩輕黃外 바탕은 가벼운 노란색 바깥에서 빛나고,

淺絳中 꽃은 얕은 붉은 색 가운데를 싸고 있네.

不遭岑寂侶 불쑥 솟은 나그네 만나지 못하였으니,

何以媚孤叢 어떻게 외로운 떨기 아름답게 여기리오?

 

 

54. 황수에게 드림 呈黃子厚

 

 

茅齋塵事遠 띠풀로 엮은 집 속세의 일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幽獨興無窮 홀로 그윽하니 흥 끝이 없네.

永晝呻吟內 긴 낮에 읊조리는 가운데,

新凉愁思中 새로운 서늘함 근심스런 생각 속에 있다네.

朱顔非昨日 붉은 얼굴 어제 것 아니고,

綠鬢又秋風 윤기나던 검은머리에 또한 가을바람 분다네.

珍重墻東客 진중하게나 담 동쪽으로 몸 피한 나그네여,

遙憐此意同 멀리서 이 뜻 같은 아낀다네.

 

 

55. 받들어 황수가 눈을 읊어 지은 시에 수답하다 奉酬子厚詠雪之作

 

 

遙夜不能寐 기나긴 밤 잠 이룰 수 없어,

披衣起彷徨 옷 걸치고 일어나 서성거리네.

仰視天正黑 우러러 보니 하늘 정말 캄캄하고,

寒氣慘悲凉 차가운 기운 몹시 슬프고 쌀쌀하네.

飛霰忽下零 싸락눈 갑자기 떨어지더니,

雪花亦飄揚 눈 꽃 또한 펄펄 휘날리네.

飄揚未云已 펄펄 날리는 눈 그치지 않고,

須臾滿空翔 잠깐만에 온 하늘 가득 날리네.

前山失舊姿 앞산은 이전 모습 잃어버리고,

川谷流素光 내와 계곡에는 흰빛 흐르네.

念昔少小時 지난날 젊은 시절 생각해 보니,

無事志四方 하는 일 없이 뜻 사방에 두었네.

五年江海上 오 년이나 강과 바닷가에서,

不見雪與霜 눈과 서리 보지 못했네.

飄颻今日情 눈발 나부끼는 오늘의 정취,

浩蕩誰能量 분방한 뜻 누구와 의논할 수 있을까?

凌晨飮一杯 이른 아침 술 한 잔 마시고,

竟日守空堂 하루 종일 텅빈 집 지키네.

竚立玩奇變 우두커니 서서 기이한 변화 즐기다가,

永言獲新章 말 길게 늘여 시구 얻었다네.

躊躇欲何報 어떻게 알릴까 머뭇거리는 것,

玉樹生瓊岡 옥나무 옥같이 아름다운 언덕에 나는 것이라네.

 

 

5657. 적계의 호어르신께서 직무를 맡아 객사로 가심에 전송해드리다, 두 수 送籍溪胡丈赴館供職二首

 

 

56

祖餞衣冠滿道周 전송하는 사대부들

길구비에 가득한데,

此行誰與話端由 이번 길 누구와 더불어

연유 이야기하리?

心知不作功名計 마음 안다네, 공명의 계책

일으키지 않으실 것이니,

祗爲蒼生未敢休 다만 창생들 위하여

감히 쉬시지 않으실 줄을.

 

57

執我仇仇詎我知 나 잡기를 원수처럼 함이야

내 어찌 알리오만,

謾將行止驗天機 되는대로 가고 멈추심

하늘의 뜻 시험하시네.

猿悲鶴怨因何事 원숭이 슬퍼하고 학 원망함

무슨 일 때문인가?

只恐先生袖手歸 다만 선생께서 팔짱 끼고

돌아감 걱정함 때문일세.

 

 

5859. 적계 호헌 선생과 유공에게 부치다. 두 수 寄籍溪胡丈及劉恭父, 二首

 

 

58

先生去上芸香閣 선생님께서는 운향각으로

올라 가시고,

閣老新峨豸角冠 비각에 든 분은 새롭게 높였겠네,

법관의 갓을.

留取幽人臥空谷 그윽한 은자만 남겨두어

빈 골짜기에 눕게 하니,

一川風月要人看 온 천지에 가득한 바람과 달

사람들로 보게 하네.

 

59

甕牖前頭翠作屛 옹기그릇 창문 앞

비취색 푸른 병풍 되었는데,

晩來相對靜儀刑 늦게 나와 마주 대하며

고요히 그 모습 본받는다네.

浮雲一任閑舒卷 뜬 구름은 내키는대로 한가로이

펴졌다 말아졌다,

萬高靑山只麽靑 만고에 푸른 산은

이렇게 푸러른데.

 

 

6061. 범직각님을 애도함, 두 수 挽范直閣二首

 

 

60

獻納陪興運 충언 아뢰어 시운 흥기하도록 도왔으니,

如公衆所期 공과 같은 분 뭇사람들 바라네.

憂時最深切 시국 슬퍼함 가장 깊고 절실했고,

信道不磷緇 도 믿어 갈아도 물들여도 변하지 않았네.

落落歸來賦 크시도다, 귀거래사 읊으심,

怱怱殄瘁詩 바쁘셨도다, 시경의 국운 다하고 병든 상황

菟裘當日計 토구에 은거하시려던 당일의 계책,

宰木後人悲 무덤 위에 심은 나무 후인들 슬퍼하네.

 

61

先友多名士 아버지의 벗 명사 많으셨는데,

存亡幾許人 존망에 대하여 아신 이 그 얼마나 될까?

惟公且彊健 오직 공께서만 또한 굳세고 튼튼하시어,

於我更情親 나에게 더욱 정 가까이 하셨다네.

出處論心晩 나아가고 처함 논하심에 마음 늦게 가지라 하셨고,

音書枉誨頻 편지 보내시어 잘못 자주 깨우쳐주셨다네.

素車今日會 흰 수레 오늘 모였으니,

誰與共傷神 누구와 함께 애태울까?

 

 

62. 근간에 말을 많이 하는 것이 도학 공부에 방해가 되어 결코 시를 짓지 않다가 이틀 동안 대학의 성의장을 읽고 느낀 바 있어 동짓날 아침에 일어나 이것을 써서 스스로 경계하노니 이는 대체로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頃以多言害道, 絶不作詩, 兩日讀大學誠意章, 有感至日之朝, 起書此, 以自箴, 蓋不得已而有言云

 

 

神心洞玄鑒 신령한 마음 현묘한 거울 꿰뚫고,

好惡審薰蕕 좋아하고 미워함은 향초와 악취나는 풀 살피네.

云何反自誑 어찌하여 오히려 스스로 거짓말을 하는가?

閔黙還包羞 걱정하고 말없음 도리어 포섭됨 부끄럽네.

今辰仲冬節 지금 때는 한겨울철인데,

寤歎得隱憂 잠에서 깨어 탄식하니 깊은 근심 얻었네.

心知一寸光 마음은 안다네, 한 줄기 빛이,

昱彼重泉幽 저 황천의 어두운 곳 비춤을.

朋來自玆始 경사스런 일 이에서 비롯되어,

群陰邈難留 뭇 어두움 까마득하니 남아있기 어렵네.

行迷亦已遠 길 헤맨지 또한 이미 오래되어,

及此旋吾輈 이제사 수레 끌채 돌리게 되었다네.

 

 

63. 인덕을 펴는 방법 仁術

 

 

在昔賢君子 옛날에 현명한 군자들,

存心每欲仁 마음 보존함에 항상 어질고자 하였다네.

求端從有術 인을 구하는 단서 방법 있다하더라도,

及物豈無因 사물에 미침 어찌 기인함 없겠는가?

惻隱來何自 측은히 여김 어디에서 오는가?

虛明覺處眞 빈 밝음 참된 곳 깨닫는다네.

擴充從此念 넓히어 채움 여기에서 생각하니,

福澤遍斯民 복과 은택 이 백성에 두루 미치네.

入井倉皇際 우물에 빠질라 허둥될 때요,

牽牛觳觫辰 끌려가는 소 벌벌 떨 때라네.

向來看楚越 줄곧 초나라에서 월나라 보아왔는데,

今日備吾身 오늘 내 몸에 갖추어져 있네.

 

 

64. 강하를 잘 터뜨림에 대하여 듣다 聞善決江河

 

 

大舜深山日 순임금 깊은 산 속에 있을 때,

靈襟保太和 흉회 크게 화해로움 지키셨네.

一言分善利 한 마디 말로 선함과 이로움 나눔,

萬里決江河 만리에 장강과 하수 터뜨림이네.

可欲非由外 하게 하고자함 바깥에서 말미암음 아니요,

惟聰不在佗 총명한 것 다른데 있는 것 아니라네.

勇如爭赴壑 용감하기 골짜기로 다투어감과 같으니,

進豈待盈科 나아감에 어찌 구덩이 가득 차기를 기다리겠는가?

學海功難竝 바다 배움 공 함께 하기 어렵고,

防川患益多 하천 막음 혼란 더욱 크네.

何人親祖述 누가 감히 조술하는가?

耳順肯同波 이순의 나이에 물결 기꺼이 함께 하네.

 

6566. 우러러 생각하다, 두 수 仰思二首

 

 

65

公德明光萬世師 주공의 덕 밝게 빛냄

만세의 스승이라,

從容酬酢更何疑 조용하게 응대함에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오?

當年不合知何事 그 당시 믿지 않았음

어쩐 일이었을까?

淸夜端居獨仰思 맑은 밤에 단정히 거처하며

홀로 우러러 생각해보네.

 

66

聖賢事業理難同 성인과 현인의 사업

이치 같기 어려운데,

僭作新題欲自攻 함부로 새로 지어

스스로 공격하려 하네.

王事兼施吾豈敢 세 왕의 일과 네 가지 겸하여 베푸심

내 어찌 감히 당하리?

儻容思勉議成功 생각하고 힘씀 용인한다면

공 이룸 의논하리.

 

 

6768. 통하지 않음이 있어서 배우다 困學

 

 

67

舊喜安心苦覓心 지난 날에는 마음 편안히 함 기뻐하여

마음 찾기에 고심하였는데,

捐書絶學費追尋 책 버리고 마음 끊어

뒤쫓아 찾음에 힘 썼다네.

困衡此日安無地 통하지 않고 걸리어 이 날

마음 편안히 할 곳 없어,

始覺從前在寸陰 비로소 지난날 한 치의 광음

있었음 깨달았네.

 

68

困學工夫豈易成 통하지 않아 배우는 공부

어찌 쉽게 이루겠는가?

斯名獨恐是虛稱 이 이름 홀로

헛된 일컬음일까 걱정되네.

傍人莫笑標題誤 곁에 있는 사람들 웃지마소

제목 적음 잘못됨을,

庸行庸言實未能 떳떳한 행동 떳떳한 말

실로 능하지 못하다네.

 

 

69. 복재에서 우연히 짓다 復齋偶題

 

 

出入無時是此心 나가고 들어옴 때 없음

이 마음이니,

豈知鷄犬易追尋 어찌 닭과 개

쉽게 쫓아가 잡음과 같겠는가?

請看屛上初爻旨 병풍 위에 있는

첫 번째 양효의 뜻 보게나,

便識名齋用意深 곧 서재 이름 쓰신

깊은 뜻 알겠네.

 

 

70. 넷째 아우에게 보임 示四弟

 

 

務學脩身要及時 배움에 힘쓰고 몸 닦음

때에 미쳐 해야하고,

競辰須念隙駒馳 때 다툼 모름지기

좁은 틈으로 망아지 달림 생각해야하리.

淸宵白日供遊蕩 맑은 밤 밝은 대낮

방탕하게 보내면,

愁殺堂前老古錐 대청 앞에서 오래되어 낡은 송곳

걱정되어 죽는다네.

 

 

71. 극기 克己

 

 

寶鑑當年照膽寒 보배로운 거울 그해에

마음 차갑게 비추었는데,

向來埋沒太無端 지금까지는 쓸데없는 일에 매몰되어

너무나 두서가 없었네.

祗今垢盡明全見 지금에 와서야 때 다 닦아내어

전신을 밝게 보여주니,

還得當年寶鑑看 다시 그해의 보배로운

거울 얻어 보네.

 

 

72. 증점 曾點

 

 

春服初成麗景遲 봄 옷 갓 완성되었으나

고운 경치 더디기만 하여,

步隨流水玩淸漪 흐르는 물 따라 걸으며

맑은 잔물결 즐기네.

微吟緩節歸來晩 나지막이 느린 절주 읊조리다

저녁되어 돌아오며,

一任輕風拂面吹 산들바람 얼굴 스치며

불어오는대로 내맡기네.

 

 

73. 나무를 베다 伐木

 

 

伐木相將入遠山 나무 베고자 하여

함께 먼 산으로 들어가,

共聽幽鳥語關關 함께 그윽한 새

짹짹거리며 말함 듣네.

殷勤若解當時意 은근히 그 당시의 뜻

풀이해 보면,

此日那容不盡歡 이날 어찌 기쁨

다하지 않으리오?

 

 

74. 봄날 春日

 

 

勝日尋芳泗水濱 승일에 사수변으로

꽃을 찾아 나서니,

無邊光景一時新 가없는 봄 풍경

일시에 새롭네.

等閑識得東風面 아무렇게나 봄 바람

얼굴에 느끼니,

萬紫千紅總是春 만 송이 자주색 꽃 천 송이 붉은 꽃

모두 봄이네 그려.

 

75. 봄날 우연히 짓다 春日偶作

 

 

聞道西園春色深 서쪽 동산이 봄빛

이미 깊어졌다는 말 듣고,

急穿芒屩去登臨 급히 짚신 신고

올라가 내려다 보네.

千葩萬蕊爭紅紫 갖가지 꽃들

붉은 빛 보랏빛 색 다투는데,

誰識乾坤造化心 누가 하늘과 땅이

만물을 만드는 마음 알리오?

 

 

7677. 책을 보고 느낌이 일어, 두 수 觀書有感二首

 

 

76

半畝方塘一鑒開 반 이랑 모난 연못에

거울 하나 열렸는데,

天光雲影共徘徊 하늘 빛 구름 그림자

함께 떠돌아 다니네.

問渠那得淸如許 묻노니 어째서 그렇게

맑을 수 있는가 하니,

爲有源頭活水來 살아 있는 물 흘러나오는

근원 있어서라 하네.

 

77

昨夜江邊春水生 지난 밤 강 가에

봄 물 불어나더니,

蒙衝巨艦一毛輕 몽충같은 큰 전함도

터럭 하나와 같이 가볍네.

向來枉費推移力 지금까지는 미는 힘

헛되이 써버렸으나,

此日中流自在行 오늘은 강 가운데로

자유로이 흘러가네.

 

 

7879. 서림원의 벽에 적다, 두 수 題西林院壁, 二首

 

 

78

觸目風光不易裁 눈에 와닿는 풍경

쉽게 헤아릴 수 없는데,

此間何似舞雩臺 이곳에 있는 절

무우대와 얼마나 비슷한지!

病軀若得長無事 병든 몸 오래도록

아무 일 없을 수만 있다면,

春服成時歲一來 봄옷 이루어 졌을 때

해마다 한번씩은 오리.

 

79

巾屨翛然一鉢囊 두건과 신발에

바리때 주머니 쓸쓸하니,

何妨且住贊公房 무엇 거리끼리오, 찬 스님의

승방에 잠시 머무름.

却嫌宴坐觀心處 도리어 혐의스럽긴 한가로이 앉아

내 마음 관조하여 보는 곳에,

不奈簷花扺死香 처마 아래 핀 꽃 시들 때까지

향기로움 견디어내지 못할까 걱정일세.

 

簷前有柚花 처마 앞에 유자꽃이 있다

 

 

80. 서림사의 유가스님의 달관헌에 적다 題西林可師達觀軒

 

 

窈窕雲房深復深 그윽히 구름에 쌓인 방

깊고 또 깊어,

層軒俄此快登臨 층진 집 이곳에 잠시 머무르며

빨리 올라가 내려다 보네.

卷簾一目遙山碧 발 걷으니 온 눈에

아득한 산의 짙푸름 드니,

底是高人達觀心 무엇이 높은 사람의

달관한 마음인가?

 

 

81. 다시 지음 再題

 

 

紹興庚辰冬, 予來謁隴西先生, 退而寓於西林院惟可師之舍, 以朝夕往來受敎焉. 閱數月而後去. 可師始嘗爲一室於其居之左, 軒其東南以徙倚瞻眺. 而今鉛山尉李兄端父名之曰達觀軒, 蓋取賈子所謂達人大觀, 物無不可云者. 予嘗戱爲之詩, 以示可師, 旣去而遂忘之. 壬午春, 復拜先生於建安, 而從以來, 又舍于此者幾月. 師不予厭也, 且欲予書其本末置壁間. 因取舊詩讀之, 則歲月逝矣, 而予心之所至者未尺寸進焉, 爲之三歎自廢. 顧師請之勤勤不得辭, 於是手書授之, 而又敍其所以然者如此. 雖其辭鄙陋, 若無足稽, 然予之往來師門, 蓋未憖也. 異時復至, 又將假館于此, 仰視屋壁, 因舊題以尋歲月, 而惕然乎其終未有聞也. 然則是詩之不沒, 亦予所以自勵者. 可師嘗遊諸方, 問佛法大意, 未倦而歸, 尙有以識予意也. 三月九日熹書.

 

소흥 경신년 겨울 나는 농서선생을 뵙고 서림원의 유가스님의 방으로 물러나 몸을 맡기고서는 아침저녁으로 오가며 가르침을 받았다.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그곳을 떠났다. 유가스님은 애초에 일찍이 거처의 왼쪽에 방을 하나 지었는데, 그 동남쪽에 헌함을 짓고 왔다갔다하면서 바라보았다. 지금은 연산현위 이단보형이 그것을 달관헌이라 명명하였는데, 대체로 가의가 이른바 통달한 사람은 크게 보아 옳지 않은 사물이 없다는 것을 취하였다. 내가 일찍이 장난삼아 그것을 시로 읊어 유가스님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이미 그곳을 떠난 후에는 마침내 잊게 되었다. 임오년 봄에 건안에서 선생을 다시 찾아뵈었는데 그때부터 또 이곳에 숙소를 정한지가 여러 달이 되었다. 스님께서는 나를 싫어하지 않았으며 또한 내게 여기에 있게 된 경위를 써서 벽에 걸어두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옛 시를 가져다 읽어보니 세월은 흘러갔는데도 내 마음이 이른 것은 한 자의 진보도 없는지라 그것 때문에 스스로 그만 둔 것을 여러 번 탄식하였다. 돌아보니 스님의 청이 얼마나 은근한지 거절할 수가 없어 이에 손수 써서 주고 또한 그렇게 된 까닭을 이렇게 쓴다. 그 말이 비록 비루하여 상고해 볼만한 것 같지는 않으나 내가 스님의 문을 오간 것이 내키지 않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훗날 다시 이곳에 이르러 또 여기에서 집을 빌리려 하여 집의 벽을 우러러보고 옛날의 시제로 인하여 지난 세월을 찾아보았더니 놀랍게도 스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에 대해서는 듣지를 못했다. 그러니 이 시가 없어지지 않은 것은 또한 내가 스스로 힘썼기 때문이다. 유가 스님은 일찍이 여러 곳을 노니시면서 불법의 대의를 묻기를 게을리하지 않다가 돌아가셨는데, 오히려 내 뜻을 알았다. 39일 주희가 쓰다.

 

古寺重來感慨深 옛 절에 다시 찾아오니

감개 깊기만 한데,

小軒仍是舊窺臨 자그마한 집은 여전히

옛날 엿보고 내려다보던 그대로라네.

向來妙處今遺恨 지난번 오묘하던 곳

지금은 한으로 남아 있으니,

萬古長空一片心 언제나 늘 공허하구나!

나의 한 조각 변하지 않는 마음이여!

 

 

8283. 서림원의 유가스님에게 보임 示西林可師二首

 

 

82

身世年來欲兩忘 몸과 세상 근래들어

모두 잊고자 하여,

一春隨意住僧房 한 봄날 뜻 내키는대로

승방에 묵었다네.

行逢舊隱低回久 다니다가 옛날 은거하던 곳 만나

오래도록 서성거리자니,

綠樹鶯啼淸晝長 푸른 나무에 앵무새 울고

맑은 낮은 길기만 하네.

 

83

幽居四畔只空林 그윽히 묵자니 사방

오직 숲 비었는데,

啼鳥落花春意深 새 울고 꽃 지니

봄 뜻 깊었다네!

獨宿塵龕無夢寐 홀로 절간의 다락방에 묵자니

잠 이루지 못하는데,

五更山月照寒衾 오경의 산 달빛

찬 이불을 비추이네.

 

 

84. 시사를 느낀 바가 있어 32구로 짓다 感事書懷十六韻

 

 

胡虜何年盛 오랑캐 녀석들 어느 해에 번성해졌는가?

神州遂陸沈 신이 내린 고을 마침내 가라앉고 말았다네.

翠華棲浙右 물총새 깃장식 절강의 오른쪽에 있으니,

紫塞僅淮陰 자줏빛 요새 겨우 회음 뿐이라네.

志士憂虞切 뜻있는 선비들 걱정과 두려움 절실하고,

朝家預備深 조정에서는 미리 대비함 깊네.

一朝頒細札 한번 조정에서 가는 조서 펴니,

三捷便聞音 세 번 이겼다 거듭 소식 들리네.

授鉞無遺算 도끼 내리심에 남은 계책 없으니,

沈機識聖心 깊으신 계책 성상의 마음 알겠네.

東西兵合勢 동서로 병사 세력 합치고,

南北怨重尋 남북으로 원한 다시 찾는다네.

小却奇還勝 조금 물리니 다시 이김 기이하고,

窮凶禍所臨 매우 흉악함 화 닥치는 것이라네.

旃裘方舞雪 털옷 가죽옷에 바야흐로 눈 춤추는데,

血刃已披襟 피묻은 칼날 이미 옷깃 열어젖혔네.

殘類隨煨燼 남은 무리 타고 남은 재 따르고,

遺黎脫斧碪 남은 백성 도끼와 모탕 벗었네.

戴商仍夙昔 상나라 떠받든지 이에 오랜 옛날이고,

思漢劇謳吟 한나라 생각하여 크게 노래부르네.

共惜山河固 산하 견고함 함께 안타까워하고,

同嗟歲月侵 세월 엄습함 함께 탄식하네.

泉蓍久憔悴 샘물의 시초 시든지 오래되었으나,

陵栢幸橚槮 무덤 위 잣나무 다행히 무성하다네.

正爾資群策 마침 그것 여러 계책의 바탕되니,

何妨試盍簪 뭇사람들 모여 빨리 옴 거리끼리오.

折衝須舊袞 적군의 수레 되돌림 오직 옛날의 곤룡포 입으신 분 뿐이니,

出牧仗南金 목민관으로 나가 남쪽의 금 호위하네.

衆志非難徇 뭇사람의 뜻 따르기 어려움 아니니,

天休詎可諶 하늘이 내림 아름다운 복 어찌 믿을만하겠는가?

故人司獻納 옛 친구 헌남 맡았으니,

早晩奉良箴 조만간 훌륭한 잠언 받들겠네.

 

 

85. 유언채의 눈을 보다라는 구절에 같은 각운자를 쓰다 次韻劉彦采觀雪之句

 

 

朔風吹空林 북풍 빈 숲에 부니,

眇眇無因依 홀로 외로워 의지할 곳 없네.

但有西北雲 다만 서북쪽 하늘의 구름만이,

冉冉東南飛 쉬엄쉬엄 동남쪽으로 나네.

須臾層陰合 잠깐 층진 음기 합쳐지는가 싶더니,

慘淡周八維 어두침침하게 팔방을 에워싸네.

凍雨不流淵 차가운 비 못으로 흘러들지 않고,

飛花舞姸姿 나르는 꽃 아름다운 모습으로 춤추네.

翳空乍滅沒 덮인 하늘 어느덧 사라져 없어지고,

散影還參差 흩어진 그림자 또한 어긋난다네.

萬點隨飄零 만 송이 제 멋대로 나부끼며 떨어지니,

百嘉潛潤滋 모든 아름다움 은연중에 불어나네.

徘徊瞻詠久 서성이며 쳐다보고 오래도록 읊으며,

黙識造化機 조화의 단서 묵묵히 적어보네.

上寒下必溫 위 추우면 아래는 반드시 따뜻하니,

欲積無根基 쌓이려해도 밑바탕 없다네.

漸看谷樹邊 차츰 골짜기의 나무주변 보니,

稍覺叢篁低 떨기진 대나무 낮음 깨닫겠네.

皓然遂同色 새하얗게 마침내 빛 같게 되니,

宇宙乃爾奇 온 우주 이에 얼마나 기이한지.

繁華改新觀 번화했던 풍경 새로운 볼거리로 바뀌니,

凜冽忘前悲 살 에는 추위에 전의 슬픔 잊었네.

摛章愧佳友 글 펴내자니 훌륭한 벗에 부끄러워,

佇立迎寒吹 우두커니 서서 찬바람만 맞네.

感此節物好 이 제철 사물 좋음 느껴지나,

嘆息今何時 지금 어느 때인가 크게 한숨 짓네.

當念長江北 장강 북쪽 생각해 보면,

鐵馬紛交馳 철마 이리저리 어지러이 내닫겠네.

 

 

86. 언채가 병중에 읊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次韻彦采病中口占

 

 

一榻流年度 한 걸상 해 흘러보내고,

篝燈遙夜闌 배롱 등불 아득한 밤 한창이네.

短衾閑自擁 짧은 이불 한가로이 홀로 끌어안고,

淸鏡莫頻看 맑은 거울 자주 들여보지 말게나.

竹密初驚雪 대나무 빽빽한데 비로소 눈 놀라고,

梅疎却耐寒 매화 성글어도 오히려 추위 견디네.

從今花木夢 이제부터 꽃과 나무의 꿈,

無復在雕欄 더 이상 조각 난간에 있지 않으리.

 

 

87. 시사를 보고 느끼다 感事

 

 

聞說淮南路 듣자니 회남로에는,

胡塵滿眼黃 오랑캐의 누런 먼지 눈에 가득하다 하네.

棄軀慙國士 몸 버리니 나라의 선비에 부끄러워,

嘗膽念君王 와신상담 임금님 생각하네.

却敵非干櫓 적 물리치는 것은 방패 아니니,

信威藉紀綱 위세 펴고 기강잡힌 용사에 의지하네.

丹心危欲折 일편단심 꺾이려함 두려워하여,

佇立但彷徨 우두커니 서서 방황만 하네.

 

 

8894. 28일의 소식을 듣고 기뻐서 시를 씀 聞二十八日之報喜而成詩七首

 

 

88

胡馬無端莫四馳 오랑캐 말 함부로

사방으로 내닫지 못하니,

漢家元有中興期 한나라 왕실 원래부터

중흥 기약하였다네.

旃裘喋血淮山寺 털옷 피 묻힌

회산의 절 보니,

天命人心合自知 하늘의 명과 사람의 마음

합처짐 절로 알겠네.

 

89

天驕得意任驅馳 하늘의 교만한 자식 득의하여

제멋대로 날뛰더니,

太歲乘蛇已應期 해는 뱀 타고서 이미

때에 응했다네.

一夜旄頭光殞地 한밤에 모두성

빛 땅에 떨어지니,

飮江胡馬未全知 강물 마시는 오랑캐 말

아무 것도 모르리.

 

90

雪擁貂裘一馬馳 눈 담비 갖옷 끼고 있고

한 마리 말 달리는데,

孤軍左袒事難期 의로운 군사 왼쪽 드러냄

일 기약하기 어렵네.

奏函夜入明光殿 편지 올려 한밤중에

명광전에 드니,

底事廬兒探得知 무슨 일로 좀놈들

더듬어 알겠는가?

 

所報乃御營宿衛官奏, 故有是句

알린 것이 어영에서 숙직하는 관리의 아룀이었기 때문에 이 구절을 지었다

 

91

渡淮諸將已爭馳 회수 건넌 여러 장수

이미 다투어 달리니,

兎脫鷹揚不會期 토끼 도망치듯 매 날 듯

때 만나지 못하네.

殺盡殘胡方反旆 남은 오랑캐 모두 죽여

바야흐로 기치 되돌리니,

里閭元未有人知 향리에서는 원래

아는 사람 없었다네.

 

92

漢節熒煌直北馳 한나라 부절 찬란하게

곧바로 북으로 달려,

皇家卜世萬年期 왕실의 터전을

만세도록 기약하리.

東京盛德符高祖 동경의 성한 덕

고조 때와 부합하니,

說與中原父老知 중원의 어르신들께

말하여 알게 해야지.

 

93

追鋒聞說日驅馳 추봉거 듣자니

날로 내달려,

舊德登庸儻有期 옛 덕망 있는 이 등용함

갑자기 기대하였네.

張魏公 장위공

聖王聰明似堯禹 성스러운 왕 총명함

요임금 우임금과 같으니,

忠邪如許詎難知 충성과 사악함 그와 같음

어찌 알기 어려우리?

 

94

恭惟大號久風馳 공손히 생각건대 임금님 호령

오래도록 바람처럼 내달리고,

淸蹕傳呼却未期 길 쓸고 벽제하여 전하여 부름

아직 기약 못하네.

此日不須勞玉趾 이날 임금님의 발

수고롭힐 필요 없을 것이니,

寸心那得侍臣知 한 치 마음 어찌

모시는 신하 알아낼 수 있으리오?

 

 

9598. 자유의 승전보를 듣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쓰다, 네 수 次子有聞捷韻四首

 

 

95

神州荊棘欲成林 신이 내린 고을 가시나무

숲 이루려하여,

霜露凄凉感聖心 서리와 이슬 처량하니

성상의 마음 느껴지네.

故老幾人今好在 옛 늙은이 몇 사람이나

지금도 잘 있을까?

壺漿爭聽鼓鼙音 병술 기울이며 다투어

전쟁 소식 듣는다네.

 

96

殺氣先歸江上林 살벌한 기운 먼저

장강 가의 숲으로 돌아가니,

貔貅百萬想同心 비휴 같은 백만 병사

같은 마음 생각하네.

明朝滅盡天驕子 다음날 아침이면 하늘의 교만한 아들

모조리 멸할테니,

南北東西盡好音 동서남북 사방이

모두가 좋은 소식 뿐이라네.

 

97

孤臣殘疾臥空林 외로운 신하 몸쓸 병에 걸려

빈 숲에 누웠으니,

不奈憂時一寸心 시절 근심하나 한 치 마음

어쩔 수 없네.

誰遣捷書來蓽戶 누가 승리 소식

사립문으로 보내왔는가?

眞同百蟄聽雷音 온갖 동면하는 벌레들

우레소리 들음과 정말 같다네.

 

98

胡命須臾兎走林 오랑캐 운명 잠깐만에

토끼처럼 숲으로 달아날 것이니,

驕豪無復向來心 교만 방자함 다시는

예전의 마음 품지 않겠지.

莫煩王旅追窮寇 임금님의 군대 궁지에 몰린 오랑캐

쫓게하여 번거롭게 하지 말라,

鶴唳風聲盡好音 학 울고 바람 우는 소리

모두가 좋은 소식이라네.

 

 

99. 받들어 판원장 및 충보와 평보 형을 모시고 회향에서 묵으며 어르신의 벽에 있는 옛 시제의 각운자를 써서 짓는다 奉陪判院丈充父平父兄宿回向用知郡丈壁間舊題之韻

 

 

暮雨停驂處 저녁 비에 곁말 멈춘 곳,

僧廬古道邊 중의 암자 있는 옛 길 가라네.

千峰環傑閣 천 봉우리 빼어난 누각 두르고,

一水下平田 한 줄기 물은 평평한 밭으로 흘러 내려가네.

行役無期度 다니는 일 일정한 법도 없으니,

經過幾歲年 지나감 그 몇 해나 되었던가?

明朝須飽飯 내일 아침에는 모름지기 배불리 먹어야할 것이니,

躡足上寒煙 발 디디며 차가운 안개 뚫고 올라가야지.

 

 

100101. 시사에 느낀 바가 있어 다시 회향사의 벽에 있는 옛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는다, 두 수 感事再用回向壁間舊韻二首

 

 

100

江北傳烽火 강북에서 봉화 소식 전해오더니,

胡兒大入邊 오랑캐 녀석들 변경으로 크게 쳐들어오네.

已聞隳列障 이미 여러 장벽 무너졌다는 소리 들려오는데,

不但擾屯田 비단 둔전만 어지럽힌 것 아니라네.

借箸思人傑 젓가락 빌림 인걸 생각하고,

摧鋒屬少年 날카로움 꺾음 젊은이에 부탁하네.

偸安慙暇食 눈앞의 편안함 도모하여 한가로이 녹 먹음 부끄러우니,

萬竈起愁煙 만 아궁이에서 근심스런 연기 피어 오르네.

 

101

廊廟憂虞裏 주랑과 태묘 근심과 걱정에 싸여 있고,

風塵慘淡邊 먼지 바람 참담하게 가로 불어오는데,

早知繁汗馬 일찍부터 한혈마 번거롭게 알았거늘,

悔不是留田 둔전 옳지 않았음 뉘우치네.

迷國嗟誰子 나라 어지럽히는 것 아아 그 누구인가?

和戎誤往年 오랑캐와 화친하여 지난 세월 그르쳤네.

腐儒空感慨 썩은 선비들 공연히 개탄만 할 뿐,

無策靜狼煙 봉화불 잠재울 대책없네.

 

 

102. 판원어르신께서 보여주신 은혜를 입어 다시 원래의 각운자를 써서 경솔하게 답하여 드리고 가르침을 청하다 蒙判院丈示及再用元韻之作率易和呈以求指誨

 

 

疇昔經行地 옛날 지나갔던 곳,

溪山寂寞邊 시내와 산 쓸쓸하기만 하네.

氷霜凝巨壑 얼음과 서리 큰 골짝에 엉겨 있고,

風雨暗中田 비바람 가운데 밭에 어둑하네.

古寺堪投晩 옛 절 저녁에 묵을 만한데,

塵龕閱紀年 누추한 감실 해 적어 놓은 것 보네.

論文寒夜永 글 논하니 차가운 밤 길기만 한데,

淸絶裊爐烟 하늘하늘 화로의 향기 맑게 끊기네.

 

 

103. 여러 날 전에 판원 어르신과 송촌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눈이 내리는 가운데 생각이 나서 받들어 판원과 통판 두 어르신께 드림 數日前與判院丈有宋村之約雪中有懷奉呈判院通判二丈

 

 

雲垂天闊歲將闌 구름 하늘 넓게 드리우고

한해 저물어 가는데,

一室翛然獨掩關 온 방 쓸쓸하니

홀로 문 닫아걸고 있네.

擁褐不知風折木 솜옷 끌어안고 있자니

바람 나무 꺾는 줄 알지 못하겠는데,

開軒惟見雪漫山 헌함 열어젖히니 눈온 산

가득함만 보일 뿐이라네.

玄空杳靄低迷外 검은 하늘 낮고 흐릿한

바깥에 아득한데,

碧樹瓏璁掩映間 짙푸른 나무는 반짝반짝

빛 가리운 사이에서.

吟罷左思招隱句 좌사의 초은시 구절

다 읊조리고 나니,

扁舟無路過長灣 조각배 긴 물구비

지날 길 없네.

 

 

104. 판원 어르신의 눈이 오려하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次韻判院丈雪意之作

 

 

端居歲復窮 편안한 가운데 한해도 또 다하여,

閉戶守沖澹 사립문 닫고 충담함 지키네.

風陰原野悲 바람 음산하니 들판 슬프고,

月黑庭除暗 달 어둑하니 뜰 캄캄하네.

浙瀝靜先知 씽씽 고요함 먼저 아는데,

崩奔誰與探 물결 부딪는듯함 누구랑 찾을까?

坐想靑瑤林 앉아서 푸른 구슬 숲 생각하자니,

寒光生素艶 차가운 빛 흰 아름다움에서 생겨나네.

 

 

105. 내가 엎드려 판원 어르신께서 보여주신 맑게 개임을 기뻐하다라는 구절을 뵙게 되었는데 갑작스레 받들어 답하여 웃으며 봐주시기를 엎디어 빌다 熹伏蒙判院丈垂示用韻, 喜晴之句, 率爾奉酬, 伏乞笑覽

 

 

客枕終難穩 나그네 베개 맡 끝내 안온하기 어려워,

歸來鼾息深 돌아오니 코고는 소리 깊네.

曉鷄回遠夢 새벽 닭 먼 꿈 속에 돌아오고,

缺月掛空林 이지러진 달 빈 숲에 걸려 있네.

氷谷晨加帽 얼음 계곡에서는 새벽에 모자 쓰고,

晴窓晝解襟 맑게 갠 창에서는 낮에 옷깃 풀어헤치네.

詩筒多妙語 시축 담는 통에 절실한 말 많아,

仍喜舊盟尋 또한 옛 맹세 찾음 기뻐하네.

 

 

106. 매령에 오르다 登梅嶺

 

 

去路霜威勁 가는 길에는 서리 위세 굳세더니,

歸程雪意深 돌아오는 길에는 눈 내리려는 뜻 깊다네.

往還無幾日 갔다 오는데 몇일 걸리지 않았으나,

景物變千林 경치 온 숲 바뀌었네.

曉磴初移屐 새벽 돌비탈길 처음 나막신 옮기니,

寒雲欲滿襟 차가운 구름 옷깃에 가득하려 하네.

玉梅疎半落 옥 같은 매화 성글어 반은 떨어졌는데도,

猶足慰幽尋 오히려 그윽한 경치 찾아 위안하기에 족하네.

 

 

107. 눈이 오려하다 雪意

 

 

向晩浮雲四面平 저녁 되어가니 뜬 구름

사방에 평평해지더니,

北風號怒達天明 북쪽 바람 성난 듯

날 밝을 때까지 울부짖네.

寒窓一夜淸無睡 차가운 창 밤 내내

맑아 잠 못 이루니,

擬聽杉篁葉上聲 삼나무 대나무에 눈 내리는 소리

내 들으려네.

 

108109. 엊저녁에는 눈이 내리는 줄 몰랐다가 새벽에 일어나 사방을 바라보니 먼 봉우리들이 모두 이미 경치가 변하여 다시 원래 시의 각운자를 써서 절구 두 수를 짓는다 昨夕不知有雪, 而晨起四望, 遠峯皆已變色, 再用元韻, 作兩絶句

 

 

108

朔風吹盡暮雲平 북풍 저녁 구름

다 불어내 평온해지고,

室暖爐紅睡達明 방 따뜻하고 화롯불 빨개

밝을 때까지 잠들었네.

但怪朝來滿山白 다만 괴이쩍긴 아침 되어

온 산 희어졌는데도,

不知昨夜打窓聲 지난 밤 창문 때리는 소리

알아채지 못한 것이라네.

 

109

千林無葉一川平 온 숲에 잎 없고

온 시내 평평한데,

萬壑瓊瑤照夜明 모든 골짝 아름다운 옥

밤 밝게 비추네.

未覺殘梅飄落盡 남은 매화 나부끼며

다 떨어짐 깨닫지 못했는데,

只愁羌管不成聲 다만 강적 소리

이루지 못함 근심스럽네.

 

 

110. 언집과 충보를 받들어 모시고 함께 서암산에서 놀다가 삼가 보전사군께서 남기신 제목의 각운자를 써서 짓는다 奉陪彦集充父同游瑞巖謹次莆田使君留題之韻

 

 

踏破千林黃葉堆 많은 숲 걸어서 지나가자니

누런 잎 쌓여 있고,

林間臺殿鬱崔嵬 숲 사이 누대와 전각

막히어 삐죽 솟았네.

谷泉噴薄秋逾響 골짜기 샘물 내뿜는 소리

가을되니 더욱 울리고,

山翠空濛晝不開 산의 비취빛 흐릿하여

낮에도 개이질 않네.

一壑祗今藏勝槪 한 골짜기 지금

빼어난 경치 숨기고 있고,

三生疇昔記曾來 삼생 중 옛날에

일찍이 왔던 기억 있네.

解衣正作留連計 옷 벗고 막 머물러

있으려는 계책 세웠으니,

未許山靈便郤回 산신령 곧 돌아가라 함

허락하지 않으리라.

 

 

111. 엎디어 조청헌공이 서암산에 지어 남긴 시를 읽고 감탄하던 나머지 원래의 각운자를 그대로 써서 쫓아 짓는다 伏讀趙淸獻公瑞巖留題感歎之餘追次元韻

 

 

趙公名迹此猶微 조공의 이름과 자취

이때는 아직 보잘 것 없었으나,

已薦行藏第一機 이미 행함과 숨음

첫째 가는 뜻을 말하였네.

直自當年留翰墨 바로 그해

글 지어 남긴 후로,

至今窮谷尙光輝 지금껏 궁벽한 골짜기에서

아직도 빛 발하네.

時淸諫疏空遺藁 시절 맑아 간언한 소장

공연히 원고 버리고,

歲晩高齋自掩扉 만년에는 고재에서

스스로 삽짝문 걸었다네.

高齋, 公晩年所居, 每夕獨處一室, 使人扃其外云

고재는 공이 만년에 거처하던 곳으로 매일 저녁 혼자 한 방에서 거처하며 사람을 시켜 바깥에서 닫아걸게 하였다한다

珍重九原如可作 진중하게나, 구원에서

일어날 수만 있다면,

問渠何處是眞歸 묻노니 어느 곳이

진짜로 돌아갈 곳인가?

 

 

112113. 엎디어 두 유공께서 서암에 지어 남기신 시를 읽어보고 회포가 일어 눈물이 떨어지기에 기꺼이 원래 각운자를 그대로 쫓아 우연히 두 수를 짓는다 伏讀二劉公瑞巖留題感事興懷至於隕涕追次元韻偶成二篇

 

 

112

誰將健筆寫崖陰 누가 굳센 붓 가지고

벼랑의 그늘에 썼는가?

想見當年抱膝吟 그 해에 무릎 안고

읊조리심 생각해 보네.

緩帶輕裘成昨夢 띠 느슨히 하고 갖옷 가벼이 하는

지난 꿈 이루시니,

遺風餘烈到如今 남기신 풍도와 남기신 공

지금까지 이르네.

西山爽氣看猶在 서산의 상쾌한 기운 보니

아직 그대로 있는데,

北闕精誠直自深 북쪽 궁궐 향한 정성

곧장 절로 깊다네.

故壘近聞新破竹 옛 보루에서 근자에 새로이

대나무 쪼개듯 한 기세 들었는데,

起公無路祗傷心 일 일으키려해도 방법 없어

마음만 아플 뿐이라네.

 

右懷寶學公作, 近聞西兵進取關陝, 其帥卽公舊部曲也

위는 보학공을 그리며 지었다. 근래에 듣자니 서쪽의 군대가 관섬으로 들어가 그것을 취하였다 하는데 그 장수는 곧 공의 옛 마을 사람이다

 

113

投紱歸來臥赤城 인끈 내던지고돌아와

적성에 누웠는데,

家山無處不經行 고향 지나가지

않은 곳 없다네.

寒巖解榻夢應好 한암에서 걸상 풀었으니

꿈 응당 좋았을 것이고,

絶壁題詩語太淸 절벽에 시 지으니

말씀 아주 맑았다네.

陳迹一朝成寂寞 묵은 자취 하루 아침에

쓸쓸해졌고,

靈臺千古自虛明 영대는 천고에

홀로 비어 밝아졌다네.

傳來舊業荒蕪盡 전해온 옛 학업

모두 거칠어졌으니,

慙愧秋原宿草生 가을 언덕에

묵은 풀 남 부끄럽다네.

 

右懷病翁先生作, 翁領崇道祠官, 故有赤城之句

위는 병옹선생을 그리며 지었다. 병옹이 일찍이 숭도사관을 거느렸기 때문에 적성이란 구절을 썼다

 

728x90

'고전원전자료 > 주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자6  (7) 2025.06.09
주자6  (0) 2025.06.09
주자 4  (4) 2025.06.07
주자대전 3  (3) 2025.06.07
주자대전 2  (5)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