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백록동부 白鹿洞賦
백록동부는 동주 회옹(晦翁)이 지은 것이다. 회옹이 이미 동에 다시 서원을 짓고서 또 그 일을 기록하여 학자들에게 보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白鹿洞賦者 洞主晦翁之所作也 翁旣復作書院洞中 又賦其事 以示學者 其詞曰
承后皇之嘉惠 후황의 아름다운 은혜를 받아
宅廬阜之南畺 여산의 남쪽 지경에 오두막을 지었네
閔原田之告病 높은 지대의 밭이 흉년 듦을 불쌍히 여기고
惕農扈之非良 권농사인 나의 어질지 못함을 근심하네
粵冬孟之旣望 11월 16일
夙余駕乎山之塘 일찍이 나는 산의 연못에서 출발하네
徑北原以東騖 북쪽 언덕을 경유하여 동쪽으로 치달려
陟李氏之崇岡 이가산의 높은 등성에 오르네
지명이 이가산이다. 地名李家山
揆厥號之所繇 그 이름이 생겨난 이유를 헤아려보다가
得頹址於榛荒 개암나무 덤불에서 무너진 옛터를 찾았네
曰昔山人之隱處 옛 산인 이발이 은거하던 곳이
至今永久而流芳 지금까지 영원토록 아름다움을 전하네
진순유의 여산기에 ‘당나라 이발이 형인 섭과 함께 백록동에 은거하였다가 뒤에 강주자사가 되어 백록동에 누대와 정자를 짓고 흐르는 물로 주위를 둘러싸고 꽃과 나무를 뒤섞어 심었는데 당시의 명승지가 되었다. [陳舜兪廬山記云 唐李渤字濬之 與兄涉偕隱白鹿洞 後爲江州刺史 乃卽洞創臺榭 環以流水 雜植花木 爲一時之勝]
自昇元之有土 승원 연간에 토지를 소유한 때부터
始變塾而爲庠 비로소 가숙(家塾)이 변하여 국상(國庠)이 되었네
儼衣冠與絃誦 의관과 학업을 위엄있게 하니
紛濟濟而洋洋 선비들이 많고 학업이 성대하였네
여산기에 ‘남당 승원 연간에 백록동에 학관을 세우고 전답을 설치하여 여러 학생들 먹이니 배우는 자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이에 국자감 구경 이선도를 백록동의 주인으로 삼아 교수를 관장하게 하였다’고 하였다. 강남야사에 또 ‘당시에 그것을 백록국상이라고 불렀다’라고 하였다. [廬山記又云 南唐昇元中 因洞建學館 置田以給諸生 學者大集 乃以國子監九經李善道爲洞主 掌其敎授 江南野史亦云 當時謂之白鹿國庠]
在叔季而且然 오대십국의 혼란기에도 오히려 이와 같았는데
矧休明之景運 하물며 아름답고 밝은 좋은 운이 있는 송나라에서랴.
皇穆穆以當天 황제께서 아름다운 용모로 천명을 받으니
一軌文而來混 문물이 한결같이 통일되었네
念敦篤於化原 교화의 근원인 학교 설립에 돈독히 하고자 생각하여
乃搜剔乎遺遯 은일한 선비를 찾게 되었네
肦黃卷以置郵 역을 설치하여 서적을 반포하여
廣靑衿之疑問 푸른 옷입는 학사들의 의문을 풀어주었네
樂菁莪之長育 뛰어난 인재들을 교육하는 것을 기뻐하고
拔雋髦而登進 영특한 인재를 선발하여 벼슬길에 추천하네
장덕상이 지은 『국조회요』 를 살펴보면, ‘태평흥국 2년(977)에 강주 지사 주술이 구경을 백록동에 하사할 것을 요청하니 임금이 그 청을 들어 줄 것을 허락하여 역말로 실어 보냈다. 6년에 백록동의 주인 명기를 채주보신주보로 삼아 유학을 밝히고 향교를 번성케 하였다’라 하였다. [謹按國朝會要 太平興國二年 知江州周述 乞以九經 賜白鹿洞 詔從其請 仍驛送之 六年以洞主明起爲蔡州褒信主簿 旌儒學 榮鄕校也]
迨繼照於咸平 함평 연간에 진종이 왕위를 계승하니
又增修而罔倦 더욱 중수하여 게으르지 않았네.
서원기에 또 ‘함평 5년에 왕명으로 중수하고 또 공자와 십철의 상을 빚었다’라고 하였다. [廬山記又云 咸平五年 敕重修 又塑宣聖十哲之象]
旋錫冕以華其歸 문득 손면에게 하사하여 그 돌아감을 영광되게 하였으며
琛亦肯堂而詒孫 침도 또한 집을 지어 자손들에게 남겨 주었네
곽상정의 서원기에 ‘상부 초에 직사관 손면이 병으로 조성에 사직할 때 백록동을 얻어 노년을 마치기를 원하니 임금이 들어줄 것을 허락하였으나 돌아가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황우 5년에 그 아들 비부랑중 침(琛)이 곧 학교의 옛터에 집을 짓고 서당이라고 붙이고 자제들로 하여금 거처하며 공부하도록 하였다. 사방의 선비들 중에 배우러 오는 자는 또한 음식을 공급하였다. [郭祥正書院記云 祥符初 直史館孫冕 以疾辭于朝 願得白鹿洞以歸老 詔從之 冕未及歸而卒 皇祐五年 其子比部郎中琛 卽學之故阯爲屋 榜曰書堂 俾子弟居而學焉 四方之士來者 亦給其食]
悵茂草於熙寧 희녕 연간에는 폐허가 되어 풀만 무성한 것을 슬퍼하였으니
尙茲今其奚論 오히려 지금이야 무엇을 논할 수 있으랴!
노산기에 ‘희녕 연간에 지었으나 이미 초목만 무성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廬山記 熙寧中作 已云鞠爲茂草矣]
天旣啓余以堂壇 하늘이 이미 나에게 서당과 단을 세울 것을 계시하고
友又訂余以冊書 벗들도 나에게 서책으로 바로잡아 주었네
처음 찾아갔을 때 나뭇꾼이 그 곳을 알려 주었는데, 객 양방 자직이 드디어 일으켜 세울 계획을 마련하였고 얼마후 유청지 자징도 또한 옛 사실들을 모아서 보내주었다. [尋訪之初 得樵者指告其處 客楊方子直 遂贊興作之謀 旣而劉淸之子澄 亦裒集故實來寄]
謂此前脩之逸迹 이는 전대 현인의 뛰어난 자취라 이를만하니
復關我聖之宏■ 다시 우리 성인의 넓은 규모에 관여되는구나
亦旣震于余衷 또한 이미 내 속마음에 일어나
乃謀度而咨諏 계획하고 헤아려서 자문하고 의논하였네
尹悉心以綱紀 성자현령 왕중걸은 마음을 다하여 기강을 세우고
吏竭蹶而奔趨 아전들은 힘을 다하여 분주히 움직였네
士釋經而敦事 선비들은 경서를 놓아두고 작업에 힘쓰고
工殫巧而獻圖 장인들은 솜씨를 다하여 설계도를 바치네
曾日月之幾何 드디어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屹厦屋之渠渠 우뚝한 큰 집이 깊고도 넓구나
일의 전말은 여조겸 백공이 지은 서원기에 자세하다. 事具呂祖謙伯恭所作書院記
山蔥瓏而遶舍 산은 푸르게 집을 둘러쌌고
水汩㶁而循除 물은 빨리 흘러 섬돌을 돌아가네
諒昔人之樂此 옛 현인인 이발이 이 곳을 즐김을 헤아려 보니
羌異世而同符 시대는 다르나 의취는 동일하네
偉章甫之峩峩 우뚝히 큰 장보관 쓴 선비들이
抱遺經而來集 경전을 안고 모여드네
豈顓眺聽之爲娛 어찌 오로지 산수를 즐기는 것 만으로
實覬宮牆之可入 진실로 궁장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랄 수 있으랴
愧余修之不敏 내의 수양함이 보잘 것 없음을 부끄러워하노니
何子望之能給 어찌 그대들의 바램에 부응할 수 있으랴
矧道體之亡窮 하물며 도체의 무궁무진함을
又豈一言而可緝 또 어찌 한마디 말로써 표현할 수 있으랴
請姑誦其昔聞 잠깐 옛날에 들은 바를 가르쳐주고자 하니
庶有開於時習 때때로 익히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네
曰明誠其兩進 밝힘과 성실함이 둘 다 발전하고
抑敬義其偕立 또한 경과 의도 모두 확고하네
允莘摯之所懷 유신의 이윤이 품은 뜻을 진실되게 하고
謹巷顔之攸執 누추한 거리의 안연이 지킨 바를 삼가네.
彼靑紫之勢榮 저 고관들의 영화로운 권세를
亦何心乎俛拾 또한 어찌 쉽게 얻기에 마음쓰겠는가!
亂曰 난사에 말하기를,
澗水觸石 시냇물이 바위에 부딪쳐
鏘鳴璆兮 쨍그렁 아름다운 옥소리 울리며
山木苯■ 산의 우거진 나무
枝相樛兮 가지가 서로 얽혀있네
彼藏以修 학문을 마음에 품고 익히며
息且游兮 휴식하고 즐기도다.
德崇業茂 덕이 높이 사업이 융성함은
聖澤流兮 성군의 은택이 널리 펴침일세
往者弗及 옛 현인에게 미칠 수 없으니
余心憂兮 내 마음이 괴롭구나
來者有繼 앞으로 올 후학들이 계승하리니
我將焉求兮 내가 장차 무엇을 구하리
2. 감춘부 感春賦
觸世塗之幽險兮 어둡고 험악한 세상을 만났으니
攬余轡其安之 나의 말고삐를 잡고 어디로 가야하나
慨埋輪而縶馬兮 수레바퀴를 묻고 말을 잡아 맴이 개탄스러우니
指故山以爲期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기약하네
仰皇鑒之昭明兮 하늘의 거울이 밝게 비춰줌을 우러러보고
眷余衷其猶未替 내 마음이 아직 쇠락하지 않음을 돌아보네
抑重巽於旣申兮 이미 내리신 조서를 철회하시어
徇耕野之初志 들에서 농사지으려던 애초의 뜻을 따르게 하셨네
自余之旣還歸兮 내가 이미 고향에 돌아옴으로부터
畢藏英而發春 꽃이 감추어지는 가을 겨울이 다 지나고 봄을 맞았네
潛林廬以靜處兮 숲속 오두막에 은거하며 고요히 지내니
闃蓬戶其無人 대문은 고요히 찾아오는 사람 없도다.
披塵編以三復兮 먼지 쌓인 경전을 펼쳐 여러번 읽으니
悟往哲之明訓 옛 성인들의 밝은 가르침을 깨달을 수 있네
嗒掩卷以忘言兮 멍하니 책을 덮고 의미를 이해하니
納遐情於方寸 원대한 생각이 마음속에서 생겨나네.
朝吾屣履而歌商兮 아침에는 짚신 끌고 상조로 노래하며
夕又賡之以淸琴 저녁에는 또 청조로 거문고를 연주하네
夫何千載之遙遙兮 어찌 천년의 세월이 그리도 아득한지
乃獨有會於余心 오직 나만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도다.
忽嚶鳴其悅豫兮 갑자기 기쁘게 지저귀는 새소리 듣고
仰庭柯之蔥蒨 푸르른 뜰의 나뭇가지를 바라보네
悼芳月之旣徂兮 아름 다운 계절이 이미 지나감을 슬퍼하고
思美人而不見 미인을 생각하나 볼 수가 없네
彼美人之脩嫭兮 저 미인은 빼어나게 아름다워
超獨處乎明光 초연히 홀로 밝은 빛 속에 살고 있네
結丹霞以爲綬兮 붉은 놀을 묶어 끈을 만들어
佩明月而爲璫 밝은 달을 꿰어 귀걸이를 만드네.
悵佳辰之不可再兮 아름다운 시절이 다시 올 수 없음을 슬퍼하고
懷德音之不可忘 훌륭한 말씀을 마음에 품고 잊지 못하네
樂吾之樂兮 내가 즐거워하는 바를 즐기니
誠不可以終極 진실로 지극함을 다할 수 없도다.
憂子之憂兮 그대가 근심하는 바를 걱정하니
孰知吾心之永傷 내 마음이 영원히 상심스러움을 누가 알리오.
3. 공동부 空同賦
何孟秋之玄夜兮 어찌 그리도 초가을 밤은 어두운지
心憀戾而弗怡 마음이 슬프고 한스러워 온화하지 않네
偃予軀之旣寧兮 내 몸을 누인 곳은 이미 편안하나
神杳杳兮寒閨 홀로 자는 쓸쓸한 방에 정신이 아득하네
雲屋掩而弗扃兮 운옥을 닫았으나 빗장을 걸지 않았고
壁帶耿而夜光 시렁에 불빛이 있어 밤에도 빛나네
宕予魄而不得視兮 나의 혼백이 방탕하여 볼 수가 없으니
悵竚立其怔營 슬프게 우두커니 서서 슬퍼하네
靈脩顧予而一笑兮 영수가 나를 보고 한 번 웃으니
懽並坐之從容 함께 앉아 종용함을 기뻐하네
寐將分而不忍兮 잠이 막 깨려하나 차마 깰 수 없으니
旦欲往而焉從 아침에 가고자 하나 어디로 가야하나
眷予衷之廓落兮 내 마음의 허무하고 쓸쓸함을 돌아보니
奄愁結而增忡 문득 근심이 맺혀 더욱 걱정되네
超吾升彼崑崙兮 초연히 내가 저 곤륜산으로 오르니
路脩遠而焉窮 길은 아득히 머니 어디에서 끝나는가
忽憑危以臨睨兮 문득 우뚝한 곳에 올라 내려다보니
薉廣寒與閬[平]風 달과 낭풍령이 가리워져 있네
信眞際之明融兮 진실로 우주의 본체가 밝고 명백하니
又何必懷此夢也 또 하필이면 이 꿈을 마음 속에 품겠는가
矢予詞以自寫兮 나의 글로 진술하여 스스로 마음을 쏟아내네.
盍將反予旆乎空同 어찌 장차 공동산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으랴
券之一 詩(繼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