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원전자료/주자서

주자 4

황성 2025. 6. 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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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바위의 계수나무

巖桂

 

 

山中綠玉樹 산 속의 푸른 옥나무,

蕭灑向秋深 맑고 깨끗하게 가을 향하여 깊어가네.

小閣芬微度 작은 누각에 향기 약하게 풍기고,

書帷氣欲侵 서재의 휘장에 향기 스미려하네.

披懷淸露曉 가슴 헤치니 새벽 이슬 맑고,

遇賞夕嵐陰 감상 받으니 저녁 이내 어둑하네.

珍重王孫意 진중하시게 왕손의 뜻,

天涯淚滿襟 하늘가에 눈물 옷깃 가득하다네.

 

 

97. 가을 회포

秋懷

 

 

井梧已飄黃 우물의 오동나무 이미 누렇게 나부끼는데,

澗樹猶含碧 시내의 나무는 아직도 짙푸름 머금고 있네.

煙水但逶迤 안개낀 물 다만 구불구불하고,

空齋坐蕭瑟 빈 서재는 더욱 소슬해지네.

端居生遠興 평상시 거처하자니 먼 흥취 생겨나고,

散漫委書帙 어수선하게 책 되는대로 흩어놓았네.

愛此北窓閑 이 북쪽 창 한가로움 사랑하여,

時來岸輕幘 이따금 와서 가벼운 두건 밀어 올리네.

微鍾忽迢遞 은은한 종소리 별안간 아득해지고,

禽語破幽寂 새 소리 그윽한 적막감 깨뜨리네.

賞罷一怡然 감상 끝나니 한번 마음 흡족해지고,

淡泊忘所適 욕심없고 깨끗해져 갈 곳 잊었다네.

 

 

98. 날씨가 개임을 기뻐하다

喜晴

 

 

衝飇動高柳 빠른 바람 높은 버드나무에서 움직이고,

淥水澹微波 맑은 물은 잔잔한 물결 찰랑이네.

日照秋空淨 해 비치니 가을 하늘 깨끗하고,

雨餘寒草多 비온 뒤라 차가운 풀 많네.

放懷遺簿領 마음 여니 공문 장부 내버려두고,

發興託煙蘿 흥 일어나니 안개낀 여라에 내맡기네.

忽念故園日 별안간 옛 동산에 놀던 날 생각하여,

東阡時一過 동쪽 두둑 때마침 한번 지나가 보네.

 

 

99. 밤에 짓다

夜賦

 

 

暗窓螢影亂 어두운 창에 반딧불이 그림자 어지럽고,

秋幃露氣深 가을 휘장에는 이슬 기운 짙네.

群籟喧已寂 뭇 소리 시끄럽게 울리는가 하더니 이미 고요해지고,

靑天但沈沈 푸른 하늘은 다만 어둑어둑하다네.

惻愴懷高侶 몹시 슬피 뜻 높은 짝 품어보고,

幽黙抱沖襟 잠자코 흉금 안아보네.

遙憶忘言子 아득히 말 필요없는 사람 생각나서,

一寫山水音 한번 산과 물소리 써내네.

 

 

100. 새벽 산보

曉步

 

 

初日麗高閣 갓 뜬 해 높은 누각에 곱고,

廣步愛脩廊 너른 걸음 긴 행랑 사랑하네.

重門掩秋氣 겹문은 가을 기운에 가리우고,

高柳廕方塘 높은 버들은 모난 연못 그늘지우네.

閩海冬尙溫 민중의 바다는 겨울인데도 아직 따뜻하고,

晏陰天未霜 편안한 그늘에선 하늘에서 아직 서리 내리지 않네.

坐悲景物殊 슬픈 것 경물 빼어나서인데,

亦念歲時荒 또한 세월 거칢 생각한다네.

故園屬佳辰 옛 동산 아름다운 때일 터이니,

登覽遍陵岡 높은 곳 올라 구릉과 언덕 두루 살피네.

賓遊盡才彦 노니는 손님 모두가 재주 있는 선비인데,

蕭散屛壺觴 소쇄하여 술병과 술잔 멀리한다네.

別來時已失 따로 오니 때 이미 잃었거늘,

懷思寧蹔忘 품은 생각 어찌 잠시 잊으리오?

宦遊何所娛 벼슬살이 무엇이 즐겁겠는가?

要使心懷傷 마음 속 회포만 상하려하네.

 

 

101. 있던 일을 적다

書事

 

 

重門掩晝靜 겹문 닫혀 있어 낮에도 조용하여,

寂無人境喧 고요하니 사람 사는 곳의 시끄러움 없네.

嚴程事云已 빡빡한 일정 다 끝나가고,

端居秋向殘 편안히 지내자니 가을 저물어가네.

超搖捐外憲 아득히 바깥세상의 법도 버리니,

幽黙與誰言 침묵 지키며 누구와 말하겠는가?

卽此自爲樂 이곳에서 스스로 즐긴다면,

何用脫籠樊 어찌 새장 벗어날 필요 있으리?

 

 

102. 817일 밤에 달이 뜨다

八月十七夜月

 

 

忽忽秋逾半 쌩쌩하며 가을도 반이나 지났는데,

淸暉萬里同 맑은 빛은 만리 떨어져도 똑같네.

遙知竹林夜 아득히 대나무 숲 밤인 줄 알고,

共賞碧雲空 함께 푸른 구름 빈 것 감상하네.

寂寞盈尊酒 쓸쓸하게 잔에 술 채우고,

凄凉滿院風 처량하게 뜰에 바람 가득하네.

寒塘空自綠 차가운 못 부질없이 절로 푸르러,

不似小園東 작은 동산 동쪽과는 같지 않네.

 

 

103104. 서재에서 생각하다, 두 수

憶齋中二首

 

 

103

高齋一遠眺 높은 서재에서 한번 멀리 바라보니,

西南見秋山 서남쪽에 가을 산 보이네.

景翳夕陰起 햇볕 흐릿해지더니 저녁 그림자 일어나고,

竹密幽禽還 대나무 빽빽한데 그윽한 새들 돌아오네.

賞愜慮方融 완상함 상쾌하니 근심 바야흐로 녹고,

理會心自閑 이치 깨달으니 마음 절로 한가로워지네.

誰料今爲客 누가 생각이나 했으리? 지금 나그네 되어,

寥落一窓間 한 창문 사이에서 쓸쓸히 보낼 줄을.

 

104

蟋蟀亂秋草 귀뚜라미 가을 풀 속에서 어지러이 울어대니,

故園風露深 옛 동산에도 바람과 이슬 짙어가겠지.

何因不歸去 무슨 이유로 돌아가지 않는가?

坐使百憂侵 온갖 근심 엄습하게 한다네.

 

 

105. 가을 저녁

秋夕

 

 

秋風桂花發 가을 바람에 계수나무 꽃 피고,

夕露寒螿吟 저녁 이슬에 쓰르라미 읊조리네.

歲月坐悠遠 세월 어느덧 아득하게 멀고,

江湖亦阻深 강호 또한 험하고 깊다네.

紛思寧復整 어지러운 심사 어찌 다시 바로잡으리?

離憂信難任 이별의 슬픔 실로 견디기 어렵다네.

終遣誰爲侶 끝내 누가 짝 되게 하려는가?

獨此澹冲襟 홀로 여기 있으니 흉금 담담하다네.

 

 

106. 산중에 있는 친구를 꿈꾸다

夢山中故人

 

 

風雨蕭蕭已送愁 비바람 쏴쏴

이미 시름 보내었으나,

不堪懷抱更離憂 회포 견디지 못하고

이별의 슬픔 더해가네.

故人只在千巖裏 옛 친구 다만

천 겹 바위 골짝에 있는데,

桂樹無端一夜秋 계수나무에 끝없이

밤새 가을 바람 부네.

把袖追歡勞夢寐 소매 잡고 기쁨 좇으며

몽매간에 애쓰며,

擧杯相屬暫綢繆 술잔 들고 서로 권하니

잠시 정회 얽히네.

覺來却是天涯客 오히려 하늘가의 나그네임

깨닫고 보니,

簷響潺潺瀉未休 처마 소리 졸졸

흘러서 그치지 않네.

 

 

107. 황수를 그리워하다

懷子厚

 

 

中夏辭故里 한여름에 고향을 떠나,

涉秋未停車 가을 되도록 수fp 멈추지 못했네.

賓友坐離闊 손님과 벗 서로 떨어진지 오래되어,

田園想棒蕪 전원 잡초 도리깨질 생각하네.

感玆風露朝 이 바람불고 서리내리는 아침 느껴져,

起望一煩紆 일어나 바라보니 한번 번거로이 뒤얽히네.

眷彼忘言子 저 말 필요없는 사람 돌아보나,

鬱鬱西齋居 우울하게도 서쪽 서재에 있네.

俯飮蒼澗流 고개 숙여 푸른 시냇물 마시고,

仰咏古人書 우러러 옛 사람들 책 읊조리네.

名應里閭薦 이름 향리의 추천에 응하였거늘,

心豈榮利俱 마음 어찌 영예와 이익 함께하리오?

琅然撫枯桐 쨍그렁 마른 오동나무 어루만지는데,

幽韻泉谷虛 그윽한 운치 샘 골짝 비었네.

褰裳欲往聽 아랫도리 걷고 가서 듣고 싶으나,

乖隔靡所如 멀리 떨어져 갈 곳 없네.

 

 

108. 남안으로 가는 도중에

南安道中

 

 

曉澗淙流急 새벽 시내 졸졸 흐름 빠르고,

秋山寒氣深 가을산은 차가운 기운 깊네.

高蟬多遠韻 높은 매미 먼 운치 많고,

茂樹有餘陰 우거진 나무에는 그늘 많다네.

煙火居民少 연기 불 사는 사람 적고,

荒蹊草露侵 거친 길에는 풀 이슬 쳐들었네.

悠悠秋稼晩 유유히 가을 농가 저물어 가는데,

寥落歲寒心 날 추워진 뒤의 마음 쓸쓸하다네.

 

 

109. 시내에 드리운 등나무

垂澗藤

 

 

寒泉下碧澗 차가운 샘 아래의 짙푸른 시내,

古木垂蒼藤 오래된 나무에 푸른 등나무 드리워져 있네.

蔭此萬里流 이 만리 흐르는 시내에 그늘 드리우고,

閑花自層層 한가로운 꽃은 절로 겹겹이 있네.

何人賞幽致 그윽한 운치 감상하는 이 누구인가?

白髮岩中僧 백발 휘날리는 암혈 속의 중이라네.

 

 

110. 시내를 굽어보는 바위

臨流石

 

 

偃蹇西澗濱 서쪽 시냇가에 비스듬히 누운 것이,

枵然似枯木 휑하니 마치 고목 나무 같네.

下有幽泉鳴 아래로는 그윽한 샘 소리 내고,

上有蒼苔綠 위로는 짙푸른 이끼 푸릇푸릇하네.

來往定何人 오가는 사람 정녕코 어떤 이인가?

山空此遺躅 산은 비었는데 이곳에 자취만 남겨 놓았네.

 

 

111. 벼랑에 걸린 물

懸崖水

 

 

秋天林薄疎 가을철 빽빽한 숲 성글어졌는데,

翠碧呈淸曉 비취빛 짙푸른 색 맑은 새벽에 드러내네.

迢遞瀉寒泉 아득히 차가운 샘물 쏟아지고,

下有深潭悄 아래로는 깊은 못 고요하네.

時飄桂葉來 이따금 계수나무 잎 날려오니,

尋源路殊杳 근원 찾는 길 더욱 아득하네.

 

 

112. 숲을 꿰뚫는 오솔길

穿林徑

 

 

屈曲上雲端 구불구불 위로 구름 끝까지 달하였고,

似向崖陰斷 벼랑의 그늘에서 끊어지듯하네.

行聞山鳥鳴 가는 길에 산새 소리 지저귐 들리는데,

下與泉聲亂 아래로 샘 소리 더불어 어지럽네.

去去不知疲 가도가도 지칠 줄 모르겠더니,

幽林自成玩 그윽한 숲 절로 즐기게 되네.

 

 

113. 99

九日

 

 

故國音書阻一方 고향의 편지

한쪽에 가로막혀 있고,

天涯此日思茫茫 하늘 가에서 이날

생각 망망하기만 하네.

風煙歲晩添離恨 바람과 연기

세밑에 이별의 한 더하고,

湖海尊前卽大荒 호수와 바다도 술바리 앞에서는

넓은 황야와 같네.

薄宦驅人向愁悴 미천한 관직 사람을

근심에 초췌하게 내 모니,

舊遊惟我最顚狂 옛날 노닐던 친구

나를 미치광이라 생각하네.

細思萬石亭前事 곰곰이 만석정

앞에서의 일 생각해 보니,

辜負黃花滿帽香 모자 가득 향기 풍기던

누런 국화의 뜻 저버렸네.

 

 

114. 성루의 부역을 감독하다

督役城樓

 

 

天高無遊氣 하늘은 높고 떠다니는 기운 없는데,

林景澹餘暉 숲의 경치 남은 빛 깨끗하네.

感此霜露節 이 서리와 이슬 내리는 절기 느껴지나,

但傷風土非 다만 풍토 다름에 마음 상할 뿐이라네.

季秋時序溫 늦가을 철 따뜻하여,

百卉不復腓 모든 초목 더 이상 시들지 않네.

祗役郊原上 다만 성밖 들판에서 일하자니,

暄風一吹衣 따뜻한 바람 한번 옷에 불어오네.

仕身諒無補 벼슬하는 몸 실로 보잘 것 없어,

課督慙飢羸 부역 독촉하자니 주리고 마른 이들에 부끄럽네.

還憶故園日 다시 옛 동산에서 놀던 일 생각나,

策杖田中歸 지팡이 짚고 전원으로 돌아간다네.

 

 

115. 다시 이르러 짓다

再至作

 

 

荒城一騁望 거치른 성에서 한번 달리며 바라보니,

落景麗譙門 지는 해에 망루의 누대 곱네.

隱隱鍾猶度 은은한 종소리 아직도 들려오고,

依依嵐欲昏 하늘하늘 이내 어둑해지려 하네.

風霜非故里 바람과 서리 고향의 것 아닌데,

禾黍但秋原 벼와 기장 다만 가을 들판이라네.

極目歸來晩 눈 다하여 돌아옴 늦으니,

玆懷誰與論 이 마음 누구와 더불어 논하리오?

 

 

116. 저녁에 바라보다

晩望

 

 

禾黍彌乎野 벼와 기장 들판에 널려 있으니,

凄凉故國秋 고향의 가을 쓸쓸하다네.

淸霜凝碧樹 맑은 이슬 짙푸른 나무에 맺혀 있고,

落日翳層丘 지는 해는 층진 언덕으로 숨네.

覽物知時變 사물 둘러보니 철 변함 알겠고,

爲農覺歲遒 농사 지으니 한해 다감 알겠네.

不堪從吏役 관리의 일 좇음 견디지 못하겠으니,

憔悴欲歸休 초췌해져 돌아가 쉬고 싶네.

 

 

117. 저계로 가는 도중에

苧溪道中

 

 

秋山有紅樹 가을 산에 붉은 나무 있어,

忽憶野田中 별안간 들판의 밭에 있을 때 생각하네.

禾黍收將盡 벼와 기장 걷이 거의 끝나가는데,

氛埃晩欲空 티끌 먼지 저녁 되니 비려하네.

登原悲落景 언덕에 올라보니 지는 해 슬프고,

倚杖怯高風 지팡이 의지하니 높은 바람 겁나네.

更有寒塘水 더욱이 차가운 못물 있으니,

應將此處同 장차 이곳 함께 하리라.

 

 

118. 10월 초하룻날 아침에 선영을 그리워하며 짓다

十月朔旦懷先隴作

 

 

十月氣候變 시월이라 기후 변하여,

獨懷霜露悽 홀로 서리와 이슬 쓸쓸함 생각하네.

僧廬寄楸檟 중의 오두막에서 개오동나무 부쳤는데,

饋奠失玆時 제수 올리는 일 이에 때 잃었었다네.

竹栢翳陰岡 대나무와 잣나무 그늘진 언덕 가리우고,

華林敞神扉 아름다운 숲은 신의 문으로 탁 트였다네.

汛掃託群隸 물 뿌리고 쓰는 일 여러 중들에게 맡기고,

瞻護煩名緇 돌보고 지키는 일 이름난 중들 귀찮게 하였다네.

封塋諒久安 산소 가토하고 실로 오래도록 편안하였으나,

千里一歔欷 천리 먼 곳에서 한번 탄식한다네.

持身慕前烈 몸가짐 선열 흠모하니,

御訓儻在斯 가르침 모심 홀연히 여기에 있다네.

 

 

119120. 하늘을 거닐며, 두 수

步虛詞二首

 

 

119

扉景廓天津 빛 열리어 하늘의 나루까지 깨끗하게 하고,

空同無員方 허무하고 아득하여 둥글고 모난 것이 없네.

丹晨儛七氣 붉은 새벽에 신선의 일곱 기운 춤을 추고,

朶秀東渟房 동정의 방에서 원기 꽃 피웠네.

飡吐碧琳華 푸른 구슬 꽃 먹었다 토해내고,

仰噏飛霞漿 우러러 나르는 노을 술로 마시네.

竦轡絶冥外 고삐 휘어잡고 하늘 바깥 달리고,

眄目撫大荒 눈 돌려 우주를 바라보네.

策我綠軒輧 내 푸른 수레 채찍질하여,

上際於浪滄 위로 푸른 물결에 이른다.

神鈞亦寥朗 하늘나라 또한 넓고 상쾌한데,

晻靄晨風翔 송골매는 안개 날리네.

養翮塵波裏 세속의 물결 속에서 날개 기르니,

縱神非有亡 자유로운 신도 아랑곳 없네.

一樂無終永 한결같이 끝없는 영원함 즐기니,

千椿詎能當 천년 사는 대추나무 어찌 당할 수 있으리오?

 

120

褰裳八度外 아랫도리 걷고 팔택의 바깥까지 이르고,

竦轡霄上遊 고삐 풀어 하늘 위에 가서 노네.

軒觀隨雲起 높은 헌함과 궁관 구름 따라 일어나고,

偃駕東渟丘 비스듬히 동정의 언덕에서 타네.

丹荑耀瓊岡 붉은 싹 옥 같은 언덕에서 나고,

三素粲曾幽 세 구름은 겹겹의 깊은 산에서 아름답네.

躡景遺塵波 해 쫓으며 티끌 세상 물결 버리고,

偶想卽虛柔 우연히 생각하니 적막하고 고요함이라네.

盻目娛眞際 눈 돌려보며 참된 본성 끝까지 즐기니,

不喜亦不憂 기쁘지도 또한 슬프지도 않다네.

煙波三椿期 안개 물결 대춘의 나이 세 번 지남 기약하는데,

顚徊翳滄流 머뭇머뭇 푸른 물결 가리네.

千載何足道 천년 어찌 말할 것 있으리?

太空自然疇 우주 자연의 무리라네.

 

 

121. 민안으로 가는 도중에

民安道中

 

 

祗役東原路 다만 동쪽 언덕길에서 수고하자니,

長風海氣陰 긴 바람에 바다 기운 흐리네.

蒼茫生遠思 아득하게 먼 생각 생겨나고,

憭慄起寒襟 구슬프게 차가운 옷깃 일어나네.

午泊僧寮靜 낮에는 고요한 중의 집에 묵고,

昏投縣郭深 저물어서는 깊은 현의 외성에 투숙하네.

拙勤終不補 서투른 수고 끝내 보상받지 못하니,

誰使漫勞心 누구로 하여금 수고로운 마음 가득차게 하리?

 

 

122. 서쪽 교외에서 발걸음 내키는대로

西郊縱步

 

 

西郊一遊步 서쪽 성밖으로 한번 놀러나가니,

極目是秋山 눈 닿는 곳 모두 가을 산이라네.

積水羣峰碧 쌓인 물에 비친 뭇 봉우리들 짙푸르고,

淸霜楓樹丹 맑은 서리 맞은 단풍나무는 붉다네.

故園心不展 옛 동산 그리워하는 맘 펴지 못하니,

投策詎能閑 지팡이 던지고 어찌 한번 한가할 수 있으리?

且適平生意 또한 평소의 뜻에 맞으니,

無令雙鉢斑 의발 얼룩지게 하지 말라.

 

 

123. 황자형에게 부침

寄黃子衡

 

 

遠宦去鄕井 멀리 벼슬 살러 고향 떠나오니,

終日無一歡 종일토록 즐거운 일 하나도 없네.

援琴不能操 거문고 당겨 타나 곡조 이룰 수 없어,

臨觴起長歎 술잔 대하니 긴 한숨 일어나네.

我友客京都 나의 벗 서울의 나그네 되어,

肅肅雲天翰 공경스레 조정의 소식 알려주네.

別去今幾時 헤어진 지 지금 얼마나 되었나?

各在天一端 각자 하늘 한쪽 끝에 있네.

有酒不同斟 술 있으나 함께 마시지 못하니,

中情誰與宣 속마음 누구에게 펼치리?

裁詩一問訊 시 지어 한번 안부 묻고,

重使心思傳 거듭 마음 속 생각 전하고자 한다네.

 

 

124. 만리 흐르는 물에 발을 씻다

濯足萬里流

 

 

褰裳緣碧澗 아랫도리 걷고 짙푸른 시내 따라,

濯足憩淸幽 발씻으며 맑고 그윽한 곳에서 쉬네.

却拂千巖石 도리어 천 개의 바윗돌 떨어버리고,

聊乘萬里流 애오라지 만리 흐름 타네.

氛埃隨脫屣 먼지 벗은 신발 따르고,

步武欲橫秋 걸음걸이 가을 가로지르려 하네.

極目滄江晩 온 눈에 드는 푸른 강 저녁인데,

煙波殊未休 안개 물결 특히 쉬지 않고 밀려오네.

 

 

125. 외로운 학이 하늘을 그리워하다

孤鶴思太淸

 

 

孤鶴悲秋晩 외로운 학 가을 깊어감 슬퍼하는데,

凌風絶太淸 사나운 바람 하늘 끊어 놓았네.

一爲棲苑客 한번 원유에 깃든 나그네 되니,

空有叫群聲 부질없이 울부짖는 여러 소리 들리네.

夭矯千年質 득의만만하기는 천년의 자질이요,

飄颻萬里情 훨훨 나는 것은 만리의 마음이라네.

九皐無枉路 깊은 늪지에서 굽은 길 가지 마라,

從遣碧雲生 멋대로 짙푸른 구름 생기게 하리니.

 

 

126. 여러 같은 관료들과 함께 북산의 제전(祭奠)에 참례하고 백암에 들러 조금 쉬다

與同寮謁奠北山過白巖小憩

 

 

聯車涉修坂 잇달은 수레 긴 비탈길 건너,

覽物窮山川 경물 두루 보며 산과 내 다하네.

疎林汎朝景 성긴 숲에는 아침 경치 넘치고,

翠嶺含雲煙 비취빛 재는 운무 머금고 있네.

祠殿何沈邃 사당 얼마나 깊고 깊숙한지,

古木鬱蒼然 고목 울창하게 우거졌네.

明靈自安宅 밝은 신령 스스로 편안하게 거처하고,

牲酒告恭虔 희생과 술로 공경스럽고 경건하게 아뢰네.

肹蠁理潛通 풍성하여 이치 깊이 통하고,

神虯亦蜿蜒 신령스런 규룡 또한 꿈틀거리네.

旣欣歲事擧 이미 한 해 일 일으킴 기쁜데,

重喜景物姸 다시 경물 고움에 기뻐하네.

解帶憩精廬 띠 풀고 정려에서 쉬는데,

尊酌且留連 술잔 따루며 짐짓 오래 이어지네.

縱談遺名跡 거리낌없는 이야기 이름난 자취 남기고,

煩慮絶拘牽 번거로운 생각 얽매임 끊었다네.

迅晷諒難留 빠른 해그림자 실로 붙잡아두기 어려우니,

歸軫忽已騫 돌아가는 수레 어느덧 나는 듯하네.

蒼蒼暮色起 어둑어둑 저녁 빛 일어나는데,

反旆東城阡 동쪽 성 두둑길로 무리 돌아오네.

 

 

127128. 산의 밭을 그리워하며 짓다

懷山田作二首

 

 

127

郊園多所樂 들밖 동산에 즐거운 일 많은데,

況此歲云暮 하물며 한 해 저물어 감에랴!

寒色澹遙空 차가운 기운 아득한 하늘 깨끗하게 하고,

淸霜變紅樹 맑은 서리는 붉은 나무 변하게 하네.

欲舒林表望 숲가 바라보며 회포 풀려 하니,

詎識塵中趣 속세의 취미 어찌 알겠는가?

向晩寂無人 저물도록 쓸쓸히 사람 없으니,

氤氳欲成霧 기운 어리어 안개 피려하네.

冬日 겨울날

 

128

氷溪流已咽 얼음 시내 흐름 이미 메이고,

陰嶺寒方結 응달진 재에는 차가움 바야흐로 맺혔네.

忽値早梅春 별안간 이른 매화 피는 봄 만났으나,

未恐芳心歇 꽃술 다함 걱정되지 않네.

的皪終自姸 또렷하니 마침내 절로 고운데,

殷勤爲誰折 은근하게 누구 위해 꺾어주리오?

千里寄相思 천리에 그리워하는 말 부치니,

相思政愁絶 그리워하는 맘 마침 근심 끊기네.

梅花 매화

 

 

129130. 밤비, 두 수

夜雨,二首

 

 

129

擁衾獨宿聽寒雨 이불 끌어안고 홀로 숙직하며 차가운 빗소리 듣는데,

聲在荒庭竹樹間 소리 거친 숲의 대나무 숲 사이에서 나네.

萬里故園今夜永 만리 고향 동산 오늘 밤 길기만 한데,

遙知風雪滿前山 바람 눈 앞산에 가득함 어렴풋이 아네.

 

130

故山風雪深寒夜 고향 산의 바람 눈 차가운 밤에 깊은데,

只有梅花獨自香 매화만이 홀로 제 향기 풍기네.

此日無人問消息 이날 소식 묻는 사람 없다고,

不應憔悴損年芳 시들어 아름다운 꽃 줄지 않으리.

 

 

131. 서재를 지으려 하다

將理西齋

 

 

欲理西齋居 서재의 거처 짓고자 하니,

厭玆塵境擾 이곳 속세의 경계 시끄러움 싫증나서라네.

發地得幽芳 땅 열어 그윽하고 아름다운 곳 얻었는데,

斸石依寒篠 바위 찍어내니 차가운 조릿대에 의지하네.

閑暇一題詩 한가로운 틈에 시 한 수 지으니,

懷沖獨觀眇 마음 속 온화하여 홀로 아득한 곳 살펴보네.

偶此愜高情 이곳 마주하자니 고상한 마음에 맞는데,

公門何日了 관청의 문 드나듦 언제나 그만두리오?

 

 

132. 같은 해에 급제한 금정의 장태현의 면산정에 지어 부치다 寄題金元鼎同年長泰面山亭

 

 

抗心塵境外 마음 고상하여 속세 바깥에다,

結宇臨秋山 집 지으니 가을 산 내려다보고 있네.

乘高一騁望 높은 곳 타고 한번 실컷 바라다보니,

表裏窮遐觀 안팎으로 먼 경관 다하네.

衆崿互攢列 뭇 봉우리들 서로 모여 열을 지우고,

連岡莽縈環 이어진 언덕 아득히 빙 둘러싸고 있네.

陽崖煙景舒 밝은 낭떠러지에는 안개낀 경치 펼쳐져 있고,

陰壑悲風寒 그늘진 골짝에는 슬픈 바람 차갑네.

碧草晩未凋 짙푸른 풀은 저녁에도 시들지 않고,

林薄已復丹 숲속은 이미 다시 붉어졌네.

仙人吳門子 신선 오문자,

歲晩當來還 해 저물면 돌아오리라.

 

 

133. 동짓날에 구름이 끼어 흐려지더니 비가 내리다

冬至陰雨

 

 

愆陽値歲晏 양기 넘치게 세밑 맞았는데,

忽復層陰結 어느덧 다시 겹친 음기 맺혔네.

一雨散霏微 한 차례 비 부슬부슬 흩어지니,

千林共騷屑 온 숲 모두 솨솨 바람소리 처량하네.

端居遺簿領 편안히 지내며 공문서 내버려두고,

遠意懷幽潔 먼 뜻 품어보니 그윽하고 깨끗하네.

曠慮守微痾 생각 너그러이 하고 하찮은 병 지키자니,

殊方感新節 특히나 바야흐로 새 절기 지키네.

豈伊田廬念 어찌 전원의 오두막 생각하는가?

丘壟心摧折 언덕 무덤에 마음 꺾이네.

還登東嶺岡 다시 동쪽 봉우리의 등성이에 오르니,

瞻竚何由歇 우두커니 바라봄 어디서 그치겠는가?

 

 

134. 안계로 가는 도중의 천석이 매우 기이하여 건주와 검주 사이에 있는 산수의 아름다운 곳과 비슷하다

安溪道中泉石奇甚絶, 類建劒間山水佳處也

 

 

驅車陟連岡 수레 몰아 이어진 언덕 오르고,

振轡出林莽 고삐 떨치며 숲 우거진 곳 나서네.

霧露曉方除 안개와 이슬 새벽되니 바야흐로 걷히고,

日照川如掌 해 비치니 내 손바닥 같네.

行行遵曲岸 쉬지 않고 구부러진 언덕길 따라가며,

水石窮幽賞 물과 바위 그윽함 다 감상하네.

地偏寒篠多 땅 치우치니 조릿대 많고,

澗激淙流響 시냇물 빠르니 콸콸 흐르는 소리 울리네.

祗役未忘倦 다만 일 게으름 잊지는 않았으나,

心神暫蕭爽 심정 잠시나마 상쾌해지네.

感玆懷故山 이곳에 느낀 바 있어 고향 산 그리워하니,

何日稅征鞅 어느 날에나 떠도는 수레 벗어던지리오.

 

 

135. 안계에 사흘을 머물렀으나 감사를 끝내지 못하다

留安溪三日按事未竟

 

 

縣廓四依山 현의 외성 사방으로 산 의지하고 있고,

淸流下如駛 맑은 흐름 천리마처럼 빨리 내려가네.

居民煙火少 사는 백성들 연기 불 적게 피어오르고,

市列無行次 가게 늘어섰는데 묵어갈 곳 없다네.

嵐陰常至午 이내 그늘 항상 낮까지 이르고,

陽景猶氛翳 햇볕 여전히 흙먼지에 흐릿하네.

向夕悲風多 저녁 되니 슬픈 바람 많이 부는데,

遊子不遑寐 나그네 허둥지둥 잠들지 못하네.

我來亦何事 내 온 것 무슨 일인가?

吏桀古所記 관리 사납다 예로부터 적어놓아서라네.

奉檄正淹留 공문 받들어 마침 오래 머무르니,

何當語歸計 어찌 마땅히 돌아갈 계책 말하겠는가?

 

 

136. 안계에서 있었던 일을 쓰다

安溪書事

 

 

淸溪流不極 맑은 시냇물 하염없이 흐르고,

夕霧起嵐陰 저녁 이내 어둑한 곳에서 일어나네.

虛邑帶寒水 황폐한 마을은 차가운 물 띠고 있고,

悲風號遠林 슬픈 바람은 먼 숲에서 울부짖네.

涵山日欲晦 물에 잠긴 산 해 저물려 하고,

窺閣景方沈 누각으로 엿보니 그림자 바야흐로 어두워지려 하네.

極目無遺眺 눈닿는 곳까지 바라보나 더 보이는 풍경 없어,

空令愁寸心 공연히 한 치 이 마음 시름겨워지네.

 

 

137138. 매화. 절구 두 수

梅花兩絶句

 

 

137

溪上寒梅應已開 시냇가 차가운 매화 이미 피었을텐데,

故人不寄一枝來 옛 친구 한 가지 부쳐오지 않네.

天涯豈是無芳物 하늘 가에 어찌 향기로운 것 없으리오만,

爲爾無心向酒杯 그대로 인해 사심없이 술잔 향하네.

 

138

幽壑潺湲小水通 깊은 골짜기에서 콸콸 가는 시내 통하는데,

茅茨煙雨竹籬空 띠집에 안개비 내리니 대나무 울타리 비었네.

梅花亂發籬邊樹 매화꽃 울타리 곁의 나무에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似倚寒枝恨朔風 차가운 가지에 기대어 북풍 향하는 듯하네.

 

139. 유자 꽃 갑술년(1154)

柚花 甲戌

 

 

春融百卉茂 봄날 온화하니 온갖 꽃 우거지고,

素榮敷綠枝 흰 꽃 푸른 가지에 퍼졌네.

淑郁麗芳遠 물씬물씬 고운 향기 멀리 미치고,

悠颺風日遲 아득히 날리니 온화한 날씨 아른하기만 하네.

南國富嘉樹 남쪽 나라에는 아름다운 나무 많아

騷人留恨詞 시인 한스러운 글 남겼다네.

空齋對日夕 빈 서재에서 해 지는 것 마주하니,

愁絶鬢成絲 시름 절실하여 귀밑머리 실타래 되었네.

 

 

140. 병들었다 고하고 집에서 지내며 짓다

病告齋居作

 

 

層陰靄已布 겹구름 뭉게뭉게 이미 퍼지더니,

小雨時漂灑 조금씩 비 이따금 나부끼며 듣네.

獨臥一窓間 홀로 한 창문 사이에 누웠자니,

有懷無與寫 흉회 있으나 써서 줄 이 없네.

高居生遠興 고상하게 거처하자니 먼 흥취 생겨나고,

春物彌平野 봄꽃은 평평한 들에 가득 퍼졌네.

慮曠景方融 근심 넓은데 경치 바야흐로 온화하고,

事遠情無捨 일 머니 정회 잊지 않네.

聊寄玆日閑 애오라지 이날 한가로이 부치니,

塵勞等虛假 속세의 수고로움 헛된 것과 같다네.

 

 

141. 어떤 일에 감흥되어 탄식하다

感事有嘆

 

 

榮華難久恃 영화 오래도록 믿기 어려우니,

代謝安可量 지는 것 대신함 어찌 헤아리리오?

宿昔堂上飮 지난 날은 대청 위에서 마시더니,

今歸荒草鄕 지금은 풀 거친 고을로 돌아갔네.

高臺一以傾 높은 누대 하나같이 기울었고,

繐帳施空房 베 장막 빈방에 펼쳐져 있네.

繁絃旣闕奏 번잡한 현악 이미 연주 사라졌고,

緩舞亦輟行 느린 춤 또한 그쳤다네.

桃李自姸華 복사꽃 오얏꽃 절로 꽃 곱고,

春風自飄揚 봄바람 절로 나부끼네.

戀幄靡遺思 그리운 장막에 생각 남아 있지 않은데,

更衣有餘芳 옷 갈아입어도 향기 남아 있네.

身徂名亦滅 몸 가니 이름 또한 사그러지고,

事往恨空長 일 지나니 한만 공연히 길어지네.

寄語繁華子 화려한 젊은이에게 한 마디 하노니,

古今同一傷 예나 지금이나 마음 상하기는 마찬가지라네.

 

 

142. 여름날

夏日

 

 

凉氣集幽樹 서늘한 기운 그윽한 나무로 모이고,

淸陰生廣庭 맑은 그늘 너른 뜰에 생기네.

偶玆憩煩燠 어쩌다 이곳에서 찌는 듯한 더위 쉬자니,

忽憶郊園行 별안간 성밖 동산에 갔던 것 생각하네.

婉娩碧草滋 아리땁게 짙푸른 풀 불어나고,

迢遞玄蟬鳴 번갈아 검은 매미 울어대네.

官曹且休假 관리들 또한 휴가 내어,

自適幽居情 그윽히 거처하는 정취 유유자적하네.

 

 

143. 매미소리를 듣다

聞蟬

 

 

悄悄山郭暗 고요하게 산촌 어두워지니,

故園應掩扉 고향의 동산 사립문 닫혔으리라.

蟬聲深樹起 매미 소리 깊은 나무에서 일어나니,

林外夕陽稀 숲 밖 저녁 빛 희미하네.

 

 

144. 가을밤에 한숨짓다

秋夜歎

 

 

秋風淅瀝鳴淸商 가을바람 쏴쏴하며

높은 상조로 울고,

秋草未死啼寒螿 가을 풀 아직 죽지 않았는데

가을 매미 우네.

幽人幽人起晤歎 그윽한 은자 그윽한 은자

일어나 탄식하며,

仰視河漢天中央 우러러 보니 은하수

하늘 가운데 있네.

河漢西流去不息 은하수는 서쪽으로

쉬지 않고 흘러가는데,

人生辛苦何終極 인생 고달픔 어디에서

끝이 나려나,

蒼山萬疊雲氣深 푸른 산은 만 겹이나 되고

구름 기운 깊숙하니,

去鍊形魂生羽翼 형체와 영혼 단련하면

날개 돋아나리.

 

 

145. 띠집에서 홀로 마시다

茅舍獨飮

 

 

出身從吏役 몸 내어 서리와 일꾼들 따라,

驅車涉窮山 수레 몰아 깊은 산 건너네.

日落陰景晦 해 지니 흐린 그림자 어둡고,

天高風氣寒 하늘 높으니 바람 기운 차다네.

豈無斗酒資 어찌 말술 마실 바탕 없으리오만,

獨酌誰爲歡 홀로 마시며 누가 기뻐했는가?

一盃且復醉 한잔에 짐짓 다시 취하니,

百念中闌干 온갖 생각 그 가운데 얼키설키 얽히네.

 

 

146. 전사에 묵으며 달을 보다

宿傳舍見月

 

 

空堂寒夜月華淸 빈 대청 차가운 밤에 달꽃 맑은데,

獨宿凄凉夢不成 홀로 묵자니 쓸쓸하여 꿈 이루지 못하네.

欲向階前舞凌亂 섬돌 앞에 나아가 춤 어지러이 추고 싶으나,

手持杯酒爲誰傾 손에 잔술 부여잡고 누구 위해 기울이리?

 

 

147. 여러 동료들에게 부치다

寄諸同寮

 

 

把酒江頭煙雨時 술잔 잡고 강가에서 안개 비 내릴 때,

遙知江樹已芳菲 강의 나무 향기 그쳤음 알겠네.

應憐倦客荒茅裏 불쌍하리, 지친 나그네 띠집 안에서,

落盡梅花未得歸 매화꽃 다 졌는데도 돌아가지 못했으니.

 

 

148. 나한봉에 오르다

登羅漢峯

 

 

休暇曹事簡 휴가 얻어 관청의 일 적어,

登高恣窺臨 높이 올라 마음껏 엿보고 내려다 보네.

徜徉偶此地 한가로이 거닐다 이곳 만나,

曠望披塵襟 널리 바라보며 속세의 흉금 헤치네.

落日瞰遠郊 해질 때 먼 성밖 바라보니,

暮色生寒陰 저물녘에 차가운 응달 생기네.

歡餘未去已 기쁜 나머지 가서 끝내지 않으니,

更欲窮幽尋 더욱 깊고 그윽한 곳 찾고 싶네.

行披茂樹盡 무성한 나무 다 헤치고 가니,

豁見滄溟深 푸른 바다 깊은 곳까지 환히 보이네.

恨無雙飛翼 한스럽기는 한 쌍 나는 날개로,

往詣蓬山岑 봉래산 봉우리 가서 참례하지 못함이라네.

 

 

149. 면산정에 오르다이날 먼지와 안개로 사방이 막혀 쌍계봉만 보였다

登面山亭是日氛霧四塞, 獨見雙髻峯

 

 

新亭夙所聞 새 정자 일찍부터 들었으나,

登眺遂玆日 올라와 바라봄 오늘에야 이루었네.

極目但蒼茫 눈 닿는 곳 다만 흐릿하기만 하여,

前瞻如有失 앞 쳐다보니 마치 잃은 것 같네.

煙鬟稍呈露 운무 낀 봉우리 조금 드러나 보이니,

衆嶺方含鬱 뭇 산봉우리 바야흐로 울창함 머금었네.

長嘯天風來 길게 휘파람 부니 하늘에서 바람 불어오고,

雲散空宇碧 구름 흩어지니 하늘 짙푸르네.

 

 

150. 쌍계봉

雙髻峰

 

 

絶壑藤蘿貯翠煙 깎아지른 골짝의 등나무

비취빛 연무 모아두고,

水聲幽咽亂峯前 물소리는 어지러운 봉우리 앞에서

깊숙이 흐느끼네.

行人但說靑山好 지나가는 사람 다만

푸른 산 좋다고만 말하는데,

腸斷雲間雙髻仙 구름 사이로 양 쪽진

신선 애 끊는다네.

 

 

151. 시냇물을 건너며 짓다

涉澗水作

 

 

幽谷濺濺小水通 깊은 골짝에 콸콸

좁은 물줄기 통하는데,

細穿危石認行蹤 가늘게 위태로운 바위 뚫으니

가는 자취 알겠네.

回頭自愛晴嵐好 고개 돌려 개인 날 이내

아름다움 절로 사랑스러워,

却立灘頭數亂峰 여울 가의 여러 어지러운

봉우리에 물러 서 있네.

 

 

152. 시험장에서 있었던 일을 적다 을해년(1555)

試院卽事 乙亥

 

 

端居惜春晩 일상 생활에 봄 늦음 아쉬워하나니,

庭樹綠已深 뜰안의 나무 녹음 이미 짙네.

重門掩晝靜 겹문 닫으니 한낮인데도 조용하고,

高館正陰沈 높은 집은 마침 음침하네.

披衣步前除 옷 걸치고서 앞 계단 거니니,

悟物懷貞心 만물이 곧은 마음 품었음 깨닫겠네.

澹泊方自適 담박하니 바야흐로 유유자적한데,

好鳥鳴高林 아름다운 새는 높은 숲속에서 우네.

 

 

151152. 왕거(王秬)가 소장하고 있는 조변(趙弁)이 그린 손작(孫綽)천태산에서 놀다그윽한 바위에 생각 엉기어 있고, 긴 내 밝게 읊조리네.”라는 구절을 읊은 그림 한 폭을 빌렸는데 마음에 딱 들어맞으므로 이 시를 짓는다. 두 수

借王嘉叟所藏趙祖文畵孫興公天台賦凝思幽巖朗詠長川一幅, 有契于心, 因作此詩, 二首

 

 

153

翩然乘孤鶴 훨훨 외로운 학 타고,

往至蒼崖巓 푸른 낭떠러지 꼭대기에 가서 이르네.

上有桂樹林 위로는 계수나무 숲 있고,

下有淸泠淵 아래로는 맑고 시원한 천지 있네.

洗心詠太素 마음 씻으며 본래의 바탕 읊조리고,

汎景窺靈詮 빛 위로 둥둥 떠다니며 마음의 이치 살피네.

棲身託歲暮 몸 깃들이어 세밑 기탁하며,

畢此巖中緣 이 바위 산에서의 인연 끝내네.

 

154

山空四無人 산 비니 사방에 사람 없고,

澗樹生凉秋 시냇가 나무에서는 서늘한 가을 생겨나네.

杖策忘所適 지팡이 짚고 갈 곳 잊었는데,

水木娛淸幽 물과 나무 맑고 그윽함 사랑스럽네.

散髮塵外飇 속세 바깥의 회오리바람에 머리 헤치고,

濯足淸瑤流 맑은 구슬 같은 물길에 발 씻네.

靜嘯長林內 긴 숲 속에서 조용히 휘파람 불고,

擧翮仍丹丘 날개 들어 단구로 나아간다네.

 

 

155163. 풀과 나무를 여러 수로 적다. 아홉 수

雜記草木九首

 

 

155

高蘿引蔓長 높은 덩굴 줄기 길게 뻗어,

揷楥垂碧絲 울타리 꽂으니 그 위로 짙푸른 실타래 드리웠네.

西窓夜來雨 서쪽 창문 밤 되어 비 내리는데,

無人領幽姿 그윽한 자태 깨닫는 이 없네.

 

天門冬 천문동

 

156

弱植不自持 뿌리 약하여 스스로 버티지 못하나,

芳根爲誰好 향기로운 뿌리 누구나 좋아하네.

雖微九秋幹 비록 구월 가을철의 줄기는 아니지만,

丹心中自保 붉은 마음 그 가운데 스스로 간직하고 있네.

 

紅蕉 홍초

 

157

根節含露辛 뿌리와 마디 이슬 머금어 괴로운데,

苕穎扶楥綠 꽃과 봉오리 울타리에 기대어 푸르네.

蠻中靈草多 남쪽 오랑캐 땅에 영험한 풀 많은데,

夏永淸陰足 여름 길지만 맑은 그늘만 있으면 만족한다네.

 

扶留 부류

 

158

種竹官墻陰 대나무 관사 앞 그늘에 심었더니,

經年但憔悴 해 지나도 다만 초췌하기만 하네.

故園新綠多 옛 동산에는 신록 우거졌을 터이니,

宿幹轉蒼翠 옛 줄기 점점 푸르러지겠지.

 

대나무

 

159

窈窕安榴花 아리따운 안류화는,

乃是西隣樹 곧 서쪽 나라의 꽃.

墜萼可憐人 떨어지는 꽃잎 사람의 사랑 받을 만한데,

風吹落幽戶 바람 그윽한 지게문에 불어 떨어지게 하네.

 

榴花 석류꽃

 

160

春條擁深翠 봄에는 가지 짙은 비취빛 안고 있더니,

夏花明夕陰 여름에는 꽃 저물녘에 밝게 빛나네.

北堂罕悴物 북당에는 시든 것 드문데,

獨爾澹沖襟 너만은 흉금 담담하구나.

 

萱草一 원추리 1

 

161

西窓萱草藂 서쪽 창에 원추리 풀 우거졌는데,

昔是何人種 지난 날 이 것 어느 사람이 심었나?

移向北堂前 북당의 앞에다 옮겨 심으니,

諸孫時遶弄 여러 손자 이따금 둘러 싸고 노네.

 

萱草二 원추리 2

 

162

端居春向殘 편안히 거처하자니 봄 저물어 가는데,

夏氣已淸穆 여름 기운 이미 맑고 화목하네.

睡起悄無人 잠에서 일어나니 조용하여 사람 없는데,

風驚滿窓綠 바람 창 가득한 푸른 풀 놀래키네.

 

獨覺 홀로 깨다

 

163

晨起獨行園 새벽에 일어나 홀로 동산에 갔더니,

花藥發奇穎 꽃과 약초 기이한 봉우리 피웠네.

猶嫌墜露稀 오히려 떨어지는 이슬 드묾 싫어하여,

更汲寒泉井 다시 차가운 샘에서 샘물 긷는다네.

 

澆花 꽃에 물을 주다

 

 

164165. 황덕미의 연평에서 봄에 바라보다라는 두 그림을 구경하고 짓다, 두 수

觀黃德美延平春望兩圖爲賦二首

 

 

164

川流匯南奔 시내 흐름 모이더니 남쪽으로 달리고,

山豁類天闢 산골짜기 하늘 열린 것과 비슷하네.

層甍麗西崖 층진 용마루 서쪽 벼랑에 수려하고,

朝旦群峯碧 아침에 뭇 봉우리 짙푸르기만 하네.

 

劒閣望南山 검각에서 남산을 바라보다

 

165

方舟越大江 배 나란히 하여 큰 강 건너는데,

凌風下飛閣 바람 타고 나는 듯한 누각으로 내려가네.

仙子去不還 신선 가더니 돌아오지 않고,

蒼屛倚寥廓 푸른 병풍 휑뎅그렁하게 기대어 있네.

 

冷風望演山 냉풍각에서 연산을 바라보다

 

 

166. 제사를 지내는 일로 재계하며 지내다가 빗소리를 듣고 유자진에게 드리다

祠事齋居聽雨呈劉子晉

 

 

刀筆常時篋笥盈 도필 항상 대상자에 가득 차 있는데,

齋祠今喜骨毛淸 재사에서 지금 육신 맑음 기뻐하네.

與君此日俱無事 그대와 오늘 모두 일 없으니,

共愛寒階滴雨聲 함께 차가운 섬돌에서 빗물 듣는 소리 사랑스럽네.

우리말 주자대전 2

 

1. 용계로 부임하는 왕계산을 전송하며 送王季山赴龍溪

 

 

故人千石令 옛 친구 천석 현령 되어,

便道此之官 바로 길에 올라 이 관직에 부임하였다네.

契闊三秋永 멀리 떨어져 삼 년 길기만 하더니,

逢迎一笑歡 만나서 맞아들이어 한번 웃음 기쁘네.

田園知不遠 전원 멀지 않음 알겠으니,

謠俗問非難 풍속 묻는 것 어렵지 않다네.

已想躬玄黙 이미 몸소 잠자코 말하지 않음 생각하여,

鳴絃亦罷彈 줄 울리며 또한 타는 것 그만 두리라.

 

 

2. 덕화로 가서 극두포에 묵으면서 밤에 두견새 소리를 듣다 之德化宿劇頭舖夜聞杜宇

 

 

王事賢勞祗自嗤 나라 일 수고로운데

다만 나 혼자 어리석어,

一官今是五年期 한번 관직에 올라 지금

다섯 해 바라보네.

如何獨宿荒山夜 어찌하여 황량한 산에서

밤에 홀로 묵는가?

更擁寒衾聽子規 게다가 차가운 이불 안고

두견새 소리 듣는다네.

 

 

3. 부자득 어르신께서 여소위 교수의 장서각에 지어주신 시의 시의 각운자를 쓰다 次韻傅丈題呂少衛敎授藏書閣

 

 

西樓誰與共閑居 서쪽 누각 누구와 함께

한가로이 거처하나?

茂樹婆娑淸晝餘 무성한 나무 바스락바스락

맑은 낮에 남음 있네.

大隱祗今同一壑 큰 은자 지금

한 골짜기에 있는 것과 같고,

行吟非昔似三閭 읊조리면서 다님 옛날의

삼려대부와는 같지 않네.

揣摩心事惟黃卷 마음 속 일 헤아려 맞는 일

오직 누런 책 뿐이요,

料理家傳亦素書 집에서 전하여온 것 정리하여 다스리니

또한 흰 책이라네.

更鑿寒泉供漱石 더욱이 차가운 샘 파서

돌로 양치질 하게 하니,

世紛不擬問焉如 세상 어지러움 어찌 되어가는가

묻기에 적당치 않네.

 

 

4. 유순보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그대로 써서 짓다 次旬父韻

 

 

五字何人寄 다섯 자 시 누구에게 부쳤나?

鏘鳴滿袖金 소매 가득 쇳소리 쨍그렁 울리네.

劇知多暇日 한가한 날 많음 잘 아니,

誰與共幽尋 누구 더불어 함께 그윽한 곳 찾을까?

簿領淹窮海 관가의 문서 궁벽한 바다에 오래 머물러 있고,

鶯花遶故林 앵무새 울고 꽃 피니 옛 숲 두르네.

功名終好在 공과 명예 끝내 좋다 하나,

且莫負初心 또한 처음 먹은 마음 저버리지 말게나.

 

 

5. 외사촌 형인 축택지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次祝澤之表兄韻

 

 

裸裎相向但悠悠 몸 드러내고 서로 향하니

다만 아득하기만 할 뿐인데,

信道乾坤日夜浮 나오는 대로 말하기를 하늘과 땅

밤낮으로 떠 있다 하네.

此去安心知有法 이제 마음 편안히 해나감에

방법 있음 알겠으니,

向來示病不難瘳 앞으로는 병 보여주어도

고치기 어렵지 않겠네.

優游靜室閑窓底 고요한 방과 한가로운 창 아래서

한가로이 노닐었고,

放浪東阡南陌頭 동쪽 두렁길과 남쪽 두렁길

끄트머리에서 방랑하였다네.

萬事何由到懷抱 모든 일 어디에서

마음 속 포부에 이르는가?

夕陽芳草自春秋 해질 녘의 향기로운 풀

절로 봄 가을 되네.

 

 

6. 외사촌 형인 축택지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유자진이 성묘하러 돌아감에 송별하다 次祝澤之表兄韻送劉子晉歸省

 

 

之子眞吾友 이 사람 실로 나의 벗이라,

心期到古人 마음으로 옛 사람에 이르기 기약하네.

慇懃來講學 은근하구나, 학문 익히고자,

迢遞遠辭親 아득하도다, 멀리 어버이 떠났다네,

黃卷工夫妙 누런 책 공부 묘하고,

斑衣夢想頻 때때옷 꿈속에서 생각 잦다네.

今朝首歸路 오늘 아침 돌아가는 길에 오르니,

何處問知津 어느 곳에서 나루 아느냐 물을 것인가?

 

 

7. 외사촌형인 축택지가 고향으로 돌아감에 송별하다 送祝澤之表兄還鄕

 

 

首夏何來此 초여름에 무슨 일로 이곳에 왔던가?

淸秋却復歸 맑은 가을되어 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가네.

應緣心未快 마땅히 마음 즐겁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지,

豈是世相違 어찌 세상 서로 어그러져서이겠는가?

落日空書館 해 떨어지니 서재 집 비고,

凉風淨客衣 바람 시원하니 나그네 옷 깨끗하네.

功名須努力 공과 명예 모름지기 열심히 힘써야하는 것이니,

別淚莫頻揮 이별의 눈물 자주 뿌리지 말게나.

 

 

89. 지군이신 부자득 어르신이 술을 싣고 이불을 꾸려 구일산으로 내게 들르시어 밤에 배를 띄우고 달놀이를 하다가 흠뻑 마시다, 두 수 知郡傅丈載酒幞被, 過熹於九日山, 夜泛小舟弄月, 劇飮二首

 

 

8

扁舟轉空闊 작은 배 넓고 트인 곳으로 꺾여드니,

煙水浩將平 안개 낀 물 넓은데 평평해지려 하네.

月色中流滿 달빛 물결 가운데 가득한데,

秋聲兩岸生 가을 소리 양쪽 물가 언덕에서 일어나네.

杯深同醉劇 잔 깊어 함께 흠뻑 취하고,

嘯罷獨魂驚 휘파람 그치니 외로운 넋 놀라네.

歸去空山黑 빈 산 어두운 곳으로 돌아가니,

西南河漢傾 서남쪽으로 은하수 기울어 있네.

 

9

誰知方外客 누가 세속 벗어난 나그네 아는가?

亦愛酒中仙 또한 술에 빠진 신선 사랑한다네.

共踏空林月 함께 빈 숲의 달빛 밟고,

來尋野渡船 와서 들판 건너는 배 찾네.

醉醒非各趣 취하고 깸 각각 다른 뜻 아니고,

心跡兩忘緣 마음과 자취 둘아 인연 잊었다네.

江海情何限 강과 바다 마음 어찌 끝이 있겠는가?

秋生蓬鬢邊 가을에 쑥대 귀밑머리 곁에서 나네.

 

 

10. 교사당에서 지어 여러 동지들에게 보이다 敎思堂作示諸同知

 

 

吏局了無事 관아에 도무지 일 없고,

橫舍終日閑 학당 하루 종일 한가롭네.

庭樹秋風至 뜰의 나무에 가을 바람 이르니,

凉氣滿窓間 서늘한 기운 창 사이에 가득하네.

高閣富文史 높은 누각에는 각종 문사의 서적 많고,

諸生時往還 여러 유생들 때때로 왔다갔다 하네.

縱談忽忘倦 마음대로 이야기하자니 어느덧 피로도 잊고,

時觀非云慳 이따금 살펴보면서도 인색하다 않네.

詠歸同與點 읊조리면서 돌아가는 것 증점 인정함 동의하고,

坐忘庶希顔 앉아서 일체를 잊어버리는 것 안연 그리워하네.

塵累日以銷 속세의 얽매임 날로 삭여지니,

何必棲空山 어찌 반드시 빈 산에 깃들까?

 

 

11. 다시 고목을 얻다 再得古木

 

 

靑山一何深 푸른 산 한번 얼마나 깊은지,

上下盡雲木 아래 위로 온통 구름까지 솟은 나무라네.

中有千歲姿 그 가운데 천년의 자태 있으니,

偃蹇臥寒谷 꾸불꾸불 차가운 골짝에 누워 있네.

明堂不懲材 조정 재목 징계하지 않고,

大匠肯面木 뛰어난 목수 기꺼이 나무 마주하네.

樵斧莫謾尋 나뭇꾼 도끼 함부로 찾지 않게 하여,

從渠媚幽獨 그것 그윽히 홀로 아름답게 하라.

 

 

12. 여러 동지에게 보임 示諸同志

 

 

夏木已云暗 여름나무 이미 어둑해지고,

時禽變新聲 새들 변하여 새로운 소리 내네.

林園草被徑 숲과 동산에는 풀 오솔길 덮고,

端居有餘淸 평상시 맑은 여유 있네.

端居亦何爲 일상생활에 또 무엇을 하는가?

日夕掩柴荊 밤낮으로 삽짝문 닫혀 있네.

靜有絃誦樂 조용히 거문고 타고 노래 부르나,

而無塵慮幷 세상근심 물리칠 생각 없소.

良朋肯顧予 좋은 친구 기꺼이 나 돌보려하여,

尙有夙心傾 일찍이 삼가 마음 기울였었다네.

深慙未聞道 도 아직 듣지 못하여 심히 부끄러우나,

折衷非所寧 올바른 것 취하니 편안치 않다네.

眷焉撫流光 흐르는 세월 뒤돌아 보며,

中夜歎以驚 한밤중에 탄식하며 놀라네.

高山徒仰止 높은 산 단지 우러러 볼 뿐,

遠道何由征 먼 길 어디로부터 가나.

 

 

13. 넷째 아우에게 보이다 示四弟

 

 

十日一洗沐 열흘에 한번 씻고 목욕하러,

諸生各歸休 여러 선비들 제각기 돌아가 쉬네.

虛齋息群響 빈 서재에 잡소리 사라지고,

兀坐心悠悠 우뚝하게 앉았자니 마음 유유하네.

雨久苔徑荒 비 오래 내리니 이끼 오솔길 거칠어졌고,

林深鳥啼幽 숲 깊으니 새 소리 그윽하네.

階前樹萱草 섬돌 앞에 원추리 풀 심어놓았으니,

與子俱忘憂 그대 함께 근심 모두 잊세나.

 

 

14.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던 일을 적다 還家卽事

 

 

獻歲事行役 연초에 여행 길 나섰다가,

徂春始還歸 가는 봄에 비로소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네.

昔往草未芳 지난 날에는 풀 향기롭지 않더니,

今來翠成幃 이제 오니 비취빛 홑장막 이루었네.

扶疏滿園陰 무성한 잎 동산 가득 그늘 지우고,

時禽互翻飛 철새 서로 훨훨 날아오르네.

叢萱亦已秀 떨기진 원추리 또한 이미 빼어나고,

丹葩耀晨輝 붉은 꽃 새벽에 광채 내뿜네.

卽事誰與娛 있었던 일 누구와 즐길까?

淹留自忘機 오래 머무르니 잔꾀 절로 잊게되네.

日暮復出門 해지자 다시 문 나서니,

悵然心事違 슬피 마음 속 일 어그러지네.

古人不可見 옛 사람 볼 수 없어,

獨掩荒園扉 거친 동산 사립문 홀로 닫고 있네.

 

 

15. 소영으로 가는 도중에 小盈道中

 

 

今朝行役是登臨 오늘 아침 여행길

높이 올라 내려보는데,

極目郊原快賞心 들밖 언덕까지 눈 다하니

감상하는 마음 즐겁네.

却笑從前嫌俗事 오히려 우스워라, 지난 날

세속의 일 싫어하여,

一春牢落閉門深 한 봄 쓸쓸히

문 깊이 닫고 있었음.

 

 

16. 낭산사에 적다 題囊山寺

 

 

曉發漁溪驛 새벽에 어계역 떠나,

夜宿囊山寺 밤에 낭산사서 묵네.

雲海近蒼茫 구름 바다 푸르고 아득함에 가깝고,

層嵐擁深翠 겹겹의 이내 깊은 비취빛 안고 있네.

行役倦脩途 여행길 지치고 길 길게 놓여,

投歸聊一憩 들어가 묵으며 애오라지 한번 쉬네.

不學塔中仙 탑 속의 신선 배우지 않으리니,

名塗定何事 명리의 길 정녕코 어떤 일일까?

 

 

1718. 구일산 석불원의 난봉헌에 적다, 두 수 題九日山石佛院亂峯軒二首

 

 

17

因依古佛居 옛 부처 살던 곳에 기대어,

結屋寒林杪 차가운 숲 끝에 집 얽었다네.

當戶碧峯稠 지게문 앞에 짙푸른 봉우리 빽빽한데,

雲烟自昏曉 구름과 안개 절로 밝았다 더두웠다 하네.

 

18

巖中老釋子 바위 굴 속의 늙은 스님,

白髮對靑山 흰 머리에 청산 대하고 있네.

不作看山想 산 보는 생각 나지 않는데,

秋雲時往還 가을 구름 때때로 왔다갔다 한다네.

 

 

1920. 가로가 소장하고 있는 서명숙의 그림 두루마리에 적다, 두 수 題可老所藏徐明叔畫卷二首

 

 

19

群峯相接連 뭇 봉우리들 서로 이어져 있고,

斷處秋雲起 끊긴 곳에서는 가을 구름 솟아오르네.

雲起山更深 구름 솟으니 산 더욱 깊은데,

咫尺愁千里 지척에 있어도 천리 근심한다네.

 

20

流雲繞空山 흐르는 구름 빈 산 두르고,

絶壁上蒼翠 깎아지른 절벽으로는 푸른 비취빛 오르네.

應有采芝人 영지 캐는 사람 있을 것이나,

相期烟雨外 안개 비 바깥 기약한다네.

 

 

21. 다시 동안에 이르러 민가를 빌려 거처하며 여러 생도들에게 보이다 再至同安假民舍以居示諸生

 

 

端居託窮巷 편안한 거처 궁벽한 골목에 맡기고,

廩食守微官 창고의 쌀로 낮은 관직 지키네.

事少心慮怡 일 적으니 마음속 생각 기쁘고,

吏休庭宇寬 관리들 쉬니 뜨락 넓기만 하네.

晨興吟誦餘 새벽에 일어나 읊조리고 외던 끝에,

體物隨所安 사물의 본체 편안한 것 따른다네.

杜門不復出 문 닫아걸고 다시는 나가지 않으니,

悠然得眞歡 한가로이 참된 기쁨 얻었다네.

良朋夙所敦 훌륭한 벗 평소에 도타이 하던 바인데,

精義時一殫 오묘한 뜻 이때 한꺼번에 다하네.

壺餐雖牢落 병 속의 음식 비록 거칠다 하나,

此亦非所難 이것 또한 어려운 것 아니라네.

 

許生不葷肉 허생은 양념과 고기를 먹지 않는다.

 

 

22. 615일 수공암을 찾았는데 비가 내리다 六月十五日詣水公菴雨作

 

 

雲起欲爲雨 구름 일어 비 내리려 하니,

中川分晦明 내 가운데 어둠과 밝음 갈라지네.

纔驚橫嶺斷 가로놓인 고개 끊김 놀라는가 싶더니,

已覺疎林鳴 어느새 드문드문 숲 울림 깨닫는다네.

空際旱塵滅 하늘 가에 마른 먼지 없어지고,

虛堂凉思生 빈 집에는 서늘한 생각 생겨나네.

頹簷滴瀝餘 무너진 처마 똑똑 물방울 듣더니,

忽作流泉傾 갑자기 흐르는 샘 기울이네.

況此高人居 하물며 뜻 높은 사람 거처하니,

地偏園景淸 땅 치우쳐 동산의 경치 맑네.

芳馨雜悄蒨 아름다운 경치 또렷하게 섞여 있고,

俯仰同鮮榮 숙이나 쳐드나 온통 고운 꽃이라네.

我來偶玆適 내 어쩌다 이곳에 이르니,

中懷澹無營 마음 속 담담하여 영위함 없네.

歸路綠泱漭 돌아가는 길 푸르름 끝없이 펼쳐지니,

因之想巖耕 그 때문에 바위 가에서 밭갈 생각한다네.

 

 

23. 말리 末利

 

 

曠然塵慮盡 시원하게 속세의 근심 다하고,

爲對夕花明 저녁 꽃 마주하니 밝게 빛나네.

密葉低層幄 빽빽한 잎 겹 장막으로 늘어뜨리고,

冰㽔亂玉英 얼음 꽃 옥 같은 꽃잎 어지럽히네.

不因秋露濕 가을 이슬에도 젖지 않으니,

詎識此香淸 이 향기 맑음 어찌 알리오.

預恐芳菲盡 미리 아름다운 향기 다할까 걱정하여,

微吟遶砌行 가늘게 읊조리며 섬돌 돌아가네.

 

 

24. 난초를 보내준 사람에게 감사하다 謝人送蘭

 

 

幽獨塵事屛 그윽히 홀로 있으니 속세의 일 차단되고,

晼晩秋蘭滋 해 뉘엿뉘엿 서쪽으로 기우니 가을 난초 불어나네.

芳馨不自媚 아름다운 향기 저절로 아름답지 않으나,

掩抑空相思 착 가라앉아 공연히 서로 생각하네.

晤對日方永 마주하니 날 바야흐로 길기만 한데,

披叢露未晞 떨기 덮은 이슬 아직 마르지 않았다네.

翛然發孤詠 휘익하고 외로운 읊조림 내놓으니,

九畹陳悲詩 넓은 밭두둑에 슬픈 시 늘어놓네.

 

 

25. 또 짓다

 

 

淹留閱歲序 오래도록 머무르며 세월 지나가니,

契闊心懷憂 멀리 떨어져 속마음 근심스럽네.

獨臥寄僧閭 홀로 누워 절간에 몸 맡기니,

一室空山秋 집 하나 가을 산 속에 텅 비었네.

俳徊起顧望 서성이며 일어나 고개돌려 바라보니,

俯仰誰爲儔 숙였다 쳐들었다 누가 짝 될까?

伊人遠贈問 이 사람 멀리서 주면서 묻는데,

孤根亦綢繆 외로운 뿌리 또한 은근하네.

芳馨不我遺 아름다운 향기 내내 보내주지 않으니,

三載娛淸幽 3년을 맑고 그윽함 즐겼네.

愧無瓊琚報 아름다움 예쁜 옥으로 보답할 길 없어 부끄럽거늘,

厚意竟莫酬 두터운 뜻 끝내 갚지 못하네.

瞻彼南陔詩 남해시 쳐다 보니,

使我心悠悠 내 마음 한가롭기 그지없네.

 

 

26. 가을 난초가 이미 시들어 그 뿌리를 학고에게 되돌려주다 秋蘭已悴以其根歸學古

 

 

秋至百草晦 가을 이르니 온갖 초목 시들고,

寂寞寒露滋 쓸쓸하게 차가운 이슬만 더해가네.

蘭皐一以悴 난초 심은 언덕 한번 시드니,

蕪穢不能治 거칠고 황폐해져 다스릴 수 없네.

端居念離索 편안히 거처하며 무리 떠나 쓸쓸히 지냄 생각해보니,

無以遺所思 그리운 이에게 드릴 것 없다네.

願言託孤根 원컨대 외로운 뿌리 맡기어,

歲晏以爲期 해 저뭄 기약하려네.

 

 

27. 지난해 학고가 고맙게도 난초를 나누어주어 맑게 감상하는 은혜를 누렸다. 이미 꽃이 져서 다시 뿌리를 원래 있던 밭으로 돌려보냈는데, 학고가 금년에는 꽃이 피리라 언약하더니 근래 듣기에 이미 많은 꽃이 맺었다 하기에 곧 짧은 시를 써보내어 지난 약속을 확인하고 웃어주기를 바란다 去歲蒙學古分惠蘭花淸賞, 旣歇, 復以根叢歸之故, 畹而學古預有今歲之約, 近聞頗已著花, 輒賦小詩以尋前約, 幸一笑

 

 

秋蘭遞初馥 가을 난초 작은 꽃 처음의 향기 대신하니,

芳意滿沖襟 향기로운 뜻 옷깃에 가득하네.

想子空齋裏 생각건대 그대 빈 재사에서,

凄凉楚客心 초나라 나그네 마음 처량하겠네.

夕風生遠思 저녁 바람에 먼 생각 일고,

晨露灑中林 새벽 이슬 숲속에 흩뿌리네.

頗憶孤根在 외로운 뿌리 있음 자못 생각나니,

幽期得重尋 은근히 다시 찾을 수 있기 기약하네.

 

2829. 가을 저녁, 두 수 秋夕二首

 

 

28

西齋坐竟日 서재에 종일토록 앉았노라니,

曠然誰與儔 텅비어 누구와 짝할까?

感玆風露夕 이 바람 불고 이슬 내리는 저녁 느껴지니,

始知天宇秋 비로소 하늘 가을임을 알겠네.

庭樹且扶疎 뜰의 나무 또한 무성하지만,

時物詎淹留 제철 사물 또한 어찌 오래 머물겠는가?

心空累云遠 마음 텅비어 여러번 멀다 하니,

歲月眞悠悠 세월 정말로 유유하다네.

 

29

公門了無事 관청에 도무지 아무 일 없고,

吏散終日閑 아전들 흩어져 하루 종일 한가롭네.

凉葉何蕭蕭 서늘한 잎 얼마나 쓸쓸한지,

悲吟庭樹間 뜰의 나무 사이에서 슬프게 읊조리네.

琴書寫塵慮 거문고와 서책으로 속세의 근심 쏟아내고,

菽水怡親顔 콩과 물로 어버이 얼굴 기쁘게 해드리네.

憶在中林月 숲 속의 달 생각해 보니,

秋來長掩關 가을 되면 항상 닫겨 있었다네.

 

 

30. 가을 밤에 들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황수를 그리워하다 秋夜野聽雨奉懷子厚

 

 

悄悄窓戶暗 조용하니 창문 어둑해져,

靑燈讀殘書 푸른 등불 켜고 읽다 남은 책 읽네.

忽聽疎雨落 별안간 성긴 비 떨어지는 소리 들리더니,

秒知凉氣初 서늘한 기운 막 생겨남 어렴풋이 알겠네.

披襟聊自適 마음 헤치니 애오라지 유유자적하여,

掩卷方躊躇 책 덮고 바야흐로 머뭇거리네.

亦念同懷人 또한 마음 같은 사람 생각나,

悵望心煩紆 슬피 바라보자니 마음 어지러이 얽히네.

鳴琴愛靜夜 거문고 울리니 고요한 방 사랑스럽고,

樂道今閑居 도 즐기니 이제 한가로이 지내네.

岑岑空山中 고요한 빈 산 속에,

此夕知焉如 오늘 저녁 어디로 가야할까?

 

 

31. 달을 보고 고향에 있는 산의 밤 경치를 생각하다 對月思故山夜景

 

 

沈沈新秋夜 새 가을 밤 깊어만 가는데,

凉月滿荊扉 서늘한 달 가시나무 사립에 가득하네.

露泫凝餘彩 이슬방울 빛나니 남은 광채 엉기고,

川明澄素暉 내 밝으니 흰 빛 맑네.

中林竹樹映 숲 가운데 대나무 그림자 비치고,

疎星河漢稀 성긴 별 은하수 희미하네.

此夕情無限 이날 저녁 정은 끝이 없는데,

故園何日歸 옛 동산 어느 날에나 돌아갈까?

 

 

3233. 동료들과 함께 범천사에서 작은 모임을 가졌는데 잠깐 동안 비가 내리더니 그치고는 다시 맑아졌다. 걸어서 동교에 이르러 달을 감상하며 시를 짓다, 두 수 同僚小集梵天寺, 坐間雨作, 已復開霽, 步至東橋, 玩月賦詩, 二首

 

 

32

傑閣翔林杪 큰 누각 숲속 나무 끝에 나는 듯 서 있고,

披襟此日閑 흉금 헤치니 이날 한가롭다네.

層雲生薄晩 층진 구름 저녁 무렵에 피고,

凉雨遍空山 서늘한 비 빈 산에 두루 내리네.

地逈衣裳冷 땅 머니 옷자락 차고,

天高澄霽還 하늘 높고 맑게 개어 돌아오네.

出門迷所適 문 나서니 가는 곳 헷갈리는데,

月色滿林關 달빛은 숲 안에 가득 차네.

 

33

空山看雨罷 빈 산에서 비 구경 끝내고,

微步喜新凉 조금 걸으며 새로운 서늘함 기뻐하네.

月出澄餘景 달 뜨니 남은 빛 맑고,

川明發素光 시내 맑으니 흰 빛 내네.

星河方耿耿 은하수 바야흐로 반짝반짝 빛나고,

雲樹轉蒼蒼 구름 걸친 나무 어둑어둑해지네.

晤語逢淸夜 마주 보고 이야기하다보니 맑은 밤 되었는데.

玆懷殊未央 이 마음 다하지 않았다네.

 

 

34. 범천사에서 비를구경하다 梵天觀雨

 

 

持身乏古節 몸 가짐에 옛 절조 적어,

寸祿久棲遲 보잘것없는 녹봉에 오래도록 놀고 쉴 만하네.

蹔寄靈山寺 잠깐 신령한 산의 절에 몸 맡기고서는,

空吟招隱詩 공연히 은사 부르는 시 읊조려 보네.

讀書淸磬外 맑은 석경 소리 나는 바깥에서 책 읽고,

看雨暮鍾時 날 저물어 종 칠 때까지 비 구경하네.

漸喜凉秋近 점차 서늘한 가을 가까워짐 기뻐지니,

滄洲去有期 창주로 떠남 기약한다네.

 

 

35. 겸산각에서 비가 오는 가운데 兼山閣雨中

 

 

兩山相接雨冥冥 두 산 서로 이어지고

비는 좍좍 내리는데,

四牖東西萬木淸 사방으로 난 창의 동서쪽

온갖 나무 맑다네.

面似凍梨頭似雪 얼굴은 얼어붙은 배 같고

머리는 눈 같은데,

後生誰與屬遺經 나중에 오는 일 누구 더불어

남은 경전 잇겠는가?

 

 

36. 누각에 오르다 登閣

 

 

橫空敞新閣 하늘 가로질러 새로운 누각 틔어 있고,

高處絶炎氛 높은 곳이라 더운 기운 끊어지네.

野逈長風入 들판 먼데 긴 바람 들고,

天秋凉氣分 천기는 가을이라 서늘한 기운 나누이네.

憑欄生逸想 난간에 기대 있자니 빼어난 생각 생겨나고,

投迹遠人群 자취 내던지니 사람의 무리와 떨어졌다네.

終憶茅簷外 마침내 띠집 처마 바깥 생각해보니,

空山多白雲 빈 산에 구름만 많다네.

 

 

3738. 가을 회포, 두 수 秋懷二首

 

 

37

秋風吹庭戶 가을 바람 관청에 부니,

客子懷故鄕 나그네 고향 그리워한다네.

矧此臥愁疾 게다가 여기서 근심에 병져 누워,

徘徊守空房 왔다갔다하며 빈 방 지키네.

佇想澗谷居 우두커니 서서 시내 골짝에서 삶 생각해보니,

林深慘悲凉 숲 깊어 서늘함 몹시 슬퍼하네.

鵾鷄感蕭辰 곤계 새벽 소슬함 느끼어,

拊翼號風霜 날개 쓰다듬고 바람 서리에 우네.

氛雜無留氣 난잡하여 남은 기운 없고,

悄蒨有餘芳 초목 선명하게 남은 기운 있네.

幸聞衛生要 다행히 살아가는 요체 들었고,

招隱夙所臧 은사 부름 일찍부터 감추던 것이라네.

終期謝世慮 임기 마치면 세상 근심 떠나,

矯翮玆山岡 이 산 언덕에서 날개 펼치어 날고자 하네.

 

38

懷痾坐竟日 병 품고서 종일 앉아 있자니,

晩色散幽樹 저녁 빛 그윽한 나무 흩뜨리네.

寂歷候蟲悲 적막하니 제철 곤충 슬프고,

沆瀁碧草露 질펀하게 짙푸른 풀에 이슬 많다네.

端居興方澹 아무 일 없이 거처하자니 흥 바야흐로 담담하고,

沈黙自成趣 잠자코 있자니 절로 흥취 이루어지네.

羽觴歡獨持 깃 술잔 즐겁게 혼자 잡고 있으니,

瑤琴誰與晤 구슬장식 거문고 누구와 함께 이야기할까?

空知玄思淸 부질없이 먼 생각 맑음 알겠으니,

未惜年華度 세월 흘러감 아깝지 않네.

美人殊不來 미인 통 오지 않으니,

歲月恐遲暮 세월 흘러 나이 들어감 두렵다네.

 

 

39. 중원절에 빗속에서 자진에게 드림 中元雨中呈子晉

 

 

徂暑尙繁鬱 늦더위 아직도 푹푹 찌는데,

大火空西流 대화는 헛되이 서쪽으로 흐르네.

玆辰喜佳節 이날 새벽 아름다운 철 기뻐하는데,

凉雨忽驚秋 서늘한 비 어느덧 가을 놀라게 하네.

晼晩蘭徑滋 해 지니 난초 오솔길 불어나고,

蕭萷靜樹幽 흔들흔들 고요한 나무 그윽하네.

炎氣一以去 더운 기운 한번 떠나고,

恢台逝不留 큰 더위 가더니 머무르지 않네.

刀筆隨事屛 관리들 일 따라 숨고,

塵囂與心休 속세의 시끄러움 마음 따라 쉬네.

端居諷道言 편안히 거처하며 도의 말 외어보고,

焚香味眞諏 향 사르며 참된 비결 음미하네.

子亦玩文史 그대 또한 문장과 역사 즐기니,

及此同優游 여기 이르러 한가함 함께 하세나.

 

 

40. 가을 더위 秋暑

 

 

晨興納新凉 새벽에 일어나 새로운 서늘함 들이는데,

亭午倦猶暑 한낮에는 지치고 아직도 덥네.

臥對北窓扉 누워서 북으로 난 창쪽 사립문 대하니,

淡泊將誰侶 담박하여 누구와 짝하려나?

疎樹含輕颸 성긴 나무 가벼운 바람 머금고,

時禽轉幽語 제철의 새 그윽한 소리로 지저귀네.

端居悟物情 편안히 거처하며 사물의 정리 깨달으니,

卽事聊容與 사물 눈에 닿는대로 애오라지 느긋하다네.

 

 

41. 이백옥이 동파 시의 각운자를 써서 매화를 읊은 시에 화답하다 和李伯玉用東坡韻賦梅花

 

 

北風日日霾江村 북풍 날마다

강가 마을에 흙비 내리니,

歸夢正爾勞營魂 돌아가는 꿈 마침

혼백 수고롭히네.

忽聞梅蘂臘前破 갑자기 매화 꽃술

섣달 전에 터뜨렸다는 말 들으니,

楚客不愛蘭佩昏 초나라 나그네 난초 참

늦음 사랑하지 않는다네.

尋幽舊識此堂古 그윽한 곳 찾아 이 집 오래됨

예로부터 알았고,

曳杖偶集僧家園 지팡이 끌고 어쩌다

중집의 동산에 모였네.

嵐陰春物未全到 이내 흐릿하니 봄철 사물

완전히 이르지 않았는데,

邂逅只有南枝溫 우연히 만나니 다만

남쪽 가지 따뜻하네.

冷光自照眼色界 차가운 빛 안계와 색계

스스로 비추고,

雲艶未怯扶桑暾 눈 아름다운 부상에서

해뜨는 것 겁내지 않네.

遙知雲臺溪上路 운대산 아래

시냇가 길 아련히 알겠는데,

玉樹十里藏山門 옥 나무 십리에

산문 감추고 있네.

自憐塵羈不得去 스스로 속세의 굴레에서

떠날 수 없음 불쌍히 여기는데,

坐想佳處知難言 잠깐 아름다운 곳

말하기 어려움 알겠음 생각해보네.

但哦君詩慰岑寂 다만 그대 시 읊조리며

쓸쓸함 위로하자니,

已似共倒花前樽 이미 꽃 앞의 술잔

함께 쓰러진 것 같네.

 

 

42. 여러 사람과 함께 동파시의 각운자를 써서 매화를 읊었는데 마침 위원리의 편지를 얻어 그 사람이 생각나므로 다시 이 시를 지어 그 뜻을 부친다 與諸人用東坡韻共賦梅花, 適得元履書, 有懷其人, 因復賦此以寄意焉

 

蘿浮山下黃茅村 나부산 아래

황모촌에,

蘇仙仙去餘詩魂 소동파 신선 신선되어 갔어도

시 짓던 혼은 남아 있네.

梅花自入三疊曲 매화는 스스로 세 번이나

거듭 곡조에 들었는데,

至今不受蠻煙昏 지금은 오랑캐 땅의

어두운 악기 받지 않는다네.

佳名一旦異凡木 아름다운 명성 하루 아침에

뭇 나무들과 다르고,

絶艶千古高名園 빼어난 아름다움 천고에

아름다운 동산에서 높네.

却憐氷質不自暖 오히려 얼음 같은 바탕

스스로 따뜻해질 수 없음 어여삐 여기어,

雖有步障難爲溫 비록 가리개 있다하나

따뜻하게 하기 어렵다네.

羞同桃李媚春色 복사꽃 오얏꽃 함께

봄 경치 아름답게함 부끄러워하고,

敢與葵藿爭朝暾 감히 해바라기와

아침 햇살 다툰다네.

歸來只有脩竹伴 돌아와서는 다만

긴 대나무만 짝하고,

寂歷自掩疎籬門 쓸쓸하여 스스로 엉성한

울타리 문 닫는다네.

亦知眞意還有在 또한 참다운 뜻

아직 남아 있음 알겠고,

未覺浩氣終難言 호연지기 끝내 말하기 어려움

깨닫지 못하네.

一杯勸汝吾不淺 한 잔 네게 권하노니

내 얕지 않음이요,

要汝共保山林樽 너 맞아 함께

산림의 술잔 지키려네.

 

 

4344. 유보학을 애도함, 두 수 挽劉寶學二首

 

 

43

天地誰翻覆 하늘과 땅 누가 뒤집어 엎었는가?

人謀痛莫支 사람의 계책 애통하게 지탱할 수 없었네.

公扶西極柱 공께서는 서쪽 변방의 기둥 붙드시고,

威動北征旗 그 위세 북정의 깃발 움직였네.

肉食謀何鄙 고기 먹는 이들의 계책 얼마나 비루한가?

家山志忽齎 고향에서 뜻 홀연히 품었네.

平生出師表 한평생 출사표 올렸으니,

今日重傷悲 오늘 거듭 마음 아프고 슬프다네.

 

44

生死公何有 삶과 죽음 공에게 무슨 상관 있으리?

飄零我自傷 공 돌아가시니 내 절로 슬퍼지네.

向非憐不造 저번에 집 이루지 못함 불쌍한 것 아니나,

那得此深藏 어찌 여기 깊이 감출 수 있으리?

心折風霜裏 마음은 바람 서리 속에서 꺾이고,

衣霑子姪行 옷은 아들 조카들 가는 길에 적셔지네.

哦詩當肅挽 시 읊조릴 땐 마땅히 만가 슬퍼야 하나,

悲哽不成章 슬픔에 목매어 글 이루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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