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원전자료/주자서

주자6

황성 2025. 6. 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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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117. 서암산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절구 네 수를 얻어 언집과 충보 두 형에게 드림 入瑞巖道間, 得四絶句, 呈彦集充父二兄

 

 

114

憶昔南遊桂樹陰 생각해보니 지난 날 남쪽

계수나무 그늘에서 놀다가,

歸來遺恨滿塵襟 돌아오니 한 속세의 한

흉금에 가득 남았었지.

 

籃輿此日無窮思 대나무 수레 이 날

생각 끝이 없으니,

萬壑千巖秋氣深 만 골짜기며 천 봉우리에

가을 기운 깊다네.

 

115

翩翩一馬兩肩輿 사뿐사뿐 말 한 마리와

어깨에 매는 수레 두 대,

路轉秋原十里餘 길 가을 언덕으로

10리쯤 돌아섰네.

共說前山深更好 함께 말하기를 앞의 산

깊어 더욱 좋다하니,

不辭迢遞款禪居 까마득한 곳 중의 거처

두드림 거절하지 말게나.

 

116

淸溪流過碧山頭 맑은 시내 짙푸른 산

모퉁이 흘러 지나는데,

空水澄鮮一色秋 하늘과 물 맑고 신선하니

온통 가을 빛 띠고 있네.

隔斷紅塵三十里 속세의 먼지

30리 밖에 떨어지지 않았는데,

白雲黃葉共悠悠 흰 구름이며 누런 잎

함께 유유하네.

 

117

風高木落晩秋時 바람 높고 나뭇잎 지는

늦가을 철에,

日暮千林黃葉稀 모든 숲에 해 지니

누런 잎 드무네.

祗有蒼蒼谷中樹 다만 푸릇푸릇한

골짜기의 나무만이,

歲寒心事不相違 해 추워지는 심사

어긋나지 않네.

 

 

118120. 적계 호선생을 애도함, 세 수 挽籍溪胡先生三首

 

 

118

夫子生名世 선생님 태어나 세상에 이름 떨치셨는데,

窮居幾歲年 궁벽하게 사신지 몇 해나 되셨던가?

聖門雖力造 성인의 문 비록 힘껏 갔으나,

美質自天全 아름다운 바탕 하늘에서 보전하셨네.

樂道初辭幣 도 즐기시어 처음에는 부르심 물리셨고,

憂時晩奏篇 슬플 때 만년에 글 올리셨네.

行藏今已矣 나가고 물러나심 이제 그쳤으니,

心迹故超然 마음과 자취 이에 초연하다네.

 

119

澹泊忘懷久 담박하니 품은 뜻 잊은 지 오래되었고,

渾淪玩意深 혼륜하니 완미하는 뜻 깊었다네.

簞瓢無改樂 대바구니 밥과 표주박의 물 즐거움 고치지 않으셨고,

山水自知音 산과 물 절로 음악 알았다네.

冊府遺編在 책부에 남기신 책 있고,

公所定著論語會義, 副在秘閣

공께서 정하여 지으신 논어회의는 비각에 덧붙어져 있다

丘原宰樹陰 무덤 언덕 위에는 나무그늘 드리웠네.

門人封馬鬣 문인들 말갈기 같은 봉분 만드니,

寒日共霑襟 추운 날 함께 옷깃 적셨다네.

 

120

先友多淪謝 선친의 벗 거의 다 세상 뜨셨는데,

唯公尙典刑 공만이 여전히 법도 있다네.

向來深繾綣 그 동안 간곡함 깊었거늘,

猶足慰飄零 오히려 영락함 위로하셨네.

喬木摧霜榦 높은 나무 서리 가지 꺾이고,

長空沒曉星 긴 하늘에서는 새벽 별 졌다네.

傷心遽如許 마음 상하니 어찌 이와 같으리?

孤露轉 부모 없는 고아 점점 몸 가눌 길 없어지네.

 

 

 

 

 

121127. 次韻潮州詩六首

조주시의 각운자를 사용해 지은 여섯 수

 

121122 濠上齋二首

호상재 두 수

 

黃堂理事餘 태수의 관청에서 일을 처리하는 틈틈이

便坐永玆日 곁채에 앉아 시간을 보내네.

語黙趣雖殊 벼슬살이와 은거하는 취미는 비록 다르지만

晦明心本一 어둡든 밝든 마음은 본래 하나라네.

舊聞眞體露 예전부터 참된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듣기만 해도

已歎群疑失 이미 여러 의심되는 것들이 사라져 감탄한다네.

迨此復幾年 이곳에 온지 또 몇 해 되었던가?

定知久純白 분명히 알겠구나 오래도록 순수했음을.

 

122

 

道若大路然 도는 마치 큰길과 같은데

奈此人好徑 어찌 이 사람은 좁은 길을 좋아하는가

卽事昧本心 일상의 일을 해가다 본심을 깨달으면

離動覓眞靜 흩어져 움직이더라도 참된 고요함을 찾는다네.

安知濠上翁 어떻게 호상 가의 늙은이를 알아

妙入玄中境 교묘히 현묘한 경지로 들어갈까?

偶寄郡齋閑 우연히 군수가 사는 곳의 한가로움에 기대어

無欲民自正 욕심이 없으면 백성들은 스스로 곧게 되네.

 

123 閑坐 한가로이 앉아

 

坐嘯無餘事 앉아 휘파람부는 것 외에는 일 안 하니

淡然塵慮希 담담하여 세상의 염려되는 일도 드무네.

閑中自怡悅 한가한 중에 스스로 즐거워 하니

妙處絶幾微 묘한 것은 낌새 자체를 끊어버리네.

韓子成今古 한유는 옛것과 지금 것을 이루시고

顚師果是非 대전스님은 옳고 그름을 과단(果斷)하셨네.

悠然發孤些 한가로이 홀로 읊조리고 탄식하며

千載儻來歸 천년에도 구애되지 않는다면 돌아가리.

 

124 銷寇 소구

 

年來揭陽郡 몇 해 이래로 조주는

牢落海陰墟 쓸쓸히 바닷가 폐허가 되어버렸네.

雲嶠無幽子 뾰족하며 높은 산에는 은자가 거하지 않고

潢池有跖徒 반란을 일으키는 도척 같은 무리만 있네.

單車亦已稅 수레 타고 온 관리에게도 세금을 내라고 하면서

蔓草不須鋤 덩굴 풀 같은 도적은 도리어 제거하지 않네.

比屋絃歌裏 집집마다 금()과 슬()을 뜯는 평안한 가운데

功高化鱷圖 공로가 크니 악어를 감화시킨 그림을 그렸네.

 

125 山丹 산단

 

昔遊嶺海間 옛날에 광동과 광서 사이를 유람할 때

幾見蠻卉拆 몇 번 만훼가 꺾여 있는 것 보았네.

素英漙夕露 흰 꽃봉오리에는 밤이슬이 흩뿌려져 있고

朱蘤爛晴日 붉은 꽃 맑은 해 아래서 빛나네.

歸來今幾年 돌아온 지 올해 몇 년 째인가?

晤對祗寒碧 만나는 것은 오로지 푸른 하늘 뿐

因君賦山丹 그대로 인해 산단시를 짓고

悅復見顔色 기뻐서 다시 얼굴을 보네.

 

126 山居卽事用疊翠亭韻 산에 살며 눈앞에서 느낀 바가 있어 첩취정운을 사용해 짓다.

 

世情日以疎 세상의 인정은 날로 소원해지는데

庭樹日以密 정원의 나무는 날로 우거져가네.

我心自悠悠 내 마음 한가롭고 편안한 뒤로

兩忘喧與寂 시끌벅적한 것과 고요한 것 둘 다 잊어버렸네.

門開山疊翠 문 여니 산은 푸르름을 더해 가는데

雨罷雲絶迹 비 그치니 구름은 자취를 감추네.

天涯此興同 하늘가에서도 이 기쁨 함께 하길 바래

萬里寄消息 만리 먼 곳에서 소식을 띄우네.

 

127 柬舍姪 사질에게 띄우는 편지

 

回頭別子時 그대와 헤어진 뒤를 돌이켜보니

歲月劇風雨 힘든 비바람의 세월을 살아왔네.

老大無所成 늙고 나이 들도록 이룬 것 없어

慙嘆中夜舞 부끄러워 탄식하며 한 밤중에 읽어나 분발하네.

長鑱足呻吟 긴 침만 매고 돌아오니 신음하기에 족하고

短褐極藍縷 짧고 거친 베옷은 지극히 남루하네.

古人不可期 옛 사람 기약할 수 없어

炯炯心獨苦 걱정스러워 마음 홀로 괴로워하네.

 

128. 夏日齋居得潮州詩卷咏歎之餘用卒章之韻以紀其事

여름에 호상재(濠上齋)에 거하며 조주의 시를 얻어 읊조리고 탄식한 나머지 마지막 장의 운으로 그 감회를 기록하다.

 

孟夏氣淑淸 초여름 공기 맑고 깨끗한데

窗戶有佳色 창문 넘어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져 있네.

臥聞幽籜翻 누워서 조용히 대나무 뒤집히는 소리 듣고

轉覺林景寂 옆으로 돌아 숲의 경치 고요한 것 느끼네.

參差帙委素 들쑥날쑥한 책갑(冊匣)은 평소대로 쌓는데

縹渺香橫碧 멀리서 어렴풋이 향기가 푸르름을 가로질러 오네

啜菽有餘懽 콩죽을 먹어도 가시지 않는 즐거움이 있으니

纓冠非所職 갓 쓰고 관리되는 것은 맡은 바가 아니라네

故人海邊郡 친구가 바닷가 태수로 있어

妙語寄遠翼 오묘한 말을 멀리 날개에 매달아 부치고

咏嘆不得聞 읊조리고 탄식해도 들을 수 없어

超然見胸臆 초연히 마음속을 들여다 보내.

 

129. 壽母生朝 下六首附見於此 어머님의 생신 날 아침 장수를 축원하며

 

秋風蕭爽天氣凉 가을바람 휘휘 불고 날씨 서늘한데

此日何日升斯堂 저 해는 무슨 날인지 이 집까지 떠 올라왔네.

堂中老人壽而康 집의 늙은이 장수하고 건강해서

紅顔綠鬢雙瞳方 붉은 얼굴에 검은머리 두 눈이 방형일세.

家貧兒癡但深藏 집은 가난하고 아들은 어리석지만 깊이 숨어

五年不出門庭荒 다섯 해 동안 나오지 않아 문과 뜰 황폐해졌네.

竈陘十日九不煬 아궁이에 열흘에 아홉 번은 불때지 않는데

豈辦甘脆陳壺觴 어찌 맛있는 안주를 준비하고 술상을 마련하겠는가?

低頭包羞汗如漿 머리 숙여 부끄럼 감싸니 땀이 미음처럼 끈적끈적한데

老人此心久已忘 노모는 이 마음 이미 오래 전에 잊었네.

一笑謂汝庸何傷 웃으며 노모에게 건강이 얼마나 상하셨는지? 여쭙는데

人間榮耀豈可常 사람의 부귀와 영욕 어찌 불변할 수 있겠는가?

惟有道義思無疆 도덕과 의리 있으시고 만수무강하시며

勉勵汝節彌堅剛 모친의 절조를 힘 쓰셔서 더욱 굳세시길.

熹前再拜謝阿娘 기쁜 날 재배하며 어머님께 사례함은

自古作善天降祥 자고로 선한 것을 하면 하늘에서 상서로움 내리기 때문이라네.

但願年年似今日 다만 원컨대 해마다 오늘만 같아서

老萊母子俱徜徉 노래의 모자처럼 함께 한가롭고 여유 있기를

 

130131. 又二首 또 두수

 

130

 

敬爲生朝擧一觴 삼가 생일날 아침 술 한잔 들고

短歌歌罷意偏長 짧은 노래 끝나도 뜻은 오히려 지속되네.

願言壽考宜孫子 원컨대 장수를 말하는 것은 응당 자손이니

綠鬢朱顔樂未央 검은머리와 붉은 얼굴에 즐거움 다함이 없기를

 

131

 

陰澹園林歲欲霜 그늘지고 조용한 정원 숲에 때는 서리 내리려 하는데

怪來和氣滿中堂 괴이하게 따뜻한 기운이 집안에 가득 찼네.

要知積善工夫巧 쌓은 선을 알고자 하나 솜씨 교묘하여

變得人間作壽鄕 인간으로 변하여 장수 마을을 만들었네.

 

132134. 又三首 또 세수

 

132

 

昨夜秋風凉氣歸 어젯밤 가을 바람은 차가운 기운으로 돌아왔더니

今朝喜色動簾幃 오늘 아침엔 기쁜 표정으로 발 휘장을 흔드네

細斟瀲灩新春酒 자세히 음미해보니 가득 차 넘친 것은 새로운 봄 술인데

戲舞斑爛舊綵衣 아양떨고 춤출 때 입던 채색 옷 옛 채색 옷이 되었네.

願上龜蓮千歲壽 원컨대 거북이 연잎에 올라가는 것처럼 천 세수를 누리시고

永令鳧藻一家肥 오래도록 다정하고 의좋게 지내며 온 가족 건강하길

也知厚德天應報 두터운 덕은 하늘이 보응(報應)하는 것 알기에

更說陰功世所希 또 다시 음덕이 세상에는 드문 것 말하네.

 

133

 

暑退秋容欲凜然 더위 물러나고 가을되니 스산해 지려는데

北堂佳氣倍澄鮮 북당의 아름다운 기운 맑고 새로움을 배가시키네.

舊痾已向新凉失 오래된 병은 이미 초가을의 서늘한 기운에게 졌지만

壽骨應隨爽籟堅 수명은 응당 가을 바람 따라 굳세어야 하리.

塵外光陰那有盡 속세 밖의 광음이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尊前風月浩無邊 존귀한 분 앞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크네.

癡兒六六今如許 어리석은 아들 서른 여섯 살로 이제 나이 많은데

慚愧西河不老仙 부끄럽구나! 서하의 늙지 않는 신선처럼 되신 어머님 앞에

 

134

 

仙人昔住紫琳房 신선은 옛날 자림방에 살면서

一旦翩然下太荒 하루아침에도 재빠르게 날아 태황에 내려앉았는데

久悟客塵無自性 오래도록 속세의 번뇌를 깨달으니 불변불멸하는 성품이 없고

故應福祿未渠央 복이나 녹에 응해도 다함이 없네.

徙居邂逅成嘉遯 옮겨와 살면서 만나 적합하게 은둔하여

捧檄因循愧漫郞 격문을 받들고 돌므로 만랑을 부끄러워하네.

願借寒潭千丈碧 원컨대 한담의 천 길의 푸르름 빌려

年年此日奉華觴 해마다 이날 아름다운 술잔 받들게 되기를.

 

135. 又一首 또 한 수

 

竹栢交柯庭院淸 대나무와 측백나무 가지 서로 섞여있는 정원 고요하고

西風不動翠簾旌 가을 바람은 푸른 발과 장막을 흔들지 않네.

高堂正喜新凉入 부모님 한창 즐거운데 초가을의 청량한 바람 불어오고

樂事仍逢壽斝傾 즐거움 지속되는데 생일을 맞이하여 술잔을 기울이네.

盡室丹衷歸善禱 온 가족 진심으로 좋은 기원으로 돌아와

滿頭綠鬢定重生 온 머리 검고 젊은 모습으로 반드시 다시 사시길.

年年此日歡娛意 해마다 이날은 기쁘고 즐거운 의미되고

更願時豊樂太平 거듭 원컨대 때마다 풍성해서 태평성대를 누리시길.

 

136. 丁丑冬, 在溫陵, 陪敦宗李丈, 與一二道人同和東坡惠州梅花詩, 皆一再往反, 昨日見梅追省前事, 忽忽五年舊詩不復可記憶, 再和一篇呈諸友兄一笑同賦 정축년 겨울 온릉에서 돈종이장을 모시고 한 두 도사와 함께 소동파가 혜주에서 지은 매화시에 화답하고 모두 몇 번이나 반복하였는데, 어제 매화를 보고 성 앞에서의 일을 추억해보니 문득 오 년 전의 옛 시를 다시 기억할 수 없어, 다시 한편을 지어 여러 친구들과 형님들께 받치니 한바탕 웃고 함께 짓다.

 

江梅欲破江南村 야생 매화 강남 마을에 꽃 피려하는데

無人解與招芳魂 향기 혼을 불러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네.

朔雲爲斷蜂蝶信 북쪽에서 불어오는 구름 기운 벌과 나비의 소식 끊고

凍雨一洗煙塵昏 찬비는 연기와 먼지의 어둠을 한바탕 씻네.

天憐絶艶世無匹 하늘은 빼어난 미인을 불쌍히 여겨 세상에 필적할 만한 이 없어

故遣寂寞依山園 그러므로 적막한 데 보내어져 산과 동산에 의지하네.

自欣羌笛娛夜永 스스로 강족의 피리 좋아하여 밤에 오래도록 즐기고

未要鄒律回春溫 추연이 음율을 불필요도 없이 봄 돌아오면 따뜻해지리.

連娟窺水墮殘月 가냘픈 몸매로 새벽달이 물에 비친 것 들여다보는데

的礫泣露晞晨暾 선명하게 반짝이며 눈물 흘리는 이슬 새벽 먼동 털 때 마르네.

海山淸游記玉面 온릉에서 한가롭게 유람하며 옥 같은 얼굴의 도사를 기억하는데

衰病此日空柴門 쇠약하고 병 많으니 이날도 누추한 집은 텅 비네.

相逢不敢話疇昔 서로 만나도 감히 옛적의 일들 말하지 못하는데

能賦豈必皆成言 지을 수 있다고 어찌 반드시 모두들 말을 완성하겠는가?

雕鐫肝腎竟何益 애써 조탁하는데 간장과 신장에 도대체 무엇이 유익하겠는가?

況復制酒哦空樽 하물며 다시 술을 끊어 빈 술잔만 읊조리는데.

 

137. 歲晩燕集以梅花已判隔年開分韻賦詩得已字 세밑에 술과 음식을 마련해서 모여서는 진여의의 매화는 이미 일년 전과 구분해서 피네라는 시 구절로 운을 나누고, ‘()'자를 얻어 시를 짓다.

 

陽愆冬氣昏 따뜻함이 지나쳐서 겨울 기운 모호한데

日暮悲風起 해 저무니 스산한 바람 부네.

晤言欲誰從 만나 이야기하지만 누가 좇으려 하겠는가?

斗酒會隣里 술 한말로 동네 사람들을 불러모으네.

盤餐乏珍脆 소반의 반찬에 진귀하고 입에 맞는 것 적고

肴核闕儲峙 고기류나 과일류 음식이 갖추어져 있지 않네.

無以奉嘉賓 귀한 손님을 받들어 섬기지는 않지만

󰜃罄亦可恥 병의 그릇 속이 텅 비어도 부끄럽네.

所賴數子賢 의지하는 몇 아들이 현명해서

深睠不余鄙 각별히 돌보아주어 나는 비루하지 않다네.

夜闌更促席 밤이 깊을수록 더욱 다가앉는데

燈火共歡喜 등불이 함께 기뻐하네.

酣歌氣激冽 흥에 겨워 노래부르는 분위기 격렬해지자

傑句韻淸美 뛰어난 구절은 운치가 청아하면서도 미묘하네.

衰懶愧英游 쇠퇴하고 게을러서 걸출한 사람들한테 부끄럽지만

歲晩情何已 세모의 정서를 어찌 그치랴!

 

138. 卓國太生朝 太下, 疑當有夫人二字

탁국태의 생일날 아침에자 아래에 夫人이라는 두 자가 있어야 할 것 같다

 

鳳凰山下鳳凰城 봉황산 아래 봉황성에 사시는 어머님께서는

十載重來雙眼明 십 년 만에 다시 와도 두 눈 밝으시네.

賸喜故人頻獻納 친구가 빈번히 갖다바침 기꺼이 즐겨하심은

足知賢母外榮名 족히 알겠노라! 어진 어머님께서 영예로운 이름이 바깥에 났음을.

生朝擧酒天香裏 생일날 아침 향기 그득한 술을 드리며,

賤子當歌魯頌聲 아들은 응당 장수의 축하 노래를 부르시겠지.

問訊豪眉今幾許 묻노니 금년의 연세 얼마이신가?

年年此日照人淸 해마다 이 날에 사람 맑게 비추소서.

 

139. 又一首 또 한 수

 

玄冬周四運 겨울은 일년 사계절을 순환해서 반복되는데

肅氣驅煩喧 스산한 기운은 시끌벅적한 것을 쫓아내네.

孕此貞秀質 이 곧고 빼어난 기질을 품어서

德美難具論 덕과 아름다움은 함께 논하기 어렵네.

巍巍北堂高 우뚝 높이 솟은 북당에

福履神所敦 복록은 신이 도탑게 하셨네.

晨昏極榮養 아침저녁으로 부모님을 극진히 봉양하였고

夙昔蒙天恩 지난날에는 하늘의 은혜까지 입었었지.

明年啓國封 태평성세에 경국부인에 봉해지셔서

屈狄文魚軒 굴적 예복 입으시고 물고기 비늘로 장식한 수레 타셨네.

斑衣結紫綬 얼룩무늬 옷 입은 아들 붉은 관인을 찼고

玉樹承金尊 훌륭한 자제들이 황금 잔을 받드네.

歡娛何所忘 기쁨과 즐거움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千載如飛奔 천년이란 세월이 마치 나는 듯이 달리는 것 같네.

惟應玄中趣 오직 현묘한 중에도 즐거움이 응하고

眇眇自本根 아득히 속세를 벗어나도 스스로 근본 있으시네.

洗心河漢津 마음의 잡념 제거하고 은하수 나루터에서

入此無窮門 이 도를 통하는 무궁한 문에 들어가네.

超然謝衆甫 초연히 여러 자식과 조카들 사양하고

永與天壤存 영원히 하늘과 땅과 더불어 존재하리.

 

140. 社後一日作 사제(社祭)를 지낸 그 이튿날 짓다

 

聖作重品節 성인이 만드실 때는 품급(品級)에 따른 절제를 중시해서

等殺古所詳 등급간의 차별은 예부터 상세하다.

里有秦社稷 그 속에 진나라의 사직 제단이 있지만

僭差遂無章 법도를 너무 지나쳐 마침내 전장제도가 없어져버렸네.

王綱諒已隳 천자의 기강은 이미 확실히 무너졌지만

精意尙不亡 정심한 취지는 아직 없어지지 않았네.

尙論千載前 천년 전을 추론해 보니

簡編有遺芳 죽간에는 이전사람들의 아름다운 향기들이 남아있네.

侃侃陳孺子 강직한 진씨 집 아이는

恂恂萬春鄕 만춘마을의 문중자처럼 공손하네.

敬恭事耆老 삼가 공손히 늙은이들을 섬기고

禱賽謹田桑 신의 가호에 감사하며 농사짓고 누에치는 것 신중히 하네.

悠悠我里居 오랫동안 내 마을에 살면서

歲事有故常 매년 제사를 지낼 때는 여전히 옛 규례가 있다네.

向來諸老翁 예전부터 여러 늙은이들

惇厖亦端莊 순수하고 도타우며 단정하고 장중하시네.

交神庶或享 천지신명과 교감하고 천지신령이 제수 품을 흠향하시니

與物同樂康 사람을 대하고 일 처리하는 것 편안하고 즐거워하시네.

今我胡不樂 지금 내 즐겁지 않다고

悵然下頹岡 낙담해서 쇠패한 기강을 어찌 떨구랴?

古人不可見 옛 사람들 볼 수 없지만

今人自猖狂 요즘 사람들 스스로 미치광이처럼 무례하구나.

 

141. 三月三日祀事畢因脩禊事于靈梵以高閣一長望分韻賦詩得一字

삼월 삼일 사일(巳日)에 제사를 마치고, 영범원에서 수계사를 거행함으로 당나라 위응물의 높은 누각에 올라 한바탕 멀리 바라보며시의 운을 나누어 시를 지으며 한 일() 자를 얻다.

 

逝川無停波 흘러가는 하천에는 멈춰선 파도가 없듯

歲月一何疾 세월은 얼마나 빠른가!

居然雨露濡 확연히 비와 이슬 축축이 젖는데

我意日蕭瑟 나의 뜻은 날로 쇠잔해져 가네.

共惟西山足 함께 서산 기슭에 안치된 아버님을 생각하니

宰樹久蒙密 무덤 가의 나무들 오래도록 무성하고 빽빽하네.

晤言起哀敬 대면해서 얘기하면 슬픔과 공경을 불러일으키고

時事該禮律 당시의 상황에서는 예식과 형법에 따라야 했네.

肴羞旣紛羅 맛있는 요리 어지럽게 널려있고,

薦饋亦芳苾 제사를 올리는데 향기 내뿜고 있네.

周旋極悽愴 주위를 둘러보니 지극히 슬픈데

俛仰詎終畢 삽시간에 어찌 마칠 수 있겠는가?

更衣適精舍 옷을 갈아입고 영범원에 가니

隣曲會玆日 이웃사람들이 이날 이곳에 모였네.

簋黍畀煇胞 기장밥을 궤에 담아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從容罄膏膟 차분히 기름진 고기와 창자 기름을 다하네.

嘉賓更盤礴 귀한 손님들은 더욱 배회하며

環堵窺逸筆 담처럼 둘러서서 빼어난 필치를 들여다보네.

卽事君獨哦 눈앞의 일을 그대들 혼자 읊조리라고 하지만

非才我何述 재주가 없는데 내 어찌 서술하겠는가?

矧玆衰病餘 하물며 이 쇠락하고 병만 남아

苦畏煩慮怵 괴롭고 두려운데 번뇌와 우려로 쓸쓸하네.

賦罷掩寒棲 시 짓는 것 그만두고 문 걸어 잠근 채 가난하게 살며

存存常抱一 보존하고 양육하며 늘 도() 하나만 지닐 뿐이라네.

 

142143. 夏日二首

여름 두 수

142

 

端居倦時暑 평소에 때가 여름 되는 것 싫어하여

竟日掩柴門 하루 종일 사립문 걸어 잠그고 있네.

窓風遠飇至 창문사이로 부는 바람은 멀리서 폭풍처럼 불어와

竹樹淸陰繁 대나무의 맑은 나무그늘 번잡하기만 하네.

靜有圖史樂 고요한 가운데 도서와 서적 읽는 즐거움 있고

寂無車馬喧 적막하지만 수레와 말의 시끄러움은 없네.

玆焉愜所尙 이곳은 숭상하는데 적합해서

難與世人論 세상 사람들과 논하기 어렵네.

 

143

 

季夏園木暗 늦여름에 동산 나무 짙게 푸른데

窓戶貯淸陰 창문에 맑은 나무그늘 드리워져 있네.

長風一掩苒 큰바람이 한바탕 흔들어 쓰러지게 하면

衆綠何蕭槮 많은 푸른 나무 가지들 얼마나 우뚝 솟던지!

玩此消永晝 이곳에 놀고 긴 낮을 소일하며

泠然滌幽襟 맑고 시원하게 마음속의 정감들을 떨쳐버리네.

俯仰無所爲 곰곰이 생각해보니 하는 일이 없어

聊復得此心 애오라지 다시 이 마음을 얻네.

 

144147. 汲淸泉漬奇石置熏爐其後香烟被之江山雲物居然有萬里趣因作四小詩

맑은 샘물을 끌어들여 기이한 돌을 담그고 향로를 설치한 다음 향불 연기가 그 위에 자욱히 덮이니 강산의 경치가 확실히 아득히 먼 듯한 정취가 있어 지은 짧은 네 수의 시

 

144

 

晴窓出寸碧 맑은 창문에서 한 마디의 푸르름이 나오는데

倒影媚中川 거꾸로 선 그림자가 귀엽게도 하천 가운데 있네.

雲氣一呑吐 구름 같은 연기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는데

湖江心渺然 강호에 떠도는 마음 아득하기만 하네.

 

145

 

一水渺空闊 모든 물은 아득히 넓고 넓은데

群山中接連 뭇 산들은 중간에서 만나고 이어지네.

寒陰白霧湧 차가운 음기는 하얀 안개 속에서 솟아 나오는데

飛度碧峰前 날아서 푸른 봉오리 앞을 건너네.

 

146

 

隱几對寒碧 궤에 기대어 차가운 푸르름을 대하며

忘言心自閑 말을 잊으니 마음은 절로 한가롭네.

豈知冥寂士 어떻게 조용히 침묵하며 살아가는 은자를 알겠는가?

滅跡靑峯間 자취를 감춘 채 푸른 봉오리 사이에 사는데.

杜詩, 滅跡君山湖上之靑峯

두보의 도죽 지팡이 노래-동천(東川) 유후 장이(章彝)에게 증정함(桃竹杖引贈章留后)시에서 동정호의 군산 푸른 봉오리에서 자취를 잃을 뻔했다.”(滅跡于君山湖上之靑峯)

 

147

 

吟餘忽自笑 읊조린 나머지 문득 저절로 웃고

老矣方好弄 늙어서야 비로소 희롱을 좋아하네.

慨然思古人 감개해서 옛사람을 생각해보니

尺璧寸陰重 한 자의 옥보다 한 마디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네.

 

148150. 偶題三首

우연히 짓는 세 수

148

 

門外靑山翠紫堆 문밖 푸른 산에는 청록색과 자주색 쌓여있고

幅巾終日面崔嵬 종일 비단 두건 쓰고 있으니 얼굴엔 불편함이 쌓이네.

只看雲斷成飛雨 다만 조각구름 비되어 날리는 것 보지만

不道雲從底處來 구름이 어느 곳에서 날아오는지는 모르네.

 

149

 

擘開蒼峽吼奔雷 푸른 산골짜기를 쪼개고 천둥과 같은 위세로 달려나와

萬斛飛泉湧出來 엄청나게 많이 분출하는 샘물을 쏟아내네.

斷梗枯槎無泊處 마른 곁가지까지 이리저리 돌아다녀 멈추는 곳이 없고

一川寒碧自縈回 온 하천의 맑고 차가운 물은 저절로 빙빙 맴도네.

 

150

 

步隨流水覓溪源 흐르는 물 따라 계곡의 근원을 찾아

行到源頭却惘然 발원지에 도착하면 도리어 망연자실하네.

始悟眞源行不到 비로소 진정한 발원지는 이를 수 없다는 것 깨닫고

倚笻隨處弄潺湲 지팡이에 의지해 도처의 물이 천천히 흐르는 발원지를 찾네.

 

151. 次張彦輔韻

장언보의 시운을 써서 짓다.

 

風霜歲云徂 바람이나 서리 같은 고초도 세월 따라 가지만

塵事眯雙目 세속의 일은 두 눈을 잘 못 뜨게 하네.

故人書鼎來 친구의 편지가 막 왔는데,

照眼一連玉 눈에 비추어보니 온통 구슬만 꿰어있는 듯하네.

把玩不知疲 손에 쥐고 감상해도 피로를 모르고

日晏坐空腹 날이 저물도록 앉아 있어서 배가 텅 비었네.

卷藏什襲秘 열 겹으로 말고 감싸 신비롭게 보이지만

寒光夜穿櫝 맑고 차가운 달빛은 밤에도 상자를 꿰뚫고 비추네.

嗟予骯髒姿 ! 나의 뚱뚱해서 쓸모 없는 자태로는

十駕不能速 열흘 끌고 간 먼 거리는 빠를 수가 없네.

丘壑聊自娛 언덕과 계곡을 애오라지 스스로 즐거워하고

簞瓢亦云足 소쿠리 밥과 표주박 물도 만족스럽다 하네.

君侯湖海士 그대는 호쾌하고 의협심 있는 선비인지라

逸氣謝追逐 속세를 초탈한 기개는 세력다툼을 사양하네.

胡爲不予鄙 어찌하여 스스로 비천하지도 않는데

乃肯顧林谷 기꺼이 산림과 계곡을 돌보려고 하는가?

高軒緩前期 다른 사람이 방문해서 만날 기약을 연기하여

淸夢遶雙竹 단꿈에 다섯 무의 대나무 밭을 두르네.

起將杜陵句 첫 구절부터 두보의 시를 본받아

寫寄玉川屋 옥천옥에 머무는 그대에게 써서 부치네.

我窮詩未工 나는 곤궁해도 시를 잘 짓지 못하고

最覺貂難續 절실히 내 짓는 시문 그대만 못하다는 것 깨달을 뿐이라네.

感君慇懃意 그대의 정성스럽고 따스한 뜻 느껴

吟苦屢更燭 읊조리며 괴로워 자주 다시 촛불을 밝히네.

羣公饒藻思 여러 친구들 문장 짓는 재주나 시상(詩想) 풍부해서

裂牋動盈束 비단을 찢고 많은 묶음을 사용하고

歷險正摧輈 위험을 겪는 것 바로 끌채를 부러뜨리는 듯 하며

爭先俄擊轂 앞을 다투는 것 잠시 수레바퀴 부딪치는 것 같네.

低回欲引避 떠나기 싫어 머뭇거리고 자리를 양보하려 하지만

悵望曷歸宿 원망스럽게 바라보는데 어찌 돌아가 머물겠는가?

出吻竟無奇 말을 꺼내어도 결국 재사(才思)가 민첩하지 못해 신기함이 없고

彊顔終自恧 억지로 웃지만 끝내 스스로 부끄러워하네.

北風催歲年 차가운 북풍은 나이와 세월을 재촉해서

兩鬢失新綠 두 빈모(鬢毛)에는 새로이 자라나는 검은 털이 없네.

樊生念學稼 번생이 농사짓는 것 배우려는 것 생각하니

曹子悲食栗 조교처럼 헛되이 조 먹어 없애는 것 슬퍼하네.

死灰寧復然 사그라진 재가 어찌 또다시 타오르겠는가?

寡過良所欲 허물을 적게 하는 것이 진실로 하려는 것이라네.

耿耿自知明 확실히 스스로 밝히 아는데

何勞簷尹卜 어찌 수고로이 첨윤이 점치겠는가?

 

 

152. 장언보가 매화를 노래한 시의 각 운자를 써서 짓다

次張彦輔賞梅韻

 

朔風萬里開雲屛 북풍 만리 구름 병풍 헤치고,

淸霜夜墜朝景晴 맑은 이슬 밤에 내려 아침 풍경 맑네.

南枝浩蕩正春色 남쪽으로 뻗은 가지 호탕하니 곧장 봄 풍경이라,

凍蘂的皪含空明 찬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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