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4. 寄江文卿劉叔通
강문경과 류숙통에게 드림
82
文卿句律如師律 문경의 구법과 격률은 마치 군대의 기율 같고
通叔詩情絶世情 숙통의 시정은 세속을 넘어섰네.
政使暮年窮到骨 정치는 늘그막까지 가난이 뼈에 사무치게 하여
不敎吟出斷腸聲 애끊는 소리도 내지 못하게 하는구나.
83
詩人從古例多窮 시인은 예로부터 곤궁하기 마련인 것
林下如今又兩翁 지금 임하에 또 두 늙은이로다.
應笑湖南老賓友 호남의 늙은 친구를 비웃겠으니
兩年吹落市塵中 최근에 저자의 티끌 속에 떨어졌기 때문이라네.
此戲子蒙恐落窮籍不便, 可發一笑也. 이 시는 자몽이 아마도 궁핍한 상황에 떨어져 불편한 것을 희롱한 것 같은데, 한바탕 웃을 만한 것이다.
84
我窮初不爲能詩 나는 궁한데다 애당초 시를 잘 짓지 못하고
笑殺吹竽濫得癡 피리 부는데 외람되이 어리석은 이 끼었음을 비웃었노라.
莫向人前浪分雪 남 앞에서 멋대로 눈처럼 환히 밝히지 말 것이니
世間眞僞有誰知 세상의 참과 거짓 누가 알 것인가?
僕不能詩, 往歲爲澹菴胡公以此論薦, 平生僥倖, 多類此云. 나는 시를 잘하지 못하는데, 전에 담암 호전공에 의해서 이것으로 논하여 천거 되었으니 평생의 요행이 대부분 이와 비슷하였다.
85. 梅
매화
姑射仙人氷雪容 고야산 신선의 얼음과 눈 같은 모습에
塵心已共彩雲空 속세의 속된 생각 이미 채색 구름과 함께 날아가 버렸네.
年年一笑相逢處 해마다 웃음 지으며 서로 만나
長在愁煙苦霧中 언제나 고달픈 안개와 운무 속에 있건만.
86∼87. 香茶供養黃蘗長老悟公故人之塔幷以小詩見意二首
향기로운 차로 황벽장로오공친구의 무덤에 삼가 제사지내고 아울러 작은 시로 뜻을 드러낸 두 수
86
擺手臨行一寄聲 손 흔들며 떠날 때 한 마디 전갈을 부쳤으니
故應離合未忘情 그러므로 이별과 만남을 알겠지만 정은 잊을 수 없네.
炷香瀹茗知何處 향을 사르고 차를 끓이지만 어느 곳인가를 알겠는가?
十二峰前海月明 열두 봉우리 앞 바다위에 뜬 달은 밝기만 하네.
87
一別人間萬事空 한번 인간 세상 이별하면 모든 게 허사인데
他年何處却相逢 언제 어느 곳에서 만날 수 있겠는가?
不須更話三生石 더 이상 전생의 인연은 말할 필요도 없는데
紫翠參天十二峰 붉은 비취빛이 하늘을 찌를 듯이 열두 봉우리에 솟았네.
88. 庚申立春前一日
경신년 입춘 전 하루
雪花寒送蠟 눈꽃이 차가운 납월을 보내고 나니
梅萼暖生春 매화 꽃받침은 따뜻한 봄을 낳네.
歲晩江村路 세모의 강마을 길
雲迷景更新 구름에 도취되니 경치 더욱 새롭네.
89. 南城吳氏, 社倉書樓, 爲余寫眞如此, 因題其上. 慶元庚申二月八日, 滄洲病叟 朱熹仲晦父.
남성 오씨가 사창서루에 나를 위해 초상화를 이와 같이 그려서 그 위에 적었다. 경원 경신 이월 팔일에 창주병수 주희 중회부
蒼顔已是十年前 희끗희끗한 얼굴도 벌써 십년 전
把鏡回看一悵然 거울을 잡고 되돌아보니 온통 슬프기만 하네.
履薄臨深諒無幾 살얼음을 걷고 깊은 연못에 임한 것 같아 진실로 몇 때 없지만
且將餘日付殘編 또한 장차 남은 날일랑 완성치 못한 문장에 쏟으려네.
우리말 주자대전 10권
1. 謁表伯余宋祐
표백이신 여송우 어른을 찾아뵙다
江上雪意滿 강가에는 눈 내리려는 기색 가득하고,
風吹竹林平 바람은 평평한 대나무로 부네.
先生但堅坐 선생 다만 굳게 앉아 있을 뿐,
稚子開柴荊 어린 아이가 삽짝문 열어주네.
2. 趂韻
같은 각운자를 써서 짓다
千山木脫但空林 모든 산의 나무 잎 떨어져 다만 숲 비었고,
天外哀鴻亦叫音 하늘 바깥의 슬픈 기러기 또한 소리내어 우네.
認取溪亭今日意 시냇가 정자에서 오늘 뜻 취하여 알겠는데,
四更山月湧波心 4경에 산의 달 물결 한가운데서 솟아오르네.
3~4. 次晦叔寄弟韻二首
오익이 아우에게 부친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두 수
3
聞道君歸湘水東 듣자하니 그대 상수 동쪽으로 돌아왔는데,
經行長在白雲中 지나는 길 오래도록 흰 구름 속에 있었다네.
詩成天柱峰頭月 천주봉 꼭대기의 달에서 시 이루고,
酒醒朱陵洞裏風 주릉동 안의 바람에서 술 깬다네.
舊學難酬香一瓣 옛날 배움 한 줄기 오이씨 향 대답하기 어렵고,
流年誰管鬢雙蓬 세월 흘러 양쪽 귀밑머리 쑥대되었음 누가 상관하리오.
書來爲指효訛處 편지 보내와 잘못된 곳 가리키니,
不涉言詮不落空 말로 설명해주지 않아도 공허한 곳에 떨어지지 않네.
4
試上閩山望楚天 민산에 올라 초땅의 하늘 바라보게나,
鴈飛欲斷勢還連 기러기 남 끊을 듯하다가 형세 또 이어지네.
憑將袖裏數行字 소매에서 꺼낸 여러 행 글자 가지고서,
與問雲間雙髻仙 더불어 구름 사이 쌍계봉의 신선에게 묻네.
我訪舊遊終有日 내 옛 놀던 곳 찾음 결국 날 있겠지만,
君歸故里定何年 그대 옛 고을로 돌아감 정녕 어느 해인가?
祗今千里同心事 지금 천리 먼 곳 마음 함께 하는 일,
靜對簞瓢獨喟然 조용하게 대밥그릇에 표주박 마주하고 아아 탄식하네.
5. 次范碩夫題景福僧開窓韻
범석부의 경복사의 스님이 열어놓은 창문에 적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昨日土墻當面立 어제는 흙담 얼굴 보고 섰더니,
今朝竹牖向陽開 오늘 아침에는 대나무 창 햇빛 향해 열려 있네.
此心若道無通塞 이 마음 통하고 막힘 없다고 말한다면,
明暗何緣有去來 밝고 어두움 무슨 까닭으로 왔다 갔다함 있겠는가?
6. 題謝安石東山圖
사안의 「동산도」에 적다
家山花柳春 고향의 꽃 피고 버들 늘어진 봄에,
侍女髻鬟綠 시중 드는 여인 머리 검다네.
出處亦何心 나아가고 물러남 또한 어떤 마음인가?
晴雲在空谷 개인 하늘 빈 골짜기에 있다네.
7. 江月圖
강월도
江空秋月明 강 비었는데 가을달 밝고,
夜久寒露滴 밤 오래되니 차가운 이슬 듣는다네.
扁舟何處歸 조각배 어느 곳으로 돌아가는가?
吟嘯永佳夕 길고 아름다운 밤 큰 소리로 읊조리네.
8. 吳山高
오산은 높고
行盡吳山過越山 오땅의 산 다 가서 월땅의 산 지나는데,
白雲猶是幾重關 흰 구름 여전히 몇 겹으로 닫혀 있네.
若尋汗漫相期處 드넓어 끝없음 서로 기약할 곳 찾는다면,
更在孤鴻滅沒間 다시 외로운 기러기 사라져 없어진 사이에 있다네.
9. 題蕃騎圖
오랑캐의 기마도에 적다
傳聞姑단欲南侵 아골타 남쪽으로 쳐들어오려 한다 전하여 들었는데,
愁破雄邊老將心 근심 웅장한 변방의 늙은 장수 마음 깨뜨렸다네.
却是燕姬能捍虜 오히려 연나라 여자 오랑캐 막을 수 있으니,
不敎行到殺胡林 살호림까지 이르도록 하지 말게나.
10~11. 題尤溪宗室所藏二妃圖
우계의 종실에서 소장하고 있는 두 왕비를 그린 그림에 적다
10
瀟湘木落時 소수와 상수에 낙엽 질 때,
玉佩秋風起 옥 패물 가을 바람에 날리네.
日暮悵何之 해 저무니 슬피 어디로 가는가?
寂寞寒江水 차가운 강물 쓸쓸하다네.
湘夫人 상부인
11
夫君行不歸 부군 떠나시어 돌아오지 않으니,
日夕空應佇 해 저물어 공연히 우두커니 서 있네.
目斷九疑岑 눈 구의산 봉우리에서 막히니,
回頭淚如雨 고개 돌리어 눈물 비처럼 흘리네.
湘君 상군
12. 夜
밤
獨宿山房夜氣淸 홀로 산방에 묵으니 밤 기운 맑고,
一窓凉月共虛明 온 창에 서늘한 달 함께 비어 빛나네.
隣鷄未作人聲絶 이웃집 닭소리 나지 않는데 사람 소리 끊이고,
時聽高梧滴露鳴 이따금 높다란 오동나무에 이슬 들어 울리는 소리 들리네.
13~15. 醉作三首 七月二十六日夜
취하여 세 수를 짓다 7월 26일 밤에
13
淅淅西風起 솨솨 가을 바람 이니,
嗷嗷寒鴈多 끼룩끼룩 겨울 기러기 많네.
稻粱隨處有 벼와 곡식 곳곳에 있으나,
珍重采薇歌 진중하게나 「채미가」의 뜻.
14
淅淅西風起 솨솨 가을 바람 이니,
候蟲寒夜分 제철 벌레 차가운 밤에 나누이네.
千山杳沈寂 온산 아득하니 적막한데,
竟夕斷如聞 저녁 내내 들리는 듯 끊어지네.
15
淅淅西風起 솨솨 가을 바람 이니,
濺濺石瀨鳴 콸콸 돌여울 울리네.
有情從是妄 정 있다 망령되이 따르는데,
箇裏定無情 그 안에는 정녕코 정 없다네.
16. 苦雨, 用俳諧體
비를 괴로워하다, 배해체로
仰訴天公雨太多 하느님 우러러 비 너무 많이 내린다고 호소하여,
纔方欲佳又滂沱 이제 겨우 좋아지려는 듯하더니 다시 좍좍 퍼붓네.
九關虎豹還知否 하늘의 아홈 관문 지키는 호랑이와 표범은 또 아는지 모르는지,
爛盡田中白死禾 밭 남김없이 쓸어버려 죽은 벼 깨끗이 치우네.
楚詞招魂云, 虎豹九關, 啄害下人些
초사「초혼」에서는 “호랑이와 표범이 아홉 겹의 관문에서 아래의 인간을 쪼네.”라 하였다.
17~20. 杉木長澗, 四首
삼목과 장간에서, 네 수
17
我行杉木道 내 삼목의 길 가는데,
弛轡長澗東 장간의 동쪽에서 고삐 늦추었다네.
傷哉半菽子 슬프도다! 콩 반 섞어 먹는 백성들,
復此巨浸攻 다시 여기 큰 홍수 들이쳤다네.
沙石半川原 모래와 돌 내와 들판 반이나 덮고,
阡陌無遺蹤 두둑길은 남은 자취 없다네.
室廬或僅存 집과 오두막 어쩌다 겨우 남아 있어도,
釜甑久已空 솥과 가마솥 오래 전에 이미 비었다네.
壓溺餘鰥孫 깔려죽고 빠져죽어 홀아비와 손자만 남았는데,
悲號走哀恫 슬피 부르짖으며 애통하게 내달리네.
賻恤豈不勤 부조하고 도와줌 어찌 부지런하지 않겠는가만,
喪養何能供 조상하고 도와줌 어찌 능히 대리오?
我非肉食徒 내 고기 먹는 무리 아니니,
自閉一畝宮 스스로 일무의 작은 집 닫는다네.
簞瓢正可樂 대밥그릇 표주박 마침 즐길 만하니,
禹稷安能同 우임금과 후직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朅來一經行 가고 오는 길에 한번 지나치니,
歔欷涕無從 아아! 눈물 까닭 없이 흐를까?
所慙越尊俎 주제넘게 주기와 제기 듦 부끄러우니,
豈憚勞吾躬 내 몸 수고로움 어찌 꺼리겠는가?
攀躋倦冢頂 무덤 꼭대기 기어오르다 지치고,
永嘯回凄風 길게 탄식하다 돌아오니 바람 처량하네.
眷焉撫四海 흘끗 돌아보며 사해 위로하나,
失志嗟何窮 뜻 잃음 아! 어찌 끝이 있으리오?
18
朝發長澗頭 아침에 장간 어귀 떠나,
夕宿長澗尾 저녁에 장간의 꼬리에서 묵네.
傷哉長澗人 슬프도다! 장간 사람이여,
禍變乃如此 화의 변화 곧 이와 같다네.
19
縣官發廩存鰥孤 현의 관리 창고 열어 홀아비 고아 살려도,
民氣未覺回昭蘇 백성들 기운 소생하여 깨어나 돌아옴 깨닫지 못하네.
老農向我更揮涕 늙은 농부 나 보고 다시 눈물 흩뿌리니,
陂壞渠絶田苗枯 둑 허물어지고 냇물 끊겨 밭의 싹 말라서라네.
20
阡陌縱橫不可尋 이쪽저쪽 두둑길 가로세로 찾을 수 없고,
死傷狼籍正悲吟 죽은 이며 다친 사람 널브러져 정말 슬피 읊조리네.
若知赤子元無罪 갓난 아이 원래 죄 없음 안다면,
合有人間父母心 정녕 인간 부모의 마음 있으리.
21. 題中峰杉徑
중봉령의 삼나무 오솔길에서 짓다
盤回山腹轉脩蛇 산허리 빙 도니 긴 뱀처럼 돌아서,
橫入中峰小隱家 횡으로 붕우리 안의 작은 은자 집에 드네.
好把穉杉緣徑揷 어린 삼나무 오솔길 따라 잘 꽂혀 있어서,
待迎凉月看淸華 서늘한 달 맞아 수려한 경치 보네.
22. 山寺逢僧談命
산사에서 중을 만나 운명을 이야기하다
此地相逢亦偶然 이곳에서 서로 만남 또한 우연일진대,
漫將牛斗話生緣 되는대로 우수와 두수 가지고 속세의 연분 이야기하네.
時行時止非人力 때로 가고 때로 멈춤 사람의 힘 아니니,
莫問流年祗問天 흐르는 세월 묻지 말고 다만 천명 묻게나.
23. 贈書工
화공에게 주다
平生久要毛錐子 평소에 송곳 같은 붓과 오래도록 언약하였는데,
歲晩相看兩禿翁 세밑에 두 머리 벗어진 늙은이 서로 보네.
却笑孟嘗門下士 오히려 맹상군 문하의 선비 비웃네,
祗能彈鋏傲西風 다만 긴 칼 뚱기며 서쪽 바람에 거만함.
24. 蘭
난초
謾種秋蘭四五莖 내키는대로 가을 난초 너댓 줄기를 심었더니,
疎簾底事太關情 성긴 발은 무슨 일로 그렇게 마음을 쏟을까?
可能不作凉風計 아마도 서늘한 바람 잠재을 계책 있어,
護得幽香到晩淸 그윽한 향기 저녁까지 맑게 지켜주었으면.
25. 讀十二辰詩卷, 掇其餘作此, 聊奉一笑
12진 시권을 읽고 그 나머지를 주워 이 시를 지어 애오라지 한바탕 웃음을 바친다
夜聞空簞齧饑鼠 밤에 빈 대밥그릇 굶주린 쥐가 갉아먹는 소리 들리고,
曉駕羸牛耕廢圃 새벽에는 비쩍 마른 소 멍에 지워 버려진 밭 간다네.
時才虎圈聽豪夸 당세의 인재 호랑이 우리에서 호기 자랑함 듣고,
舊業兎園嗟莽鹵 옛날부터 저술에 종사하였거늘 거칠고 소략함 탄식하네.
君看蟄龍臥三冬 그대 보게나 숨어 있는 용 겨울 석 달 엎드려,
頭角不與蛇爭雄 머리의 뿔 뱀과 자웅 겨루지 않는다네.
毁車殺馬罷馳逐 수레 부수고 말 죽여 달려가 쫓음 그만두고,
烹羊酤酒聊從容 양 삶고 술 사오니 애오라지 느긋하다네.
手種猴桃垂架綠 손수 미후도 심으니 드리운 가지 푸르고,
養得鵾鷄鳴角角 곤계 기르니 꼬끼오 하고 울어대네.
客來犬吠催煮茶 손님 오니 개 짖어 차 끓이라 재촉하니,
不用東家買猪肉 동쪽 집에서 돼지고기 살 필요 없다네.
26. 伏承示及毛公平仲墓銘, 且索挽詩. 熹不及識毛公, 而愛重其文舊矣. 義不可辭顧, 已不及其虞殯, 姑以數句題於墓銘後. 幸辱裁訂, 或轉而致之其家, 幸甚
삼가 받들어 모공 평중의 묘지명을 보게되었으며 또한 만시를 찾아보게 되었다. 나는 미처 모공을 알지 못하였으나 그의 글을 아끼고 중시한지가 오래되었다. 의리상 돌보심을 거절할 수가 없었으며 이미 그 초빈에 미치지를 못하여 잠깐 여러 구절을 지어 묘지명 뒤에다 적는다. 요행히도 욕되이 교정을 받아 어쩌다가 전하여져 그 집에 이르게 되면 매우 다행이겠다
毛公神仙骨 모공 신선의 풍골 지녔는데,
誤落世網中 잘못하여 속세의 그물로 떨어졌다네.
髫齔出奇語 머리채 늘어뜨리고 이 갈 무렵 기이한 말 하여,
砉然驚乃翁 희야! 하며 그대 부친 놀라게 하였다네.
弱齡翰墨場 약관의 나이에 문단에서,
不言已收功 말하지 않아도 공 이미 거두었다네.
亭亭絶世姿 우뚝하니 절세의 자태요,
皎皎氷雪容 희디희니 얼음과 눈 같은 모습이라네.
顧步一長嘯 돌아보는 발걸음 한번 길게 휘파람 불고,
笙鶴翔秋空 신선 학 하늘에 빙빙 나네.
調高聽者稀 가락 높아지니 알아듣는 이 드물어,
老去竟不逢 늙어가며 마침내 만나지 못했다네.
一朝謝塵濁 하루 아침에 속세의 탁함 떠나,
泠然跨剛風 맑게 굳센 바람 탔다네.
回頭呌安期 고개 돌려 안기생 부르고,
擧手邀韓終 손 들어 한종 맞는다네.
千秋有遺想 천추에 남긴 한 있는데,
一往無留蹤 한번 가더니 자취 남기지 않았다네.
平生故人心 평생토록 옛 친구 마음,
灑涕銘幽宮 눈물 뿌리며 묘지명 쓴다네.
斯人不可見 이 사람 볼 수 없으나,
斯文鬼神通 이 문장 귀신과 통한다네.
27~28. 挽鹿伯可郞中二首
녹하를 애도하는 시. 두 수
27
造辟謀謨遠 나아가 임금 뵙고 계책 도모함 머셨고,
勤民志慮專 민생에 부지런하여 뜻 오로지 하였네.
中身謝軒冕 중년에 초헌과 면류관 사직하고,
畢志友林泉 필생의 뜻 숲과 샘 벗하셨네.
出祖傾群彦 가시는 길 보내느라 뭇 선비들 한쪽으로 기울고,
歸來足二賢 돌아오니 두 어지신 대부에 충족하네.
誰令行樂地 누구로 하여금 즐거운 땅 가운데,
容易鎖寒烟 쉽게 차가운 연기 잠그게 하려는가?
28
疇昔東州路 옛날 동주로에 있을 때,
音書僅一通 편지 겨우 한 통 주고 받았다네.
承顔終未遂 웃어른 섬김 끝내 이루지 못하였거늘,
仰德竟何窮 덕 우러름 끝내 어찌 끝이 있으랴?
野哭悲能遽 들판에서 우는 슬픔 빨리 할 수 있지만,
巖居計莫同 암혈에 거처하는 계책 결코 같지 않다네.
關心九原路 구원의 길 마음에 걸리니,
無樹不高風 높은 바람 불지 않는 나무 없다네.
29~30. 挽陳檢正庸二首
검정이신 진용을 애도하는 글. 두 수
29
厚德高賢躅 두터운 덕은 높은 현인들의 발자취요,
淸名起懦襟 맑은 이름 나약한 마음 일으켰다네.
承宣幾年最 이어 펴심 몇 해 동안 가장 뛰어나셨고,
明恕一生心 밝고 너그러우심은 일생 동안 지니신 마음이었다네.
勢屈飛騰晩 기세 굽히어 날아오르심 늦었고,
忠存獻納深 충성 간직하여 바침 깊으셨다네.
忽騎箕尾去 별안간 기수와 미수 타고 떠나시니,
陵栢爲誰陰 무덤의 잣나무 누구 위해 그늘 드리우는가?
30
憶昔都門道 지난 날 도성 문 앞의 길 생각해보니,
光華辱宰卿 밝게 빛나심 재상님 욕되게 하였다네.
丁寧話鹽筴 소금 정책 말함 간절하였고,
纖悉見民情 민정 살피심 세밀하고 상세하셨네.
一別驚時論 한번 헤어진 후 시론 놀라게 하였는데,
三年想頌聲 삼 년 동안 칭송하는 소리 생각하였다네.
祗今空老淚 지금 헛되이 늙어 눈물만 흘리니,
難使濁河淸 탁한 황하 맑게 하기 어렵다네.
31. 哭劉嶽卿
유보의 영전에 곡하다
曾說幽棲地 일찍이 그윽히 깃들어 사는 땅 말했더니,
君家近接連 그대 집 가까이 붙어 있었네.
要携邀月酒 잡아 끌고 달과 술 맞고자,
同棹釣溪船 함께 노 저으며 시내에 배 띄우고 낚시 드리웠다네.
遽爾悲聞笛 갑작스레 피리소리 들림 슬프더니,
眞成嘆絶絃 실로 거문고 줄 끊김 탄식하게 되었네.
林猿催老淚 숲의 원숭이 늙은이 눈물 재촉하니,
爲爾一潛然 그대 위해 한번 눈물 줄줄 흘린다네.
32. 詩餞陳兄朝章居士永歸本宅, 授諸挽者
시를 지어 거사인 진조장형이 땅으로 영원히 돌아감을 보내며 여러 만장을 지은 사람에게 주다
蚤歲醇儒業 나이 젊어서는 순수한 선비의 학업 닦더니,
中年居士身 중년에는 거사의 몸 되었다네.
功名虛竹帛 공명은 서책에 비었는데,
德義滿鄕隣 덕과 의리 고을의 이웃에 넘치네.
一笑藏舟失 감추어둔 배 잃음 한번 웃자니,
千秋宰樹新 천추에 무덤 위 나무 새롭다네.
傷心耆舊傳 늙은이의 전기 마음 아프게 하니,
那復有斯人 어찌 다시 이런 사람 있겠는가?
33~34. 宿石岊館二首
석절의 관사에 묵다, 두 수
33
春江日東注 봄 강 날로 동쪽으로 흐르는데,
我行遡其波 내 그 물결 거슬러 올라가네.
揚帆詣西澨 돛 올려 서쪽 물가로 가니,
兩岸靑山多 양쪽 언덕에 푸른 산 많네.
靑山自逶迤 푸른 산 절로 구불구불하고,
飛石空嵯峨 나는 듯한 바위 헛되이 울쑥불쑥하네.
綠樹生其間 푸른 나무 그 사이에서 나고,
幽鳥鳴相和 그윽한 새는 울며 서로 화답하네.
搴篷騁遐眺 덮개 걷고 달리며 멀리 바라보자니,
擊楫成幽歌 노 두드리며 그윽한 노래 이루어지네.
獨語無與晤 홀로 말하며 함께 이야기하지 않으니,
玆懷竟如何 이 마음 결국 어떠할까?
34
停驂石岊館 석절의 관사에 말 세우고,
解纜淸江濱 맑은 강가에 닻 풀어놓았다네.
中流棹歌發 물결 가운데서 노 젓는 노래소리 나고,
天風水生鱗 하늘에 바람 부니 물에 고기 나오네.
名都固多才 이름난 도시라 실로 인재 많은데,
我來友其仁 내 와서 어진 이 벗하네.
玆焉同舟濟 이에 같은 배 타고 건너니,
詎止胡越親 어찌 오랑캐와 월나라 친함에 그치겠는가?
舞雩諒非遠 서낭당 실로 멀지 않고,
春服亦已成 봄옷 또한 이미 이루어졌다네.
相期豈今夕 서로 기약함 어찌 오늘 저녁이겠는가?
歲晩無緇磷 해 늦어도 물들거나 얇아짐 없다네.
35~36. 水口行舟, 二首
수구를 배로 지나가다, 두 수
35
昨夜扁舟雨一蓑 지난밤 조각배에 비 내려 도롱이 하였더니,
滿江風浪夜如何 강을 뒤덮은 풍랑 밤사이 어떠했는가?
今朝試卷孤篷看 이 아침 가만히 봉창을 들고 바라보니,
依舊靑山綠樹多 청산은 그대로인대 나무에 푸르름 더하였네.
36
鬱鬱層巒夾岸靑 울창한 겹겹의 봉우리는 파란언덕 끼고 있고,
春山綠水去無聲 봄산의 푸른 물은 소리도 없이 흘러가네.
煙波一棹知何許 안개 낀 물결 속을 노 저으니 어느 멘가?
鶗鴂兩山相對鳴 소쩍새 양쪽 산에서 마주보고 우네.
37~38. 詠巖桂二首
바위 아래 계수나무를 노래함. 두 수
37
亭亭巖下桂 아름답게 우뚝 솟은 바위 아래 계수나무,
歲晩獨芬芳 해는 저물었는데 홀로 향기롭네.
葉密千層綠 나무잎은 우거져 겹겹이 푸러른데,
花界萬點黃 꽃은 피어 점점이 노랗다네.
天香生淨想 빼어난 향기 생각 깨끗하게 하고,
雲影護仙粧 구름 그림자가 고운 단장 감싸네.
誰識王孫意 누가 왕손의 뜻을 알아,
空吟招隱章 하염없이 초은장을 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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露浥黃金蘂 이슬 황금빛 꽃잎 적시고,
風生碧玉枝 바람은 옥 같은 푸른 가지에서 생겨나네.
千林向搖落 온갖 나무 얼마 전에 잎 다 졌는데,
此樹獨華滋 이 나무만 유독 무성하구나.
木末難同調 나무 끝은 가지런하게 맞기 힘들고,
籬邊不並時 울타리 가에 핀 국화와는 때 함께 하지 못하네.
攀授香滿袖 기어 올라가니 향기 옷소매에 가득한데.
歎息共心期 함께 하기로 한 마음속의 기약 탄식하네.
39~40. 次韻芮察院送□寶文赴浙漕二首
예찰원이 □보문이 절조로 부임함에 송별하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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遠俗何勞問 속세 멀리함 어찌 수고로이 묻겠는가?
威名舊已孚 위엄과 명예 옛날부터 이미 신실하였다네.
百姓方仰澤 백성들 바야흐로 은택 우러르는데,
一節遽還都 한 부절 급히 도성으로 돌아가네.
聖主勤脩政 성스런 임금 부지런히 정치 닦는데,
今年決破胡 올해는 결단코 오랑캐 깨리라.
期公寧餽輓 그대에게 바램 어찌 식량이나 나르는 것이리오?
注想在謀謨 마음 기울여 그리워함 계책 냄에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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考卜川淸曠 밝고 넓은 시내에 터 잡아,
端居柰樂何 편안하게 거처하니 즐거움 어떠한가?
風雲一以便 풍운 한결 같이 편한데,
歲月不勝多 세월 많음 이기지 못한다네.
節傳無淹駕 부절 전에 지체없이 멍에 지워,
林園得屢過 숲과 동산 여러 차례 지나쳤다네.
功名從迫逐 공명 쫓아냄으로부터,
志業豈蹉跎 직분에 뜻 둠 어찌 발 헛디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