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학선/부

한거부

황성 2009. 5. 11. 13:08


遨墳素之長1)圃 분소2)의 긴 밭을 노닒이여

步先哲之高衢 선철의 높은 길을 밟는 도다

雖吾顔之云厚 비록 내 얼굴이 두텁다고 말하지만

猶內愧於甯蘧 오히려 내면에는 녕거3)보다 부끄럽네

有道余不仕 나라에 도가 있으면 내 벼슬하지 않고

無道吾不愚 나라에 도가 없으면 내 어리석은 듯하지 않으리

何巧智之不足 어찌 공교롭고 지혜가 부족하리요

而拙艱之有餘也!졸박하고 어렵게 여김이 남음이 있음이여

於是退而閑居 이에 퇴직하여 한가롭게 거처함

于洛之涘 낙수의 물가일세

身齊逸民 몸은 일민과 나란하고

名綴下士 이름은 아래 선비와 통하네

背京泝伊 경성을 등지고 이수4)를 향하며

面郊後市 교외를 보고 저자를 등지는도다

浮梁黝以逕5)度 물에 뜬 교량이 길게 곧바로 이어졌고

靈臺傑其高峙 영대6)는 헌걸차게 그 높이 솟았네

闚天文之袐奧 천문의 비밀을 엿보고

睹人事之終始 인사의 시종을 보노라

其西則有元戎禁營 집 서쪽은 원융7)의 금궁8)이 있으니

玄幕綠徽 검은 장막 푸른 깃발일세

谿子巨黍 계자와 거서9)

異絭同歸10) 활은 다르지만 명중시킴은 같네

礮石雷駭 포석은 우레가 놀란 듯

激矢虻飛 빠른 화살은 맹충이 나는 듯하네

以先啓行 먼저 길을 열어

耀我皇威 우리 황제의 위엄을 드러내도다 

其東則有明堂辟雍 집 동쪽은 명륜당과 벽옹이 있으니

淸穆敞閑 맑고 아름다우며 높고도 높네

環林縈映 두른 숲 빛나고

圓海回泉 사방의 바다와 굽이도는 시내가 있네

聿追孝以嚴父 선조를 받들어 아버지를 존경하고

宗文考以配天 문고11)를 從祀하여 하늘에 배합하네

祗聖敬以明順 성스럽고 공경스러움을 공경함은 밝고 유순함이요

養更老以崇年 오경 삼로를 길러 년대를 높임일세

若乃背冬涉春 겨울을 등지고 봄으로 다가가니

陰謝陽施 음을 사양하고 양이 펼쳐지네

天子有事于柴燎 천자가 섶을 태워 하늘에 제사 지내고

以郊祖而展義 禘郊와 祖宗에게 제사 지내어 예의를 펼치네

張鈞天之廣樂 균천의 광악을 베풀고

備千乘之萬騎 천승의 만 기병을 갖추네

服棖棖12)以齊玄 袀服이 위엄스러워 玄服이 가지런하고

管啾啾而並吹 대피리 울려 나란히 부네

煌煌乎 빛나고

隱隱乎 은은함이여

茲禮容之壯觀 이것은 예용의 장엄한 관경이요

而王制之巨麗也 왕제의 큰 아름다움이로다

兩學齊列 국학과 대학이 나란히 나열하였고

雙宇如一 두 집이 나란하네

右延國冑 오른쪽은 국주를 끌고

左納良逸 왼쪽은 양일을 들이네

祁祁生徒 헌걸찬 생도여

濟濟儒術 성대한 유술이로다

或升之堂 어떤 이는 당에 오르고

或入之室 어떤 이는 실에 들어가네

敎無常師 가르침은 일정한 스승이 없으니

道在則是 도가 있다면 옳네

故髦士投紱 옛 훌륭한 선비 인끈을 버리고 

名王懷璽 명예를 좋아하는 왕은 옥쇄를 품네

訓若風行 교훈은 바람이 치는 듯

應猶草靡 응대함은 풀이 쓰러지는 듯하네

此里仁所以爲美 이 마을의 인함 아름다움이 되니

孟母所以三徙也 맹자 어머니 세 번 이사 했다네


爰定我居 이에 내 집을 정하고

築室穿池 집을 짓고 연못을 만드네

長楊映沼 긴 버들이 연못에 비치고

芳枳樹籬 향기로운 탱자 울타리로 둘렀네

遊鱗瀺灂 물고기는 물결을 일렁이고

菡萏敷披 연꽃은 활짝 피었네

竹木蓊藹 대와 나무 무성하고

靈果參差 신령한 과실은 들쑥날쑥 하도다

張公大谷之梨 장공 대곡의 이화

梁侯烏椑之柿 양후 오비의 감나무

周文弱枝之棗 이주문 약지의 대추

房陵朱仲之李 방릉표 주중의 도리

靡不畢植 모두 심음이여

三桃表櫻胡之別 세 복숭아 영과 호의 구별을 드러내고

二柰耀丹白之色 두 사과 붉고 흰 빛을 발하네

石榴蒲桃之珍 석류와 포도의 진귀함

磊落蔓延乎其側 그 곁에 열매 열어 많도다

梅杏郁棣之屬 매화 살구 향내나는 앵도의 종류

繁榮藻麗之飾 많고도 아름다워 동산을 장식하네 

華實照爛 꽃과 열매 빛나니

言所不能極也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네

菜則蔥韭蒜芋 채소는 파 부추 마늘 토란 

靑筍紫薑 푸른 죽순 붉은 생강

菫薺甘旨 근과 제는 달고

蓼荾芬芳 여귀의 꽃술 향기롭고

蘘荷依陰 생강과 연꽃은 그늘 속에 살고

時藿向陽 콩은 태양을 향해 자라네

綠葵含露 초록빛 해바라기 이슬을 머금었고

白薤負霜 흰 염교는 서리를 맞았네


於是凜秋暑退 이에 찬 가을되자 더위 물러나고

熙春寒往 따뜻한 봄 되자 추위가 물러나네

微雨新晴 가랑비 그쳐 다시 개이고

六合淸朗 천지사방은 맑네

太夫人乃御版輿 어머니는 곧 예모를 갖추어 판여를 몰고

升輕軒 경헌을 타는도다

遠覽王畿 멀리 왕의 도읍을 구경하고

近周家園 가까이 집 정원을 두루 보네

體以行和 몸은 행실로 화평하고

藥以勞宣 약은 괴로움으로 베풀어지네

常膳載加 항상 반찬에 가미하니

舊痾有痊 오래된 병 차도가 있네

於是席長筵 이에 긴 자리를 까니

列孫子 자손이 늘어서있네

柳垂蔭 버들은 그늘을 드리웠고

車結軌 수레는 바퀴를 메었네

陸摘紫房 육지에서는 자방을 따고

水掛赬鯉 물에는 붉은 잉어를 낚네

或宴于林 더러 숲에서 잔치하고

或禊于汜 더러 물가에서 제계하네

昆弟斑白 형제들 머리가 희끝하고

兒童稚齒 아이들은 어리네

稱萬壽以獻觴 만수를 기원하며 술잔을 올리고

咸一懼而一喜 한 두려움 지나자 한 기쁨이 오네

壽觴擧 축수의 술잔 드니

慈顔和 어머니의 얼굴 불그레 하네

浮杯樂飮 잔을 띄워 즐겁게 마시고

絲竹騈羅 현악 관악이 함께 연주하네

頓足起舞 우둔한 발걸음으로 일어나 춤추고

抗音高歌 높은 소리로 노래하네

人生安樂 인생이 어찌 즐겁지 않으랴

孰知其他 누가 그 다른 것을 알리오

退求己而自省 물러나 자신에게 구하여 스스로 반성하니

信用薄而才劣 진실로 쓰임을 적고 재주는 용렬하네

奉周任之格言 주임13)의 격언을 받들어

敢陳力而就列 감히 능력을 펴서 대열에 나아가네

幾陋身之不保 거의 누추한 몸을 보전하지 못하니

而奚擬乎明哲 어찌 명철에 견주리오

仰衆妙而絶思 중묘의 문을 우러러 여기에 마음을 다하여

終優游以養拙 마침내 넉넉히 노닐어 고졸함을 기르는 도다


1) 문선에는 場으로 되어있음.

2) 분소(墳素) : 분은 삼분(三墳)으로 삼황(三皇)의 글을 가리키고, 소는 소왕(素王)으로 공자(孔子)를 가리키는바, 옛날 성현이 지은 전적(典籍)을 이른다.

3) 녕거(甯蘧) : 녕무자(寗武子)와 거백옥(蘧伯玉)을 이른다.

4) 이수(伊水) : 낙수(洛水)의 남쪽을 이수라고 한다.

5) 逕은 일 본에는 徑으로 되어 있음.

6) 영대(靈臺) : 낙양의 남쪽에 있다.

7) 원융(元戎) : 병거(兵車)를 이른다.

8) 금궁(禁營) : 오영(五營)을 이른다. 오영은 교위의 전후좌우와 將軍府이다.

9) 계자(谿子) 거서(巨黍) : 모두 활의 명수이다.

10) 歸는 일 본에 機로 되어 있음.

11) 문고(文考) : 晉 文王을 이른다.

12) 일 본에 振振으로 되어 있음.

13) 孔子曰 求아 周任有言曰 陳力就列하여 不能者止라하니 危而不持하며 顚而不扶면 則將焉用彼相矣리오

{{Y: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구(求)야! 주임(周任)이 말하기를, ‘능력을 펴서 대열에 나아가 능히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만두라.’고 하였으니, 위태로운데도 붙잡지 못하며 넘어지는데도 부축하지 못한다면 장차 저 상(相){{C:[도와주는 신하]을 어디에다 쓰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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