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문/각산기

覺山記

황성 2011. 2. 15. 17:55

 

覺山記

 

夫才德之民 行義之士 往往以山林爲休息之所 故廖師歸於衡岳 薰生居於桐栢 各遂其志 志地之相遭也 豈非有數存焉耶 吾內從石塢丈 好學君子也 精思雅想 絶紛要靜 自道州搬寓于達之東半舍許 卽覺界也 山不高而拱揖 谷不邃而盤紆 其左右方面甚的 土地燥濕甚均 庶可爲盤旋也 居民淳厖樸古 局於見聞 若爛睡而不覺 浸醉而不覺 因其里之名覺 謂之覺山 以示顧思警覺之意 愛人不其凱切乎 余爲一言曰人受天之理而爲心 心之虛靈知覺 未始有昏 而或爲氣稟之所拘 或爲物慾之所獘 故是心殆將晦昧 日用事爲之間 失其所措耳 覺由乎心 苟不操存 何覺之有 庶幾晝而耕 夜而讀 學聖賢之所爲 祛其茅塞則爲人父子者 可以覺慈孝也 爲兄弟者 可以覺友恭也 事長者 能覺禮之道也 交人者 能覺信之道也 因其己覺而觸類長之 靡有不覺者 請以是勉獎哉 且夫天之所覆 地之所載 高而仰止者 莫如山 信乎取山之義也 詩曰他山之石 可以攻玉 易曰兼山 艮 君子以 思不出其位 盖其老而好學 警惕自修之工 斯可見矣 凡此下學上達者 譬如升高自卑 久久用力不已 則安知他日不致身於高明之域乎 遂爲之記 繼以詩 書于僑庄 卽乙未晩春二十六日也

 

재능과 덕망이 있는 백성, 의리를 실천하는 선비는 이따금 산림을 휴식할 장소로 삼는다. 그러므로 요사(廖師)가 형악(衡岳)으로 돌아가고 동생(董生)이 동백산(桐栢山)에 거처하여 각기 그 뜻을 이루었으니, 뜻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어찌 운명적인 만남이 있어서가 아니겠는가.

나의 외사촌 석오 어른은 학문을 좋아하는 군자이니, 생각이 정밀하면서도 고상하며 분주함을 싫어하고 고요함을 좋아하였다. 어느 날 도주(道州)에서 달성(達城)의 동쪽 15리쯤 떨어진 곳으로 이사하였는데, 곧 각산의 경계 지점이다. 산이 높지는 않지만 주위를 감싸고 안아 포근하며, 계곡은 깊지 않으면서도 굽이굽이 돌아 흘렀다. 그 좌우로는 땅이 아주 네모반듯하고 토질은 적절하게 습기를 머금어서 여유롭게 노닐 수 있었다. 주민은 순진하면서도 질박하나 산골에 갇혀 넓은 세상의 형편을 잘 모르는 것이 마치 흐드러지게 잠을 자서 깨어나지 않고 대취하여 일어나지 않는 듯하였다. 그 마을을 각리(覺里)라고 부르기 때문에 그 산을 각산(覺山)이라고 하여 돌이켜 반성하고 경계하는 뜻을 보였으니, 남을 사랑함이 개절(凱切)하다 않겠는가.

내가 한마디 하기를, “사람이 하늘의 이치를 받은 것이 마음이다. 마음은 허령(虛靈) 지각(知覺)하여, 처음에는 어둡지 않았는데 기질의 구속을 받거나 물욕에 유혹을 당하여 이 마음이 거의 어두워져서 일상생활을 하는 가운데 본래 가지고 있던 선한 마음을 잃어버렸을 따름이다. 깨달음은 마음에서 비롯되니, 만일 잡아 지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깨달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낮에 농사짓고 밤에 독서하여 성현이 실천하신 사업을 배워서 내 마음에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제거한다면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부자간에는 사랑하고 효도해야 한다는 것을, 형제간에는 우애하고 공손해야 한다는 것을, 어른을 섬김에는 공경하는 예법을, 남과 사귐에는 신의를 지키는 도리를. 자신의 깨우침을 통해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면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부지런히 힘쓰기를 바란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하늘이 덮어 준 것과 땅이 실어 준 것 가운데 높으면서도 우러러볼 수 있는 것은 산이 으뜸이다. 진실하도다, 산의 뜻을 취함이여!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다른 산의 숫돌로 옥을 다스릴 수 있다.[他山之石 可以攻玉]”라고 하였고, 『주역(周易)』〈간괘(艮卦) 상(象)〉에 “산(山)이 거듭함이 간(艮)이니, 군자(君子)가 보고서 생각함이 그 지위를 벗어나지 않는다.[兼山 艮 君子以 思不出其位]”라고 하였다. 늙었지만 배우기를 좋아하고 경계하고 두려워하여 스스로 수련하는 공부를 여기서 알 수 있다. 사람의 일을 배워서 하늘의 이치에 통달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높은 데 오르려고 할 적에 낮은 데서부터 시작하여 오랫동안 끊임없이 힘을 쓰는 것과 같다. 이렇게 나아간다면 훗날 높은 경지에 이르지 않을 줄을 어찌 알겠는가.

마침내 기문을 짓고 뒤에 시를 곁들여 교장(僑庄)에 걸어 둔다. 때는 을미년(乙未年) 늦봄 26일이다.

 

題內從兄朴石塢覺山寓庄

내종형 박석오의 각산 별장에 적다

 

晩卜幽庄此覺山 만년 아늑한 별장 지은 곳 각산이니

紛紛外物却防閑 어지러운 세속 일 막아 한가로워라

居人猶有淳厖俗 사는 사람들 순박한 풍속 간직하였고

僻地還踈故舊顔 궁벽한 곳이라 옛 벗 발걸음을 돌리네

谷裏蘭香垂露潤 골 깊은 곳 난초 이슬 맺혀 영롱하고

街頭苔篆挾磎斑 마을 어귀 이끼 여울 따라 아롱지네

吾生窮達何須問 나의 가난과 부귀 어찌 물을 필요 있으랴

閱史題詩日用間 사적 읽고 시 짓는 것으로 소일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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