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학선/기

장안설하망월기

황성 2010. 10. 29. 16:19

序白

长安雪下望月记

舒元舆

今年子月月望,长安重雪终日,玉花搅空,舞下散地,予与友生喜之。因自所居南行百许步,登崇冈,上青龙寺门。门高出绝寰埃,宜写目放抱。今之日尽得雪境,惟长安多高,我不与并。日既夕,为寺僧道深所留,遂引入堂中。

初夜有皓影入室,室中人咸谓雪光射来,复开门偶立,见冱云①驳尽,太虚真气如帐碧玉。有月一轮,其大如盘,色如银,凝照东方,辗碧玉上征,不见辙迹。至乙夜,帖悬天心。予喜方雪而望舒复至,乃与友生出大门恣视。直前终南,开千叠屏风,张其一方。东原接去,与蓝岩骊峦,群琼含光。北朝天宫,宫中有崇阙洪观,如甃珪叠璐,出空横虚。

此时定身周目,谓六合八极,作我虚室。峨峨帝城,白玉之京,觉我五藏出濯清光中,俗埃落地。涂然②寒胶,莹然鲜著,彻入骨肉。众骸跃举,若生羽翎,与神仙人游云天汗漫之上,冲然而不知其足犹蹋寺地,身犹求世名。二三子相视,亦不知向之从何而来,今之从何而遁。不讳言,不 声,复根还始,认得真性。非天借静象,安能辅吾浩然之气若是邪!且冬之时凝冱有之矣,若求其上月下雪,中零清霜,如今夕或寡。某以其寡不易会,而三者俱白,故序之耳。


금년 11월 15일에 장안에 하루 종일 큰 눈이 내렸다. 옥가루 같은 눈꽃이 허공에서 어지럽게 춤을 추며 내려와 대지 위에 흩어졌다. 나는 벗과 함께 이 눈 내리는 날씨가 좋아 내가 거처하고 있는 곳에서 남쪽으로 백여 걸음 정도 걸어 높은 산등성이로 올라가 청용사의 문까지 올라왔다. 청용사 문은 매우 높아 속세와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눈길 가는대로 멀리 바라보며 흉금을 후련하게 털어놓기에 적합하였다. 오늘 나는 설경을 만끽하고 보니 장안의 그 많은 높은 집들도 이 광경과 견줄 수 없었다.

 날이 저문 뒤에 청룡사 스님 도심이 우리를 만류하여 법당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밤 1경에 한 줄기 하연 빛이 방안으로 스며들었다. 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흰 눈 빛이 비쳐든 것이라고 하여 다시 문을 열고 함께 서서 밖을 보니, 차가운 구름이 말끔히 흩어져 천지우주의 원기가 휘장에 감싸여 있는 벽옥과도 같았다. 그런데 한 바퀴 밝은 달이 크기는 쟁반 같고 빛깔은 은빛으로 동쪽에서 빛을 비추고 있다가 벽옥 위를 굴러 올라오는데 바퀴자국을 볼 수 없었고 2경이 되니 중천에 편안하게 매달렸다. 나는 이제 막 큰 눈이 내리는 것이 기분이 좋았는데, 밝은 달이 또 찾아왔다. 그래서 벗과 대문 밖으로 나가 마음껏 구경하였다. 전방의 종남산은 늘어선 천 겹 병풍이 그 가운데 한 쪽을 펼쳐놓은 것 같고, 동쪽의 높은 언덕은 그 줄기를 이어나가 남전산 여산과 함께 마치 한 무더기 고운 옥처럼 빛을 머금고 있으며, 북쪽으로 장안의 궁궐을 쌍아올린 것 같은데 허공 위로 높이 솟아 얼기설기 깔려있었다. 이 순간 한 자리에 머물러 사방을 바라보니 참으로 천지사방과 우주팔방이 순결무구한 나의 정신세계를 이루었다. 드높은 황궁과 순백의 도성은 나의 오장육부가 맑은 빛 속에 씻기어 온 몸에 찌든 속세의 티끌먼지가 땅에 떨어져서 마치 추운 가을의 아교처럼 말끔하고 투명한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그러자 온 육신이 뛰어오를 듯 가볍워져 겨드랑이에 날개가 생겨서 신선과 함께 광활한 하늘 위에 노니는 것만 같아 기분이 평온해져 내 두 다리가 절간의 땅을 밟고 서서 몸은 오히려 세속의 공명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우리 몇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며 또 우리가 종전에 어디서 왔고 지금은 어디로 가려 하는지도 깨닫지 못하였다. 서로 꺼리어 모하는 말이 없으면서도 농담을 하거나 부질없이 웃어대지 않아 인간의 원시상태로 돌아가서 인간의 진정한 본성을 이해하였다. 만일 하늘이 이와 같은 평온하고 고요한 경관을 드러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우리의 호연지기를 도와 이와 같은 정도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하겠는가. 더구나 겨울에 천지가 얼어붙는 현상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만일 오늘밤처럼 위에는 밝은 달, 밑에는 하얀 눈, 그리고 공중에 맑은 서리가 떨어지는 정경은 대체로 매우 드물다. 나는 그런 경우가 드물어 만나기 쉽지 않은 데다 둥근달, 쌓인 눈, 맑은 서리 이 세 가지가 모두 하얗기 때문에 이 한 편의 글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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