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유 형산시

謁衡嶽廟

황성 2008. 9. 11. 11:41

謁衡嶽廟 遂宿嶽寺 題門樓
형악묘에 참배하고 드디어 악사에 투숙하여 문루에 적다

五嶽祭秩皆三公 오악은 제사의 등급이 모두 삼공인데
四方環鎭嵩當中 사방에 둘러 있고 숭산이 중앙에 자리하네
火維地荒足妖怪 남쪽 땅은 황폐하여 요괴가 가득하거늘
天假神柄專其雄 하늘이 신병을 빌려줘 그 산을 전담케 하였네
噴雲泄霧藏半腹 구름과 안개를 뿜어서 산허리 감추니
雖有絶頂誰能窮 비록 정상이 있으나 누가 능히 오르겠나
我來正逢秋雨節 내가 올 때 정히 가을비 계절을 만나니
陰氣晦昧無淸風 음산한 기운에 어둡고 맑은 바람 없네
潛心黙禱若有應 잠심하여 묵묵히 기도하니 응답이 있는 듯
豈非正直能感通 어찌 정직이 감통하게 한 것이 아니리오
須臾靜掃衆峯出 잠시 뒤 맑게 씻겨 여러 봉우리 드러나
仰見突兀撑靑空 우러러 보니 우뚝 솟아 푸른 하늘에 닿네
紫蓋連延接天柱 자개봉은 길게 이어져 천주봉에 접하고
石廩騰擲堆祝融 석름봉은 힘껏 던저져 축융봉에 쌓이네
森然魄動下馬拜 삼연히 넋이 움직여 말에서 내려 절하니
松柏一逕趨靈宮 소나무 잣나무 한 길이 영궁으로 달리네
粉牆丹柱動光彩 하얀 담장 붉은 기둥 번쩍번쩍하고
鬼物圖畫塡靑紅 귀신을 그린 그림은 울긋불긋하네
升堦傴僂薦脯酒 섬돌 올라 허리 굽혀 포와 술을 올려서
欲以菲薄明其衷 보잘것없는 제수로 그 충심 밝히려 하네
廟令老人識神意 사당을 지키는 늙은이 신의 뜻을 알아서
睢盱偵伺能鞠躬 커다란 눈으로 엿보며 몸을 굽혀 인사하네
手持盃珓導我擲 손에 옥 산통 가지고 나를 이끌어 던지고는
云此最吉餘難同 이것은 가장 길하니 나머지는 같기 어렵다 하네
竄逐蠻荒幸不死 남방의 거친 땅에 귀양 와 다행히 죽지 않고
衣食纔足甘長終 의식은 겨우 족하나 오래 삶을 달게 여기네
侯王將相望久絶 왕후장상에 대한 희망을 끊은 지 오래이니
神縱欲福難爲功 신이 가령 복을 주려 하나 공을 이루기 어렵네
夜投佛寺上高閣 밤에 사찰에 들어서 높은 누각 오르니
星月揜映雲膧朧 별과 달은 빛이 가려지고 구름은 흐릿하네
猿鳴鐘動不知曙 잣나비 울고 종이 울리도록 새벽을 모르겠더니
杲杲寒日生於東 밝고 밝은 찬 해가 동쪽 하늘에 솟아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