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문/악양루시문서

유악양루기(遊岳陽樓記)

황성 2008. 7. 29. 01:24

유악양루기(遊岳陽樓記)

명 원중도(袁中道)

 동정은 원수와 상수 등 아홉 물의 종착지가 된다. 그 마른 때를 당하여서는 마치 한 필의 비단과 같을 따름인데, 봄과 여름의 사이에 미처서는 9수가 발한 이후에 호수가 있다. 그러나 구수가 발하면 파강(巴江)의 물이 또한 발한다. 구수가 막 솟아올라 호연히 아득하여 심양으로 달리는데 파강의 물이 눈을 말고 우레를 울려 하늘로부터 온다. 구수가 막 펼쳐지는 형세를 다하면 파강이 곁으로 넘치는 물결을 감당하지 못하니 구수가 처음 마치 숨을 죽이고 옷깃을 여며 감히 함께 다투지 못하는 듯하다. 구수가 더욱 물러나면 파강이 더욱 나오니 접때 구덩이의 구멍이 좁아 능히 물을 받지 못함에 비로소 만연(漫衍)하여 청초(靑草) 적사 운몽호가 된다. 우주를 맑게 하고 건곤을 흔드는 것이 8,9백 리인데 악양루가 강과 호수가 만나는 사이에 우뚝하여 아침저녁으로 그 삼켰다 토하는 변화의 형태를 다하니 이것이 특별함이다.
 누대의 앞은 군산이 되니 마치 한 작미로(雀尾爐)와 같아 밀치고 수면을 대하여 나무를 헤아릴 수 있다. 대개 군신의 주향정 낭음정 위로부터 동정을 바라보면 물이 가장 많기 때문에 다만 천 리 한 구릉이 하늘에 닿고 해를 모이게 함으로 기이함을 삼는다. 이 누대가 물을 얻음이 점점 줄면 앞에 북안이 나타나니, 정히 군산의 아름다움을 빌려 구 누추함을 꾸미는데, 하물며 강과 호수가 여기에서 모여 한 산이 쌓임이 없으니 장대하게 넓게 흐름이 또한 다시 무슨 운치를 더하랴? 그러므로 누대의 관경은 물을 얻으면 장대하고 산을 얻으면 아름답다. 시인 이백의 잔( )과 장벽(張碧)의 애( )은 마치 소아를 사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 아름다움을 불러 추함이라고 여기는 것과 같으니 폄하는 말이 아니다.
 유람하는 날에 풍일이 청화하여 호수가 다림이 보다 평평하였다. 당시에 작은 배가 왕래하였는데, 마치 파리 머리같은 작은 글자가 아계련 위에 붙어있는 듯하였다. 술을 가져다 함께 마시니 의치가 한담하였다. 정오에 바람이 점점 세차니 호수가 일렁이며 소리가 있고 많은 배가 대열을 이루어 오니 또한 심히 웅장하고 쾌활하였다. 저녁에 포차운이 생기고 사나운 바람이 크게 일어 호수의 물결이 솟고 설산이 움직여 성곽을 흔들었다. 내가 당시에 사방으로 바라보고 참담하게 느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근심스럽게 글성글성이며  스스로 그칠 수 없었다.
 옛적 등자경이 경사로 이곳에 좌천되어 울울하여 뜻을 얻지 못하였더니 성루를 증설하여 악양루를 만들었다. 이미 이루어 짐에 빈료들이 크게 음악을 합쳐 낙성하기를 간청하니, 자경이 말하기를 "다만 난간에 기대어 크게 울기를 한 번하면 곧 상쾌하다."하고 하니, 범공의 "근심을 먼저하고 즐거움을 후에 한다."는 구절은 대개 또한 함이 있어서 발하였다. 정주의 역사는 자경이 간첩을 보태고 병적을 기록하여 죽은 이를 위로하고 산 사람을 위로하여 변방이 편안하였는데 문법리가 국가의 의논을 어지럽혔다. 그 뒤에 조정에서 사람을 등용함이 이와 같으니 진실로 마음에 감개함이 없을 수 없겠는가? 다만 상투를 올린 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조정에 등용되었으니, 들어가서는 이름 난 간의가 되고 밖에서는 이름 난 장수가 되었다. 이미 점점 그 재주를 펼쳤고, 또 범공이 있어 지기가 되어 오래 지 않아 정사를 펼침이 가장 훌륭하였거늘 무슨 슬픔이 있겠는가? 나와 같은 사람은 문필 사건에 연루되어 한 번 가서 40여 년에 어려울 때의 쓰임이 되지 못하고 검은 수염이 이미 희고 장대한 마음이 날마다 재가 되고, 근래에는 또 지기 골육의 변고를 만났으니 쓸쓸한 기러기 한 그림자가 하늘 끝에 떨어지니, 이것이 진실로 통곡할 만 하다. 진실로 통곡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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