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서발/서하집중간서

최석정

황성 2009. 3. 5. 17:28

林西河集重刊序

 

古稱三不朽。立言居其一。又曰。言之不文。行而不遠。君子之爲文藝。豈不期於傳之久遠而無廢乎。然自漢唐來。操觚翰費紙札。雕鎪藻繪。自詭爲永世不刊之業者。指不勝屈。及其時移代夐。率皆蕪絶蕩滅。譬如雲煙之變現。蟲鳥之啁噍。不過一瞬之頃。求其影響而不可得。間有將晦而復顯。旣久而始彰。載之簡策而未沫。騰諸口頰而愈芳。必其雄視高蹈。倬乎出類而拔萃者耳。我東詞章始盛於麗代。登藝文之錄者何限。而遺集之行于世。厪厪十數家。噫。文之傳遠。不其難哉。林西河耆之先生。生負絶藝。大鳴一世。文苑之評。謂得蘇長公風格。觀於眉叟誄文所謂名將泰華不滅。才與星斗相軋。可見當時推許之盛也。然其章什之流傳。只寂寥數篇。眞箇泰山毫芒。一臠不足以識全鼎。譚者以爲恨。乃者野僧掘地江岸。得銅尊一枚。中有西河集印本詩文六卷合爲一冊。後爲淸道士人所有。西河之後孫再茂訪求而得之。及爲洪陽營將。將謀重刻以廣其傳。間嘗袖以示余。求爲之釐定。余爲摩挲而屢歎之。與兒子昌大。勘正其訛缺。東平尉鄭公載崙樂聞而相其役。旣繕寫訖。又徵弁卷之文。余已荒落矣。其言不足爲輕重。況公之文。顧奚待於余言哉。以是辭。請之勤。有不獲終辭。謹以一言申之曰。今夫明珠美玉。雖棄擲埋沒於泥土。其精英光怪自不可銷鑠。歷世滋久。有時而發。發則爲天下名器。何則。天地之寶藏也。西河公以高才雋氣。不名一第。平生困阨流離。卒以夭死。其視揚子雲祿位容貌不能動人。殆爲甚焉。然其文章終不容䵝昧鬱沒。是卷也寘之大江之濱。深壤之中。濤波之所侵齧。土膏之所蒸溽。不知其幾百年所。而曾無所漬汙損壞。一朝而發之。宛然如前日。此亦天地之寶藏。固富媼鬼物所呵護而慳秘者。斯已奇矣。今又重加剞劂。日傳萬紙。上爲御府羣玉之林。下爲騷人巾篋之珍。其光價踰照乘而軼連城。向所稱雄視高蹈。出類而發萃者。非公之謂歟。布衣窮居之士有志千古事者。觀乎此。亦可以無倦矣。余旣歎斯文顯晦之有數。又嘉營將君以武人能知先懿之可重。捐薄俸而成之。遂爲之言。若其製作造詣之品題。世之具眼者自當有定論也。今上三十九年歲在癸巳中秋日。完山崔錫鼎。序。

옛날에 말한 삼불후에 말을 세움이 그 하나이다. 또 말하기를 말이 문채나지 않으면 행함이 멀지않다라고 하니, 군자가 문장을 지음이 어찌 전하여 오래되고 멀어 폐함이 없음에 기대하지 않으리오. 그러나 한나라와 당나라 이후로 붓을 잡고 종이를 허비하고 문장을 꾸며 스스로 속여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는 문장을 지음은 손으로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그 시대가 멀어져 대체로 끊어지고 민멸되어 비유하자면 구름이 변하여 드러남과 곤충이 지저귐이 한 순간에 불과한 사이에 그 그림자와 메아리를 구하더라도 얻지 못하는 것과 같다.

 간혹 장차 어두워졌다 다시 드러나고 이미 오래되어 처음 드러나 간책에 실어 없어지지 않고 입에 올려 더욱 향기로움이 있으니, 반드시 그런 사람은 웅시(시간)하고 고도(공간)하여 뛰어나게 무리에서 벗어나 뽑힌 사람일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문장은 고려에서 처음 융성하니 예문록에 기록된 사람이 어찌 한개가 있으리오마는 유집이 세상에 행해짐이 겨우 열 몇 사람이다.

 아, 문장의 전함이 멂은 어찌 어려운 것이 아니랴? 임서하 기지 선생은 뛰어난 재주를 타고나 크게 한 세대에 드러났으니, 문원의 평가는 소동파의 풍격을 얻었다고 말한다. 미수(이인로)의 뇌문에 이른 바 이름은 태산과 화산과 더불어 없어지지 않고, 재주는 북두성과 서로 다툰다는 것에서 관찰하면 당시 성대하게 미루어 허락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시편이 전해짐은 다만 외롭게 몇 편 뿐이니, 참으로 이것은 태산 가운데 한 터럭인지라 한 점의 고기로 솥 전체의 고기 맛을 알 수 없으니, 말하는 사람이 한스러워 하였다.

 얼마 전 시골 중이 강을 지나다가 동으로 된 술통 한 개를 얻었으니, 가운데 인쇄된 시문 6권을 합하여 한 책인 서하집이 있었다. 뒤에 청도의 선비가 소유하였더니, 서하의 후손 서재무가 찾아가 구하여 얻었고, 홍양영장이 됨에 미쳐서 거듭 판각하여 그 전함을 넓게 할 것을 꾀하여 근간에 일찍이 소매에 넣고 와서 나에게 보여주고 나를 위하여 교정해 주기를 구하거늘, 내가 어루만지며 누차 탄식하고 아이 최창대와 잘못되고 결손된 것을 교정하였더니, 동평위 정재륜이 듣고서 즐거운 마음으로 그 일을 도왔다. 또 권의 서문을 요구하거늘 내가 조정에서 물러났으니(뇌쇠하여 영락하였으니) 그 말함이 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데, 더구나 공의 문장은 도리어 어찌 나의 말을 필요로 하겠는가? 이것으로 사양하였으나 간청함이 간절하기 때문에 끝내 사양하지 못하고 삼가 한 마디 말로 다음과 같이 설명하노라.

 지금 명주의 미옥이 비록 진흙 속에 버려져 매몰되었으나, 그 정기와 광채는 절로 없어지지 않고, 세대를 지나 더욱 오래되면 때때로 드러남이 있다면 천하의 명기가 되니, 왜 그런고? 천지가 보배로 여겨 간직했기 때문이다. 서하공은 높은 재주와 뛰어난 기상으로 한 번도 과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여 평생 곤액을 당하고 떠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요절하여 죽었으니, 양자운의 봉록과 지위 용모가 사람을 감동할 수 없음에 비교하면 거의(아마도) 심함이 된다. 그러나 그 문장은 끝내 숨고 묻히지 않는다. 이 책은 큰강가의 깊은 흙 속에 물결이 침식함과 토양의 거름이 적셨되, 몇 백 년이 되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적셔지고 파손됨이 없고, 하루아침에 드러나 완연히 전일과 같았으니, 이것은 또한 천지의 보장이다. 진실로 지신과 귀신이 보호하여 아끼고 숨긴 것이 이것이 이미 특별하다. 지금 또 거듭 판각하여 날마다 만장의 종이에 찍어 위로는 궁중 군옥전의 책으로 삼고 아래로는 문인들 책상에 보배로 삼으니, 그 값이 조수주(구슬이름)보다 낫고 연성벽(화씨의 구슬)보다 뛰어날 것이니, 앞에 말한 웅시고도출이불화(雄視高蹈出類而拔萃)라는 것이 공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나? 포의로 궁핍하게 사는 선비가 천고의 일에 뜻을 둔 사람이 이 책에서 관찰한다면 권대로움이 없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미 이 글이 드러났다가 숨음이 운수가 있음을 탄식하고, 또 영자군이 무인으로 능히 선조의 아름다움을 귀중하게 여길 수 있음을 알아 봉급을 털어 책을 완성함을 가상히 여겨 마침내 이렇게 말하니, 그분의 시문을 지은 조예에 대한 평가와 같음은 세상에 안목이 있는 사람이 마땅히 정론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