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문/삼귀정기

삼귀정기

황성 2009. 2. 9. 13:26

三龜亭記

 

上舍金世卿氏以其鄕豐山縣三龜亭之狀。求記於余。謹按豐山爲安東府屬縣。縣西五里許有村。曰金山村。東二十步許有峯。曰東吳。其高僅六七丈。亭跨峯頭。東西南皆距海。厥勢敞豁。眺望無際。亭南有大川。曰曲江。卽洛水也。有潭曰馬螺。潭上絶壁贔屭。高可萬丈。江上長林。連亙十里餘。亭北又有山。曰鶴駕。有雙溪出自山間來入于洛。其會水處爲屛潭。或稱花川。其峯又有石壁千餘丈。曰屛壁。雙溪北有奇巖。曰鵬巖。溪兩傍有栗樹千餘株。層翠紛敷。亭下有稻塍麥壟。春則綠髮丰茸。秋則黃雲■■。眞奇勝之地也。花山爲金氏本貫。金爲朝中巨閥。而其外祖權相國齊平公。十盛名於朝。權氏卽其女也。年八十有八。其子永銓,永錘,永銖等。皆爲近邑守令。極其奉養。又構此亭。以爲晨夕遊憩之所。亭基有三石。形如伏龜。故以三龜名之。每當良辰吉日。扶輿升亭。菜衣彩服。輝映前後。滿亭蘭玉。森森列侍。萱闈含飴而悅豫。其爲樂。可勝旣哉。大抵世人。有其居。不得其勝。有其勝。不得其樂。而今則地得其勝。人得其賢。親又得其壽。衆美俱備。豈非積善毓慶之所致。夫生之壽者莫如龜。物之固者莫如石。人子之欲親之壽。如龜之永。如石之固。人人之所願。自玆以後。至于曾玄。自曾玄至于仍雲之遠。使各奉其親。如今之所爲。世世而勿替。則鄕爲壽鄕。人爲壽民。而當留美於靑史矣。若余者。雖有桑梓微區。而縛於名韁。無由退老。而且靈根已邈。具爾多喪。雖有五鼎之榮。而欲爲子路之負米。終不可得則尤羡夫金氏之諸賢能奉其親而娛樂之也

 

상사 김세경씨가 그의 고향 풍산현의 삼귀정의 형상으로 나에게 기문을 구하였다. 삼가 살피건대, 풍산은 안동부의 속현이다. 풍산현의 서쪽 5리쯤에 촌락이 있는데, ‘금산촌(金山村)’이라 한다. 동쪽으로 20여 보에 있는 봉우리를 동오(東吳)라고 하니, 그 높이는 겨우 6,7장이다. 정자는 봉우리 꼭대기에 걸터앉았고, 동, 서, 남으로 모두 바다에 이르니/ 그 형세가 창활하여 바라봄에 끝이 없다. 정자의 남쪽에 큰 내가 있는 것을 ‘곡강’이라 하니, 곧 낙동강이다. 연못이 있는데 마라(馬螺)라고 하고 연못 위의 절벽이 비희(贔屭)하니 높이가 만 장이다. 강가의 긴 숲은 이어져 10여 리에 뻗쳤다. 정자의 북쪽에는 또 산이 있는데 학가(鶴駕)라고 한다. 두 계곡이 산 사이에서 나와 낙동강으로 들어간다. 그 물이 모이는 곳이 병담(屛潭)이 되는데, 혹은 화천(花川)이라 말한다. 그 봉우리에는 또 석벽이 있는데 높이가 천여 장 되는 것을 병벽(屛壁)이라 한다. 쌍계의 북쪽 기암은 붕암(鵬巖)이다. 계곡의 양쪽 곁에는 밤나무 천여 그루가 있어 층층이 비취색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 정자 아래는 벼논과 보리밭이 있어 봄이면 푸른 수염이 무성하고 가을이면 누른 구름이 파아(䆉稏)하니 진실로 기이하고 경치 좋은 땅이다. 화산(花山)은 김씨의 본관이 된다. 김씨는 조정에서 큰 벌족이고, 그 외조부 상국 권제평(權齊平) 공은 십분 조정에서 이름이 성대하다. 권씨는 곧 그의 따님이다. 연세는 여든 여덟 이고, 그 아들은 김영전(金永銓)․김영추(金永錘)․김영수(金永銖) 등은 모두 가까운 읍의 수령이 되어 봉양을 지극히 하였고, 또 이 정자를 지어 새벽과 저녁으로 노닐며 휴식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정자의 초석은 세 돌이 있는데, 형상이 마치 엎드린 거북과 같았다. 그러므로 삼귀(三龜)로 이름하였다. 매양 좋은 때 좋은 날에 가마를 타고 정자에 오르면 채색 의복의 빛이 앞뒤에서 비치고, 정자 가득 난옥이 빽빽이 줄지어 둘렀으니, 훤당에는 기쁨을 머금고 즐거워하니 그 즐거움 됨을 다 그칠 수 있겠는가? 대저 세상 사람들은 거처가 있으면 좋은 경치를 얻을 수 없고 좋은 경치가 있으면 즐거움을 얻지 못하거늘 지금 땅은 좋은 경치를 얻었고 사람은 어짊을 얻었으며, 어버이는 장수를 얻어 여러 아름다움이 다 갖추었으니 어찌 선을 쌓고 경사를 기름이 이룬 바가 아니겠는가? 대저 살아서 장수하는 것은 거북 같은 것이 없고 사물의 견고한 것은 돌 같은 것이 없다. 자식이 어버이의 수명이 거북과 같이 장수하고 돌과 같이 견고하고자 함은 사람마다 원하는 바이다. 이후로 증손과 현손에 이르고, 증손과 현손으로부터 운손의 아득함에 이르러 각각 그 어버이를 봉양함에 지금 행하는 것과 같이 하여 대대도록 쇠퇴하지 않게 하면 고을은 수향(壽鄕)이 되고 사람은 수민(壽民)이 되어 마땅히 아름다움이 청사에 기록될 것이다. 나는 비록 고향은 작은 땅이 있으나 이름난 고삐에 묶여 물러나 늙을 수 없고, 또 뿌리가 이미 아득하여 모두 이미 상실한 것이 많으니, 비록 오정의 영화로움이 있으나 자로의 부미(負米)를 하고자 함에는 끝내 얻을 수 없으니 더욱 김씨 제현이 능히 그 어버이를 봉양하여 즐거워함을 부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