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고금시인가구

고금시인가구

황성 2008. 2. 28. 09:29

古今詩人佳句

1. 詩言志, 堯舜之元首叢脞哉, 南風之薰兮, 周之關雎, 盖各言其志也. 自漢以來, 詩體漸變, 不爲直陳其志, 托物以寄意, 自六朝或直陳或托物, 自唐以後漫興於草木․鳥獸者居多. 宋以後詩變爲詞則言情又居多.

시는 뜻을 표현하는 것이니, 요순이 ‘원수가 잗달게 군다’라 한 것이나, ‘남풍의 따뜻함이여’라 읊은 것, 주(周)의 「관저(關雎)」 편은 대개 각각 그 뜻을 말한 것이다. 한나라 이후로 시체가 점점 변하여 곧장 그 뜻을 펼치지 않고 사물에 기탁하여 뜻을 표현하였단. 육조시대부터는 더러 바로 진술하기도 하고 사물에 의탁하기도 하였으며 당나라 이후부터는 초목과 조수에서 되는대로 읊은 것이 많았다. 송나라 이후부터는 시가 변하여 사(詞)가 되어 정을 표현한 것이 많았다.

2. 歌永言. 永者永其聲, 唱其言志也.

가(歌)는 말을 길게 늘인 것이다. 영이라는 것은 그 소리를 길게 내어 시를 노래하는 것이다.

3七言詩, 非但自栢梁臺始也. 三百篇多有之, 又如甯戚扣角, 項羽垓下, 漢高大風, 漢武秋風, 歸去來辭, 樂夫天命復奚疑, 皆七言之祖也.

칠언시는 단지 백량대(栢梁臺)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시경에도 많이 있고, 또 영척이 뿔을 두드리며 노래한 것, 항우의 「해하가」, 한고조의 「대풍가」, 한무제의 「추풍사」, 도연명의 「귀거래사」의 ‘樂夫天命復奚疑’가 모두 칠언의 시조가 된다.

4.白居易書懷詩曰

백거이(白居易)의 「서회(書懷)」라는 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名惟公器無多取 명성은 공적인 것이니 많이 취하지 말고

利是身災合少求 이익은 몸의 재앙이라 조금만 구해야하리

5.長之才去官詩曰

장지재(長之才)가 벼슬을 떠나며 지은 시는 이러하다.

一官來此四經春 이곳에 벼슬살이 온 지 4년이 지났는데

不愧蒼天不愧民 하늘에도 백성에게도 부끄러움 없어라

神道有靈應信我 신령이 있으시다면 의당 날 믿어주시겠지

去時猶似到時貧 벼슬살이 떠날 때 올 때처럼 가난하니

6.花外江山春似霧 月中樓閣夜如波 看盡好花春臥穩 醉殘紅日夜吟多 以上二詩唐人作

花外江山春似霧 꽃 너머 강산은 안개와 같고

月中樓閣夜如波 달 속의 누각 물결 같아라

看盡好花春臥穩 아름다운 꽃을 실컷 감상하니 잠자리 편안하고

醉殘紅日夜吟多 지는 해에 취한 나머지 밤에 시 읊조리는 일 많아라

이상 두 시는 당나라 사람이 지은 것이다.

7.宋人詩曰花更今春色, 樹踈太古容.

송나라 시인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花更今春色 꽃 다시 피니 피니 올 봄의 색깔이오

樹踈太古容 나무 앙상하니 태고의 모습이로다

8.楊大年八歲咏鷹曰 天邊心膽架頭身, 欲擬飛騰未有因, 萬里碧雲終一去, 不知誰是解絛人, 見者皆曰遠大之器

양대년(楊大年)이 여덟 살 때 지은 「영응(咏鷹)」 시는 이러하다.

天邊心膽架頭身 하늘 끝으로 향할 마음이나 시렁끝에 얽매인 몸인지라

欲擬飛騰未有因 날아 오르려해도 인연이 없구나

萬里碧空終一去 만리 푸른 허공에 끝내 한 번 갈 터인데

不知誰是解絛人 끈을 풀어줄 이 과연 누구일지 알지 못하겠어라

이 시를 보는 자 모두 원대한 뜻을 지닌 인물이라 평하였다.

9.眞德秀本姓愼, 避宋孝宗御諱作眞. 其詩曰九十日春晴景少, 一千年事亂時多.

진덕수(眞德秀)의 본래 성은 신(愼)인데, 송 효종의 이름을 휘하여 진으로 썼다. 그의 시에 이르기를

九十日春晴景少 90일의 봄 갠 날이 적고

一千年事亂時多 천년의 일에는 어지러운 때가 많구나

10.邵康節詩曰, 只被人間多用詐, 遂令天下盡生疑.

소강절(邵康節)의 시에 이르기를

只被人間多用詐 다만 인간 세상의 숱한 속임을 당하여

遂令天下盡生疑 드디어 온 천하 의심이 일어나게 하네

11. 牧隱詩曰近來物價皆翔貴 獨我文章不直錢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시는 이러하다.

近來物價皆翔貴 근래의 물가 모두 날개 돋혀 올라가나

獨我文章不直錢 유독 나의 내 문장은 한 닢 값이 안 나가네

12. 李相國奎報詩曰客舍平除垂柳路, 人家半掩映花扉.

상국 이규보의 시는 이러하다.

客舍平除垂柳路 객사는 버들 드리운 길로 훤히 드러났고

人家半掩映花扉 인가는 꽃 어린 사립문에 반쯤 가리었네

13.高麗貢士一人宿葛院, 有客自京來曰, 科日已過, 而題出夏雲多奇峰, 誦壯元詩, 曰, 白日卓天中, 浮雲自作峰, 僧看疑有寺, 鶴過恨無松, 電影樵童斧, 雷聲隱士鍾, 誰云山不動, 飛去夕陽風, 此鬼語也. 其人上京, 則科日不過而入場, 果出此題, 呈券壯元.

고려 시대 공사(貢士) 한 분이 갈원에서 묵고 있는데, 서울에서 온 객이 말하기를 “과거 날짜가 이미 지나갔는데,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가 많다[夏雲多奇峰]’가 나왔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장원시를 읊었다.

白日卓天中 해는 중천에 우뚝하고

浮雲自作峰 흘러가는 구름 절로 봉우리를 이루네

僧看疑有寺 스님은 바라보며 절이 있나 의심하고

鶴過恨無松 학은 지 소나무 없음을 한스러워하네

電影樵童斧 번개빛을 초동의 도끼요

雷聲隱士鍾 우레소리는 은사의 종소리라

誰云山不動 누가 산이 움직이지 못한다 했던가?

飛去夕陽風 석양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과연 귀신의 솜씨였다. 그 사람이 상경해보니 과거 시험일이 지나지 않아 과장에 들어갔더니 과연 이 시제가 출제되어 시권을 제출하였더니 장원에 뽑혔다.

14.尤菴詩曰 萬事不求忠孝外 一身虛老是非間

우암(尤菴)의 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萬事不求忠孝外 모든 일 충효 말고는 구하는 일 없었거늘

一身虛老是非間 이 한 몸 시비의 사이에서 헛되이 늙어가네

15.我曾祖王考一夢府君, 少時與李判書瀰, 唱酬於墨洞詩壇曰: 小婢東廊春睡罷 屋頭朝日者梨花.

내 증조할아버지인 일몽 부군이 어린 시절 이판서 미와 묵동의 시단에서 시를 주고 받았는데, 그 중 일부는 이러하다.

小婢東廊春睡罷 어린 계집종 동랑에서 봄잠을 깨고 보니

屋頭朝日煮梨花 집 위 햇살이 배꽃을 태우네

16.南玉詩曰 霜深廢壘黃花病, 葉脫疎籬晩柿高

남옥(南玉)의 시는 이러하다.

霜深廢壘黃花病 이슬 자욱한 낡은 보루엔 국화가 시들고

葉脫疎籬晩柿高 낙엽 떨어진 앙상한 울타리엔 때늦은 감이 높다랗다

17.萬事不須人計較, 一生都是命安排, 未知何人作而甚好.

萬事不須人計較 모든 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아야지

一生都是命安排 일생이 모두 천명에 따라 안배되어 있으니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없으나 매우 좋다.

18.江南妓意琅, 別章曰: 一呷春醪萬里情, 斷腸芳草斷腸鶯, 願將雙淚啼爲雨, 明日留君不出城.

강남(江南)의 기생 의랑(意琅)의 송별시는 다음과 같다.

一呷春醪萬里情 한 번 봄술 마시니 정이 만리요

斷腸芳草斷腸鶯 장을 끊는 방초와 꾀꼬리라

願將雙淚啼爲雨 장차 두 눈물 비가되어

明日留君不出城 내일 그대 성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였으면

*唐詩曰: 淸溪白石漁樵路, 日暮歸家雨滿衣. 陸放翁詩曰: 缾花力盡無風墮, 爐火灰深到曉温. 又曰 釣収鷺下虛舟立, 橋斷僧尋别徑歸.

당시(唐詩)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淸溪白石漁樵路 맑은 시내 희뿌연 바위 어부와 나무꾼의 길이라

日暮歸家雨滿衣 날 저물어 집으로 돌아오니 물기가 옷에 가득

육방옹(陸放翁)의 시는 이러하다.

缾花力盡無風墮 꽃병의 꽃 시들어 바람 불지 않아도 떨어지고

爐火灰深到曉温 화로불은 재가 깊어 새벽까지 따스하다

또 다음과 같은 구절도 보인다.

釣収鷺下虛舟立 낚시를 마치니 해오라기 빈 배에 내려와 서있고

橋斷僧尋别徑歸 다리가 끊어지니 스님은 오솔길을 찾아 돌아간다

*東坡才勝德而被禍, 洗兒日作詩曰: 人皆養子願聰明, 我被聰明誤一生, 但願孩兒愚且魯, 無才無德到公卿, 此乃後悔詩也. 或云子由作而非也.

동파(東坡)가 재주가 덕보다 넘쳐서 화를 입었는데, 아이를 씻기는 날 지은 시에 이르기를

人皆養子願聰明 사람들마다 아이를 키우며 총명하기를 바라지만

我被聰明誤一生 나는 총명하여 일생을 그르쳤네

但願孩兒愚且魯 다만 바라노니 아이 어리석고 노둔하며

無才無德到公卿 재주도 덕도 없이 공경(公卿)에 이르기를

라고 하였는데, 이는 곧 후회하는 시이다. 어떤 이는 자유(自由)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19.明齋詩曰 平生懶性少營緯, 一任天公處分爲, 薇蕨滿山寧學圃, 藤蘿繞屋自成籬, 風如有意時時到, 月不相期夜夜隨, 來客休言塵世事, 高臺閑臥夢軒羲.

명재(明齋) 시에 이르길

平生懶性少營緯 평생 게으른 성격이었기에 일구어 놓은 것 거의 없어

一任天公處分爲 그저 하늘이 하는 대로 내맡겨 두었네.

薇蕨滿山寧學圃 산에 가득 고사리 있으니 어찌 농사를 지을 것인가?

藤蘿繞屋自成籬 집을 둘러싼 담쟁이 절로 울타리가 되었네.

風如有意時時到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은 뜻이 있는 듯 하고

月不相期夜夜隨 약속도 하지 않았거늘 밤마다 따르네.

來客休言塵世事 찾아오는 객들은 세상의 일을 말하지 말게나.

高臺閑臥夢軒羲 고대(高臺)에 한가로이 누워 헌희(軒羲)를 꿈꾼다네.

20.盧兢松餠詩曰 掌裡團團成鳥卵, 指頭箇箇合蚌脣, 堆盤錯列山千疊, 貫箸斜懸月半輪.

노긍(盧兢)의 「송병(松餠)」 시에 이르길

掌裡團團成鳥卵 손 안의 동글동글 새알 같고

指頭箇箇合蚌脣 손가락으로 꼭꼭 누르니 입 다문 조개 같네.

堆盤錯列山千疊 이리저리 줄지어 쟁반에 쌓아놓으니 천 겹의 산 같고

貫箸斜懸月半輪 젓가락으로 집으니 반달이 공중에 비스듬히 걸려있구나.

21.李判書翊會, 字佐補, 號古桐. 詠付蠟藏韻詩曰 蠟似疎排魚浦石, 字如深伏馬陵軍.

판서 이익회(判書 李翊會)의 자는 좌보(佐補), 호는 고동(古桐)이다.「부랍장운(付蠟藏韻)」시에 이르길

蠟似疎排魚浦石 밀랍은 어복포(魚腹浦)에 돌을 성글게 펼쳐놓은 듯하고

字如深伏馬陵軍 글자는 마릉(馬陵)에 깊이 숨겨놓은 군사와 같다.

22.李相國書九詩曰 大澤雲蒸當書熱, 高山花發近天香. 又曰 讀書漸惜餘年短, 閱世方知晩節難.

石?秋水淺, 不大去年魚, 春雨須東下, 滄溟爾祖居.

상국 이서구(李書九) 시에 이르길

大澤雲蒸當晝熱 큰 못의 구름 증기는 낮 열기에 해당되고

高山花發近天香 높은 산에 핀 꽃 하늘의 향에 가깝네.

또 말하길

讀書漸惜餘年短 책을 읽음에 첨차 얼마 남지 않은 세월이 안타깝고

閱世方知晩節難 세월을 겪음에 만절(晩節)의 어려움을 알겠네.

石尖秋水淺 돌 뾰족하니 가을 물이 얕고

不大去年魚 지난 해 물고기 더 크게 할 수 없다네.

春雨須東下 봄비에 동쪽으로 흘러가야 하리니

滄溟爾祖居 창명은 너의 조상이 사는 곳이라네.

23.洪相國奭周詩曰 古墓將軍石, 荒村孝子門. 江亭詩曰 衆眸皆市色, 吾耳獨江聲.

상국 홍석주(洪奭周) 시에 이르길

古墓將軍石 옛 무덤의 장군석

荒村孝子門 황량한 마을의 효자문.

「강정(江亭)」시에 이르길

衆眸皆市色 세상 사람들의 눈동자 탐욕의 눈빛

吾耳獨江聲 내 귀엔 강물소리만.

24.三淵入金剛, 遇一異人於溪上, 異人賦詩曰 有溪無石溪還野, 有石無溪石不奇, 此地有溪兼有石, 天能造化我能詩.

삼연(三淵)이 금강산에 들어갔을 때 개울에서 한 이인(異人)을 만났다. 이인(異人)이 시를 지어 이르길

有溪無石溪還野 시내만 있고 돌이 없다면 시내는 밋밋한 들일 뿐이오

有石無溪石不奇 돌만 있고 시내가 없으면 돌은 기이하지 않아라.

此地有溪兼有石 이곳에 시내와 돌 모두 있으니

天能造化我能詩 하늘은 조화를 잘하였고 나는 시를 잘 짓는다네.

25.武人詠西苽詩曰 色似靑天初霽後, 形同太極未分前, 碎破丹心甘露滿, 渴人從此懶尋泉. 又有人詠西苽詩曰 爾根從地出, 何以體天圓, 外面將軍衛, 中心太子燕.

무인(武人)의「서과(西苽)」시에 이르길

色似靑天初霽後 빛깔은 막 비개인 뒤의 푸른 하늘같고

形同太極未分前 형체는 분화되기 이전의 태극과 같네.

碎破丹心甘露滿 붉은 속을 쪼갬에 단물 가득하니

渴人從此懶尋泉 이제부터 목마른 사람 샘물 찾을 일이 드물겠네.

또 다른 사람의「서과(西苽)」시에 이르길

너 뿌리는 땅에서 나왔는데

어떻게 둥근 하늘 모습을 하고 있느냐

겉은 장군 위청(衛靑)이오

속은 연(燕)나라 태자 단(丹)이라네

26.大興人李載煥, 詠樵童被人呵禁詩曰 山禁耕樵野禁池, 人生何處托生涯, 移家欲向蓬壺去, 却怕喬松呵採芝.

대흥(大興) 사람 이재환(李載煥)의「초동피인가금(樵童被人呵禁)」시에 이르길

山禁耕樵野禁池 산에는 경작, 나무 하는 것을 금하고 들에는 못의 고지 잡는 것을 금하니

人生何處托生涯 인생살이 어느 곳에 이 생애를 맡긴단 말인가?

移家欲向蓬壺去 집을 옮겨 봉호(蓬壺)로 가고 싶지만

却怕喬松呵採芝 큰 소나무 밑에서 영지 캔다고 꾸짖을까 두렵네.

27.李參奉匡呂詩曰 安石榴榴産於安石國故曰石榴開箇箇尖, 夕陽疎雨影纖纖, 棋朋對睡琴娥退, 一樹梧桐碧滿簾.

참봉 이광려(李匡呂) 시에 이르길

安石榴開箇箇尖 안석국(安石國)의 석류 벌어지니 뾰족하고

(석류는 안석국에서 생산되었기에 석류라고 한다)

夕陽疎雨影纖纖 석양의 가랑비 그림자 어른어른 거리네.

棋朋對睡琴娥退 바둑 친구 졸고 있고 거문고 타는 여인 물러나니

一樹梧桐碧滿簾 오동나무 한 그루 푸른빛 주렴에 가득하네.

28.槎川詠雪詩曰 樹盡花開何太早, 物皆頭白不須悲.

사천(槎川)의「설(雪)」시에 이르길

樹盡花開何太早 나뭇잎 지고 난 뒤 새 꽃 틔움이 어찌 이리 빠른가

物皆頭白不須悲 만물의 머리 모두 희어도 슬퍼하지 말아야지.

29.金進士在淵愼齋嗣孫詩曰 一死都無事, 平生恨有身.

진사 김재연(金在淵)(愼齋의 사손이다) 시에 이르길

一死都無事 한 번 죽을 일 전혀 없어

平生恨有身 이 몸 있음이 평생 한이라네.

30.道遙知馬力, 客久見人心. 未知誰作

道遙知馬力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고

客久見人心 객은 오래지내야 사람 마음을 알 수 있네.(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없다)

31.鹽商四人, 登矗石樓聯句曰 慷慨悲歌士, 相逢矗石樓, 孤雲留短堞, 落葉下長洲, 素志違黃卷, 丹心已白頭, 明朝東海去, 殘月五更秋.

염상(鹽商) 네 명이 촉석루에 올라 지은 연구에 이르길

慷慨悲歌士 강개하여 슬픈 노래 부르는 선비들이

相逢矗石樓 서로 촉석루에서 만났네.

孤雲留短堞 한 조각 구름은 낮은 성첩에 머무르고

落葉下長洲 떨어지는 잎은 긴 모래톱에 떨어지네.

素志違黃卷 본래의 뜻 서책에 어긋나지만

丹心已白頭 단심은 이미 백두라네.

明朝東海去 내일 아침 동해로 가고자 하니

殘月五更秋 가을날 오경의 새벽달이라네.

32.李章培爲定山倅時詩曰 流水聲中民抱牒, 白雲影裡吏爲家.

이장배(李章培)가 정산(定山) 수령이 되었을 때 지은 시에 이르길

流水聲中民抱牒 흐르는 물 속에 백성은 문서를 껴안고 흐느끼고

白雲影裡吏爲家 흰 구름 그림자 속 아전은 집을 만드네.

33.三陟倅李壽彬詩曰 庭日簷風轉碧梧, 海棠花下枕空壺, 須臾午夢依俙覺, 手裡楞嚴字有無.

삼척(三陟) 수령 이수빈(李壽彬) 시에 이르길

庭日簷風轉碧梧 뜰의 해, 처마의 바람은 푸른 오동에 찾아들고

海棠花下枕空壺 해당화 아래 빈 술병 베개 삼았네.

須臾午夢依俙覺 잠깐의 낮잠 어슴푸레 깨어남에

手裡楞嚴字有無 손안의 능엄경 글자 있는 듯 없는 듯.

34.金簑笠詠鷄詩曰 拾翼天時回斗牛, 養塒物性異沙鷗, 爾鳴秋夜何山月, 玉帳寒簫淚楚猴.

김삿갓이 「계(鷄)」시에 이르길

拍翼天時回斗牛 날개 치니 천시(天時)는 두우성(斗牛星)에서 돌고

養塒物性異沙鷗 횃대에서 기르니 물성(物性)은 모래의 갈매기와 다르다네.

爾鳴秋夜何山月 가을 밤 어느 산의 달을 향해 우는가?

玉帳寒簫淚楚猴 옥장(玉帳)의 쓸쓸한 피리 소리 초후(楚猴)를 눈물짓게 하네.

35.春江舟壓魚龍去, 宵峽人穿虎豹來. 未知誰作

春江舟壓魚龍去 봄 강물의 배는 어룡(魚龍)을 누르고 지나가고

宵峽人穿虎豹來 밤 골짜기의 사람은 호표(虎豹)를 뚫고 오는구나.(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없다)

36-1.宋龜峯愼疾詩曰

송귀봉 질병을 경계하는 시에 이르기를,

用藥曾知似用兵 약을 씀은 용병술과 같음을 아노니

用兵終不致升平 용병술은 끝내 평화를 이룰 수 없네

醫前自有方便地 치료하기 전에 절로 방편의 곳 있으니

病後那能善攝生 병든 뒤 어찌 섭생을 잘할 수 있으랴

神未定時求寡慾 정신이 안정되지 못한 때엔 욕심 작게 함을 구하고

(色界上一刀割斷則病無由起)물욕의 경계에서 한 칼로 자르면 병이 생길 곳이 없다.

義歸通處却無情 의리가 통함으로 가는 곳에선 도리어 정이 없네

舟中敵國皆由我 주중적국이 모두 내게서 생기거늘

(食色科官之慾煎熬于中以致百病) 식색과 과관의 욕심은 마음을 태워서 온갖 병을 이르게 한다.

誰向邊城更築城 누가 변성에 다시 성을 쌓는가

(不知養生而致病用藥者如捨舟敵而遠築城於邊胡)

양생을 하지 않다가 병이 난 뒤에야 약을 쓰는 사람은 배 가운데의 적을 버려두고 멀리 변방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

36-2.龜峯贈沙溪詩曰

귀봉이 사계에게 준 시에 이르기를,

鳳凰肯顧鴟鳶嚇 봉황이 솔개의 고함을 돌아나 보랴

松柏難爲桃李顔 송백은 도리의 낮빛 짓기 어렵네

36-3.龜峯謫熙川詩曰

귀봉이 희천으로 귀양가는 시에 이르기를,

隨身惟白髮 몸에 지닌 것은 오직 백발이요

識面但靑天 얼굴을 아는 것은 다만 푸른 하늘뿐일세

36-4.龜峯除咏詩曰

귀봉 ‘제영’시에 이르기를,

每欲除吟咏 매양 시를 짓지 않으려 하나

終難自不吟 읊지 않기란 끝내 어렵네

題時徒信筆 지을 때 다만 붓 가는 대로 맡기니

得處亦無心 묘한 싯구 얻음이 또한 무심하네

36-5.龜峯曉行詩曰

귀봉의 ‘효행’시에 이르기를,

夷險無人問 평평한 지 험한 지 물을 사람 없으니

高低任馬行 오르고 내림은 말에게 맡기네

鳴鐘何處寺 종소리는 어느 절에서 들리나

流水隔林聲 숲 너머 흐르는 물소리 들려오네

36-6.龜峯亂後詩曰

귀봉의 ‘난후’시에 이르기를,

有別皆黃壤 이별 뒤에 모두 죽은 줄 알았더니

相逢盡白頭 만나니 모두 백발이 되었네

37.有鬼神贈一少年夕照詩曰

어떤 귀신이 한 소년에게 준 석조 시에 이르기를,

殘照拖紅掛碧山 붉은 노을 낀 석양이 푸른 산에 걸렸고

寒鴉飛盡白雲間 찬 까마귀 날아 흰구름 사이로 사라지네

問程行客鞭應促 길을 묻는 나그네 채찍질 급하고

尋寺歸僧杖不閒 절을 찾는 산승은 지팡이 바쁘네

放牧岸中牛帶影 방목안 가운데의 소는 그림자 두리우고

望夫樓上妾低鬟 망부루 위의 아낙네 머리를 떨구네

俄然回首孤村外 문득 고개 돌리니 쓸쓸한 마을 밖에

短髮樵童弄笛還 짧은 머리의 초동은 피리 불며 돌아오네

(末外句少年爲之云 示此詩於思齋 則謂以鬼詩 慕齋則曰末外句非鬼也人也)

말구는 소년이 지었다고 말한다. 이 시를 사재에게 보여주니 귀신의 시라고 말하고, 모재는 말구는 귀신의 솜씨가 아니고 사람 솜씨이다 하였다.

38.藝苑人空北 예원의 사람 기북을 텅비게 하고

(冀北馬空) 기북의 말이 다하다.

騷壇將出西 소단의 장수 산서에서 나오네

(山西出將) 산서는 장수가 나온다.

未知誰作 누구의 작품인지 알지 못한다.

39.除夕詩曰

‘제석’시에 이르기를,

天地無今夕 천지간에 오늘 밤이 없다면

人生盡少年 사람마다 모두가 소년일텐데

未知誰作 누구의 작품인지 알지 못한다.

40.李相國璜詩曰

상국 이황의 시에 이르기를,

野人耕楺/水與山 농부가 산수에서 경작하니

尺地堦庭亦所慳 한 뼘 땅 좁은 뜰 모두 소중해

遍種茄筍瓠蔓着 두루 가지 심고 호박덩쿨 올려

屋頭籬面莫敎閒 집붕 끝 울타리를 놀리지 않지

41-1.白沙十三歲咏胡獵圖曰

백사 십삼 세에 ‘호렵도’를 보고 읊은 시에 이르기를,

陰山古戌月蒼蒼 음산의 옛 성터에 달빛 푸르니

鐵騎千群夜踏霜 철기 병들이 밤이슬을 밟네

帳裡胡茄三兩拍 장막 속에서 호가 두 세 곡 들리니

樽前起舞左賢王 술통 앞에서 춤추며 어진 왕을 돕네

41-2.又咏琴劒曰 또 ‘영금검’에 이르기를,

劒有丈夫氣 검은 장부의 기상 간직했고

琴藏萬古心 거문고는 만고의 마음 품었구나

42.敎官李在咸詩曰

교관 이재함의 시에 이르기를,

三影人中誰李白 세 사람 가운데 누가 이백인가

一毛天下盡楊朱 조그만 천하가 모두 양주일세

43.判書金羲淳 以槐山宰登第 將遞郡 妓名芙蓉 留別詩曰

판서 김희순이 괴산군수로 과거에 합격하여 장차 다른 군으로 옮기려 할 때 기생 부용을 작별하는 시에 이르기를,

槐安山水畵圖中 그림 같은 괴산의 산수 가운데

(槐安槐山別名) 괴안은 괴산의 별칭이다.

三月爲官逆旅同 세 달 사또라 여관에 머물고 가는 듯

惟有芙蓉春不老 오직 부용이 있어 봄 다하지 아니하니

他人來見滿池紅 다른 사람이 와서 연못 가득 붉은 꽃을 보겠네

44.三淵詩曰

삼연의 시에 이르기를,

雨急衆流皆學瀑 비 쏟아져 여러 물줄기 모두 폭포 되고

霜深凡木亦云楓 서리 짙어 모든 나무 또한 단풍이 드네

45.判書金愚淳詩曰

판서 김우순의 시에 이르기를,

美人下堂去 미인이 당실을 내려가

纖手折夭桃 가냘픈 손으로 도화 가지를 꺾네

不知纖手短 가냘픈 손 짧은 줄은 모르고

但罵花枝高 다만 꽃가지 높음만 원망하네

46.有人題金弘道童子騎牛圖詩曰

어떤 사람이 김홍도의 ‘동자기우도’에 쓴 시에 이르기를,

童子驅牛去 동자가 소를 타고 가니

溪水沒牛腹 시냇물이 소의 배에 잠기네

歸來愼莫遲 돌아갈 젠 삼가 일찍 가게나

雨氣遠山黑 비 내리려하여 먼 산이 짙네

47-1.楓皐咏蟬詩曰

풍고의 ‘영선’시에 이르기를,

終日托身芳樹裡 종일토록 향기로운 나무에 붙었으니

平生得意夕陽中 평생에 석양 질 때가 가장 신나구나

47-2.咏牛詩曰

‘영우’ 시에 이르기를,

不識騎牛好 소 타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였더니

今緣無馬知 말이 없는 지금에야 비로소 알겠네

平沙十里路 모랫가 십 리 길에

春日共遲遲 봄날은 함께 더디네

47-3.咏月詩曰

‘영월’ 시에 이르기를,

萬里無雲來宛轉 만리가에 밝은 달 떠오르니

一天如水在中央 물 같은 하늘 가운데 뚜렸이 있네

47-4.送林川宰沈魯崇詩曰

임천 군수 심노숭을 전송하는 시에 이르기를,

47-5.海色靑齊隔 바닷빛은 산빛과 나뉘어 지고

人煙白苧明 사람 모습엔 흰모시 분명하리

48.宗人經在詩曰

종친 이경재 시에 이르기를,

村女戴花渾似妓 시골 여아이 꽃을 꽂으니 흡사 기생인 듯

野翁無髮錯疑僧 촌 늙은이 머리카락이 없으니 승려인 듯

49.宗人承元詩曰

종친 이승원 시에 이르기를,

得句非吳下 시구 지음은 예전의 내가 아니요

看山似剡中 산을 보매 섬중같네

50-1.判書趙秉龜詩曰

판서 조병귀 시에 이르기를,

夜黑群星大 밤 깊으니 뭇 별이 크게 빛나고

天寒獨樹高 날씨 차가우니 외로운 나무 높네

50-2.又曰

山路有氷稀馬跡 산길에 얼음 얼어 말 자취 드물고

荒村無漏信鷄鳴 산촌에 시계 없어 닭 울음을 믿노라

51-1.蓀谷詩曰

손곡의 시에 이르기를,

桐花夜烟落 밤안개에 오동꽃 떨어지고

梅樹春雲空 봄구름에 매화꽃 사라지네

51-2.又與白軒李敬輿 共賦曰

또 백헌 이경여와 읊은 시에 이르기를,

曲欄晴日坐多時 맑은 날 굽은 난간에서 오래도록 앉으니

閑却重門不賦詩 한가로이 중문을 닫은 채 시를 짓지 않네

(時白軒爲相) 당시에 백헌이 재상이 되었다.

墻角小梅風落盡 담 모퉁이 작은 매화 바람에 다 떨어지니

春心移上杏花枝 봄기운이 살구나무 꽃가지로 옮겨갔네

52.相國沈象奎判書申在植 會遊洗劍亭 申躬執一盃 勸飮於沈 沈不悅曰 姑置之 卽使傔從却盃 申愧赧 作詩曰

상국 심상규와 판서 신재식이 세검정에서 만나 놀았다. 신재식이 몸소 술잔을 들고 심상규에게 마시기를 청하니 심상규가 싫어하면서 “우선 두게”하고 곧 시종에게 술잔을 치우게 하니, 신재식이 얼굴을 붉히며 시를 지었다.

此盃欲進將軍貴 이 술잔 장군을 귀하게 하려고자 하였더니

老物忽逢丞相嗔 늙은 이몸 홀연 승상의 꾸짖음만 당했네

53.承旨金周黙登第後 久未作宰 傔人請去於武弁家 金送之 有詩曰

승지 김주묵이 과거에 합격하고 오래도록 수령이 되지 못하였다. 시종이 무변(武弁)의 집에 가겠노라고 청하니, 김주묵이 보내 주면서 시를 지었다.

緣吾無食爾無情 나에겐 양식이 없고 너에겐 정이 없기 때문에

愧意先於悵意生 부끄러운 마음이 슬픈 마음보다 앞서 생기네

三朔僅參軍職祿 세 달 동안 겨우 군관의 봉록을 받았고

十年難得縣監名 십 년 동안 현감의 이름을 얻기 어려웠네

亞臺馬後隨堪恥 아대의 말 뒤는 따르는 게 정히 부끄럽고

豪武門前去卽榮 무변의 문 앞은 나아가면 곧 영화로운게지

寒食祭官應不免 한식 제관을 응당 면치 못하리니

更將料理貰人行 다시 헤아려 행차에 사람을 빌려 보내 주었으면

(宰相無不傳誦 得除豊川云)

재상들이 모두 전하여 외워, 풍천군수에 제수 되었다.

54-1.嶺南人詩曰

영남 사람의 시에 이르기를,

南苽葉大芥花黃 남고 잎 크고 겨자 꽃 누르니

一一鶵鷄叫上墻 병아리 한 마리 씩 울며 담장에 오르네

終日板門關自在 하루종일 판자문 빗장을 걸어두고

全家去挿水西秧 온 가족이 물 서쪽에서 모내기 하네

54-2.又五絶曰

또 오언 절구에 이르기를,

老翁看黍席 늙은이는 기장 멍석을 보고

滿屋秋陽明 집안 가득 가을 햇살 비추네

鷄逐草蟲去 닭은 풀벌레를 쫓아가

菊花深處鳴 국화꽃 깊은 속에서 우네

54-3.又曰

또 이르기를,

村嫗懶不裳 시골 할멈 게을러 치마입지 않고

抱兒簷下坐 어린아이 안고 처마 아래에 앉았네

謂兒待汝父 아이에게 말하네 네 아비 기다리자

樵歸持山果 나무해 돌아올 제 산열매를 따가지고 온단다

55.黃坡詩曰

황파의 시에 이르기를,

城根雨過踈凉葉 성 아래 처량한 잎에 비가 지나고

籬落秋生寂寞花 울타리 쓸쓸한 꽃에 가을빛 이네

56-1.公州人李顯珍詩曰

공주 사람 이현진의 시에 이르기를,

野水鳴來舂麥杵 보리 찧는 공이에서 들판 물소리 들려 오고

人言細出績麻燈 길쌈 등불 아래 사람 말소리 나즉이 들리네

56-2.又曰

또 이르기를,

憩草傍驚雉 풀숲에서 쉬노라니 곁에서 꿩이 놀라고

看雲遠滅鴉 구름을 바라보니 멀리 까마귀 사라지네

57.池達海號松亭廣州人秋夕詩曰

지달해의 호는 松亭이며 광주 사람인데 그의 <秋夕詩>는 다음과 같다.

棗面生羞栗角稀 대추 볼 붉어지고 알밤 굵어갈 때

軟鷄紫蟹錦鱗肥 어린 닭도 붉은 게도 물고기도 살이 찌네.

家家此日誇新釀 집집마다 이 날에는 새 술을 자랑하니

鄕味年年八月知 고향 맛은 해마다 팔월이라야 알겠네.

58.金用根兒時咏烏曰

김용근이 아이 적에 까마귀를 읊었는데 다음과 같다.

啼過滄海孤檣立 울면서 창해를 날아가니 외로운 돛대 서 있고

群坐寒山古木疎 한산에 떼 지어 앉으니 고목이 성글구나.

59.嶺南文官金益耟爲人詭僻 卒時其親朋輓詩曰

영남의 文官 김익거는 사람됨이 詭僻했는데, 죽었을 때 그의 친한 벗이 다음과 같은 輓詩를 지었다.

樸素衣冠世罕踰 박소한 의관은 세상에도 드물었고

談霏隨處證程朱 이야기 풀어놓으면 정주를 끌어 댔네.

洛陽年少爭驚怪 낙양 젊은이들 驚怪함을 다투니

間有人言是古儒 간간이 사람들이 古儒라고 말하였네.

60.文谷作其子昌立(十九卒號澤齋)輓章曰

문곡 김수항이 그의 아들 창립의 만장을 지었는데, 다음과 같다.

北邙山下少年魂 북망산 아래 소년의 혼령들아!

爾輩從今莫說寃 너희들 지금부터는 원통타 말 말아라.

金侍郞家才行子 김시랑 집의 재주와 덕을 갖춘 소년이

明朝送槨出東門 내일 아침 관곽 되어 동문을 나선다네.

農岩作澤齋墓誌曰西河李公(名敏叙官判書)一見而歸之以女老峯閔公冠而字之曰卓而

농암 김창협이 택재(창립)의 묘지명을 지었는데 거기에 이르기를, 西河 李公(名敏叙,官判書)이 그를 한 번 보고는 딸을 시집보냈다고 하였다. 老峯 閔公이 그의 관례를 주관하고 字를 지어주었는데, 卓而라고 하였다.

61-1.

少日從公學楚辭 젊은 날 공을 따라 초사를 배웠으니

千秋宋玉有餘悲 천추의 송옥에게 남은 슬픔 있구나.

如今忍讀招魂賦 지금 차마 招魂賦를 읽을 수 있을까?

正是西風落葉時 바로 서풍에 낙엽 질 때인데.

61-2又曰

또 이르기를,

生進一名乃誤渠 생원 진사 그 이름이 곧 그를 그르치게 하여

早年恨未學耕漁 일찍부터 농사일 어부 일 못 배운 게 안타까워라.

山中餓死文章士 산중에서 굶어 죽는 글쟁이 선비 보고

鄕里兒童不讀書 시골 아이들도 책을 읽지 않도다.

未知誰作

라고 했는데, 누구의 작품인지 모르겠다.

62-1.淵泉洪相哀臺山輓詩曰

연천 홍석주가 대산 김매순의 죽음을 슬퍼하는 만시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蓉城蓬海說荒唐 용성과 봉해를 황당하다고 말하지만

地下脩文亦渺茫 지하에서 문서 짓는 일도 아득한 일이구나.

赫赫精光應不散 빛나는 정화는 응당 흩어지지 않으리니

只應奎璧耀寒芒 응당 규성과 벽성이 차가운 빛을 비추리라.

62-2又曰

또 이르되,

西淸舊侶曙星殘 서청의 옛 친구여! 계명성 희미한데

又送君行入道山 도산에 들어가는 그대를 또 떠나보내네.

白髮淸漳生意盡 백발에 고질병에 삶의 의욕도 다했는데

爲誰孤影寄人間 누구 때문에 이 외로운 그림자 세상에 둘꼬.

라고 하였다.

63.金谷雲輓李判書翊相曰

김곡운이 이판서 익상을 애도하는 만시를 지었다.

磊落人間後死悲 뇌락한 인간 세상에서 뒤늦게 죽는 슬픔

更無餘淚及親知 다시는 친지에게 미칠 남은 눈물도 없네.

靑山好葬如君少 청산의 좋은 장사 자리 그대만한 이도 없으니

宜向泉臺作賀辭 마땅히 무덤을 향해 축하의 말 해야 하리.

64.趙秉龜輓趙秉璜詩曰

조병귀이 조병황의 죽음을 슬퍼한 시가 있다.

最是靑山情薄地 정이 가장 야박한 곳이 청산이지만

却將楓菊葬詩人 단풍과 국화로 시인을 장사 지내는구나.

65.玉吾齋杜鵑詩曰

옥오재 송상기가 두견시를 지었는데, 다음과 같다.

芳魂出自蚕叢魚 꽃다운 그 혼은 촉나라에서 나와서

(蜀地名曰蚕叢魚鳧)

啼向江南誤屬猪 강남 땅 그릇되어 가는 송나라를 향해 울었네.

當時邵子聞不樂 그 때의 소강절은 저 소리 듣고 좋아하지 않았지만

天津橋上駐蹇驢 나는 천진교 위에서 다리 저는 나귀 멈추고 듣노라.

66.有人咏婚姻詩曰 어떤 사람이 혼인에 대해 읊은 시가 있다.

婚姻幾見鬪奢華 혼인에 사치와 화려함을 다투는 것 얼마나 많은가?

銀屋金屛萬口誇 은옥이야 금병이야 너도 나도 자랑하네.

轉眼十年人事變 십년을 지내고 보니 인간사가 변하여

粧奩賣與別人家 화장대 팔아 치워 남의 집에 주는구나.

67.佔畢齋掌試歸路店壁有墨梅詩曰

점필재가 시험을 주관하고 돌아가는 길에 주막집 벽에 묵매시가 있었는데, 그 내용이 이러했다.

雪裏梅花雨裡山 눈 속의 매화, 비 속의 산.

看時容易畵時難 보기는 쉬워도 그리기는 어렵겠네.

早知不合時人意 사람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 줄 진작 알았더라면

寧把丹靑畵牧丹 차라리 울긋불긋 모란이나 그릴 걸.

佔畢齋問店人則曰俄者一少年見屈歸程所題云使人推覓不知其處悵然而去

점필재가 주막집 사람에게 물어 보니 조금 전에 한 소년이 낙방하고 돌아가는 길에 지은 것이라고 하였다. 사람을 시켜 따라가 찾게 했으나 간 곳을 알 수 없었다. 아쉬워하며 돌아갔다.

68-1.趙雲江瑗小室玉峯李氏孝寧之後也 善詩其閨怨詩曰

조운강 원의 소실 옥봉 이씨는 효령대군의 후손이다. 시를 잘 지었는데, 그의 규원시는 다음과 같다.

近來安否問如何 요사이 님의 안부 어떠하온지 여쭙나이다.

月白紗窓妾恨多 달 밝은 사창 바라보니 저의 한도 많나이다.

若使夢魂行有跡 만약 꿈길에도 발자국이 있다면

門前石路半成沙 님 계신 문 앞 돌길이 모래가 되었겠네요.

68-2.又曰

또 이르기를,

有約郞何晩 약속해 놓고 왜 이리 늦으시나요?

庭梅欲謝時 뜰 앞의 매화꽃 지려고 하는데요

忽聞枝上鵲 홀연 나무 위에 까치 소리 들리니

虛畵鏡中眉 헛일인 줄 알면서도 눈썹 그려 봅니다

68-3.又莊陵詩曰

또 그의 莊陵시에 이르기를,

一片靑山葬我君 한 조각 청산에 우리 임금 잠들었고

哀詞吟斷魯陵雲 슬픈 노래 끊어진 노릉 위에 떠도는 구름.

帖身亦是王孫女 이내 몸 역시나 왕손의 여식이라

此地鵑聲不忍聞 이 곳의 두견 울음 차마 듣지 못하겠네.

68-4.咏梨花曰

배꽃을 읊었는데, 다음과 같다.

樂天敢比楊妃色 백낙천은 감히 양귀비 얼굴빛에 비유했고

太白時稱白雪香 이태백은 때때로 백설향이라 일컬었지.

別有風流微妙處 풍류 있고 미묘한 경지 따로 있나니

淡烟疎雨過孤城 옅은 안개 가랑비가 외로운 성을 스치는 듯.

68-5.又咏妓曰

또 기녀를 노래하여 이르되,

二八嬋姸小念奴 이팔의 아리따운 젊은 기녀야! (妓號也古詩曰念奴暫伴諸郞宿)

紵衫輕揮雪肥膚 산뜻한 모시 적삼 속에 하이얀 살이 토실토실.

可憐桂葉低雙袖 가련쿠나! 계엽이는 두 소매를 드리우고

明月誰家唱鷓鴣 밝은 달밤 누구 집에서 자고사를 부르는고.

68-6.又別雲江謫去詩曰

라 하였고, 또 남편 운강이 귀양 갈 때 이별하면서 지은 시는 이러하다.

前宵雖短短 지난밤은 비록 짧고도 짧았지만

今夜願長長 오늘밤은 제발 길어만 다오.

鷄聲唱欲曉 닭소리는 새벽이 되었다고 울어대는데

雙頰淚千行 내 두 뺨엔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네.

丙子胡亂趙瑗以承旨陪護大駕於南漢 妾玉峯從往至松坡江 篙師欲劫之 玉峯投死於江 尸至江南 江南之人聞玉峯之文章 見玉峯號牌 憐而葬之 立祠至今香火不絶云

병자호란 때, 조원이 승지로서 남한산성으로 임금을 모시고 따라갔는데, 첩 옥봉도 따라 가다가 송파강에 이르렀다. 뱃사공이 그녀를 겁탈하려고 하자, 옥봉은 강에 자신의 몸을 던져 죽었다. 시체가 강의 남쪽에 닿자, 강 남쪽의 사람들이 옥봉의 문장에 대해 소문을 들은지라 옥봉의 호패를 보고서 가련하게 여기며 장사지내 주었다. 사당을 세우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향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69.有人咏妓詩曰

어떤 사람이 기녀를 읊은 시가 있다.

醉客執羅衫 취한 손님이 비단 적삼 잡고 늘어지니

羅衫隨手裂 비단 적삼이 손길 따라 찢어졌네.

不惜一羅衫 비단 적삼 하나쯤이야 아까울 건 없지만

但恐恩愛絶 님의 은애하심 끊어질까 두려워라.

70.金龍弼咏駑駘馬詩曰

김용필이 駑駘馬(자질이 시원찮은 말)에 대해 시를 읊었는데 다음과 같다.

問汝何心事 묻노라. 너는 무슨 심사로

危程每踏邊 위태로운 길에서 매양 길 끝만 밟느냐?

見人直讓路 사람만 보면 곧장 길을 양보하고

過店不須鞭 역참을 만나면 채찍도 필요 없구나! 에이 몹쓸 것.

可謂逼眞

핍진하다고 하겠다.

71.尹某石榴詩曰 根愛明沙性愛海 心如碎玉甲如蟹 甛酸美味知何時 木落風高月近亥

윤 모씨 석류시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根愛明沙性愛海 뿌리는 맑은 모래를 좋아하고 본성은 바다를 좋아하여

心如碎玉甲如蟹 알은 옥을 부셔놓은 듯하고 껍질은 게와 같네.

甛酸美味知何時 달고 새콤한 좋은 맛 어느 때 일까?

木落風高月近亥 나뭇잎 지고 바람 높은 시월 쯤 이라네.

72.安東人進士某輓鄭嘉山蓍詩曰 萬古綱常三父子 五城風雨一男兒

안동 사람 진사 모가 가산 정시 만사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萬古綱常三父子 만고의 綱常을 지킨 삼부자요

五城風雨一男兒 오성(서울)의 비바람을 막아낸 한 남아라네.

73.余內舅淸道公遊全州有詩曰 狹少皆騎大宛馬 石園多種洛陽花

내 외숙 청도공이 전주에 노닐었던 시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俠少皆騎大宛馬 호협한 젊은이는 다 大宛 땅의 말을 타고

石園多種洛陽花 石園에는 많이 모란화를 많이 심네.

公旅宦於京有詩曰 歲歲年年聊復爾 吾園何必種黃花

공이 서울에서 벼슬살이 하는 시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歲歲年年聊復爾 해마다 애오라지 또다시 바뀔 것이니

吾園何必種黃花 내 동산에 어찌 반드시 국화를 심으리오.

74.全州人某有詩曰 病臨危地奚男女 命寔關天尙卜醫

전주인 모씨의 시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病臨危地奚男女 병은 위태로운 땅에 임하여 어찌 남녀가 있을 것이며

命寔關天尙卜醫 명은 하늘에 달린 것이지만 오히려 점쟁이와 의원에게 맡기네.

75.李世彪字台升號黃庭爲河陽宰値凶年邦設酒禁李嗜酒而不敢飮有詩(曰) 荒年猶發千叢菊 明月高懸百尺桐 이세표의 자는 태승 호는 황정으로 하양의 관리가 되었을 때 흉년을 당하여 나라에 금주령을 내렸는데, 이세표는 술을 즐겼으나 감히 마시지 못하고 시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荒年猶發千叢菊 흉년에도 오히려 피는 것은 천 떨기 국화요

明月高懸百尺桐 밝은 달이 백 척 오동나무에 높이 걸렸네.

76.厚謙妻避禍行乞於全義水回村入李某家主人讀易厚謙妻訂其詿誤主人異之呼七律韻厚謙妻卽地成篇曰 山村來叩小紫門 葉落池塘菊滿盆 烏帶夕陽啼古木 鴈含秋意渡江雲 誰云洛下時多變 我願人間事不聞 遵酒莫辭沽一醉 信陵豪氣草中墳

후겸의 처가 화를 피하여 全義 水回村에서 걸인 행각을 했는데, 李某의 집에 들어갔다. 주인이 주역을 읽고 있었는데 후겸의 처가 그릇된 곳을 고쳐 주었다. 주인이 기이하게 여기고 7언 율시의 운자를 불렀다. 후겸의 처가 그 자리에서 시를 이루었다.

山村來叩小紫門 산촌에 와서 작은 사립 두드리니

葉落池塘菊滿盆 지당에 낙엽지고 화분에는 국화 만발하네.

烏帶夕陽啼古木 까마귀 떼는 석양에 고목 위에서 울고

鴈含秋意渡江雲 기러기 가을 생각 머금고 강의 구름 건너네.

誰云洛下時多變 누가 낙하에 시절 변함 많다 하는 고

我願人間事不聞 나는 인간사 들리지 않기 원하네.

樽酒莫辭沽一醉 한통 술로 한번 취함을 사양치 마라

信陵豪氣草中墳 호기로운 신릉군도 풀 속 무덤에 묻혔다네.

77.有人失婢詩曰

어떤 사람이 ‘여종 잃은 시’에 이르기를

吾家一婢子 우리 집 한 계집종 아이가

乘夜走如猿 밤을 틈 타 원숭이처럼 달아났네.

賤者寧知義 천한 것이 어찌 의리를 알랴마는

主人愧少恩 주인이 은혜 적었음을 부끄러워하네.

78.申光河詩曰

신광하 시에 이르기를

甕間新稻酒初醅 항아리 속에 햅쌀로 첫 술을 빚었더니

試向飯前進一杯 시험 삼아 밥 먹기 전에 한 잔 술 들었네.

送婢去探隣友在 계집종 보내 이웃집 친구 있나 찾아보라 보냈더니

道中逢着却同來 도중에 만나 도리어 같이 오네.

*金參判詩曰 김참판 시에 이르길

大地三千都是慾 삼천 대지는 모두 욕심뿐 이니

吾心一片豈能眞 한 조각 내 마음 어찌하면 참될 수 있을까?

79.金參判愚淳 贈雲山宰 韓尙黙詩曰

참판 김우순이 운산 군수 한상묵에게 준 시왈

近之猋猋盖 근지(한상묵)의 빠르고 빠른 일산이여

(韓之表德)

何日出東京 언제 서울을 떠났나?

義重守邊警 의리가 중하여 변방을 지키고

忠多戀主情 충심 많음은 임금 사모하는 정이라

道途過望日 길에서 해를 바라보고

風雪喜長程 눈비가 먼 길을 기뻐했네

在官月已改 관직에 있은 지 달이 이미 바뀌었고

達境聞治聲 운산의 온 곳에 다스렸다는 소리 들리네.

(以犬喩韓可笑) (개로써 韓을 비유하니 우습도다.)

80.有童子騎牛而去 逢太守不下 太守使之捉入曰 汝能詩乎 曰然 太守呼韻 童子 應口輒對曰

어떤 동자가 소를 타고 가다가 태수를 만났는데, 내리지 않자, 태수가 잡아와서 말하기를, “너는 시를 지을 줄 아느냐?”, “그렇다” 태수가 동자에게 운을 불러 동자에게 내뱉는 즉시 문득 읊조리기를

老騎靑牛我騎黃 늙은 말과 젊은 소, 나는 황소를 탔네

古今聞趣較誰長 고금에 누가 어른인지 풍취 비교하니 더 나을까?

歸時莫過齊堂下 돌아갈 때 제나라 堂 아래를 지나지 말라

或恐宣王易以羊 혹 宣王께서 양으로 바꾸라 할까 두렵다네.

太守大驚牽去成婚云 태수가 크게 놀라 데리고 가서 혼인을 시켰다고 한다.

81.

白首休官是 백발에 벼슬을 쉬니 옳고

黃花不飮非 국화 필 때 마시지 못하니 그릇되도다.

或云羅海陽詩 혹 나해양의 시라고 한다.

82.

春來蘊藉無今日 봄이 와서 온화하니 오늘같이 좋은 날 없고

老去逍遙有此江 늙어감에 소요하는 이 강이 있구나.

未知誰作 누구의 작인지 알지 못한다

83.承旨閔泰鏞詩曰 승지 민태용 시에 이르기를

誠心做去無難事 성심으로 일 하니 어려운 일 없고

恕字看來皆好人 ‘恕’자로 보면 모두 좋은 사람일세

84.崔益男詩曰 최익남 시에 이르기를

薄暮歸家黃葉滿 황혼 무렵 귀가하니 단풍이 가득하고

平明送客白煙孤 새벽닭 울자 손님을 보내니 흰 연기가 외롭구나.

85.進士沈魯巖詩曰 진사 심노암 시에 이르기를

心如老將强猶恃 마음은 老將같아 오히려 강하다고 믿고

病似權臣退不知 병은 權臣같아 물러날 줄 모르네

86.朴參判來謙 掌試關東時 沈啓錫贈詩曰

참판 박내겸이 관동에서 시험을 관장할 때 심계석이 준 시에 이르기를

無詩使客丹靑瞽 시를 모르는 使客은, 소경에게 단청이요,

遠色男兒富貴僧 여색 멀리하는 남아는, 부귀한 중이라네.

87-1.蔡濟恭詩曰 채제공 시에 이르기를

功名啄木窮登鳥 공명은 나무쪼아 끝까지 올라가는 새요,

身世耕田退臥牛 신세는 농사짓다 물러나 누운 소라.

87-2.又曰

또 이르기를

龍氣滿江俄急雨 강에 용 기운이 가득하니 갑자기 소나기 쏟아지고

蟬聲在樹忽斜陽 나무에서 매미 소리 나니 문득 해 저무네

87-3.又曰

또 이르기를

消瀜遠壑三冬雪 먼 골짜기 삼동의 눈 녹으니

生動前溪一夜波 앞 시냇물 하룻밤에 물결이 이네

88-1.公州佳坡嚴樵夫 自比於子陵善詩 嘗過宿於石潭 柳進士家月夜吟詩曰

공주 가파엄의 나뭇꾼이 스스로 子陵이 詩를 잘 짓는 것에 견주었다. 일찍이 길을 가다가 石潭의 柳進士의 집에서 유숙하였는데, 月夜吟의 詩에 曰

屋東有一樹 집 동쪽에 한 그루 나무가 있으니

暮春來子規 늦은 봄이면 두견새가 오네

始意啼卽去 처음에는 울다가 곧 가려 생각했더니

仍到月橫時 달이 기운 때에 이르렀네

88-2.又曰 또 말하기를

峽人不畏虎 산골 사람 호랑이를 두려워하지 않으니

夜行如晝行 밤길을 낮길 가듯 하네

前路松火落 앞 길 간솔불 떨어지니

人去火獨明 사람들 감에 불은 홀로 밝네

89.有人咏菊詩曰 어떤 사람이 국화를 읊은 시에 말하기를

九月以前均是草 구월 이전에 풀과 같지만

嚴霜降後始知君 찬 서리 내린 뒤에 비로소 그대를 아네

90.權用佐詩曰 권용좌의 시에 말하기를

不虛遠客三千里 나그네 삼천리 먼 길이 헛되지 않게 하기위해

當作平生第一宵 마땅히 평생의 제일의 하루 밤되리라

91.持平蔡聖龜號知非子 仁廟丙丁間 節義之士也 有詩曰

지평 채성귀는 호가 지비자이다. 인조 병인․정묘 연간에 절의 있는 선비였는데, 그 시에 이르기를,

三綱墜地國隨傾 삼강오륜 땅에 떨어지니 나라도 따라 기우니

公議千秋愧汗靑 공론이 천년에 청사를 더럽힐까 부끄럽네

忍背神宗皇帝德 차마 신종황제의 덕을 배신하랴

何顔宣祖大王靈 무슨 낯으로 선조대왕의 영령을 대하리오

寧爲北地王諶死 차라리 북쪽 땅의 왕심같이 죽을지언정

羞作東窓賊檜生 동창의 적회같은 삶을 부끄러워하네

野老呑聲行且哭 촌 늙은이 소리죽여 가다가 짐짓 통곡하니

穆陵殘日照微誠 목릉성세의 쇠잔한 날 작은 정성에 비추네

此詩可與三學士斥和疎同 이 시는 삼학사 척화의 상소문과 같을 만하다.

92.戊申 淸州獜佐亂 大興人進士蔡某 有詩曰

무신년 청주 이인좌(李獜佐)의 난리에 대흥 사람인 진사 蔡 아무개의 詩에 曰

三更炅鵲繞樑喧 한 밤중 참새들 들보를 둘러싸고 지저귀니

燭滅華堂醉夢昏 등불 꺼진 화당엔 취한 꿈 어둡네

褊裨能成蓮幕節 편장은 능히 연막의 절개를 이루었고

元戎漫作竹林魂 원융은 부질없이 죽림의 넋이 되었네

雲猶死耳垂唐史 장운은 오히려 죽을 뿐이나 唐史에 드리웠는데

陵獨何心負漢恩 이릉은 유독 무슨 마음으로 漢나라 은혜를 저버렸나

可笑漁人功坐得 가소롭다 어부가 공을 앉아서 얻으니

一時榮爵耀山村 한 때의 영화로운 벼슬 산촌을 비추네

93.成廟嘗題詩於御苑曰 성종이 일찍이 御苑에서 시를 지어 이르기를

緣羅剪作三春色 푸른 비단 잘라서 삼춘의 빛을 만들고

紅錦裁成二月花 붉은 비단 잘라서 이월의 꽃을 만들었네.

有上番軍 題於御題之下曰 어떤 상번군이 임금이 지은 시 아래에 이르기를

若使公侯爭此色 만약 공후로 하여금 이 색을 다투게 했다면

韶光不到野人家 소광이 야인의 집에는 이르지 않았네

成廟見之賜第 성종이 보고 집을 하사하였다.

94.崔簡易與車五山韓石峯伴行至一處 有壽宴參(?)於末席 崔請作詩曰

主人久不死 車五山續之曰

간이 최립이 오산 차천로 한석봉과 더불어 짝하여 가다가 한 곳에 이르렀다. 어떤 壽宴의 말석에 자리하였는데,

최립이 詩를 짓기를 청하여 말하기를,

“主人久不死 주인은 오래도록 죽지 마소서!” 하니

車五山이 이어서 말하기를

“豈曰神仙無 어찌 신선이 없다고 하리오

可笑赤松子 가소롭구나 적송자여

千古一鰥夫 천고에 한 홀아비가

使石峯書之 한석봉으로 하여금 쓰게 했네”라고 하였다.

95.人世大都無狀事 인간 세상에 큰 것은 모두가 형상이 없는 일

酒盃差可慰浮生 술잔을 기울여 덧없는 삶을 위로하리.

金剛山詩曰 금강산 시에 이르기를

矗矗峯岳怪奇奇 가파른 봉악은 괴이하고 특별하니

仙人神佛摠如疑 선인과 신령한 부처 모두 의심하네

平生詩爲金剛惜 평소에 시 지음은 금강산을 위해 아껴 두었더니

及到金剛不敢詩 금강산에 이르러서는 감히 시를 짓지 못하네

96.尹行任詩曰 윤행임의 시에

叢祠古木依神壽 사당의 고목은 신령에 의지하여 장수하고

峽口殘村坐虎稀 협곡의 쇠잔한 마을에는 호랑이 앉기도 힘드네

97.金秋史詩曰 추사 김정희의 시에

百鍊此身同鐵漢 백 번 이 몸을 단련하니 강철 같은 장정이요

三緘其口學金人 세 번 그 입을 봉하니 쇠를 배우는 사람일세

98-1.金判書漢喆詩曰 판서 김한철의 시에

宇宙百年武壯士 우주의 백 년엔 장사가 씩씩하고

關河萬里有高臺 관하의 만 리엔 높은 누대가 있네

故人消息詩先到 고인의 소식은 시가 먼저 이르고

上將風流酒又來 상장군의 풍류는 술이 또 오네

98-2.又曰

霖天白日尋常雨 장마 때 밝은 해는 일반의 비요

峽郡靑山太半田 골짜기 마을 푸른 산엔 태반이 밭일세

99.金魯宗 懷友詩曰 김노종의 벗을 생각하는 시에

千里相思燈火落 천리에서 서로 생각하니 등잔불이 떨어지고

九秋不見雨聲疏 구년 동안 보지 못해 빗소리 성그네

100.申史源金剛山詩曰逢人皆白衲無爾但靑山

신사원의 금강산시에 이르기를

逢人皆白衲 만나는 사람들은 다 늙은 중들 뿐

無爾但靑山 너는 없고 다만 푸른 산뿐이구나

正廟聞之除監役言

정조가 그 시를 듣고 감역에 제수하였다.

101.千花影裡時孤往百鳥聲中坐不言

千花影裡時孤往 온갖 꽃 그림자 속에 있을 때 외로움 사라지고

百鳥聲中坐不言 온갖 새소리가운데 앉아 있으니 말이 필요 없네.

(未知誰作)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다.

102.李秉模以箕伯將歸有寵妓垂淚李曰吾回首一步汝必收淚而笑 妓卽獻一句曰假使送君卽地笑別時妾淚是眞情

이병모가 관찰사로서 장차 돌아가려고 하는데 총애하는 기생이 눈물을 흘리매 이병모가 이르기를 “내가 한걸음 걸을 때마다 머리를 뒤로 돌릴 것이니 너는 눈물을 거두고 웃어라.”하니, 기생이 즉시 시 한구를 바치며 이르기를

假使送君卽地笑 그대를 보내며 거짓으로 웃는 처지가 되었으나

別時妾淚是眞情 이별할 때 첩의 눈물은 진정일세

李大警予千金云

이대경이 천금을 주었다고 이른다.

103.金奉朝賀履陽醉遊錦江詩曰疎閒白鷺疑詩者撓蕩靑山亦醉否

봉조하 김이양이 금강에서 술에 취해 놀며 지은 시에 이르기를

疎閒白鷺疑詩者 드문드문 한가로운 백로는 시인인 것 같고

撓蕩靑山亦醉否 굽이진 너른 청산은 또한 취한 것이 아닌가?

104.公州人朴宗岐詩曰天寒因雪下村寂又僧來 靑春去似無情妾白髮來如不速賓

공주사람 박종기의 시에 이르기를

天寒因雪下 하늘이 차니 눈이 내리고

村寂又僧來 마을이 고요하니 또 중이 오는구나.

105.

靑春去似無情妾 청춘이 가는 것은 무정한 첩과 같고

白髮來如不速賓 백발이 온 것은 빨리 가지 않는 손님과 같네.

(未知誰作) 누가지은 것인지 알 수 없다.

106.某人咏蟾詩曰似魚人不食於汝世皆僧

어떤 사람이 두꺼비를 읊은 시에 이르기를

似魚人不食 물고기와 같으나 사람들은 먹지 아니하니

於汝世皆僧 너에게 세상 사람들은 모두다 중이로구나

107.盧在經詩曰詩權出世無强敵醉眼看人少丈夫

노재경의 시에 이르기를

詩權出世無强敵 시의 권세로 출세하려 하니 강적이 없고

醉眼看人少丈夫 취한 눈으로 사람들을 살펴보니 대장부가 드물구나.

108.翼廟命入耆老社畫像帖親自描像于韓相國用龜在世時而令其壻輔德金鏴袖傳於韓韓感異恩作詩曰天地中間一粟渺受吾父母獻吾君身邊抱笏忝黃閣鏡裡頭髮愧白紛史帖題名曾未料离莚摹像古無聞宮僚袖奉仙香動長使屢孫得七分

이희갑이 왕명으로 耆老所에 들어가 韓用龜가 생전에 있을 때 초상을 화상첩에 친히 그려주니 그의 사위 보덕 金鏴가 소매 속에 넣어 한용구에게 전해주니 기이한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를 지어 이르기를

天地中間一粟渺 천지가운데 한 개의 좁쌀만큼 아주 작은 존재이나

受吾父母獻吾君 내 부모에게 받은 몸 내 임금에게 바친다.

身邊抱笏忝黃閣 몸에는 홀을 지녀 관서에 욕됨이 되니

鏡裡頭髮愧白紛 거울 속 두발은 백발이 어지러움을 부끄러이 여기네.

史帖題名曾未料 사첩제명에는 일찍이 헤아림을 얻지 못하였는데

离莚摹像古無聞 산신자리의 형상을 본뜬 것을 예전에 듣지 못하였네.

宮僚袖奉仙香動 궁의 동료들이 옷소매로 받드니 신선의 향기가 진동하는구나.

長使屢孫得七分 오래토록 여러 대의 후손으로 하여금 소중히 지니도록 하겠네.

109.金相國興根拜相來入之時有人來獻五絶詩曰雪霜然後竹風雨以前花止水莫如海何須更起波

상국 金興根이 재상에 임명되어 조정에 들어왔을 때 어떤 사람이 오언 절구 시를 받치며 이르기를

雪霜然後竹 눈과 서리 내린 이후엔 대나무요

風雨以前花 비바람이 몰아치기 이전에 꽃이다.

止水莫如海 고요한 물은 바다만 같은 것이 없으니

何須更起波 어찌 모름지기 다시 파도를 일으키겠는가?

110.其人辭去金使之跟其後則入於權敦仁家盖權欲獨檀而慮金之入故使人作詩諷諭云無妻白髮初生後有友黃金未散時

김흥근이 사신을 따라갈 때 그 사람은 사양하였다. 그 후에 권돈인 가문에 들어갔는데 대개 권돈인이 독단 하려고 하자 김흥근이 염려하여서 들어갔다. 그런 까닭에 사람을 시켜 풍유하는 시를 지어 이르기를

無妻白髮初生後 백발이 처음생긴 이후에는 아내가 없고

有友黃金未散時 황금이 흩어지지 않았을 때는 벗이 있었네.

(未知誰作)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다.

111-1.洪字遠號杜谷丙子変後號大明處士隱於順興太白山下杜谷講春秋之義有詩曰大明天下無家客太白山中有髮僧

홍자원의 호는 사곡이었으나 병자호란 이후에 호를 대명처사로 바꾸고 순흥의 태백산 아래에 은거하였는데 사곡이 춘추대의를 강론하며 지은 시가 있는데 이르기를

大明天下無家客 대명천하에 집안에는 나그네가 없고

太白山中有髮僧 태백산중에는 머리털난 중이 있네.

111-2.其弟字定號南坡寒碧樓詩曰宇宙一男子淸風寒碧樓憑欄發長啼江月五更秋

그 동생의 자는 정이요 호는 남파인데 한벽루 시에 이르기를

宇宙一男子 우주에 한 남자가 있고

淸風寒碧樓 한벽루는 맑은 바람 속에 있네.

憑欄發長啼 난간에 기대여 오래토록 울부짖나니

江月五更秋 강에 달이 비치니 오경이라네.

112. 元甥世準 送人赴燕詩曰 已矣山下非萬曆 徒然玉帛費三韓

생질 원세준이 연경에 가는 사람을 전송한 詩에 이르기를

已矣山下非萬曆 그만이다 산하는 만력이 아니니

徒然玉帛費三韓 한갓 옥백으로 삼한을 허비하였네

113. 李諮議友信詩曰 牛輸遠糶西林黑 人語孤舟北斗明

자의 이우신 詩에 이르기를

牛輸遠糶西林黑 소가 멀리 곡식을 실어보내니 서쪽 수풀이 검고

人語孤舟北斗明 사람의 말은 외로운 배에 북두가 밝네

114.丹邱人 趙某詩曰 山麋老大白於雲 側立巖崖到夕嚑 我有茅廬無俗客 夜來簷下可容君

단구인 조모詩에 이르기를

山麋老大白於雲 산고리니가 늙고 크니 구름보다 희고

側立巖崖到夕嚑 바위가에 기대어 서니 저녁햇살이 이르네

我有茅廬無俗客 내 초가집을 소유함에 속객이 없으니

夜來簷下可容君 밤 처마아래에 그대를 용납할 수 있네

115.麥飯充腸餘飼馬 茅廬容膝半藏梅 (未知誰作)

麥飯充腸餘飼馬 보리밥으로 창자를 채우고 나머지는 말에게 먹이니

茅廬容膝半藏梅 초가집에 무릎을 용납하되 반은 매화를 갈무리하네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다.)

116.恩津人 朴明燁詩曰 妻云太古天皇氏 答曰當今士大夫

은진인 박명엽 詩에 이르기를

妻云太古天皇氏 아내가 태고적 천황씨라 말하니

答曰當今士大夫 대답하기를 지금은 사대부일세

117.連山有士人李某 多知識 朝貴請見李某 貽詩曰 : 騎牛棄馬復乘舟

牛馬尙危況是舟 不知携杖山中去 聽鳥看花任去留

연산에 선비 이 아무개가 지식이 많았는데 조정의 높은 벼슬아치가 李某를 보기를 청하며 詩를 주었는데, 이르기를

騎牛棄馬復乘舟 소를 타고 말을 버리고 다시 배를 타니

牛馬尙危況是舟 소와 말이 오히려 위태로운데 하물며 배이랴

不知携杖山中去 알지 못하겠네 지팡이를 짚고 산중에 감에

聽鳥看花任去留 새소리 듣고 꽃을 보며 가고 머무르는 것을 맡김을

118.車五山天輅 與其第雲輅 讀書於富人家 忽有明火賊 直入讀書室 五山贈詩曰 風雨霏霏海上村 綠林豪客夜扣門 相逢莫歎無顔色 此世人心眞是君 綠林客曰 盡字改以半字則好 請得容金於主人 分與五山兄弟 如期而報主人云

오산 차천로가 그 아우 운로와 더불어 부자집에서 책을 읽으니 홀연히 명화적(明火賊)이 곧바로 독서하는 방에 들어오니 오산이 詩를 주어 이르기를,

風雨霏霏海上村 풍우가 부슬부슬 내리는 바닷가 마을에

綠林豪客夜扣門 녹림의 호걸이 밤에 문을 두드리네

相逢莫歎無顔色 서로 만남에 안색이 없다고 탄식하지 말라

此世人心眞是君 이 세상 인심 참으로 그대와 같네

綠林客曰 盡字改以半字則好 請得容金於主人 分與五山兄弟 如期而報主人云

녹림객객이 말하기를 “盡자를 半자로 고치는 것이 좋을 것이니, 청컨대, 주인에게 금을 용납함을 얻어서 오산의 형제에게 나누어 주게 하소서.”하였다. 기약과 같이하고서는 주인에게 알렸다 운운.

119.朝鮮使臣某人 作詩二聯句(首末忘之)曰 赤手免飢心涉盜 白首無業理坑口 平生四 萬二千鉢(限百年而一日而時所食再) 這裡冠婚喪祭需(需是虞韻而聯句通韻可疑 此則言加外而謂生涯之艱苦) 朝而暮又苦營求(此則末外句云)

조선 사신 어떤 사람이 시 두 연구를 지었는데(수구와 말구은 잊어버렸다.)

赤手免飢心涉盜 빈손으로 주림을 면함은 마음이 도둑이니

白首無業理坑口 백수에 직업이 없음은 이치가 입을 묻네

平生四萬二千鉢 평생은 사만이천 밥그릇인데

(限百年而一日而時所食再 백년을 한도하여 하루에 두끼 먹을 바이다.)

這裡冠婚喪祭需 이 속에 관혼상제를 쓸 것이라.

(需是虞韻而聯句通韻可疑 此則言加外而謂生涯之艱苦 需는 우운으로 연구에 통운인가 의심스러우니 이것은 말이 밖에 더하여 생애의 간고함을 말한 것이라.)

朝而暮又苦營求 아침 저녁으로 또 괴롭게 경영하고 구하네

(此則末外句云) 이것은 末外의 句이다.

120.茅簷一角淡烟遮 星未生芒月未斜 蝙蝠散飛蛛子降 厠邊微白是匏花(不知何人作 兒子誦之)

茅簷一角淡烟遮 초가집 한 모퉁이에 맑은 연기 가리니

星未生芒月未斜 별은 빛을 내지 않고 달도 비끼지 않았네

蝙蝠散飛蛛子降 박쥐가 흩어져 날아감에 거미는 내려오고

厠邊微白是匏花 측간가에 희미한 밝음은 박꽃일세

(不知何人作 兒子誦之 누가 지은지는 알 수 없으나 아이들이 외었다.)

121.店樹橋雲晩色凄 行人秣馬第三鷄 阿郞販豆京師去 少女舂歸月在西

(不知何人作)

店樹橋雲晩色凄 가게 나무다리위의 구름이 晩色이 처량하니

行人秣馬第三鷄 행인이 말을 먹임에 닭이 세 번째 우는구나

阿郞販豆京師去 아이들이 콩을 팔러 서울로 가고

少女舂歸月在西 소녀는 방아 찢고 돌아오니 달이 서쪽에 있네

(不知何人作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가 없다.)

122.官堤三月柳藏鴉 十里南街草色多 何許城中高髷女 揷花臨水影偏斜

官堤三月柳藏鴉 관제 삼월에 버드나무는 까마귀를 감추었고

十里南街草色多 십리 남쪽거리에는 풀빛이 많네

何許城中高髷女 성중에 높이 비녀를 꽂은 여아

揷花臨水影偏斜 꽃을 꽂고 물에 임하니 그림자 몹시 비끼네

123.金判書炳冀詩曰 倚釰看雲蕭瑟秋 西風落木下長洲 掃除恩怨皆靑眼 閱盡炎凉易白頭 天地無人回落日 江山何處起高樓 明時射獵眞勝事 狐兎城南且莫愁

金判書炳冀詩曰 판서 김병기 詩에 이르기를

倚釰看雲蕭瑟秋 칼을 짚고 구름을 보니 소슬한 가을에

西風落木下長洲 서풍에 떨어지는 잎 긴 물가에 내리네

掃除恩怨皆靑眼 은혜와 원망을 버리니 모두 청안이요

閱盡炎凉易白頭 염량세태를 다 겪으니 흰머리 되었네

天地無人回落日 천지에 떨어지는 해를 돌릴 사람 없으니

江山何處起高樓 강산 어느 곳에 높은 집을 지으랴

明時射獵眞勝事 밝은 때에 사냥하는 것 참으로 좋은 일이니

狐兎城南且莫愁 여우와 토끼는 성의 남쪽에서 짐짓 근심하지 말게

<83> 노긍(盧兢)

청주 사람 노긍(盧兢: 1737~1790)은 자를 여림(如臨)이라 한다. 어려서부터 기특한 재주가 있어, 문장을 지을 때 고인의 규모를· 답습하지 않고 따로 솜씨 부리기를 힘썼는데, 그의 장점도 여기에 있고 단점도 여기에 있다. 그의 시는 자못 첨신(尖新)하여 식견 있는 사람은 이를 병통으로 생각하였다. 그의 「제야(除夜)」 시를 보면 이러하다.

어둠 속에서 봄 새벽을 기다리는데

사위어가는 등불은 이 밤을 보내는 마음.

닭 울음소리 만고를 깨우는 듯한데

앉아서 한 평생을 헤아려 보네.

성현은 지금 어디 계시는가

건곤(乾坤)은 스스로 맑아지려는데.

의관은 귀신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거늘

근심과 즐거움 하나 되려 한다네.

뒤에 위원(渭原)으로 유배를 갔는데 눈병에 걸려 지은 시가 있다.

변방이라 약재의 군신(君臣)이 다 부족하니

눈병 나도 손 못 쓰고 정신까지 상하누나.

눈 어두워도 태식(胎息)에는 무방하니

빛 보게 되더라도 다시는 외물에 끌리지 않으리라.

흑백 분간 못하니 시세와 잘 합하고

곱고 미움 안 따지니 만물과 친화하네.

딱 한 가지 안타까울 손, 이 강산 안개 속에

금년 봄을 잃어버리는 일이로다.

이 두 편은 그의 시작품들에서 가장 순정(純正)에 가까운 것이라 하겠다. 노긍은 일찍이 정승 홍봉한(洪鳳漢)의 집에 출입하여 홍낙인(洪樂仁) 형제와 교분이 깊었다. 후일 매문(賣文)한 것으로 죄를 얻어 평안도 지방으로 귀양을 갔다가 6년 만에 풀려서 돌아왔다.

淸州盧兢, 字如臨, 少有奇才. 爲文章, 不襲古人規矩, 務別出機杼, 所長在此, 所短亦在此. 其詩頗尖新, 識者病之. 然其「除夜」詩曰:

暗裏春期曉, 殘燈送夜情.

鷄鳴醒萬古, 人坐黙平生.

賢聖今安在? 乾坤自信淸.

衣冠聽神鬼, 憂樂欲相幷.

後謫渭原, 有眼疾, 詩曰:

邊城藥料乏君臣, 阿睹生菑坐損神.

向晦不妨胎息事, 回光非復外淫人.

無分黑白應時合, 少撿姸媸與物親.

只惜江山烟霧裏, 當前又失一秊春.

此最其近醇者也. 兢嘗遊洪相鳳漢家, 與洪樂仁兄弟交最深, 後以賣文得罪, 謫西塞, 六秊始宥還.

<94> 낙화시(落花詩)

영조 때의 수보(首輔: 영의정) 홍봉한(洪鳳漢)은 한 몸에 장상(將相)을 겸하여 세력이 조야(朝野)에 떨쳤다. 이에 한 시대의 문사들이 많이 출입하여 그의 아들들과 교유하였다. 홍봉한의 아들인 낙인(樂仁)·낙임(樂任)·낙신(樂信)과 이봉환(李鳳煥: 1710∼1770)·노긍(盧兢)이 어울려서 함께 「낙화시(落花詩)」를 지었다.

이봉환의 낙화시는 이러하다.

․한시 감상력을 증대하려면 三多가 필요: 多讀, 多作, 多商量. 좋은 시구 외우기

김득신(1604~1684) 한식날 동대문 밖에서 꽃 구경하다가 馬上逢寒食하니 하고 다음 구 생각 안남. 종이 途中續暮春이라 외움. 당나라 宋之問(656~712)의 「途中寒食」이란 시.

․한국의 한시: 한국의 문화적 전통과 역사적 환경 속에서 형성된 것.

고금시인가구.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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