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9
79. 再題吳公濟風泉亭
두 번째 오공제의 풍천정에 부쳐
華林翠磵響風泉 꽃 숲 푸른 시내에 바람 드는 셈 울려나는데,
竟日閑來石上眠 하루 종일 한가로이 와서 돌 위에서 자네.
更結危亭俯幽聽 높이 솟은 정자를 다시 지어서 굽어보며 고요히 들어도,
未妨長作地行仙 오래도록 지행선 되는 것 방해하지 않네.
80. 奉和公濟兄留周賓之句 丙申九日
받들어 공제형님이 주빈의 시구를 남겨 주신 것에 화답하며
端居感時序 평소 계절의 변화에 느낀 바 있어,
駕言誰適從 수레 타고 가려는데 누가 따르겠는가?
聊携二三子 애오라지 제자들을 데리고 가는데,
杖屨此日同 이날은 내가 사용하는 지팡이와 신발도 함께 했네.
悠哉素心人 한적하구나! 소박한 마음의 사람이여,
宴坐空巖中 편안히 텅 빈 바위위에 앉네.
眞成三秋別 진실로 세 가을 이별했는데,
夢想情何窮 꿈에서라도 그리워하는 맘 어찌 다하겠는가!
行行陟崇岡 가고 가서 높은 언덕을 오르고,
引脰希高風 목을 빼어들고 고상한 풍조를 희망하네.
忽然兩相値 문득 두 사람 서로 만나니
俯仰迷西東 순식간에 동서남북을 잃어버렸네.
鱣堂偶休閑 강당은 우연히 한적한데,
鷄黍聊從容 닭 잡고 기장밥해서 유유 한적하네.
不辭腰脚勞 허리와 다리의 수고로움을 사양하지 않고,
共上西南峰 함께 서남쪽 봉우리를 오르네.
佩萸笑長房 수유 꽂고 비장방을 비웃으며,
把菊追陶公 국화를 잡고 도연명을 추억하네.
遐觀衆山逈 멀리 바라보니 뭇 산들 판이하게 다르고,
一酌千慮融 한 잔의 술에 수많은 생각들 풀어져버리네.
興罷復來歸 흥이 다해 다시 돌아오니,
杳靄追堂空 그윽하고 깊은 가을 집 텅 비어 있네.
窺樽訖餘瀝 술잔을 엿보며 남은 술을 끝내고,
倚閣聞疏鐘 누각에 기대어 드문드문 들려오는 종소리 듣네.
主人意未闌 주인의 뜻 아직 다하지 않아,
驪駒勿悤悤 검은 말도 분주하지 않네.
81~85. 寄吳公濟兼簡李伯諫五首
오공제에게 보내며 겸해서 이백간에게 편지함, 다섯 수
81
客子歸來春未深 나그네 돌아와도 봄은 아직 무르익지 않아,
祗應寒雨罷登臨 다만 차가운 비 그쳐 산에 오르고 강을 찾네.
閑窓竟日焚香坐 한가로운 창문에 하루 종일 향을 사르며 앉아있지만,
一段孤明見此心 한 구절이라도 특별히 깨달아야 이 마음을 볼 것이라.
82
三徑莓苔晝掩關 세 갈래 길에 푸른 이끼 낮에도 문 닫고 있어,
君來問道却空還 그대 와서 도를 물어도 헛되이 돌아가리.
從今蠟屐應無恙 이후로는 밀랍 칠한 신발도 응당 걱정이 없을 것인데,
有興何妨再入山 흥 나면 다시 산에 들어오는 것을 어떻게 방해하겠는가?
83
盤翁別去久無書 반옹 이별하고 떠나 오래도록 편지 없는데,
可復因循自作疏 다시 예전처럼 지낸다고 스스로 소원해 질 수 있는가?
珍重寄聲煩問訊 신중히 소식을 보내 안부 묻는 것도 번거로운데,
箇中消息定何如 이 가운데 소식들 정녕코 어떻게 하겠는가?
84
繁絃急筦盛流傳 번잡하고 빠른 관현악만 널리 유행하며 전하는데,
淸廟遺音久絶絃 태묘(太廟)의 온화한 음악은 오래도록 끊어졌네.
欲識寥寥千古意 적막한 천고의 뜻 알려고 하니,
莫將新語勘塵編 요즘말로 옛 서적들 교정하지 마시게.
謂鹽官中庸 염관지방에서 중용에 새로운 주석을 달고 교정하는 것을 말한다.
85
憶昔殊方久滯淫 옛날의 특별한 방법들 회상해보니 오래도록 정체되어 있는데,
年深歸路始駸駸 나이 깊어질수록 돌아갈 길 비로소 빨라지기 시작하네.
傍人欲問簞瓢樂 따르는 사람들 대광주리 밥과 표준박물의 즐거움을 묻고자 하지만,
理義誰知悅我心 유가 경전의 의미 누가 알아 내 마음을 기쁘게 할꼬?
86~87. 公濟和詩, 見閔耽書勉, 以敎外之樂, 以詩請問. 二首
공제가 화답한 시에서 민탐이 보내온 편지에 교외의 낙으로 장려한 것을 보고 시로써 물음. 두 수
86
至理無言絶淺深 지극한 이치란 말이 없어도 천도를 넘어선 것,
塵塵刹刹不相侵 사물 하나하나에 깃들면서 서로 침범하지 않는 것.
如云敎外傳眞的 가르침 밖에서 참을 전한다면,
却是瞿曇有兩心 오히려 석가의 마음은 두 가지가 되는 것을.
87
未必瞿曇有兩心 석가의 마음 반드시 두 가지가 아니라면,
莫將此意攪儒林 그 뜻으로 유생들을 어지럽게 하지마시길.
欲知陋巷憂時樂 누추한 골목에서 근심스러울 때의 즐거움 알고자 한다면,
只向韋編絶處尋 다만 가죽 끈으로 엮은 책 끊어진 곳에서 찾아야 하리.
88~89. 伯諫和詩云, 邪色哇聲方漫漫, 是中正氣愈駸駸, 予謂此, 乃聖人從心之妙三歎, 成詩重以問彼二首
이백간이 화답하는 시에서 “간사한 이단사설이 바야흐로 만연하는데, 이것은 치우치지 않고 올바른 기운이 더욱더 빠르기 때문이다”고 하기에, 내 이것 즉 성인이 마음에 따라 하고자 하는 오묘함에 세 번 감탄하고 시를 지어 다시 저에게 묻는 두 수.
88
任從耳畔姸聲過 설령 귓가에 아름다운 음악이 지나치다 할지라도,
特地胸中順氣萌 특별히 가슴에는 부드럽고 정직한 기운이 싹트네.
箇裏詎容思勉得 그 경지는 생각한다고 억지로 얻어 지겠는가?
羨君一躍了平生 부러워하는 그대는 한번 뛰지만 평생을 다해야 하리.
89
闕里當年語從心 궐리의 공자님 그 당시에 종심(從心)을 얘기하셨지만,
至今蹤跡尙難尋 지금은 그 종적조차 여전히 찾기 어렵네.
況君直至無心處 하물며 그대가 직접 무심한 곳에 이르렀다고 하는 것,
肯向人前話淺深 사람들에게 전대의 말씀을 이러쿵저러쿵하려는 것 아닌가?
90. 游百丈山以徙倚弄雲泉分韻賦詩得雲字
백장산에서 놀며 (소식이 지은 〈游東西巖〉시의) 「徙倚弄雲泉」이란 싯귀를 운자로 나누어 시를 지음에 「운」자를 각운자로 따서 시를 지음
執熱倦煩跼 뜨거운 것 쥐는데 움츠림 번거로워 하여,
駕言起宵分 수레타고 한밤중에 일어나 헤어졌네.
隨川踏曉月 시내 따라 새벽달을 밟으며,
度嶺披朝雲 재 건너며 아침구름 헤치네.
攀緣白石梯 흰 돌사다리를 기어오르며,
拂拭蒼蘚紋 푸른 이끼를 털어내네.
噴薄驚快覿 솟구치며 요동치니 보기에 놀란 듯 빠르고,
琮琤喜先聞 옥 소리 부딪치는 듯 먼저 듣기부터 즐겁네.
奇哉此精廬 기이하네 이 절간은
眇然隔塵氛 아득히 티끌세상과 떨어졌으니.
諸公肯同來 여러분들 함께 오려하니,
定非俗子群 정녕 세속사람 아닐세.
永日坐淸樾 종일 맑은 나무그늘에 앉아,
短章策奇勳 짧은 글에 빼어난 공훈을 적네.
慨然念疇昔 슬프도다 지난 일을 생각하니,
聯裾已荒墳 소매 잇대어 놀던 친한 친구들은 황천에 묻혔네.
中路忘磬折 중도에서 허리 굽혀 절하는 것 잊고,
寸心謾絲棼 한 치 마음은 부질없이 산란하네.
惟應泉石願 오직 자연의 바람에 응하여,
三生有餘薰 이 당금의 삼세가 길이 향기로웠으면 좋겠네.
玆游獲重尋 이곳에서 다시 놀 수 있어서,
十載心氤氳 오래도록 마음에 짙은 향기로 새기리.
他年訪舊躅 다른 날 옛 자취 다시 찾을 때,
山靈莫移文 산신령은 거절하는 글 돌리지 말게나.
91~96. 百丈山六詠
백장산의 여섯 곳을 읊음
91 石磴
돌층계
層崖俯深幽 겹겹의 낭떠러지 굽어보니 깊고 그윽한데,
微逕忽中斷 작은 오솔길 문득 가운데가 끊어졌네.
努力一躋攀 힘써 다시 한번 더 기어오르니,
前行有奇觀 앞산 봉우리에 기이한 장관이 펼쳐져 있네.
92 小澗
작은 산골짝 물
兩崖交翠陰 두 낭떠러지 사이에 푸르스름한 안개 자욱한데,
一水自淸瀉 한 줄기의 물 맑게 쏟아져 나오네.
俯仰契幽情 굽어보고 우러러 보는 사이 마음속 깊은 감정 의기투합해
神襟頓飄洒 가슴이 문득 홀가분하고 상쾌하네.
93 山門
산문
置屋兩山間 두 산 사이에 집을 지었는데,
巧當奇絶處 마침 기묘하기 그지없는 곳이네.
峽束百泉傾 골짜기는 모든 샘들 기울도록 묶었고,
澗激回風度 산골물 세차 바람건너는 것도 되돌리네.
94 石臺
돌 누대
出谷轉石稜 계곡 나와 돌 모퉁이 돌며,
俯身窺木末 몸을 굽혀 나무 끝 엿보네.
夕眺嵐翠分 저녁에 산속 안개 푸르스름하게 나뉘는 것 바라보고,
朝隮雲海闊 아침 무지개 운해에 넓게 펼쳐져 있네.
95 石閣
돌 누각
借此雲窓眠 이 구름 창문을 빌려 잠드는데,
靜夜心獨苦 고요한 밤 마음이 유독 괴롭네.
安得枕下泉 어떻게 베개아래 샘이 되어
去作人間雨 떠나 인간세상의 비가 될 수 있겠는가?
96 瀑布
폭포
巓崖出飛泉 산꼭대기 낭떠러지에 나르는 샘 있는데,
百尺散風雨 백자의 폭포 물이 바람과 비를 흩어버리네.
空質麗晴暉 맑은 햇빛아래 폭포 물은 수정처럼 맑은데,
龍鸞共掀舞 용과 봉황은 함께 솟구쳐 올라 춤추는 듯 하네.
97. 游蘆峰分韻得盡字
「노봉에서 노닐다」라는 시의 각운자에서 진자를 따서 짓다.
蘆山一何高 노산은 어찌나 높은지,
上上不可盡 오르고 올라도 다할 수 없네.
我行獨忘疲 내가 피곤함도 잊고 갔던 것은
泉石有招引 샘과 돌이 부르고 이끌었기 때문.
須臾出蒙密 잠시 빽빽한 초목을 나와
矯首眺無畛 머리 들고 다함이 없는 것 바라보네.
已謂極崢嶸 이미 대단히 산 높고 험하다고 했지만,
仰視猶隱嶙 우러러 바라보니 가파르게 우뚝 솟은 것 같네.
新齋小休憩 잠시 쉬며 새롭게 재계하고,
餘力更勉黽 남은 힘으로 다시 힘써 오르네.
東峰切霄漢 동쪽 봉우리는 하늘에까지 접근해 있어,
首夏正凄緊 초여름인데 마침 바람이 쌀쌀하고 세차네.
杖策同攀躋 지팡이 짚고 기어올라
極目散幽窘 눈길 닿는데 까지 바라보니 울적한 심중의 번민 사라지네.
萬里俯連環 만 리 밖에 서로 연결되어 둘러싸고 있는 것 굽어보고,
千重瞰孤隼 천만근이 나가는 외로운 송골매 바라보네.
因知平生懷 평생 그리워할 것 알기에
未與塵慮泯 속된 생각 없애버리지 못하네.
歸塗采薇蕨 돌아오는 길에 고비와 고사리 뜯고,
晩餉雜蔬筍 저녁에 여러 가지 푸성귀와 죽순을 먹네.
笑謂同來人 웃으며 함께 온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此願天所允 이 바람은 하늘이 허락한 것이라 하네.
獨往會淹留 홀로 가서 오래 머물 수 있다면
寒棲甘菌蠢 차가운데 기숙할지라도 균충을 달가워하리.
山阿子慕予 산이여! 그대가 나를 사모한다면
無憂勒回軫 억지로 수레를 되돌리는 수고로움 없을 텐데.
98. 同丘子服游蘆峰以嶺上多白雲分韻賦詩得白字
구자복과 함께 노봉에서 노닐며 도홍경의「고개위에 흰 구름 많네」라는 것으로 시를 짓는데 백자를 얻어 짓다.
登巖出囂塵, 어지럽고 먼지 많은 곳 나와 바위에 오르고,
入谷媚泉石. 아름다운 샘과 돌의 계곡에 들어가네.
悠然愜幽趣, 유유히 그윽한 정취에 만족해
不覺幾朝夕. 며칠 아침저녁 되었는지 깨닫지 못하네.
高尋倦冢頂, 높은 산꼭대기 찾느라 피곤하지만,
舊賞歎陳迹. 옛 자취 감상하며 탄식하네.
仰慙仙人杖 우러러 선인의 지팡이 부끄럽고,
俯愧謝公屐 굽어보며 사령운처럼 나막신에 부끄럽네.
昨日吾弟來 어제 내 동생이 왔다가,
勇往意無斁 용감히 가도 마음에 싫지 않네.
今晨蓐食罷 오늘 새벽 아침식사 너무 일찍 끝내고 오르니,
千仞一咫尺 산등이 매우 높아도 지척일 뿐이네.
心期未究竟 마음으로 기약한 것 아직 궁구하지 않았지만,
眼界已開闢 안목은 벌써 넓어졌을 것.
浮野衆麓靑 벌판과 뭇 산기슭들에 푸르름 스며드는데,
縈雲兩川白 구름으로 얽힌 두 시내는 희기만 하네.
須臾互呑吐 잠시 서로 출입하는 사이
變化已今昔 변화하여 벌써 이제와 옛날이 되었네.
曠若塵慮空 분명하구나! 속세의 생각들 부질없음이
悲哉人境窄 슬프구나! 인간사는 곳 좁은 것이
平生有孤念 평생 고고한 절개 품어
萬里思矯翮 만 리 밖으로 날개 펼치는 것 그리워하네.
感此復沖然 그것을 생각하니 다시 근심스러운데,
胡爲尙形役 어찌하여 몸을 종 되게 하는 것 숭상하겠는가?
99. 登蘆峰
노봉에 올라
行到蘆峰最上頭 노봉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幾回振策又還休 몇 번이나 채찍 떨치다 또 다시 그만 두네.
因君好句撩孤興 그대의 훌륭한 싯귀절이 외로운 흥 자극하지만,
却恨雲烟未肯收 한스럽게도 운무는 사라지려들지 않네.
100. 將游雲谷約同行者
운곡을 유람하기로 동행을 약속한 사람에게
制險擇幽棲 험한데 올라 유거(幽居)할 곳을 찾아
搴蘿結茅屋 넝쿨을 거둬내고 띠 집을 지었네.
疏泉下石濞 산석이 높이 솟아 돌출된 곳 아래에 샘을 텄고,
種樹滿煙谷 안개 자욱한 계곡에 나무 심었네.
時登北原上 때때로 북쪽 노산(蘆山) 꼭대기의 좀 평평한 곳에 올라,
一騁千里目 한번에 천리까지 눈 들어 바라보네.
雲物下逶迤 구름아래 구불구불 이어져 있고,
岡巒遠重複 연이은 산등성은 멀리까지 뻗어있네.
暫辭忽曠歲 잠시 사절하고 떠나 문득 허송세월하다,
再往恨牽俗 다시 가서 속세에 연루되니 한스럽네.
因悲昨游侶 어제의 유람하던 친구를 슬퍼함은
或已在鬼錄 그이가 벌써 귀신의 명부에 있기 때문.
前年元履同游 작년에 원리와 함께 유람했었다.
暄風悟新陽 시끌벅적한 바람으로 인해 초봄을 깨닫는데,
一雨欣衆緣 한 바탕의 봄비로 모든 생물들 기뻐하네.
明發君莫遲 밝으면 출발하니 그대 늦지 마시게!
幽期我當卜 그윽한 기약 내 점쳐 보리니.
101. 七月六日早發潭溪夜登雲谷翌旦賦此
7월 6일 새벽에 담계를 출발하여 밤에 운곡에 오르고 이튿날 아침 이 시를 짓다
懷山不能寐 산이 그리워 잠을 못 이루고,
中宵命行軒 한밤중인데도 수레 가기를 명하였네.
亭午息畏景 낮 되면 여름 뙤약볕 피하여 쉬고,
薄暮登危巒 저녁 어스름에 아찔한 산에 올랐네.
峻極踰百磴 매우 높은 곳 수많은 비탈길 오르니,
縈紆欲千盤 구비 구비 산줄기가 서려 있네.
行行遂曛黑 가고 가니 마침내 날은 어두워지고,
月落天風寒 달마저 지니 샛바람만 차구나.
羽人候中塗 신선을 중도에서 만나고,
良朋集林端 좋은 친구들 숲 끝에서 만났네.
問我何所迫 내게 묻기를 무슨 일로 닥치어,
而嘗玆險艱 이 험한 길 맛보느냐? 하네.
疲勞旣云極 피로 이미 극도에 달했다 하고,
饑渴不能言 배고프고 목말라 말도 할 수 없네.
投裝臥中丘 행장 풀고 언덕 가운데 누우니,
幸此一室寬 다행히도 이곳이 널찍한 방이네.
怒號竟永夕 밤새도록 성나 부르짖는 소리에,
客枕無時安 나그네 잠자리 편할 때가 없네.
旦起闢幽戶 아침에 일어나 그윽한 문 열고 보니,
竹樹靑檀欒 대나무 푸르러 빼어나게 아름답네.
驚喜非昔睹 옛날 보던 것 아니어서 놀랍고도 기쁘고,
披尋得新觀 새로 펼쳐지는 장관 헤쳐서 찾았네.
淹留十日期 열흘을 머물기로 기약하니,
俯仰有餘歡 고개 드나 숙이나 즐거움 한이 없네.
寄語後來子 나중에 오는 이에게 한 말 부치노니,
勿辭行路難 가는 길 험하다 사양치 마시게.
102~127. 雲谷二十六詠
운곡의 스무 여섯 곳을 읊음
102 雲谷
운곡
寒雲無四時 차가운 구름은 사시사철,
散漫此山谷 이 산 계곡에 흩어져 있네.
幸之霖雨姿 다행히 장마의 자태는 적은데,
何妨媚幽獨 어찌 조용히 혼자 거처하는 사람을 방해하겠는가?
103 南澗
남쪽 시냇물
危石下崢嶸 가파른 돌 아래는 산세가 높고 험준한데,
高林上蒼翠 높은 숲가에는 검푸르기만 하네.
中有橫飛泉 그 가운데 가로 질러 흐르는 샘이 있는데,
崩奔雜奇麗 치고 쏟아져 나오는 물 기이한 아름다움에 섞여 있네.
104 瀑布
폭포
峰回危逕轉 봉우리 돌고 험한 길을 돌아,
垂練忽千尋 흰 명주를 드리운 것이 문득 천 길이나 된 듯하네.
不爲登山倦 산에 오르는 것이 피곤하지 않아,
躊躇秋澗陰 그늘진 가을 시냇물 가에 머무르네.
105 雲關
구름 관문
白雲去復還 흰 구름 갔다 다시 돌아와,
黃塵到難入 누런 먼지 이르러도 들어오기 어렵네.
只有澗水聲 다만 시냇물 소리만 들릴 뿐,
出關流更急 관문을 나서자 흐름은 다시 빨라지네.
106 蓮沼
연꽃 연못
亭亭玉芙蓉 우뚝 선 옥 같은 연꽃은
逈立映澄碧 멀리 서있어도 맑고 푸르름 비추네.
只愁山月明 다만 근심스러운 것은 산위의 밝은 달,
照作寒露滴 차가운 이슬방울 비추는 것이라네.
107 杉逕
삼나무 길
南起雲關口 남쪽 구름 관문입구에서 일기시작해서,
縈紆上草堂 맴돌아 초당에까지 올라왔네.
天風發淸籟 하늘 바람 맑은 피리소리 내고,
山月度寒光 산위의 달은 차가운 빛을 발하네.
108 雲莊
구름으로 가리어진 시골마을
小丘橫翠幾 작은 언덕 가로 지른 푸르름 얼마런가?
層嶂復嵯峨 첩첩이 겹쳐 있는 산 산세가 높고 험하네.
釋未閑來看 쟁기 놓고 한가롭게 와서 보니,
巖姿此處多 바위 같은 높고 험한 자태 이곳에 많네.
109 泉硤
샘 고을
入關但平田 관문 들어서니 다만 평평한 전답만 있는데,
復此得淸響 다시 이곳에서 맑고도 낭랑한 울림 얻었네.
何必問眞源 하필이면 참된 근원을 묻는가?
神襟一蕭爽 가슴은 온통 맑고 상쾌해지네.
110 石池
돌 연못
南岸蒼峭石 남쪽 기슭의 푸르고 가파른 돌이,
護此碧泓寒 이곳의 맑고 푸른 물의 차가움을 보호하네.
秋月來窺影 가을 달은 와서 몰래 비추는데,
驪珠吐玉盤 용 턱밑의 보배로운 구슬은 옥 같이 흰 둥근 달을 토하네.
111 山楹
산기둥
山楹一悵望 산기둥은 온통 슬프게 바라보는데,
恨此雲迷谷 한스럽게도 이곳 구름이 계곡을 잃게 하네.
仙人不可期 신선은 기약할 수 없는데,
縹渺雙髻綠 멀고 어렴풋한데 두 상투가 푸르네.
112 藥圃
약밭
長鑱斸靈根 긴 보습으로 영험한 뿌리를 캐어서,
蒔此泉下圃 이곳 샘 아래 밭에다 옮겨다 심었네.
珍劑未須論 보배로운 조제야 말할 필요 없이,
丹荑已堪煮 갓 난 붉은 색의 연한 싹은 이미 삶을 수 있다네.
113 井泉
우물 샘
山高澤氣通 산 높고 연못의 기운 서로 통하여,
石竇飛靈液 돌구멍에서 비와 이슬 날리네.
黙料谷中雲 계곡 중의 구름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多應從此出 대부분은 응당 이곳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겠지.
114 西寮
서쪽 창문
畬田種胡麻 따비밭에 참깨를 심고,
結草寄林樾 나무 그늘 아래 풀로 엮어 사네.
珍重無心人 몸조심하며 욕심 없는 사람은
寒棲弄明月 차가운데 살면서 밝은 달을 감상하네.
115 晦菴
회암
憶昔屛山翁 옛날의 병산옹을 추억해 보면,
示我一言敎 나에게 한 말씀의 가르침을 보이셨었지.
自信久未能 스스로 믿은 지 오래되어도 능할 수 없어
巖棲冀微效 바위에 깃들어 살지만 작은 효과를 기대해 보네.
116 草廬
풀 오두막집
靑山繞蓬廬 푸른 산은 쑥으로 오두막집을 둘러쌌고,
白雲障幽戶 흰 구름은 그윽한 집을 가로막고 있네.
卒歲聊自娛 한 해를 보내며 애로라지 스스로 즐거워하니,
時人莫留顧 요즘 사람들이여! 머물러 돌아보지 마시게나.
117 懷仙
회선
西望多奇峰 서쪽의 많은 기이한 봉우리 바라보고,
北瞰獨仙府 북쪽으로는 독특한 무이산을 조망하네.
欲致武夷君 무이산 산신령한테 이르고 싶은데,
石壇羅桂醑 돌 제단에는 계수나무 술만 늘려 있네.
118 揮手
휘수
山臺一揮手 산의 누대에서 손 한번 흔든 후,
從此斷將迎 그로부터 장차 영접하는 것을 끊어버렸네.
不見塵中事 속세의 일은 보이지 않고,
惟聞打麥聲 다만 보리타작하는 소리만 들리네.
119 雲社
운사
自作山中人 스스로 산속 사람 되어,
卽如雲爲友 마치 구름과 친구가 된 듯 하네.
一嘯雨紛紛 휘파람 한번 부니 비가 쉴 새 없이 내리고,
無勞三奠酒 신께 비를 기원하는 수고로움이 없네.
120 桃蹊
복숭아 지름길
澗裏春泉響 시냇물에서 봄 샘 소리 울려나는데,
種桃泉上頭 샘가 머리맡에 복숭아나무 심었네.
爛紅紛委地 붉은 꽃 어지럽게 땅에 쌓여 있는데,
未肯出山流 샘물은 산을 나가 흐르려 하지 않네.
121 竹塢
대나무 마을
悄蒨桃蹊北 도혜 북쪽은 초목 선명한데,
蕭槮竹塢深 대나무 마을 깊은 곳은 초목이 무성하네.
不堪秋夜永 가을 밤 긴 것을 이기지 못하는데,
風雨助悲吟 비바람마저 슬픈 읊조림 돕네.
122 漆園
칠원
舊聞南華仙 옛날에 남화신선인 장자에 관해 들었는데,
作吏漆園裏 칠원에서 관리를 지냈었다지.
應悟見割憂 응당 옻칠나무 갈라지는 고통 깨달았으리!
嗒然空隱几 안석에 기대어 앉아 멍하게 그 자신조차도 잃는 것 헛되다는 것을.
123 茶坂
산비탈에 있는 차밭
携籝北嶺西 대바구니를 끼고 북쪽 고개에서 서쪽으로
采擷供茗飮 차 잎을 따서 함께 마시네.
一啜夜窓寒 한번 마시니 저녁 창문이 차가워,
跏趺謝衾枕 결가좌부하고 앉아 잠자리를 사양하네.
124 絶頂
절정
當年赫曦臺 그해 악록산의 혁희대를
移治在玆嶺 옮겨와 이 운곡 고개에 새겼었네.
寥廓無四鄰 쓸쓸하고도 고요하게 사방에는 이웃 없는데,
三光疑倒影 세 빛만 물에 그림자를 비추는 듯싶네.
125 北澗
북쪽 시냇물
土斷川亦分 땅이 끊어지니 시내도 나뉘어 져서,
北下成陰澗 북쪽 아래는 그늘진 시냇물이 만들어졌네.
秀石得佳名 빼어난 돌은 아름다운 이름 얻었는데,
服膺吾敢慢 충심으로 받드는 것 어찌 감히 게으를 수 있겠는가?
澗有仁義石 냇물에 인의석이 있다
126 中溪
중계
南下東嶺阿 남쪽 아래 동쪽 고개여!
云是中溪道 그곳이 중계가는 길이라 하네.
巖樹愛樛枝 바위와 나무는 아래로 늘어져 희어진 가지를 좋아하는데,
石田悲蔓草 돌밭은 넝쿨풀을 슬퍼하네.
127 休庵
쉬는 암자
別嶺有精廬 다른 고개에 고요한 오두막집 있는데,
林巒亦幽絶 숲과 이어진 크고 작은 산들 또한 그윽하고 빼어나네.
無事一往來 일없이 한번 왕래하면,
茶瓜不須設 반드시 다과를 마련할 필요는 없는 법.
128~139. 雲谷雜詩十二首
운곡 잡시 열두 수
128 登山
산에 오르며
夕陽翳東峰 석양은 동봉으로 숨고,
微月下西嶺 희미한 달 서쪽 고개로 졌다네.
不辭靑鞋穿 푸른 신발 신는 것 사양치 않고,
陟此巖路永 이곳에 오르니 바윗길 길기만 하네.
巖路永且躋 바윗길은 길면서 가파른데,
中情何耿耿 내심(內心) 얼마나 환하던지!
129 値風
바람을 만남
山下風吹衣 산 아래 바람은 옷을 나부끼게 하지만,
山上風拔木 산 위의 바람은 나무를 뽑아버리네.
茅茨何足保 띠 풀 지붕 얼마나 보호할 수 있을까?
瀛海慮翻覆 신선 바다 뒤집힐까 걱정하네.
永念執鬯人 오래도록 울창주 잡은 사람 생각하며,
無心還自恧 무심결에 또한 스스로 부끄러워하네.
見易傳震卦 역전 진괘에 보인다.
130 翫月
달을 감상하며
風氣雲氣昏 바람부니 구름 기운 어두운데,
風定天宇肅 바람 자니 하늘이 추워지네.
遙遙萬里暉 아득히 먼 만 리 밖까지 빛나,
炯炯穿我屋 환히 내 집까지 비추네.
良友共徘徊 좋은 친구인 산위의 달과 함께 배회하는데,
山中詎幽獨 산 속에 어찌 그윽이 홀로 거처하겠는가?
131 謝客
나그네를 사양하며
野人載酒來 시골사람이 술을 갖고 와서,
農談日西夕 농사일 얘기하다보니 해는 서쪽 산에 기울어졌네.
此意良已勤 이 뜻 좋고 또 부지런한데,
感歎情何極 감탄하는 정서 어찌 다하리!
歸去莫頻來 돌아가면 자주 오지는 마시게,
林深山路黑 숲 깊은 산길 어두울 테니.
132 勞農
농사를 힘씀
四體久不勤 사지를 놀려 오래도록 일하지 않고,
筋力坐駑緩 근력이 갑자기 둔하고 느려졌다네.
何事兩山阿 어찐 일로 두 산언덕에는
離離豆苗滿 무성하게 콩 싹으로 가득 찼는가?
多謝植杖翁 지팡이 짚은 늙은이에게 많이 감사함은
居然見長短 확연히 길고 짧음이 드러나기 때문.
133 講道
도를 강론함
高居遠塵雜 높은데 사니 먼지 번잡한 곳 멀고,
崇論探杳冥 강론하는 것 숭상하여 심오한 것을 탐구하네.
亹亹玄運駛 행진하는 천체의 운행 빠르고,
林林群動爭 수많은 뭇 생명체들 다투네.
天道固如此 천도는 진실로 이와 같은데,
吾生安得寧 내 삶 어찌 평안함을 얻겠는가?
134 懷人
사람을 그리워 함
吾黨二三子 우리네 무리 몇몇이
欲來從我遊 와서 나를 쫓아 노닐려하네.
塵機諒擾擾 속세의 생각으로 복잡하고 어지러운 것 양해하고,
遐諾終悠悠 약속 끝내 아득히 되었네.
空山日復晩 빈산에 해는 또 저무는데,
佇立悵夷猶 우두커니 서서 슬퍼 멈칫멈칫하네.
子厚伯崇有約不至 자후와 백숭은 약속을 하고 이르지 않았다
135 倦遊
벼슬살이에 지치다
故人千里別 옛 친구 천리 멀리 이별하며
約我仍丹丘 나에게 신선이 사는 단구에 나아갈 것 약속했었지.
云何一解散 이르노니 어찌 한번 헤어져 흩어질 것인가?
書到令人愁 편지 이르러 사람을 근심하게 하네.
此山豈不幽 이 산은 어찌 그윽하지 않은가?
何必賦遠遊 하필이면 원유를 읊조리게 하는가?
時得伯恭書, 報罷天台之遊 당시 백공의 편지를 받았는데, 천태 노님을 취소한다고 알려 왔다.
136 修書
책을 짓다
紬書厭塵累 책 뽑으니 속세의 일 싫어하여
執簡投雲關 간책(簡冊)을 잡고 운관에 투숙하였네.
靈鑰啓玄秘 신령한 열쇠 현묘하고 비밀스런 것을 열어,
蕭斧鋤幽姦 예리한 쑥 도끼로 죽은 간신 베어내네.
書成莫示人 책 만들어지면 사람들에게 보이지 마시고,
留置此山間 이 산중에 남겨 두시길.
137 宴坐
편안히 앉아
登山思無窮 산에 오르니 생각은 끝이 없고,
臨水心未厭 물가에 이르니 마음에 싫어함 없네.
沉痾何當平 오래된 병을 어떻게 낫게 할까?
膏肓今自砭 불치병을 이제 스스로 침으로 치료하네.
黙坐秋堂空 조용히 앉았노라니 가을 집 텅 비었고,
遐觀靡餘念 멀리 바라보니 다른 생각들이 없네.
138 下山
산을 내려오며
行隨流水聲 흐르는 물소리 따라 걷고,
步出哀壑底 슬픈 골짜기 낮은 곳으로 걸어 나오네.
綠樹枝相樛 푸른 나뭇가지 서로 늘어져 휘어져 있고,
白澗石齒齒 맑은 산골 물에 돌 울퉁불퉁하네.
樹石無窮年 나무와 돌 다하는 해 없고,
流水日千里 물은 하루에도 천리 멀리 흘러가네.
139 還家
집에 돌아옴
出去柴門掩 나갈 때 사립문 닫았더니,
歸來蕙草秋 돌아오니 훈초의 가을이네.
素荂林下吐 흰 꽃 수풀아래서 향기 내 뿜어,
淸芬衣上浮 맑은 향기 옷 위로 떠오르네.
欲寄山中友 산중의 친구에게 부치고자 하나,
日暮悵離憂 해 저물어 근심하고 떠났을까 걱정되네.
140~142. 雲谷合記事, 目效俳體, 戱作三首寄季通
운곡의 일들을 합쳐서 기록하고 해학적인 작품을 본받아 재미로 세 수를 지어 계통에게 보냄
140
雲關須早築 운관은 반드시 일찍 지어야 하나,
基趾要堅牢 기초는 견고하고 튼튼하게 해야 하리.
栽竹行敎密 대나무를 재배하고 가르침을 행하는 것은 치밀하게 하고,
穿池岸欲高 연못을 파면 기슭은 높여야 하리.
乘春移菡萏 봄을 틈타 연꽃을 옮겨 심고,
帶雪覓蕭槮 눈 아직 다 녹지 않았는데 나뭇가지 우뚝 솟은 것 찾네.
謂杉徑也 삼나무가 곧은 것을 말한다.
更向關門外 다시 관문 바깥으로 향해,
疏泉斬亂蒿 변변찮은 샘가에서 어지럽게 뒤얽힌 쑥을 뜯네.
141
堂成今六載 집지은 지 올해로 육년 되었는데,
上雨復旁風 위에는 비 새는데 또 옆으로는 바람까지 부네.
逐急添茆蓋 마침내 급히 띠 덮개를 씌우고,
連忙畢土功 연일 바쁘게 흙일을 마쳤네.
謂柱下貼塼 기둥아래 벽돌 고은 것을 말한다.
桂林何日秀 계수나무 숲은 어느 날에나 빼어나고,
蘭逕幾時通 난초 길은 언제나 개통되려나?
幷築雙臺子 겸해 쌍대를 지으니,
東山接水筒 동쪽산은 물 통으로 이어져 있네.
142
莊舍宜先立 웅장한 집은 응당 먼저 짓고,
山楹却漸營 산기둥은 도리어 천천히 짓네.
泉疏藥圃潤 샘물을 틔워서 약초밭을 윤택하게 하고,
堰起石池淸 언덕을 세워 돌못을 푸르게 하네.
早印荒田契 일찍 거친 밭 계약에 도장 찍고,
仍標別戶名 이에 다른 집 이름을 표기하네.
想應頻檢校 생각건대 응당 검사와 대조를 자주 해야 하지만,
祗恐欠方兄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돈이 부족한 것 뿐.
143. 雲谷懷魏元履
운곡에서 위원리를 그리워하며
嘆息艮齋老 간재 늙음 탄식하며
當年共此來 그해 이곳에 함께 왔었네.
千峰奇絶處 수많은 봉우리 빼어난 곳에서
一望興悠哉 한번 바라보고 흥이 아득했었네.
病怯披雲臥 병이 겁나 구름 걷히고 누워
詩勞擁鼻裁 애써 코 잡고 시를 마름질 했었지.
秖今何處所 다만 지금은 어느 곳에 있는가?
宿草閟餘哀 묵은 풀이 남은 슬픔을 그치게 하네.
144~145. 送許順之南歸二首
허순지가 남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 두수
144
門前三逕長蒿萊 문 앞 세 좁은 길에는 쑥이 자라있는데,
愧子殷勤千里來 부끄럽게도 그대가 정성스럽게 천리 멀리서 왔네.
校罷遺書却歸去 남긴 책 교정 끝내고 돌아가지만,
此心元自不曾灰 이 마음 처음부터 일찍이 탄 재가 아니라네.
145
幾年江海事幽尋 몇 년 동안 강해에서 그윽하고 빼어난 경치를 일삼고,
偏與雲僧話此心 치우쳐 행각승(行脚僧)과 이 마음을 말하였네.
今日肯來論舊學 오늘 기꺼이 와서 예전의 배움을 논하려 하는데,
歲寒猶恐雪霜侵 때가 차가워짐에 오히려 눈과 서리가 스며들어올까 두렵네.
146. 宿雲際寺許順之將別以詩求敎次韻
운제사에 묵으며 허순지가 장차 이별하려 할 때 시로 가르침을 구하는 것에 차운함
薄暮投花縣 저물 무렵 잘 다스려 지는 고을에 투숙하였는데,
聯車入翠微 연결된 수레는 산 중턱에 드네.
長林生缺月 긴 숲에 이지러진 달 솟아,
永夜照寒扉 긴 밤 차가운 문 비추네.
情話欣無斁 정다운 이야기는 기뻐 싫증나지 않는데,
離懷悵有違 이별의 그리움은 슬퍼 거리끼네.
勉哉彊毅力 힘쓰세! 굳센 의지를 강하게 해서
千里要同歸 천리서도 같은 곳으로 돌아가야 하리.
147~149. 挽汪端明三首
왕단명을 애도하는 세수
147
聖主興炎運 성군(聖君)께서는 화덕으로 일으키시고,
明公起妙年 명망 높으신 그대는 묘령(妙齡)에 일어서셨지.
材推漢庭右 재목으로 한나라 조정 위에 추천되고,
學自北方傳 북방 공맹(孔孟)의 가르침을 배우셨네.
出入丹心壯 나오고 들어감에 정성스런 마음 굳세고,
安危素髮鮮 편안함과 위태로움 겪었지만 흰 머리 드물었네.
空餘題劍在 보배로운 검만 한가로이 남아서
光燭舊林泉 옛 숲 샘가에서 빛나네.
148
曠宇元無際 광활한 천지는 원래 가 없는데,
孤標自不群 툭 튀어나온 끝은 절로 빼어나네.
物情良有寄 인심은 진실로 기탁할 수 있지만,
讒口詎堪聞 헐뜯는 사람은 어찌 들을 만 하겠는가?
未許時明政 당대의 밝은 정치 허락하지 않지만,
猶堪史闕文 오히려 역사 서적에 실린 만은 하리.
衣冠忽長夜 사대부 문득 유명을 달리 하시니,
餘子謾紛紛 나머지 사람들 능력 없다고 업신여기네.
149
先友當年盛 옛 친구 왕년에 명성이 자자하여,
斯文元祐徒 유자로 송나라 철종 때의 원유도였었지.
艱虞共流落 곤란과 우환으로 함께 유랑하며,
存沒半鳴呼 사는 것과 죽는 것도 거의 반이나 함께했네.
顧我眞無賴 돌이켜보면 나는 진실로 능력도 없는데,
逢公幸不孤 그대를 만나 다행히 외롭지 않았었네.
祗今還一慟 다만 지금 또 온통 서러운 것은
卽此是窮塗 바로 이곳이 막다른 길이기 때문이라네.
150. 彦集奉檄歸省示及佳篇次韻奉酬呈諸兄友
언집이 격문을 받들어 고향에 돌아가며 아름다운 작품을 보여 준 것에 차운해서 받들어 지어 여러 형과 친구들께 드림
遊子思親久聚糧 나그네 어버이 그리워하여 오래도록 양식 모으나,
不堪官裏簿書忙 관가의 장부로 바쁨을 이기지 못하네.
平生况少鷹鸇意 평생 더군다나 혹리(酷吏)같은 뜻 적지만,
此日尤慙時世粧 이날은 더욱더 시류에 편승해 유행 쫓는 치장 부끄럽네.
臘雪未消歡奉檄 동지섣달 눈 아직 녹지 않았으나 기쁘게 격문 받들어
春風初轉喜還鄕 봄바람 막 불 때 기쁘게 고향에 돌아가네.
上堂佳慶從容問 대청에 들어가 경사스런 일로 종용히 물으며,
一嚼何妨累十觴 한번 음미하는 것이 어찌 열잔 되는 것을 방해하겠는가?
151. 彦集兄再適臨汀惠顧蓬蓽賦詩留別眷予良勤次韻祖行言不盡意
언집 형이 두 번째 임정에 갈 때 초가집에 들렀다가 시를 지어서 이별하려 할 때 나에게 정말로 부지런할 것을 권하며 준 것에 차운해서 송별연을 베풀어 다할 수 없는 뜻을 말함
賸喜君才老更成 그대 재주 늙어가면서도 더욱더 이루니 정말로 기쁜데,
伊優叢裏見孤撑 굽실거리며 무더기 속에서 외로이 지탱하는 것만 보이네.
官身未免心徒壯 관리의 몸 아직 면하지 못했지만 마음은 헛되이 씩씩하고,
親膝頻違淚欲橫 무릎을 가까이하려 하나 자주 어긋나 눈물이 뒤범벅이 되네.
簿領不嫌春筍束 관청의 장부 가늘면서 윤기 나는 손가락 싫어하지 않고,
廉聲要比玉壺淸 청렴한 명성 옥단지 보다 더 깨끗 하려 하네.
枉車投翰殷勤甚 수레를 굽혀버리고 붓을 집어 던진 채 심히 정성스럽게 대접하나
安得仁言與贈行 어떻게 어진 말을 얻어 이별할 때 주고받아야 하나?
152. 圭父爲彦集置酒白蓮沼上彦集有詩因次其韻呈坐上諸友
규보가 숙부(叔父) 언집을 위해 흰 연꽃 연못가에 술상을 마련하자 언집이 시를 지었는데, 그 운을 차운해서 앉은 여러 친구들에게 드림
大阮歸來客滿堂 숙부님 유언집이 오시니 손님들 대청에 가득 차고,
更移芳席近回塘 다시 향기로운 자리로 옮겨 가까운 연못을 도네.
共憐的皪水花凈 서로 어여삐 여기는 것 분명한데, 물꽃마저 깨끗하고,
幷倚離披風蓋凉 함께 흔들리는 것에 기대니 시원한 바람이 덮치네.
銀筆看題靑玉案 은으로 장식한 붓 들고 고시 제목을 보니,
佳人悵望碧雲鄕 숙부님 슬픈 눈으로 푸른 구름 너머 고향을 바라보네.
此時此景眞愁絶 이 때 이 정경은 정말 극도로 근심스러운데,
病著無因爲擧觴 병마저 현저해 술잔을 들지 못하네.
153~159. 寄題宜春使君定叟張兄隱齋 此詩恐當合作一首
의춘 자사 장진 형의 은재에 지어 부치다. 이 시는 아마도 한 수가 되어야 할 것이다.
153
大專槃萬生 천지가 만물을 생성시킬 때,
異體實同氣 형체는 다르지만 실은 같은 기운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이라네.
云胡分彼己 어찌 저 사람과 나를 구분한다고 하는가?
直以私自蔽 다만 사사로움이 스스로를 가릴 뿐이라네.
154
君家桂林伯 그대는 계림의 장관이 되었고,
德學妙一世 덕행과 학문은 일세를 풍미하네.
閉戶不忘憂 문을 닫고 있어도 백성을 걱정하는 맘 잊지 않는데,
纓冠矧行義 갓을 쓴 관리로 있을 때임에랴!
155
眷言介弟賢 돌아보며 동생의 현명함 얘기하고,
四益謹先畀 네 가지 이로움에 관한 것 삼가 먼저 주셨네.
千里各分符 천리 멀리에서 각자 부절(符節)을 나누어
一心同盡瘁 한 마음으로 함께 여위어 병들 때까지 다하네.
156
遠題齋戶冊 멀리서 은재의 편액을 적어,
來表棲息地 오셔서 깃들어 쉬는 곳임을 나타내네.
系述寫心胸 문장을 엮어 마음에 있는 것을 묘사해 내시니,
俯仰資惕厲 순식간에 위험을 경계하게 하네.
157
陽嘉旣滌蕩 밝고 아름다운 것 이미 요동하니,
陰慝失封閉 어둡고 사악한 것 봉쇄하고 가리는 것을 잃어버리게 하네.
介然彼苛癢 저 자극적이고 가려운 병은 틈틈이 나타나지만,
赫若我黥劓 나의 혹독한 형벌은 눈에 띄게 현저하네.
158
拊摩極哀恫 지극히 불쌍한 마음으로 위로하는데,
征取敢常藝 징수하는 것을 감히 예전처럼 가혹하게 하겠는가?
戰兢一日力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하루의 힘을 다하니,
洋溢四封被 사방의 변방까지 차고 넘침이 미치네.
159
君看物我間 그대는 사물과 내가 사이가 있다고 보지만,
隱顯豈殊致 숨은 것과 드러난 것이 어찌 다른 이치겠는가?
願反振民功 원컨대 도리어 백성들을 진작시키는 것을 공으로 삼고,
更懋根本計 더욱더 인의(仁義)를 존재하게 하고 기르는 마음에 힘쓰세.
160. 次韻題平父兄重建一枝堂
「평보형이 일지당을 중건한 것에 부친 것」을 차운함
畵戟朱門枕碧山 지위 높고 귀한 집안 푸른 산에 접해 있는데,
貂蟬元自出儒冠 담비꼬리와 매미로 장식한 갓 쓴 유생들은 예전부터 나왔었네.
更餘此日林間樂 훨씬 여유로워 이날은 산림에서 즐거워하는데,
遠繼當年膝下歡 아득히 먼 옛날 그때 부모님 곁의 즐거움을 재현하는 듯 하네.
命駕賓朋千里近 수레타고 출발하는 귀빈과 친구들 천리도 가깝고,
放懷琴酒百憂寬 마음 놓고 금과 술을 마련해서 모든 근심을 풀어버리네.
遺編却好傳孫子 남기신 유작은 도리어 잘 손자들께 전하시고,
莫遣因循學宴安 옛 습속을 쫓아 안일 추구하는 것일랑 배우지 마시길.
161. 日用自警示平父
날마다 스스로를 경계하는 것을 평보에게 보임
圓融無際大無餘 원만히 틈이 없이 융합되고 커서 남김 없으니,
卽此身心是太虛 곧 이 몸과 마음이 우주라네.
不向用時勤猛省 쓸 때를 향하지 않고 부지런히 스스로를 반성만 하시니,
却於何處味眞腴 도리어 어디에서 진정한 맛을 맛볼까?
尋常應對尤須謹 예사로운 응대도 더욱더 삼가야 하고,
造次施爲更莫疏 다급하게 베풀 때도 더욱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리.
一日洞然無別體 하루라도 분명히 다른 도의 본체가 없다는 것 이해한다면,
方知不枉費功夫 비로소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을 알게 되리.
162. 抄二南寄平父因題此詩
「주남」과 「소남」을 베껴 평보에 보내며 이 시를 적다
闕里言詩得賜商 공자의 고향에서는 시경으로 자공과 자하를 얻었다고 말하는데,
子貢、子夏千秋誰復與相望 자공과 자하 같은 이를 천추에 누가 다시 더불어 서로 바라보 겠는가?
鄒汾孟子、文中子斷簡光前載 추나라의 맹자와 분의 문중자 왕통(王通) 온전치 못한 책이 나 문장으로 전대의 기록들을 빛내었고,
關洛張子、程子新書襲舊芳 관중(關中)의 장재와 낙양(洛陽)의 이정(정호와 정이) 새 책에 서 옛날의 현덕(賢德)한 사람들을 따랐네.
析句分章功自少 구절을 분석하고 문장을 나누는 공은 스스로 적게 하는 것이지만,
吟風弄月興何長 음풍농월은 흥이 얼마나 길어지게 하는지.
從容咏嘆無今古 차분히 읊조리고 감탄하는 것에는 고금이 따로 없고,
此樂從玆樂未央 그러한 즐거움 이렇게 따른다면 즐거움은 다함이 없으리.
163~167. 題劉平甫定菴五詠
유평보의 정암에 부쳐 읊조린 다섯 수
163 定菴
정암
風生長林悲 바람 이니 긴 숲 슬픈데,
雲起空谷暝 구름 일어나니 텅 빈 계곡 어두워지네.
下有不死人 그 아래 죽지 않는 사람 있어,
一室常在定 한 집은 늘 고요한 가운데 있네.
164 巢雲
소운
入山何所見 산에 들어가니 보이는 것이 무엇인가?
雲樹春濛濛 구름과 나무 봄이 되니 온통 무성하네.
安知巢居子 어떻게 나무 위에 사는 은자를 알았겠는가?
避世於其中 세상을 피해 그 가운데 사는 것을.
165 山臺
산대
林居厭棲迷 숲에 거하며 처량하고 서글픈 것 싫어하는데,
山頂幸淸曠 산꼭대기는 다행히 맑고 가없이 넓네.
無事一登臨 일없이 한번 올라 임해보니,
却愁心浩蕩 도리어 근심스런 맘 드높기만 하네.
166 井泉
정천
開山昔何人 산을 연 옛날의 어떤 사람이
鑿此寒泉井 이곳에 차가운 샘 우물을 뚫어 놓았는가?
獨夜漱瓊瑤 홀로 밤에 맑고 투명한 샘물로 입을 헹구니,
冷然發深省 차가워 깊이 생각하게 하네.
167 壽穴
수혈
百年不可期 백년은 기약할 수 없지만,
一壑當預卜 한 골짜기는 응당 미리 점칠 수 있으리.
自憐木偶人 스스로 지각과 활기 없는 목석같은 사람임을 가엾이 여기고,
空羨王官谷 헛되이 왕관곡처럼 맑고 그윽한 은거지를 부러워하네.
168~169. 劉平甫席上分韻得寫字
유평보의 석상에서 운자를 나누어 시를 짓는데, 「사」자를 따서 짓다.
168
歲暮風雨交 세모에 비바람 휘몰아치는데,
流雲暗平野 흐르는 구름 평야를 어둡게 하네.
公子燕華姻 제후의 자제 화려한 혼인 잔치에
招呼及同社 같은 고향사람들에게 까지 알리네.
169
高情寄壺觴 고아한 정취는 술 단지와 잔에 의지 한 채,
晤語到風雅 만나 얘기하다가 풍(風)과 아(雅)에 까지 이르렀네.
剪燭夜堂深 초 심지 끊으며 밤 방에 정분 두터워,
幽懷共輸寫 그윽한 그리움 함께 써서 주고받네.
此詩恐當作一首 이 시는 한 수로 보아야 할 것 같다.
170~171. 劉平甫分惠水梔小詩爲謝二首
유평보가 고맙게 치자나무를 나누어 주어 작은 시를 지어 감사하다. 두 수
170
年來衰懶罷書淫 근년 들어 쇠퇴하고 게을러져 책에 빠져 사는 것 그치고,
偶向盆山寄此心 우연히 동이모양 같은 산봉우리를 향해 이 마음 기탁하네.
何事凉陰老居士 무슨 일로 나무 그늘 시원한 곳의 늙은 은자는,
便分幽賞助淸吟 고요히 감상하는 것을 나누고 청아하게 읊조리는 것을 돕는가?
171
何處飛來簷蔔林 어느 곳에서 날아와 치자 숲을 이루었는가?
老枝樛屈更蕭槮 늙은 가지는 늘어지고 휘어져 더욱 무성하네.
凄凉杜老江頭句 처량하게 두보의 강두구절을,
坐對行吟得自箴 앉아 대하고 거닐며 읊조리니 스스로 경계로 삼을 만 하네.
少陵江頭五詠, 於梔子詩云, 於身色有用, 與道氣傷和
두보의 강두 즉 초가집 근처의 완화계가에서 읊은 다섯 수 가운데 치자에 대한 시에서 “꽃 색은 염료로 쓸 수 있고, 그 과실은 약재로 쓸 수 있다네”라고 했다.
172~173. 和喜雨二絶 희우에 화답하다. 절구 두 수
172
雨師誰遣送餘春 우사는 누구를 보내어 남은 봄을 전송하였나?
珍重天公惠我民 진중한 천공께서 우리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푸셨네.
且看歡顔垂白叟 장차 기쁜 얼굴에 흰 머리카락 드리운 노인을 볼 것이니,
莫愁頩頰踏靑人 아름다운 얼굴로 답청하는 사람을 근심하지 마오.
173
黃昏一雨到天明 황혼의 한줄기 비가 날이 샐 때까지 내리니,
夢裏豊年有頌聲 꿈속에도 풍년이 들어 칭송하는 노래 들리네.
起望平疇烟草綠 일어나 넓은 밭을 바라봄에 노을이 푸르게 일어나니,
只今投筆事農耕 다만 이제 붓을 던지고 농사일에 힘쓰리라.
174~176. 和章國華祈雨 呈平父諸兄三首 장국화의 「기우」시에 화운하여 평보의 여러 형에게 보내다. 세 수
174
極目平疇半欲枯 눈에 가득한 넓은 밭에 반이 시들려 하니,
遙知精禱意無餘 멀리서도 알겠네, 정성스럽게 기도함에 뜻을 남김이 없었음을.
更憐不待豚蹄祝 더욱 어여쁜 것은, 돼지 다리로 축원함을 기다리지도 않고도,
便得汚邪暗滿車 문득 보잘 것 없는 밭에서도 수레를 가득 채울 만함일세.
175
九重淸夜仰昭回 구중의 맑은 밤에 빛을 내며 도는 은하수를 바라보니,
旱魃知從何處來 한발이 어느 곳에서 왔는지 알겠는가?
不是幽人祈得雨 유인이 기우제를 지내 비가 왔을 뿐 아니라,
又煩丹詔走風雷 또 조서를 번거롭게 하여 바람과 우레처럼 내려주셨네.
176
晴窓揮汗苦驕陽 비개인 창에서 땀을 흘리며 교만한 태양에 괴로워하였더니,
雨檻披衣快晩凉 비 내리는 난간에서 옷을 젖히고 저녁의 시원함에 상쾌해 하네.
多謝龍公餘事業 용공의 남은 사업에 많이 감사하니,
爲驅寒谷變炎方 차가운 계곡에 치몰아서 더욱 지방을 바꾸었네.
177~178. 山館諸兄共賦驟雨鷺鶿二絶
산관의 여러 형들과 함께 「갑작스런 비의 해오라기」란 절구 두 수를 짓다.
177
平疇焦渴不堪論 너른 평야의 타는 가뭄은 논할 수 없어,
簫鼓悲秋徹帝閽 기우제를 지내며 추수를 걱정함이 하늘까지 통하였네.
霹靂一聲雲自墨 우레가 한 번 치니 구름은 절로 검어져,
山前山後雨翻盆 산 앞과 뒤의 비가 동이를 뒤집네.
178
雨罷微塘凜欲秋 비가 그친 미당은 서늘함이 가을이 되려 하니,
飛來白鳥便夷猶 날아오는 흰 새는 문득 머뭇거리네.
從今認得橫塘路 이제야 알겠네, 횡당의 거리에,
水遠天長百不憂 물은 멀고 하늘은 길어 전혀 걱정할 것 없음을.
179. 唐石雪中 당석에 눈내리는데
春風欲動客辭家 봄바람이 불려함에 나그네는 집을 떠나니,
霖潦縱橫路轉賖 장마비가 흩뿌림에 길은 더욱 멀구나.
行到溪山愁絶處 계산에 이르러 근심이 없어진 곳에,
千林一夜玉成花 온 숲의 한 밤에 옥이 꽃으로 변하였네.
180. 秋日同廖子晦劉淳叟方伯休劉彦集 登天湖 下飮泉石軒 以山水含淸暉分韻 賦詩 得淸字
가을날 요자회·유순수·방백휴·유언집과 함께 천호에 올랐다가 내려와 천석헌에서 술을 마시며 ‘山水含淸暉’의 글자로 운을 나누어 시를 지었는데, ‘淸’자를 얻었다.
閒居寡儔侶 한가히 거함에 친구가 드무니,
掩關抱孤淸 빗장을 닫고 고고하면서도 청결함을 껴안네.
良友倏來止 좋은 친구가 갑자기 오리,
曠然舒我情 터놓고 나의 마음을 이야기 하네.
矧此凉秋初 더욱이 이 서늘한 가을 초에,
暑退裳衣輕 더위가 물러가 옷자락이 가볍네.
相與一携手 서로 더불어 함께 손잡고,
東山眇遐征 동산에서 먼 여정을 흘겨보네.
前穿林嶺幽 앞으로 숲과 고개의 그윽함을 뚫고,
俯瞰川原平 시내와 평원을 내려다보네.
降集崖寺古 내려가 언덕의 옛 절에 모여,
徘徊濁醪傾 이러 저리 거닐며 탁주를 기울이네.
長吟伐木篇 길게 「벌목」편을 읊조리니,
潛鱗亦相驚 물속의 고기도 또한 놀라네.
願結沮溺耦 장저·걸닉과 나란히 밭 갈며,
窮年此巖耕 궁년에 이 바위에서 농사짓기를 약속하고자 하네.
181. 淳熙戊戌七月二十九日 與子晦純叟伯休 同發屛山西 登雲谷 越夕乃至 而季通德功 亦自山北來 會賦詩記事 以雲臥衣裳冷分韻 賦詩 得冷字
순희 무술년 7월 29일에 자회·순수·백휴와 함께 병산의 서쪽에서 출발하여 운곡에 올랐다가 저녁이 지나서 이에 도착하였는데, 계통과 덕공도 또한 산의 북쪽에서 와서 모여 시를 지어 일을 기록하였다. ‘雲臥衣裳冷’으로 운을 나누어 시를 지었는데, ‘冷’자를 얻었다.
端莢得幽貞 단책으로 점을 쳐 은둔함을 얻어,
考槃寄玆嶺 고반을 이 고개에 깃들였네.
未成長往計 은둔하려는 계책은 이루어지지 않아,
抱恨中耿耿 한을 품은 마음속은 근심스러웠네.
秋風吹庭樹 가을바람은 뜰의 나무에 불어오니,
遙夜枕席冷 깊은 밤 베개자리가 서늘하네.
感彼歲序移 저 세월이 흘러감에 느끼고,
慨此心事永 이 마음의 일이 영원함을 개탄하네.
明晨發孤興 밝은 새벽 외로운 흥을 일으켜,
趣駕向絶境 급히 말을 매어 절경으로 향하네.
躋攀力雖倦 손으로 잡고 올라가니 힘은 비록 피곤하나,
想象意逾騁 상상함에 뜻은 더욱 치달리네.
雲山一以眺 운산에서 한번 바라봄에,
俯仰疑倒景 내려보고 올려 봄에 경치가 뒤집힌 듯하구나.
檢校石田收 돌밭의 수확을 검사하고,
眷戀茅屋靜 띠 집의 고요함을 돌아보네.
淹留復未遂 머무름에 다시 무엇도 이루지 못하니,
外物愧張邴 속세를 벗어남에 장량과 병만용에게 부끄럽네.
珍重同來人 진중한 함께 온 사람들은,
妙語各淸整 오묘한 말이 각각 맑고 단정하네.
擊節三嘆餘 무릎을 치며 여러 번 감탄한 나머지에,
超然得深省 초연히 깊이 성찰할 수 있었네.
182. 宿黃沙 以山如翠浪湧分韻 賦詩 得如字 황사에서 묵으며 ‘山如翠浪湧’로 운을 나누어 시를 지었는데, ‘如’자를 얻었다.
日中秣吾馬 한낮에는 말에 풀을 먹이고,
日暮膏吾車 해가 지면 수레에 기름을 치네.
崎嶇涉南嶺 구불구불 남쪽 고개에 올라,
浩蕩凌八區 호탕하게 너른 팔방을 얕보네.
夜雨薦峰前 밤에는 천산의 봉우리 앞에 비가 오고,
朝登碧琳墟 아침에는 벽림의 옛터에 오르네.
蒼茫永嘯罷 끝없이 아득하여 긴 휘파람 불고 나니,
翕忽淸景徂 어느새 맑은 경치 가고 없구나.
去此二三子 여기서 그대들을 떠나면,
我行將焉如 내 장차 어디로 가려나?
崔嵬正丘垤 높은 산 꼭 언덕과 개미 둑 같으니,
萬里思南圖 만 리 길 남쪽 도모해 볼까?
183. 雲谷次吳公濟韻 운곡에서 오공제의 시에 차운하여
昔營此幽棲 옛날 이 그윽한 보금자리를 경영하였더니,
邈與世相節 아득하여 세상과 서로 끊어졌네.
誓將百年身 맹세컨대, 백년사는 몸으로,
來守固窮節 본래 곤궁한 절개를 지키려네.
心期苦未遂 마음의 기약함은 아직 이루지 못하였는데,
歲月一何闊 세월은 어찌 그리도 어긋나는가?
終然匹夫志 끝내 필부의 뜻은,
肯遽甘沒沒 어찌 갑자기 몰락함을 달게 여기리오?
玆晨復登瞰 이 새벽에 다시 올라 바라보니,
目盡雲一抹 눈길이 끝나는 곳에 구름이 싹 걷혔네.
激烈永嘯餘 격렬하게 긴 휘파람 분 나머지에,
朗寥高韻發 밝고 쓸쓸하게 고상한 시를 짓네.
夫君內德備 대저 그대는 내덕을 갖추어,
不學王駘兀 왕태의 우뚝함을 배우지 말게.
觀心見參倚 마음을 관찰함에 충신(忠信) 독경(篤敬)이 드러나,
出世自英傑 세상에 나가 절로 영웅호걸이 되었네.
朅來肯顧我 어찌 나를 돌아보고,
同去弄雲月 함께 구름과 달을 희롱하지 않는가?
微言得深扣 미미한 말에서 깊은 두드림을 얻었고,
大句亦孤拔 위대한 구절에서도 또한 홀로 빼어나네.
多謝警踈慵 소활하고 게으름에 경계함을 감사함이 많으니,
未敢嘆瞻忽 감히 도의 무궁무진함을 탄식하지 못하네.
更問毫釐間 다시 묻노니, 털끝 같은 사이에는,
是同端是別 같은가, 다른가?
184. 宿休菴用德功壁間韻 贈陳道人 휴암에 묵으면서 덕공이 벽에 쓴 시의 운자를 따서 진도인에게 시를 써줌
暮入千峰裏 날 저물어 천봉 속으로 들어와,
寒棲一草菴 차갑게 초암에서 지내네.
室連丹竈煖 방은 따뜻한 아궁이와 연결되어 있고,
廚引石泉甘 부엌은 달콤한 석천을 끌어오네.
塵慮紛難到 세속의 근심 분분히 근접하기 어렵고,
神光暖內含 신명은 따뜻하게 속에 머금고 있네.
非君有道氣 그대가 도기가 있는 이 아니라면,
孤絶詎能堪 이 고독함을 어찌 견디리!
185~187. 挽劉樞密三首 추밀 유공의 만사, 세 수
185
天畀經綸業 하늘은 경륜의 업을 주었고,
家傳忠義心 가정에서는 충의의 마음을 전하였네.
謀謨經國遠 도모는 국가의 원대함을 경륜하였고,
熏烈到人深 훈열은 사람들 마음 깊숙이까지 이르렀네.
廊廟風雲斷 낭묘엔 풍운이 끊어졌고,
江湖歲月侵 강호엔 세월만 흘러가네.
一朝成殄瘁 하루아침에 죽게 되니,
九牧共沾襟 구주가 모두 옷깃을 적시네.
186
談笑平蠻策 담소함은 오랑캐를 평정할 계책이요,
焦勞振廩功 애쓴 것은 창고를 개방한 공일세.
復讐乖宿志 복수하려는 오랜 의지가 꺾이니,
忍死罄餘忠 죽음을 견디며 남은 충성을 다하였네.
人嘆百身贖 사람들은 자신을 백번이라도 대신하려 하였으며,
天悲一鑑空 하늘은 귀감이 하나 없어짐을 슬퍼하였네.
九源終莫起 구원에서 끝내 일어나는 이 없으니,
千載自英風 천년 동안 절로 영웅의 풍모가 있도다.
187
久矣身無用 오래 되었도다, 몸이 쓸모없어져,
前恩嘆莫償 전대의 은혜를 갚지 못함을 탄식함이.
豈期今老大 어찌 지금의 늙은 몸으로,
復此重悲傷 이 매우 슬프고 상심됨을 회복하기를 기약하리?
淚向遺書盡 눈물은 남긴 글을 향하여 다하고,
心隨宿草荒 마음을 무덤을 따라 거칠어지네.
諸君那不死 제군들은 어찌 죽지 않아서,
慟絶鬢成霜 애통함이 심하여 머리털이 희게 세었나?
188~194. 武夷七詠 무이칠영
188 天柱峰 천주봉
屹然天一柱 높이 솟은 하늘의 기둥,
雄鎭斡維東 웅장하게 알유의 동쪽을 진압하네.
祗說乾坤大 그저 건곤의 큰 것만을 말하니,
誰知立極功 누가 천극(天極)을 세운 공을 알리?
189 洞天 동천
絶壁上千尋 절벽에서 천 길이나 위로 솟아,
隱約巖栖處 깊이 숨어 암혈에서 지내네.
笙鶴去不還 생황 불며 학 타고 가서 돌아오지 않으나,
人間自今古 인간 세상만 옛날과 지금이 그대로라네.
190 畵鶴 화학
誰寫靑田質 누가 청전의 본바탕을 그렸나?
高超鴈鶩群 기러기나 오리 무리에서 높이 빼어났네.
長旋風月夜 바람 부는 달밤에 길게 회전하니
淸唳九霄聞 맑은 울음소리 깊은 밤에 들리네.
191 仰高堂 앙고당
面勢來空翠 형세가 공활하고 푸르니,
哦詩獨好仁 시를 읊조림에 홀로 인을 좋아하였네.
懷人今已矣 그리운 이는 이지 가고 없으니,
誰遣棟梁新 누구를 보내어 집을 새로 지을까?
이 당과 영록정은 모두 유건강이 이름 지었다. 예기(禮記)「표기(表記)」에서 시경의 ‘높은 산을 우러르며 큰 길을 행하도다’란 시를 인용하고 말하기를, ‘시에서 인을 좋아함이 이와 같도다’라 하였다. 此堂與迎綠亭, 皆劉建康所名. 禮記引高山仰止 景行行止之詩 而曰詩之好仁如此
192 趨眞亭 추진정
危亭久已傾 우뚝한 정자 오래전에 이미 기울고,
祗有頹基在 다만 퇴락한 기초만 남아 있네.
何事往來人 무슨 일로 왕래하는 사람들은,
不知容鬢改 용모를 고칠 줄 알지 못하는가?
193 大小藏巖 대소장암
藏室岌相望 장실을 우뚝이 바라보니,
塵編何莽鹵 먼지 묻은 책은 어찌 그리도 거친가?
欲問伯陽翁 백양옹에게 묻고자 하나,
風煙迷處所 바람과 티끌 속에서 처소를 잃었네.
194 丹竈 단조
仙人推卦節 선인이 괘의 절기를 미루어,
煉火守金丹 불에 달구어 금단을 찾네.
一上煙霄路 한 번 하늘로 올라가고는,
千年亦不還 천년동안 또한 돌아오지 않네.
195. 壬子三月二十七日 聞迅雷 有感 임자년 3월 27일 빠른 우뢰 소리를 듣고 느낌이 있어
誰將神斧破頑陰 누가 신령한 도끼로 완악한 음기를 깨트려,
地裂山開鬼失林 땅이 찢어지고 산이 갈라져 귀신이 숲을 잃게 하였나?
我顧君王法天造 내가 돌아보건대, 군왕이 천도를 본받아,
早施雄斷答群心 일찍이 영명한 결단을 내려 백성의 마음에 답해야 하리.
우리말 주자대전 7권
1~3. 崇壽客舍, 夜聞子規得三絶句, 寫呈平父兄, 煩爲轉寄彦集兄, 及兩縣間諸親友 숭수 객사에서 밤에 두견새 울음소리를 듣고 세 편의 절구시를 지어 평보 형에게 써서 드리니 번거로우나 돌려 언집 형 및 두 현 사이의 여러 친우들에게도 보내 주기 바란다.
1
空山初夜子規鳴 텅 빈 산 초저녁에 두견새 우는데,
靜對琴書百慮淸 조용히 금과 책 마주하니 온갖 근심이 맑아진다.
喚得形神兩超越 육신과 정신 불러내어 둘 다 초월할 수 있으나,
不知底是斷腸聲 무엇이 애간장을 끊는 소리인 줄 알지 못하네.
2
空山中夜子規啼 텅 빈 산 한밤중에 두견새 울부짖는데,
病怯餘寒覓故衣 병 끝이라 남은 추위 두려워 옛 옷을 찾네.
不爲明時堪眷戀 밝은 때가 되지 않았으나 그리워하는 것은,
久知岐路不如歸 갈림 길에서 돌아감만 못함을 진즉에 알았기 때문이라네.
3
空山後夜子規號 텅 빈 산 늦밤에 두견새 울어대니,
斗轉星移月尙高 북두칠성 자리 옮겼으나 달은 아직 높이 떠 있다.
夢裏不知歸未得 꿈속에 돌아갈 수 없다는 것 모르고,
已驅黃犢度寒皐 이미 누런 송아지 몰아 차가운 언덕을 지나네.
4. 寄雲谷瑞泉菴主 운곡의 서천암 주인에게 주다
憶昔誅茅日 옛날 띠 풀을 베던 날 기억하며
山房我自名 산방을 나 스스로 이름 지었네.
風埃猶俗累 바람의 티끌은 오히려 세속의 누가 되고,
煙雨負巖耕 가랑비는 바위의 농사를 저버리네.
多謝空門侶 많이들 공문의 승려를 사양해야,
能同物外情 물외의 정과 같아질 수 있네.
肯來分半壑 기꺼이 골짜기를 반으로 나누어 주고,
聊爾度平生 애오라지 평소처럼 지내네.
少待淸秋日 잠시 맑은 가을 해를 기다리다가,
閑尋遠嶽盟 한가히 먼 산의 맹세를 찾네.
不知誰是客 알지 못하겠네, 누가 객이 되어,
一笑絶塵纓 한 번 웃음에 세속의 갓끈을 끊을 런지.
5. 入南康界 閱圖經 感陶公李渤劉凝之事 戱作
남강군 경계로 들어와 도경을 열람하고 도연명, 이발, 유응지의 일에 느낌이 있어 장난삼아 짓다.
長官定笑歸來晩 장관은 정히 웃으며 돌아옴이 늦었으며,
中允應嫌去却回 중윤은 응당 떠남을 꺼려 도리어 돌아오네.
惟有山人莫相笑 오직 산신께서는 비웃지 마오,
也曾還俗做官來 또한 일찍이 세속에 돌아와 벼슬하였으니.
6. 屢游廬阜 欲賦一篇而不能就 六月中休 董役臥龍 偶成此詩
자주 여산에서 노닐며 시 한편을 짓고자 하였으나 이루지 못하다가 6월 중휴에 와룡암의 공사를 감독하다가 우연히 이 시를 완성하였다.
登車閩嶺徼 민령의 경계에 수레로 올라,
息駕康山陽 강산의 남쪽에서 말을 쉬게 하네.
康山高不極 강산은 높아서 끝이 없고,
連峰鬱蒼蒼 이어진 봉우리는 울창하고도 푸르르네.
金輸西嵯峨 금수봉 서쪽은 우뚝하고 높으며,
五老東昻藏 오로봉 동쪽은 높고도 그윽하네.
想象仙聖集 신선과 성인이 모인 것을 상상하니,
似聞笙鶴翔 마치 생황 불며 학 타고 오는 소리 들리는 듯하네.
林谷下凄迷 숲 골짜기는 낮아 처량하고 아득하며,
雲關杳相望 구름 낀 관문이 아득히 서로 보이네.
千巖雖競秀 온갖 바위들이 비록 빼어남을 다투나,
二勝終莫量 두 승경은 끝내 우열을 가릴 수 없네.
仰瞻銀河翻 우러러 은하수가 나는 것을 보고,
俯看交龍驤 굽어 교룡이 뛰는 것을 보네.
長吟謫仙句 이백의 시구를 길게 읊조리며,
和以玉局章 옥국의 문장으로 화답하네.
疇昔勞夢思 옛날 수고로이 꿈에서도 그리워하였으나,
玆今幸徜徉 지금은 다행히 이리저리 거니네.
尙恨忝符竹 오히려 동호부와 죽사부를 더럽힌 것이 한스럽고,
未愜棲雲房 운방에 사는 것이 아직 흡족하지 않네.
已尋兩峰間 이미 두 봉우리 사이를 찾아,
結屋依陽岡 산등성의 남쪽에 의지하여 집을 지었네.
上有飛瀑駛 위로는 날 듯한 폭포가 치달리고,
下有淸流長 아래로는 맑은 시내가 길게 흐르네.
循名協心期 명성을 따르니 마음에 기약함에 화합하고,
弔古增悲凉 옛일을 조문하니 슬픔의 처량함이 더하네.
壯齒乏奇節 씩씩하던 시절도 기특한 절개가 부족하였으니,
頹年矧昏荒 늙은 나이에 하물며 흐리고 거칢 에랴?
誓將塵土蹤 맹세컨대, 세속의 자취를 가지고,
暫寄雲水鄕 잠시 운수의 마을에 붙이려 하네.
封章儻從欲 봉장을 만약 하고자 한다면,
歸哉澡滄浪 돌아가 맑은 물에 깨끗이 씻게나.
7. 讀李賓老玉澗詩偶成 이려(李呂)의 「옥간」시를 읽고서 우연히 지음
獨抱瑤琴過玉溪 홀로 구슬 장식한 거문고 끼고서 옥계를 방문하니,
琅然淸夜月明時 옥같이 깨끗한 맑은 밤, 달 밝을 때일세.
祗今已是無心久 오직 지금 이미 마음이 빈지 오래 되었는데,
却怕山前荷簣知 산 앞의 삼태기 짊어진 은자가 알까 도리어 겁나네.
8. 立秋日 同子澄寺簿 及僉判敎授二同寮 星子令尹約 周君 段君 同遊三峽 過山房 登折桂 分韻賦詩 得萬字 輒成十韻 呈諸同遊
입추 날에 자징 시부 및 첨판교수 두 동료, 성자령 윤약 주군, 단군과 함께 삼협에서 노닐고 이씨산방에 들러 절계원에 올라 운을 나누어 시를 지었는데, ‘萬’자 운을 얻었다. 문득 10운 시를 지어 함께 놀았던 여러 사람에게 주었다.
抗塵幾何時 세속에서 뻣뻣이 산 것 얼마였던가?
猿鶴共悲怨 원숭이나 학도 모두 슬퍼하며 원망하네.
豈知朱墨暇 어찌 알았으리, 공문서를 처리하는 여가에,
乃適山水願 이에 산수에서 놀 바람을 이룰 줄.
玆晨秋令初 이 새벽, 가을이 시작되니,
休沐謹邦憲 휴가에도 나라의 법도에 삼갔네.
佳賓忽四來 아름다운 벗이 문득 사방에서 오고,
英僚亦三勸 빼어난 동료들도 또한 세 가지를 권하네.
駕言北廓門 북쪽 성곽 문에서 멍에를 씌우고,
謝此旗隼建 새매의 깃발 세우는 것을 사양하네.
散目山崔嵬 산이 우뚝한 곳으로 눈을 돌리며,
縱轡路脩蔓 길고 먼 곳으로 말고삐를 달리네.
凭欄快倒峽 난간에 의지하여 계곡에 이르니 상쾌하고,
躋壑困脫輓 골짜기에 오르니 인하여 수레에서 벗어났네.
追攀林樾深 숲의 깊은 그늘로 쫓아 올라갔다가.
歡喜脚力健 다리 힘이 건강함을 기뻐하였네.
登高眺願浦 높은 곳에 오르니 조망이 넓어지려 하고.
衆景爭自獻 뭇 경치들이 다투어 절로 드러나네,
何必仍丹丘 어찌 반드시 단구에 의지하여.
徑欲凌九萬 지름길로 구만리를 가고자 하리오?
9. 和子澄白鹿之句 유자징의 「백록」이란 시구에 화답하다
經旬不到鹿場陰 열흘이 지나도록 백록동에 이르지 못해,
夢想飛馳不自禁 꿈에서도 날아가고 싶은 생각을 스스로 금치 못하네.
幸有高軒同勝賞 다행히 고헌이 있어 함께 승경을 감상한다면,
何妨折屐共幽尋 어찌 기뻐하며 함께 그윽한 절경을 찾는데 방해되리오?
徘徊未厭詩書樂 배회함에 시서의 즐거움이 싫지 않고,
感慨難忘忠孝心 감개함에 충효의 마음은 잊기 어렵네.
更對豊鐫哦伐木 다시 큰 비석을 대하고 벌목편을 읊조리니,
風泉雲壑助淸吟 바람 부는 샘과 구름 낀 골짜기가 맑은 시를 돕네.
10. 暇日 侍法曹叔父 陪諸名勝 爲落星之遊 分韻得字 率爾賦呈 聊發一笑
휴가에 법조 숙부를 모시고 여러 명승지를 배종하였다. 낙성사를 유람할 때 운을 나누는데, ‘往’자를 얻어 급하게 시를 지어 주고 애오라지 한 번 웃었다.
長江西委輸 장강은 서쪽으로 흘러들고,
匯澤東滉瀁 회택의 동쪽은 물이 깊고 넓구나.
中川屹孤嶼 시내 가운데의 외로운 섬은 우뚝하고,
佛屋寄幽賞 절간은 그윽한 구경거리가 있구나.
我來此何日 내가 온 것이 어느 날인가?
秋氣欲蕭爽 가을 기운이 쓸쓸해지려 하네.
共載得高儔 함께 타는 이는 고상한 벗을 얻을 것이니,
良晨豈孤往 좋은 새벽에 어찌 외로이 갈 수 있으랴?
酒酣淸嘯發 술이 취함에 맑은 휘파람 불고,
浪湧初月上 물결이 읾에 초승달이 떠오르네.
疊鼓喚歸艎 빠르게 북을 치며 돌아가는 배를 불러,
陳迹眞俯仰 묵은 자취를 진실로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네.
11. 九日 奉陪高州使君 莆陽別駕 會稽丞公 善化明府 仲衡詩伯 幷屈子美元範二兄 及郡中諸文武 同登紫霄絶頂 南望江湖 北眺淮甸 小快心目 旣歸 又得仲衡佳篇 句法淸麗 情致悽惋 三復不勝起予之歎 謹次韻呈請 皆賦之以紀一時之盛 甚惠甚望
9일 고주 사군(使君)·보양(莆陽) 별가(別駕)·회계(會稽) 승공(丞公)·선화(善化) 명부(明府)·중형(仲衡) 시백(詩伯)을 받들어 모시고, 아울러 자미(子美)와 원범(元範) 두 형 및 군의 여러 문무들을 모아 함께 자소봉(紫霄峰) 정상에 올라 남쪽으로 강호를 바라보고 북쪽으로 회전을 바라보니 마음과 눈이 조금 상쾌하였다. 이미 돌아와 또 중형(仲衡)의 아름다운 시편을 얻었는데 구법이 맑고 아름다우나 정치(情致)가 슬퍼서 두어 번 반복하여 읽음에 나를 감발시키는 탄식을 이기지 못하였다. 삼가 차운하여 드리니 청컨대, 모두들 시를 지어 한 때의 성대함을 기념한다면 매우 은혜롭고 매우 바라는 바이다.
此日登高處 이날 높은 곳에 오르니,
千巖錦樹稠 온갖 봉우리는 아름다운 나무가 빽빽하네.
無人嘲落帽 떨어지는 모자를 비웃는 이 없고,
有客賦悲秋 슬픈 가을을 시로 짓는 객이 있네.
忽忽塵中老 갑자기 세속에서 늙고서야,
怱怱物外遊 급하게 물외에서 노니네.
江湖空極目 강호에 부질없이 끝까지 눈을 돌려 보니,
不盡古今愁 고금의 근심이 다하지 않네.
12. 下元節假 行視陂塘, 因與賓友挈兒甥, 出郭登山歸賦二詩, 示子直春卿及折桂雲公, 幷寫呈郡中諸寮友
하원절 휴가에 가다가 파당을 보고 인하여 여러 빈객·벗들과 함께 아이와 조카를 이끌고 성을 나와 산에 올랐다. 돌아와 시 두 수를 지어 양자직과 왕춘경 및 절계운곡에게 보여주고 아울러 써서 군의 여러 동료들에게 주었다.
廬阜東北際 여산의 동북쪽 끝에,
岧嶢五峰尊 우뚝한 오로봉이 높이 섰네.
中巖穹林繞 바위 가운데는 그윽한 숲이 둘러싸였고,
靑天白雲屯 푸른 하늘은 흰 구름이 머물렀네.
郡閣有佳眺 군청에는 아름다운 구경거리가 있어,
徙倚空朝昏 배회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질없이 다니네.
今晨幸休假 오늘 새벽 다행히 휴가를 얻어,
發軔北郭門 북쪽 성밖에서 수레를 출발하네.
牽蘿出林端 여라를 잡고 숲 끝에서 나와,
躡屐躋雲根 나막신을 신고 구름이 일어나는 곳까지 올라가네.
高尋却淸宦 고상하게 찾음에 맑은 관직을 물리치고,
小憩欣潺湲 조금 쉼에 흐르는 물소리를 기뻐하네.
古殿宿寒靄 오래된 궁전에는 차가운 놀이 잠자고,
新甍麗朝暾 새로운 용마루에는 아침 해가 아름답구나.
扶藜陟東岡 명아주를 짚고 동쪽 언덕으로 올라가,
夙昔規曾軒 아침저녁으로 층층의 집을 바라보네.
却倚千尋峭 도리어 천 길이나 되는 가파른 언덕에 의지하여,
前窺百泉奔 앞으로 온갖 샘물이 치달리는 것을 보네.
長風卷浮埃 긴 바람은 떠다니는 먼지를 말아 일으키고,
江湖渺相呑 강과 호수는 아득히 서로 삼키네.
結架雖未諧 집을 지은 것이 비록 아직 어울리지 않으나,
雄瓌已難論 웅대하고 훌륭함은 이미 논하기 어렵네.
同來俱勝流 함께 명승지의 풍류를 같이하고,
晤語仍王孫 함께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왕손뿐일세.
已踐支許諾 이미 지둔과 허순의 허락을 지켜,
不慙夙尙魂 평소 마음으로 바라던 혼에 부끄럽지 않네.
賦詩紀玆日 시를 지어 오늘을 기록하며,
歲晩期相敦 해가 저물면 서로 돈독할 것을 기약하네.
13. 臥龍之遊 得秋字賦詩紀事 呈同遊諸名勝 聊發一笑 와룡암에서 노닒에 ‘秋’자를 얻어 시를 짓고 일을 기록하여 함께 여러 명승지에서 노닌 사람에게 주고 애오라지 한번 웃다.
躡石度急澗 돌을 밟고 급한 산골 물을 건너,
窮源得靈湫 샘이 끝나는 곳에서 깊은 못을 얻었네.
谽谺兩對立 골짜기가 휑하니 서로 마주 서 있고
噴薄中怒投 세차게 솟아나는 가운데 노하여 던지네.
何年避人世 어느 해에 인간 세상을 피해,
結屋棲巖陬 집을 짓고 바위 귀퉁이에서 살까?
嘉名信有託 아름다운 이름은 진실로 의탁함이 있으나,
故迹誰能求 옛 자취는 누가 구할 수 있으랴?
我來一經行 나는 경행을 한결 같이 하여,
凄其仰前脩 처량하게 앞길을 우러러 보네.
隣翁識此意 이웃의 늙은이가 이 뜻을 알고,
伐木南山幽 남산의 그윽한 곳에서 나무를 베네.
爲我立精舍 나를 위하여 정사를 세우니,
開軒俯淸流 난간을 열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네.
多岐諒匪安 갈림길 많은 것은 진실로 편안함이 아니요,
一壑眞良謀 하나의 골짜기가 진실로 좋은 계책일세.
解組云未遂 관직을 사양함은 아직 이루지 못했으나,
驅車且來遊 수레를 몰아 또 와서 노니네.
嘉賓頗蟬聯 아름다운 벗은 자못 끊이지 않고,
野蔌更獻酬 들 채소는 더욱 술을 드리게 하네.
飮罷不知晩 술자리가 끝나도 늦은 줄 알지 못하고,
欲去還淹留 돌아가려다 도리어 머무르네.
躋攀已別峰 더위잡고 올라가니 이미 다른 봉우리요,
窺臨忽滄洲 엿보며 다가가니 문득 물가일세.
下集西澗底 내려와 서간 밑에 모여,
沈吟樹相樛 나무가 서로 얽힌 곳에서 깊이 생각하며 시를 짓네.
玉淵茗飮餘 옥연에서 차를 마신 나머지에,
三峽空尊愁 삼연에서 술동이가 빌까 근심하네.
懷賢旣伊鬱 어진 이를 생각함에 이미 우울하고,
感事增綢繆 임에 느낌에 더욱 얽매이네.
前旌向城郭 앞의 깃발은 성을 향하는데,
回首千峰秋 머리 돌려 온갖 봉우리의 가을빛을 보네
14. 臥龍之遊 錢通守得江字 不及賦詩 已解維矣 熹用其韻 紀事以贈 幷附卷末 와룡암에서 노닒에 전 통수가 ‘江’자를 얻었으나 시를 짓지 못하고 이미 배가 떠났다. 내가 그 운자를 써서 일을 기록하여 주고 아울러 권말에 붙이다.
君行安所適 그대 떠나면 어디로 가는가?
衝風泝濤江 바람 맞으며 파도 이는 강을 거슬러 가겠지.
傳聞閬州好 낭주가 좋다는 소문은 전해 들었으나,
未見心已降 아직 보지 못하여 마음이 매우 가라앉네.
邀君康山遊 그대를 강산에서 맞이하여 노닐며,
聽此巨壑淙 이 거대한 골짜기의 물소리를 듣네.
班坐酌溪石 시냇가 돌에 나누어 앉아 술을 마시며,
幽尋憩雲窓 그윽한 곳을 찾아 운창에서 쉬네.
勸君盡此杯 그대에게 권하노니 이 술을 다 마시게,
錦帆已稠杠 비단 돛이 이미 돛대에 매었네.
明年儻來東 이듬해 만약 동쪽으로 온다면,
鳴鐃建高幢 작은 징을 울리며 높은 기를 세우리.
訪我深澗底 나를 깊은 물길 아래로 찾아와,
晤言絶紛嚨 마주 이야기 하며 어지러운 소리는 끊어버리세.
城南且細說 성남에서 또 자세하게 이야기하며,
慰我心悾悾 나를 위로하니 마음이 정성스럽네.
15~16. 分韻得眠意二字, 賦醉石簡寂各一篇, 呈同遊諸兄
운자를 나누는데 면자와 의자 두 자를 얻어서 「취석」과 「간적」 시를 각 한 편씩을 지어 함께 놀러온 여러 형씨들에게 드린다
15
驅車何所適 수레를 몰아 어디로 가는가?
往至秋雲邊 가을 구름 곁으로 간다네.
企彼澗中石 저 산골물 사이의 돌에서 발돋움하여,
擧觴酹飛泉 술잔을 들어 나는 폭포에 붓네.
懷哉千載人 처년 전 사람을 품고,
矯首辭世喧 머리를 단정히 하여 세상의 시끄러움을 벗어나네.
凄凉義熙後 처량하게도 의희의 뒤에,
日醉向此眠 날마다 취하여 이곳에서 잠드네.
仰視但靑冥 우러러 바라보니 다만 푸른 하늘만 보이고,
俯聽驚潺湲 굽어 들으니 물 흐르는 소리에 놀라네.
起坐三太息 일어나 앉아 세 번 크게 탄식하니,
涕泗如奔川 눈물이 줄줄 흘러 마치 사나운 시냇물 같네.
神馳北闕陰 정신은 북쪽 궁궐의 그늘로 치달리고,
思屬東海壖 생각은 동해 가에 붙였네.
丹衷竟莫展 붉은 마음 끝내 펼치지 못하니,
素節空復全 평소의 절개가 헛되었다가 다시 온전해 지네.
低徊萬古情 만고의 정에 배회하며,
惻愴顔公篇 안진경의 작품을 슬퍼하네.
爲君結茅屋 그대를 위하여 띠풀 집을 지으니,
歲暮當來還 해가 저물거든 마땅히 돌아오시게.
취석이다. 醉石
16
天秋山氣深 가을이라 산의 기운은 깊고.
日落林景翠 해가 지니 숲은 경치는 푸르르네,
亦知後騎迫 또한 뒷말이 가까워졌음을 알겠으니.
且復一流憩 짐짓 다시 한 시내에서 쉬네,
環瞻峰列屛 둘러보니 봉우리는 병풍처럼 늘어섰고.
逈矚泉下濞 멀리 보니 샘물이 세차게 내리네.
永懷仙陸子 길이 신선 육자를 생각하며,
久挹浮丘袂 오래토록 부구공의 소매를 당기네.
于今知幾載 지금 몇 년인지 알겠으니,
故宇日荒廢 옛 집이 날마다 황폐해지네.
空餘醮壇石 텅 비어 한가한 초단석에,
香火誰復繼 향불은 누가 디시 있겠는가?
更憐韋刺史 다시 위자사가 가련하니,
五字有眞意 다섯 글자에 참 뜻이 있도다.
虎竹付歸人 호죽을 돌아가는 사람에게 부치니,
悲風起橫吹 슬픈 바람이 어지러이 일어나네.
沈吟向絶迹 침잠하여 읊조리며 인적이 없는 곳으로 향하니,
浩蕩發幽奇 호탕하게 그윽하고 기이함을 발하네.
來者知爲誰 후에 오는 사람 중 누구인가?
念我儻三喟 나를 염려하여 혹 재삼 탄식할 사람이.
簡寂
17. 尋白鹿洞故址, 愛其幽邃, 議復興建, 感歎有作 백록동 옛터를 찾고 그 그윽하고 깊숙함을 사랑하여 다시 세울 것을 의논하고 감탄하여 짓는다.
淸冷寒澗水 차가운 산골 물은 맑고도 서늘하며,
窈窕靑山阿 청산의 모퉁이는 깊고도 구불구불하네.
昔賢有幽尙 옛 현인은 그윽함을 숭상함이 있어,
眷言此婆娑 돌아보며 이곳에서 너울너울 춤추었네.
事往今幾時 일이 지난 것이 지금 얼마나 되었나?
高軒絶來過 높은 집에는 찾아오는 이 끊어졌네.
學館空廢址 학관은 텅 비어 폐허가 되었고,
鳴絃息遺歌 거문고 울어도 남은 노래 소리 사라졌네.
我來勸相餘 내가 와서 권상하던 나머지에,
杖策搴綠蘿 지팡이를 짚고 푸른 담장이를 걷어 내었네.
謀野欣有獲 좋은 계책은 성공할 수 있음을 기뻐하고,
披圖知匪訛 그림을 펼쳐보니 잘못되지 않았음을 알겠네.
永懷當年盛 길이 당시의 성대함을 생각하니,
莘莘衿佩多 많고 많은 학생들이 있었네.
博約感明恩 박약함에 황제의 은혜에 감동하고,
涵濡熙泰和 함유함에 큰 조화가 빛나네.
凄凉忽荒榛 처량하게 문득 거친 숲이 되니,
俯仰驚頹波 내려보고 올려 봄에 쇠퇴한 세태에 놀라네.
發敎逮綱紀 교령을 발함이 아전들에게 미치니,
喟然心靡它 탄식하며 마음에 다른 뜻이 없었네.
伐木循陰岡 나무를 베는 것은 산등성의 북쪽에서 돌며 하였고,
結屋依陽坡 집을 짓는 것은 언덕의 남쪽에 의지하였네.
一朝謝塵濁 하루아침에 먼지와 흐림이 없어지니,
歸哉碩人薖 석인의 관대함으로 돌아가네.
이 당시에 이미 상서에게 상소하여 동주가 되기를 빌었다. 時已疏上尙書 乞洞主矣
18. 遊白鹿洞, 熹得謝字, 賦呈元範伯起之才三兄, 幷示諸同遊者
백록동에서 노닐다가 내가 ‘謝’자를 얻어 시를 지어 원범·백기·지재 세 형에게 보내고, 아울러 여러 함께 놀던 사람에게 보이다.
歲月有環周 세월에는 주기가 있어,
窮臘忽受謝 추운 겨울이 문득 다하게 되었네.
眷眷山水心 자연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幸此朱墨暇 이에서 다행히 주묵의 여가를 얻었네.
招呼得良友 좋은 벗들을 불러 모으니,
邂逅成夙駕 우연히 만나 일찍 말에 멍에를 씌웠네.
深尋故轍迹 옛 수레 자취를 깊이 찾아,
喜見新結架 새로 지은 집을 기쁘게 보네.
永懷拾遺公 습유공을 길이 생각하며,
藏器此待價 도량을 숨기고 이에서 제 값을 기다리네.
橫流詩書澤 시서의 못에서 마음대로 노닐다가,
下及楊李覇 내려와 양행밀과 이승상의 패권에 이르렀네.
炎神撫興運 염신이 흥기할 운을 어루만지며,
制作流大化 법도를 만들어 큰 교화를 널리 폈네.
石室萬卷藏 석실에 만권의 장서가 있으니,
綸言九天下 황제의 말씀이 천하에 가득 하였네.
規模未云遠 규범이 아직 오래 되지 않았거늘,
荒茀良可詫 풀이 무성하여 진실로 애석해할만하구나.
自非賢邑宰 어진 읍재가 아니라면,
誰復此精舍 누가 이 정사를 다시 지을까?
會當求勅賜 때마침 칙서를 하사하셨으니,
畢願老耕稼 끝내 농사나 지으며 늙기를 원하였네.
更與盡心期 다시 함께 마음을 다하기를 기약하여,
臨流抗風榭 강물에 임하여 바람 부는 정자에 서있네.
19~28. 元範尊兄示及十梅詩, 風格淸新, 意寄深遠, 吟玩累日, 欲和不能, 昨夕自白鹿玉澗歸偶得數語 존경하는 원범 형이 「십매시」를 보여주었는데, 풍격이 청신하고 의기가 심원하였다. 여러 날 동안 완미함에 화답하고자 하였으나 할 능력이 없었는데, 어제 저녁 백록 옥간에서 돌아오다가 우연히 몇 구절을 지었다
19 江梅 강매
大雪天地閉 큰 눈이 하늘과 땅을 닫아버려,
窮陰渺寒濱 끝없는 그늘 차가운 물가에 아득하네.
誰知江南信 누가 알리오, 강남의 소식,
已作明年春 이미 이듬해 봄이 되었음을.
20 嶺梅 영매
梅花破萼時 매화꽃이 꽃받침을 터뜨릴 때,
瘴雨吹成雪 장기를 품은 비가 불어와 눈이 되네.
驛使忽相逢 역사들이 문득 서로 만났으나
無言似愁絶 말이 없어 마치 근심스러운 듯하네.
21 野梅 야매
野風吹孤芳 들 바람이 외로운 꽃에 부니
逈立正愁絶 멀리 서 있는 것이 마치 근심스러운 듯하네.
皂蓋莫徘徊 고관의 수레는 배회하지 마오,
堪看不堪折 보기만 하고 꺾지는 마오.
22 早梅 조매
霜風殊未高 서릿바람이 매우 높지는 않으니
杖策荒園裏 거친 동산에서 지팡이 짚고 거니네.
仙子別經年 신선과 이별한지 한 해가 지나
相看共驚喜 서로 보니 함께 놀라고 기뻐하네.
23 寒梅 한매
白玉堂前樹 백옥당 앞의 나무,
風淸月影殘 바람이 맑고 달그림자 쇠잔할 때 피었네.
無情三弄笛 무정히 피리를 두어 번 부니,
遙夜不勝寒 깊은 밤 차가움을 이길 수 없네.
24 小梅 소매
且喜梅花開 짐짓 매화꽃이 핀 것을 기뻐하니,
莫嗟梅花小 매화꽃이 작다고 탄식하지 마오.
花小風味深 꽃이 작아야 풍미가 깊으니,
此意君已了 이 뜻은 그대는 이미 알리라.
25 疎梅 성긴 매화
玉笛未黃昏 옥적엔 아직 황혼이 되지 않았는데,
氷灘已淸淺 긴 여울은 이미 맑고도 얕네.
疎影不勝姸 성긴 그림자에 아름다움을 이기지 못하니,
愁心爲誰遠 근심스러운 마음 누구를 위해 멀리 보냈나?
26 枯梅 마른 매화
樛枝臥龍蛇 얽힌 가지는 용과 뱀이 누운 듯하며,
冷蘂綴氷雪 서늘한 꽃술은 얼음이 맺힌 듯하네.
千里故人心 천리의 친구 마음을,
今年爲誰折 올해 누가 꺾어 줄까.
내가 집에 거할 때 유평보가 매번 이 가지를 꺾어 보내주었다. 予家居時 劉平甫每折此枝爲贈
27 落梅 떨어지는 매화
花開已凄凉 꽃이 피어도 이미 처량한데,
花落更愁寂 꽃이 지니 더욱 근심스럽고 적막하구나.
來歲煙雨時 이듬해 안개비가 내릴 때,
爲君和鼎實 그대를 위하여 솥에 매실을 조미(調味)하리라.
28 賦梅 매화를 시로 짓다
君欲賦梅花 그대가 매화를 시로 짓고자 하나,
梅花若爲賦 매화를 시로 지을 수 있으랴?
繞樹百千回 나무를 수백 수천 번 돌아봐도,
句在無言處 시구는 말이 없는 곳에 있네.
29. 觀梅小集 以齋禁不得奉陪 因寄小詩 매화가 조금 모인 것을 보았으나 제사 때문에 받들어 모실 수가 없었다. 인하여 짧은 시를 부친다.
梅花年後欲離披 매화가 해가 바뀐 뒤에 무성하려 하니,
恰是先生變食時 흡사 선생이 제사지낼 때 같구나.
送與西樓一尊酒 서루로 술 한 동이를 보내니,
諸君莫負可憐枝 여러분들은 가련한 가지를 저버리지 마오.
30~31. 元範別後, 寄惠佳篇, 淸叟次韻見示, 格律俱高, 詠歎不置, 因亦用韻寫呈二兄, 聊發一笑
원범이 헤어진 후에 은혜롭고 아름다운 시를 부쳐옴에 청수가 차운하여 보여주었는데 그 격률이 모두 높았다. 읊조리고 탄식함을 마지못하여, 인하여 또한 이 운을 사용하여 시를 지어 두 형에게 드려 애오라지 한 번 웃고자 한다.
30
故人別我去 친구가 나를 떠나간 후,
一月曠音驛 한 달이나 소식이 없더니,
今朝得新時 오늘 아침 새 시를 받아보니,
開卷意已適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구나.
知君到里門 그대가 고향에 왔으니,
征騎聊一息 출정한 기사도 잠깐 쉬겠구나.
行復敞天閽 가서 다시 왕정 탁 틔운다면,
從容正朝幘 조용히 조정을 바로 잡겠네.
自今九霄路 이제 제왕을 받들게 되면,
不復兩塵隔 다시는 이단과 멀어지지 않겠네.
容與日華東 궁문의 동쪽에서 노닐다가,
翶翔禁扉北 궁궐 문 북쪽으로 날아가네.
回頭五峰下 오봉 아래를 돌아보면서,
寂漠笑孤客 쓸쓸히 외로운 나그네 보고 웃네.
不賦歸去來 귀거래사를 부르지 못하니,
心形謾相役 마음과 몸이 부질없이 서로 부리네.
위의 시는 원범에게 드림 右呈元範
31
五十行過二 오십 하고도 두 해나 지났으니,
雙鬢颯秋草 가을 풀같이 수염만 쇠잔하였구나.
平生素心人 평소 소박한 마음으로 살아온 사람이,
誰與共玆抱 누구와 이 심정을 함께 할꼬?
今年廬山下 올해는 여산 아래서,
得子恨不早 그대를 만남이 일찍 치 못함이 한스럽네.
歲月幸同庚 나이 다행스레 같거니와,
詩書復同道 시와 서 또한 길을 같이하네.
惟應山南北 다만 산의 남북에서 응대하며,
雲母夜堪擣 운모를 밤새워 찧네.
獨生有先期 오직 먼저 번 기약이 있음이 생각나니,
廻崖詎難到 구부러진 낭떠러지들 어찌 이르기 어려우리?
丹經不我誑 단경이 나를 속이지 않는다면,
白髮須一掃 백발을 모쪼록 말끔히 없애주게.
看公鬚眉蒼 그대 수염과 눈썹 새까만 것을 보니
杖鉞督征討 도끼를 짚고 전쟁이라도 감독하겠네.
위(바른 쪽)의 시는 청수에게 드림 右呈淸叟
32. 次卜掌書落成白鹿佳句
복장서의 「백록을 낙성하다」라는 훌륭한 구절의 각운자를 쓰다
重營舊館喜初成 옛 집을 다시 경영하여 처음 이루어짐을 기뻐하니,
要共群賢聽鹿鳴 여러 현인들과 함께 사슴 울음을 듣고자 하네.
三爵何妨奠蘋藻 석 잔 술이 어찌 제수를 올리는데 방해가 되며,
一編詎敢議明誠 한 편의 작품으로 어찌 감히 명성을 의논하리?
深源定自閑中得 깊은 근원은 바로 한가한 가운데서 얻고.
妙用元從樂處生 오묘한 쓰임은 원래 즐거운 곳에서 생기네.
莫問無窮菴外事 끝없는 암자 밖의 일은 묻지 마오,
此心聊與此山盟 이 마음은 애오라지 이 산과 더불어 맹세하였네.
33. 白鹿講會次卜丈韻
백록동 강회에서 복 어른의 운에 차운하다.
宮墻蕪沒幾經年 집의 담이 거칠고 무너져 몇 해를 지내니,
祗有寒煙鎖澗泉 다만 차가운 연기만 산골 물을 둘러쌌네.
結屋幸容追舊觀 집을 짓고 다행히 옛 경치를 따라가니
題名未許續遺編 이름은 썼으나 유편을 잇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네.
동주를 위하여 보답하지는 마시게 請爲洞主不報
靑雲白石聊同趣 푸른 구름과 흰 돌은 애오라지 취향이 같으며,
서간 유공을 말한다. 謂西澗劉公
霽月光風更別傳 달 개인 풍광은 다시 별도로 전할 것이네.
염계 선생을 말한다. 謂濂溪夫子
珍重箇中無限樂 진중한 그 사이에 무한한 즐거움이 있으니,
諸郞莫苦羨騰騫 여러분은 괴로이 날아오르길 부러워 마오.
34. 再用前韻 示諸同遊 다시 앞의 운을 사용하여 여러 함께 놀던 사람에게 보이다.
幽臥寒巖不記年 그윽이 차가운 바위에 누워 나이를 알지 못했더니
飽看山月聽風泉 배불리 산과 달을 보고 바람과 샘 소리 듣네.
舒憂正得琴三疊 근심을 폄에 바로 거문고를 세 차례 연주하고,
玩意惟憑易一編 뜻을 완상함에는 오직 주역 한 편에 의지하네.
誤落塵中乖夙尙 티끌 세상에 잘못 떨어져 평소의 바람이 잘못되니,
却思洞裏付眞傳 도리어 동 안을 생각하여 참된 전함을 부치네.
封章倘幸天從欲 봉장을 혹 다행스럽게 천자께서 따라 하고자 한다면,
便解銅符謝縶騫 동부를 풀고 벼슬길을 사양하네.
35. 次韻四十叔父白鹿之作
40번 째 숙부가 지은 백록이란 작품에 차운하여
誅茅結屋想前賢 띠 풀 베어 지붕 엮으며 선현 생각하니,
千載遺蹤尙宛然 천년세월 남겨진 발자취 아직 그대로일세.
故作軒窓挹蒼翠 짐짓 난간과 창 지어 푸르름을 당기고,
要將絃誦答潺湲 학업을 연마하는 것으로 흐르는 물소리에 답하리.
諸郞有志須精學 제생들은 뜻을 두어 반드시 학문에 정진하나
老子無能但欲眠 늙은이는 무능하여 잠만 자려하네.
多少箇中名敎樂 그중에 얼마나 인륜의 가르침 즐거워할지,
莫談空諦莫求仙 헛된 이치 논하지 말고, 신선 구하지 말기를.
36. 送四十叔父
40번 째 숙부에게 보내다
吾家從昔號淸門 우리 집은 예로부터 맑은 집안이란 이름이 있었더니,
叔父于今道更尊 숙부가 지금 도가 더욱 높구나.
客路艱難空自惜 나그네 길 험난하다 부질없이 스스로 슬퍼하나,
遺經終始向誰論 남은 경전은 끝내 누구에게 논할까?
獨尋雲嶠逢孤姪 홀로 구름 낀 산을 찾아와 외로운 조카를 만나시니,
共愛春江接故園 함께 봄 강을 어여뻐하며 옛 동산에서 대접하네.
細說刈葵休放手 세밀하게 아욱을 벰에 손을 놓지 마라 하시니,
此來眞不爲盤餐 이로부터 진실로 반찬이 되지는 않으리.
37. 伏蒙秘閣張丈寵顧下邑 幷以長篇爲貺 降歎之餘 牽勉繼韻 仰求斤削 僭率皇恐 엎드려 비각 장 어른이 하읍을 사랑스럽게 돌아보시고 아울러 장편시를 주심을 입고 감격한 나머지에 억지로 운을 이어 우러러 교정을 구하니 참람되고 경솔하여 황공합니다.
向來滅迹東山東 전에 동산의 동쪽에서 자취를 감추고는,
閉門不問烏雌雄 문을 닫고 까마귀를 자웅을 묻지 않았네.
門前有路向塵土 문 앞에 길이 있어 티끌세상을 향하나,
兩足未擧心先慵 두 발을 들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게을러지네.
當時亦有車馬客 당시엔 또한 거마를 탄 손들이 있었으나,
此意欲說嗟誰同 이 뜻을 말하려 한들 누가 동의할지 탄식스럽네.
窮居聊復追仲蔚 궁하게 살며 애오라지 다시 장중위를 따르니,
篤論何必須劉龔 독실하게 논함에 어찌 반드시 유공을 기다리리.
平生故人子張子 평소의 친구인 장동(張棟)은,
相思安得長相從 서로 생각한들 어찌 길이 노닐 수 있으리.
每勞書疏問生死 항상 수고로이 편지로 생사를 물을 때마다,
坐想星宿羅心胸 앉아서 생각함에 성수가 마음에 나열되네.
幾年持節漢水上 몇 년 동안 한수 가에서 부절을 지켰던가?
木牛流馬旌旗紅 목우류마에 깃발이 붉었네.
君王輟饋思頗牧 군왕은 음식을 거두고 염파와 이목을 생각하니,
外庸且訖來朝宗 외직이 장차 끝나면 천자를 조회하게 되리라.
因能過我紫霄下 궁궐 아래에서 나를 방문할 수 있었음으로 인하여,
後乘載得珠簾櫳 후에 수레에 주렴과 창문을 실었네.
蒼顔白髮應笑我 젊은이나 늙은이들 응당 나를 비웃을 것이니,
曷不飽臥陶窓風 어찌 배불리 먹고 도연명의 창가에 누워 바람 쐬지 않으리.
開樽鵝池水淸激 아지에서 술병을 따니 물은 맑고 세차며,
下馬醮石烟空濛 초단석에서 말에서 내리니 놀이 흐릿하네.
須臾路轉山更好 잠시 길을 돌아서니 산이 더욱 좋으니,
摩天巨刃排雙峰 하늘에 닿을 듯한 큰 칼날은 쌍검을 뽑은 듯하네.
少看銀河忽倒掛 잠시 은하수를 보니 문득 거꾸로 거려 있어,
直欲跳下淸冷中 곧장 맑고 서늘한 가운데로 뛰어내리려 하네.
南臨匯澤共指點 남쪽으로 못을 임하여 함께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縹緲貝闕浮珠宮 아득한 자패(紫貝) 궁궐이며 부화(浮華)한 명주(明珠) 궁전일세.
公言平日愛登覽 공이 평소에 높이 올라 구경하기를 좋아한다 말하였으니,
到此一洗群山空 이곳에 이르러 여러 산의 공허함을 한 번 씻으시기를,
坐間爲我出奇句 앉은 자리에서 나를 위하여 기이한 시구를 내시니
不用遠寄南飛鴻 멀리 남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에게 부칠 필요는 없다네.
上言雲泉足奇賞 위로는 운천을 말하니 기이한 감상꺼리가 될 수 있고
下歎契闊歡相逢 아래로 서로 떨어져있음을 탄식하니 다시 만남을 기뻐하네.
紛吾失脚墮世網 내가 실각하여 세상의 그물에 떨어졌으나
乃有此會寧天窮 이에 이런 모임이 있으니 어찌 하늘이 궁하게 하겠는가?
流光過眼驚昨夢 흐르는 빛이 눈을 지나니 어젯밤 꿈에 놀라고
舊約回首羞塵容 옛 약속에 머리 돌리니 세속에 용납됨이 부끄럽네.
明朝却上煙艇去 이튿날 도리어 연정을 타고 떠나가면
滅沒萬頃追鳧翁 만경창파에 부침하며 물오리를 따라가리.
38. 和張彦輔初到南康之句
장언보의 「처음 남강에 이르다」란 구절에 화운하여
十年不共賦陽春 십년 동안 함께 양춘을 시로 짓지 못하여
正有胸中萬斛塵 정히 가슴에 만 곡의 티끌이 쌓였네.
失喜淸詩還入手 맑은 시가 다시 내 손에 들어옴에 기쁨을 이길 수 없어,
細看佳句轉驚人 자세히 보니 아름다운 시구가 더욱 사람을 놀라게 하네.
知公近覺靑山好 그대가 근래에 청산이 좋은 줄을 알았다 하나,
顧我頻嗟白髮新 도리어 나는 자주 흰 머리가 새로 나는 것을 탄식하네.
肯過寒齋共尊酒 차가운 재실에 들러 술자리를 함께 하고자 하니,
向來心事請深陳 이제껏 마음의 일은 깊이 털어 놓으시게.
39~40. 奉同都運直閣張丈哭敬夫張兄 張丈有詩, 敢次元韻 悲悼之極情 見乎詞 伏幸采覽 二首 받들어 도운직각 장 어른과 함께 경부 장 형를 곡하였는데, 장 어른이 시가 있어서 감히 원래의 운에 차운하여 슬픔의 지극한 정을 시에 드러내었으니 열람하기를 바랍니다. 두 수.
39
秀翁威略憺華戎 빼어난 늙은이의 위의와 지략은 중국과 오랑캐를 평정하였으나,
遺恨車書久未同 남은 한은 천하가 오래 동안 통일되지 않는 것이었네.
喜有象賢堪嗣事 기쁘게도 선대의 어진 덕을 본받아 계승한 일을 맡으니,
故知鴻業自無窮 짐짓 큰 사업이 절로 다함이 없음을 알겠네.
蕃宣合奏三年最 변방을 다스림에 함께 상주하니 삼년 만에 최고가 되었고,
風采俄驚一旦空 풍채는 잠시 놀라게 하였으나 하루아침에 없어졌네.
根本平生有深計 근본은 평소에 깊은 계책이 있었으니,
遺書不但子囊忠 남긴 상소는 다만 자낭의 충성 뿐만은 아닐세.
40
不應世道卽漂淪 응당 세도는 곧 표류하지 않을 것인데,
何事今年失此人 무슨 일로 금년에 이 사람을 잃었는가.
禮樂端能懷益友 예악은 바로 이로운 벗을 생각하게 하나,
琴笙忍遽樂嘉賓 거문고와 생황이 차마 갑자기 아름다운 빈객을 즐겁게 하랴?
亦知遊好曾通譜 또한 종유하던 좋은 벗이 일찍이 같은 성임을 알겠으나,
却記登臨喚卜隣 도리어 높이 올라 불러 이웃에 살게 한 일을 기억하네.
兩首悲詩數行淚 슬픈 시 두수에 몇 줄기 눈물이 흐르니,
感傷那復鬪淸新 상심한들 어찌 다시 맑고 새로움을 다툴 수 있으랴.
장 어른이 찾아 오셨는데, 마침 부고를 듣게 되어 군의 연회를 파하였다. 경부는 이전에 일찍이 나와 호상으로 이주하여 살 것을 약속하여 대개 서로 배공대 위에서 말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였다. 張丈垂顧 適聞訃音 爲罷郡宴 敬夫向嘗約熹徙居湖之上, 蓋相語於裴公臺上云
41. 秘閣張丈簡寂之篇 韻高難繼 別賦五字 以謝來貺
비각 장 어른의 「간적」이란 시는 운치가 높아 계승하기 어려워 별도로 오언시를 지어 보내주신 글에 사례하다
勞農會稽宅 회계에서 농사짓는 사람이,
息駕丹元鄕 단원의 고을에서 수레를 쉬네.
丹元不可見 단원은 볼 수 없고,
翠壁空雲房 취벽에 도사가 은거하는 방은 비어 있네.
是時中春月 때는 바야흐로 한창 봄이 무르익는 달이라,
暄風發新陽 따뜻한 바람이 새 봄에 일어나네.
白水注幽壑 맑은 물은 깊은 골짜기로 쏟아지고,
綠樹敷崇岡 푸른 나무는 높은 언덕에 펼쳐졌네.
俯聽足怡悅 구부려 들으니 기뻐할만하고,
仰觀共徜徉 우러러 보니 함께 거닐 만 하네.
班坐得瑤草 자리를 나누어 향기로운 풀을 얻으니,
傾壺出瓊漿 술병을 기울여 맛좋은 술을 따르네.
長吟遊仙詩 길게 「유선시(遊仙詩)」를 읊조리고,
亂以招隱章 「초은시」로 마무리하네.
忽忽林景西 어느새 숲 속엔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데,
躊躇申慨慷 머뭇거리며 북받치는 울분 펴내네.
坐上江海客 좌중의 강해의 나그네,
兀傲鬚眉蒼 우뚝 오만하게 수염이 푸르구나.
逸氣邁霄漢 빼어난 기운은 은하수보다 빼어나고,
英詞吐琳琅 꽃다운 말은 구슬을 토해낸 듯하네.
思與泉石勝 생각은 천석과 더불어 빼어나고,
韻隨笙鶴翔 노래는 생학을 따라 나르네.
追遊不敢及 좇아 놀고자 해도 미치지를 못하니,
咏歎可能忘 탄식한들 잊을 수가 있으리?
세속에 전하기를 귀종사는 왕희지의 고택이라 한다. 육수정이 단원진인에 봉해졌다. 俗傳歸宗是王右軍故宅 陸脩靜封丹元眞人
42. 和張彦輔落星寺之作 장언보의 「낙성사」란 작품에 화운하다
嵌空奇石戰驚濤 영롱한 기암괴석은 놀라게 하는 물소리에 전율하고,
樓殿崢嶸勢自高 누대와 전각이 우뚝하니 형세가 절로 높구나.
四面眞成開玉鑑 사면은 진실로 옥거울을 열어 놓은 듯하고
三山應是失金鰲 삼산은 응당 거북을 잃은 것이리라.
題詩正爾難搜句 시를 지음에 정히 시구를 찾기 어려우니,
擧酒何妨共作豪 술을 듦에 어찌 함께 호걸이 됨을 꺼릴까?
倚遍欄干更愁絶 난간에 의지하니 더욱 근심이 심하여,
歸來白盡鬢邊毛 돌아옴에 수염 가의 머리 털이모두 희어졌네.
43. 和張彦輔白鹿洞之作 장언보의 「백록동」이란 작품에 화운하다.
邃谷新華館 그윽한 골자기에 새로 화려한 집을 지으니
風煙再吐呑 바람과 놀이 다시 뿜어졌다 사라지네.
舊眠聞野鹿 옛 잠에서 들 사슴 소리 들었으니
遺恨響驚猿 남은 한은 놀란 원숭이 소리가 울림이라.
이습유가 이로부터 소실산으로 이사와 살았는데, 이에 벼슬에 불리게 되었기 때문에 이 구설을 두었다. 李拾遺自此徙居少室 乃被徵故 有此句
共賞忻同趣 함께 감상함에 취향이 같음을 기뻐하고
分携愴別魂 이별함에 혼백이 다름을 슬퍼하네.
徘徊空日夕 배회함에 부질없이 날은 저물어,
無策駐行軒 대책 없이 가는 수레를 머물게 하네.
44. 次張彦輔西原之作 장언보의 「서원암」이란 작품에 차운하다.
無處堪投跡 어느 곳에 몸을 의지할 데 없어
空山寄一椽 빈산에 서까래 하나를 붙였네.
懸門窺絶壁 현문에는 절벽을 엿볼 수 있고,
繚徑上層巓 굽은 산길은 층층의 산꼭대기로 오르네.
檻闊呑江浪 난간이 공활하여 강의 물결을 삼키고,
窓虛響谷泉 창문이 텅 비어 계곡의 물소리 울리네.
丹經閑自讀 단경은 한가히 스스로 읽으나,
不爲學神仙 신신을 배우기 때문은 아니라네.
45. 次張彦輔臥龍之作 장언보의 「와룡담」이란 작품에 차운하다.
瀑水源何處 폭포의 근원은 어느 곳인가?
高疑雲漢通 높아서 아마 은하수와 통한 듯하네.
瀉時垂練直 쏟아질 때는 드리운 명주가 곧은 것 같고
落處古潭空 떨어지는 곳은 옛 못이 비었네.
客寄詩能好 객이 보내온 시는 좋아할 만하고
龍蟠意自雄 용이 서린 뜻은 스스로 웅장하네.
知君來峴首 그대가 현수에 왔다는 것을 아니
爲我說隆中 나를 위하여 융중의 일을 말해 주시게.
46. 次張彦輔棲賢之作 장언보의 「서현원」이란 작품에 차운하다.
融冶何年事 산수를 어느 해에나 일삼을까?
停杯莫問天 술잔을 멈추고 하늘에 묻지 마오
祗今從痼疾 다만 지금은 고질병에 걸렸으니
疇昔似因緣 옛날 인연인 듯하네.
傾耳眞三峽 귀를 기울이니 진짜 삼협 같으며,
投文沕九淵 문장을 지으니 잠겨 있는 구연일세.
蘭亭那得此 난정이 어찌 이런 절경을 얻었으랴만
猶足致群賢 오히려 여러 어진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네.
47. 和張彦輔雪後棲賢之作 장언보의 「눈 온 뒤의 서현암」이란 작품에 차운하다.
夜來春雪遍林丘 한밤의 봄눈이 숲과 언덕에 두루 내리니
却喜風威曉便收 바람의 위엄이 새벽에 문득 거두어 감을 기뻐하네.
好上籃輿閑縱目 기꺼이 남여에 올라 한가로이 눈길을 돌리니,
莫將衲被苦蒙頭 기운 이불을 가지고 괴로이 머리에 덮지 마오.
微官正愧逍遙社 한미(寒微)한 관직은 정히 소요사에 부끄러우나,
勝日猶堪汗漫遊 승일은 오히려 한만에 노닐만하네
欲出林關戀瑤草 임관을 나서 요초를 사랑하고자 하니
不妨尊酒更淹留 술 마시며 다시 머무름에 꺼릴 것이 없네.
48. 謝張彦輔留別之作 장언보가 이별하는 나에게 준 작품에 사례하다.
一別屢更歲 한 번 이별하고 여러 해가 지났으나,
思君無已時 그대를 생각함은 다할 때가 없구나.
知君亦念我 그대 또한 나를 생각함을 아니,
相望兩嗟咨 서로 바라봄에 둘 다 탄식하네.
我病臥田間 나는 병들어 전원에 누웠으나,
君行護疆陲 그대는 행하여 변방을 지키게.
隱顯旣殊跡 숨고 드러남이 이미 자취가 다르니,
會合安可期 모임은 어찌 기약할 수 있으랴?
今年定何年 올해는 바로 어떤 해인가?
有此一段奇 이런 일단의 기이함이 있도다.
我來五峰陽 내는 오봉의 남쪽으로 돌아왔으나,
君歸九江湄 그대는 구강의 강가로 돌아가네.
問君肯來辱 그대에게 묻노니, 기꺼이 수고스럽게 오시겠는가?
歡喜不自持 기뻐함을 스스로 견디지 못할 걸세.
迎君紫霄峰 그대를 자소봉에서 맞아,
擧觴白鵝池 백아지에서 술잔을 들리라.
强健初共欣 강건할 때 처음에 함께 기뻐하였더니,
艱棘旋相悲 어려움엔 문득 서로 슬퍼하네.
相顧出危涕 서로 돌아봄에 슬픔의 눈물을 흘리며,
薄言首東岐 이에 동쪽 갈림길로 머리를 돌리네.
留連十日飮 10일 동안 술 마시며 머무르니,
愴悢八哀詩 팔애시가 슬프고 한스럽네.
散懷水石幽 자연의 그윽함에서 회포를 펴니,
遂忘筋力疲 드디어 근력의 피로함도 잊겠네.
雄篇旣鼎來 웅장한 작품은 이에 막 이르고,
逸韻方窮追 빼어난 운은 바야흐로 끝까지 추구하네.
云胡遽告別 어찌 갑자기 이별을 고하여,
牙纛風披披 큰 빗발이 바람에 흔들리게 하는가?
攬袪不得留 옷자락을 잡으나 머물게 할 수 없어,
酌酒前致辭 술을 따라 치사를 드리네.
願君酬此觴 원컨대, 그대는 이 술잔을 마시고,
去上白玉墀 백옥의 섬돌로 올라가시게.
國論罄忠益 나라에서는 충성스럽고 이로운 이가 없음을 논의하고,
廟謨參設施 조묘에서는 계획에 참여하기를 도모하네.
一請正紀綱 한 번 기강을 바르게 할 것을 청하고,
再請誅羌夷 다시 오랑캐를 벨 것을 창하네.
及時樹勳業 때에 미처 훈업을 세워,
慰我空山饑 공산에서 주린 나를 위로해 주게.
당시에 장형주의 부음을 듣고 장 어른이 시를 지어 곡하였기 때문에 팔애라는 구절이 있다. 時聞張荊州訃 張丈有詩哭之 故有八哀之句
49. 奉答張彦輔戱贈之句 장언보의 「장난삼아 주다」란 작품에 차운하다.
已驅送客車 이미 손을 전송하는 수레를 몰고
復著登山屐 다시 산에 오를 신을 신네.
未論窺臨快 아직 산수 유람의 상쾌함을 논하지 못했으나,
且脫詩酒厄 장차 시와 술이 곤궁함에서 벗어나겠네.
從今謹出入 지금 삼가 나가고 들어옴에,
保此頤正吉 이 이정의 길함을 지키려네.
不柰歲寒心 세한의 마음을 어찌할 수 없으니,
於公有深憶 그대에게 깊은 추억이 있도다.
왕보사가 주역 이괘의 대상에 주석을 달아 말하기를, “화는 입으로부터 나오고 병으로 입으로부터 들어온다”라고 하였다. 王輔嗣注, 頤卦大象云, 禍從口出, 病從口入
50. 奉答張彦輔解嘲 장언보의 「해조」란 작품에 차운하다.
康俗遺居萬疊山 만 겹으로 중첩된 산에 광속의 유거가 있으니,
高垂鐵鏁詎容攀 높이 드리운 쇠사슬로도 어찌 잡고 오를 수 있으랴?
靑鞋布襪非公事 푸른 신발, 베 버선은 공사가 아니나,
古木寒泉要我閑 옛 나무, 찬 샘은 나를 한가하게 하네.
51. 伏蒙某官寵示 和陶見寄舊作 伏讀歎仰 又感知待期許之意 蓋非一日率易次韻 少見謝臆 伏惟矜憐 有以敎之
모관이 은혜롭게 도연명이 보내 준 시에 화운한 옛 작품을 보여주심을 입고 엎드려 읽음에 감탄하고 우르렀습니다. 또 알아주고 대우해주며 인정해 주신 뜻에 감격하였으나 대개 하루 만에 경솔하게 차운할 수 없었습니다. 조금 감사의 마음을 보이니 엎드려 바라건대, 어여삐 여기시어 가르침을 주십시오.
吾公抱經濟 그대는 세상을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함에 포부를 두었으니
軒冕非所欣 높은 벼슬은 기뻐하는 바가 아니었네.
向來淸禁闥 이전에는 궁궐을 맑게 하였으나,
本自山林人 본래는 스스로 산림의 사람이었네.
浩歌歸去來 귀거래사를 호탕하게 부르나,
神交邈何因 정신으로 교제함은 멀리 무엇으로 인할까?
一朝脫冠去 하루아침에 벼슬을 버리고 떠나가니,
妙境聊同臻 오묘한 경치에 애오로지 함께 이르네.
謂予雖後來 나를 비록 후진이라고 말하나,
臭味亦有聞 인품은 또한 들음이 있었네.
賡詞久見屬 차운한 작품을 오래 동안 보내지 못하여,
重以告語勤 아뢰는 말이 부지런함으로 거듭하네.
荒寒想高風 거칠고 한미함에 높은 풍모를 생각하니,
令人思無隣 사람으로 하여금 이웃이 없음을 생각게 하네.
甘棠矧在此 감당이 하물며 이곳에 있어,
躑躅晴湖濱 맑은 호수 가에서 머뭇거림에랴?
52. 贈于盛二生 우성의 두 선비에게 드림
昔日豊城劒 지난날 풍성의 보검,
寒光射斗牛 차가운 빛을 두우 간에 쏘더니,
江山餘秀傑 강산에는 빼어난 인재 남아돌고,
人物尙風流 인물들은 풍류 숭상하네.
二妙今安匹 두 신묘한 인재 이제 어디서 필적하리오?
孤帆各倦游 외로운 돛단배는 각기 유랑에 지쳤다네.
還家問師友 집으로 돌아가 스승이며 벗들에게 물어보니,
折節慕前修 절조를 굽혀 옛 군자 흠모하였다 하네.
53. 秋日告病齋居 奉懷黃子厚劉平父 及山間諸兄友
가을날 병으로 휴직하여 재계하고 있으면서 黃子厚 劉平父 및 산의 여러 벗들을 그리워하다
出山今幾時 산을 떠나온 지 지금 얼마나 되었는지,
忽忽歲再秋 어느덧 계절은 다시 가을이네.
江湖豈不永 강호(세상)는 어찌 영구하지 않으리?
我興終悠悠 나의 흥도 아득하니 끝이 없네.
況復逢旱魃 하물며 다시 가뭄을 당하여,
農畝無餘收 밭에는 수확할 것이 없네.
赤子亦何辜 백성들 또 무슨 죄 있나,
黃屋勞深憂 천자께선 애쓰시고 근심 깊으시네.
而我忝朝寄 그러나 나는 조정의 위임을 맡게 되니,
政荒積愆尤 흉년의 백성 보살핌 죄만 더욱 쌓이네.
懷痾臥空閣 병들어 텅 빈 집에 누워 있으니,
惻愴增綢繆 비통함 더욱 얽혀드네.
東南望故山 동남쪽으로 옛 산을 바라보니
上有玄煙浮 위에는 현묘한 놀이 떠있네.
平生采芝侶 평소 지초 캐는 은자의 벗이었으나
寂寞今焉儔 적막하니 지금은 누구를 짝할까?
朝遊雲峰巓 아침에 구름 낀 봉우리에서 노닐고,
夕宿寒巖幽 저녁엔 차가운 바위의 그윽한 곳에서 잠자네.
爲我泛瑤瑟 나를 위하여 요슬을 띄워놓고
泠然發淸謳 서늘히 맑은 노래를 부르네.
裂牋寄晨風 편지를 찢어 새벽바람에 부치니,
問我君何求 나에게 묻기를, 그대는 무엇을 구하는가?
洪濤捩君柁 큰 파도가 그대의 키를 비틀고,
狹硤摧君輈 좁은 길을 임금의 끌채를 꺾네.
君還若不早 그대가 돌아옴이 만약 이르지 않다면,
無乃非良謀 좋은 계책이 아닌 게 아닌가?
再拜謝故人 두 번 절하고 친구와 이별하니,
低徊更包羞 배회함에 더욱 부끄러움이 쌓이네.
桂華幸未歇 계수나무 꽃이 다행히 떨어지지 않았다면,
去矣從公游 가서 그대와 함께 노니리라.
54. 夜坐有感 밤에 앉아 있음에 느낌이 있어
秋堂天氣淸 가을 당에 기온이 맑은데,
坐久寒露滴 오래 앉아 있으니 찬 이슬이 맺히네.
幽獨不自憐 그윽이 홀로 있음을 스스로 불쌍히 여기지 않으나
玆心竟誰識 이런 마음을 끝내 누가 알리오?
讀書久已懶 글 읽는 것은 오래전에 이미 게을러졌고,
理郡更無術 군을 다스리는 것도 다시 방법이 없네.
獨有憂世心 홀로 세상을 근심하는 마음이 있어
寒燈共蕭瑟 차가운 등불에 슬슬한 비파를 함께 하네.
55~56. 讀諸友遊山詩卷 不容盡和 和首尾兩篇 여러 벗들이 쓴 산을 유람하고 쓴 시축들을 읽고 다 화답하지 못하고 첫머리와 끝의 두 편에만 화답함
55
去年尋得李家山 지난해 이가산을 찾아서,
考卜眞成屋數間 실로 몇 칸의 집을 짓고자 하였네.
要與靑衿時散帙 때로 선비들과 어울려 책을 읽고,
閑臨碧澗共觀瀾 한가로이 푸른 냇가에 임하여 함께 물결을 보고 싶었네.
詩書本說人間事 시서는 본래 인간사를 말하고,
勳業休看鏡裏顔 훈업은 거울 속의 얼굴 보지 않는 것.
誰識寥寥千古意 누가 아득한 천고의 깊은 뜻을 알리오?
新詩題罷蘚痕斑 새 시 다 지으니 깎은 흔적으로 얼룩져 있네.
56
向來結友尋明山 요즘 벗을 맺어 명산을 찾음에,
下窮絶壑高危顚 아래로는 끊어진 골짜기를 다하고 우뚝한 산꼭대기도 올랐네.
胡爲一旦墮塵網 어찌 하여 하루아침에 티끌 그물에 떨어지게 되었나?
五老在望心茫然 오로봉이 바라보이니 마음이 아득하네.
靑牛底處有行迹 푸른 소는 어느 곳에 행적을 남겼던가?
白鹿幾時同正員 백록은 어느 때나 정원을 함께할까?
淸遊帶雨想幽絶 맑은 노닒에 비 내려도 그윽한 절경을 생각하니,
妙處只恐詩中傳 묘처는 다만 시에서나 전할까 두렵네.
57. 戱贈勝私老友 장난삼아 늙은 벗인 진승사에게 주다.
槐花黃盡不關渠 홰나무 꽃이 누렇게 떨어진 들 그에게 관계없으니,
老向功名意自疎 늙어 감에 공명도 의도적으로 스스로 멀리하네.
乞得山田三百畝 산전 300묘를 요청하여,
靑燈徹夜課農書 푸른 등을 켜고 밤새도록 농서를 짓네.
승사의 선친 시강께서는 일찍이 농서 세 권을 지은 적이 있다 勝私先侍講嘗著農書三卷
58. 代勝私下一轉語 승사를 대신하여 충고의 말을 하다
碓下泉鳴溜決渠 물레방아 아래는 물이 시내로 콸콸 흐르고,
屋頭桑樹綠扶疏 집 앞의 뽕나무는 푸르고도 무성하네.
朱虛正自知田事 주허는 바로 스스로 농사일 아는데,
馬服何妨讀父書 마복은 어찌 부친이 전한 책 읽기를 꺼리는가?
59. 和戴主簿韻 대 주부의 시에 화운하다.
平生本自好樓居 평소 본디 스스로 은거하기를 좋아하였으니,
況接高人永晝餘 하물며 고인을 길고 긴 한 낮의 여가에 만났음에랴?
共喜江山入尊俎 함께 강과 산을 즐기며 술자리에 들어,
從敎幕府省文書 막부에사 가르침을 받아 문서를 빠트리네.
感君肯出新詩句 그대가 새로운 시구를 기꺼이 보내줌에 감격하였으나,
恨我終思舊草廬 나는 끝내 옛날 초려를 생각함이 한스럽네.
擬借韋編訂龍馬 마의역설에 의지하여 하도 낙서를 교정하고자 하고,
免推納甲話蟾蜍 납갑을 미루어 달을 말하는 것을 면하려 하네.
대주부는 일찍이 마의역설을 짓고서, 스스로 이인에게서 얻었노라고 말했다 戴嘗有麻衣易說, 自以爲得之異人云
60~61. 次沈侍郞游楞伽李氏山房韻 심시랑이 능가 이씨 산방에서 노닌 시에 차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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喜陪後騎陟崔嵬 뒤따르는 말로 기쁘게 모시고 높고 험한 산을 오르니,
竹裏泉鳴古寺開 대나무 사이 샘이 흐르는 곳에 옛 절이 있네.
吟罷蘇仙頭白句 소동파의 「머리가 희다」란 시구를 읊조리길 마치니,
天風更送好詩來 천풍이 다시 좋은 시구를 날려 보내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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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聰已許一言悟 타고난 총명함은 이미 말 한마디로 깨달음을 허여하였으나,
年少懸知萬卷開 나이 젊은데 만권을 책을 읽어야 함을 알았네.
珍重當時讀書處 진중한 당시 독서하던 곳에,
低回空有後人來 배회하며 부질없이 후인들만 오네.
62~75. 奉同尤延之提擧 廬山雜詠十四篇 받들어 우연지 제거와 함께 여산잡영 14편
62 白鹿洞書院 백록동 서원
군 성의 동북쪽 십 오리 지점에 있다. 일이 기문에 보인다 在郡城東北十五里. 事見記文
昔人讀書地 옛 사람이 독서하던 곳이,
町疃白鹿場 백록이 뛰노는 마당이 되었네.
世道有升降 세도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으니,
玆焉更表章 이에 다시 드러나 빛나게 되었네.
矧今中興年 하물며 지금은 주흥의 시대이니
治具一以張 다스림의 조치가 한결 같이 펼쳐지네.
絃歌獨不嗣 현가가 유독 이어지지 않았으니
山水無輝光 산수에는 광채가 없구나.
荒榛適剪除 거친 가시나무 숲을 마침 베어서 제거하니,
聖謨已汪洋 황제의 계획이 이미 넓고도 아득하네.
亦有皇華使 또한 황화사가 있어
肯來登此堂 기꺼이 와서 이 당에 오르네.
問俗良懇惻 시속을 묻고는 진실로 간절히 슬퍼하였으며,
懷賢增慨慷 어진 이를 그리워함에 더욱 강개하였네.
雅歌有餘韻 아가는 여운이 있으니,
絶學何能忘 끊어진 학문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63 折桂院黃雲觀 절계원의 황운관
서원의 동북쪽 오리지점에 있다. 절계원의 뒤에 정자를 짓고 이백의 누런 구름 만리나 뻗어 바람의 색을 움직이네라는 구절을 취하여 이름으로 삼았다 在書院東北五里. 院後作亭, 取李白黃雲萬里動風色之句 名之
城中東北望 성에서 동북쪽으로 바라보니,
五老何蒼蒼 오로봉은 어찌 그리도 푸른가?
下有前朝寺 아래에 전 왕조의 절이 있으니,
一原頗深藏 같은 언덕에 자못 깊이 감추어져 있네.
門前林澗幽 문 앞 숲 사이의 산골 물은 그윽하고,
屋後雲木荒 집 뒤 구름 사이의 나무는 거치네.
閑窓亦明潔 한가한 창도 또한 밝고 깨끗하니,
著此瑞錦張 이곳에 상서로운 비단이 펼쳐져 있네.
승방에 서향화가 있다. 僧房有瑞香花
更能理枯笻 다시 마른 지팡이를 짚을 수 있어,
步上林北岡 상림의 북쪽 등성으로 걸어가네.
仰視天宇闊 하늘의 광활함을 우러러 보고,
俯瞰江流長 강물이 길게 흐름을 내려다보네.
곧 황운관을 말한다. 卽黃雲觀
受書彼何人 책을 받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姓字不足詳 성명이 자세하지 않구나.
竹帛有遺臭 죽백에 아름다운 명성이 있으니,
桂樹徒芬芳 계수나무도 한갓 아름답기만 하네.
이봉길이 일찍이 이 전계원에서 공부를 하고 나가서 과거에 급제하였으므로 이름을 얻게 되었다 李逢吉嘗讀書此院, 去而登第, 以故得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