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7
1. 왕무공의 ‘서울에 있으면서 고향을 생각하여 고향 사람을 보면 묻는다’는 시에 답하다. 答王無功在京思故園見鄕人問
王詩云, 旅泊多年歲 老去不知廻 忽逢門外客 道發故鄕來 斂眉俱握手 破涕共銜杯 慇懃訪朋舊 屈曲問童孩 衰宗多弟姪 若箇賞池臺 舊園今在否 新樹也應栽 柳行疎密布 茅齋寬窄裁 經移何處竹 別種幾株梅 渠當無絶水 石計總生苔 院果誰先熟 林花那後開 羈心秪欲問 爲報不須猜 行當驅下澤 去剪故田萊
왕무공의 시는 다음과 같다.
떠돌아 다닌지 여러 해에
늙은 몸으로 돌아갈 줄 모르네
문득 문밖에서 객을 만나니
고향에서 왔다고 하네
이맛살을 찌푸리며 함께 악수하고
눈물을 닦고 같이 술을 마시네.
은근히 옛벗을 방문하여
자세히 아이들 소식을 물었네
쇠미한 집안에 자제들이 많으나
몇 사람이나 연못과 누대를 감상하는가?
옛 동산은 지금도 남아 있는가?
새로운 나무도 마땅히 심어야겠지.
버드나무 줄은 성글거나 빽빽하게 늘어섰고
띠풀로 엮은 집은 넓기도 하고 좁기도 하네.
이미 어느 곳에서 대나무 옮겨 심었고
별도로 몇 그루의 매화나무로 심었네.
도랑은 마땅히 물이 끊기지 않았을 테고
돌은 생각건대 모두 이끼가 끼었겠지
뜰의 과일은 어떤 것이 먼저 익으며,
숲의 꽃은 어느 것이 나중에 피는가?
나그네 마음으로 다만 묻고자 하는 것이니
대답하기를 싫어하지 마시게
떠날 때는 마땅히 하택거를 몰아
옛 정원의 잡초를 베어내시게.
我從銅川來 내가 동천에서 와서
見子上京客 수도의 나그네인 그대를 만났네
問我故鄕事 나에게 고향의 일을 물었으나
慰子羈旅色 그대에게 나그네의 피곤한 안색을 위로하였네
子問我所知 그대는 내가 알고 있는 바를 물었으나
我對子應識 나는 그대가 응당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하였네
朋遊總彊健 친구들은 모두 건강하며
童稚各長成 아이들은 각각 성장하였네
華宗盛文史 번성한 가문에는 문사에 뛰어난 이 많고
連牆富池亭 담장이 맞닿은 이웃에는 못과 정자가 많네
獨子園最古 오직 그대의 정원이 가장 오래 되어
舊林間新坰 옛 숲에는 새로운 들이 생겼네
柳行隨堤布 버드나무 줄은 둑을 따라 펼쳐졌고
茅齋看地形 띠 집은 지형을 보여주네
竹從去年移 대나무는 지난해부터 옮겨 심었고
梅是今年榮 매화는 올해에 한창 꽃이 피었네
渠水經夏響 도랑의 물은 여름을 지나는 동안 흘렀고
石苔終歲靑 돌의 이끼는 한 해가 저물도록 푸르렀네.
院果早晩熟 집안의 과일은 일찍 일고 늦게 익는 것 있으며
林花先後明 숲의 꽃은 먼저 피고 나중 피는 것 있다네.
語罷相歎息 말이 끝나자 서로 탄식하니
浩然起深情 호연히 깊은 시름이 일어나네
歸哉且五斗 돌아가시게, 오두선생이여,
餉子東皐耕 예전에 밭갈던 동고로.
2. 오무실을 전송하다 送吳茂實
朝市令人昏 번화한 도시는 사람을 어리석게 하며
山林使人傲 산림은 사람을 오만하게 하네
誰知昏傲兩俱非 누가 알리오, 어리석음과 오만함이 모두 그릇된 것이나
但說山林是高蹈 다만 산림을 말하는 것이 더욱 고상한 것임을
34. 오언시로 받들어 강남 막부를 전송하다. 두 수 短句奉迎荊南幕府二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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雄藩荊楚地 웅장한 번진인 형초 지방은
自古國西門 자고로 나라의 서쪽 관문이었네
客有籌邊略 객 중에 주변루를 지은 이덕유 같은 지략가가 있으니
人知幕府尊 사람들이 막부의 존귀함을 아네
時平烽燧冷 시대가 평화로워 봉화 올릴 일 없고
事省笑談溫 직무가 덜어지니 담소가 봄기운처럼 온화하네
宛洛何年向 완락은 어느 때나 공격하여
奇功要一論 기이한 공을 한 번 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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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府資長算 막부는 뛰어난 계략가에게 의지하였으나
家山輟勝遊 가산에는 명승지 유람을 그만 두었네
故人千里別 옛 친구 천리 먼 곳에서 이별하고
歸騎兩年秋 말타고 돌아온 지 2년이 되었네
弔古寧忘恨 옛 일을 위로한들 어찌 한스러움도 잊으랴만
開尊且破愁 술을 여니 짐짓 근심이 사라지네
相思欲回首 그대가 생각나면 고개 돌려 보고자 하여
但上曲江樓 다만 곡강루에 오르네
장경부가 이 누대를 지었는데, 내가 그를 위해 기문을 적었다. 張敬夫作此樓, 熹爲之記
5. 조군 택이 거문고를 가지고 술을 싣고 찾아와서 운자를 나누었는데 금자를 얻었다. 趙君澤携琴載酒見訪, 分韻得琴字
山城夜寥闃 산성의 밤은 쓸쓸하고 적막하며
虛堂杳沈沈 텅 빈 집은 아득하고 그윽하네
王孫有高趣 왕손은 높은 의취가 있어
挈榼來相尋 술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네
喜玆煩抱舒 기뻐하면서 어지러운 회포를 푸니
未覺杯酒深 나도 모르게 술에 깊이 취하네
一爲塵外想 한 잔 술에 세속 밖의 이상향을 생각하고
再撫丘中琴 두 잔 술에 구중의 거문고를 어루만지네
餘音殷雷動 여음이 큰 우레 소리처럼 울리고
爽籟悲龍吟 상쾌한 바람 소리 슬픈 용의 신음같네
寄謝箏笛耳 답례할 것은 아쟁과 피리 뿐이니
寧知山水音 어찌 산수의 소리를 알리오.
67. 유양 이씨의 유경각에 제목을 붙이다. 寄題瀏陽李氏遺經閣二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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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翁無物與孫兒 늙은이 자손에게 물려줄 재산은 없으나
樓上牙籤滿架垂 누각의 서적들이 시렁에 가득하네
更得南湖親囑付 다시 남호 장식에게 친히 부탁하였으니
歸來端的有餘師 장식이 오면 진실로 여사가 있으리라
남호는 장식(張栻)의 서원이다 南湖, 張敬夫書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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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書不見行間墨 독서는 행간의 글자만 보지 말아야
始識當年敎外心 비로소 당시에 가르침 외에 전하는 마음의 묘미를 알리라.
箇是儂家眞寶藏 이것은 우리 집안의 참된 보물이니
不應猶羨滿籝金 바구니에 가득 찬 황금을 부러워할 필요 없다네
8. 정덕휘의 유연당에 쓰다 題鄭德輝悠然堂
高人結屋亂雲邊, 고아한 사람 어지러운 구름 가에 집을 지으니
直面群峰勢接連. 여러 봉우리와 마주보고 있으니 형세가 맞닿을 듯하네.
車馬不來眞避俗, 찾아오는 수레나 말이 없으니 진실로 세속을 피하였고
簞瓢可樂便忘年. 단사표음의 가난함도 즐길 수 있으니 나이도 잊겠네
移笻綠幄成三徑, 푸른 장막으로 지팡이를 옮기니 삼경이 이루어졌고
回首黃塵自一川. 세속으로 머리 돌려 보니 한 줄기 시냇물만 절로 흐르네
認得淵明千古意, 도연명의 천고의 뜻을 알 수 있으니
南山經雨更蒼然. 남산이 비온 뒤에 더욱 푸르네.
910. 장계 임일학 수재가 머리 깎고 중이 되려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 여러 현인들의 시집을 보여주고 인하여 그 뒤에 쓰다. 두 수 長溪林一鶚秀才有落髮之願示及諸賢詩卷, 因題其後二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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聞說當機百念休 기미를 당할 때마다 온갖 잡념을 끊어버린다는 설을 들으니
區區何更苦營求 구구하게 어찌하여 다시 괴롭게 끊으려 노력하는가
早知名敎無窮樂 일찍이 알았노니, 명교에는 무궁한 즐거움이 있고
陋巷簞瓢也自由 누추한 거리의 가난한 삶에도 자유가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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貧里煩君特地過 가난한 거리가 그대를 괴롭힘이 특별히 심하였으나
金幱誰與換魚簑 금색 가사를 누가 도롱이와 바꾸어 주겠는가
它年雲水經行遍 훗날 바람따라 물따라 두루 돌아다니리니
佛法元來本不多 불법은 원래 많은 것이 아니라네.
1112. 德和 아우가 婺源으로 돌아감에 전송하다, 두 수 送德和弟歸婺源二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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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舍辛勤觸熱來 먼 길을 고생 끝에 더위를 무릅쓰고 왔으나
琴書曾未拂塵埃 거문고와 잡서는 일찍이 먼지를 턴 적이 없네.
秋風何事催歸興 가을 바람 무슨 일로 돌아갈 마음 재촉하는가
步出閩山黃葉堆 민산을 걸어 나오니 누런 낙엽 쌓여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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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年寂寞抱遺經 십년동안 쓸쓸히 경서 끌어 안았으나,
聖路悠悠不計程 성현의 길 아득하여 여정을 헤아릴 수 없네.
悞子南來却空去 그대 속여 남으로 오게 하고는 오히려 소득없이 보내나,
但將迂闊話平生 다만 우활한 이상으로 평소의 생각을 말하였네.
13. 중진 존형이 대책을 올려 남궁에서 고향으로 돌아옴에 문득 짧은 시를 지어 전별 잔치에서 주다
仲縝尊兄對策南宮相顧田舍, 輒賦小詩, 攀餞行李
三徑荒凉獨掩門 삼경은 황폐해져 홀로 문을 닫으니
故人車馬過相存 옛 친구의 거마만 찾아와 안부를 묻네
長安此去無千里 장안은 여기에서 천리길도 안되니
濁酒何妨盡一尊 탁주 한 동이를 다 마신들 거리낄게 무엇이랴
共說淵源非曩日 함께 학문의 연원을 논함에 지난날과 달라
好披肝膽奉明恩 즐거이 마음을 열고 임금님의 은혜를 받드네.
不辭妄竊仁人號 망령되이 어진 사람이라는 호칭을 훔치기를 사양하지 않고
執手臨岐敢贈言 손을 잡고 갈림길에 이르러 감히 충고의 말을 주네
14. 분수포의 벽에 조중진이 지어 남긴 20자의 시를 읽고 장난삼아 그 뒤에 붙임 分水舖壁間讀趙仲縝留題二十字戱續其後
水流無彼此 물의 흐름은 피차가 없으나
地勢有西東 땅의 형세는 동서의 구별이 있네.
若識分時異 만약 나누어 질 때에 달라짐을 안다면,
方知合處同 비로소 합치는 곳이 같음도 알리라.
보는 사람은 명쾌한 가르침의 말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觀者請下一轉語
1516. 유명원, 송자비의 반초은시의 운을 차운하다. 두 수 次劉明遠宋子飛反招隱韻二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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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生留落歲時多 선생은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지 여러 해가 되었으나
氣湧如山不易磨 산과 같이 우뚝한 기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네
却學幽人陶靖節 도리어 은둔한 도연명을 본받으니
正緣三徑起絃歌 바로 삼경은 현가로 마련했기 때문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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榮醜窮通祗偶然 영화로움와 추함, 곤궁함과 통달함은 다만 우연이니
未妨閒共聳吟肩 거리낄 것 없이 한가로이 서로 어깨를 들썩이며 읊조리네.
君能觸處眞齊物 그대는 가는 곳마다 진실로 사물을 동등하게 대할 수 있고
我亦平生不怨天 나도 또한 지금까지 하늘을 원망하지 않았네.
17. 사주보가 광지방으로 들어감을 전송하다.送謝周輔入廣
夫君壯節與奇謀 그대의 씩씩한 절개와 기이한 계책으로
屈首微官世所羞 미관말직에게 머리를 숙임은 세상 사람들이 부끄러워하는 바일세
攬轡未妨聊矍鑠 훌륭한 정치를 하러 떠나는 데는 늙은 것이 거리낄 것 없고
賦詩直爲寫離憂 시를 짓는 것은 다만 근심을 쏟아 내기 위함이네
蒼茫嶺海三年別 푸른 산과 망망한 바다로 이별한 지 3년
珍重親朋幾日留 진중한 친구여, 며칠만 머물러주게.
滿意分攜一盃酒 마음에 차면 각기 한 잔 술을 가지고
登山臨水不能休 산에 오르고 물가에 다다라 쉴 수가 없네
18. 역락원 운에 화운하다. 和亦樂園韻
莫笑君家五畝園 그대 집에 오무원이 있다고 웃지 마오
要須胸次亦平寬 마음 속에 또한 평화로움이 있어야 하리
坐間花柳陰初合 좌석 사이의 꽃과 버들은 그늘이 비로소 한창이고
望外山河勢若蟠 시야 밖의 산과 강은 형세가 서린 듯하네.
把酒儘誇雙鬢綠 술 잔 들고 진실로 두 귀밑 머리 검은 것을 자랑하고
擊鮮爭見兩輪丹 신선한 고기 잡고 다투어 귀함을 다투네.
隣翁未到心先識 이웃의 노인이 오기도 전에 마음으로 미리 알고
更喜詩筒得細觀 다시 기쁘게 시통에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네/////
1920. 같은 각운자를 써서 유중항이 죽순을 보내준 데 사례함. 두 수 次韻謝劉仲行惠筍二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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誰寄寒林新斸筍 누가 차가운 숲속의 새로 쪼은 죽순을 보내었던고?
開奩喜見白差差 향상자 열고 들쭉날쭉 쌓인 하얀 죽순 즐거이 보네.
知君調我酸寒甚 알겠네, 내 가난에 찌들어,
不是封侯食肉姿 제후에 봉해져 고기먹을 자질 아님을 조롱하는 것을.
20
君詩高處古無師 그대의 시의 고매한 곳은 본디 스승에게 배운 것이 아니니
島瘦郊寒詎足差 가도 야위었고 맹교 추웠다는 말과 어이 족히 다르리오?
縛得獰龍幷寄我 영맹한 용을 묶어 아울러 시를 내게 부쳐오니,
句中仍喜見雄姿 글귀 속에 또한 씩씩한 모습 보임을 즐거워하네.
21. 계통의 운을 차운하여 범강후에게 보내다.次季通韻贈范康侯
朝霜逼凋梅 아침 서리는 시든 매화를 핍박하고
夕露忽團菊 저녁 이슬은 문득 국화에 방울지네
百年風雨過 백년의 풍상을 겪었으니
宜笑不宜哭 웃을만하고 곡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도다.
口川失自防 말조심하는 것을 스스로 실패하였으니
心兵幾回觸 마음 속에서 몇 번이나 부딪쳤던고.
年來身老大 근래에 몸은 늙고 살이 찌니
甘此跨下辱 가랑이 사이를 지나는 치욕도 달게 받네
永謝五鼎烹 영원히 오정의 형벌을 사양하고
聊寄一瓢足 애오라지 단사표음의 가난한 삶에도 만족하네
雖慙龍蟠泥 비록 용이 진흙에 숨어 있는 것을 부끄러워하나
肯羨鶯出谷 어찌 꾀꼬리가 골짜기에서 나오는 것을 부러워하리.
適意超混茫 뜻에 맞으니 혼망함을 초탈하겠고
放情遺結束 마음을 놓으니 결속함도 버려버렸네
俯仰天壤間 천지간의 이치를 자세히 살펴보니
靜勝惟我獨 고요함이 낫다는 것은 오직 나 홀로 알았네
蒼蒼有心栢 푸르고 푸르러 측백나무의 심이 있고
落落無瑕玉 낙락하여 옥의 흠은 없다네
年紀尙無聞 나이는 아직 4,50이니
頭顱豈須卜 흉대 찬 높은 벼슬을 어찌 바랄 필요 있으랴
22. 장명부와 함께 능풍정에 올라 한무구를 생각함 同張明府登凌風亭懷韓無咎
日夕和風至 저녁 무렵 온화한 바람 불어오고,
西山淡無姿 서산은 희미하여 자태 보이지 않네.
危亭極遠眺 높은 정자에서는 아주 멀리까지 볼 수 있으니,
勝處良在玆 빼어난 곳 바로 이곳이라네.
憶昔韓令尹 지난날의 영윤 한원길 생각하여보니
靑雲乃心期 청운의 높은 기상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네.
鞿羈不得聘 고삐와 굴레에 묶이어 달릴 수 없어,
發此胸中奇 가슴속 기이함을 이곳에다 폈다네.
前瞻千仞岡 앞으로는 천 길이나 높은 언덕 쳐다보이고,
俯視萬頃陂 아래로는 한없이 넓은 못 굽어보이네.
神襟一以曠 흉금 이렇게 넓으니,
我志浩渺瀰 내 뜻 끝없이 넓다네.
飛車越滄浪 나는 수레로 푸른 물결을 넘어서니,
天風振裳衣 하늘의 바람 옷깃을 휘날리네.
懷哉此焉薄 이를 생각하니 야속하구나,
問訊無邊辭 심정을 말하려면 끝이 없으리.
今公豈不佳 지금 공 어찌 아름답지 않을손가?
宮商似前徽 음조 전인의 미덕 같다네.
相携岸晩幘 서로 끌며 두건 벗고 저녁길 산책하며,
共此長相思 함께 여기서 그리워하네.
23. 왕재의 입춘일 대설 운에 차운하여 次王宰立春日大雪韻
是身已分老菟裘 이몸이 이미 늙어 물러나 은둔함이 분수에 맞으니
肯爲春回作許愁 봄이 돌아왔다 하여 이런 근심이 생겨나겠는가
偶去尋芳朝信馬 우연히 꽃을 찾아 아침에 말이 가는데로 맡겨두었다가
却來踏雪夜驅牛 도리어 돌아와 눈을 밟으러 밤에 소를 모네.
鋪筵不見小垂手 잔치 자리에는 소수수의 춤 볼 수 없고
聯句空慙高結喉 한유의 연구에서는 헛되어 불룩한 목젖을 부끄러워하였네.
更約桃花紅浪暖 다시 붉은 복사꽃 피는 봄날을 기약하며
却陪履舃上蘭舟 도리어 신반을 받들고 난주에 오르네.
24. 왕재시의 운을 다시 차운하다. 再次王宰韻
相隨到處一羊裘 서로 어울려 다니던 곳 모두 은둔처이니
況有澄江散客愁 더욱이 맑은 강이 있어 나그네 시름을 흩어주네.
且看跳魚幷集鳥 또 뛰는 물고기와 모이는 새들을 보고
莫思去馬與來牛 가는 말과 오는 소를 분별하지 마시게.
歡情往日空回首 지난 날 기쁜 정을 부질없이 생각하니
酒味今年不下喉 맛난 술도 오늘은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구료.
只待兩公高宴罷 다만 두 공의 고아한 잔치가 끝나기만 기다려
却携茶鼎上漁舟 도리어 차 솥을 가지고 고깃배에 오르네
25. 입궐하는 장언보를 전송하다. 送張彦輔赴闕
執手何草草 손을 잡고 이별함이 어찌 바쁜가
送君千里道 그대를 천리 먼 곳으로 보네네
君行入脩門 그대가 수도로 들어가거든
披膽謁至尊 충심을 다하여 지존을 배알하게
問君此去談何事 묻노니 이번에 떠나면 무슨 일을 말할텐가
袖有諫書三萬字 소매에 간서 3만자가 있는가
明堂封禪不要論 명당과 봉선은 논할 필요 없으며
智名勇功非所敦 지명과 용공도 힘쓸 바가 아닐세
願言中興聖天子 원하노니, 중흥의 성천자는
修政攘夷從此始 정치를 닦고 오랑캐를 물리침은 이로부터 시작하시길
深仁大義天與通 깊은 어짊과 큰 의리는 하늘과 통하였고
農桑萬里長春風 농사 짓는 넓은 들은 항상 봄바람이네
朝綱淸夷軍律擧 조정의 기강이 서 태평하고 군율이 엄하니
邊屯不驚臥哮虎 변방에 전쟁이 없으니 포효하는 호랑이가 누워있네
一朝決策向中原 하루 아침에 정책을 결정하여 중원으로 향하니
著鞭寧許他人先 채찍을 잡고 시작한 것은 이와 같으나 남이 먼저 나아가네.
26. 천호 사을장 앉은 자리에서 매화를 감상하다가 시를 지어 유충보와 평보가 예장으로 떠나는 것을 전송함 天湖四乙丈坐間賞梅 作送劉充甫平甫如豫章
竹外橫枝老屈盤 대나무 밖의 뻗은 매화가지 늙어 구불구불하고
冰壺遙夜玉窓寒 차가운 달은 긴밤에 옥창에 차갑게 비치네.
兩公明日江南路 두 분이 내일 강남으로 떠나는 길에
雪後園林子細看 눈온 뒤 뜰의 숲을 자세히 보게나
2728. 나종약의 영전에 곡함. 두 수 哭羅宗約二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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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閣論心地 강가의 누각에서 마음의 본바탕 논하였는데,
重來感慨多 다시 이곳에 오니 감개 무량합니다.
故人今已矣 고인께서는 지금 세상 뜨셨으니,
此道竟如何 이 성학의 도리 결국 어떻게 하나요?
但使窮新得 다만 궁구하여 새로운 뜻 얻게 된다면,
終當訂舊訛 끝내는 옛날의 잘못됨을 바로 잡게 되겠지요.
話言雖永隔 말은 비록 영원히 결별하였다지만,
吾欲問滄波 저는 푸른 파도에 묻고 싶습니다.
28
行義追前輩 의리를 실천하여 전대의 현인을 추모하여
孤風凜一生 고고한 풍격으로 일생을 늠름히 살았네
子平婚嫁了 자평은 자녀들의 혼인을 마쳤고
元亮去留輕 도연명은 떠나고 머무름을 가벼이 여겼네
涪萬無歸棹 부와 만으로 돌아갈 배가 없고
嚴揚有舊盟 엄군평과 양자운은 옛 맹세가 있었네
空令同社客 부질 없이 뜻을 같이 한 모임의 친구로 하여금
生死痛交情 삶과 죽음의 갈림에서 우정을 애통케 하네
29. 미우인의 그림에 제하다. 題米元暉畵
楚山直叢叢 초산은 우뚝히 모여 있고
木落秋雲起 나무는 쇠락한데 가을바람 일어나네
向晩一登臺 저물녘에 한 번 대에 오르니
滄江日千里 푸른 강이 날마다 천리에 펼쳐지네
3034. 유씨 산관의 벽에 그려진 사시의 물경을 보니 각각 깊은 의취가 있어, 이로 인하여 6언시 1절을 짓고 다시 그 구절들로 제목을 삼아 오언시 네 수를 짓다.觀劉氏山館壁間所畵四時景物 各有深趣, 因爲六言一絶, 復以其句爲題 作五言四詠
30
絶壑雲浮冉冉 끊어진 골자기에 구름은 유유히 떠있고
層巖日隱重重 층층 쌓인 바위에 해는 져서 어둑어둑하네
釋子巖中宴坐 부처는 바위 사이에 편안히 앉았는데
行人雪裏迷蹤 나그네는 눈 속에서 자취를 헤매네
31
頭上山洩雲 상면에는 산이 구름을 쏟아내고
脚下雲迷樹 하면에는 구름이 나무를 가리웠네
不知春淺深 봄이 얕은지 깊은지는 알지 못하겠고,
但見雲來去 보이느니 구름만 오락가락할 뿐이라네.
32
夕陽在西峯 석양은 서쪽 봉우리에 있고,
晩谷背南嶺 저녁 골짜기는 남쪽 재를 지고 있네.
煩鬱未渠央 번거롭고 울적한 심사 갑자기 없앨 수 없어
佇玆淸夜景 맑은 밤 경치를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있네
33
淸秋氣蕭瑟 맑은 가을 기운 소슬한데,
遙夜水崩奔 아득한 밤에 물결이 부딪치네.
自了巖中趣 절로 바위구멍 속의 흥취 알리니,
無人可共論 더불어 의논할 사람 없네.
34
悲風號萬竅 슬픈 바람이 온갖 구멍을 울리고
密雪變千林 빽빽이 내리는 눈이 온 숲을 변화시키네
匹馬關山路 말 한 필로 산 길을 넘어가니
誰知客子心 누가 나그네 마음 알리요.
3539. 축효우의 그림 두루마리를 보고 6언시 1절을 짓고 다시 그 구절들로 제목을 삼아 오언시 4수를 지었다.觀祝孝友畵卷爲賦六言一絶復以其句爲題作五言四詠
35
春曉雲山烟樹 봄날 새벽, 산에는 구름 덮히고 나무에 노을 지며
炎天雨壑風林 찔 듯한 여름, 골짜기에 비내리고 숲에 바람부네
江閣月臨靜夜 강가의 누각에 달빛 비치는 고요한 밤
溪橋雪擁寒襟 시냇가 다리에 눈이 내려 차가운 옷깃을 여미네
36
天邊雲繞山 하늘가는 구름이 산을 에워쌌고
江上烟迷樹 강가에는 노을이 나무를 가리웠네
不向曉來看 새벽이 될 때 보러 오지 않는다면
詎知重疊數 누가 여러겹으로 충첩된 줄을 알겠는가
37
炎蒸無處逃 찔 듯한 더위는 피할 곳이 없는데
亭午轉歊赩 정오에는 더욱 열기가 뜨겁네
萬壑一奔傾 온갖 골짜기에 한 번 빗물이 내달리면
千林共蕭瑟 온 숲이 함께 쓸쓸하리라
38
草閣臨無地 초각은 높은 곳에 임해 있고
江空秋月寒 강에 사람이 없으니 가을 달이 차갑구나
亦知奇絶景 또한 알겠노니, 기이한 절경은
未必要人看 반드시 사람에게 보게 할 필요는 없음을
39
茆屋無烟火 띠풀 집에는 연기가 나지 않고
溪橋絶往還 냇가 다리에는 사람의 왕래 끊어졌네
山翁獨乘興 산속의 늙은이만 홀로 흥을 타고
飄灑一襟寒 찬 바람에 옷깃을 날리며 거니네
40. 축효우가 침병의 작은 경치를 그리고 ‘서리 내린 나머지의 무성한 나무’로 이름 지으니 이로 인하여 이 시를 짓다.祝孝友作枕屛小景 以霜餘茂樹名之 因題此詩
山寒夕飇急 산이 추워지니 저녁 폭풍이 급해지고
木落洞庭派 나뭇잎은 동정호 물결에 떨어지네
幾疊雲屛好 몇 겹의 구름 덮힌 산은 좋으나
一生秋夢多 일생에 가을 꿈이 많구나
4142. 부안도와 양의지 두 조사가 농사를 권장하는 시가 있이 이에 차운함, 두 수 傅安道楊儀之二漕勸農有詩 次韻二首
41
幷峙雙臺峻 쌍대의 준엄함을 함께 세우고
分馳四牡閑 나누어 달리니 네 마리 말이 한가하네
共欣膏脈潤 모두 비옥한 토양의 윤택함을 기뻐하니
未要粉泥乾 진흙이 마르게 할 필요는 없다네
詩律何妨細 시율에 어찌 정밀함을 꺼리며,
歡情豈遂闌 기쁜 정을 어찌 가로막을 수 있으리오
新畬行可問 3년 묵은 밭은 장차 농사지을만하니
載酒想同看 술을 싣고 함께 만날 것을 생각하네
42
世味今如許 세상의 재미가 지금 어떠한가
吾生本自閑 내 삶은 본디 절로 한가하네
心期雖好在 마음의 기대는 비록 좋은 곳에 있으나
欲習未全乾 욕심과 습관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네.
錯莫塵編暗 어지럽고 혼미하여 경전의 뜻에 어둡고
棲遲壯節闌 노닐며 휴식하니 씩씩한 절개가 꺾이네
不因勳業晩 공업이 더딘 것 때문은 아니지만
淸鏡亦頻看 맑은 거울을 또한 자주 바라보네.
43. 감회感懷
經濟夙所尙 경세제민은 내가 일찍이 바라던 바,
隱淪非素期 은륜은 원래부터 생각지도 않았네.
幾年霜露感 언제부터인가 인생의 황혼을 느끼고,
白髮忽已垂 백발은 나 모르게 이미 드리워졌네.
鑿井北山阯 북산 땅덩이에 우물을 하나 파고,
耕田南澗湄 남쪽 물가에 밭을 조금 일구네.
乾坤極浩蕩 이 우주 자연은 끝 없이 넓은데,
歲晩將何之 인생 황혼에 접어들어 어디로 가야하나.
4448. 墨莊五詠
44 묵장
墨莊
詩書啓山林 시와 서는 자연 사물의 이치를 알려주고
德義久儲積 덕망와 의리는 오랫동안 마음에 쌓았네
嗣世知有人 뒤를 이을 사람 있음을 알겠으니
新畬更開闢 이년 묵은 밭, 삼년 묵은 밭을 다시 개간하네
45 冽軒
窓開深井泉 창문을 깊은 우물 쪽으로 열려 있고
窈窕千丈碧 그윽한 골짜기는 천 길 높이 푸르구나
何幸且淵澄 매우 다행스럽기는 또 샘물이 맑아
無勞遽心惻 수고하지 않아도 문득 마음이 측연(惻然)하네
46 靜春堂
幽人本何心 은거하는 사람은 본디 무슨 마음으로
偶此翳環堵 이곳에서 살며 담을 둘러 놓았나
隱几亦無言 안석에 기대어 또한 말이 없으니
光風遍寰宇 비온 뒤의 온화한 바람이 집에 불어오네
47
玩易齋
竹几橫陳處 죽궤가 가로 놓여진 곳에
韋編半掩時 주역이 반쯤 덮힌 때로다.
寥寥三古意 적막한 삼고의 뜻은
此地有深期 이 곳에서 깊은 기약이 있도다
48
군자정
君子亭
倚杖臨寒水 지팡이 기대어 찬물에 임하고,
披衣立晩風 옷 걸치고 저녁바람 맞으며 서 있네.
相逢數君子 그곳에서 만난 여러 군자들,
爲我說濂翁 나에게 염계의 늙은이 말해주네.
4968. 재계하며 거처함에 느낌이 일어, 스무 수 齋居感興二十首
내가 일찍이 진자앙의 감우시를 읽어보았는데, 그 시어의 뜻이 그윽하고 깊으며 음절이 호탕하여, 당세의 시인들이 미칠 바가 아닌 것을 좋아하였다. 단사와 공청, 금고, 수벽과 같은 용어는 비록 근래에 세상에 쓰임은 적었지만 실로 물외의 얻기 어려운 자연의 기이한 보배이다. 그 시체를 본떠 십수편을 짓고자 하나, 도리어 생각이 평범하고 필력이 쇠약하여 마침내 이룰 수 없었다. 그러나 또한 그것이 이치에 정밀하지 못함과 또 스스로 도교와 불교 사이에 기탁하여 고상하게 여기는 것을 한스럽게 생각하였다. 재계하며 거처함에 별일이 없어, 우연히 소견을 써서 스무 편을 얻었는데, 비록 미묘한 뜻을 탐색하고 전대의 말을 추적할 수는 없었지만, 모두 일용의 실상에 절실하기 때문에 말 또한 비근하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이에 스스로 경계로 삼고 또한 여러 동지에게 준다.
余讀陳子昻感遇詩, 愛其詞旨幽邃音節豪宕, 非當世詞人所及. 如丹砂空靑金膏水碧. 雖近乏世用, 而實物外難得自然之奇寶. 欲效其體作十數篇, 顧以思致平凡筆力萎弱, 竟不能就然, 亦恨其不精於理, 而自託於僊佛之間, 以爲高也. 齋居無事偶書所見得二十篇, 雖不能探索微眇追迹前言, 然皆切於日用之實, 故言亦近而易知, 旣以自警, 且以貽諸同志云.
49
昆侖大無外 혼륜한 하늘은 커서 끝이 없고,
旁薄下深廣 방박한 땅은 아래로 깊고도 넓네.
陰陽無停機 음양의 순환은 잠시도 멈출 기미가 없어,
寒暑互來往 추위와 더위가 서로 번갈아 왕래하네.
皇犧古神聖 복희씨는 태고의 신성으로서,
妙契一俯仰 천문과 지리를 살펴 이치를 알았네.
不待窺馬圖 용마가 지고 온 그림을 보지 않고도,
人文已宣朗 인간의 문화는 이미 밝게 펼쳐졌네.
渾然一理貫 혼연히 한 이치로 꿰니,
昭晰非象罔 밝고 밝아 분명하지 않음이 없네.
珍重無極翁 진중하신 무극옹께서,
爲我重指掌 나를 위해 거듭 원하게 가르쳐 주었네.
50
吾觀陰陽化 내가 음양의 변화를 보니
升降八紘中 우주 속에서도 오르락 내리락 하네.
前瞻旣無始 앞을 보아도 이미 시작이 없는데,
後際那有終 뒤를 살펴본들 어찌 끝이 있겠는가.
至理諒斯存 지극한 이치인 태극이 정말 여기 있으니,
萬世與今同 만세토록 지금과 동일하여 변함이 없네.
誰言混沌死 누가 혼돈이 죽었다 하는가,
幻語驚盲聾 허황된 말로 장님도 놀라게 하네.
51
人心妙不測 사람 마음의 오묘함은 헤아리지 못하니,
出入乘氣機 나고 듦에 기의 기미를 탄다네.
凝冰亦焦火 얼음 얼었다가 또한 불꽃 타오르며,
淵淪復天飛 못 깊이 빠졌다가 또 하늘 난다네.
至人秉元化 지인은 조화의 이치를 잡고 있어,
動靜體無違 움직임과 고요함에 도리에 어긋남이 없음을 체득하네.
珠藏澤自媚 구슬을 감춘 연못은 절로 아름답고,
玉韞山含暉 옥을 간직한 산은 빛을 머금고 있네.
神光燭九垓 신령스런 빛 구주의 경계 비추고,
玄思徹萬微 오묘한 생각 모든 미세함 통하네.
塵編今寥落 먼지 덮인 책 이제 쓸쓸하여,
歎息將安歸 한숨만 나니 장차 어디로 돌아갈까?
52
靜觀靈臺妙 고요히 마음의 묘함 살펴보니,
萬化此從出 온갖 변화가 여기에서 나오네.
云胡自蕪穢 어찌하여 스스로 잡초에 뒤덮혀,
反受衆形役 도리어 뭇 형체의 부림을 받는가.
厚味紛朶頤 맛있는 음식 어지러이 턱 늘어뜨리고,
姸姿坐傾國 고운 자태 나라 기울게 하네.
崩奔不自悟 부딪치고 달림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馳騖靡終畢 쫓고 달림 끝이 없다네.
君看穆天子 그대는 보아라, 목천자
萬里窮轍迹 만리에 수레 자취 다한 것을.
不有祈招詩 기소시 없었더라면,
徐方御宸極 서방족이 왕위에 올랐으리.
53
涇舟膠楚澤 경수의 배를 초나라의 못에서 아교로 붙이니,
周綱已陵夷 주나라의 기강 이미 쇠락해졌네.
況復王風降 하물며 다시 왕풍으로 강등하니,
故宮黍離離 옛 궁성엔 기장만 더부룩하네.
玄聖作春秋 현성께서 춘추 지으시니,
哀傷實在玆 슬퍼하고 마음 상함 실로 여기에 있다네.
祥麟一以踣 상서로운 기린 한번 엎어지니,
反袂空漣洏 소매로 눈물을 닦며어 공연히 눈물 줄줄 흘리셨네.
漂淪又百年 떠돌고 가라앉은지 또 백 년만에,
僭侯荷爵珪 참람한 제후들 관작의 규홀 받았다네.
王章久已喪 왕의 예법이 오래전에 이미 없어졌으니,
何復嗟歎爲 다시 탄식하고 한숨쉰들 무엇하리오?
馬公述孔業 사마온공이 공자의 일 이으니,
託始有餘悲 처음을 기탁함에 슬픔 많았다네.
拳拳信忠厚 그 정성 실로 충실하고 두터우나,
無乃迷先幾 혹시 앞선 기미 헷갈린 것은 아닌지?
54
東京失其御 동한이 통치력 잃으니,
刑臣弄天綱 궁형 받은 신하 하늘의 기강 농단하네.
西園植姦穢 서쪽 동산에 간사한 무리 두니,
五族沈忠良 오족이 충성스럽고 어진 신하 침몰시켰네.
靑靑千里草 푸릇푸릇 천리초,
乘時起陸梁 때를 틈타고 일어나 사납고 포악하였네.
當塗轉凶悖 당도고는 더욱 흉악하고 도리에 어긋나니,
炎精遂無光 불의 덕 타고난 한나라의 정기 마침내 빛을 잃었네.
桓桓左將軍 씩씩한 좌장군 유비,
仗鉞西南疆 서남쪽 경계에서 도끼를 세우고 거병하였네.
伏龍一奮躍 복룡 한번 떨치어 뛰어올랐고,
鳳雛亦飛翔 봉추 또한 빙빙 높이 날았다네.
祀漢配彼天 한나라 제사지내어 저 하늘에 배향하고,
出師驚四方 군사를 내어 사방을 놀라게 했네.
天意竟莫回 하늘의 뜻이 끝내 돌아오지 않으니,
王圖不偏昌 제왕의 업이 구석진 곳에서 창성하지 못했네.
晉史自帝魏 진나라의 역사에 스스로 위나라를 황제라 하였으니
後賢盍更張 후세의 현자들이 어찌 다시 고치지 않겠는가?
世無魯連子 세상에 노련자 같은 의사 없어,
千載徒悲傷 천년토록 헛되이 슬퍼하고 상심하였네.
55
晉陽啓唐祚 진양궁인이 당나라 왕실을 열고,
王明紹巢封 조왕 이명은 소자왕의 봉지 이었네.
垂統已如此 대통 이음 이미 이와 같으니,
繼體宜昏風 체통 이음 응당 풍속 어지럽히리.
麀聚瀆天倫 암컷을 함께 취함은 하늘의 질서를 어지럽혔고,
牝晨司禍凶 암컷이 새벽을 알림은 화와 재앙을 맡았네.
乾綱一以墜 하늘의 큰 근본이 한번 떨어지니,
天樞遂崇崇 천추가 마침내 까마득히 솟았네.
淫毒穢宸極 음탕한 노애가 대궐을 더럽히고,
虐焰燔蒼穹 사나운 불꽃은 푸른 하늘을 불살랐네.
向非狄張徒 그때 적인걸과 장간지의 무리 아니었다면,
誰辦取日功 누가 해를 취하는 공에 힘썼으리오!
云何歐陽子 어찌하여 구양자는
秉筆迷至公 붓 잡고서 지극히 공평함 어지럽혔나?
唐經亂周紀 당의 기강이 주의 연호(年號)에 어지러웠으니
凡例孰此容 무릇 이 법식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侃侃范太史 강직한 태사 범조우,
受說伊川翁 이천옹의 학설을 받아드렸네.
春秋二三策 춘추의 두 세 쪽 말,
萬古開群蒙 만고에 뭇 어리석음 깨우쳤다네.
56
朱光徧炎宇 붉은 빛 불꽃 같은 우주에 두루 미칠 때,
微陰眇重淵 은미한 음기는 깊은 못에서 생겨나네.
寒威閉九野 추위의 위세 8방의 중앙인 구야를 가두나,
陽德昭窮泉 양기의 덕은 땅 깊은 곳에서 이미 밝았네.
文明昧謹獨 (덕이) 밝게 빛나나 홀로 삼감에 어둡고,
昏迷有開先 흐릿하고 어두우나 (물욕은) 먼저 열림이 있네.
幾微諒難忽 기미 실로 소홀히 하기 어렵고,
善端本綿綿 선의 단서 본래 면면히 이어지네.
掩身事齋戒 몸을 가리고 재계를 일로 삼아,
及此防未然 (음기가) 일어나기 전 이때에 막네
閉關息商旅 관문을 닫아 행상들 쉬게 하고,
絶彼柔道牽 저 부드러운 도에 끌림을 끊네.
57
微月墮西嶺 초승달 서쪽 고개로 떨어지니,
爛然衆星光 찬란하게 뭇별들 빛나네.
明河斜未落 은하수는 비스듬히 떨어지지 않았는데,
斗柄低復昻 북두성의 자루는 숙이는 듯 다시 쳐드네.
感此南北極 남쪽과 북쪽의 끝 생각해보니,
樞軸遙相當 지도리와 굴대가 멀리서 서로 합당하게 하네.
太一有常居 태일성 항상 그곳에 자리 잡으니
仰瞻獨煌煌 우러러 보매 홀로 반짝반짝 빛나네.
中天照四國 하늘 가운데서 사방의 나라를 비추니
三辰環侍旁 삼신이 둘러서 곁에서 모시고 있네.
人心要如此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아
寂感無邊方 고요하여 감응함에 끝이 없어야 하리.
58
放勛始欽明 요임금 비로소 공경하고 명철하시고,
南面亦恭己 순임금 또한 자신을 삼갔다네.
大哉精一傳 위대하도다, 정일함을 전하여,
萬世立人紀 만세토록 사람의 기강 세우셨다네.
猗歟歎日躋 아아! 날로 나아감 찬미하고,
穆穆歌敬止 근엄하게 공경함을 노래하네.
戒獒光武烈 서융의 개 경계하시니 무왕의 공열 빛나고,
待旦起周禮 주공은 새벽 기다려 주대의 예도를 일으켰다네.
恭惟千載心 삼가 천년의 마음을 생각하니,
秋月照寒水 가을 달이 차가운 물을 비추는 듯하네.
魯叟何常師 노나라 공자 어찌 일정한 스승 있었겠나만
刪述存聖軌 육경 정리하고 전술하시어 성인의 법을 보존하셨네.
59
吾聞包犧氏 내 듣자니 복희씨께서,
爰初闢乾坤 처음으로 건괘와 곤괘를 여셨다 하네.
乾行配天德 건괘는 운행하여 하늘의 덕 짝하고,
坤布協地文 곤괘는 펼쳐져 땅의 형세와 조화롭네.
仰觀玄渾周 우러러 살피니 하늘 기운이 두루 퍼져,
一息萬里奔 한 번 숨 쉴 동안 만리를 달아나네.
俯察方儀靜 굽어 살피니 땅의 형세 조용하여,
隤然千古存 유순하게 천고에 남아 있네.
悟彼立象意 저 복희가 상을 세운 뜻이
契此入德門 이 도에 드는 문에 부합됨을 깨닫겠네.
勤行當不息 부지런히 행하여 마땅히 쉬지 않아야 하며
敬守思彌敦 경건하게 지키어 더욱 돈독히 함을 생각하네.
60
大易圖象隱 대역은 선천도와 괘상의 뜻이 가리어졌고,
詩書簡編訛 시경과 서경은 편차가 잘못되었네.
禮樂矧交喪 예기와 악경 하물며 없어진 부분 많고,
春秋魚魯多 춘추는 틀린 글자 많다네.
瑤琴空寶匣 구슬장식 거문고는 헛되이 보배 갑에 들어있고,
絃絶將如何 거문고 줄마저 끊기니 장차 어찌하리?
興言理餘韻 말을 일으켜 여운을 다스리니
龍門有遺歌 용문에 남긴 노래 있다네.
정자께서 만년에 용문의 남쪽에 거처하셨다 程子晩居龍門之南
61
顔生躬四勿 안연은 네 가지 금지하는 일을 실천하였고
曾子日三省 증자는 날마다 세 가지 일을 반성하였네.
中庸首謹獨 중용에선 홀로 있을 때는 삼가라는 것을 첫머리에 두었고
衣錦思尙絅 비단 옷 입고서 홑옷을 걸칠 것을 생각하였네.
偉哉鄒孟氏 위대하도다, 추 지방의 맹자는
雄辨極馳騁 웅변이 분방함을 지극히 하였네
操存一言要 마음을 잡으면 보존하리라는 한 마디 말씀의 요체는
爲爾挈裘領 너희들을 위하여 요령을 알려 준 것일세
丹靑著明法 단청처럼 선명히 명확한 법을 드러내어
今古垂煥炳 고금에 밝은 빛을 드리워 주었네
何事千載餘 어쩐 일로 천년이 지난 뒤에는
無人踐斯境 이런 경지를 실천하는 사람이 없는가
62
元亨播群品 원과 형은 뭇 사물들 퍼뜨리고,
利貞固靈根 이와 정은 신령스런 뿌리 굳게 하네.
非誠諒無有 성이 아니면 실로 존재하지 않으니,
五性實斯存 다섯 성품도 실제로 여기에 있네.
世人逞私見 세상 사람들 사적인 식견을 자랑하나,
鑿智道彌昏 지혜를 천착할수록 도는 더욱 혼미해지네.
豈若林居子 어찌 산림에 은거하는 사람이
幽探萬化原 그윽이 만 가지 변화의 근원 탐색함만 같으리?
63
飄颻學仙侶 표연히 신선의 무리 배우고자,
遺世在雲山 세상 버리고 구름 덮인 산에 있네.
盜啓元命秘 장수의 비결 훔쳐 열어보고,
竊當生死關 생사의 관문 훔쳐 차지하였네.
金鼎蟠龍虎 금 솥에 용과 호랑이 서려 있어,
三年養神丹 삼 년 동안 신선의 단약 달이네.
刀圭一入口 도규 한번 입에 넣으면,
白日生羽翰 대낮에 날개깃 생겨난다네.
我欲往從之 내 가서 그것 좇고자 한다면,
脫屣諒非難 신발 벗기 실로 어렵지 않네.
但恐逆天道 다만 걱정스럽기는 하늘의 도 거슬러,
偸生詎能安 삶을 아낀들 어찌 편안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라네.
64
西方論緣業 서쪽 나라에서는 인연의 업을 논하여,
卑卑喩羣愚 힘껏 뭇 어리석은 사람들 깨우쳤네.
流傳世代久 널리 퍼져 세대 오래되니,
梯接凌空虛 사다리를 대고 텅 빈 하늘을 오르듯 하네.
顧盻指心性 돌아보고 흘겨보며 마음과 본성 가리키니,
名言超有無 논설이 유와 무를 초월하였다네.
捷徑一以開 지름길이 한번 열리게 되니,
靡然世爭趨 쏠리듯이 세상에서 다투어 쫓네.
號空不踐實 공허함 부르짖으며 실천하지 않으니,
躓彼榛棘途 저 가시나무 길에서 넘어진 듯하네.
誰哉繼三聖 누구인가? 세 성인을 이어,
爲我焚其書 나를 위해 그 책을 사를 이.
65
聖人司敎化 성인이 교화의 책임을 맡아
黌序育羣材 학교에서는 여러 인재 길렀다네.
因心有明訓 마음에 따라 밝은 가르침 있으니,
善端得深培 선의 단서가 깊이 배양될 수 있었네.
天敍旣昭陳 하늘의 차례 이미 밝게 펼쳐졌고,
人文亦褰開 사람의 문명도 또한 걷어 열었다네.
云何百代下 어찌하여 백 세대를 내려와서는,
學絶敎養乖 배움 끊기고 가르침은 어그러졌는가?
羣居競葩藻 떼지어 모여 문사의 아름다움 다투고,
爭先冠倫魁 앞 다투어 무리들의 으뜸 되고자 하네.
淳風反淪喪 순박한 풍속 오히려 가라앉고 사라졌으니
擾擾胡爲哉 시끌벅적한들 어찌하리오.
66
童蒙貴養正 어린 아이는 바르게 기름 귀하게 여기니,
孫弟乃其方 순종함과 공경함이 바로 그 방법이라네
鷄鳴咸盥櫛 닭 울면 모두 세수하고 머리 빗고,
問訊謹暄凉 문안하며 삼가 따뜻한지 추운지를 살피네.
奉水勤播灑 물 받쳐 들고 물뿌리기에 부지런히 하고,
擁篲周室堂 빗자루 잡고 온 집안을 두루 쓴다네.
進趨極虔恭 행동거지는 정성과 공경 다하고,
退息常端莊 물러나 쉼에는 항상 단정히 한다네.
劬書劇嗜炙 책 읽기 부지런함은 구운 고기 즐기는 것 보다 심하고.
見惡逾探湯 악한 것을 봄은 끓는 물을 더듬는 것보다 멀리하네.
庸言戒麤誕 평소에 말 거칠고 허망한 것 경계하고,
時行必安詳 때되어 갈 때는 반드시 편안하고 상세히 하라.
聖途雖云遠 성인의 길 비록 멀다지만,
發軔且勿忙 길 나섬에 또한 조급해 말게.
十五志于學 열 다섯에 대학에 뜻을 둠은
及時起高翔 때가 되면 일어나 높이 날기 위해서라네.
67
哀哉牛山木 애달프구나, 우산의 나무여,
斤斧日相尋 큰 도끼 작은 도끼가 날로 잇네.
豈無萌蘖在 어찌 싹트고 곁가지가 나지 않으리오마는
牛羊復來侵 소와 양 다시 와서 뜯는다네.
恭惟皇上帝 삼가 생각건대 하느님께서,
降此仁義心 이 인과 의의 마음 내려 주셨네.
物欲互攻奪 물욕은 서로 공격하고 빼앗으니,
孤根孰能任 외로운 뿌리 누가 능히 맡으리오?
反躬艮其背 몸을 반성하여 등에 머무르게 하고,
肅容正冠襟 용모 엄숙히 하고 갓과 옷깃 바로잡네.
保養方自此 보존하고 기름이 바야흐로 여기서 시작되니,
何年秀穹林 어느 해나 숲이 빼어나고 우거지리?
68
玄天幽且黙 현묘한 하늘은 그윽하고 잠잠하니,
仲尼欲無言 중니께서는 말하지 않으려 하셨네.
動植各生遂 동식물 각기 태어나고 자라니,
德容自淸溫 덕성스런 용모 절로 맑고 온화하네.
彼哉夸毗子 아서라, 크게 아첨하는 이여,
呫囁徒啾喧 소곤거리는 소리 한갓 시끄럽기만 하네.
但逞言辭好 다만 말솜씨 좋은 것만 자랑하니,
豈知神監昏 어찌 자신의 마음이 어두운 것을 알리오
曰余昧前訓 나도 전대의 가르침에 어두워,
坐此枝葉繁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되었네
發憤永刊落 분발하여 영원히 깎아내다면,
奇功收一原 기이한 공로 한 본원 거두리.
69. 살 곳을 정하다 卜居
卜居屛山下 병산 아래에 복거하기 위하여,
俯仰三十秋 살피고 살핀지 30년이 되었네.
終然村墟近 마침내 텅빈 마을 가까이 왔으나,
未愜心期幽 아직 고요한 곳으로는 마음에 안차네.
近聞西山西 근래 듣기로는 서산 서쪽에,
深谷開平疇 심곡이 있는데 평평한 밭이 있다네.
茆茨十數家 띠풀덮은 인가가 십여가 되고,
淸川可行舟 맑은 내는 배도 띄울 수 있다네.
風俗頗淳朴 풍속은 매우 순박하고,
曠土非難求 넓은 땅은 구하기 어렵지 않네.
誓捐三徑資 맹세컨대, 지방 수령되는 것은 거절하고
往遂一壑謀 이미 은둔하려는 계획을 이루었네.
伐木南山巓 남산 꼭대기에서 벌목을 하고,
結廬北山頭 북산 꼭대기에 초가를 지었네.
耕田東溪岸 동쪽 시냇가 언덕에서 밭을 갈고,
濯足西溪流 서쪽 시냇물에서 발을 씻네.
朋來卽共懽 붕우가 오면 같이 즐기고,
客去成孤遊 객이 돌아가면 홀로 노니네.
靜有山水樂 고요한 가운데 산수의 즐거움 있고,
而無身世憂 내 신상의 근심일랑 없다네.
著書俟來哲 저서를 펴내 오는 현인이나 기다리고,
補過希前脩 허물을 고쳐 옛 현인을 희망하네.
玆焉畢暮景 여기에서 남은 생애 마칠까 하니,
何必營菟裘 어찌 딴 곳에서 은둔처를 찾을 필요 있으랴.
70. 무이구곡에서 노닐며 서로 요초를 줍기를 기약하다[相期拾瑤草]라는 구절로 운을 나누어 시를 지었는데 요자를 얻었다. 游武夷以相期拾瑤草分韻賦詩得瑤字
秋聲入庭戶 가을 바람 소리 뜰과 문으로 들려오니
殘暑不敢驕 늦 더위가 감히 교만하지 못하네
起趁汗漫期 일어나 아득한 기약을 쫓으니
兩袂天風飄 양 소매는 바람에 나부끼네
眷焉此家山 이 고향을 돌아보니
名號列九霄 이름이 구소에 배열되었네
相與一來集 서로 더불어 한 번 모이니
曠然心朗寥 확연히 마음이 밝고 고요하네
棲息共雲屋 깃들어 휴식하며 구름을 공유하고
追尋喚漁도舠 좇고 찾으며 고깃배를 부르네
一水屢縈回 물 한 구비 여러번 소용돌이치고
千峯鬱岧嶢 천 봉우리 울창히 우뚝하네
蒼然大隱屛 창연한 대은병은
林端聳孤標 숲 속 우뚝한 봉우리에 솟아 있네
下有雲一壑 아래에는 구름이 한 계곡에 있으니
仙人久相招 신선이 오래토록 서로 부르네
授我黃素書 나에게 황석공 소서를 주고
贈我英瓊瑤 나에게 영경요를 주었네
茅茨幾時見 띠풀 이은 집 몇 번이나 보았던가
自此遺紛囂 이로부터 어지럽고 시끄러움 떨쳐버리네
7173. 석자중 형이 시를 지어 주고 떠나갔기에 차운하여 감사를 표시하다. 세 수 石子重兄示詩留別 次韻爲謝 三首
71
此道知君著意深 그대의 저의가 깊음을 알겠으니
不嫌枯淡苦難禁 고담함을 꺼리지는 않으나 금하기는 매우 어렵네
更須涵養鑽硏力 다시 모쪼록 함양하고 힘을 연마해서
彊矯無忘此日心 강하고 꿋꿋하게 오늘의 마음을 잊지 마시길
72
克己工夫日用間 극기복례의 공부 날마다 실천하는 가운데
知君此意久晞顔 그대의 이런 뜻이 오래 동안 안연을 희망한 것임을 알겠네
摛文妄意輸朋益 글을 지어 망령되어 벗에게 보내나
何似書紳有訂頑 어찌 허리띠에 글을 써서 완고함을 바로잡는 것만 하겠는가
73
喜見薰成百里春 기쁘게 공업이 백리에 봄을 이룸을 보니
更慙謙誨極諄諄 더욱 겸손한 가르침이 매우 돈독함에 부끄럽네
願言勉盡精微蘊 하고 싶은 말은, 정미함이 온축됨을 힘써 다하여
風俗期君使再醇 풍속을 그대가 다시 순하게 해주길 바라네
74. 아호사에서 육자수에게 화답하다 鵝湖寺和陸子壽
德義風流夙所欽 덕의와 풍류는 일찍부터 흠모하던 바여서
別離三載更關心 이별한 뒤 삼 년 동안 더욱 마음 끌렸네
偶扶藜杖出寒谷 우연히 지팡이 짚고 찬 골짜기 나오니,
又枉籃輿度遠岑 다시금 남여타고 먼 산을 넘어 오시네.
舊學商量加邃密 구학을 상량함은 더욱 수밀(邃密)하였고,
新知培養轉深沈 새 지식 배양함은 더욱 깊이 빠졌네
秖愁說到無言處 근심스러워라 언급하지 않는 곳 말함이,
不信人間有古今 못 믿겠네 인간 세상에 고금이 있는 것.
75. 종정인 원추와 태사인 부백수를 모시고 무이에서 모이기로 약속했는데 양연과 오실 두 벗이 마침 소무에서 와서 모였다. 함께 구곡에 배를 띄워 바위와 골짜기의 아름다운 경치를 두루 구경하고 왔는데, 원추와 부백수가 서로 주고 받으며 시를 짓고, 내게도 한 마디 말이 없을 수 없다 하나 병들고 못난 사람이 무슨 말을 할까마는 애써 몇 마디 말로 훌륭한 선물에 보답하노니 남들에게 말할 바는 못되는 것이다 奉陪機仲宗正ㆍ景仁太史期會武夷, 而文叔ㆍ茂實二友適自昭武來集, 相與泛舟九曲, 周覽巖壑之勝而還. 機仲ㆍ景仁唱酬迭作, 謂僕亦不可以無言也. 衰病懶廢, 那復有此, 勉出數語以塞嘉貺, 不足爲外人道也
此山名自西京傳 이 산의 이름 서한으로부터 전해오니,
丹臺紫府天中天 신선이 사는 곳으로 하늘 중의 하늘이라네.
似聞雲鶴時降集 구름 속의 학 때로 내려와 모인다는 소문 들은 듯한데,
應笑磨螘空回旋 멧돌 위의 개미 부질없이 따라 도는 것 웃을 만하네.
我來適此秋景晏 내 이곳으로 왔을 때는 가을 빛 고와
靑楓葉赤搖寒烟 푸른 단풍의 잎이 붉어져 차가운 안개 속에서 흔들리네.
九還七返不易得 잘 구운 신선의 단약은 얻기 어려우니,
千巖萬壑渠能專 천암만학을 어찌 독차지 할 수 있으리!
同遊幸有二三子 다행히 그대들 이곳에 와 함께 노니니,
天畀此段非徒然 하늘이 이 기회 준 것은 우연이 아니라네.
梁郞季子山澤臞 양랑과 계자는 산과 못가의 마른 신선이고,
傅伯爰盎瀛洲仙 부백과 원앙은 영주의 신선이라네.
相逢相得要彊附 서로 만나 서로 얻고자 억지로 친하고자 해도,
却恨馬腹勞長鞭 기회가 손쉽지 않음이 한이네.
黃華未和白雪句 황화곡을 부는 사람은 양춘백설의 곡 알지 못하는데,
畵舸且共淸泠川 화려한 배를 타고 맑은 강에서 함께 즐기네.
回船罷酒三太息 배 돌리니 술 다하여 세번 크게 탄식하노니,
百歲誰復來通泉 백년 뒤에는 누가 다시 통천으로 올 것인가.
景仁數日屢誦此句 경인은 여러 날 동안 이 구절을 읊조렸다
盈虛有數豈終極 차고 이지러짐 운수가 있으니 어찌 다함이 있으리오?
爲君出此窮愁篇 그대들 위해 시름겨운 이 시를 쓴다네.
76. 경인형이 준 이별의 시에 답함 奉答景仁老兄贈別之句
古人一去心不傳 고인 한번 감에 마음 전하지 않으니,
擧世誰復知其天 온 세상에 누가 다시 그 하늘의 뜻 알리오?
奔趨嗜欲名利境 야단스레 명리의 경계 좋아하여 좇아 달리니,
浩蕩勢若飄風旋 호탕한 그 기세 마치 회오리바람 이는 것과 같네.
嗟予慨此其已久 아! 내 이를 개탄한지 이미 오래거늘,
矧復痼疾霾雲烟 하물며 다시 고질병 구름과 안개되어 휘몰아침에랴!
禪關夜扣手剝啄 절간에서는 한밤중에 바둑 두는 소리 나고,
丹經晝誦心精專 단약 만드는 책 낮에 외며 마음으로 오로지 하네.
十年齊楚得失裏 10년간을 불교와 도교에서 이리저리 찾다가,
醉醒夢覺今超然 술 깨고 꿈에서 깨니 이제야 초연하네.
迷心昧性哂笁學 마음을 어지럽히고 성품을 어둡게 하는 불교를 비웃고,
貪生惜死悲方仙 삶을 탐내고 죽음을 아까워하는 선도를 슬퍼하네.
如何懶惰行不力 어찌하여 게을러 부지런히 실행하지 않는가?
日月逝矣羲和鞭 해와 달 가는데 희화가 채찍질하네.
秖今已往遠玄象 다만 지금 이미 하늘의 운수는 멀어졌는데.
羨子正似方來川 그대 바야흐로 시내로 온 듯함을 부러워하네
何憂功名與事業 어째서 공명과 사업을 걱정하는가?
但要溥博而淵泉 다만 필요한 것은 두루하고 널리하며 고요하고 깊어 근본이 있는 것이라네
不見君家鼻祖開聖學 보지 못하였는가? 그대의 가문의 비조가 성스런 학문을 열어
照耀今古書三篇 고금의 상서 세 편을 밝게 비추어 준 것을.
육경 중 열명편에 비로소 “학”자가 있다. 六經說命篇 始有學字
77. 다시 앞의 각운자를 써서 기중을 이별함 復用前韻 敬別機仲
君家道素幾葉傳 그대 가문에 소박한 도 몇 대나 전해왔는가?
只今用舍懸諸天 다만 이제는 쓰이고 버려짐은 하늘에 달려 있네.
屹然砥柱戰河曲 우뚝하니 숫돌 바위처럼 하곡서 싸워야 하니
肯似落葉隨風旋 낙엽처럼 바람따라 떨어질 수 있으랴
奮髥忽作蝟毛磔 성난 구렛나루는 고슴도치 털처럼 일어서고,
浩氣勃若霄中烟 뻗어나는 기운은 하늘의 연기처럼 확 피어오르네.
隱憂尙喜遺直在 깊은 근심 오히려 고인의 강직함 있음을 기뻐하나니,
壯烈未許前人專 장렬함 옛사람의 전유물로만 허용하지 않네.
武夷連日聽奇語 무이산에서 날마다 색다른 말 들으니,
令我兩腋風泠然 양겨드랑이에 바람드는 듯 시원하게 하네.
初如茫茫出太極 처음에는 아득히 태극을 벗어나는 듯하더니,
稍似冉冉隨群仙 차차 신선을 따라 노는 것만 같다네.
安能局促夜起舞 어찌 옹졸하게 밤에 일어나 춤추면서,
下與祖逖爭雄鞭 아래로 조적과 억센 채찍을 다툴 것인가?
終憐賢屈惜往日 끝내 현명한 굴원이 지난날 안타까워함을 동정하고,
亦念聖孔悲徂川 또한 성스러운 공자가 흘러가는 물 서러워함 생각하노라.
願君盡此一杯酒 원컨대 그대는 이 술잔 다 들이키어,
預澆舌本如懸泉 폭포수처럼 혀뿌리를 적시게.
沃心澤物吾有望 마음을 살찌우고 만물을 기름지게 함이 나의 바램이니,
勒移忍繼鍾山篇 굳이 뜻을 바꾸면 나도 차마 종산편을 이어 쓰려네.
78. 機仲ㆍ景仁이 헤어진 후에 보내온 詩를 읽으니, 詩傳·資治通鑑綱目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다시 앞서 지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讀機仲景仁別後詩語 因及詩傳綱目 復用前韻
道有黙識無言傳 도는 묵묵히 앎은 있으나 말로 전해짐은 없거늘,
向來誤矣空談天 여지껏 그릇되어 천리를 헛되이 논하였네.
只今斷簡窺蠹蝕 다만 지금 끊어진 죽간에서 좀벌레 먹은 것 엿보니,
似向追蠡看蟲旋 마치 종 끈에서 벌레를 본 것 같네.
始知古人有妙處 비로소 고인에게 오묘한 곳 있다는 것 알겠으니
未遽秦谷隨飛煙 갑자기 진곡에서 연기따라 날려가진 않았네.
終然世累苦妨奪 끝내 세속의 번거로운 일 지독히 방해하니,
下帷發憤那容專 집안 들어앉아 발분하나 어찌 전념할 수 있으랴
一心正爾思鵠至 오로지 한 마음 바르게 하여 사상의 중심 다다르니,
兩手欲救驚頭然 두 손으로 불붙어 놀란 머리 구하려고 하네.
書空且復罷咄咄 허공에 글 쓰매 또 다시 괴이함을 그만두니,
屢舞豈暇陪仙仙 자주 춤추매 어느 겨를에 함께 너울너울 춤출 수 있으랴.
兩年罷詩止酒故云 두 해 동안 시를 짓지 않고 술을 그만 두었기에 이른 것이다
功名況乃身外事 공명은 마치 내 몸 밖의 일인 듯하니
我馬硉兀甘回鞭 내 말조차 우뚝이 돌아오는 채찍을 달게 받네
解頤果値得水井 시전은 과연 우물의 맑은 물을 얻은 듯하고
시전을 말한다 謂詩傳
鑒古亦會朝宗川 통감강목은 또한 시내의 조종이 될 수 있네
강목을 말한다 謂綱目
兩公知我不罪我 두 분은 나를 알아 나를 허물하지 않을 것이니
便可築室分林泉 문득 집을 짓고 자연을 함께 나누어 가질만하네
十年燈下一夜語 십년동안 등잔 아래서 공부한 뒤 하루 밤에 얘기하며
閑日共賦舂容篇 한가한 날 함께 원대한 글을 지어보세.
79. 통감기사본말을 읽고 무이창화시의 원래의 각운자를 써서 기중에게 부친다 讀通鑑紀事本末, 用武夷唱和元韻, 寄機仲
先生諫疏莫與傳 선생이 충간한 상소가 전해지지 않으니
忠憤激烈號旻天 충분이 격렬하여 하늘에 울부짖네
却憐廣文官舍冷 도리어 광문관 벼슬이 설렁함을 불쌍히 여기니
只與文字相周旋 다만 문자로 서로 왕래나 하세.
上書乞得聊自屛 글을 올려 구하였으나 도리어 스스로 차단되어
淸坐日對銅爐烟 고요히 앉아 날마다 구리 화로의 연기만 대하네
功名馳騖往莫悔 공명에 노력한 지난일 후회말고
鉛槧職業今當專 전적에 관한 직업은 이제 전담하였네
要將報答陛下聖 장차 폐하의 성은에 보답하고자 하여
矯首北闕還潸然 북쪽 궁궐을 향하여 머리를 바로 들면 눈물이 흐르리라.
屬詞比事有深意 문장을 지어 일을 비유함에 깊은 뜻이 있으니
憑愚護短驚群仙 어리석음을 빙자하고 단점을 지켜서 여러 신선을 놀라게 하네
誰言未秉太史筆 누가 말하리오, 태사공 사마천의 필법을 본받지 않았다고,
自幸已執留臺鞭 절로 다행스럽게 이미 유대의 채찍을 잡았다네
사마온공이 유대로 서국을 다스릴 때 한위공이 편지를 보냈는데 집편이란 말이 있었다. 溫公以留臺領書局時 韓魏公與書 有執鞭之語
果然敕遣六丁取 과연 조칙으로 육정을 보내어
香羅漆匣浮桐川 향기로운 비단과 옷칠한 상자를 동천에 띄우네
陰凝有戒竦皇鑒 음응의 경계가 있어 황제를 놀라게 하니
임금이 이 글을 읽음에 이상견빙의 말이 있었다고 삼가 들었다. 恭聞上讀此書有履霜堅氷之語
陽剝欲盡生玄泉 기가 깎이어 다하려 하니 현천에서 다시 생기네
明年定對白虎殿 이듬해에 백호전을 마주하고
更誦大學中庸篇 다시 대학과 중용을 읽으리라.
잠깐 무이궁에 있을 때 정심장과 성의장을 읽었다 頃在武夷屢讀正心誠意
우리말 주자대전 5권
1. 拜張魏公墓下
장위공의 묘소를 참배하다
衡山何巍巍 형산은 얼마나 우뚝하며,
湘流亦湯湯 상강 또한 넘실넘실 흐르네.
我公獨何往 우리 장공 어디로 가고,
劍履在此堂 칼과 신발만 사당에 남았는가.
念昔中興初 옛날 중흥의 초기를 생각해 보니,
孼竪倒冠裳 비천한 녀석들이 관과 옷 바꾸어 입었네.
公時首建義 공께서 당시 처음으로 의를 세우시어,
自此扶三綱 이로부터 세 강령 부지하였네.
精忠貫宸極 순수한 충심 북극성 꿰뚫었고,
孤憤摩穹蒼 외로운 분개는 푸른 하늘 할퀴었네.
元戎二十萬 이십 만 대군 이끌고,
一旦先啓行 하루 아침에 먼저 길 여셨네.
西征奠梁益 서쪽으로는 양주와 익주 정벌하여 안정시키고,
南轅撫江湘 남쪽으로는 강주와 상주 무마하셨네.
士心旣豫附 병사들 마음으로 이미 기꺼이 따르니,
國威亦張皇 나라의 위세 또한 크게 펼쳤네.
縞素哭新宮 흰 상복 입고 임금의 능에서 곡하시니,
哀聲連萬方 슬픈 소리 만방에 이어졌네.
黠虜聞褫魄 교활한 적들 명성 듣고 혼비백산하여,
經營久彷徨 경영하는데 오래도록 방황하였다네.
玉帛驟往來 구슬과 비단 수 차례나 나아가니,
士馬且伏藏 병사와 말 또한 엎디어 숨어버렸네.
公謀適不用 장공의 모의 마침 쓰이지 않아,
拱手遷南荒 팔짱 끼고 황폐한 남방으로 쫓겨나셨네.
白首復來歸 흰 머리에 다시 돌아 오시니,
髮短丹心長 머리는 빠졌으나 충성된 마음 더욱 길어졌네.
拳拳冀感格 정성껏 임금 감화시키기를 바라시어,
汲汲勤修攘 바삐 적 물리칠 정책에 부지런히 닦으시었네.
天命竟難諶 하늘의 명운 결국 믿기 어렵고,
人事亦靡常 사람의 일 또한 일정치 않다네.
悠然謝台鼎 홀연히 삼공의 지위 떠나시더니,
騎龍白雲鄕 용 타고서 하늘 나라로 가셨네.
坐令此空山 이에 이 빈 산으로 하여금,
名與日月彰 명성 해와 달 더불어 빛나게 하였다네.
千秋定軍壘 천추토록 정군산의 보루,
岌嶪遙相望 까마득히 멀리 서로 바라보네.
賤子來歲陰 이 몸 세밑에 오니,
烈風振高岡 매서운 바람 높은 언덕 떨치네.
下馬九頓首 말에서 내려 아홉 번 머리 조아리고,
撫膺淚淋浪 가슴 어루만지며 줄줄 눈물 흘린다네.
山頹今幾年 산 무너진 지 지금 몇 해나 되었는가?
志士日慘傷 뜻 있는 선비들 날로 비통해 하네.
中原尙腥羶 중원지방은 아직도 비린내나는 적 치하,
人類幾豺狼 사람들은 거의 오랑캐 되었네.
公還浩無期 공 돌아오기 기다리나 아득하니 기약 없고,
嗣德煒有光 이은 덕만 광채 빛내네.
恭惟宋社稷 공손히 송 사직을 생각하노니,
永永垂無疆 길이길이 만수무강하소서!
2. 敬簡堂分韻得月字
경간당에서 운자를 나누어 시를 짓는데 “달 월”자를 얻다
煌煌定方中 반짝반짝 정성 바야흐로 혼중성 되니,
農隙孟冬月 농사일 바쁘지 않은 음력 시월이라네.
君侯敞齋扉 군후 서재 탁 트였는데,
華榜新未揭 빛나는 편액 새로 만들어 아직 걸지 않았다네.
我來適玆時 내 때 맞춰 이때에 오니,
亦有大夫茇 또한 대부의 초가집도 있다네.
淸觴不留行 맑은 술잔 머물지 않고 돌고,
晤語得超越 주고받는 말 초월함 얻었다네.
更看雷雨勢 다시 우레와 비의 기세 보니,
翻動龍蛇窟 용과 뱀 뒤척이며 움직이는 굴이라네.
襟懷頓能輸 가슴 속 문득 보낼 수 있었고,
肝膽亦已竭 속 마음 또한 이미 다하였다네.
老仙來何方 늙은 신선 어디서 왔는가?
湖海氣硉矹 호수와 바다의 기운 호방하다네.
君侯斂袂起 군후 소매 여미며 일어나시어,
顚越承屨襪 내려가시니 신발과 버선 신겨드리네.
坐人驚創見 앉은 사람들 놀라서 비로소 보니,
引去殊卒卒 끌고 감 특히 허둥지둥하네.
伊余不忍逝 나 차마 가지 못하고,
頓首願有謁 머리 조아리며 뵙기 원한다네.
人生均秉彛 사람 삶 모두 떳떳한 법도 지니어,
天造豈停歇 하늘의 운행 어찌 멈추고 쉬겠는가?
云何利害判 어찌 이와 해 판별한다 하는가?
所較無一髮 견주니 터럭 하나도 용납지 않네.
玆焉辨不早 이 어찌 일찍이 말하지 않았던가?
大本將恐蹶 큰 근본 곧 엎어지고 말겠네.
吾言實自箴 내 말 실로 스스로 경계함이니,
君聽未宜忽 그대 듣거든 의당 소홀히 말기를.
3. 登嶽麓赫曦臺聯句 乾道丁亥冬九日
악록의 혁희대에 올라 몇 구씩 이어짓다 건도 정해년(1167) 겨울 9일
泛舟長沙渚 장사의 물가에 배 띄우고,
振策湘山岑 상산 봉우리에 채찍 떨치네.
晦翁 회옹
煙雲眇變化 안개와 구름 변화 아득하고,
宇宙窮高深 우주 높고 깊음 끝이 없네.
懷古壯士志 옛일 생각함은 장사의 뜻이요,
憂時君子心 시사(時事) 근심함은 군자의 마음이라네.
敬夫 경부
寄言塵中客 속세의 나그네에게 말 부치니,
莽蒼誰能尋 한꺼번에 바라보이는 곳 누가 찾을 수 있겠는가?
晦翁 회옹
4. 登定王臺
정왕의 누대에 오르다
寂寞番君後 쓸쓸하도다 번군의 후예여,
光華帝子來 빛나도다 천자의 아들 오셨다네.
千年與故國 천년 옛 나라 함께 하였으나,
萬事只空臺 만사 다만 빈 누대 뿐이라네.
日月東西見 해와 달 동쪽과 서쪽에 나타나고,
湖山表裏開 호수와 산은 안팎으로 열려 있네.
從知爽鳩樂 상구씨의 즐거움 알게되거들랑,
莫作雍門哀 옹문의 슬픔 일으키지 말게나!
5. 次敬夫登定王臺韻
경부의 정왕의 누대에 오르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今朝風日好 오늘 아침 바람과 해 좋은데,
抱病起登臺 병 안고 일어나 누대 오르네.
山色愁無盡 산 빛 근심 다함 없고,
江波去不回 강 물결은 가서 돌아오지 않네.
客懷元老草 나그네 회포 원래 심란한데,
節物又疎梅 제철 사물로는 성근 매화 있다네.
且莫催歸騎 잠깐 돌아가는 말 재촉하지 말게나,
憑欄更一杯 난간에 기대어 다시 한 잔 든다네.
6. 七日登嶽麓道中, 尋梅不獲, 至十日遇雪作此 自此後係南嶽唱酬
7일 악록을 오르던 도중에 매화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였으며, 10일에 눈을 만나 이 시를 짓는다 이 뒤로는 남악창수에 속한다
三日山行風繞林 사흘 산행길에
바람 숲을 감싸고 도는데,
天寒歲暮客愁深 하늘 차가워지고 해 저무니
나그네 시름 깊어지네.
心期已悞梅花笑 마음 속 기약 이미 어그러지니
매화 웃는데,
急雪無端更滿襟 갑작스런 눈 끝없이
다시 옷깃에 가득하네.
7. 大雪, 馬上次韻敬夫韻
큰 눈이 내리다. 말 위에서 장식이 지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仙人喬嶽頂 신선 높은 산 봉우리에서,
散髮吹參差 머리 풀어헤치어 들쭉날쭉 날리네.
喚我二三友 내 두세 벗 불러내어,
集此西南垂 이곳 서남쪽 끝에 모였다네.
列筵命洛公 자리의 사람들 낙공에게 명하고,
侑坐迎江妃 모시고 앉은 이들 강비 맞이하네.
道之千羽旄 천 개의 털 장식 깃발 이끌고,
投以萬璧璣 만 개의 벽옥 구슬 던져대네.
繽紛一何麗 펄펄 내리니 한번 얼마나 고운지,
晻靄難具知 어둑어둑 다 알기 어렵다네.
衆眞亦來翔 뭇 신선들 또한 날아오니,
恍覺叢霄祗 황홀하니 퉁소 공경함 깨닫네.
茫茫雲霧合 아득한 곳에 구름과 안개 모이는데,
一一瓊瑤姿 하나하나 구슬과 옥의 자태라네.
回首謝世人 고개 돌려 세상 사람들과 헤어져,
千載空相思 천년토록 공연히 그리워하네.
吾衰怯雄觀 내 쇠약하여 웅장한 경치 겁내어,
未敢探此奇 감히 이 기이함 찾지 못했었다네.
短衣一匹馬 짧은 옷에 한 필 말로,
幸甚得所隨 다행히도 따를 수 있다네.
天寒飮我酒 하늘 추워져 내게 술 마시게 하는데,
酒罷賡君詩 술자리 끝나 그대 시 잇는다네.
人生亦南北 사람 사는데 또한 남북 있으니,
復此知何時 이곳에 다시 옴 어느 때런가?
8. 風雪未已, 結策登山, 用敬夫春風樓韻
바람과 눈이 그치지 않았는데 지팡이를 짚고 산에 오르며 장식이 지은 “춘풍루”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披風蘭臺宮 난대궁에서 바람 맞으며,
看雨百常觀 비 높은 누관에 내림 보네.
安知此山雲 어찌 알았으리오, 이 산의 구름,
對面隔霄漢 맞은 편 하늘과 떨어져 있음을.
群陰匝寰區 뭇 어두움 온 천지 두르더니,
密雪渺天畔 빽빽한 눈 하늘가에 아득해졌네.
峨峨雪中山 삐죽삐죽 눈 속의 산,
心眼悽欲斷 마음과 눈 쓸쓸하여 끊어지려 하네.
吾人愛奇賞 우리네 기이한 감상 사랑하여,
遞發臨河嘆 번갈아 황하에 다가선 탄식 발하네.
我知沍寒極 내 쩍쩍 얼어붙는 추위 극도에 달했음 알았으니,
見晛今當泮 햇살 드러나 이제 풀리겠네.
不須疑吾言 내 말 의심할 필요 없으니,
第請視明旦 다만 청컨대 내일 아침 보게나.
蠟屐得鴈行 밀랍 칠한 나막신 기러기 행렬 얻었는데,
籃輿或魚貫 대나무 수레 어쩌다 물고기 꿴 듯 늘어섰다네.
9. 十三日晨起霜晴, 前言果驗, 再用敬夫定王臺韻賦詩
13일 새벽에 일어나 보니 서리가 갠 것이 앞의 말이 과연 효험이 있는지라 다시 장식이 지은 「정왕대」 시의 각운자를 써서 시를 짓는다
北渚無新夢 북쪽 물가에 새 꿈 없고,
南山有舊臺 남산에는 옛 누대 있다네.
端能成獨往 끝 홀로 감 이룰 수 있으니,
未肯遽空回 기꺼이 갑자기 헛되이 돌아오려 않네.
磴滑新經雪 돌 비탈길 매끄러움 막 눈 내렸음인데,
林深不見梅 숲 깊어 매화 보이지 않네.
急須乘霽色 급히 모름지기 개인 경치 잇고자 하니,
何必散銀杯 하필이면 은 술잔 흩으려는가?
10. 敬夫用熹定王臺韻賦詩, 因復次韻
경부가 나의 정왕의 시의 각운자를 써서 시를 읊어, 이에 다시 같은 각운자를 쓰다
新詩通造化 새 시 조화옹에 통하니,
催出火輪來 불 수레 재촉하여 올라오게 하네.
雲物低南極 구름은 남쪽 끝에 낮게 드리우고,
江山接漢臺 강과 산은 한대에 닿았네.
心期千古逈 마음 속 기약 천고에 아득히 멀고,
懷抱一生開 가슴 속 회포 한 평생 열려 있네.
回首狂馳子 고개 돌리고 미친 듯 달리는 이여,
紛紛政可哀 분분하니 실로 슬프기만 하다네.
11. 馬上口占次敬夫韻
말 위에서 읊조리는데 경부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쓰다
幾日城中歌酒昏 몇 일이나 성안에서 노래와 술로 저물었던가?
今朝匹馬向烟村 오늘 아침 필마로 안개 낀 마을 향하네.
迎人況有南山色 사람 맞음에 하물며 남산의 경치까지 있으니,
勝處何妨倒一尊 빼어난 곳 무엇 거리끼리? 동이 술 기울임.
12. 馬上擧韓退之話口占
말 위에서 한유의 말을 가지고 읊음
昨日風煙接混茫 어제는 바람과 안개 어지러이 이어지더니,
今朝紫翠揷靑蒼 오늘 아침에는 자주빛과 비취빛 파란 하늘에 꽂혀 있네.
此心元自通天地 이 마음이 본래 천지에 통하니,
可笑靈宮枉炷香 영궁에서 구부려 향불 피우는 것 가소롭네.
13. 雪消溪漲, 山色尤可喜口占
눈이 녹아 시내가 불어나니 산의 경치가 더욱 기뻐할 만하여 읊조린다
頭上瓊岡出蒨靑 머리 위로는 옥 같은 언덕에 푸른 빛 불쑥 솟았는데,
馬邊流水漲寒汀 말 곁으로 흐르는 물에 찬 물가 불어났다네.
若爲留得晶瑩住 만약에 찬란함 붙들어 두고자 한다면,
突兀長看素錦屛 우뚝하니 오래도록 흰 비단 병풍 보게나.
14. 馬跡橋
마적교
下馬驅車過野橋 말에서 내려 수레 몰고 들판의 다리 지나는데,
橋西一路上雲霄 다리 서쪽 한 길은 구름 하늘 오르는 듯.
我來自有平生志 내 옴에 스스로 평소의 뜻 지녔으니,
不用移文遠見招 공문으로 멀리서 부름 받음도 소용없다네.
15. 登山有作, 次敬夫韻
산을 오르며 짓다, 경부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쓰다
萬峯雲散碧千尋 만 봉우리에 구름 흩어지니 짙푸름 천 심이나 되는데,
落日衝飇霜氣深 지는 해에 빠른 회오리바람 몰아치고 서리 기운 깊다네.
霽色登臨寒夜月 경치 개어 올라가 차가운 밤에 달 내려다보니,
行藏只此驗天心 가고 멈춤 다만 여기서 하늘의 뜻 시험해본다네.
16. 方廣道中半嶺小憩, 次敬夫韻
방광사로 가는 도중에 산봉우리 중간에서 조금 쉬면서 경부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는다
不用洪崖遠拍肩 홍애 멀리 어깨 마주칠 필요도 없이,
相將一笑俯寒烟 서로 장차 한번 웃으며 차가운 안개 내려다보네.
向來活計蓬蒿底 지금까지의 살아가는 계책은 쑥 덤불 아래서 나는 것,
浪說江湖極目天 강호에서 하늘 끝까지 눈길 주었다 함부로 말하네.
17. 道中景物甚勝, 吟賞不暇, 敬夫有詩, 因次其韻
도중에 경물이 매우 빼어났지만 읊고 감상할 여가가 없다가 경부가 시를 지어 이에 그 각운자를 써서 짓다
穿林踏雪覓鐘聲 숲 뚫으며 눈 밟고 종소리 나는 곳 찾는데,
景物逢迎步步新 아름다운 풍경 마주치니 걸음 걸음 새롭네.
隨處留情隨處樂 곳에 따라 정 남기고 곳에 따라 즐거우니,
未妨聊作苦吟人 애오라지 괴로이 읊조리는 사람됨 꺼리지 않네.
18. 崖邊積雪取食甚淸, 次敬夫韻
벼랑 가에서 쌓인 눈을 가져다 먹어보니 매우 맑았다. 경부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쓴다
落葉疎林射日光 잎 떨어진 성긴 숲에 햇빛 비치는데,
誰分殘雪許同嘗 누가 남은 눈 나누어 함께 맛봄 허락하겠는가?
平生願學程夫子 평생토록 정선생님 배우고자 하였는데,
恍憶當年洗俗腸 그 해에 세속적인 마음 씻었음 어렴풋이 생각하네.
19. 後洞山口晩賦
후동의 입구에서 저녁 때 짓다
日落千林外 무수한 숲 너머로 해 떨어지니,
烟飛紫翠深 안개 날리니 보라와 비취빛 짙네.
寒泉添壑底 차가운 샘 골짝 바닥 더하고,
積雪尙崖陰 쌓인 눈 아직도 벼랑의 그늘에 있네.
景要吾人共 경치는 우리 함께 할 것 바라고,
詩留永夜吟 시 긴 밤 읊조려 남겼네.
從敎廣長舌 아무리 넓고 긴 혀라 하더라도,
莫盡此時心 이 때의 마음 다하지 못하리.
20. 後洞雪壓竹枝橫道
후동에서 눈이 대나무를 짓눌러 가지가 길에 쓰러지다
石灘聯騎雪垂垂 석탄의 말 나란히 하여 가는 길에 눈 펑펑 내리니,
已把南山入小詩 이미 남산 작은 시에 넣었네.
後洞今朝逢折竹 후동에서 오늘 아침 부러진 대나무를 만난다면,
却思聯騎石灘時 도리어 말을 나란히 하여 석탄 지날 때 생각하겠지.
21. 方廣奉懷定叟
방광사에서 정수를 그리워하다
偶來石廩峯頭寺 우연히 석름봉 꼭대기의 절에 왔다가,
忽憶畵船齋裏人 별안간 화선재의 사람 생각난다네.
城市山林雖一致 성시와 산림 비록 일치한다지만,
不知何處是眞身 어느 곳이 참된 몸인지 알지 못한다네.
22. 方廣聖燈, 次敬夫韻
방광사의 성등. 경부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쓰다
神燈照夜惟聞說 귀신 불 밤에 빛남 말로만 들었더니,
皓月當空不用尋 밝은 달 하늘에 있어 찾을 필요 없다네.
箇裏忘言眞所得 그 중에 말 잃음 실로 얻은 것인데,
便應從此正人心 곧 여기서부터 사람의 마음 바르게 되리라.
23. 羅漢果. 次敬夫韻
나한과. 경부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쓰다
目勞足倦登喬嶽 높은 남악에 오르자니 눈 피로하고 다리 지치고,
吻燥腸枯到上方 입술 바짝 타고 창자 말라서야 절에 이르렀다네.
從遣山僧煮羅漢 되는대로 산의 중에게 나한과 삶게 하니,
未妨分我一盃湯 내게 탕 한 잔 나누어줌 거리끼지 않으리.
24. 壁間古畵精絶, 未聞有賞音者
벽 사이의 옛 벽화가 꼼꼼하고 빼어난데 감상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老木樛枝入太陰 늙은 나무 휜 가지 큰 어둠에 드니,
蒼崖寒水斷追尋 푸른 벼랑 차가운 물 쫓아 찾음 끊어졌네.
千年粉壁塵埃底 천년 분 바른 벽 티끌 세상에 내려왔으니,
誰識良工獨苦心 훌륭한 화공 홀로 마음 고달팠음 누가 알겠는가?
25. 方廣版屋
방광사의 판옥
秀木千章倒 빼어난 나무 천 그루나 쓰러지고,
層甍萬瓦差 높은 용마루 만 개의 기와 들쭉날쭉하네.
悄無人似玉 고요하니 옥 같은 사람 없어,
空詠小戎詩 공연히 「소융」시만 읊어보네.
26. 泉聲. 次林擇之韻
샘 소리. 임용중이 지은 시의 각운자를 쓰다
空巖寒水自悲吟 빈 바위구멍의 차가운 물 절로 슬프게 읊조리는데,
遙夜何人爲賞音 아득한 밤중에 어느 사람 그 소리 감상하려는가?
此日團欒都聽得 이 날 단란하게 모두 들을 수 있으니,
他時離索試追尋 훗날 쓸쓸히 살게 되거든 쫓아 찾아보게나.
27. 霜月. 次擇之韻
서리 낀 달. 임용중이 지은 시의 각운자를 쓰다
蓮花峯頂雪晴天 연화봉 정상에 눈 내리다 하늘 개니,
虛閣霜淸絶縷烟 누각 비고 서리 깨끗한데 연기 가닥 빼어나네.
明發定知花簌簌 빛 발하니 정녕코 꽃 훨훨 떨어짐 알겠고,
如今且看竹娟娟 이제 또 대나무 한들한들함 보네.
28. 枯木. 次擇之韻
고목. 임용중이 지은 시의 각운자를 쓰다
百年蟠木老聱牙 백년 묵은 구불구불한 나무 늙어서 들쭉날쭉한데,
偃蹇春風不肯花 교만하게 봄바람에 꽃 피우려하지 않네.
人道心情頑似汝 사람들 말하기를 심정 너와 같이 완고하다면,
不須持向我儂誇 모름지기 가지고 나에게 자랑하지 않겠네.
29. 夜宿方廣, 聞長老守榮化去, 敬夫感而賦詩, 因次其韻
밤에 방광사에 묵다가 장로인 수영스님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경부가 느낀 바가 있어 시를 지었는데, 그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는다
拈椎竪拂事非眞 북채 쥐고 먼지떨이 세움 참된 일 아니고,
用力端須日日新 힘 씀에는 단정히 모름지기 나날이 새로워져야 하네.
只麽虛空打筋斗 다만 이와 같이 허공에 곤두박질만 친다면,
思君辜負百年身 그대 생각에 백년 몸 저버림이라네.
30. 蓮花峯, 次敬夫韻
연화봉. 경부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日曉風淸墮白蓮 날 밝고 바람 맑으니 흰 연꽃 지는데,
世間無物敢爭姸 세상에 감히 고움 다툴 물건 없다네.
如何今夜峯頭雪 오늘 밤 봉우리 꼭대기의 눈 어떠한가?
撩得神詩續舊篇 귀신 같은 솜씨로 지은 시 얻어 옛 시편 이어보네.
31. 奉題張敬夫春風樓 建道丁亥冬至
받들어 장식의 춘풍루를 지음 건도 정해년(1237) 동지에
隆堂謹前規 성한 대청 앞의 제도 삼가 따르고,
傑閣聳奇觀 높은 누각은 기이한 경관 위로 솟았네.
憑欄俯江山 난간에 기대어 강과 산 굽어보니,
極目眇雲漢 눈 다한 곳 까마득히 은하수까지 미치네.
主人沂上翁 주인은 기수 가의 늙은이,
顧肯吟澤畔 돌아보며 기꺼이 못 가에서 읊조리겠는가?
俛仰一喟然 숙였다가 쳐들며 한번 탄식 하니,
沖融無間斷 온화함 가끔이나마 끊기는 일 없네.
我來抑何幸 나는 무슨 복으로 여기에 와서,
屢此承晤歎 자주 이렇게 즐겁게 만나나.
平生滯吝胸 평생 마음 속에 막혀 유감으로 남아 있던 것,
砉若層氷泮 쩍쩍 얼음처럼 층층이 녹아 내리네.
繼今兩切切 오늘까지 두 사람 간절히,
保合勤旦旦 보전하면서 분명히함 부지런히 하네.
萬事儘粉綸 모든 일 다 넓고 크게 하고,
吾道一以貫 나의 도 하나로 관철하리라.
32. 方廣睡覺, 次敬夫韻
방광사에서 자다. 경부 시의 각운자를 쓰다
風簷雪屋澹無情 바람 처마 눈 덮인 집 담박하여 정이 없는 듯,
巧作寒窓靜夜聲 교묘하게 만든 차가운 창에는 밤 소리 조용하네.
倦枕覺來聽不斷 지친 잠 깨니 들림 끊이지 않아,
相看渾欲不勝淸 서로 보니 도무지 맑음 이기지 못하겠네.
33. 感尙子平事
상자평의 일로 느낌이 일어
翩然遠嶽恣遊行 훨훨 먼 산을 마음껏 유람하고 다니자니,
慨想當年尙子平 마음속 깊이 그때의 상자평 생각나네.
我亦近來知損益 나 또한 요즘 들어 손괘와 익괘의 뜻 알아,
只將懲窒度餘生 다만 징계와 억제로써 남은 생애 헤아려볼 따름이네.
34. 殘雪未消, 次擇之韻
잔설이 녹지 않다. 임용중이 지은 시의 각운자를 쓰다
脚底悲風舞凍鴉 발 아래로는 슬픈 바람에 언 까마귀 춤추는데,
此行眞是躡蒼霞 이번 행보 진실로 검푸른 놀 밟는다네.
仰頭若木敷瓊蘂 고개 드니 약목 구슬 꽃술 펴니,
不是人間玉樹花 인간 세상의 것 아니라 옥 나무에 피는 꽃이라네.
35. 自方廣過高臺, 次敬夫韻
방광사에서 고대사를 들르다. 경부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쓰다
素雪留淸壁 흰 눈 맑은 벽에 남아 있고,
蒼霞對赤城 푸른 놀은 적성 마주하네.
我來陰壑晩 내 응달진 골짝에 옴 늦었는데,
人說夜燈明 사람들 도깨비불 밝다고 하네.
貝葉無新得 불경에서 새로 얻을 것 없는데,
蒲人有舊盟 포땅의 사람 옛 맹약 있다네.
咄哉寧負汝 쯧쯧! 너를 저버릴지언정,
安敢負吾生 어찌 감히 나의 생 저버릴까?
淸疑當作靑 “淸”은 “靑”이 되어야할 것 같다
36. 石廩峰次敬夫韻
석름봉에서, 경부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쓰다
七十二峰都揷天 일흔 두 봉우리 모두 하늘에 꽂혔는데,
一峰石廩舊名傳 석름이란 한 봉우리 예로부터 이름 전하네.
家家有廩高如許 집집마다 곳집 있는데 얼마나 높은지,
大好人間快活年 인간세상 쾌활하게 한 해 보냄 얼마나 좋은지.
37. 行林間幾三十里, 寒甚. 道傍有殘火溫酒, 擧白方覺有暖意, 次敬夫韻
숲 사이로 거의 삼십 리를 갔더니 추위가 심하였다. 길 가에 남은 불씨가 있어 술을 데워 잔을 들었더니 바야흐로 따뜻한 뜻이 느껴졌다. 경부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는다
千林一路雪毰堆 무수한 숲 한 길에 눈 펄펄 날리니,
吟斷飢腸第幾回 읊조림 끊어지고 배 주린지 몇 번째런가?
溫酒正思敲石火 술 데움에 마침 돌 쳐서 불 일으킴 생각나고,
偶逢寒燼得傾杯 어쩌다 추위에 깜부기불 만나 술잔 기울이게 되었네.
38. 林間殘雪時落, 鏘然有聲
숲 사이로 잔설이 이따금 떨어져 쨍그렁하는 소리를 내다
靑鞋布襪踏瓊瑤 푸른 짚신 베 버선 아름다운 옥 밟으니,
十里晴林未覺遙 십리 개인 숲이 먼 지 느껴지지 않네.
忽復空枝墮殘雪 느닷없이 다시 빈 가지에서 남은 눈 떨어지니,
恍疑鳴교落叢霄 황홀하여 울리는 옥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나 아닌가 하네.
39. 至上封, 用擇之韻
상봉에 이르다. 임용중이 지은 시의 각운자를 쓰다
疇昔朱陵洞 지난 날에는 주릉동에 있었는데,
如今白帝城 오늘은 백제성에 있네.
天高雲共色 하늘은 높고 구름은 한 가지 색인데,
夜永月同明 밤 길고 달 마찬가지로 밝다네.
萬象爭回巧 모든 모습 다투어 교묘함 되돌리고,
千峰盡乞盟 천 개의 봉우리 모두 맹주 구하네.
登臨須我輩 올라서 내려다보며 모름지기 우리네,
更約羨門生 다시 선문생과 약속하리라.
40. 福嚴寺回望嶽市
복엄사에서 악시를 돌아보다
昨夜相携看霜月 어젯밤 서로 이끌며 서리 낀 달 보았었는데,
今朝誰料起寒烟 오늘 아침엔 차가운 운무 피어오를 줄 누가 헤아렸겠는가?
安知明日千峰頂 어찌 알았으리오? 밝은 해 무수한 봉우리 꼭대기 있는데,
不見人間萬里天 인간 세상 만리 하늘 안 보이게 될 줄을.
41. 福嚴讀張湖南舊詩
복암사에서 장호남의 옛 시를 읽다
樓上低回摻別袖 누대 위에서 고개 숙이고 배회하며 이별의 소매 잡았는데,
山中磊落見所姿 산 속에 뜻 커 구애받지 않는 모습 보이네.
白雲未屬分符客 흰 구름 부절 나눈 나그네에 부탁하지 않았으나,
已有經行到處詩 이미 거쳐간 곳 곳곳에 시 있다네.
42. 登祝融峰用擇之韻
축융봉에 올라 임용중이 지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今年緣底事 올해는 무슨 일 때문에,
浪走太無端 정신없이 달려 너무나도 두서 없었던가?
直以心期遠 다만 마음 속 기약 멀어서이지,
非貪眼界寬 시계 넓음 탐내서가 아니라네.
雲山於此盡 구름 덮인 산 여기서 다하고,
風袂不勝寒 바람에 날리는 소매 추위 이기지 못한다네.
孤鳥知人意 외로운 새 사람의 뜻 알고서,
茫茫去不還 아득히 날아가 돌아오지 않는다네.
43. 穹林閣讀張湖南七月十五夜詩, 詠歎久之, 因次其韻
궁림각에서 장호남의 7월 보름날 밤이라는 시를 읽고 오랫 동안 감탄을 하다가 이에 그 각운자를 써서 짓는다
南嶽天下鎭 남악은 천하의 진산,
祝融最高峰 축융봉이 가장 높은 봉우리라네.
仰干幾千仞 우러러 수천 길 봉우리 구하고,
俯入一萬重 숙이어 일만 겹으로 들어간다네.
開闢知何年 개벽한지 몇 년이나 되었던가?
上有釋梵宮 위에는 부처의 절 있다네.
白日照雪屋 밝은 해 눈 덮인 집 비추고,
淸霄響霜鏞 맑은 하늘에 서리 맞은 큰 종소리 울리네.
極知瓌特觀 붉은 옥 특히 볼만함 잘 알겠으니,
仙聖情所鍾 신선과 성인 마음 모인 것일세.
雲根有隱訣 구름 이는 곳에 숨은 비결 있으니,
讀罷凌長風 다 읽고 난 뒤 긴 바람 탄다네.
44. 晩霞
저녁놀
日落西南第幾峰 해 서남쪽으로 떨어진 곳 몇 번째 봉우리인가?
斷霞千里抹殘紅 끊긴 놀 천리에 남은 붉은 빛 문지르네.
上方傑閣凭欄處 절의 높은 누각 난간에 기대어 선 곳에,
欲盡餘暉怯晩風 남은 빛 다 되어가려 하니 저녁 바람 겁나네.
45. 過高臺携信老詩集, 夜讀上封方丈, 次敬夫韻
높은 누대를 지나다가 신로의 시집을 들고 밤에 상봉의 방장에서 읽고 경부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는다
十年聞說信無言 십년을 듣건대 실로 아무 말 않았다니,
草草相逢又黯然 어렵사리 서로 만났거늘 또한 암담하다네.
借得新詩連夜讀 새로운 시 빌려 얻어 밤을 이어 읽으니,
要從苦淡識淸姸 각고와 담담함에서 맑고 고움 알리라.
46. 贈上封諸老
상봉사의 여러 원로들에게 드리다
夜宿上封寺 밤에 상봉사에 묵자니,
翛然塵慮淸 초연히 속세의 근심 맑아지네.
月明殘雪裏 달은 밝은데 잔설 속에서,
泉溜隔窓聲 샘소리 똑똑 창 너머로 소리 내네.
楮衲今如許 닥나무종이 옷 지금 어떠한가?
綈袍那復情 깁 도포 어찌 다시 마음에 두겠는가?
爐紅虛室暖 난로 붉고 빈방 따뜻하니,
聊得話平生 애오라지 평생 살아온 이야기나 얻어들어 볼까.
47. 自上封登祝融峰絶頂, 次敬夫韻
상봉사에서 축융봉 꼭대기에 올라 경부가 지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衡嶽千仞起 형악 천 길이나 솟아 있는데,
祝融一峰高 축융봉 한 봉우리 가장 높다네.
群山畏突兀 뭇 산들 우뚝 솟음 두려워하여,
奔走如曹逃 분주하기가 무리 지어 도망치는 듯.
我來雪月中 나 눈에 달 비치는 속으로 오는데,
歷覽快所遭 두루 둘러보니 만나는 것마다 기쁘네.
捫天滑靑壁 하늘 어루만지니 푸른 벽 매끄럽고,
俯壑崩銀濤 골짜기 굽어보니 은빛 물결 무너지네.
所恨無十犗 한스러운 것 큰 소 열 마리 없어,
一掣了六鼇 한꺼번에 여섯 자라 끌어당기지 못함이라네.
遄歸靑蓮宮 빨리 청련궁으로 돌아와,
坐對白玉毫 앉아서 옥 백호 마주한다네.
重閣一徙倚 겹 누각 한번 배회하자니,
霜風利如刀 서릿 바람 날카롭기 칼과 같다네.
平生山水心 평소에 산수 그리는 마음,
眞作貨食饕 진짜로 음식과 재물 탐냄과 같이 되었네.
明朝更淸澈 내일 아침 더욱 맑디 맑아진다면,
再往豈憚勞 다시 감 어찌 힘들다 꺼리겠는가?
中宵撫世故 한밤중에 세속의 일 어루만지니,
劇如千蝟毛 번다하기 천 마리 고슴도치 털 같네.
嬉遊亦何益 즐거운 놀이 또한 무슨 보탬 있으리오?
歲月今滔滔 세월 지금 도도하다네.
起望東北雲 일어나 동북쪽 구름 바라보니,
茫然首空搔 아득하여 머리만 공연히 긁적인다네.
48. 十五日再登祝融, 用臺字韻
15일에 다시 축융봉에 올라 “대”자 운을 써서 짓다
江流圍玉帶 강 줄기 옥 같은 띠 두르고,
天影抱瓊臺 하늘 빛은 옥 같은 누대 안고 있네.
柱杖烟霄外 지팡이 짚고 안개 낀 하늘 바깥에 이르니,
中巖日月回 가운데 바위에 해와 달 도네.
箕山藏遁許 기산은 세상 피한 허유 감추었고,
吳市隱仙梅 오시는 신선 매복 숨겼다네.
一笑今何在 한번 웃으며 지금 어디 있는가?
相期再擧杯 서로 기약하며 다시 술잔 든다네.
49. 胡丈廣仲與范伯崇自嶽市來同登絶頂, 擧酒極談, 得聞比日講論之樂
호실(胡實)과 범염덕(范念德)이 악시에서 와 함께 정상을 오르며 술을 들고 맘껏 담론을 나누다가 근자의 강론의 즐거움을 얻어듣다
我已中峰住 내 이미 봉우리 안에 머물거늘,
君從何處來 그대들 어느 곳에서 오는가?
莫留巖底寺 바위 밑 절에서 머무르지 말게나,
徑上月邊臺 오솔길로 달 가의 누대 오르네.
濁酒團欒坐 탁주 벌여놓고 단란하게 앉아서,
高談次第開 고담준론 차례대로 연다네.
前賢渺安在 앞선 현자들 아득히 어디에 있는가?
淸酹寄餘哀 청주 부어 남은 자손들에게 부치네.
50. 醉下祝融峯作
취하여 축융봉에서 내려오며 짓다
我來萬里駕長風 내 달려온 만 리 길에 긴 바람 타니,
絶壑層雲許盪胸 깊은 골짝 층층의 구름에 가슴 시원하네.
濁酒三杯豪氣發 탁주 석 잔에 호탕한 기운 솟아나니,
朗吟飛下祝融峯 명랑하게 시 읊으며 나는 듯 축융봉 내려오네.
51. 十六日下山各賦一篇, 仍迭和韻
16일 하산하면서 각기 한 편씩을 짓고 아울러 돌아가며 운자에 화답하다
絶頂來還晩 정상에서 돌아옴 늦어,
寒窓睡達明 차가운 창가에서 밝을 때까지 잠들었네.
連床眇歸思 침상 이으니 돌아갈 생각 아득한데,
三宿悵餘情 사흘을 묵으니 남은 정 슬프네.
雲合山無路 구름 합쳐지니 산에 길 없고,
風回雪有聲 바람 돌아오니 눈 소리 내네.
嶽祗珍重意 산악의 신 진중한 뜻,
只此是將迎 다만 이것 장차 맞이함이라네.
52. 和敬夫韻
경부가 지은 시의 각운자로 화답하다
蠟屐風煙隨處別 밀랍칠 나막신 바람 안개 곳에 따라 이별하니,
下山人事一番新 하산 인사 한번 새롭다네.
世間不但山中好 세상살이 다만 산 속만 좋은 것 아니니,
今日方知此意眞 오늘에야 바야흐로 이 뜻 참됨 알았다네.
53. 和擇之韻
임용중이 쓴 시의 각운자에 화답하여
仰止平生舊 평소 우러러 본지 오래 되었는데,
今年得得來 올해에야 특별히 올 수 있었네.
擧頭天一握 머리 들어보니 하늘과는 한 뼘 거리,
倚杖雪千堆 지팡이에 의지하여 천 길 눈 쌓인 곳 올랐네.
講道心如渴 도를 논하는 마음 목마름 같았고,
哦詩思湧雷 시 읊조리니 생각은 용솟음쳐 오르네.
出山遺語在 형산을 떠남에 말 남겨 두고,
歸騎莫徘徊 말타고 돌아감 주저함 없네.
54~55. 二詩奉酬敬夫贈言, 幷以爲別
두 시로써 경부가 보내온 말에 대답하고 아울러 이별을 노래함
54
我行二千里 내 이천 리 길 가서,
訪子南山陰 남산의 남쪽으로 그대 찾았다네.
不憂天風寒 하늘 바람 차가움 근심하지 않았거늘,
況憚湘水深 하물며 상수 깊음 꺼렸겠는가?
辭家仲秋旦 집 떠난 때는 8월 아침이었는데,
稅駕九月初 멍에 끄른 때는 9월 초라네.
問此爲何時 묻노니 지금 어느 때인가?
嚴冬歲云徂 한겨울 해 저물어간다네.
勞君步玉趾 그대 수고롭혀 옥 같은 발 떼게 하여,
送我登南山 나 보내어 남산에 오르게 하였네.
南山高不極 남산 높아서 끝 없었고,
雪深路漫漫 눈 깊어 길 아득하니 끝 없었다네.
泥行復幾程 진흙길은 또 몇 번이나 갔던가?
今夕宿櫧洲 오늘 저녁에는 저주에서 묵는다네.
明當分背去 내일이면 헤어져 등진 채 가야하리니,
惆悵不得留 머무를 수 없음 슬퍼하네.
誦君贈我詩 그대 내게 준 시 외어보니,
三歎增綢繆 여러 번 탄식하고 정의 더욱 얽히네.
厚意不敢忘 두터운 뜻 감히 잊지 못하여,
爲君商聲謳 그대 위해 상성 노래하네.
55
昔我抱氷炭 지난날 내가 얼음과 숯 같은 모순 가졌을 때,
從君識乾坤 그대를 좇아 건곤의 이치를 알았네.
始知太極蘊 처음으로 태극의 깊은 뜻 알았느니,
要眇難名論 오묘함을 말로 하기 어려웠다네.
謂有寧有跡 있다 하나 다시 무엇이 있을 것이며,
謂無復何存 없다 했으니 어찌 다시 있으리요?
惟應酬酢處 오직 술잔을 주고 받으며 응대하는 곳에서는,
特達見本根 특히 근본을 보는 경지에 이르러야 하네.
萬化自此流 온갖 조화가 여기에서 생겨나나니,
千聖同玆源 모든 성인이 이 근원을 함께 하였음이네.
曠然遠莫禦 너무나 넓고 멀어 막을 수 없고,
愓若初不煩 두려워 조심하면 시작이 번거롭지 않네.
云何學力微 왜 공부가 부족하다 하는가?
未勝物欲昏 물욕의 어두움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네.
涓涓始欲達 졸졸 흐르는 냇물 비로소 이르려는데,
已被黃流呑 마침내 누런 물결 속에 삼키어졌네.
豈知一寸膠 어찌 알리오 한 치의 아교가,
救此千丈渾 천 길의 혼탁함 구하는 것을.
勉哉共無斁 힘쓰세, 함께 싫증내지 말고,
此語期相敦 이 말로 우리 함께 돈독함을 기약해보세.
56~57. 讀林擇之二詩有感 自此後係東歸亂橐
임용중의 두 시를 읽고 느낌이 있다 이 뒤로는 동귀란고에 속한다
56
筍輿隨望入寒烟 대나무 수레 따라 바라보며 차가운 안개 속으로 들면서,
每誦君詩輒黯然 그대 시 외어볼 적마다 암담하구려.
今夜定知連榻夢 오늘 밤 정녕코 걸상 마주하는 꿈 알 터이니,
一時飛墮錫山前 일시에 날아 석산의 앞에 떨어진다네.
57
竹輿傲兀聽嘔啞 대나무 수레에 씩씩하게 앉아 웅얼거림 들으며,
合眼歸心已到家 눈 감으니 돌아가는 마음 이미 집에 이르렀다네.
遊子上堂慈母笑 나그네 대청에 오르면 자당께서 웃으시려나,
豈知行李尙天涯 어찌 알리오 보따리 아직도 하늘가에 있음을.
58. 馬上贈林擇之
말 위에서 임용중에게 드림
與君歸思渺悠哉 그대 더불어 돌아갈 생각 하니 아득하고도 멀구나!
馬上看山首共回 말 위에서 산 보며 고개 함께 돌리네.
認取山中奇絶處 산 속의 기이하고 빼어난 곳 취할 줄만 안다면,
他年無事要重來 훗날 아무 일 없을 때 다시 오리라.
59. 梅溪陂下作
매계의 비탈 아래에서 짓다
野牛浮鼻過寒溪 들소 코 치켜들고 차가운 시내 건너는데,
落木萷槮水下陂 잎 진 나무 앙상한데 물은 둑 아래로 흐르네.
俗手定應摹不得 속된 손 정녕코 베껴낼 수 없을진대,
無人說與范牛知 범우에게 말하여 알리는 사람 없다네.
60. 寄題李東老淵乎齋
이동로의 연호재에 부침
東老幽棲地 동로 그윽하게 깃들어 사는 곳,
淵乎亦妙哉 깊고도 또 오묘하구나!
空山無客到 빈 산에는 이르는 손님 없고,
流水有花開 흐르는 물에 꽃 피었다네.
句律今誰敵 구율 지금 누가 대적하리오?
詩仙舊所陪 시선 옛날에 모셨었다네.
朱絃悄餘韻 붉은 현 여운 가늘어지고,
綺席澹浮埃 비단 자리 뜬 먼지 맑다네.
竟日門多掩 종일토록 문 거의 가려져 있는데,
長沙歲一來 장사로 해마다 한번 온다네.
端能負猿鶴 정히 원숭이며 학 저버릴 수 있으니,
歸計莫徘徊 돌아가는 계책 서성이지 말게나.
61~62. 宿梅溪胡氏客館, 觀壁間題詩自警二絶
매계의 호씨네 객관에 묵으면서 벽에 적어놓은 시를 보고 스스로 경계하노라, 절구 두 수
61
貪生莝豆不知羞 목숨 탐하여 꼴과 콩 먹으면서도 부끄러움 알지 못하였고,
靦面重來躡俊遊 뻔뻔스런 낯으로 다시 와서 준걸들 따라 놀았다네.
莫向淸流浣衣袂 맑은 흐름 향하여 옷소매 씻지 말게나,
恐君衣袂涴淸流 그대 옷소매 맑은 물 더럽힐까 걱정되네.
62
十年湖海一身輕 십 년을 호수와 바다 떠돌았으니 한 몸 가벼운데,
歸對黎渦却有情 돌아오며 여천의 보조개 대하니 오히려 정 있다네.
世路無如人欲險 세상살이 인욕의 위험함 만한 것 없는데,
幾人到此誤平生 몇 사람이나 여기에 이르러 평생을 그르쳤던가?
63. 擇之所和生字韻語極警切, 次韻謝之, 兼呈伯崇
임용중이 화답한 “生”자를 각운자로 쓴 시의 어구가 매우 정련되고 심절하여 같은 각운자를 써서 사의를 표하고 아울러 범염덕에게 드린다
不是譏訶語太輕 조롱하고 꾸짖음 말 아주 가볍지가 않았는데,
題詩只要警流情 시 지음 다만 시속으로 흐르는 정 경계하고자 함이었다네.
煩君屬和增危惕 그대 귀찮게 화답케하여 위태로움과 두려움 더하였으니,
虎尾春氷寄此生 호랑이 꼬리와 봄날의 얼음에 이 삶 맡겼다네.
64. 再答擇之
다시 임용중에게 답하다
兢惕如君不自輕 조심하고 두려워함 그대처럼 스스로 가볍지 않은데,
世紛何處得關情 세상 어지러우니 어느 곳에서 정 걸림 얻겠는가?
也應妙敬無窮意 또한 경 정묘하여 뜻 끝이 없으니,
雪未消時草已生 눈 채 녹지 않았을 때 풀 이미 돋아난다네.
65. 十一月二十六日, 宿萍鄕西三十餘里黃花渡口客舍, 稍明潔有宋亨伯題詩, 亦頗不俗, 錄而和之
11월 26일 평향의 서쪽 30여 리 지점에 있는 황화 나루의 객사에서 묵고 송형백이 지은 시가 조금 밝고 깨끗하게 보였는데, 또한 자못 속되지 않아 적어두고 화답한다
鼎足爐邊坐 솥발처럼 화로 가에 버티어 앉아서,
陶然共一樽 흥겹게 한 술동이 함께 하네.
道心元自勝 도심 원래 스스로 뛰어나니,
世味不須論 세상살이 맛 논할 필요 없다네.
安穩三更睡 안온하게 삼경에 잠 드니,
淸明一氣存 맑고 밝은 한 기운 있다네.
雖無康樂句 비록 강락공의 시구는 없으나,
聊爾慰營魂 애오라지 혼백 위로한다네.
66. 二十七日過毛山鋪, 壁間題詩者皆言有毛女洞在山絶頂, 問之驛吏, 云狐魅所爲耳, 因作此詩
27일 모산포를 지나는데 벽 사이에 적힌 시에서 모두 말하기를 모녀동이 산 정상에 있다고 하여 역리에게 물어보았더니 사람을 홀리는 여우가 한 짓일 따름이라고 하여 이에 이 시를 짓는다
人言毛女住靑冥 사람들 말하기를 모녀 청명에 살면서,
散髮吹簫夜夜聲 머리 헤치고 퉁소 불며 밤마다 소리 낸다고 하네.
却是郵童解端的 오히려 역참의 아이 풀이 올바른데,
向儂說是野狐精 내게 말하기를 들 여우의 정령이라 하네.
67. 次擇之韻, 聊紀秦事
임용중이 지은 시의 각운자를 써서 문득 진나라의 일을 적는다
不知四海已揚湯 사면의 바다 이미 들끓는 줄은 모르고,
舞殿歌臺樂未央 춤추는 전각 노래하는 누대 즐거움 끝나지 않았다네.
五帝威神等牛馬 다섯 임금 거룩함 소와 말 같이 하였고,
六王子女盡嬪嫜 여섯 나라 왕들의 자녀 모두 궁녀 되었다네.
仙心久以攀姑射 신선 구하는 마음 오래도록 고야산 올랐는데,
辨口從敎泣華陽 뛰어난 말솜씨 함부로 화산 남쪽에서 흐느끼게 하였다네.
行客詎明千古意 길가는 나그네 어찌 천고의 뜻 밝힐까?
虛疑霞佩響琳琅 헛되이 놀 같은 패옥 짤랑 소리냄 의심하네.
68~69. 雪梅二闋, 奉懷敬夫 二闋合次樂府, 以有後詩, 仍舊編附此
눈 속의 매화 2결을 읊어 받들어 경부를 그리워하다 2결은 악부의 편차에 부합하나 뒤에 시가 있어서 옛날의 편차 그대로 그냥 여기에 붙여둔다
68
雲垂幕, 구름 천지사방에 드리우니,
陰風慘淡天花落. 음침한 바람 참담하고 하늘을 꽃 진다네.
天花落, 하늘의 꽃 지니,
千林瓊玖, 온갖 숲 아름다운 구슬로 덮였고,
一空鸞鶴. 온 하늘에는 난새와 학이라네.
征車渺渺穿華薄, 가는 수레 가물가물 꽃 더미 뚫고 가고,
路迷迷路增離索. 길 어렴풋하여 이별의 쓸쓸함 더해져가네.
增離索, 이별의 쓸쓸함 더해지는데,
剡溪山水, 섬계의 산수,
碧湘樓閣. 상수의 누각 짙푸르다네.
069
梅花發, 매화 피었는데,
寒梢掛著瑤臺月. 차가운 나무 끝에 구슬 같은 누대의 달 걸려 있네.
瑤臺月, 구슬 같은 누대의 달,
和羹心事, 국에 간을 맞추는 심사요,
履霜時節. 이슬을 밟는 시절이라네.
野橘流水聲嗚咽, 들판의 귤나무에 물 흐르니 소리 목 매이고,
行人立馬空愁絶. 길가는 사람 말 서니 공연히 슬픔 지극하다네.
空愁絶, 공연히 슬픔 지극하니,
爲誰凝佇, 누구를 위하여 우두커니 서 있고,
爲誰攀折. 누구를 위하여 기어올라 가지 꺾을꼬?
70. 題二闋後自是不復作矣
이 결을 짓고 난 후 이후로는 다시는 짓지 않기로 하다
久惡繁哇混太和 오래도록 번잡하고 음란함 큰 화기에 섞임 싫어하였는데,
云何今日自吟哦 어찌하여 오늘 스스로 읊조렸던가?
世間萬事皆如此 인간 세상의 모든 일 모두 이와 같은데,
兩葉行將用斧柯 떡잎에 도끼 자루 써야겠네.
71. 次韻擇之聽話
임용중의 말을 듣다라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語道深慙話一場 도 말하자니 한 바탕 말함 부끄러운데,
感君親切爲宣揚 그대 밀접하고 적절하게 펴고 올림 느껴지네.
更將充擴隨鉤索 더욱이 채우고 넓힌 것으로 따라서 낚고 찾는다면,
意味從今積漸長 의미 지금부터 쌓여 점점 길어지리라.
72~73. 次韻伯崇自警二首
범염덕의 스스로 경계하다하는 시의 각운자를 써서 짓다, 두 수
72
十載相期事業新 십 년 동안 하는 일 새로워지길 기약하였거늘,
云何猶歎未成身 어이하여 오히려 몸 이루지 못했다 탄식하는가?
流光易失如翻水 흐르는 세월 쉬 잃음 물 엎음과 같으니,
莫是因循誤得人 따라서 사람 그르치게 하지 말라.
73
誦君佳句極優柔 그대의 아름다운 시구 외니 매우 우유부단한데,
未得明彊是所憂 밝고 굳셈 얻지 못함 근심이라네.
若悟本來非木石 본래부터 목석 아님 깨닫는다면,
保君弘毅不能休 그대 넓고 굳셈 지킴 쉴 수 없다네.
74~77. 奉答擇之四詩, 意到卽書不及次韻
받들어 임용중의 시 네 수에 답하다. 뜻이 이르는대로 써서 같은 각운자를 써서 짓지는 못하다
74
爲閔人疲上馬行 사람 지침 불쌍히 여겨 말 타고 가니,
此時消息儘分明 이때의 뜻 모두 분명하다네.
更憐跣足無衣苦 더욱 불쌍한 것 맨발에 옷 없는 괴로움인데,
充此直敎天下平 이것 확충할 수만 있다면 곧 천하 태평케 하리.
75
君看灞橋風雪中 그대 파교의 눈보라 속 보게나.
南來北去莽何窮 남으로 오고 북으로 감 아득하여 어찌 끝이 있으리?
想應亦有還家客 생각 응당 또한 집으로 돌아가는 나그네 있을진데,
便爾譏訶恐未公 곧 그렇게 나무라고 꾸짖음 공평치 않을 듯하네.
76
東頭不見西頭是 동쪽 끝에서는 서쪽 끝 옳음 보지 못하고,
南畔唯嫌北畔非 남쪽 두둑에서는 오직 북쪽 두둑 그름 싫어한다네.
多謝聖門傳大學 성인의 문하에서 대학 전함 정말로 고마우니,
直將絜矩露天機 곧장 혈구로 천기 드러낸다네.
77
安肆眞同鴆毒科 안일하고 방종함 짐새의 독과 등급이 같다 한,
君言雖苦未傷和 그대의 말 씁쓸하기는 하지만 화함을 상하게 하지는 않네.
解嘲却是生回互 조롱 해명함 오히려 서로 맞물려 얽히는 일로,
政恐紛紛事轉多 정말 분분하여 일 많아지게 될까 걱정되네.
78. 答擇之
임용중에게 답함
長言三復儘溫純 좋은 말 여러번 반복하니 모두 온순하고,
妙處知君又日新 묘한 곳 그대 또 날로 새로워짐 알겠네.
我亦平生傷褊迫 나 역시 평소 편협․급박한 잘못이 있지만,
期君苦口却諄諄 그대 입에 쓴 말로 도리어 상세히 타이름 기대하네.
79. 次韻擇之見路傍亂草有感
임용중의 길가의 어지러운 풀을 보고 느끼다라는 시의 운자를 써서 짓다
世間無處不陽春 세상에 따뜻한 봄 아닌 곳 없는데,
道路何曾困得人 도로에서 어찌 일찍이 사람을 곤궁하게 하는가?
若向此中生厭斁 만약 이 가운데서 싫증 일어난다면,
不知何處可安身 어느 곳이 몸 편안할 곳인지 알지 못하겠네.
80~81. 到袁州二首
원주에 이르다. 두 수
80
馬蹄今日到袁州 말발굽 오늘에야 원주에 이르니,
山木蕭槮四面愁 산의 나무들 쓸쓸하여 사방이 시름겹구나.
多謝晩來風力勁 저녁 되어 억센 바람 불어옴 매우 고마우니,
朔雲寒日共悠悠 북녘의 구름과 차가운 해가 함께 유유하다네.
81
袁州刺史幾何人 원주자사 몇 명이나 되었던가?
韓李流芳獨未泯 한유와 이덕유 아름다움 남기어 홀로 닳아없어지지 않네.
道喪時危今日意 도 없어지고 시절 위태로운 오늘날의 뜻,
九原遺恨一時新 구원에 남긴 한 한꺼번에 새로워지네.
82. 十二月旦袁州道中作
12월 아침에 원주로 가는 도중에 짓다
今朝已是臘嘉平 오늘 아침 이미 섣달인 가평인데,
我獨胡爲在遠行 나 홀로 어찌하여 먼 길 가고 있나?
白髮倚閭應注想 백발 마을 문에 기대니 생각 쏟아져,
靑山聯騎若爲情 푸른 산 고삐 나란히 하니 정 베푸는 듯.
83. 同林擇之范伯崇歸自湖南, 袁州道中多奇峯秀木怪石淸泉, 請人賦一篇
임용중․범염덕과 함께 호남에서 돌아오는데 원주로 가는 도중에 기이한 봉우리와 빼어난 나무, 괴이한 돌과 맑은 샘이 많아 사람에게 한 편을 읊어 달라고 청하다
我行宜春野 내 의춘의 들판 가는데,
四顧多奇山 사방 둘러보니 기이한 산 많다네.
攢巒不可數 봉우리 모여 헤아릴 수 없는데,
峭絶誰能攀 가파르고 끊기었으니 뉘 오를 수 있으리.
上有靑葱木 위로는 푸르게 우거진 나무 있고,
下有淸泠灣 아래로는 맑고 깨끗한 물굽이 있네.
更憐灣頭石 물굽이 가의 바위 더욱 사랑스러운데,
一一神所剜 하나하나 신이 깎은 것이라네.
衆目共遺棄 뭇사람들의 눈 모두 버려두어,
千秋保堅頑 천추에 굳고 완강함 보존하였다네.
我獨抱孤賞 내 홀로 외로운 감상 안고,
喟然起長嘆 아아! 긴 탄식 일으킨다네.
84. 賦歸雲洞
귀운동을 읊다
人生信多患 인생 살이 실로 근심 많으니,
吾道初不窮 나의 도 처음에는 궁하지 않았다네.
云何感慨士 이르노니 어떤 감개 있는 선비,
伏死嵁巖中 험한 바위에서 숨어살다가 죽었는가?
宜陽古道周 의양의 옛 길의 구비,
竅石何嵌空 구멍 뚫린 돌 얼마나 깊고 비었는가?
窮幽歷肺腑 그윽한 곳 다하고 폐부 거쳐서,
履坦開房櫳 탄탄한 곳 밟고 방 창살 연다네.
頗疑有畸人 자못 의심스럽기는 어떤 기인,
往昔寄此宮 지난 날 이 집에 몸 맡겼던 듯.
歲月詎云幾 세월 얼마나 되었는지 어찌 말하리,
井竈無遺蹤 우물과 부엌에 남긴 자취 없다네.
我來記淸秋 내 올 때 맑은 가을로 기억하는데,
歸塗渺窮冬 돌아가는 길 까마득하여 겨울 다했다네.
興懷重幽討 회포 일어 거듭 조용히 찾아,
永嘯回長風 긴 휘파람 긴 바람 돌린다네.
風回雲氣歸 바람 돌아가니 구름 기운 돌아가고,
洞口春濛濛 동굴 입구에는 봄비 부슬부슬 내리네.
信美非人境 실로 아름다워 사람 사는 곳 아니니,
出門吾欲東 문 나서 나 동쪽으로 가려네.